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식의 도전

최우식 화보
버건디 컬러 스웨이드 블루종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블랙 니트 톱 띠어리(Theory), 그레이 팬츠 카이아크만(Kai-aakmann), 모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 소년이 있다. 사지 멀쩡한 아버지는 돈 한 푼 벌지 않고 자식들을 떠맡길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종교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고, 허리를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 어머니는 돈을 벌지 못할 거라면 집을 나가라는 남편의 등쌀에 집을 나왔다. 그래도 동생은 아버지 옆에 간신히 붙어 있다. 소년은 집을 나와 천주교의 보육 시설인 ‘이삭의 집’이라는 그룹 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행여 그곳에서 버림받고 끔찍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게 될까봐 자신의 부모에게도 지은 적 없는 웃음을 보육원 원장에게 보이고, 마음에도 없는 신부가 되겠노라며 신실한 척 꾸며낸 신앙심도 보여준다. 원장이 화를 내며 집어 던진 음식을 말끔하게 치우고 나서는 보육원으로 온 후원 물품을 훔쳐다 친구들에게 판다. 친구에게 누명을 씌우고, 살아남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건 일상이다. 이 열일곱 소년을 책임져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소년은 비겁하고 비열하며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남기로 했다.

김태용 감독의 영화 <거인>은 사는 게 숨이 차도록 힘든 상처투성이 소년의 이야기다. 최우식이 그 소년 ‘영재’를 연기했고, <거인>으로 최우식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선뜻 하겠다고 하지 못했어요. ‘아니요, 안 할래요, 무서워요’라고 말했죠. <거인> 시나리오 초고는 지금보다 더 쌨어요. 영재는 악만 남은 아이였고, 엄마 아빠에게 쌍욕도 했죠. 고슴도치처럼 가까이 오는 사람을 모두 찔렀어요. 지금 껏 밝은 역할만 해왔고, 그런 모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영재를 설득시킬 수 있을 지 걱정됐죠. 처음에는 겁이 나서 못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도전하기로 결심한 건 제 개인적인 고민의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에요. <거인>을 제안받았을 때 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컸거든요. 뭐랄까, 제자리걸음하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카메라가 편해져서 편하게 까불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밝고 개구쟁이 같은 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최우식 화보
박시한 네이비 라이더 재킷과 화이트 티셔츠, 팬츠 모두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

하겠다고 선뜻 나서기 힘들었던 건 <거인>이 여러모로 다른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옥탑방 왕세자>의 잔머리 대마왕 ‘도치산’이나 구멍투성이인 엉뚱한 악역을 연기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 속 최우식은 언제나 유쾌했고 밝고 웃기는 놈이었다.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최우식은 딱 그런 남자였다. 이를테면 스
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스튜디오를 여기저기 구경하다 스케이트보드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타보거나 나무로 된 벽을 보며 ‘불이 나도 안전한 거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러니까,영재는 분명 그에게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와 다른 것은 물론 영재는 최우식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서 자란 아이고, 상상해본 적 없는 삶을 사는 소년이니 말이다.

게다가 영재는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투영된 캐릭터다. “굳이 제 자신이 감독님과똑같은 사람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감정은 흉내 낸다고 생기는 게 아니고, 관객이 보게 될 사람은 저 자신이니까요.감독님이 제 연기를 보고 ‘야, 나는 그렇게 안 했어’하는 식으로 디렉션을 주었다면 연기하기가 더 힘들었을 거예요. 감독님이 저보다 딱 세 살 많아요. 그래서 촬영장이 마치 동네 형이랑 연기 지망생이 함께 졸업 작품을 찍는 현장 같았어요.

가끔 의견이 맞지 않을 때면 싸우고 짜증도 내고 욕도 하다가 술 한잔 마시면서 풀고, 그야말로 형제처럼 지냈어요. 감독님이 제 걱정을 많이 해주시거든요. 소소한 잔소리도 엄청 많이 하세요. 이를테면 ‘항상 인사 잘해야 한다.’’ “네 방은 알아서 잘 치워라.” 꼭 엄마 같죠. 이 일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중에는 좋은 인연도 많았지만 김태용 감독님과는 특히 그 관계가 가깝고 깊어요.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요.”

<거인> 촬영장은 함께 연기한 배우는 물론 스태프까지 대부분이 또래였다. 현장의 모두가 서툰 사람들이고, 대신 모두의 꿈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술을 마시는데 이상하게 씁쓸했어요. 내가 아무리 앞으로 경험이 많아지고 나이가 들더라도 이렇게 모두 친구처럼 지내는 현장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최우식 화보
퀼팅 코트와 그레이 니트 터틀넥 톱 모두 레이 바이 커드(Leigh by KUD).

길지 않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거인>은 두 번째 도전이었다. 그의 첫 도전은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열한 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그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 대학에서도 연출 관련 수업을 들었고, 언젠가 연기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러다 친구가 한국에서 배우 오디션 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어느 기획사의 오디션에 서류를 보냈고, 한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오디션 이틀 전에 비행기 티켓을 구입해 얼렁뚱땅 한국에 왔고 덜컥 배우가 되었다.

“철없는 스무 살의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그때 스물다섯 살만 되었더라도 아마 캐나다를 떠나지 못했을 거예요. 아주 많은 걸 버리고 와야 했거든요. 아무런 준비 없이 종이 한 장 들고 벌벌 떨며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했어요. 연기를 공부한 적도 없고 한국어 발음도 어색했죠. 지금보다 삐쩍 말랐고, 캐나다에서는 늘 땡볕에서 놀아 시커멓기까지 했어요. 그런 제가 오디션에 붙은 거예요.” 수업을 땡땡이치고 강에 가서 수영하고, 할 일이 없는 날에는 친구들이랑 뒷산에 올라 풀을 뜯으며 놀던 스무 살의 최우식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배우가 되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밤새도록 온갖 가게들의 네온사인이 켜 있고, 아무리 늦은 시간에도 술을 마실 수 있어,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난리’가 났었다. 그렇게 들뜬 상태로 시작한 한국 생활은 이제 많이 가라앉았다. “요즘은 술을 마시려면 친구와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조용하고 구석진 자리를 찾아요. 일이 없는 날에는 낚시도 다니고 청계산, 관악산, 아차산 등으로 등산도 가요. 그렇게 밖에서 에너지를 쏟지만, 정반대로 집에 가만히 틀어 박혀 있는 것도 좋아해요. 혼자서 술도 마시고, 그냥 조용히 있어요. 외로울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강아지 초코가 있어서 다행이죠.”

들떠 있던 한국 생활은 이제 안정되었고, <거인>을 향한 칭찬과 그 거인을 연기한 최우식에 대한 박수를 뒤로하고 그는 배우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영재를 연기하면서 나 안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알았죠. 물론 제 연기를 본 사람이 열 명이면 열 명 모두 관계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단 세 명만이라도 내가 연기하는 새로운 캐릭터에 공감하고 마음이 움직인다면 만족해요. 그렇게 또 하나의 틀을 만드는 거죠.”

 

최우식 화보
버건디 컬러 스웨이드 블루종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화이트 셔츠와 블랙 티셔츠 모두 트룰리 유니크(Truly Unique), 그레이 팬츠 카이아크만(Kai-aakmann),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거인>은 그에게 많은 첫 경험을 안겨주었다. 친형처럼 지내게 된 감독을 만났고,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으며, 처음으로 캐릭터에 빠져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이제야 비로소 자신감이 생겼다. “솔직히 <거인>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연기가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요즘 더 재미있어진 거죠. 그리고 예전에는 없었던 기회가 좀 더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드라마 감독님들만 겨우 저를 ‘아, 쟤 그 까불거리는 애’ 하는 정도로 알아봐주었다면 이제는 영화감독님 중에도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있거든요. 감독님에게,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제 다른 모습의 폴더가 늘어난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부담도 많이 돼요. 당장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오만과 편견>도 잘 해내야 하고,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할지, 그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작품이 들어오기나 할지 걱정도 물론 돼요. 앞으로 더 잘해나가야겠죠.”

<오만과 편견> 촬영이 한창인 와중에 그의 또 다른 영화 <빅 매치>가 개봉한다. 대사는 딱 하나 ‘60억!’. 모든 장면을 신하균과 함께했다.그래서 행복했다. “신하균 선배님과 단둘이 호흡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어요. 선배의 연기를 제가 잘 받아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요즘 그에겐 재미있는 일도, 행복한 일도 많아졌다. 그리고 20대가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도 생겼다. “얼마 전에 형이 <거인> 시사회를 보려고 캐나다에서 왔어요. 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데 형이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부모님을 만날 날이 1년에 고작 2주밖에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늦둥이다 보니 아버지가 나이가 많으세요. 그래서 문득 20대가 가기 전에 배우로서 좀 더 안정된 위치에 자리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를 볼 날이 아주 많지는 않을 텐데, 그 전에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주인공에 대한 욕심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내가 배우로서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드리고 싶은 거죠.”

아마도 그의 바람은 실현될 것이다. 그는 요즘 부쩍 연기하는 것이 행복해졌고, 지금의 길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그로서는 확신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짐을 던 기분이다. “일단 신발끈 매듭을 잘 지은 것 같아요. 이제부터 잘해야죠. 지금이 제일 위험한 시기인지도 몰라요. 포장은 잘해놓았으니 이제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포장 속을 잘 채워 넣어야죠.”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변요한 화보
카디건 디그낙(D.GNAK), 셔츠와 타이 (MUNN)

요즘 우리의 일상은 <미생>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거의 매회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드라마 <미생>은 직장 초년생부터 5년 차 대리, 10년 차 부장까지 직장 생활 좀 해본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마치 실제 회사를 들여다보는 듯한 현실적인 인물들과 상황은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는 부작용이 있다. 극 중 인물들이 겪는 직장 생활의 수난과 고난에 일일이 나의 상황을 대입해 울분을 터뜨리고, 노력과 결과, 현실과 이상이 꼭 일치하진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에 눈물이 나다가도, 이 남자만 등장하면 어쩔 수 없이 웃게 된다.

‘한석율’은 <미생>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이자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캐릭터다. 5대5 가르마의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뺀질거리는 모습을 보면 ‘도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싶다가도, 현장의 소중함을 주장하며 현장 노동자의 삶을 이해하는 건강한 정신을 드러내는 그는 더없이 근사한 훈남이다. 그런 한석율을 훌륭하게 연기하는 이는 배우 변요한이다. 드라마에서 방금 빠져나온 듯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는 변요한을 만났다.

<미생> 팀의 회식 사진이 공개됐었는데, 드라마 촬영 회식이 아니라 정말 직장인 회식 사진 같았다. (웃음) 촬영 현장에서도 본명으로 부르지 않고, 직급으로 대리님, 차장님이라고 부른다. 밖에서 만나도 그런다.(웃음)

배우는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직장 생활 경험은 없다. 이번 작품으로 회사 생활을 간접 경험한 셈인가? 예전에는 회사 생활에 대해서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미생>을 촬영하면서는 커피숍에 가도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먼저 귀에 들어오더라. 주변에 회사 다니는 친구들을 만나도 이제는 존경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요한
그레이 오버사이즈 골든구스 디럭스 바이 쿤(Golden Goose Deluxe by KOON), 재킷 엠비오(Mvio), 그레이 티셔츠 레이닝챔프 바이 플랫폼 플레이스페르드르 알렌느(Perdre Haleine), 신발 골든구스 바이 쿤(Golden Goose by KOON), 비니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변요한은 배우가 아니라 회사원이었다면 잘했을 것 같나? 잘했을 것이다.(웃음) 근데 한석율처럼은 못 하고. 평범하게 다녔을 거다. 실제로는 낯을 많이 가리고, 조금은 내성적인 편이다. 그래서 나한테도 한석율은 이질감이 무척 큰 캐릭터다. 내가 연기할 캐릭터인데도 부담스러웠다. 대본을 보다 보면 막 친한 척하며 나를 계속 파고 들어오는데, 대본을 던져놓고 ‘아, 어떡하지’ 했다.(웃음) 너무 창피한데, 너무 부끄러운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한편으로는 정이 가더라. 그래서 다시 대본을 보면서 이 친구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마냥 철없는 친구만은 아니구나 싶고 어느 순간 연민도 느껴졌다. 그 친구를 참 사랑하게 된 것 같다.

한석율은 볼수록 정이 드는 캐릭터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 드라마가 끝나가는 것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촬영이 얼마 남지 않아서, 현장에 가면 가슴이 미어진다. 오늘도 한참 울다 왔다. 벌써 한석율이라는 캐릭터랑 이별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미생>을 촬영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초반에 단발머리를 하고 날아다니던 때가 벌써부터 그립고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보고 싶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현재 막바지 감정 신을 찍고 있어서 모두들 눈물을 많이 흘리는데, 그게 보는 분들에게도 진정성있게 다가갈 거라는 확신이 있다. 진심이기 때문이다. 촬영 후반부에는 장그래만 봐도 짠했다. 초반에 대립 관계일 때는 그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이 친구 지키고 싶다, 이 친구한테 힘이 되고 싶다, 귀여워서 장난치며 괴롭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친구(임시완)도 감정적으로 굉장히 힘든 신을 찍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많이 장난치지 않고 어깨만 한 번씩 주무르고 지나간다. 그리고 집에 가서 통화한다.

 

변요한 화보
무통 코트 디아프바인(Diafvine), 데님 팬츠 페르드르 알렌느(Perdre Haleine), 신발 더클랙슨(The Klaxon), 티셔츠와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라마 속 네 명의 동기들끼리 실제로도 친하게 지내나? 무척 친하다. 선배님들도 이토록 분위기가 좋은 드라마 촬영장은 없었다고 말씀하신다. 만약 다른 드라마에서 동기가 아닌, 역할 대 역할로만 만났더라면 이렇게 끈끈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한 명이라도 아프면 뭐라도 챙겨주게 되고, 그게 형식적인 게 아니라 마음이 시켜서 저절로 그렇게 된다. 이 친구들, 참 따뜻하다. 같이 연기하다 보면 서로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진실한 마음으로 연기하는지, 그런 게 다 느껴진다. <미생>을 통해 진국인 사람들을 만났다.

배우로서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얻었나?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만이 아니고, 그래야 연기를 더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나 자신한테 지나치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에 1년에 서너 편의 영화를 찍을 정도로 무리하기도 하고, 결과를 보고 상처받을 때도 있었다. 목표나 욕망만 생각하며 살려고 해본 적도 있는데, 많이 힘들더라. 연기 이외에 중요한 어떤 것이 성장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내가 또 다치고, 상처받고, 외로워질 수도 있고, 그래서 사람으로서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생>을 하면서 내가 잘 걷고 잘 살아야지 어떤 역할을 만났을 때 그 역할도 행복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변요한 화보
카디건 올세인츠(All Saints), 데님 팬츠 페르드르 알렌느(Perdre Haleine). 데님 셔츠와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미생> 이전에는 무수히 많은 독립영화를 찍으며 ‘독립영화계의 송중기’ 라고 불렸다. 이번에 <소셜포비아>로 독립영화스타상을 받으며 ‘독립영화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독립영화는 계속 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나는 독립영화의 위력을 안다. 그것은 만드는 사람들이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런 걸 보아오면서 매번 나는 배우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결론은 흔하고 쉬운 말일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거였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선을 다해 따라갔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

한석율 캐릭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실 세계에 들어온 이상주의자’다. 당신은 이상주의자인가, 현실주의자인가? 회사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에는 후배의 이상을 꺾는 성‘ 대리’ 같은 사람도 많지만, ‘한석율’ 같은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이상이 좌절되었을 때 한석율은 입을 닫고, 귀를 닫는다. 많은 사람이 그러는 것 같다. 점점 각자의 개성을 잃고 무감각해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상주의자에 가까운 것 같다. 아직도 꿈을 많이 꾼다. ‘어떤 위치에 가고 싶다, 어떻게 되고 싶다’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갈증, 풀어가야 할 숙제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인 것 같다.

 

변요한 화보
블랙 니트 풀오버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안에 입은 터틀넥 풀오버 페르드르 알렌느(Perdre Haleine)

사원이나 대리 같은 회사원의 직급에 비유한다면, 배우로서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온 것 같나? 나는 이제 겨우 입사 서류를 쓴 거라고 생각한다. 면접 보러 갈 준비 중인 거다. 승진은 내가 아니라, 대중이 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연기를 보고 다음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면접 보러 오라고 말해주겠지.(웃음) 언젠가 내가 연기를 정말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준다면 최종 합격시켜줄 것이고, 그러면 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쭉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배우가 되길 원하나? 인터뷰할 때마다 하는 말인데, 대한민국에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영화에 변요한이란 배우가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고, 스릴러도 하고 싶고, 가족 영화, 스포츠, 액션 등 하고 싶은 게 무척 많다. 연기를 아주 좋아하고, 또 싫어한다.(웃음) 과정은 너무 힘들지만, 어느 순간에 앞으로 훅 치고 나아가는 게 참 재미있는 것 같다.

2014년을 어떻게 기억할 것 같은가? 힘을 얻은 해. 열심히 살다가 많이 지쳤을 때, 연기를 지금보다 좋아하지 못할 때, 이 드라마를 보면 다시 힘이 날 것 같다. 아플 때를 대비해 약을 미리 지어놓은 것처럼 든든하다.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요원의 시간이 흐른 뒤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화이트 시스루 리본 시폰 블라우스 클로에(Chloe), 블랙 트위드 반소매 재킷 랑방(Lanvin), 블랙 가죽 스커트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블랙 & 버건디 퍼 머플러 랑방(Lanvin).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블랙 밍크 헌팅캡 오호브아 시몬(Au Revoir, Simone), 네이비 & 블랙 스트라이프 재킷 톰 브라운(Thom Browne), 라운드넥 톱 마쥬(Maje), 블랙 체크 시스루 롱스커트 사이먼 로샤(Simone Rocha by MUE), 블랙 스웨이드 펀칭 부티 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퍼 트리밍 블랙 원피스, 퍼 포인트 레오퍼드 힐 모두 펜디(Fendi).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그레이 앙고라 터틀넥 니트 스웨터 마쥬(Maje), 브라운 가죽 폭스 퍼 트리밍 글러브 콜롬보(Colombo), 그린 & 블랙 니트 스커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블랙 체크 비즈 원피스 까메오 바이 디누에(Cameo by D.Nue), 라쿤 퍼 롱 코트 21드페이(21 Defaye), 화이트 스틸레토 힐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
Time goes on, 이요원 화보 - 마리끌레르 2016년
네이비 태슬 블라우스와 네이비 태슬 팬츠 모두 클로에(Chloe), 블랙 퍼 트리밍 스웨이드 부티 겸비(Kyumbie).
연관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