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oman

시스루 블랙 브라톱 15만5천원, 골 조직 니트 타이츠 7만6천원 모두 월포드(Wolford)
시스루 블랙 브라톱 15만5천원, 골 조직 니트 타이츠 7만6천원 모두 월포드(Wolford)
베이식한 티셔츠 가격 미정 혜박앤룬(Hye Park and Lune), 하이웨스트 시스루 블랙 브리프 13만5천원 월포드(Wolford)
베이식한 티셔츠 가격 미정 혜박앤룬(Hye Park and Lune), 하이웨스트 시스루 블랙 브리프 13만5천원 월포드(Wolford)
골 조직 니트 타이츠 7만6천원 모두 월포드(Wolford).
골 조직 니트 타이츠 7만6천원 모두 월포드(Wolford)
하이웨이스트 시스루 블랙 브리프 13만5천원 월포드(Wolford)
하이웨이스트 시스루 블랙 브리프 13만5천원 월포드(Wol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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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같이 촬영을 하다 보니, 장윤주와 사이이다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장윤주 우리 둘은 개인적인 작업을 함께 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어느새 파트너를 넘어 친구가 되고, 그래서 오랫동안 끈끈한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모델로서 화보를 찍을 때와 개인적으로 나의 모습을 찍을 때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패션 화보는 모델과 사진가 사이의 긴장감, 무드가 트렌드와 함께 사진에 녹아나야 하고, 개인적인 사진은 그에 비해 편안하다 보니 감성적인 이미지가 더해진다.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본래의 나의 모습. 그런 여자 장윤주의 모습은 누구보다 사이이다가 잘 포착해낸다.

앨범 재킷 사진들이 참 좋았는데, 그 이미지도 모두 사이이다가 찍은 걸로 안다. 장윤주의 사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란제리에 블랙 스타킹을 신은 앳된 모습도 사이이다의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사이이다 오래전 윤주한테 내 그림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었고, 우리 집에서 둘이 그림을 그리다 그 사진을 찍게 되었다. 친구로서 편안하게 작업하다가 윤주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은 찰나를 포착한 지극히 ‘윤주다운’ 모습이다. 사실 화려하고 멋지고 우월한 윤주는 수많은 포토그래퍼가 훌륭하게 담아냈다. 10년 넘게 윤주와 친구로 지낸 나는 그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 소박하고 담백한 멋의 그녀를 안다. 윤주는 화려한 세계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진솔한 이미지를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다.

이번 작업을 제안했을 때, 꼭 찍고 싶은 시안을 발견했다며 들떠 있었다. 장윤주 얼마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맘에 쏙 들어 구입해온 이미지 북이 있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일상적인 누드를 찍은 사진인데, 처음 이 사진을 보고 바로 사이이다가 떠올랐다. 그녀가 실제 남자친구가 아니어서 꽤 오랫동안 고심했지만.(웃음) 남자 포토그래퍼가 아니라면 남녀의 설레고 끈적끈적한 시선보다는 쿨하고 시크한 느낌으로 촬영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촬영은 부담 없이 편안했고 그래서 더욱 과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촬영은 어떤 무드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사이이다 각 잡지 않고 최대한 힘을 덜어낸 채 촬영했다. 보편적으로 멋있는 모습을 담기보다는 윤주의 내추럴한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으니까. 해질 무렵의 빛을 많이 이용했고 그래서 조금은 러프한 사진이 완성됐다. 모델에게 훅 들어가는 느낌이 아닌, 거리를 두고 보는 사진이다.

앞으로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스토리들이 있을 것 같다. 장윤주 안 그래도 둘이 사진집을 내보자 했는데, 지금은 잠시 미뤄둔 상태다. 굳이 새로 찍지 않아도 그동안 오랜 시간 함께하며 기록해둔 좋은 사진들이 참 많더라. 사이이다가 한결같이 나를 애정 어린 눈으로 찍어주는 건 나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directed by JANG YOON JU

신세경의 한 판

신세경

신세경
그레이 니트 스웨터 엠엠식스(MM6), 진 스커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도박은 아슬아슬하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고 확률은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아무리 타짜여도 승리를 늘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 역전이 가능한 한탕에 성공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인생 말아먹을 수도 있다. <타짜: 신의 손>(이하 <타짜2>)은 제목 그대로 ‘타짜들’이 주인공이다. 우리는 이미 ‘고니’가 등장한 <타짜>에서 고스톱의 재미를 봤다. 배신, 음모, 의리, 사랑 등이 얽히고설킨 도박판은 꽤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니의 조카가 떠오르는 타짜로 돌아왔고, 신세경은 그 조카의 연인이자 전문 도박꾼인 ‘허미나’를 연기한다. 허미나는 신세경이 지금껏 연기해온 여자들과는 다른 점이 많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그 여자와도, 갈대처럼 이리저리 마음이 흔들리던 <남자가 사랑할 때>의 그 여자와도 다르다. 솔직하고 과감해졌으며 자유롭고 능동적인 여자가 되었다. 9월 개봉을 앞둔 영화는 아직 완성본이 공개되지 않았고 신세경의 한 판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녀는 ‘고’했다.

 

신세경
비즈 장식 비니 마커스 루퍼 바이 쿤위드어뷰(Markus Lupfer by KOON with a View), 원피스 톰 브라운(Thom Bowne), 링 빈지티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6개월 만이다. 한창 <타짜2>를 촬영할 때 만났는데, 한 달 후면 개봉한다. 영화는 잘 나온 것 같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무엇보다 <타짜2>가 기대되는 점은 각자의 색깔이 분명하고 강렬한 캐릭터들로 꽉꽉 채워졌다는 거다.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매력적이다.

흥행한 작품의 속편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게다가 <타짜>에서 김혜수의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는 여전히 생생하다. 그만큼 김혜수가 연기한 여주인공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담감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원작 만화도 1편부터 4편까지 모두 다른 이야기다. 속편은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캐릭터이기 때문에 특별히 전작과 비교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전작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은 나에게 나쁜 기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기를 좀 더 의욕적으로 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되지 않았을까?

트레일러를 보니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더라. 신세경이 승부를 던질 줄 아는 도박사를 연기하다니. 극 중 허미나는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 중 손에 꼽을 만큼 홀딱 반해버린 캐릭터다. 능동적이고 당당한 여자다. 성격만 놓고 보면 부족한 점이 없다. 말하자면 슈퍼히어로? 의리 있고, 생색내지 않으며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허미나에게 홀딱 반한 이유가 당신과 닮아서일까? 아니면 허미나를 닮고 싶어서일까? 허미나는 나와 닮은 점도 있지만 닮고 싶은 여자이기도 하다. 내가 바라던 여성상? 나는 화려한 꽃보다는 소나무처럼 멋진 여자가 되고 싶다.

 

신세경
카키 브라운 컬러 페도라 셀렌비 바이 네이브워터(Celen B by Navie Water), 체크 셔츠 레스 아티스트 바이 쿤위드어뷰(LES(ART)ISTS by KOON with a View), 팬츠프리마돈나(Fleamadonna), 구두와 반지 모두 클로에(Chole).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인가? 점점 감정을 숨기며 살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꺼낸 말 한마디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고 그 한마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질 때도 있다. 굳이 주관적인 생각을 드러내면서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요즘은 SNS도 안 하는 것 같더라. 얼마 전에 폭파했다. 계정 없애는 것을 계정 폭파, 줄여서 계폭이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시작했는데 점점 내 생각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러워지면서 잘 안 하게 됐다. 그러다 결국 며칠 전에 계정을 아예 없앴다.

전문 도박사를 연기했으니 화투도 많이 배웠겠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면서 처음 배웠는데 정말 잘한다. 운도 따르고 돈도 잘 딴다.(웃음)

고스톱의 매력은 뭘까? 사람을 자만하지 못하게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너무 거창하게 포장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화투를 할 때 몇 번 연속으로 따다 보면 기분도 좋고 오늘은 왠지 ‘나의 날’인 것만 같다. 그런데 그렇게 자만하는 순간 운이 저리로 가버린다.

아, 운이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빠질 줄 알아야 돈도 따겠다. 그렇다. 그래서 제목이 <타짜: 신의 손>이다. 신의 손의 경지에 이르면, 운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빠질 줄 안다는 의미다.

화투를 치다 보면 이런 말을 하지 않나. ‘못 먹어도 고!’ 그렇게 ‘고’했다가 후회한 적 있나? 물론 있지. 그런데 얘기할 수는 없다.(웃음) 하지만 그런 적이 분명 있다. 사람들은 왜 그런 걸까? 확률이 반반도 아니고 못 먹을 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고’하는 심리.

 

신세경
드레스 푸쉬버튼(pushBUTTON), 운동화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이번 영화에 대한 감은 어떤가? 아직까지 영화로 대박을 친 적은 없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오락 영화라 흥행하지 않으면 배우에게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물론 잘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좋은 스코어보다 내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허미나는 지금껏 내가 보여준 적 없는 면이 많은 캐릭터다. 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슬픈 일보다는 즐거운 일이 많은 사람? 낙관적으로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미지를 떠올리면 발랄한 또래보다는 조금 가라앉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의 당신은 유쾌하고 잘 웃는다.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가 억울할 것 같다. 고정관념이란 건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있어 깨기가 힘들다. 그런데 나에 대한 특정한 이미지가 굳어져 있는 게 꼭 나쁠 것만도 없다. 일을 일찍 시작한 편이니 앞으로 갈 길이 멀고, 천천히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내 이미지를 깰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이미지 때문에 연기자로서 스펙트럼이 좁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늘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다. 스타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롤러코스터처럼 변화무쌍하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인기도 화투랑 비슷하다. 운이 도는 거다. 아니, 인생이 화투랑 비슷하다. 고스톱 한판에 인생을 살아가는 진리가 모두 들어 있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촬영장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멀티캐스팅도 좋은 현장 분위기에 한몫했을 것 같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많은 힘이 됐다. 보통 작품을 들어갈 때 마음의 짐과 고민을 짊어지고 가게 되는데 이번 작품은 많은 것이 명확했다. 함께 촬영하는 동료, 선배 배우와의 호흡도 좋았고, 감독님도 늘 명확하고 구체적인 답안을 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워서 크랭크업을 하자마자 서둘러 여행을 준비했다. 끝나고 나면 공허함 때문에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됐기 때문이다.

 

신세경
펄 니트 하쉐(Hache).

동유럽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떠나 중간에 아는 언니가 합류했다. 크랭크업한 지 일주일 만에 여행을 떠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안 그랬으면 분명 엄청 힘든 일상을 보냈을 거다.

여행이 주는 힘은 무엇일까? 일과 밀당을 할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그리고 사람도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로지 연기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연기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해야 균형이 맞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서 여행이 좋은 걸 수도 있겠다.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내가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어서다. 보통 사람은 행복감을 느낄 때 절대적인 기준을 두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한다. 그런데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 준거집단이 아니다. 그 사람들의 삶과 내 삶을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고 그들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사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지. 한국에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면 흔들릴 일 없이 잘 살 수 있을 거다.

여행을 가면 낯선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나? ‘나 여배우야’라고 소개하나? 잘 다가간다. 하지만 절대 내 직업을 말하진 않는다. 그냥 학생이라고 말한다.(웃음)

영화가 끝나자마자 여행을 다녀왔고, 이제는 영화 홍보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테고, 그런 와중에 드라마 <아이언맨>에 캐스팅되었다. 좀 쉬어 갈 생각은 없었나? 나는 인연을 믿는다. 아무리 원해도 내 것이 아닌 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된 건 운명이고 인연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이고 기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뜬금없는 질문을 준비했다. 당신의 요즘을 말해달라. 오늘 들은 음악, 요즘 읽은 책,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 같은. 오늘은 킹 크룰(King Krule)의 ‘베이비 블루(Baby Blue)’를 들었다. 최근에 읽은 책은 김영하 작가의 <여름의 묘약>. 작가가 프로방스 여행을 다녀와 쓴 에세이인데 처음에는 음식에 대한 묘사 때문에 빠져들었다. 멜론 하나를 설명하는 데도 침이 꿀떡꿀떡 넘어갈 만큼 묘사가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는 <군도>. 그리고 어서 <프란시스 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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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Room

브라운 니트 스웨터 에르메스(Hermes), 그레이 트레이닝 팬츠 어나더맨(Another Man), 니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브라운 니트 스웨터 에르메스(Hermes), 그레이 트레이닝 팬츠 어나더맨(Another Man), 니트 삭스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그레이 라운드 티셔츠 어나더맨(Another Man), 트렁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레이 라운드 티셔츠 어나더맨(Another Man), 트렁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얼마 전 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에 게스트로 등장한 하석진은 신선했다. 막 혼자 살기 시작한 그는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기 위해 전동 드릴을 이용해 직접 블라인드를 달고(석회 가루가 떨어지니 수경을 쓰고 작업하는 센스), 알뜰한 소비 생활을 위해 중고 거래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판매자에게 논리적으로 흥정해 중고 공기청정기 값을 깎는다. 하석진은 TV 밖에서도 그냥 그렇게 산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유별나게 굴지도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우리와 너무나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듯한 외모와 캐릭터 뒤에 숨겨져 있던 하석진의 인간적인 매력이 흘러넘쳤기 때문이다. 문과 출신 여자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대생의 로직, 비닐봉투는 무조건 모아놓고 보는 생활인의 면모,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배짱을 갖춘 이 남자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다.

 

차콜 그레이 컬러의 벌키한 니트 스웨터 올세인츠(All Saints), 블랙 팬츠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차콜 그레이 컬러의 벌키한 니트 스웨터 올세인츠(All Saints), 블랙 팬츠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오늘 촬영 어땠나? 누워서 쉬고, 맥주도 주고,(웃음) 편했다. <나 혼자 산다>를 보니 맥주를 물처럼 마시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시리얼과 맥주를 마시는 건 좀 심했다. 그날 아침에는 숙취가 남아 있는 상태였다. 아침 맥주가 좋은 게 숙취를 덜어준다. 술이 깨기 시작하면서 속이 쓰리고 갈증과 두통이 느껴지며 너무 고통스럽지 않나. 맥주가 그 과정을 부드럽게 해준다. 모르겠다, 권할 수는 없지만 내 경우에는 통한다.

오늘은 특정 작품 때문에 만난 게 아니라서 편하게 그냥 사는 얘기를 할 수 있겠다. 난 원래 작품이 끝난 직후가 아니면 인터뷰에서 작품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다. 홍보 목적의 인터뷰는 일이라는 생각에 흥이 잘 안 난다.

혼자 지내보니까 어떤가? 이제 1년 4개월 정도 됐고, 지금은 아주 좋다. 전혀 외롭지 않고, 그 자체가 외로운 거라고 해도 혼자서 이겨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할 일이 있다. 운동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요즘은 요리에 빠져 있다.

요리에 좀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요 며칠은 크림 파스타를 만들었다. 처음 독립하면 누구나 한번쯤 시도하는 메뉴다.(웃음) 나는 처음에는 부대찌개, 카레, 볶음밥 같은 걸 만들었다. 근데 크림 파스타에 비하면 그게 훨씬 더 어려운 거였다. 내가 만든 파스타가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다.

무릎 위에 세탁한 옷을 올려놓고 개는 모습은 마치 주부 같았다. 가족이랑 같이 살 때도 세탁은 내가 했다. 왜냐하면 군대에 있을 때 빨래에 대해 좀 연구를 했거든. 그래서 제대한 후에도 엄마가 세탁기를 돌리는 게 못 미더운 거다. 내가 세탁하면 옷감이 훨씬 더 오래 보존된다.

공유할 만한 생활의 지혜가 있나? 큰 봉투는 무조건 모아놓는 게 좋다.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기니까. 특히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싸주는 비닐은 끝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지 않나. 그 부분만 테이프로 돌돌 말아서 분리수거할 때 사용하면 그게 용량이 꽤 커서 유용하다.

 

화이트 메시 니트 스웨터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그레이 트레이닝팬츠 (NII).

 

<나 혼자 산다>를 본 여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는 귀여운 보통 남자, 데프콘의 말대로 ‘미개봉 신품’을 발견한 것처럼 반가웠다. 그게 왜 그럴까? 방송 당시 촬영 때문에 해외에 있어서 몰랐는데, 검색어 순위에 내 이름이 계속 있었다고 하더라. 사실 나는 걱정을 했다. 실제로 술이 안 깬 상태에서 촬영을 하고, 술이 취해가면서 촬영이 끝났거든. 술이 문제가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계획을 세워 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엉성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게 뭐가 좋다고.(웃음)

직거래로 물건을 사는 연예인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성격이 급해서 그렇다. 배송받을 때까지 이틀을 못 기다려서. 열 번 넘게 직거래를 했는데 상대가 알아보지는 못하더라. 어머니가 절약에 좀 민감한 분이다. 안 쓸 때는 전자제품의 코드를 다 빼놓으신다. 아무 생각 없이 소파에 앉아서 리모컨을 들었는데 코드가 뽑혀져 있어서 TV가 켜지지 않으면 정말….(웃음) 그 피로감과 다시 꽂으러 가는 시간, 부팅되는 전력 등이 더 아깝다고 생각해서 어머니에게 자주 뭐라고 했더니 이제는 전력 차단이 가능한 제품을 구입하셨다.

어머니를 많이 닮았을 것 같다.(웃음) 아, 별로 안 닮았다. 절약하려면 사회생활에서나 친구들 만날 때도 계속 스스로에게 자극을 줘야 하는데 그건 잘 안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버림받을 것 같다.(웃음) 데이트할 때 내가 밥 샀으니 네가 커피 사, 하면 집에 가면서 뿌듯하긴 할 거다. 왜냐하면 난 전기도 아끼고, 비닐봉투도 아끼는데, 여자를 만나 커피 값까지 안 냈으니까.(웃음) 하지만 거기까지는 안 될 것 같다.

 

블랙 헨리넥 티셔츠 RST 바이 레쥬렉션(RST by Resurrection), 블랙 팬츠 더 쿠플스(The Kooples).
블랙 헨리넥 티셔츠 RST 바이 레쥬렉션(RST by Resurrection), 블랙 팬츠 더 쿠플스(The Kooples).

인간적인 매력이 많아서 그게 드러났을 때 더 호감을 느끼게 되는 사람인 것 같다. 사실은 맥주를 좋아하는 캐주얼한 남자인데, 배우로서는 바에서 위스키 마시는 캐릭터를 주로 했다는 인상이 있다. 그 사이에서 괴리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도 있고, 5년 후에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지금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실제로 그 역할을 이해하고 표현하기엔 아직 내가 어린 부분도 있었다. 나는 실제 내 나이보다 어리게 생각하고 어리게 사는데, 인생 경험이 나보다 앞선 사람의 삶을 표현하려니 답답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뭔가 달라질 것 같다. 사람들이 당신의 헐렁한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으니까. 다음 날 아무 계획도 없는 자유의 밤, 뭘 하나? 자주 보는 몇몇 프로그램이 있다. <라디오스타> <나 혼자 산다> <마녀사냥><썰전> 같은 프로그램을 몰아서 본다.

주위에는 남자 친구만 많은가? 맞다. 여자친구는 별로 없다. 사실 남녀 관계는, 특히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남녀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겉으로는 친구라고 하면서도 일면에는 상대를 이성으로 보는 관점이나 기류가 분명히 남아 있다고 본다.

고질적으로 연애에서 문제가 되는, 구 여친들이 지적해온 나쁜 면이 있나? 나에게 필요한 시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혼자서 화요일 오후 6시 정도에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시간에 여자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나 자신과 약속해놓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의 일상이나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연애도 끊어버린 것 같다. 끊으려고 해도 못 끊는 감정이 언젠가는 오겠지. 하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나? 연기는 조금 다른 문제고, 일상에서는 내가 짜놓은 구도에서 벗어나는 게 싫은 것이다. 연기자라는 직업은 일정한 입지에 올라서지 않는 이상 1년 후를 기약하기가 쉽지 않은 직업이다. 여유 있게 계획을 세울 뿐, 정확하게 잡지는 못한다. 그 대신 일주일 단위는 완벽하게 짜려고 노력한다. 그것에 대한 믿음과 당위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레이 헨리넥 티셔츠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 & Supply Ralph Lauren), 글렌 체크 파자마 팬츠 코데즈컴바인(Codes Combine), 슈즈 스페리 탑 사이더(Sperry Top Sider).
그레이 헨리넥 티셔츠 데님앤서플라이 랄프 로렌(Denim & Supply Ralph Lauren), 글렌 체크 파자마 팬츠 코데즈컴바인(Codes Combine), 슈즈 스페리 탑 사이더(Sperry Top Sider).

하석진이 가진 욕심은 뭔가? 그냥 살면서 계속 뭔가를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나 요리처럼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늘리고 싶다. 계속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블로그나 책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배움에 중독된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

진짜 일 이야기를 잘 안 한다. 보통은 기자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연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김새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발성 수업을 듣고 있다. 물론 연기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좋은 발성과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는 게 한 남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소속사가 나 덕분에 돈을 더 잘 벌게 될 수 있는 종류의 노력은 잘 하지 않고 있다.(웃음) 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현재 하석진의 싱글 라이프는 즐거워 보인다. 앞으로도 그럴까?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언젠가, 조만간 올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하고 할 일이 없고, 누굴 찾을 수도 없는 시간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겁나지는 않는다. 그 순간을 넘어서면서 분명히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어렴풋이 해본 생각이다.

무슨 일이든 미리 예상하면 데미지가 덜한 것 같다. 나는 부끄러운 실수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계속 리플레이해서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질때까지 생각한다. 너무 창피한 기억들, 밤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게 하는 사건들, 술 먹고 한 실수부터 인간관계에서의 문제, 불만족스러운 연기 등도 계속 생각하고 나면 뭔가 나아져 있더라. 모두 내 개인적인 바운더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한테 피해를 주는 일은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없는 편이고, 반대로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걸 잘 못하고 있다.
자기 자신한테 가장 집중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맞다. 나쁜 사람이다. 가끔은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다.(웃음)

 

트라이벌 프린트 카디건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스트라이프 파자마 팬츠 코데즈컴바인(Codes Combine),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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