환경을 고려한 삶이라고 하면 불편하고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 진보적인 의식을 지닌 소수만이 실천하는 일 등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터.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거나 공정무역으로 생산한 제품만을 고집하고 채식을 하는 등 실생활에 바로 적용하기 힘든 행동도 물론 있다. 하지만 텀블러를 휴대하고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며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등 조그마한 실천으로 동참할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중시하며 이를 토대로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되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은 개개인이 조금씩 생활 방식을 바꾸면 환경이 훨씬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안나 브랜딩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뜻 맞는 동료들과 함께 각종 이벤트에 다회용 식기를 대여하며 쓰레기를 줄이는 데 일조하는 트래쉬 버스터즈를 창업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전에 브랜딩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 디자인, 이벤트 기획 등 다양한 일을 했죠. 어느 날, 이벤트를 위해 만든 일회용 컵이 카페 근처 쓰레기통에 넘치도록 버려져 있는 모습을 봤어요. ‘내가 쓰레기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제가 디자인한 패키지 가운데 상당수가 한 번 쓰이고 버려져 마음 한쪽이 늘 불편했었어요. 그래서 축제나 행사와 관련된 일을 하며 거기서 생기는 어마어마한 쓰레기에 죄책감을 느끼던 지인들과 함께 트래쉬버스터즈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서울인기페스티벌 2019가 기억에 남아요. 축제에 오신 분들이 보증금을 내고 식기를 대여한 뒤 이를 이용해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고, 식기를 반납하며 보증금을 되찾아가는 형태로 운영했는데, 전년 대비 쓰레기가95% 이상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이용 고객 역시 불편을 토로하기보다 ‘다 같이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것. 해보니까 되는 거였다’, ‘행사장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어서 너무 좋았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셨어요. 이 일로 트래쉬버스터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최근 시작한 친환경 습관이 있나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 대신 고체 비누 형태의 샴푸 바를 쓰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대신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며 도시락을 싸 다니려고 노력하고요. 사실 제가 하는 일들이 대단한 건 아니에요. 환경을 지키겠다는 의지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로 시작한 일들이거든요. 근데 조금씩 습관을 들이다 보니 쓸데없이 하는 소비나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줄었어요. 내가 무엇을 사고 무엇을 쓰는지 살펴보며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생긴 것 같고요.

사실 귀찮을 때도 있을 텐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요? 귀찮음과 편함 사이에 늘 충돌이 생기죠.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마음이 편하면 몸이 귀찮아지니까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도시락을 싸는 일이 귀찮게 느껴질 때마다 이건 귀찮은 게 아니라 내 몸이 귀찮지 않은 데 익숙해져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죠.

 

김미경 버려지는 것들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업사이클링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가치를 공유하는 환경 문화 프로젝트 그룹 하이사이클 대표. (사)한국업사이클 디자인협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

언제부터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릴 때부터요. 딸부잣집 셋째 딸로 태어나 늘 언니들이 쓰던 물건을 물려받으면서 컸거든요. 한때는 새 옷, 새 학용품을 갖고 싶다고 부모님께 떼를 쓰기도 했지만, 어느덧 시간의 흔적이 묻고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각종 자연물과 버려지는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고, 미술을 전공할 때는 이것들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기도 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버려지는 자원이 가진 고유한 스토리와 독특한 아름다움에 점점 더 매료되어 업사이클링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최근에 한 업사이클링 활동은 무엇인가요? 플라스틱 포장 상품을 덜 구매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체적으로 포장되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이 사게 되잖아요. 그래서 봄을 맞아 그 용기에 새싹 채소를 심었어요. 뚜껑을 뒤집어 구멍을 뚫고 천을 깔아 씨앗을 발아시키면 배수나 자동 급수를 할 수 있어 유용하거든요. 어렵지 않으니까 모두 도전해보세요.

환경을 고려한 삶을 살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소비 방식이요. 쓰레기를 덜 만드는 것을 유념하며, 이 물건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폐기되는지, 추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인지를 생각하고 구매해요. 분리 배출을 잘해야 자연 순환과 업사이클링이 활성화될 수 있어 잔소리도 좀 늘었어요. 또 선택과 소비, 배출하는 모든 것을 환경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버려지는 여유 자원이 너무 많은데, 그걸 방치하면서 쓰레기 문제나 미세먼지 등을 외부 원인 탓으로만 돌리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요.

앞으로 어떤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요? 하이사이클은 버려지는 커피 자루를 활용한 패션 리빙 디자인 브랜드 다듬:이(DADUM:E)와 커피 찌꺼기로 만든 화분을 활용한 커피 나무 재배 키트 ‘커피팟’, 탄소 발자국 인증을 받은 커피 자루 업사이클링 소재 주트:리(JUTE:RE)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제품은 자활 센터나 시니어 클럽 등 지역사회와 협업해 만들며 상생의 가치를 나누고 있고요. 올해는 커피 자루 원단을 좀 더 다양한 곳에 활용할 아이디어를 제시할 예정이에요.

 

배민지 환경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고, 본격적으로 쓰레기 없는 삶에 대해 알리기 위해 2018년부터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SSSSL(:쓸)>을 발간하고 있다.

원래 콘텐츠를 만들었나요? 아니요. 외식 분야를 전공한 뒤 3년 정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했어요. 회사를 관둔 뒤 잠시 쉬는 동안 읽은 책이 제 길을 바꿔놓았죠. 비 존슨이 지은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였는데, 4인 가족이 1년 동안 작은 병 하나 분량의 쓰레기만 배출했다는 사실에 충격과 감명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죠. 그리고 나도 쓰레기 없는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었지만 단 하루만에 실패했어요. 그때 ‘쓰레기 없이 살기가 너무나 힘든 우리나라, 앞으로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많은 사람과 제로 웨이스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매거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쓰레기 없이 사는 건 역시 어렵군요. 맞아요. 저도 한 번 실패한 이후 거절하는 습관을 들이려 본격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쓰레기를 거절하는 거죠. 시장에서 두부를 살 때 집에서 들고 간 용기에 받아 오고, 김밥을 살 때도 은박지와 비닐에 싸는 대신 도시락 통을 내밀어요. 사실 익숙한 쓰레기를 거절하는 일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주변에 제로 웨이스트에 동참하는 분들이 있으면 응원해주세요. 꼭 모두 참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주변의 참여하는 분들을 북돋아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조금씩 달라질 거예요.

<SSSSL(:쓸)> 매거진에서 다룬 이슈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무엇인가요?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에 대해 알린 1호가 가장 인기가 좋았어요. 당시만 해도 쓰레기 없는 삶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아서 개념과 활동하는 분들, 참여하는 방법을 소개했거든요. ‘쓰레기 없는 식탁’이라는 주제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다룬 책도 인기가 많았고, 일회용품 규제가 시작되기 전 종이컵을 많이 쓰지 않는 카페를 찾아내 만든 지도도 반응이 좋았어요.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이슈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지금 해보면 좋을 활동을 하나만 추천해주세요. 꿀랩 만들기에 도전해보세요. 면과 비즈 왁스로 만드는 천연 랩인데,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 꽤 뿌듯할 거예요. 우연히 알게 된 꿀랩 전문가를 통해 방법을 소개했는데, 이게 엄청난 이슈가 되어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김지은 마포 옥상 텃밭 커뮤니티 파작파작을 운영하고, 가끔 비건 술집을 오픈하는 등 늘 재미있는 삶을 궁리하는 사람. 환경재단 홍보팀에서 일하며 비건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처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에 몰디브로 배낭여행을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에메랄드 빛 바다를 탐험했었어요. 그 아름다움에 빠져 3개월 후 다시 그곳을 찾아갔는데, 거짓말처럼 물속이 색을 잃고 조용하더라고요. 형형색색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산초호와 그곳을 집으로 삼고 살던 생명체들이 한순간에 빛을 잃은 거예요. 산호초는 수온이 오르면 스트레스를 받아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제가 그걸 본 거죠. 짧은 시간에 일어난 그극명한 차이가 무척 충격적이었어요. 이후 한국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해수면이 상승해 섬이 바다에 잠기며, 기후 난민이 발생하게 되는 연쇄 작용의 고리를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실천한 일은 무엇인가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환경 운동이 채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곧바로 채식주의자로 전환했습니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과정에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육해 만든 제품을 거부해요.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옷이나 화장품, 먹을거리를 살 때 동물성 소재가 들어 있는지 잠시 살펴보고 있다면 다른 제품을 선택하면 되거든요. 우유 대신 두유를 마시고, 가죽 대신 면을 선택하는 것처럼요. 최근에는 옥상 텃밭 커뮤니티를 시작했어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내가 먹을 채소를 직접 기르고 수확하며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에 탄복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적 삶을 살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마음이 안락하고 온화해졌어요. 작은 생명체가 눈에 들어오고, 대지가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느끼게 되었거든요. 예쁘게 입고 맛집을 돌아다니고 여행할 궁리만 하던 제 삶이 다른 차원으로 풍성해진 기분이에요.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환경문제가 있다면요? 단연 기후변화입니다. 이미 각종 이상기후로식량 안보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대가 녹으면 수십만 년간 잠들어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온난화는 지구의 문제이자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기후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의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를 위해 정부 정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시민 단체와 한목소리를 내주시기 바랍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