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의 청춘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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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 ‘루키상’을 받게 된 건 배우 임시완이다. 우리 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서 임시완의 행보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물론 영화 <변호인> 때문이다. 연기를 하는 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역할이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찍었을지 궁금했다.

“부담감이 컸어요.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개봉하기 전까지 많이 불안했어요. 저한테는 버거운 역할이었고, 존재감이 큰 선배님들이랑 함께했고, 그 안에서 제가 한 부족한 연기가 튀어 보이지 않을까 걱정됐고요. 개봉 후 많은 분이 좋게 이야기해주어서 조금 안심했죠.” 이번 영화를 찍으며 그는 삭발을 했고, 실제로 굶으며 10kg까지 감량했으며, 끔찍한 고문 장면을 소화해냈다. 나도 모르게 임시완이 아니라 영화 속 ‘진우’를 만난 것처럼 물어보게 되었다. 이제 몸은 괜찮아졌느냐고.

“고문당하는 장면이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많은 분이 몸은 괜찮으냐며 안부를 물어보세요. 올초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 대신 <변호인>과 관련된 이야기만 들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장면에서는 고통을 가해야 하는 입장인 곽도원 선배님이 더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그 신 찍고 오히려 두 발 뻗고 잤는데, 선배님께서는 심적으로 괴로우셨는지 밤에 혼자 술을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왕관 데멘드 데 뮤테숑 바이 커드(Demande de Mutation by Kud).
그동안 알려진 임시완의 이미지는 영화 초반부에 야학에서 누님들에 게 책을 읽어주며 말갛게 웃는 신의 진우의 모습에 가깝다. 반듯하고 바른 생활의 남자로 유명한 그는 담배나 문신 같은 반항적인 청춘을 상징하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을뿐더러 연애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분석적인 성격으로 연예인을 할 만한 끼가 없어서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는 그는 연기를 하고 나서 길을 찾은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처음에는 데뷔만 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데뷔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더라고요. 잘하는 사람도 많고 치열한 이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계속 활동을 하는 게 나만의 욕심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드라마 <해를 품을 달>로 연기라는 걸 접하게 됐어요. 그때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연예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리고 이제 임시완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제국의 아이들이 아니라 <변호인> <미생 프리퀄> <스탠바이> <해를 품은 달> 같은 배우로서 쌓은 필모그래피가 먼저 떠오른다. “가수와 배우, 어느 쪽을 택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이렇게 대답했어요. 제 진로는 대중이 결정해줄 거라고요.”

 

안에 입은 니트 스웨터 쟈딕 앤 볼테르(Zadic & Voltaire), 레더 믹스 보머 재킷 올세인츠(All Saints), 데님 팬츠 카이아크만(kai-aakmann).
영화 <변호인>에서 송 변호사를 일깨우는 진우의 명대사가 있다.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하지만 바위는 죽어 있고 달걀은 살아 있다. 달걀은 깨어나서 바위를 넘을 수 있다.’ 영화에서 임시완이 연기한 건 1980년대 초반을 살았던 청춘의 초상이다. 힘없고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정신을 가진 청춘. 그 청춘이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황폐해져 텅 빈 눈을 되기까지의 과정은 슬프고 처절하고 잔인하다. 그를 그렇게 만든 것들을 향해 분노하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임시완이 생각하는 아름다운청춘은 어떤 모습일까?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작품도 잘 만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때 시에 완벽할 완이라는 좋은 이름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인데 저한테는 마치 부적 같아요. 어떻게 이런 운이 따르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이름밖에 없어요(웃음).  본인이노력한다고 해서 그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공평한 사회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을 얻어도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결과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용기 있게 도전하고,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욕심을 부리는 분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인 것 같아요. 이번에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사실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철저하게 준비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에 하던 공부를 접고 연습생으로 연예계에 뛰어든 것. 그리고 이번 영화 <변호인>을 하기로 한 것. 아, 그리고 최근에 정글에 다녀온 것. 이 정도가 저의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정글도 참 좋았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는데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일을 경험 해본 거니까요.”

 

블랙 레더 패치 팬츠 씨와이 초이 바이 커드(Cy Choi by Kud),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패치 팬츠 씨와이 초이 바이 커드(Cy Choi by Kud), 블랙 터틀넥 풀오버,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로 스스로에게 정당한 휴식을 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차기작으로 결정한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잠시 휴식 중이다. 쉬엄쉬엄 운동도 시작했고,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는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 20대는 그럭저럭 잘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학창 시절로 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볼까 싶다. 최근에는 혼자 극장에 가서 <변호인>을 다시 봤다.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촬영 할 때의 느낌을 저한테 각인시키고, 되짚어보고 싶었어요. 좋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배운 게 저한테는 아주 컸던 것 같아서요.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변호인>을 기점으로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분명히 무언가는 달라진 것 같아요. 제게 큰 재산으로 남을 작품이에요.

 

블랙 오버사이즈 코트 데어 로에(Der Rohe).
블랙 오버사이즈 코트 데어 로에(Der R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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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Woman

스카이 블루 레이스 시스루 원피스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스카이 블루 레이스 시스루 원피스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그런 여자가 있다. 방금 전까지 꽃처럼 웃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 순간 상대방을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어떤 기운을 가지고 있는 여자. 그 여자는 순수하고 투명한 소녀처럼 보이지만, 설득이나 양해가 불가능한 내면은 때로 의도하지 않아도 누군가를 파멸과 불행으로 툭 밀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육감적인 몸을 가진 것도, 조각한 듯 완벽한 얼굴을 가진 것도 아닌데 표정과 몸짓과 한마디 말로 남자의 이성과 지성을 마비시키고, 도덕과 양식을 잊고 질투에 불타는 수컷이 되게 만든다.

 

화이트 스팽글 언밸런스 원피스 샤넬(Chanel), 가로 직사각형 바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 레이어드 링 모두 티로즈(TRose).
화이트 스팽글 언밸런스 원피스 샤넬(Chanel), 가로 직사각형 바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 레이어드 링 모두 티로즈(TRose).

<은교>의 김고은이 등장과 함께 영화계를 흥분시킨 건 연기 경험이 전무한 스물한 살 어린 여배우에게서 그 여자를 봤기 때문이다. 김고은이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하게 될지는 일찌감치 많은 사람의 관심사였다. 간혹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순서로 세상을 만나는 사람이 있다. 김고은이 그랬다. 너무 일찍 만난 은교의 잔영은 사라질 것 같지 않았고, 두 번째 작품이 데뷔작의 강렬함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몬스터>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였다면 왠지 실망스러웠겠지만, 그렇다고 스릴러도 짐작 밖이다.

“상상만큼 <은교> 다음에 시나리오가 쏟아져 들어오고 그러지 않았어요. 그냥 다시 학교 다니고, 난 길게 보고 갈 거니까 괜찮아, 하면서도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마침 스릴러 장르에는 늘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항상 여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도는 싫었어요. 그렇지 않아서 선택한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자주 하던 때였거든요.”

 

타임 원피스
블랙 시폰 원피스타임(Time), 세로 직사각형 바 네크리스, 로즈 골드 레이어드 링 모두 티로즈(TRose).

아직 개봉 전인 영화는 트레일러만으로 <은교>의 기억을 무디게 만든다. ‘복순’은 노점상을 하면서 동생과 둘이 산다. 바가지머리에 손으로 짠 털 조끼와 꽃무늬 남방, 몸뻬 차림의 복순이 무슨 일로 수가 틀렸는지 과도를 뽑아 들고 성질을 피우는 장면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은교는 갔다. 대신 동네에서는 ‘미친년’으로 통하고, 동생을 죽인살인마와 맞짱을 뜨고 껌 씹듯 분을 씹으며 ‘씹새끼’ 같은 19금 욕도 뱉을 수 있는 여자로 김고은은 돌아왔다.
“복순이는 자기한테 소중한 걸 지키려는 아이에요. 그래서 동생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맹목적일 수 있는 아이요. <은교> 할 때 힘들었을 거라고들 하시는데 사실 전 기쁘고 행복했어요. 뭘 몰라서 그랬을 거예요. 앵글에 내가 어떻게 들어가야 하나, 그런 것조차 전혀 몰랐으니까요. 저 하는 걸 보시고 감독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하면서 제 움직임에 카메라가 따라오게 하셨어요. 저는 이건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 하면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지? 노력만 하면 됐죠. <몬스터>를 찍으면서 정신적으로는 훨씬 힘들었어요. 일단 저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커 버거웠어요. <몬스터>를 하며 이제 현장에 익숙해졌어요. 아,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카메라 감독님도, 조명 감독님도 힘들구나, 알게 된 거죠. 뉴욕 아시아 영화제 갈 때 정지우 감독님이 제 얼굴이 달라졌다고, 딴사람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김고은 화보
화이트 시폰 스팽글 패턴 장식 원피스 이로(Iro), 실버 링 디디에 두보(Didier Dubot).

<몬스터> 속 김고은에게는 <마더>의 원빈 같은 낯섦이 있다. 우아한 외모에 갇힌 동네 바보, 쉽고 만만할 거라는 예측을 벗어나는 막무가내의 자아 같은 것들은 일상적 경험을 통해 조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김고은은 복순이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라는 애초 설정을 버렸다. 교육과 관계를 통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 보통 아이들과 다른 결을 가지게 된 아이가 되면서 복순은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그러나 계산된 분석이나 반복된 리딩으로 얻어진 결과는 아니다. 정해진 캐릭터를 학습하고, 구현하기보다 캐릭터와 만나고 융화되는 과정을 거쳐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김고은이다.

‘분석하려고 하면 백지가 된다’는 김고은의 고백을 불성실이나 신인 배우의 미흡함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것은 김고은이 배우로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는 여배우 틸다 스윈턴이나 나탈리 포트만이 생래적 아우라를 더해 자신들의 연기를 완성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이성적으로 캐릭터에 접근하고, 장면마다 호흡마다 치밀하게 조율한 연기에 더해지는 무엇. 그것은 배우 자신의 은밀한 방에서 이뤄지는, 아무도 관여하거나 참견할 수 없는 화학적 과정이고, 노력만으로는 꺾을 수 없는 타고난 배우들의 세계다. 아직 김고은은 작품과 세월 속에 제련된 배우들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일천한 경험을 가졌을 뿐이지만, 같은 증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김고은 화보
라이트 그레이 쇼트 니트 톱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아이보리 시폰 롱스커트 세린느(Celine).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날, <몬스터> 개봉을 목전에 둔 김고은은 <협녀: 칼의 기억> 막바지 촬영 중이었다. 인터뷰를 끝내고 스튜디오를 나서던 김고은이 돌아와 다시 앞에 앉으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아까 배우란 직업에 대해 물어보셨잖아요. 결투 신을 찍다 알게된 건데, 내가 남을 다치게 하는 순간도, 남이 나를 다치게 하는 순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더라고요. 유난히 합이 긴 신이었어요. 중간에 제가 다친 걸 알았는데, 어차피 다친 거 지금 얘기하나 이 신 끝나고 얘기하나 똑같으니까 일단 가자, 하고 찍었어요. 그 신 다 찍고 나니 다들 왜 그걸 참고 있었느냐고 난리였죠. 심하게 다쳐서 결국 그날은 촬영을 계속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때, 내가 배우를 계속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왠지 그랬어요.”

 

네이비 패턴 화이트 베스트 팬츠 산드로(Sandro), 스트라이프 슈즈샤넬(Chanel), 별 모양 링, 세로 직사각형 바 네크리스 모두 티로즈(TRose).
네이비 패턴 화이트 베스트 팬츠 산드로(Sandro), 스트라이프 슈즈 샤넬(Chanel), 별 모양 링, 세로 직사각형 바 네크리스 모두 티로즈(TR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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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air Lady

머리에 두른 실크 스카프 에르메스(Hermes), 퍼프소매 화이트 원피스 질 스튜어트(Jill Stuart)
머리에 두른 실크 스카프 에르메스(Hermes), 퍼프소매 화이트 원피스 질 스튜어트(Jill Stuart)

화보를 진행하기 전, 오마주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박신혜가 선택한 인물은 오드리 헵번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미 과거의 인터뷰에서 오드리 헵번에 대한 애정을 공공연히 밝혀왔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위대한 배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배우인 동시에 아름다운 인간이었던 오드리 헵번은 자신의 말과 삶이 일치했기에 누구보다 아름다운 말년을 보냈다. 그리고 박신혜, 그녀도 아름다운 인간으로 살고 싶은 것 같았다.

“오드리 헵번의 모습은 지금 봐도 참 세련되잖아요. 거기에서 배어나는 사랑스러움이나 당당함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고요. 그분은 자존감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도 사랑하지 못하니까요. 그녀는 대단한 스타였지만 자신의 삶을 충실히, 열심히 살았잖아요. 그 점을 꼭 닮고 싶어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는 게 제 가장 큰 목표예요. 지금처럼 평소에 봉사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산다면 그만한 행복이 없을 것 같아요.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나를 위해서 살고 싶어요.

 

트윌리 스카프 에르메스(Hermes), 라이트 핑크 컬러 풀 스커트 에이치앤엠(H&M), 페이턴트 플랫 슈즈 레페토(Repetto), 진주 귀고리와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클래식한 자전거 비토 바이 바이크 팩토리(Vite by Bike Factory)
트윌리 스카프 에르메스(Hermes), 라이트 핑크 컬러 풀 스커트 에이치앤엠(H&M), 페이턴트 플랫 슈즈 레페토(Repetto), 진주 귀고리와 화이트 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클래식한 자전거 비토 바이 바이크 팩토리(Vite by Bike Factory)

나는 지난해 이맘때 박신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 꼬박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에게는 멋진 일들만 벌어진 것 같다. 든든한 ‘오빠’들과 함께 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었고, 드라마 <상속자들>을 만나면서 박신혜는 또래 청춘 배우들과 함께 말 그대로 빛나는 ‘스타’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박신혜는 영화 <상의원>(가제)의 크랭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시대 한복 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번 사극에서 한석규, 고수, 유연석 등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늘 상대 배우 복이 많은 그녀다. 크랭크인까지 딱 2주 남았다.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녹초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한 작품이 끝나면 아무래도 같이 한 사람들도 생각하고 후유증이 남으니까. 이번에도 <상속자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다음 날 일어나니까 눈물이 맺혀 있는 거예요. 이제 새로운 영화도 해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몸이 피곤해도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저만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럴 때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요즘에는 꽃을 만지고 있는데 참 기분 좋은 일이더라고요.”

 

블랙 니트 스웨터 에이치앤엠 컬렉션(H&M Collection), 블랙 팬츠 마쥬(Maje), 진주 귀고리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 세트 파넬(Parnell), 클래식한 패턴의 러그 이튼 알렌(Ethan Allen)
블랙 니트 스웨터 에이치앤엠 컬렉션(H&M Collection), 블랙 팬츠 마쥬(Maje), 진주 귀고리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 세트 파넬(Parnell), 클래식한 패턴의 러그 이튼 알렌(Ethan Allen)

전에 그녀를 만났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도 그녀가 무척 많은 취미를 가졌다는 점이었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박신혜는 스노보드와 웨이크보드, 펜싱, 승마, 배드민턴, 수영, 골프까지 섭렵한 스포츠 마니아에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는 시간을 가장 사랑한다. 재작년부터는 몸의 균형 감각을 높이기 위해 현대무용도 배웠다. 그 외에도 도예, 요리, 배낭여행까지 그녀는 하고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 이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취미가 많은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꽤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예민해지기도 쉽고, 압박감도 많은 환경에서 일하면서 이 정도의 취미를 즐기려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누구보다 바쁘면 바빴지 결코 한가할 리 없는 박신혜는 필사적으로 본인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다. 언제 어디에서든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주위 시선 의식하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 생각하는 편이에요. 안 그러면 진짜 못 살 것 같아요. 얼마 전에 가족들하고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적인 시간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어요. 또 언제 이런 관심과 사랑을 느껴볼까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쉽지가 않구나, 생각하게 되죠. 근데 이번에 <상의원>을 하면서 만난 한석규 선배님이나 고수 선배님은 어떤 여유가 있고, 그 모습이 참 멋있는 분들이에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시 같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블랙 하이넥 스웨터와 아이보리 샤 스커트, 토슈즈 모두 레페토(Repetto)
블랙 하이넥 스웨터와 아이보리 샤 스커트, 토슈즈 모두 레페토(Repetto)

이번 화보에서 오드리 헵번이 사랑한 것들을 재현하려고 했을 때 굳이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여배우들이 힐을 신고 또각거리며 걸을 때 플랫 슈즈를 신고 촬영장과 촬영장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다녔다는 헵번의 모습과 박신혜의 몇 가지 습관 사이에는 상당히 공통분모가 많다. 조건 없이 순수한 우정을 나누어주는 동물과 항상 함께있고, 튀튀를 입은 모습이 참 잘 어울리고, 자신을 웃게 만드는 일에서만큼은 절대 후회하지 않는 여자들이다.

“일을 하다 상처 받거나 힘이 들 때면 일단 얼굴에 웃음이 없어지잖아요. 그렇게 웃지 않으면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웃고,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웃고, 또 그 사람들이 웃는 걸 보면서 나도 진심으로 웃을 수 있고. 그래도 도저히 웃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럴 땐 그냥 솔직히 말해요. ‘죄송해요, 제가 상황이 너무 안 좋아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할게요. 다음에 만났을 때는 더 잘할게요.’ 이게 제 스타일 인 것 같아요.”

 

따뜻하다거나 사랑스럽다는 말이 칭찬인 시대는 지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래도 박신혜의 웃는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모두가 무뚝뚝하고 시크한 시대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기운을 품은 배우가 있어서 좋다. 어쨌거나 박신혜는 잘 웃는 여자다. 앞으로도 그녀가 웃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예전에는 시청자나 관객과 같이 늙으며 말벗이 될 수 있는,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는데, 한 가지 더 추가된 게 있어요. 배우라는 게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직업이잖아요. 그게 엄청난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한 사람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큰일인 것 같아요. 이러다가도 이러다가도 또 무너질 것이고, 그래서 무섭기도 하지만, 이건 늘 가슴에 새기고 있으려고요.”

 

클래식한 재킷 드민(Demin), 슬릿 디테일 H라인 스커트 아이잗 컬렉션(The Izzat Collection),스틸레토 힐 디올(Dior), 진주 귀고리와 모자, 블랙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클래식한 재킷 드민(Demin), 슬릿 디테일 H라인 스커트 아이잗 컬렉션(The Izzat Collection),스틸레토 힐 디올(Dior), 진주 귀고리와 모자, 블랙 벨트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실크 드레스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골드 새틴 펌프스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진주 귀고리와 블랙 롱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라워 프린트 소파, 클래식한 패턴의 러그 모두 이튼 알렌(Ethan Allen)
골드 실크 드레스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골드 새틴 펌프스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진주 귀고리와 블랙 롱 글러브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플라워 프린트 소파, 클래식한 패턴의 러그 모두 이튼 알렌(Ethan A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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