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밖의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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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더 장식 카디건 토가 바이 쿤위드어뷰(Toga by Koon with a View), 티셔츠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팬츠 로우클래식(Low Classic).

동그랗고 말간 얼굴에 눈꼬리가 휘어지게 웃는 모습이 우리가 TV에서 보던 구하라다. 걸그룹 카라의 멤버로 데뷔한 게 2008년이니 활동한 기간을 ‘세월’이라 표현해도 될 법하다. 그사이 열일곱 여고생은 스물넷 청춘으로 성장했고, 웬만한 사람은 알아보는 유명인이 되었다. 그녀의 매력이 무엇인지는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가 정확히 말해준다. 여리고 작은 체구나 해맑은 표정이 매일 마주하는 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 둘러보면 도무지 찾기 힘든, 알고 보면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는 ‘예쁜 이웃집 소녀’. 일본 연예계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필승의 이미지다. 카라의 노래는 들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쾌활한 댄스 넘버. 활동을 거듭하며 퍼포먼스는 노련하고 당당해졌지만 특유의 씩씩한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가요계에는 분명히 카라만의 영역이 있다. 대중의 눈과 귀는 생각보다 둔하다. 방송에서 접할 기회가 조금 뜸해도 그 인상이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솔로 앨범 타이틀곡 ‘초코칩쿠키’를 발표하며 샛노란 머리와 그을린 피부로 나타나 R&B 멜로디를 속삭이는 그녀를 보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사실 이거였다. 엇, 왜일까? 이어 평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이의 생경한 모습을 보았을 때 으레 드는 생각이 뒤따라온다. 그럼,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까?

촬영장에서 만난 그녀는 다시 갈색의 머리로 돌아와 있었다. 전에는 없던 앞머리가 생겼지만 익숙하게 보았던 그 구하라다. 다만 무대 위의 반짝이는 에너지는 한층 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거침없이 대답하고, 괜한 포장을 하지 않는 화법에선 타고난 솔직함과 초연함이 느껴졌다. 그런 모습은 어쩐지 카라의 구하라와도, 반전 외모로 활동한 솔로 가수 구하라와도 달랐다. 문득 카메라 밖의 그녀가 궁금해졌다. 질문이 두서없이 쏟아졌다. 여전히 그녀는 망설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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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스웨트셔츠 넘버21(N°21), 개더스커트 페이우(FayeWoo).

얼마 전에 솔로 활동을 마무리했죠? 카라의 구하라와 솔로로 나선 구하라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카라 멤버로서는 갑자기 활동 도중에 머리를 탈색한다거나 태닝을 하는 건 꿈도 못 꿔요. 무대의상과 메이크업 컨셉트 모두 다른 멤버들과 통일해야 하고요. 그리고 카라의 구하라는 여태껏 귀엽고 풋풋하고 상큼한 이미지였죠. 근데 저도 나이를 먹고 있고, 이제 마냥 어리지만은 않잖아요. 사실 솔로 앨범 수록곡 중에 ‘하라구’라는 곡을 원래 타이틀로 생각했었는데, 카라에서의 이미지와 많이 겹쳐서 결국 ‘초코칩쿠키’로 바꾸게 되었어요. 좀 더 길게 활동하려면 그동안의 익숙한 모습과 다른 모습을 먼저 보여드리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요새 부쩍 운동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고요. 승마랑 필라테스를 하고 있어요. 둘 다 2년째 하고 있는데, 사실은 체력이 달려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동안 이것저것 저한테 맞는 운동을 찾아 헤맸는데 마침내 찾아낸 것 같아요. 특히 승마는 유산소와 근력 운동이 동시에 되어서 좋아요.

그럼 과천에서 말을 타는 건가요? 네. 이게 그냥 운동이랑은 다른 게 동물과 함께 하는 거잖아요. 승마는 말이 나를 태워주는 게 아니고 말과 내가 함께 뛰는 거라고 하거든요. 뛰는 속도나 보폭을 조절해가면서 나도, 말도 같이 운동을 하는 거예요.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교감하게 돼요. 그럴 땐 마음까지 힐링이 되죠. 운동 끝나고 당근 먹여주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고요.

그러고 보니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죠? 네. 다섯 살 피코와 세 살 차차예요. 둘 다 수컷이고요. 피코는 중학교 때 까불다가 갑자기 철든 고등학생 같아요. 요새는 장난감을 줘도 시큰둥해요. 반면 차차는 아직 천방지축 중학생이에요. 피코는 항상 제 발치에서 자고, 차차는 침대 옆 스툴에 올라가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 모습을 볼 때가 제일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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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운드투스 체크 코트 까르벵 바이 쿤위드어뷰 (Carven by Koon with a View), 화이트 보디수트 페이우(FayeWoo), 슈즈 산슈앤코(SanShoe&Co.).

혼자 산 지는 얼마나 되었어요? 5~6년 정도? 멤버들과 합숙 생활을 하다 독립했어요.

그 정도면 자취 노하우도 있을 것 같아요. 별건 없어요. 청소는 몰아서 하기? 하하. 바빠서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으니까 집안일도 할 게 없을 것 같죠? 근데 안 그래요. 일 만들기도 싫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서 요리도 잘 안 해 먹어요.

구하라씨 냉장고를 <냉장고를 부탁해>에 의뢰하면 어떤 요리가 나올까요? 셰프님들이 되게 곤란하실 거예요. 건강 음료밖에 없어요. 호박즙, 양파즙 이런 거요. 그리고 고양이들 간식이랑, 피부 관리용 마스크팩. 아, 음료수는 많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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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셔츠 토가 바이 쿤위드어뷰 (Toga by Koon with a View), 팬츠 알써틴 바이 쿤위드어뷰(R13 by Koon with a View).

지난 5월에는 직접 디자인한 네일아트가 담긴 네일북도 냈어요. 데뷔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한창 빠져 있을 때는 네일숍에 하루에 네댓 시간씩 있곤 했어요. 5년 동안 조금씩 모아온 디자인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었어요. 특히 고양이 디자인 파트에 애착이 많이 가요.

이것들 말고 그동안 많이 공개되지 않은 구하라씨의 일상이 궁금해요. 일단 예시를 제시해볼게요. 나는 소주파다 vs 맥주파다. 둘 다 아니에요. 술이 안 받는 체질이라서요. 근데 술자리는 좋아해요. 전 DJ 역할을 맡아요. 그 자리의 분위기에 맞는 선곡 리스트가 있죠. 리믹스로 편곡된 힙합 음악을 많이 틀어요. 최근엔 미구엘 노래를 많이 틀었어요.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좋다 vs 액션 블록버스터가 좋다. 액션! 어제도 VOD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봤어요.

나는 집순이다 vs 활동파다. 활동파요. 집에 붙어 있는 걸 못 참아요. 나가야 해요. 네일아트도 운동도 사실 집에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건데,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하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나는 외롭다 vs 외롭지 않다. 외롭지 않아요. 원래는 외로움을 타는 성격이긴 한데, 그 감정에 빠져들지는 않아요. 역설적이게도 외로움을 느끼는 그 상태를 그냥 받아들이면 외롭지 않아요. 좀 헷갈리는 이야기이긴 한데, 정말 그래요.

나는 연애 고수다 vs 연애 하수다. 둘 다인 것 같아요. 연애 시작할 때는 하수, 조금 지나면 고수라고나 할까요? 연애 시작할 때는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이 아니거든요. 주도적이지도 못하고. 그래서 하수처럼 구는 면이 있어요. 그런데 지내다 보면 어느 날 상대방이 저에게 밀당을 잘하는 것 같다고 그래요. 일부러 연락을 안 받거나 그러는 건 아니고 저는 그냥 연락을 하고 싶을 때 하고 바쁠 땐 또 안 하고 그러거든요. 하루에 몇 번 어느 때 해야 한다, 이런 건 별로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요.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애를 태울 때가 있나봐요.

나는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 vs 끌리지 않는다. 안 끌려요. 제가 나쁜 여자다 보니….(웃음) 나쁜 남자에게 덴 친구들의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요, 간접경험만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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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풀오버와 화이트 데님 팬츠 모두 로우클래식(Low Classic).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싶을 때가 있는지 궁금해요. 있어요. 안무 연습을 하면 예전과 다르게 금방 지쳐요. 그리고 전에는 스케줄이 들어오면 무작정 쳐내기 바빴는데, 지금은 이 활동을 내가 왜 하는지, 이 컨셉트를 하면 내가 어떻게 보일지 꼼꼼히 생각하고 결정도 신중히 하게 되었어요. 그럴 때 나도 나이 먹었구나 싶어요.

무대에서의 섹시 컨셉트가 더 이상 어색하진 않나요? 사실 아직은 거의 매번 어색해요. 카라 멤버로 활발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활동한 시간이 길어서 그게 몸에 배어 있거든요. 시도하는 게 중요하니까 틀을 깨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뭐든지 딱 이거다, 내 거다 느껴지는 순간엔 자신감이 확 붙잖아요. 그런 확신이 아직 부족해요.

여전히 무대에서 긴장하는 편이에요? 그렇지는 않아요. 전에는 많이 떨렸는데 지금은 그저 익숙해요. 한 사람이 5년 동안 하루에 10시간씩 어떤 걸 공부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쉬지 않고 8년째 일하니까 이젠 굳이 생각을 안 해도 무대에서 자동으로 나와요.

다시 태어나면 또 아이돌 가수를 할 건가요? 아니요. 물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경험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요새 드는 생각이, 마흔 살 즈음이 되어 10대, 20대 시절을 돌아보면 아쉽고 후회가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어릴 때 데뷔해서 사회에 일찍 나온 터라 오히려 어릴 때 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깨우치고 다른 걸 찾아보고 그럴 시간이 없었거든요. 한 인간으로서 그런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한다는 게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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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신의 의외의 면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는지 궁금해요. 없어요. 저는 저 자신을 잘 알거든요. 굉장히 욕심이 많고 일할 때 완벽하게 마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시간 약속도 철저하게 지키고, 제가 생각하거나 계획한 상황이 틀어지는 게 싫어요.

사람들이 구하라에 대해 오해하는 면이 있다고 느끼나요? 있어요. 음, 일단 저를 새침데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의외로 화끈한 성격입니다. 그리고 왠지 일을 대충 할 것 같다고 편견을 가지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9월은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요? 한 달간 일본에서 카라 콘서트가 있어요. 여태까지는 대표곡 위주로만 콘서트를 꾸렸는데 이번에는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의 수록곡을 좀 더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솔로 구하라에 대한 고민도 계속될 것 같아요. 제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생각이 많은 때거든요.

그럼 피코, 차차와는 한 달간 이별이네요. 당분간 고모 집에 맡기기로 했어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요. 엄마는 일하러 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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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이 선택한 잇 백

모다2

모던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루즈 앤 라운지와 뮤즈 전지현이 만났다. 당신의 취향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전지현이 선택한 잇 백.

전지현 화보
V자 절개 라인으로 포인트를 준 넉넉한 사이즈의 조이아 클러치 백 62만9천원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검정 니트 톱 디케이엔와이(DKNY).
전지현 화보
엠보싱 가공한 플랩과 간결한 디자인이 어우러진 미디엄 사이즈 센소백 75만9천원, 파이톤 가죽 슬립온 가격 미정 모두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검정 니트 톱과 이너로 입은 톱, 심플한 팬츠 모두 디케이엔와이(DKNY).
전지현 화보
앞면의 검정 스톤과 추상적인 프린트가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미디엄 사이즈 디오백 가격 미정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간결한 검정 톱과 팬츠 모두 캘빈 클라인 플래티늄(Calvin Klein Platinum),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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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 절개 라인 포인트와 지퍼 디테일이 모던한 느낌을 주는 알바백 가격 미정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셔츠 원피스와 아우터 모두 디케이엔와이(DK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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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흩뿌린 듯한 독특한 디자인의 뱀피 가죽 미니 사이즈 비토백 54만9천원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베이지색 니트 터틀넥 풀오버와 스커트 모두 디케이엔와이(DK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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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질감의 가죽을 조합한 토트백 겸 숄더백인 라지 사이즈 시타백 가격 미정, 파이톤 가죽 슬립온 가격 미정 모두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셔츠 원피스와 아우터 모두 디케이엔와이(DK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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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보싱 가공한 가죽 소재가 돋보이는 복주머니 형태의 미디엄 사이즈 모다백 가격 미정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원피스 캘빈 클라인 플래티늄(Calvin Klein Platinum).
전지현 화보
전면에 검정 스톤 장식을 가미한 일루소백 78만9천원 루즈 앤 라운지(rouge & lounge), 누드 컬러 셔츠 디케이엔와이(DKNY), 아우터와 팬츠 모두 캘빈 클라인 플래티늄(Calvin Klein Platinum).

안녕, 박유천

박유천 화보
수트 폴 스미스(Paul Smith), 베스트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

그러니까 9년 전 나는 다른 매체에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어떤 시상식이 열렸던 날이었고 대상을 받았으니 아마도 그의 가장 빛나는 날들 중 하루였을 지도 모르겠다. 딱 스물한 살 청년답게 살갑고 풋풋했던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고, 힘든 순간과 기쁜 순간이 더해져 오늘이 되었다. 십대들이 환호하는 아이돌 가수였던 그는 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이제는 연기도 한다. 그렇게 꽤 괜찮은 배우가 되었다.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연기한 <해무>로 온갖 신인상을 휩쓸기도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오늘까지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잠시 모든 걸 멈추고 그냥 평범한 박유천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홀가분할 것도, 마지막이랄 것도 없다. 다만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을 너무 일찍 치러 버렸다고 말하는 박유천은 그 다음의 연장전을 준비할 시간을 앞두고 있을 뿐이다.

박유천 화보
수트와 셔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박유천 화보
니트 터틀넥 풀오버 구찌(Gucci).

이제 꼭 한 달 남았다. 대부분의 공식 일정이 끝났다. 모든 것을 마친 지금, 홀가분한가?
그런 마음은 별로 없다.

얼마 전 일본 팬미팅에서 울었다.
군대에 가기 때문에 운 건 아니고, 그날따라 십년 넘게 일본에서 활동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감정이 벅차 올랐다. 지금껏 팬들이 준비해준 이벤트를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한없이 고마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팬들이 예뻐 보였다. 그래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좋았던 기억과 아쉬웠던 기억이 쌓이며 인생의 순간이 만들어진다. 지금껏 가장 좋았던 기억은 무엇인가?
예전에 지금의 회사가 막 생기고 모두 다 함께 호주에 간 적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던 그때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여전히 살맛 나게 일하고 있다. 멤버들과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관계가 달라진 건 없다. 데뷔하고 한동안은 항상 격식을 차리고 멋있어야 했고, 모든 생활 패턴이 정해져 있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평범한 나를 찾았다.

활동을 잠시 중단해야한다는 게 두렵지는 않나?
언젠가 3~4년 정도 일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활동을 중단하게 될 시간이 나에게 좋은 쪽으로 흘러갈 것 같다.

모든 걸 멈춘 것을 상상해본 적 있나?
물론. 모든 것을 멈추고 이비사 섬에 가자!(웃음) 막연하게 이곳을 떠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집에서 밥 해먹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애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운동회도 따라가고, 그런 삶.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할 수 있게 되겠지.

박유천 화보
수트와 니트 터틀넥 풀오버 모두 구찌(Gucci), 구두 폴 스미스(Paul Smith).
박유천 화보
니트 톱 프라다(Prada).

늘 주목받는 삶을 살아왔다.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면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나?
잊혀진다 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10대에 가수로 데뷔하고, 또 연기를 했으니 크던 작던 나만의 공간은 남아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나를 기억하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것 같다. 잊혀질 시간이 되어 잊혀진다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다.

원 없이 상도 많이 받았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도 아쉬운 게 있나?
전혀 없다. 한 번도 아쉬웠던 적이 없다. 내 나이에 맞게 즐겁게 살아왔다. 나는 원래 욕심이 없다. 욕심이라고 한다면 집안의 수납공간 욕심 정도?(웃음) 지금은 내가 어릴때 꿈꾸던 것보다 훨씬 많이 이뤄놓은 것 같다. 어릴때 나는 가족들이 냉장고를 열면 항상 먹을 게 있고, 고기 반찬도 먹고 엄마 차도 사주고 동생 차도 사주고, 그런게 꿈이었다. 다 이룬 셈이다.

10대에 데뷔했고, 20대를 달려왔고 서른이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술을 마신 다음 날 회복이 더디다.(웃음) 20대에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다. 한 번은 46일동안이나 매일 소주 한 짝씩 마신 적도 있다. 그냥 술이 좋았다. 그런데 난 절대 취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재중이 형 휴가나왔을 때 술을 마셨는데, 형 말이 군대에서는 일찍 자니까 밤 10시부터 귀가 안들렸다고 하더라. 나는 술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사람들이 술 마시며 떠드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그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를 보고 들으면 이상하게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아, 내가 이런 세상에 속해 있구나.’하는 느낌이 좋다.

술자리에서 박유천의 모습이 궁금하다.
뭔가 꽂히면 말을 많이 한다. 누군가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잘못도 지적하고 사이 안 좋은 사람 둘이 있으면 둘이 막 붙여주려고 한다.

박유천 화보
니트 톱 다니엘 안드레센 바이 10 꼬르소 꼬모(Daniel Andresen by 10 Corso Como), 팬츠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구두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박유천 화보
니트 톱 다니엘 안드레센 바이 10 꼬르소 꼬모(Daniel Andresen by 10 Corso Como).

지금껏 하지 못해 아쉬운 일 있나?
많다. 아버지를 생전에 한 번 더 만날 걸. 살아 계실 때 볼 걸. 그런 생각이 든다. 용기가 나지 않아 만나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된다.

박유천에게 올 한해는 정말 다이나믹한 1년이겠다. 지난 해 개봉한 영화 <해무>로 상도 많이 받고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도 반응이 좋았고, 그러던 와중에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해무>는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다.
나는 그 영화를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다. 내 연기가 너무 이상하다. 얼마 전에 집에서 한 번 다시 볼까하고 틀었다가 꺼버렸다. <해무>에서 내가 연기한 ‘동식’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뚜렷하게 자기 생각은 있지만 생각대로 행동할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였다. 6개월 동안 동식이로 살면서 내 안의 것을 끄집어 내는 것도 있지만, 억지로 끌어 당겨서 캐릭터에 담아야 하는 것도 있었다. <해무>를 촬영하는 동안은 집중력을 200%로 끌어올렸다. 반년간 촬영하지않는 시간에도 나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 재미있는 건, 그때 있었던 일 중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 많다는거다. 온전히 동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내 기억에서는 많이 사라진 것 같다.

얼마 전에 <루시드 드림> 촬영도 마쳤다.
특별 출연이라 분량이 적다. 내가 극을 끌어가는게 아니다 보니 더 불안했다.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 싶고 적은 분량이나마 내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이런 조연이나 작은 역할이 좋다.

주인공에 익숙한 삶 아닌가?
꼭 주인공을 맡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금껏 많이 해봤으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경험해보고 싶다.

반면 <냄새를 보는 소녀>는 많은 것을 털어낸 느낌이었다. 당신이 그렇게 웃기는 연기를 할 줄이야.
드라마 <쓰리 데이즈>가 끝나고 <냄새를 보는 소녀>를 하기 까지 1년 가까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냄새를 보는 소녀>를 촬영하는데 초반에는 카메라도 부담스럽고 신경쓰이고 미치겠더라. 연기를 오랜만에 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시 익숙해졌다. <냄새를 보는 소녀>는 힘을 주지 않고 연기를 해서 재미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다. 어제는 세경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마리텔 잘 봤다. 네 이름 검색어에 너무 오래 떠있는 거 아니냐’하고(웃음) 촬영이 끝나면 그렇게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잘 지내는 게 좋다. 지민이 누나도 항상 모니터링 해주고 우식이도 잘 되고 있고. 좋다.

박유천 화보
셔츠 하이더 아크만 바이 분더샵((Haider Ackermann by BoonTheShop), 팬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슈즈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
박유천 화보
수트와 슈즈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2년 넘게 활동을 멈추게 된다. 그 시간이 지난 후 덜어내고 싶은 것이 있나?
인기. 나는 사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도 지금보다 더 인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하고 싶은 연기를 하고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 지금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 생각도 더 깊이가 생길 테니, 하고 싶은 것이 또 달라질 것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을 많이 내려놓고 잘 내려가고 싶다. ‘내려가는 건 이렇게 내려가는 거다’라고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시간이 10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천천히 내려가서 잘 마무리 짓고 싶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잘 내려가지 않겠나? 사고 치면 두 시간 내로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웃음)

더하고 싶은 건 뭔가?
연기를 잘하고 싶다. 연기와 노래에 둘 다 발을 담갔지만 나는 딱히 잘하는 게 없는 것 같다. 다만 시기와 운이 잘 맞아 떨어졌고 거기에 노력이 더해지니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이를 테면 막 오열을 했는데 순간 내가 집중해서 연기한 덕에 연기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내가 그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캐릭터가 없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아주 평범한 캐릭터 말이다.

입소를 얼마 안 남겨둔 지금, 인생의 전반전이 끝난 걸까?
기분은 후반전까지 끝낸 것만 같다. 그리고 매우 긴 연장전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 많이 지쳤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일을 하는 순간은 즐겁지만, 왜 그런 것 있지 않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다음에 느껴지는 공허함 같은 것. 아마도 그 공허함을 채우려고 자꾸 평범한 무언가를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때이른 질문이지만 묻겠다. 한동안 인터뷰를 할 일이 없을 테니. 올해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
8관왕의 해?(웃음) 올해는 나를 도와주는 스태프들과 팬들이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서 나를 도와줬던 해인 것 같다. 그 고마움을 많이 느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입소 전 날 뭐 할건가?
집에서 밥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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