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의 탐색

그레이 코트와 수트 모두 엔트로페(Entrofe), 구두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그레이 코트와 수트 모두 엔트로페(Entrofe), 구두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딱 1년 전이겠다. 2012년 12월쯤인가, 폭설 때문에 거리에 나온 차들이 오도 가도 못했던 날 몇 명의 스타가 폭설 때문에 지하철을 탔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그중 하나가 지창욱이었다. ‘신분당선이 생겨 좋다’는 멘트와 함께 올라온 그의 인증샷은 폭설이 내린 그날, 많은 인터넷 뉴스를 장식했다. 참 별게 다 뉴스거리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고 다시 12월, 지난겨울보다 눈도 더 많이 내리고 추위는 더 혹독할 거라는 겨울, 그는 50부작 사극 <기황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 밤샘 촬영이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 사이 어쩌다 촬영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난 날(물론 아주 늦은 밤이다) 그를 마주했다.

<기황후>에서 그는 참 이상한 황제 ‘타환’을 연기한다. 명색이 왕인데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목숨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제 한 몸 지켜낼 힘도 없다. 지질한 황제 타환은 몸만 어른이지, 아이처럼 귀여운 구석도 있다. 유일하게 마음을 준 ‘기승냥’(하지원)에게는 애교에 투정까지 부리고, 그녀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서글프게 눈물을 흘린다. 한 회에 그가 연기해야하는 감정의 진폭은 꽤 크다.

“타환은 아주 입체적인 캐릭터예요. 철없는 아이 같지만 아픔이 있고, 때론 울분을 삭여야 하죠. 감정을 얼만큼 드러내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블랙 재킷과 팬츠, 화이트 셔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실버메탈 시계 펜디 워치(Fendi Watch).
블랙 재킷과 팬츠, 화이트 셔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실버메탈 시계 펜디 워치(Fendi Watch).

<기황후>는 16회 차 정도 촬영을 마쳤다. 미니시리즈로 따지면 작품 하나에 해당하는 분량이지만 최종회가 될 50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일 드라마도 해보고 주말 드라마도 해봤으니 오랫동안 호흡을 유지해야 하는 작품이 처음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죠. 반년 가까이 하나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잠도 잘 못 자고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연기를 기계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캐릭터가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일관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의 데뷔작이나 다름없는 주말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은 그런 고민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고 힘들었던 작품이다. “많이 괴로웠어요. 하루는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조진웅 형이랑 강남 한복판의 설렁탕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제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다가 펑펑 운 적도 있어요. 형이 그때 이렇게 말해줬어요. ‘힘들면 힘들어하는 게 맞고, 눈물이 나면 우는 게 맞다. 왜 자꾸 감정을 감추고 부정하느냐.’ 그렇게 함께 출연했던 형과 선생님, 작가님 덕분에 작품을 무사히 마친 것 같아요. 작가님은 지금도 저를 그때 극 중 이름인 ‘미풍’이라고 부르세요. 아마 그때 연기를 포기했더라면 다시는 이 일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예요.”

 

데님 셔츠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버건디 컬러 니트 풀오버 발란타인(Ballantyne), 블랙 팬츠 디올 옴므(Dior Homme), 브라운 구두 알도(Aldo).
데님 셔츠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버건디 컬러 니트 풀오버 발란타인(Ballantyne), 블랙 팬츠 디올 옴므(Dior Homme), 브라운 구두 알도(Aldo).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에서 연기하며 희열이나 뿌듯함이 아닌 괴로운 마음이 컸던 건, 그때까지도 ‘이 바닥’은 그에게, ‘이상한 나라’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그에게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게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데, 우리는 대수로운 일인 양 떠들며 특별한 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와 ‘연예인’이 사는 세상은 다르니까, 평범한 일을 그들이 하면 특별한 것이 되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어느 날 문득 막연하게 ‘배우’라는 직업이 멋있어 보여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창욱은 그날로 문과에서 예체능으로 진로를 바꾸고 연극영화과 입학을 준비한다. 누군가는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데 그는 고작 석 달을 준비하고 덜컥 합격했다.

“너무 쉽게 합격하니 연극영화과가 별거 아닌 것 같았죠. 저는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 매일 막 신나게 놀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저랑 완전히 달랐죠. 아주 오래전부터 이 길을 준비한 친구들은 세상을 초월한 사람들 같았어요. 모두 이미 예술가처럼 느껴졌어요. 다들 독특하고 이상해 보였죠. 수업에 들어가면 신체 훈련이랍시고 바닥을 막 구르는데 너무 어색했어요.

나 혼자만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1년 동안 학교에 가지 않고 방황했어요.” 불안한 시작이었지만 그는 결국 1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곧 죽어도 연기를 하겠노라고 바득바득 우기며 엄마에게 상처 줘가며 진로를 결정했는데 시작도 해보지 않고 관둘 수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방황하는 동안 수업 대신 선배를 따라다니며 단편영화를 촬영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미친 소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보니 꼭 필요한 수업이었던 거죠. 다시 시작하고 나서도 후회한 적이 많아요. ‘나한테 소질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는 눈앞이 캄캄하죠.” 후회의 순간을 뒤로하고 지금의 지창욱이 그만의 타환을 제대로 만들어내고 있는 건, 그리고 준비 없이 들어온 이상한 나라에서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사람들 덕분이다. 연기를 시작하고 알게 된 선배와 감독, 작가의 조언과 가르침 그리고 응원.

 

지창욱 화보
회색 머플러 노스프로젝트 바이 비이커(NorseProjects by Beaker) 화이트 & 그레이 셔츠 플러스 바이 커드(Flus by Kud) 팬츠 발란타인(Ballantyne)

2013년의 끝자락, 지창욱은 요즘 꽤 행복할 것 같다. <기황후>가 방송하는 날이면 그의 연기를 칭찬하는 뉴스가 어김없이 업데이트 되고, 드라마 속 그의 모습을 캡처하는 블로거도 부쩍 많아진 것 같다. 그래, 칭찬 속에 사는 건 좋은 일일 거다. “사실 사람들 반응은 잘 보지 않으려고 해요. 뮤지컬 <쓰릴 미>를 할 때 였는데, 그때 제 연기를 두고 엄청나게 많은 리플이 달렸어요. ‘저 연기는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식의 의견이었죠. 팬층이 두껍고 많은 배우가 거쳐간 작품이라 더 그랬을 거예요. 그 많은 의견을 읽고 나니 나중에는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흔들리더라고요. 점점 혼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이제는 댓글이나 평을 잘 읽지 않아요. 대신 대본을 읽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죠. 내가 하는 역할에 사명감을 가지고 누구보다 나 자신이 캐릭터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연기에 스스로 확신이 없으면 결국 중심을 잃고 캐릭터는 두루뭉술하게 흘러가버리더라고요.”

지창욱에게 2013년의 시작은 뮤지컬 <그날들>이었다. 1월부터 연습을 시작한 <그날들>은 지난 한 해 가장 큰맘먹고 한 도전이기도 하다. 흥행 성적도 좋았고 지창욱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 어워즈에서 신인상도 받았다. 뮤지컬은 그에게 꿈이었다. 그 꿈이 이뤄져 무대에 오른 자신이 신기할 만큼. “스물한 살에 제 생애 첫 독립영화 촬영을 마치고 대학로에서 오디션을 봤어요. 알과핵 소극장이란 곳인데 그곳에서 일주일간 공연을 했죠. 주인공 한 명이 이끌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몇 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뮤지컬이에요. 그때 엄청나게 혼났어요. 그 뒤로 뮤지컬 무대에 꼭 다시 서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가창 수업도 듣고 혼자 뮤지컬 곡 연습도 하곤 했죠.” 그러다 <쓰릴 미>를 하고 <그날들> 무대에 올랐다.

“그거 알아요? 죽도록 연습하는데 마음만큼 안 되는 거예요. 어느 날인가는 갑자기 ‘내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안 찍었으면 확 도망가려고 했어요. 그때 장유정 감독님이 큰 힘이 됐어요. 힘들고 막히면 무조건 감독님한테 풀었죠. 술 먹고 감독님 앞에서 막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제가 사회에서 ‘엄마’라고 부르는 분이 되었죠.” “주사가 술 먹고 우는 건가봐요.(웃음)” “아니에요! 절대! 진짜!”

 

하늘색 롱 코트 철동 바이 커드(Cheol Dong by Kud), 블루 체크 셔츠 문수 권 바이 커드(MunSoo Kwon by Kud), 와인 컬러 벨벳 팬츠 디파트먼트 파이브 바이 비이커(Department Five by Beaker), 구두 유나이티드 누드(United Nude).
하늘색 롱 코트 철동 바이 커드(Cheol Dong by Kud), 블루 체크 셔츠 문수 권 바이 커드(MunSoo Kwon by Kud), 와인 컬러 벨벳 팬츠 디파트먼트 파이브 바이 비이커(Department Five by Beaker), 구두 유나이티드 누드(United Nude).

지창욱에게 2014년의 시작은 당연히 <기황후>다. 아직 절반도 채 오지 않았으니 당분간은 ‘딴짓’을 상상할 수도 없다. 연말에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날 계획도, 친구들을 만나 밤새 술을 마시는 계획도 한참 미뤄둬야 할 판이다. 인터뷰하는 동안 몇 번이나 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직도 어떤 사람들은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의 착하고 건강한 청년의 이미지 때문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그를 보고 놀라기도 한단다. 하긴 <기황후> 이전의 그는 늘 착실한 누군가였다. 일탈과는 좀처럼 상관없을 것 같은 남자.

“작품이 없을 때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보낼 때도 있어요. 갑자기 문득 뭔가가 하고 싶으면 실행에 옮겨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하루는 갑자기 새벽 4시에 여행을 가고 싶었어요. 무작정 대충 짐을 싸 집을 나섰죠. 그런데 계산을 잘못한 거예요. 해가 뜨고 나니까 잠이 막 쏟아지는 거죠. 그래서 일단 휴게소에서 잠을 자고 가기로 했어요. 그때가 한여름이었는데,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을 뜨니 정오가 다 됐더라고요. 대충 세수하고 다시 길을 떠났어요. 그렇게 슬렁슬렁 가다 보니 부산이더라고요.”

드라마<다섯 손가락>이 끝난 뒤에는 술만 마시면서 일주일을 보냈다. 매일 나가던 촬영장에 나갈 수 없고, 매일 만나던 스태프들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공허해 일주일을 꼬박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일주일 내내 한 일이라 곤 술을 마시거나 자거나 혹은 술 때문에 힘들어하거나 그게 전부였다. 그렇게 공허한 마음을 조금 달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이런저런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하나 끝내고 나면 결국 남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기황후>가 끝나면 난 더 이상 타환으로 살지 않겠죠. 하지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남아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이 생기면서 점점 내가 진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항상 말하죠. 배우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처음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느낌이 와요.하지만 여전히 ‘좋은 배우란 어떤 배우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어요. 계속 고민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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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l On Top

리본 네크라인이 깜찍한 체크 패턴 코튼 셔츠 1백10만원대, 코튼 쇼츠 가격 미정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리본 네크라인이 깜찍한 체크 패턴 코튼 셔츠 1백10만원대, 코튼 쇼츠 가격 미정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V넥 울 니트 톱과 플로럴 패턴 자수가 돋보이는 울 팬츠 모두 가격 미정, 마틴게일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 1백2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V넥 울 니트 톱과 플로럴 패턴 자수가 돋보이는 울 팬츠 모두 가격 미정, 마틴게일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 1백2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니트 톱 1백40만원대, 송아지 가죽 부츠 1백80만원대, 송아지 가죽 소피아 코폴라 백 4백3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핑크색 니트 톱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핑크색 니트 톱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퀸 장식 울 오버사이즈 롱 코트와 레이스 장식 실크 점프수트 모두 가격 미정, 마틴게일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 1백2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하이웨이스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퀸 장식 울 오버사이즈 롱 코트와 레이스 장식 실크 점프수트 모두 가격 미정, 마틴게일 스웨이드 소재 펌프스 1백2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하이웨이스트 쇼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이스가 장식된 플로럴 프린트 실크 드레스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레이스가 장식된 플로럴 프린트 실크 드레스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모노그램과 스트라이프 패턴을 조합한 레이스 드레스3백80만원대, 위에 걸친 코튼 재킷 2백5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모노그램과 스트라이프 패턴을 조합한 레이스 드레스3백80만원대, 위에 걸친 코튼 재킷 2백50만원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코튼 오버사이즈 블루종과 주얼 장식 니트 톱, 코튼 쇼츠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코튼 오버사이즈 블루종과 주얼 장식 니트 톱, 코튼 쇼츠 모두 가격 미정 루이비통(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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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t Chouette

최근 쟈뎅 드 슈에뜨의 화이트 라벨을 선보인 디자이너 김재현. 기존의 컬렉션 라인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베이식한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쟈뎅 드 슈에뜨의 화이트 라벨을 선보인 디자이너 김재현. 기존의 컬렉션 라인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베이식한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다.
장윤주가 입은 옷은 모두 쟈뎅 드 슈에뜨 화이트 라벨(Jardin de Chouette White Label).
장윤주가 입은 옷은 모두 쟈뎅 드 슈에뜨 화이트 라벨(Jardin de Chouette White Label).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셨죠? 윤주씨는 지난 컬렉션 때 프런트 로에 앉아 있는 걸 봤어요. JANG YUN JOO(이하 J) 쇼 끝나고 통 못 만나다가 한 달 전쯤 만나서 같이 밥 먹으면서 수다 떨었죠. 늘 컬렉션 땐 무대 위에 있다가 프런트 로에 앉아서 쇼를 감상하니 새로웠어요. KIM JAE HYUN(이하 K) 이번엔 앉아 있지 말고 쇼 해. 장윤주가 나와서 워킹 한 번 해야지.(웃음)

프런트 로에서 리듬을 타며 쇼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J 아무래도 오랫동안 모델 일을 하다 보니 좀 넓은 시각으로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델들의 워킹은 물론 조명, 음악, 무대장치, 쇼 분위기, 옷까지 모든 게 한 눈에 눈에 들어와요. 쟈뎅 드 슈에뜨 쇼는 옷도 더없이 멋지지만, 대한민국 톱 모델들을 모두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음악이 참 좋아요. 나는 좀 깊이 있고 리듬이 있는 쇼 음악을 좋아해서 가끔 아쉽긴 하지만, 뭐랄까…, 쟈뎅 드 슈에뜨 쇼 음악은 김재현이 만든 옷처럼 밝고 세련된 느낌이에요. K 모델들도 쇼 음악이 맘에 들면 워킹할 때 신나지? J 물론이죠. 쟈뎅 드 슈에뜨 쇼는 모델들로 하여금 워킹하면서 웃게 만들어요. 언니 옷을 입으면 막 예쁘게 보이고 싶고, 춤추고 싶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유혹하고 싶어지죠.(웃음) 그나저나 이번 쟈뎅 드 슈에뜨 쇼 때는 어떤 음악이 나오나요? 예전처럼 계속 힙합과 뉴웨이브? K 아직 잘 모르겠어. 나름대로 쟈뎅 드 슈에뜨는 힙합, 럭키슈에뜨는 록이라는 큰 공식이 있었는데, 이번 쇼는 지난번과 뭔가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쟈뎅 드 슈에뜨는 조금 더 프라이빗하면서도 쿠튀르적인 살롱쇼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고, 럭키슈에뜨 컬렉션은 록 공연처럼 신나고 꽉 찬 느낌이 드는 게 맞는 것 같아. J 개인적으로 쟈뎅 드 슈에뜨 컬렉션이 좀 더 클래식하고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옷도 음악도 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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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뎅 드 슈에뜨 컬렉션을 음악에 비유한다면 어떤 장르일까요? J 초반에 쟈뎅 드 슈에뜨 컬렉션엔 ‘클래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컸어요. 모델로 일하면서 갖게 된 커다란 추억 중 하나인 쟈뎅 드 슈에뜨의 첫 번째 컬렉션이 특히 그랬죠. 악기로 치자면 사중주가 있었어요. 첼로 선율도 있고, 피아노 건반 소리도 들렸죠. 시간이 지나면서 드럼 소리가 크게 들리는 록 음악과 힙합적인 요소가 들어가긴 했지만, 난 쟈뎅 드 슈에뜨는 영원히 ‘클래식’이라고 생각해요. K 윤주는 우리가 ‘장 디렉터’나 ‘장 장군’이라고 놀릴 정도로 예리하게 컬렉션을 꿰뚫고 있어요. 컬렉션이 끝나면 리뷰를 해주는데, 그게 아주 정확한 지적이라 놀랄 때가 많아요.

많은 사람이 쟈뎅 드 슈에뜨의 첫 번째 컬렉션을 많이 기억해요. 그땐 카를라 브루니 음악이 나왔잖아요.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죠. K 그땐 ‘컬렉션’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없을 때였어요. 첫 쇼를 야외에서 한다는 것도 말도 안 됐고, 캣워크도 없는 호텔 정원에서 한다는 것도 쇼를 진행하는 팀에겐 난처한 제안이었죠. 음악은 늘어지기 쉬운 샹송에… 아무튼 뭐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해요.

카를라 브루니의 ‘You Belong to Me’에 맞춰 걷다가 나뭇가지가 보이면 살짝 들기도 하고, 드레스가 밟히며 웃으면서 스커트 자락을 살짝 드는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참 예뻤거든요. J 그때 많은 여자들이 ‘저 옷을 입고 싶다’라 고 생각했을 거예요. 요즘엔 어떤 음악을 들으세요? J 얼마 전에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장필순씨가 나오셔서, 그분의 새로운 음반을 들어봤어요. 그중 ‘난 항상 혼자 있어요’란 곡을 듣는데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장필순씨도 참 아름답고 평온한 분이셨고, 그 분과 대화를 나누고 그분의 음악을 듣는 그 시간이 참 좋았어요. K 얼마 전까지 뉴욕의 인디 밴드 체어리프트(Chairlift)의 음악을 즐겨 듣다가 다시 요새는 옛날 음악을 들어요.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대학 시절에 많이 들었던 뉴웨이브 그룹의 음악, 펫숍 보이스 같은 그룹의 음악은 언제나 신나고 좋죠.그럼 그걸 쇼 음악으로 써보는 건 어때요? K 이상하게 옛날 음악이 와인이나 맥주 한잔하면서 듣는 건 참 좋은데, 쇼 음악으로 쓰기엔 어딘가 모던한 느낌이 좀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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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외국처럼 뮤지션에게 쟈뎅 드 슈에뜨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청탁하는 건 어떨까요? K 정말 그러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렵네요. 뮤지션과 취향도 맞아야 하고, 뮤지션이 패션도 잘 알아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다프트 펑크처럼 디제잉도 잘하고, 음악도 직접 만드는 DJ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두 분 다 기억에 남는 컬렉션 음악이 있다면요? J 지춘희 선생님 컬렉션에서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워킹하는데 마음이 움직이고 센티멘털해지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인 음악이었어요. K 예전에 에디 슬리먼이 디올 옴므에서 일할 때 그즈음 디올 옴므 컬렉션 음악이 진짜 좋았어요. 군더더기 하나 없고 에지 있었죠. 옷과 음악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쟈뎅 드 슈에뜨와 럭키슈에뜨의 옷에는 늘 음악적인 요소가 있어요. 록과 힙합과 어우러진 쿨하고 신나는 느낌. 언젠간 어울리는 록 밴드가 있다면 컬렉션에서 라이브 연주를 해도 멋있을 것 같은데요. J 언니 안에 있는 ‘록적이고 힙합적인’ 감성이 점점 더 옷에 표현되는 것 같아요. 뮤지션이든, 가정주부든, 아티스트든, 나는 그 사람들이 내놓는 결과물이 바로 그 사람 자체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굳이 표현하는 직업에만 해당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우리 같은 직업을 가진 사 람들은 조금 더 확실하게 나오긴 하지만요. 재현 언니도 마찬가지예요. 언니가 가진 젊고 건강한 생각과, 멋진 경험이 쌓여서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거거든요. 그래서 멋쟁이라면 누구나 김재현의 옷을 입고 싶어 하고 김재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갖죠. 물론 상업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잘하고 있지만, 난 언니가 늘 자신을 ‘아티스트’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작품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상품’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웃음) K 윤주는 가끔 나보다도 내 옷과 쇼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부터 윤주를 보면 늘 뭔가를 해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다른 모델들이랑은 달랐어요. 총명하고 늘 촉이 서 있었죠. 지금은 어떤 안정감까지 느껴져요. 많은 모델에게 그야말로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이번 컬렉션에서 오랜만에 윤주 씨의 파워 워킹을 볼 수 있는 건가요? J 아유, 모르겠어요. 제가 나서도 될까요?(웃음) K 쇼 해야지! 피날레 때 장군처럼 모델들 쫙 끌고 나와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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