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카톡은 왜 그딴 식이야?

1507mcmamd11_01여자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카톡을 보내도 읽지 않는다. “네 마음을 모르겠어.” 여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보낸 카톡이다. 나는 PC방 앞에 서서 그녀가 보낸 카톡들을 읽었다. 그녀가 먼저 집에 들어갔느냐고 물었고, 20분 뒤에 “ㅇㅇ”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날씨가 덥다는 둥, 집에 먹을 게 없다는 둥 불평을 주절주절 늘어놨다. 그래서 나더러 어떡하라는 뜻이지? 그건 자기 사정인데.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녀의 불평에 답은 해야만 했다. “그래, 힘내!” 이모티콘도 날렸다.

물론 카톡이 올 때마다 바로바로 답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레벨 업 중이었다. 직장 상사한테 오는 카톡도 씹을 만큼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래도 사랑하니까, 틈이 나면 그녀에게 답했다. 카톡 소리 때문에 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남자들은 멀티플레이가 안 된다. 다른 일과 카톡은 동시에 못한다. 그럼에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메시지의 양

우리는 자주 카톡을 했다. 날씨 이야기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개탄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그린피스의 활동과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카톡창을 채워나갔다. 자연스럽게 음악과 사진, 짤방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했다. 우리는 영화 이야기도 자주 했는데,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최근에 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나는 운전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느라 점차 그녀에게 답톡을 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다시 말하지만 남자들은 멀티플레이를 못한다. 그녀가 메시지 열 개를 보내면 나는 두세 개를 보냈다. 나는 여전히 카톡으로 대화를 길게 못한다. 목적 없는 수다는 어려웠다. 남자의 카톡이 짧아지는 것은 그녀를 위해 준비한 말을 다 소진했다는 뜻이다. 내게는 수다보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 게 중요했다.

말 없는 남자

우리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처음 만난 날 해가 지기도 전에 집에 가는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오늘 즐거웠다고. 그녀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 나도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 뒤로 며칠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예쁘고 맘에 들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와 자고 싶지만 자자고 보낼 수는 없으니까. 첫 만남 후 남자들은 약자가 된다. 먼저 연락하고 장난 섞인 농담을 하는 건 바람둥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가 먼저 연락하길 기다린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녀의 카톡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솔직히 난 어장 관리라도 당하고 싶었다.

질문톡

남자는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궁금한 게 많다. 그래서 카톡으로 맥락도 없는 질문들을 던진다. 그건 여자와 대화가 끊어지는 게 아쉬워서다. 몇 번의 데이트를 하는 동안 서로를 알아간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정식으로 사귄 건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연애관이 궁금했다.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고 그녀는 질문에 곧잘 대답했다. 나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새벽의 카톡

하루의 절반은  그녀 생각을 했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퇴근 후 술 마실 때도 그녀가 생각났다. 그녀와 함께 마시면 더 즐거울 것 같았다. 밤늦게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면, 지루하게 집 안에만 갇혀 있다면, 내가 순하리 세 병을 들고 가서 그녀를 구출해줄 수 있었다. 남자들이 호감 가는 여자에게 카톡을 보낼 때는 늦은 밤 취했을 때다. 하지만 그녀는 자는지 답이 없다.

너무 늦은 답톡

평소처럼 딱히 좋을 일 없는 아침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녀가 먼저 카톡을 보냈다. 어제 일찍 잠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카톡을 읽었지만 당장 답할 수가 없었다. 운전 중이었고, 신호에 걸리지 않았다. 부랴부랴 출근했지만 지각을 면치 못했고, 오전부터 회의가 이어졌으며, 점심에는 미팅이 잡혀 있었다. 그녀에게 카톡할 짬이 난 건 늦은 오후였다. 남자들은 업무처럼 감정 없이 보내는 카톡에는 능수능란하지만, 좋아하는 여자에게 카톡을 보낼 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감정을 다스릴 시간적 여유가 생겨야 보낸다. 그러니 남자가 답이 늦을 때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면 된다.

단답형 카톡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불쾌한 감정을 문장으로 드러내는 방법은 쓸데없는 수사를 제거하는 것이다. 단답형으로만 답했다. 우리 사이는 빠르게 냉각되고, 다음 날이면 다시 뜨거워졌다. 참고로 남자들은 호감이 없는 여자와 연락하지 않는다. 상대 남자가 단답형으로 답하거나 이모티콘 위주로 카톡을 한다면 카톡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나쁜 남자가 되기 싫은 비겁한 남자들의 매너를 가장한 수법이다.
나는 카톡이 싫다. 문장과 어조, 이모티콘으로는 내 마음을 다 담을 수 없다. 나는 목소리를 더 믿는다. 만일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면,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면, 나는 PC방을 나와 카페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소리가 전달하는 미세한 떨림, 높낮이, 침묵의 길이 등이 우리를 더 솔직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반면 카톡은 서로의 마음을 추리하게 한다. 추리는 오해를 낳는다. 남자들은 애인의 마음을 의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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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카 트럼프의 커리어 멘토링

NEW YORK, NY - SEPTEMBER 07: Ivanka Trump is seen at Diane Von Furstenberg fashion show during Mercedes-Benz Fashion Week Spring 2015 at Spring Studios on September 7, 2014 in New York City. (Photo by Gilbert Carrasquillo/Getty Images)

지금 당신의 웹사이트(ivankatrump.com)에 가면 ‘#WomenWhoWork’ 캠페인을 위해 성공한 여성들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얘기해달라는 메시지 영상을 볼 수 있다. 그 일이라는 게, 직업만이 아니라 자원봉사나 마라톤 훈련처럼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는 분야에 대한 것들을 포함하고 있더라. 그게 왜 중요한 건가? ‘일하는 여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세대의 대표적인 이미지도 아니고. 기술 발전 덕분에 우리는 모두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따로 하는 대신 병행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나는 직장인에게는 진부하고 가소롭기까지 한 ‘일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대중문화와 광고에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그들의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마라톤 훈련이나 대학원 이수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동시에 각양각색의 직업에 종사하고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모든 것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요즘 세대가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런 표현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그들도 상당히 힘들 때가 많다. 당신이 힘든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은 나름대로 삶에 감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어느 누구도 남의 삶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고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가 당신의 든든한 멘토이듯 당신도 다른 누군가의 멘토인가? 혹시 멘토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나? 멘토는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멘토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진실함이 중요하다. 아무한테나 가서 “제 멘토가 되어주세요”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일하는 여성을 위해 이반카 트럼프 닷컴(ivankatrump.com)을 오픈했다. 이 사이트에서 멘토링을 한다. 중요한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꼭 경험이 풍부한 70대 노인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대신 현재 실무를 맡고 있는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반카 트럼프
드레스, 귀고리, 커프스 모두 이반카 트럼프(Ivanka Trump), 얇은 팔찌는 이반카 트럼프 개인 소장품.

트럼프라는 이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더욱 열심히 일했다고 느끼나? 유명인사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삶이 힘든 것인지 궁금하다. 어릴 때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유명한 집안에서 많은 특권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은 대개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어 아무것도 안 하게 만들거나 우리 남매처럼 엄청난 동기부여를 하는 것. 우리 남매는 우리 환경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목표를 향해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됐다. 그런 외부의 압박이 언제나 나쁜 건 아니다.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그저 열심히 하면 되는 건가? 물론 열심히 할수록 행운이 따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젊고 이제 막 일을 하기 시작했다면 가능한 한 많은 일을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특히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나는 별로 빛을 못 보는 일을 자진해서 하는 사람들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봐왔다. 어떤 일이 그런 일인지 알아보고 도전하는 것이 자기 삶의 목표를 정하는 빠른 방법일 수 있다. 우리 세대는 스스로 발전하고 자아실현을 해야 한다. 그게 인생과 직업에서 최고의 기술이다.

 

이반카 트럼프
재킷과 스커트, 귀고리, 커프스 모두 이반카 트럼프(Ivanka Trump), 톱과 반지는 이반카 트럼프 개인 소장품.

당신이 보기에 젊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몇 가지 있는데, 이건 꼭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젊은 세대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그런 태도는 불필요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일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좀 더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래서 그들이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가르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답을 알 수 있는 것을 질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공부한 다음 현명한 질문을 하는 편이 낫다.

아버지 부동산 회사의 부사장이 된 것과 별도로 구두와 의류, 보석 관련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일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패션을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을까? 내 모든 패션 아이템은 적절히 섹시하면서도 세련되고 가끔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선택한다. 나는 일하는 여성 중에서 퇴근 후에 남편과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뛰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아마 매일 아침 출근 직전까지 마룻바닥에서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직장인이고, 아이의 엄마고, 데이트를 앞둔 여자다. 그리고 그 많은 역할을 소화하기에 알맞은 여성적인 아이템을 필요로 한다.

 

NEW YORK NY - MARCH 27: Ivanka Trump sighting on March 27, 2014 in New York City. (Photo by Josiah Kamau/BuzzFoto/FilmMagic)

자신만의 스타일 철학이 있나? 어떤 기준을 두고 상황별로 적절한 패션을 선택하나?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멋지게 보이는 것,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전부다. 모든 여성에겐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장 패션이 있다. 나는 주름이 지지 않고 세련되고 몸에 잘 맞는 저지 드레스에 좋은 핸드백과 구두 같은 액세서리를 매치한다. 액세서리는 수수해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나와 같을 것이다.

편안함이 문제다. 일하는 여자라면 스타일리시하기 원하면서도 그 때문에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반카 트럼프의 디자인에서 편안함은 중요한 요소인가? 실제로 내겐 불편해서 신지 않는 구두로 꽉 찬 신발장이 있다. 나는 회의하러 다닐 때 뒤뚱뒤뚱 걷고 싶지 않다. 구두가 불편하면 회의실에 들어설 때부터 엉망이 될 수 있다. 구두는 두 말할 필요 없이 편안한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나는 공사 현장에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는 편해야 한다.

제4회 마리끌레르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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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영화제가 4회를 맞이했다. 하나의 문화 행사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도, 그렇다고 아주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어느새 2월이 되면 마리끌레르 영화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상에서는 마리끌레르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신기하고 기쁜 일이다. 우리가 정말 보고 싶은 영화와 보다 쉽게 만나는 것, 그리하여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진심으로 원하는 풍경이다.
영화제 첫날 열린 개막식은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이러한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영화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즐겁고 유쾌할 수밖에 없다. 개막식 겸 ‘마리끌레르 필름 어워즈’의 사회를 맡은 배우 이윤지도 “이제는 마리끌레르 영화제가 겉치레 없이 알찬 영화제라는 사실을 많이들 아시는 것 같다. 분위기가 정말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말로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정지영, 배창호, 이명세, 장준환, 김성호, 류승완 감독 등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자리했고, 배우 조민수와 예지원, 조재현, 오광록, 정웅인, 여진구, 채정안, 김재욱, 정진운, 박규리, 진지희 등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빛내주었다.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브랜드 해밀턴과 모엣&샹동은 마리끌레르 영화제의 또 다른 주역들이다. 올해부터는 패션 브랜드 나인웨스트도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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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끌레르> 편집장인 손기연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우리는 모두 여기 있는 분들의 영화를 어린 시절부터 보며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든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개막식의 문을 열었다. 이어서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은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화려하면서도 소박하다. 영화제를 연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4년째 이끌어온 분들의 노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버드맨>을 미리 볼 수 있도록 개막작으로 선정한 혜안에 감사한다”는 말로 한국 영화계의 아버지다운 다정한 축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들이 나설 차례가 되었다. 마리끌레르 필름 어워즈는 영화인을 평가하는 시상식이 아닌, 좋은 영화를 만드는 주역에게 감사를 전하고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 대한 기억을 나누기 위해 마련된 시상식이다. 시계 브랜드 해밀턴이 후원하며, 새로운 시도로 한국 영화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애쓴 영화감독에게 수여하는 파이오니어상은 <베테랑>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류승완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국 영화계의 흥미진진한 장면들을 만들어온 그의 수상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시상은 작년 수상자인 장준환 감독이 맡았다. 그는 류승완 감독과의 오랜 인연과 추억을 전하며 “젊은 시절 함께 영화를 만들던 열혈 영화광이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이 되었다. 매 작품마다 발전하는 훌륭한 감독에게 수상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매 작품마다 발전하는 감독’, 이것이야말로 류승완 감독에게 가장 적합한 수사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 영화에 활력을 더하는 루키상 부문 올해의 주인공은 배우 여진구다. 여진구는 시상식 내내 해맑은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수상을 위해 무대 위에 올라가서는 사회자 이윤지의 짓궂은 제안을 받아들여 큰절을 올리며 선배 영화인들에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네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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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수상한 특별상 부문은 영화계와 관객이 함께 응원하는 작품,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한 좋은 영화에 수여하는 상이다. 특별상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팀에게 돌아갔다. 엄용훈 제작자, 김성호 감독과 함께 이레, 이지원, 홍은택 등 귀여운 어린이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다. 의미 있고 따뜻하며 재미까지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김성호 감독은 “영화가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저와 스태프들에게 큰 힘이 됐다. 영화를 만들면 사회단체에서만 연락을 받곤 했는데(웃음), 10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되어 기쁘다”며 많은 의미가 담긴 수상 소감을 남겼다.
“앞으로도 올바른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오동진 집행위원장의 말과 함께 개막식은 막을 내렸다. 마리끌레르 영화제에서 빠질 수 없는 모엣&샹동 샴페인을 즐기며 영화에 대한 담소를 이어가던 사람들의 발길은 개막작 <버드맨> 상영관으로 이어졌다. <버드맨>으로 시작된 마리끌레르 영화제는 <그런 날 사이에 어떤 날> <어 모스트 바이올런트 이어> <더 홈즈맨> <엘리노어 릭비: 그 남자 그 여자> <심야식당> <스트레인저랜드> 등 35편의 화제작을 상영하며 영화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제 기간에 나인웨스트와 함께 펼친 SNS 게임 이벤트와 깜짝 선물 증정 이벤트도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돌려주는 영화제’를 꾸리겠다는 마리끌레르의 바람이 많은 관객에게 전해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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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오니어상

갱신하는 감독, 류승완

한국 영화계에 혁신적인 시도를 더해온 영화감독에게 수여하는 제4회 마리끌레르 필름 어워즈 파이오니어상의 주인공은 류승완 감독이다. 매번 새로운 작품을 통해 이전의 류승완을 뛰어넘는 그는 진정한 의미의 개척자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베테랑> 작업은 어땠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자기 영화의 기운을 닮아간다. <베를린>이 분열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베테랑>은 팀워크가 중요하다. 약자들의 연대를 다룬다. 유머도 훨씬 풍부하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영화가 찍다 보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는데, 이번에는 그 난관을 극복하는 게 훨씬 수월했다. 황정민, 유아인 등 배우들의 힘도 컸다. 스트레스 받으면 맛있는 것 먹으러 가고, 같이 목욕도 하러 가면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매 작품마다 어떤 도시의 풍경, 장르 소설, 고전 영화 등 다양한 데서 영감을 받아 작업해왔다. 이번 작품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어릴 때부터 <취권> 같은 무술 영화뿐 아니라 <폴리스 스토리> <프로젝트 A>처럼 성룡이 경찰로 나오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더티 해리> <블리트> 같은 1960~70년대 형사물, <리쎌 웨폰> <비버리 힐스 캅> <다이 하드> 같은 영화들을 무척 좋아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형사물을 하는 것이 내 오래된 염원 중 하나였다. <부당거래>를 찍으면서 형사들의 세계에서 느낀 것이 이번 영화로 이어졌다. <부당거래>가 그림자를 조명했다면, 그림자를 추적하다가 빛을 본 것이다. 이번 작품은 형사들의 밝은 부분, 빛을 다룬 작품이다. 신나서 낄낄대며 작업했다.

전작 <베를린>은 흥행에 성공했다. 감독에게 관객 수는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관객 수를 신경 안 쓰는 척했다. 영화산업이 숫자로 증명되다 보니 지금은 의식 안 하는 척할 수 없게 되었다. 흥행이 잘됐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대중 영화를 만들며 의식을 안 할 수가 없다. <베를린>을 하고 나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쉽고 친절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어려운 이야기일수록 쉽게 풀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베테랑>은 무지하게 쉬운 영화다. 내 딸도 봤을 정도로.

<데뷔의 순간>이라는 책을 보니 류승완 감독도 데뷔의 순간에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했다고 하더라. 지금은 자신의 재능을 신뢰하는가? 말도 안 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항상 아쉽다. 오로지 다음엔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밀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건 있는 것 같다. 이제 데뷔 15년 차인데,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개선해가는 과정이다. 드물게 과거의 작품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면 지나간 사진첩을 보는 느낌이랄까? 내 흔적을 보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 그때는 내가 그렇게 살았었지 하고 말이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했던 시절의 기분을 지금도 가끔 느끼나? 일단 영화 구상을 마치고 시나리오가 나오고 캐스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일이 되고, 내가 완전한 직업인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만들려고 하는 이야기를 구상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좋은 영화를 볼 때도 그런 기분을 느낀다. 최근에 본 <위플래쉬>도 많은 자극이 됐다. 오늘 시상식이 끝나고 보게 될 <버드맨> 같은 영화를 기다릴 때도 설렌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나? 재밌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영화 만드는 일이 어떻다고 한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게 됐다. 너무 많은 과정을 거쳤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이고, 굉장히 복잡해졌다. 그러나 익숙한 것에 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찌마와리> 극장판 만들고 과거의 성공을 재현하려는 욕망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입한다.

칭찬과 성공에 안주하지 않기란 참 어렵다. 어떤 방법으로 ‘리셋’하나? 그 방법은 나도 계속 찾고 있다. 자꾸 스스로를 의심하고, 괴롭히고, 끊임없이 못살게 굴면서 말이다.

 

루키상

꿈틀대는 재능, 여진구

제4회 마리끌레르 필름 어워즈 루키상은 배우 여진구에게 돌아갔다. 나이답지 않은 또렷한 색깔과 놀라운 연기력,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은 매력을 모두 갖춘 배우 여진구만큼 이 상과 어울리는 인물이 또 있을까?

오늘의 수상 소감을 무대 위에서 큰절로 대신 했다. 수상 소감을 준비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하면 할수록 이상해졌다.(웃음) 말주변도 없고, 수상 소감을 들려드리는 것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 데뷔한 지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신인이고, 연기를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기보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서 행동으로, 연기로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미 연기를 통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최근작 <내 심장을 쏴라> 작업은 어땠나? 참 좋았다.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처음에는 고생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수명이라는 인물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다. 수명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인물이 내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막혀 있었던 부분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연기적으로는 캐릭터의 심리를 세심하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할 때마다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것이 즐겁다.

차기작인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어떤 작품인가? 인간 사회에서 비밀리에 활동하는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다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다.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학교에서 꽤 인기 있는 인물이다. 나 말고 캐릭터가 그렇다는 말이다.(웃음) 웹툰이 원작이다. 올해 꼭 하이틴 드라마를 찍고 싶었는데 원하는 대로 되었고, 캐릭터도 멋있고, 기분이 참 좋다. 나중에도 찍을 수 있겠지만 내가 실제로 하이틴인 시절은 올해가 마지막이라, 의미가 각별하다.

아직 10대인데, 여진구는 데뷔 이후 많은 칭찬을 받아왔다. ‘연기를 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라는 수식어도 따른다. 칭찬은 여진구에게 독이 되나, 약이 되나? 지금은 약이 되는 부분이 많다. 내 연기를 보고 공감하고 응원해주실 때 참 감사하다. 많은 분이 믿어주신다는 뜻이니, 조금은 자신감도 생긴다. 맡는 역할이나 해내야 할 일에 대해서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계속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자만심이 아닌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싶고, 응원해주시는 만큼 연기를 잘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