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하정우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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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파죽지세(破竹之勢). 대나무를 쪼개는 것과 같은 기세. 대나무는 그렇게 한 번에 자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영화판에서의 삶도 계속해서 성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배우가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도 그렇고, 스타가 되고 나서 계속 스타로 남는 일은 더더욱 그러하다. 한번 스타는 영원한 스타라고? 아니다. 한번에 좍, 되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하정우를 보면 그게 아니다. 진정 파죽지세다. 거침이 없다. 사람 일이 잘되려면 이 정도쯤은 돼야 하지 않겠어, 하고 으스대며 말하듯 하는 일마다, 하는 영화마다 대대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개봉 2주 만에(8월 15일 현재) 4백만 관객을 모은 <더 테러 라이브>는 솔직히 기획 단계에서는 긴가민가했던 작품이다. 연출도 데뷔 감독인데다 무엇보다 너무 어렸다. 서른세 살짜리 감독이다. 하정우도 말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감독은 윤종빈 말고는 처음이었어요(윤종빈은 그보다 한 살 아래고 둘은 친구처럼 지낸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죠?(웃음) 그런데 와, 김병우 감독이 준비하는 거 보고 놀랐어요. 한 달간 프로덕션 사무실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같이 작품을 준비했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친구 정말 뭐가 있구나 싶었죠. 작품 선택을 잘했다고 확신이 든 건 그때였어요.”

하기야 <더 테러 라이브>는 사전 준비가 철저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정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주. 또 다른 영화인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촬영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군도>는 윤종빈 감독의 새 작품이다. 윤종빈과 하정우는 시쳇말로 ‘베프’ 사이다. 윤종빈은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로 하정우를 주목받게 만들었다. 하정우는 의리남이고, 윤종빈 영화라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조건 출연한다는 주의다. <비스티 보이즈>가 그랬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그랬다. 한 작품은 솔직히 좀 망했다. 그러나 또 한 작품은 크게 성공했다.

어쨌든 <더 테러 라이브>는 3주라는 짧은 기간에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다.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촬영의 모든 동선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확실하게 다 짜내야 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좁은 공간에서 시작해서 같은 공간에서 끝나는 내용이다. 마치 연극의 동선을 짜듯 하정우와 감독 김병우는 머리를 맞대고 작품 준비를 같이 했다고 한다. 다른 영화와 달리 <더 테러 라이브>의 현장은 테이크(take: 영화에서 한 신을 찍는 횟수의 단위)가 네 번, 다섯 번 간 적이 없다.

“거의 두어 번이면 오케이를 냈죠.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어요 우린.(웃음)” 그렇게 저예산 영화 공법(?)으로 후다닥 찍은 탓에 아무도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하정우가 나오니까, 어느 정도는 되지 않겠어, 하는 분위기 정도였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금방 불이 확 붙었다. 영화계 사람들이라면 이제 거의 모두 하정우를 하정우보다는 ‘하대세’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그가 대세라는 얘기다. 하정우만 나오면 영화는 성공한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제작자들, 감독들은 요즘 하정우를 잡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

 

모든 길은 하정우로 통한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하정우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다. 완전히 그의 원맨쇼다. 그것 때문에 주변 캐릭터가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는 부분도 있고, 엔딩 부분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정우의 이 1인극 아닌 1인극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포인트였고 바로 그 점이 먹혀들었다. 영화의 성공은 전적으로 하정우의 공이다. 근데 그게 다른 배우였어도 가능했을까? 물론 좋은 배우는 많다. 잘하는 배우도 많다. 그런데 이 영화만큼은 하정우의 것이다. 하정우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영화와 주연배우가 딱 붙는 느낌이다.

“혼자서 드라마를 끌고 가야 한다는 점에 솔직히 부담감 같은 건 느끼지 않았어요.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할까요. (겸손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쩌다 좋은 기회를 얻어 이런저런 영화에 연속해서 출연한 게 저를 지금처럼 만든 것 같아요. 어떤 캐릭터든 좀 자신감이 생겼달까요. (또 겸손한 표정 모드로 전환) 그동안 잘 담금질이 된 거잖아요. 연마된 거죠, 어느 정도는. 게다가 워낙 프리 프로덕션이 좋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이건 좀 드문 경험이었어요. 보통은 촬영 후 반에 가면 모두 어느 정도 ‘멘붕’에 빠지거든요. 객관성을 잃게 돼요. 그렇지 않던가요? 그래서 영화마다 후반으로 가면서 좀 헤맨다는 소리를 듣는거 잖아요. 근데 이번 영화는 그러지 않았어요. 정확하게 집중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어요. 그런 장점들이 하나하나 영화에 나타난 게 아닌가 싶어요.”

영화에서 하정우는 잘나가다가 한 방에 훅 간 방송국 앵커 ‘윤영하’로나온다. 그는 한때 국민 MC 소리를 듣던 보도국 앵커였지만 지금은 한갓진 라디오국 진행자로 물러나 있다. 영화에서 그 이유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성격을 보면 여러 상황이 느껴진다. 윤영하는 명백히 출세 주의자이자 기회주의자다. 사회적 정의, 약한 자들에 대한 배려 따위는 어디까지나 마이크가 켜져 있을 때의 얘기다. 마이크가 꺼지면 그는 당장 보도본부장과 딜을 하고, 스태프들 등을 친다. 잘나가다가 무너진 건 결코 재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방송국 조직에서 그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고, 그래서 바닥으로 내려가게 됐다. 그런 그에게 인생을 역전시킬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다. 아니,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데 바로 테러리스트가 그에게만, 바로 윤영하 앵커에게만 협박 전화를 걸어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도 심드렁했었다. “폭파해보시라고요, 이 씨발놈아”라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마포대교가 터진다. 윤영하는 곧바로 뉴스 테스크를 차지하게 된다. 언제나처럼 폭탄 테러라는 기막힌 사건이 터지지만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은 자기가 관심을 받게 되는 점에만 국한된다. 자,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았다. 그의 앵커 인생은 다시 빛을 볼 것인가. 그러기는커녕 그는 점점 지옥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경악하게 된다.

 

하정우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바로 그런 얼굴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정우는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길 주저하지 않는다. 항상 나이스하고, 스마트하고, 겸손하고 뭐 그따위 짓만 따라 하지 않는다는 게 하정우의 진짜 매력이다. 그는 때론 위악적이고 위선적이며 세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일탈을 저지르는 표정을 짓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있으면 윤영하 같은 비열한 역할을 할 배우는 딱 하정우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하정우 안에는 저런 모습도 있을 것이다, 생각하게 만든다.

근데 사실 우리 모두 역시 마이크를 끈, 진짜 인생살이에서는 윤영하=하정우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한다. 그런 면에서 하정우와 우리는 같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정우는 늘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그와 그런 지근거리에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야말로 하정우가 ‘대세’ 소리를 듣는 진짜 이유다. 야망 있는 변호사 역할을 했던 <의뢰인>에서도 그랬다. 주인공 변호사 ‘강성희’는 쉽게 사건을 수임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특별수사관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건 백번 지는 재판이야. 난 지는 게임이라면 무조건 안 해.” 사회정의는 결코 추상적 의지로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먼저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본다. 세상에는 타고난 정의남 따위는 없다. 변호사 강성희는 스캔들의 중심인 여배우의 변론을 맡아 승소한 후 그 여배우와 질펀한 하룻밤을 보낸다. 강성희는 그런 사람이다. 거기서 시작하는 인물이다.

하정우는 <의뢰인>에서 양심과 위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 경계선상에서 하정우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잘난 당신들은 어때?, 라고. 사람들은 하정우라면 그 질문에 답하고 싶어진다. 같이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진다. 하정우는 종종 영화를 통해 선 밖으로 스스로 튕겨나간다. <추격자>에서 그는 야비한 연쇄살인범이다. 착한 남자인 척 순진한 표정을 짓는 것이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다. 그는 언젠가 주인을 살해하고 차지한 빈집에서 매춘 여성들을 살해한다. 근데 그 죽이는 장면, 특히 서영희를 죽이려는 장면에서는 섬뜩할 만큼 악마성을 엿보인다.

영화 <황해>에서는그보다 더 나아간다. 하정우는 거기서 점점 더 오직 생존 본능밖에 남지않은 한 남자의 쓸쓸하면서도 극단적인, 폭력적 삶의 최후를 연기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그래서 겪게 되는 지옥은 어쩌면 자초한 일이다. 경계선 밖에서의 삶은 그렇게나 참혹한 일이다. 하정우는 영화를 통해 관객을 대신해서 그 세계를 보여주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 그것 참 대견하고 기특하며 마음 가득 고마움이 느껴지는 일이다. 왜 아니겠는가. 나 대신 인생의 피를 흘리는 사람이있다는데. 나 대신 위기의 삶이 어떤지 먼저 경험하고 알려주려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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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사라진 시대의 남자
요즘 남자들, 흔히 젊은 남자라고 하는 ‘것’들은 온통 예쁜 얼굴 일색이다. 오해가 있을 수 있는 발언이겠으나 남자란 무릇 좀 사내다운 면을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때는 마초적인 어리석음도 보이면서, 거칠게 욕도 하고 그래야 맛이다. 죄다 호리호리하고 호호거리는 남자들 천지의 세상에서 하정우는 줄곧 자신만의 굵은 스타일을 지키며 살아간다. 요즘이라면 특히나 보기 드문 남자의 모습이다.

<베를린> 때 특히 그런 모습이 빛났다. 조선인민공화국의 위대한 강철 요원 ‘표종성’ 역을 맡은 그는 영화에서 그리 말이 많지 않다. 그가 벌이는 모든 행동은 사실 전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연민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남자란 그런 거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인 양 그러지 않은 척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는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여자 전지현이 처한 상황을 앞에 두고 말을 잇지 못한다. 차마 울지도 못한다. 남자는 가슴으로 울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하정우는 목구멍으로 끅끅대기만 한다. 근데 그 장면이야말로 사람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남자가 여자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저렇겠구나 싶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다 하정우를 좋아한다는 게 거짓이 아니라고 느끼게 만드는 장면이다.

“경력은 그리 길지 않지만 지금껏 이런저런 캐릭터를 다양하게 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일 거예요. 기본적으로 전 호기심이 상당히 많아요. 궁금한 것도 많고. 그래서 이 역도 해보고 저 역도 해보는 거죠. 영화도 결국 사람이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잖아요. 이번 영화 두고 사람들이 자꾸 물어보죠. 왜 이렇게 흥행이 잘되는 것 같아? 너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는 식으로요.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나서 특히 그러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이 영화는 현장에서부터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영화였다고요. 음 그게 무슨 얘기냐 하면… 설명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아시겠죠, 제 얘기? 영화의 성공 요소를 두고 얘기하면서 흔히들 감독이 어쩌고, 배우가 어쩌고, 시대적 의미가 어쩌고 하는데 그거 말고요. 진짜 그런 마음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진심 같은 것. 만드는 사람들의 진정성 같은 거. 그럴 때 비로소 영화가 터지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어요.”

2002년 조역으로 출발해서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첫 주연을 맡은 이래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하정우는 무려 19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나오는 영화마다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타율이 엄청나다. 설혹 상업적으로 잘 안 된 영화라 하더라도 비평적으로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주목을 끌었다. 예컨대 미국에서 활동 중인 김진아 감독의 영화 <두 번째 사랑>에서 그는 할리우드의 성격파 여배우 베라파미가와 육체적 밀애를 나눈다. 파미가는 영화에서 아이를 가지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여자다. 그녀의 남편은 잘나가는 한국계 변호사지만 불행하게도 이 부부간에는 아이가 없다. 여자는 인공수정 말고 더욱 확실한 방법을 찾는다. ‘지하’라는 이름의 불법체류자 역할을 맡은 하정우는 그런 그녀에게서 돈을 받고 잠자리를 함께한다.

벗은 몸의 베라 파미가를 침대 저쪽에 두고 등을 돌린 채 하정우는 말한다. “돈을 주고 하는 건, 내가 처음인가요?” 이 영화는 2007년 선댄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돼 주목과 각광을 받았다. 그렇지 않은 척 무던히 애를 쓰지만 하정우는 ‘엄친남’이다. 하는 영화마다 족족 성공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그린 그림이 2백 점이 넘을 만큼 회화에서도 일가를 이루고 있다. <두 번째 사랑>에서 보여주었듯 영어도 그만하면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다. 얼굴도 사내답게 잘생긴 외모다. 아버지이자 유명 배우인 김용건에게 연기의 DNA를 물려받았다.

그는 이제 한 걸음 더 도약하려 한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점프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롤러코스터>가 이제 개봉 준비를 거의 마쳤다. 인기 배우가 심심풀이 땅콩으로 연출하는 것이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롤러코스터> 이후 그는 <허삼관 매혈기>의 감독직도 수락했는데, 중국 위화의 동명 원작을 영화로 만드는 이 작품은 도통 영화화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정평이 나 있는 소설이다. 그의 연출 계획을 들어보면 이 친구가 정녕 감독의 길로 나아갈 준비가 끝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원작을 읽으면서 주인공을 설명하는 게 조금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영화는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요. 뭔가 더 그 주인공을 보여줄 수 있는 서브 텍스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설정을 더 만들어낼 겁니다. 그리고 중국 배경을 한국으로 가져오면서 6·25 전쟁 직후에서 1990년대까지 이어지게 할 건데, 그 시대적 흐름을 면밀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어요. 왜 허삼관이 매혈, 즉 피를 팔게 됐는지 그 행동 동기를 정확하게 짤 겁니다.”

와우,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감독이 될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닐까.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하정우는 말론 브랜도가 <대부>에서 보여줬던 제스처를 가져온다. 손등으로 뺨을 슬쩍슬쩍 쓸어올리는 장면에서 조직폭력배이긴 하지만 카리스마가 작렬한다. <대부>의 말론 브랜도를 흉내 낼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하정우의 연기는 한창 때의 말론 브랜도가 그랬던 만큼이나 물이 올라 있다. 30대 중반에 명불허전의 연기를 선보이는 남자 배우. 하정우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들 한다. 그는 앞으로도 창창한 세월이 남은 배우다. 계속 좋은 연기를 펼쳐주기를 바랄 뿐이다. 계속해서 진실된 삶을 함께 나누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원하는 것은 그것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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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 Gu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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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알루미늄 프레임이 특징인 클래식한 선글라스 RB3507 137/40 레이밴 알루미늄 클럽마스터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Aluminium Clubmaster by Luxottica Korea), 붓칠한 듯한 프린트가 위트 있는 반소매 셔츠 J. W. 앤더슨 바이 10 꼬르소 꼬모(J. W. Anderson by 10 Corso C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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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풀 피팅으로 완성해 착용감이 편안한 아이코닉 선글라스 RB2140F 901 레이밴 웨이페어러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Wayfarer by Luxottica Korea), 스터드 장식 슬리브리스 톱 드라이 클린 온리(Dry Clean Only), 화이트 팬츠 마이클 배스티언 바이 쿤위드어뷰(Michael Bastian by KOON with a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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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한 블랙 컬러와 간결한 디자인의 조합이 세련된 안경 RB5306D 2477 레이밴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by Luxottica Korea), 마린풍 데님 재킷과 베스트, 버뮤다 쇼츠 모두 바로크 바이 쿤(Baroque by KOON), 새가 프린트된 버건디 컬러 셔츠 아미(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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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 무늬의 클래식한 빅 프레임 안경 RB5299 2144 레이밴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by Luxottica Korea), 청명한 블루 데님 라이더 재킷 디스퀘어드2(Dsquared 2), 안에 입은 화이트 반소매 티셔츠 발맹(Balmain), 옆선의 블루 라이닝이 포인트인 옐로 스윔수트 마이클 배스티언 바이 쿤(Michael Bastian by K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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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미러 렌즈가 돋보이는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RB3025 112/17 레이밴 에비에이터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Aviator by Luxottica Korea), 안경을 쓴 남자가 프린트된 스웨트셔츠와 안에 레이어드한 핑크 셔츠 모두 이타우츠 새빌로 바이 10 꼬르소 꼬모(E. Tautz Savile Row by 10 Corso Como), 데님 쇼츠 마이클 배스티언 바이 쿤(Michael Bastian by KOON), 플로럴 프린트 레이스업 스니커즈 겐조 바이 쿤위드어뷰(Kenzo by KOON with a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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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레트로풍 프레임에서 영감을 얻은 선글라스를 안경으로 연출한 제품 RB4168 710 레이밴 레전드 미티어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Ray-Ban Legend Meteor by Luxottica Korea), 레몬색 니트 베스트와 쇼츠 모두 톰 그레이(Thom Grey), 스트라이프 프린트 셔츠 아미(Ami), 플로럴 프린트 레이스업 스니커즈 겐조 바이 쿤위드어뷰(Kenzo by KOON with a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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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뮤지션 박재범

박재범
레더 베스트 닐 바렛(Neil Barrett), 블랙 크롭트 팬츠 릭 오웬스(Rick Owens), 실버 메탈 브레이슬릿과 양손에 착용한 링 모두 미네타니 바이 10 꼬르소 꼬모(Minetani by 10 Corso Como), 화이트 슬리브리스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재범
블랙 슬리브리스 톱 크리스반 아쉐 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피어싱 형태의 이어링 미네타니 바이 10 꼬르소 꼬모(Minetani by 10 Corso Como).

최근 박재범이 발표한 싱글 ‘JOAH(조아)’와 ‘WELCOME(웰컴)’을 들어보고 뮤직비디오까지 섭렵한 사람이라면 박재범이라는 가수에게 적잖이 놀랐을 거다. 단지 음악이 귀에 착 감긴다는 느낌 때문만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색깔의 곡들을 각기 다르게 소화해내면서도 뭔가 독특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와 안무가 훌륭한 가수들이 워낙 많아요. 그래서 예전에 하던대로 얼굴에 힘 팍 주고 안무와 노래만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의 음악을 만들고 뮤직 비디오도 그에 맞게 찍었죠. 특히 ‘JOAH’는 들으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 노렸어요. 뮤직비디오 영상도 설렘과 기쁨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이번 곡은 뮤직비디오가 큰 역할을 해요. 세 곡의 뮤직비디오가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다양한 제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가수들이 보면 부럽거나 억울한 기분이 들 정도로 박재범에게는 타고난 촉과 근성이 있다. 누구라도 박재범의 노래를 듣고, 공연을 보면 그가 별종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별난 놈’ ‘대단한 녀석’ ‘남다른 유전자’ ‘색다른 별종’ 같은 다양한 수식어가 줄줄 쏟아져 나온다. 재범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특별한 발상, 그리고 그것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능력을 그는 가졌고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열정과 책임감도 타고났다. 소속사에서 만들어놓은 이미지와 역할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아이돌로 지내기에는 아까운 면이 분명 있다.

“여태까지 제가 아이돌로 불린 것은 상관없었어요. 아이돌 출신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활동하면서 느꼈어요. 저는 아이돌과 달리 제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직접 다 만들고 제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가수라는 사실을.”

 

박재범
레이어드한 네이비 셔츠 우영미(WooYoungMi), 네오프렌 소재 쇼츠 닐 바렛(Neil Barrett), 펜던트 네크리스 크롬하츠(Chrome Hearts), 윙팁 워커 로크(Loake).

WELCOME’의 뮤직비디오를 보았는가? 뮤직비디오에서 재범은 연기를 하고 있다. 표정으로, 몸짓으로, 혹은 근육으로. 그런데 그런 모습이 어린아이의 흉내나 장난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JOAH’에서 팔랑팔랑 뛰어다니는 풋풋한 소년이던 재범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는 건가? 그에게서 풍기는 섹시한 수컷의 냄새는 음악과 함께 할 때 비로소 진해진다. 기존 화보에서 언뜻 보여줬던 ‘좀 섹시한 면도 있네’ 정도가 아니다. 곡을 소화하는 보컬의 능력도 그렇지만그것을 표현하는 감성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이 결정적이다. ‘WELCOME’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한껏 섹시미를 과시한 후 오초희와의 베드신을 연기한다. 그녀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장면, 희한하게 뽀송한 소년의 향기가 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그 모습이 더 섹시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박재범 외에 누구에게서도 느껴지지 않을 독특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저는 귀엽게 봐주시는 것도, 섹시하게 봐주시는 것도 다 좋아요. 그 자체가 제 모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억지로 귀여워 보이려고 하거나 섹시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건 질색이에요.” 섹시한 남자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아직은 소년이라는 것이 재범이 파놓은 함정이다. 재범이 가진 특별한 매력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 함정이 무엇인지, 왜 빠져도 헤어날 맘이 들지 않는지 잘 안다. 심지어 작정하고 만들어 놓은 이미지도 아니라는 것이 팬들을 중독되게 만드는 거다.

 

박재범
레더 베스트 닐 바렛(Neil Barrett), 블랙 크롭트 팬츠 릭 오웬스(Rick Owens), 블랙 스니커즈 위에스씨(Wesc), 화이트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나이를 먹고 소년의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질 때가 된다면, 그는 또 어떤 느낌을 전유물로 갖게 될까. 매일, 매년이 기대되는 남자, 박재범이다. 재범에게서 강하게 풍기는 ‘자유로움’은 괜한 것이 아니다. 그는 또래의 남자에게 흔치 않은 면을 가지고 있다. 재빠르게 털어내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 상처받지 않는 쿨함,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낙천적 성격 덕분에 적지 않은 시련에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그룹 탈퇴 후 시애틀로 돌아가 타이어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일화는 꽤 유명하다).

그에게 연연함이란 없는 것 같다. 질질 끌거나 질퍽거리는 것 자체가체질에 맞지 않고 재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답답하고 힘들고 속상하죠. 순간적으로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그 일을 자꾸 생각하고 자책하면 앞이 보이지 않잖아요. 오히려 실수하거나 일이 꼬이면 그걸 최대한 빨리 잊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할 일이 많은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 진행이 더 안 되니까요. 어떨 때는 스트레스를 받을 틈도 없어요.”

 

박재범
지퍼 디테일 슬리브리스 생로랑 파리 바이 쿤(Saint Laurent Paris by KOON), 블랙 포켓 레더팬츠 자라(Zara).

재범이 그렇다고 특별히 자유롭게 지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착실하게 학교와 집을 오가고 친구들과 건전한 교제를 지속했을 뿐이다. 게다가 끼를 주체 못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가수가 된 것도 아니다. 우연히 어머니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게 됐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룹의 멤버로 서게 됐다. 다들 재범에게는 독특한 미국식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그의 생활은 반듯하고 잔잔했다.

“학창 시절 이후 최근까지 술, 담배 전혀 안 했다고 말하면 대부분 안 믿으시더라고요. 담배는 아직도 안 피우지만 술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배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이 다 음악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놀면서도 음악 만들고 춤추는 게 그냥 일상이고 놀이예요. 멈출 일이 없죠. 마치 나와 하나인 것처럼요. 그리고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라 사람들과 끊임없이 얘기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해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재범
레더 디테일 스웨트셔츠 자라(Zara), 셔츠 디올(Dior), 블랙 쇼츠 크리스 반 아쉐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하이톱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바이제레미 스캇(adidas Originals by Jeremy Scott),블랙 캡 크롬하츠(Chrome Hearts), 레이어드한 패턴 양말 삭스어필(Socks Appeal).

어떻게 보면 노래 좀 하고, 춤깨나 출 줄 아는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는 게 어울렸을지도 모를 그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기적이나 사고일지도 모르겠다. “하면 안 된다는 공식에 구애받지 않으려고 해요.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WELCOME’만 해도, 단순히 시도해볼 만한 장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방송되지 않을 게 뻔했지만 뮤직비디오도 신경 써서 찍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아주 멋진 시도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믿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노력파로, 무서울 정도의 근성을 발휘하는 그다. 머릿속에 ‘해서는 안 되는 음악’이라는 틀이 없는 가운데 집요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시도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그, 바로 뮤지션 박재범이다.

 

박재범
블랙 슬리브리스 톱 크리스 반 아쉐 바이 쿤(Kris Van Assche by KOON), 블랙 크롭트 팬츠릭 오웬스(Rick Owens), 블랙 스트레이트팁 슈즈 캠퍼(Cam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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