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가 의심스러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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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육감은 네티즌 수사대의 정보력보다도 정확하고, 점성술사의 예지력보다도 본능적으로 숨겨진 사실을 정확하게 포착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내 남자의 외도와 관련한 것이라면, 그 레이더는 훨씬 철저하게 작동한다. 문득 남자친구의 행동이 눈에 보일 듯 말 듯 일어난 손거스러미처럼 가슬가슬하게 마음에 걸릴 때가 있다. 그냥 두자니 따끔따끔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콕 집어내자니 형체가 없는 무언가가 그의 말이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거다.

2년 전 L의 경우가 그랬다. 어느 날 만난 남자친구는 여느 때와 똑같았다. 못 보던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빼고는 말이다.그다지 눈썰미가 없는 L이 보기에도 그 타이는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물론 본인이 샀을 수도 있지만 L이 아는 남자친구는 패션은 쥐뿔도 모르는, 아침에 일어나 손에 제일 먼저 집히는 옷을 입고 출근하는 남자였다.

L은 급하게 결혼식에 가느라 근처 백화점에서 아무거나 샀다는 그의 말을 믿었다. 며칠 후 친구와 백화점에 갔다가 남성복 코너에서 49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은, 그것과 똑같은 명품 브랜드의 타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역시 다른 여자에게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내 남자가 못 보던 걸 하고 나타났다면 그에게 새로운 스타일리스트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열변을 토하고 다녔다.

‘바람 든 상대방’의 돌출 행동은 특히 휴대폰 사용법에서 두드러진다. 가장 많이 레이더망에 걸리는 이상 징후는 언제는 귀찮아서 싫다더니 어느 날부턴가 휴대폰에 잠금 패턴이 걸려 있는 걸 발견할 때다. 그렇다고 패턴을 가르쳐달라고 요구하기도 뭣한데, 슬쩍 물어봤더니 우린 사랑하는 사이지만 각자의 영역은 터치하지 말고 남겨두자고 정색을 하고 나서면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갈 곳 없는 마음은 상상의 세계로 승천하는 거다.

친구 K는 2년간 만나던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부터 화면이 안 보이게 휴대폰을 엎어두고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걸 깨달았다. 주말 데이트가 있던 어느 날, 그가 식당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휴대폰을 들여다본 K는 웬 외간 여자에게 하트를 붙여 날린 남자친구의 메시지에 경악했다.

최근 남자친구와 헤어진 J는 블루투스 때문에 이별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차에 탔는데 평소처럼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휴대폰에 연결되어야 할 블루투스가 웬일인지 작동하지 않았고, 그의 것도 J의 것도 아닌 제3자의 정체 모를 휴대폰 일련번호가 연결 리스트 맨 위에 떴다. J의 남자친구는 결국 드라이브할 때 꼭 음악을 트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완전범죄에 실패했다.

진짜 본능적인 직감을 발휘한 건 1년 동안 알콩달콩 연애를 하던 H였다. 그녀는 어느 날 남자친구의 휴대폰 통화 목록에 누군가 ‘웬수’라고 된 것을 발견했다. 정말로 막역한 불알친구거나 친형제, 친남매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H는 다른 비슷한 험한 단어도 많건만 웬수라는 단어의 어감이 주는 아주 미묘한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결국 후에 그 웬수는 그 남자의 부인으로 밝혀졌다.

문득 친구 M이 새로 사귄 남자친구가 떠오른다. 그가 주말에 유난히 연락이 뜸하다는 것이다. M과 남자친구는 각각 경기도 양 끝에 살고 있어 거의 주중에만 데이트를 했다. 하지만 M은 매번 주말이면 낮 3시에 문자를 보내도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답을 하는 이 남자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정말 유부남일까? 아니면 괜히 항간에 도는 잡설에 휘둘려 애먼 사람을 나쁜 놈으로 몰아가는 걸까. 실체를 알 길이 없어 M은 답답할 뿐이다.

에어비앤비 오피스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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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시작이 반이다
우리는 어딘가에 단 하루를 머물더라도 그 하루를 살 곳이 필요하다. 호텔이나 민박집에 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현지 사람의 집에 묵는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곳의 맛과 문화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의 흐름을 주도하는 건 온라인 숙소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에어비앤비(airbnb)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온라인에서 집을 제공하고 싶은 사람과 제공받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작년 초, 한국에 에어비앤비가 상륙한 것은 꽤 반가운 일이다. 한국을 찾는 자유여행객의 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여행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숙박 시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 제법 다양한 숙소를 살펴볼 수 있고 제대로 된 숙박 시설이 없는 지역도 여행할 수 있으니, 숙소뿐만 아니라 여행지 선택의 폭도 넓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요즘 여행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커리어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는 경험 소비로 새롭게 소비되고 있다. 소비할 만한 완벽한 여행을 정의할 수는 없지만 경험의 경계가 확장됐다면 성공적인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건 꽤 현명한 출발이다.

정보 제공에 친절한 사람들

에어비앤비는 중개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한 <지금 가장 핫한 제주 99>라는 이름의 소책자는 에어비앤비가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 여행 안내서다. 여기에는 제주 사람들만 찾을 법한 골목 상점, 걷기 좋은 길, 들러볼 만한 플리마켓 등 감각적인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빌려주는 지역 주민들의 귀띔이 이 책의 남다른 정보력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또, 새로운 국내 여행지를 발굴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도, 영월, 울산, 전주 등지를 돌아다니며 소개할 거리를 찾고 있는 에어비앤비 직원들이 있다. 그 밖에 그 동네의 먹거리를 알리고 이벤트를 통해 여행권을 증정하는 왁자지껄한 하우스 파티도 종종 연다. 이렇듯 끊임없이 다양한 즐거움을 제안하기에 에어비앤비의 페이스북 페이지라도 한번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이들의 일터를 방문했다.

일과 여행 사이

에어비앤비코리아는 지난 2014년 3월 한국에 문을 열었다. 사무실은 좀처럼 회사라고 상상하기 힘들 것 같은 한남동의 한 주택이다. 서른 명 정도 되는 직원들은 ‘커미티(committee)’라는 팀을 만들어 이 공간을 가꾼다. 사진들로 채운 벽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모인 ‘포토 커미티’의 컬처 월이고, 또 다른 벽에 붙은 물 주기 당번표에 이름이 쓰인 사람들은 옥상과 테라스에 있는 텃밭을 가꾸는 ‘가드닝 커미티’ 소속이다. 그 밖에 목요일의 ‘북 클럽’, 도시락을 시켜 먹는 수요일과 목요일의 메뉴 선정을 책임지는 ‘푸드 커미티’ 등이 활동 중이다. 이렇게 취미와 관심사에 따라 조직된 ‘커미티’는 공간을 아름답게 할 뿐 아니라, 하는 일이 다른 서른 명 가까운 직원들이 친밀감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도록 돕는다. 에어비앤비 역시 일반적인 회사처럼 마케팅, 고객 경험, 사업 개발 등 맡은 일에 따라 부서가 있다. 하지만 어느 팀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정해진 자리가 없이 그날그날 자기가 원하는 곳에 앉기 때문이다. 날씨를 즐기고 싶으면 테라스로 나갈 수 있고, 집중이 필요한 순간엔 안쪽 자리에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누울 수 있는 옥상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도 된다. 한편, 에어비앤비는 여행인지 일인지 모를 출장이 많은 회사다. 재미있는 것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음 날이라도 팀을 꾸려 출발하기 때문이다. 당장 비우면 티 나는 자리가 없기에 가벼운 마음이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의 비결인가 싶기도 하다. 여행과 출장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즐기는 에어비앤비 사람들은 오늘도 원하는 자리로 떠나 여행하듯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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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설계하다


이준규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전에는 구글 코리아에서 SMB(중견, 중소기업) 사업을 담당했다. 그때부터 중소 규모의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에게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제주도를 가게 됐다. 처음으로 제주도의 서쪽을 가봤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20년 동안 장사하며 서울 사람을 처음 봤다고 했다. 그때 에어비앤비를 통해 소상공인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에어비앤비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 무렵 에어비앤비 쪽에서도 연락이 와서 일하게 되었다.

에어비앤비를 이끄는 당신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빠르게 변하는 다양한 환경에 맞춰가려면 직원들에게 업무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고 그들의 역량을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경험이 없어도 창의력과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경험보다는 열정, 시장을 한번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에어비앤비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 궁금하다. 새로운 기획을 할 때 기업은 그 일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투자 대비 큰 결과를 원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그렇지 않아 보이는 일이 뜻밖에 잘되는 것을 즐긴다. 작년에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장외 전시인 서울디자인스팟 행사를 후원하면서 1백50곳이 넘는 장소를 선정하고 에어비앤비를 알리는 일을 했다. 직원들이 1백50곳을 일일이 직접 방문해 에어비앤비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수고스럽고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는 일이었지만 에어비앤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전할 수 있어 뜻밖의 큰 수확이 있었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기 위해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얼마나 잘 공감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공감을 잘하면 시장의 상황에 공감하고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론칭할 수도 있고, 특정 이슈에 공감하면 그 이슈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다른 팀원들과 소통할 때도 공감할 수 있으면 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업무 외의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얼마 전 회사에서 러닝 클럽에 가입했다. 사무실에서 남산까지 달리는 코스가 좋다. 딱 3km 뛰고 ‘목멱산방’이라는 비빔밥집에 간다. 동네 산책도 좋아한다. 가족들끼리 공유하는 취미인데, 슬슬 걸으며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면 산 지 10년이 넘은 동네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에어비앤비 한국 지사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국내여행 활성화다. 에어비앤비를 유럽 여행 갈 때만 이용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점이 아쉽다. 나도 전에는 국내여행을 잘 다니지 않았다. 예를 들면 담양은 정말 좋은 곳인데 호텔이나 콘도가 없으니 아이들과 묵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를 통해 담양에도 가고 남해로 떠나 노량해전이 벌어진 곳 앞에서 묵을 수도 있었다. 음식이 비슷하고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국내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인사이트를 키워준다.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도 국내여행 활성화에 에어비앤비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할 것이다.

나를 미워하는 상사 대처법

MH15-상사가미워할때잘 먹고 잘 살아라

천성적으로 참견의 여왕이었던 예전 상사는 사소한 서류 형식에서부터 앉는 자세까지 지적했고, 원래 소식하는 나를 두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옆에 붙어서 ‘넌 왜 애가 그만큼밖에 안 먹니? 그래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해’ 하며 꼭 한두 마디씩 면박을 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사장 앞에서는 온갖 다정한 척을 다 하고 뒤에서는 피를 말리는 통에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상사를 피하게 되었다. 그러자 버릇 운운하며 나를 두고 ‘모자란 아이’라고 몰아세우는데, 그 순간 아, 이 구역 미친X은 바로 저 여자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그길로 바로 사표를 제출했다. 그녀를 상사로 두며 생긴 소화불량과 신경성 위경련, 폭식 증세가 이직하고 한 달 만에 싹 사라지는 인체의 신비를 경험하고는, 나를 미워하는 상사는 안 보고 사는 게 무병장수에 이롭다는 걸 알게 되었다. 후에 내 후임으로 들어온 사람도 나와 똑같은 사유로 얼마 못 가서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 선택은 옳았다. _P, 패션 디자이너

적은 가까이 두라

내 상사는 예전에 뒤에서 내 험담을 하곤 했다. 나는 잔업을 하지 않기 위해 업무 시간에 아주 열심히 일한다. 하지만 그는 퇴근 시간까지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다가 저녁 먹고 돌아와서도 한두 시간을 더 허송하고서야 집에 가는 타입이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신의 패턴을 따를 것을 강요했다. 그래서 주말에 나오라고 해도 나가지 않고, 상사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도 모르는 척 내 일만 했다. 그 대신 뒤에서 내 흉을 보는 줄 알면서도 딱 시치미 떼고 오히려 먼저 상사에게 다가가서 사근사근하게 챙겼다. 윗사람은 필연적으로 외롭다. 그래서 챙겨주는 후배에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연다. 결국 내 상사는 이제 나에게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를 따르지 않아서 미움을 받더라도 그의 페이스에 마지못해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일의 성과가 좋으면 결국 상사도 내 스타일을 인정하고 일정 부분 이상은 터치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대부2>에서 알파치노가 친구를 가까이하고, 적들은 더 가까이 두라고 그랬던가. 나를 미워하는 상사도 예외가 아니다. _S, 출판사 편집부

상사의 가까운 동료를 포섭하라

첫 직장이 직원이 몇 명 되지 않는 작은 회사였는데, 그래서인지 회사 대표는 신입사원인 나에게 아무 개념 없이 사적인 일을 시키고는 했다. 커피 심부름은 가벼운 부탁 정도였고 자기가 어디까지 가야 하니 빠른 길을 알아봐라, 아침마다 본인 하루 스케줄을 확인해서 기사에게 알려줘라, 사무실 자리의 화장대를 치워라 등등 경계가 없었다. 문제는 내가 비서직이 아닌 엄연히 영업직 사원으로 입사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인상이 너무 무뚝뚝하고 세 보여서 일부러 더 잡일을 시키며 기를 꺾으려 했다는데, 나로서는 일에 집중하느라 싱글벙글할 수 없었던 것뿐이었다. 아무튼 아무리 대표의 지시여도 내 본업에 영향을 받는 수준의 심부름을 하기는 싫었던 나는, 대표가 아끼는 우리 팀 팀장에게 넌지시 대표가 지시한 사항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표님이 빠른 길을 찾으라는데 어떻게 찾을까요?’ ‘대표님 아침 스케줄 확인한 것은 어디에 연락하면 되나요?’ ‘대표님께서 화장대 정리하라고 하시던데 이거 치우면 되는 건가요?’ 등등. 이렇게 물을 때마다 팀장은 왜 자신의 팀원에게 이런 허드렛일을 시키느냐며 대표에게 나 대신 부당함을 따졌다. 그 후로 대표는 더 이상 나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_L, 대기업 영업팀

자멸할 때까지 기다려라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편애하는 대리와 그런 대리의 말이면 곧이곧대로 믿는 과장이라는 답 없는 조합에 고통받던 때가 있었다. 처음 본 날부터 사람 얼굴 한번 쳐다보지 않고 내 질문을 듣고도 대꾸도 않더니 나한테 화장을 왜 그렇게 진하게 하느냐, 왜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하느냐 등등 공사를 구분하지 않고 트집을 잡았다. 특별히 이유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나를 10개월가량 다른 부서로 파견했다. 그런데 거기서 담당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잘 나오면서 사내에서 내 평판은 그녀의 예상보다 훨씬 좋아졌고, 그녀로서도 나를 다른 팀으로 쫓아낼 구실이 없으니 파견 기간이 끝난 후 원래 팀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돌아와서 보니 날 미워하던 대리는 육아휴직을 내고 회사에서 사라졌고, 그런 대리를 감싸던 과장은 되레 본인이 인사이동의 대상이 된 상태더라. 때로는 목석처럼 그냥 버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_O, IT 회사 마케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