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 이윤지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오프숄더 레이스 드레스 마이데니(My Deni), 슈즈 나무하나(Namuhana).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인디언 핑크 드레스 아이잗 컬렉션(Izzat Collection).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화이트 새틴 드레스 마이데니(My Deni).

최근 그녀를 본 건 8월에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였다. 레드 카펫에 등장한 이윤지는 분홍 시폰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관객의 시선은 온통 하늘거리는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배에 모아졌다.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들어 부쩍 부른 배가 만드는 D라인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의 아름다운 이미지 중에서도 특별한 종류의 우아함을 느끼게 했다. 인생에서 운명적으로 선택된 어떤 순간에만 가능하기에 더 빛나 보였다고 할까.

이윤지는 채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드라마 <논스톱4>를 시작으로 <더킹 투하츠> <왕가네 식구들> <닥터 프로스트>, 최근작 <구여친클럽>에 이르기까지 밀도 있는 출연작 리스트를 쌓아왔다. 장르도 역할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어느 작품에서든 한 번도 대충 하는 듯한 인상은 없었던 그녀다. 출산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만난 그녀는 쾌활하고 이지적인, 우리가 항상 봐오던 바로 그 이윤지였다. 다만 어머니가 된다는 생애 가장 아름답고 또한 혼란스러울 변화를 앞두고 가지게 된 더 깊어진 생각과 고민, 삶을 대하는 시선들이, 그녀를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이윤지로 성장시킨 것 같았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튜브톱 드레스 브라이덜공(Bridal Kong), 진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태명이 뭐예요? ‘콩닭이’예요. 2월 즈음 임신 6주 차가 되었을 때 아이의 콩닥콩닥하는 심장 소리를 처음 듣던 날 바로 지었어요. 그리고 저는 콩 요리 마니아, 남편은 닭 요리 추종자거든요. 부부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죠.(웃음)

갑자기 불현듯 먹고 싶은 음식은 없었나요? 그걸 사 오는 게 임신 중인 아내를 둔 모든 남편의 피할 수 없는 미션이잖아요. 전 그런 게 없었어요. 그보다는 활동할 때 몸 관리하느라 못 먹던 음식들이 되게 먹고 싶었어요.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먹을 수 있겠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남편에게 짜장라면을 끓여달라고 했어요. 닭강정을 같이 먹을 때도 튀김옷은 다 벗기고 살만 발라 먹던 제가 임신하고는 하나도 남김없이 먹으니까 남편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제야 유대감을 느꼈나봐요.

임신한 주변 사람들 말로는 처음 태동을 느끼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네. 진짜 이건 말도 안돼,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5월 8일이었어요. 2~3일 전부터 배에서 이상한 느낌이 왔어요. 사실 사람이 자신의 배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대부분 위가 아프거나 가스가 찬다거나 하는 소화기관에 생긴 트러블이 전부잖아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첫 태동 전에 물방울이 터지고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든다는데, 전 그냥 소화가 안 되어 배가 꾸르륵꾸르륵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무튼 그러다 갑자기 툭, 하는 거예요.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던 사인이 그것도 내 몸 안쪽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은, 정말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임신했을 때의 몸의 변화가, 인체의 신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 같아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30년 넘게 여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자연스럽게 손을 얹는 자리에만 존재하는 게 당연했던 심장이 지금은 제 몸 안에 하나가 더 있는 거잖아요. 오롯이 현재 임신한 상태인 여성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상태잖아요. 새삼스럽게 내 몸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그런 느낌이 두렵진 않았나요? 마냥 신기했어요. 두려운 건 몸의 변화보다는 세상에 나올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하는 부분이에요. 저 역시 아직 미완성의 인간인데, 이렇게 흠 많은 저를 누가 ‘엄마’라고 부르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제가 제 어머니에게 배우고 혼나고, 동시에 무엇이든 의지하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갖게 된 감정을, 제 아이가 똑같이 제게 가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내가 엄마가 되는 것도, 콩닭이가 세상에 나오는 것도 처음이니 함께 파이팅 해보자” 하고 배 속의 아이에게 말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금까지 느낀 콩닭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일단 참 씩씩해요. 그리고 음, 아마 책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태교하면서 피아노 연주 음악도 많이 들려주었어요. 아이가 음악을 들을 때 많이 움직이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갖든지 음악이 함께하는 아이였으면 해요. 이름에 ‘음’ 자를 넣으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평소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를 봤을 땐 태교할 때도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겼을 것 같아요. 전 오히려 조금 설렁설렁한 것 같아요.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인 것보다는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좋겠다 싶었고, 그래서 일도 최근까지 쉬지 않고 계속 했어요. 엄마가 즐겁게 일할 힘이 있으면 아이도 건강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임신 초반에는 촬영하면서 밤도 많이 새웠죠. 특히 임신부라면 누구나 좋은 것만 보고 먹으려 노력하는 태교 기간에 드라마 <구여친클럽>에서 매일 소리 지르고 화내는 역할을 맡았으니 어려움도 있었죠.

맞아요. 성격도 강한 데다 극 중에서 파혼 위기를 겪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어떻게 대처했어요? 그때가 5~6월,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고 배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때라서 “엄마가 지금 하는 건 일 때문에 연기하는 거야. 진짜가 아니야” 하고 나 자신과 콩닭이를 계속 안심시켰어요. 원래도 워낙 촬영할 때 극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보니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가지고 나서 연기를 하는 게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반드시 해내야 해, 꼭 이렇게 표현해야 해 하면서 제가 만든 틀에 갇혀서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좀 더 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연기하는 연습이 된 것 같아서 잘됐다 싶어요.

그러고 보니 8월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개막식 사회자로 참석했었죠? 레드 카펫에 선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결혼 전부터 인연이 깊은 영화제고, 특히 지난해 결혼하고 올해 초 아이를 가진 뒤로는 처음 참석하는 거라서 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제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요. 작품 활동도 그래요. 어떤 시기에는 잘하고, 어떤 때는 못하기도 했지만 어떤 평가를 받건 머리를 쥐어뜯으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던 당시의 제가 그 역할에 그대로 묻어나잖아요. 그런 직업을 가진 배우로서, 제게 생긴 변화들을 감추지 않고 더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싶었어요. 물론 한동안 일을 쉬면서 아이를 낳고 바짝 관리한 후 언제 임신했었느냐는 듯 날씬한 몸으로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혹시 달라질지 모르는 여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있나요? ‘엄마 이윤지’에 대한 걱정은 크지만, 배우로서는 기대되는 부분이 훨씬 많아요. 인생의 큰 산을 하나 넘으면서 배우로서 그릇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동안 더 잘하고 싶고, 더 욕심내고 싶고, 그래서 매번 아쉽고 그랬거든요. 저는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칭찬하는 성격은 못 되지만 채찍질 다음에는 항상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하고 기대를 품거든요.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여배우인 엄마를 둔 아이라면 자라면서 본의 아니게 주목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죠. 엄마의 직업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 때문에 아이가 괜한 우월감이나, 반대로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그냥 아빠가 일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는 일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걸 잘 이해시키고 싶어요.

2003년에 시트콤 <논스톱4>로 데뷔했으니 벌써 13년 차 연기자예요. 직장인으로 치면 차장, 부장급인 연차인데, 여태 잘해온 것 같아요? 아쉬운 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일하면서 계속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부분에 정말 감사해요. 저를 굴러 가게 하는 이런 기회들이 계속 주어졌으면 해요. 저 자신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그게 제게는 성공일 것 같아요. 고위급 임원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직장인은 못 되더라도요.(웃음)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시폰 드레스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화이트 워치 스와로브스키(Swarov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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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의 모험

마리끌레르 코리아 - 배두나의 모험
의상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배두나가 오랜만에 마리끌레르 카메라 앞에 선 건 지중해에서 한가로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직후였다. 지난해 <도희야>를 끝내고 반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나이로비, 베를린 등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워쇼스키 남매의 첫 TV 시리즈인 <센스8> 촬영을 마쳤고, 그녀가 ‘파이터’를 연기한 <센스8>은 넷플릭스의 시리즈 중 처음으로 유럽과 남미, 북미 등 전 세계 마켓에서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이제는 배두나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연기를 하고 활동을 한다는 게 새로울 것도 없다. 3년 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한동안 런던에서 머물던 그녀를 만났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당장 서울로 돌아가 양념 치킨을 먹고 싶다던 그녀는 이제 프랑스 친구들과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메일로 비행기 티켓이 오면 짐을 싸서 혼자 촬영장으로 가는 것도, 모든 게 익숙해졌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끝나고 런던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는 힘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의 익숙한 삶이 그리웠고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영어를 붙들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힘들었던 시간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무척 편해요. 그때는 못 알아듣는 게 너무 답답했는데 지금은 프랑스인 친구들이 가끔 자기들끼리 프랑스어로 이야기해도 내용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요. 혼자 짐을 싸서 촬영하러 외국으로 갈 때도 모든 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죠.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여전히 여행 가방을 풀지 않고 옷장처럼 쓴다는 것?(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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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 등 기묘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끝내고 배두나는 우리의 세계로 돌아왔다. “<도희야> 시나리오를 읽는데 <고양이를 부탁해>나 <플란다스의 개> <복수는 나의 것>을 촬영할 때 같은 향수가 느껴졌어요. 시나리오를 읽은 지 두 시간 만에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죠. <도희야>의 시나리오는 이창동 감독님과 정주리 감독님이 함께 쓰셨는데 정주리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셨대요. 이창동 감독님이 되든 안 되든 한번 시나리오라도 보내보자고 한 건데 제가 선뜻 하겠다고 한 거죠. 그 뒤론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처음엔 시나리오가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갑자기 가슴이 덜컹하더라고요. 현장에 모인 스태프 중에는 제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꺼이 응한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도희야> 촬영장에서 배두나는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배우이자, 일종의 치어리더이기도 했다. 제작비가 적다 보니 한 회차를 나눠 찍지 못하고 24시간 안에 찍어야 했고, 민박집에서 합숙하는 것도 마다 않고 연일 밤새워 촬영하느라 꾸벅꾸벅 졸며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해 야식을 챙기고 작은 디테일도 놓치면 안 된다며 감독을 응원했다. <도희야>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배두나의 마음을 붙잡았던 걸까?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의 부흥기였던 것 같아요. 실험적이고 다양한 색깔의 시나리오가 많았죠. <도희야>는 그때 만났던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배두나에게 <주피터 어센딩>의 다음 작품은 <도희야>가 되었다. “전 제 필모그래피를 아주 신경 써서 채워왔어요. 훌륭한 감독과 작업도 많이 했고, 작품성도 만족스러웠죠. 어떤 작품에서는 메이크업 하나 하지 않고 못난 얼굴로 나올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좋았죠. 물론 흥행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면 전 실패한 작품이 많아요.(웃음) 하지만 비록 대중이 원하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전 제 필모그래피를 채운 대부분의 작품이 자랑스러워요. 지금껏 필모그래피를 아름답게 가꿔왔다고 생각해요.” 배두나의 선택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다. <괴물>을 마치고 불현듯 드라마 <공부의 신>을 택하더니 <공기인형>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현실에 없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코리아>에서는 실존 인물이기도 한 북한 탁구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작품 속 그녀는 항상 뭐랄까, 전형적인 여자였던 적이 없다. 손가락에 피가 날 만큼 독하게 연습하는 탁구 선수가 그렇고, <센스8>의 파이터가 그렇다. “전 제가 죽어도 될 수 없는 인물에 끌려요. 저 생각보다 되게 여성스러워요.(웃음) 그래서 닮고 싶은 여자에게 끌리나봐요. 전 연애를 해도 푹 빠져서 오로지 사랑만 하거든요.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선택하는 작품 속 캐릭터들은 헤어져도 뒤도 안 돌아볼 것 같은 여자들이죠. 쿨하고 중성적이고. 한 번도 실제 저와 비슷한 캐릭터를 선택한 적은 없어요.”

이날 우리의 촬영은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오랫동안 마음을 맞춰온 스태프들이니 모자랄 것도, 지나칠 것도 없이 평화로웠다. 어떤 사진을 보면서는 10년 전에 찍었던 사진처럼 어려 보인다며 같이 웃기도 했고,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너무 금세 끝나는 거 아니냐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고 옷을 좋아하고, 또 예쁜 옷을 입고 찍히는 것도 좋아요. 그러고 보면 지금껏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왔네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여러 작품에 출연했어요. 엄마가 좋은 배우들과 연기해야 연기가 는다고 조언하셨거든요. 그래서 고두심 선배님, 윤여정 선배님처럼 훌륭한 선배님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주저 없이 출연했죠. 지금껏 이번에는 블록버스터, 다음에는 영화제에 갈 법한 작품성 있는 영화,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항상 지금 현재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했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대신 변치 않는 그녀만의 까다로운 기준은 있다. “시나리오를 읽고 단 한 장면이라도 못할 것 같으면 하지 않아요. 아무리 욕심나더라도 그 장면조차 잘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배우가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회할 만한 작품은 하지 않죠.”

그런데 워쇼스키 남매의 작품이라면 언제나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말하자면, 배두나에게 그들은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그리고 배두나는 그들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워쇼스키 남매는 동양적인 미덕 같은 게 있어요. 굳이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죠. <클라우드 아틀라스> 오디션을 볼 때만 하더라도 영어를 잘 못하는 제가 캐스팅될 줄 몰랐어요. 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연기를 강하게 하는 편이 아니잖아요. 생략하고 감추며 감정을 잡는데 그분들은 제 그런 연기를 알아봐줬어요. 더 좋은 조건의 배우들 대신 절 택한 거죠.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캐스팅됐을 때 결심했어요. 그분들이라면 부르기만 하면 가겠노라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센스8>은 워쇼스키 감독의 첫 TV 시리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들은 배두나를 불렀다. “사실 <센스8>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센스8>에서 제 역할이 파이터거든요. 만약 이 작품이 잘되어서 시즌제로 가면 5년은 묶여 있어야 할 테고, 그러면 내 나이가 마흔인데 지금도 몸치인 내가 과연 무술 연기를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죠. 그런데 결국 시즌제로 가네요.(웃음).”

그러고 보면 배두나는 늘 용기 있는 선택을 해왔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시카고에 오디션을 보러 갔고, 어느 날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혼자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20대에는 <두나’s 런던놀이> <두나’s 도쿄놀이> 같은 책도 썼다. “정말 후회 없이 논 시절이에요. 지금은 누군가 제가 쓴 책에 대해 얘기하면 민망한데, 그때는 저를 지켜보는 10대들에게 실컷 놀아보라고 부추기고 싶었죠. 너희도 한번 놀아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때는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고 드라마도 많이 했어요. 더 이상 20대 시절에 미련이 없어요. 30대가 되어서는 조금씩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40대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전 제 미래를 상상해본 적이 없거든요. 누구는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꿈을 꿔본 적이 없어요. 다만 현재를 살 뿐이죠.” 배두나도 안정을 꿈꿀까? “어느 순간 이제 제 삶이 안정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센스8> 프리프로덕션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갔는데 갑자기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짐도 제대로 챙겨 가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것들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예전에는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엄격했나봐요. 뭔가 못하면 답답하고 뭐든지 잘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그런 시기가 좀 지나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참 중독성이 있어요. 아마도 언젠가 또 다른 모험을 하고 싶겠죠? 지금껏 제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닌가봐요. 자꾸 모험을 기대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올해가 가기 전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센스8> 시즌2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 영화를 한 편 하는 거다. 그런데 하고 싶은 장르가 좀 의외다. 그러니까, 언제나 그렇듯 아마도 그녀의 다음 선택은 또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소림축구> 같은 코미디영화를 하고 싶어요. 전 진짜 대머리 가발까지 쓸 준비가 되어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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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희의 가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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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 장식 꽃 자수 시폰 드레스 가격 미정 클로에(Chloe), 짙은 브라운 캐플린 햇 28만원대 랄프 로렌(Ralph Lauren), 오른손에 찬 핑크 가죽 뱅글 40만원대, 왼손에 찬 브레이드 디테일의 골드 뱅글 90만원대 모두 토즈(Tod’s), 오른손 검지에 낀 원석 장식 골드 링 7만5천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왼손 중지에 낀 하트 모티프 링 14만5천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심플한 골드 링 모두 가격 미정 에이치알(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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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풍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오렌지 스웨터, 플라워 모티프 이어링, 크리스털 장식 플라워 네크리스 모두 가격 미정 미우미우(Miu Miu), 볼드한 프레임의 선글라스 99만5천원 펜디(Fendi), 팬츠 90만원대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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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칼라가 특징인 니트 원피스 가격 미정 캘빈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빈티지한 플로피 햇 54만원 헬렌 카민스키(Helen Kaminski), 십자가 모티프의 골드 롱 네크리스 13만원 폴리폴리(Folli Follie), 검지에 낀 블랙 포인트 골드 링 가격 미정, 약지에 낀 트위스트 형태의 로즈 골드 링 18만5천원 모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왼손에 찬 브레이드 핸드 커프 22만9천원 애슈비(Eshvi), 페블 장식 레더 토트백 2백50만원대 토즈(T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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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가 달린 시폰 미니드레스 46만원, 트렌치코트 가격 미정 모두 레베카 밍코프(Rebecca Minkoff), 심플한 크리스털 스터드 이어링, 크리스털 네크리스 모두 가격 미정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오른손에 찬 얇은 체인 브레이슬릿 4만5천원, 왼손에 찬 메탈 플레이트 장식 체인 브레이슬릿 4만8천원 모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오른손 검지에 낀 블랙 크리스털 포인트 링 21만5천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심플한 골드 링 모두 에이치알(H.R), 빈티지한 디자인이 멋스러운 카메라 라이카X 2백만원대 라이카(Le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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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입은 도트 무늬 블라우스 1백만원대, 컬러 블록 니트 풀오버 2백만원대, 와이드 팬츠 90만원대, 레이어드해 착용한 네크리스 모두 가격 미정, 돔 형태의 큐빅 장식 링 40만원대, 스퀘어 형태의 크리스털 이어링 가격 미정, 원형 크리스털 세팅 링 가격 미정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브라운 스웨이드 버킷 백 2백만원대 랄프 로렌(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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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브라운 터틀넥 톱 1백1만원, 송치 가죽 장식 레더 롱스커트 가격 미정, 오른손에 찬 스톤 장식 실버 뱅글 73만원, 핑크 크리스털 세팅 링 가격 미정 모두 펜디(Fendi), 왼손에 찬 클래식한 디자인의 가죽 시계 가격 미정 몽블랑(Montblanc), 검지에 낀 볼드한 크리스털 링 64만원,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크리스털이 어우러진 화려한 네크리스 89만원 모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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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색 실크 블라우스, 버건디 니트 스웨터, 크리스털 장식 플라워 브로치 모두 가격 미정 프라다(Prada), 볼드한 블루 크리스털 이어링 가격 미정 미우미우(Miu Miu), 가는 메탈 브레이슬릿 가격 미정 모두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원석 장식 블루 페도라 79만9천원 애슈비(Esh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