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영에 대한 기대

마리끌레르 코리아 - 류혜영에 대한 기대

마리끌레르 코리아 - 류혜영에 대한 기대
화이트 오버 핏 셔츠 코스(COS), 앞이 트인 아이보리 스커트 톰보이(Tomboy), 스트랩 스틸레토 힐 할리샵(Hollyshop), 반지 모두 넘버링(Numbering).
마리끌레르 코리아 - 류혜영에 대한 기대
그레이 니트 터틀넥 풀오버 앤더슨벨(Andersson Bell), 데님 팬츠 씨위(Siwy), 스틸레토 힐 모노바비(Monobabie), 반지 모두 넘버링(Numbering).
마리끌레르 코리아 - 류혜영에 대한 기대
그레이 니트 터틀넥 풀오버 앤더슨벨(Andersson Bell), 반지 모두 넘버링(Numbering).

독립영화 <잉투기>에서 류혜영이라는 배우를 처음 봤다. 그녀가 연기한 인물 ‘영자’의 괴짜 같은 모습은 꽤 충격적이었다. 분홍색 가발을 쓰고 치킨을 우적우적 뜯어 먹던 장면, 육두문자를 대차게 내뱉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이후 설경구, 박해일이 함께한 영화 <나의 독재자>, 허당기 넘치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스파이>를 통해 똘기(!)를 조금 덜어낸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데도 사실 여전히 류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분명 <잉투기>에서 인상은 막강했지만, 다른 몇몇 작품에서는 조금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그녀가 곧 방영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캐스팅됐다. 응답하라 시리즈 특유의 쫀득한 스토리를 통해 드러날 그녀의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진다.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가득한 이 드라마에 괴짜 소녀 영자를 보며 느꼈던 거칠지만 생생한 날것의 느낌이 어떻게 녹아들었을지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에 푹 빠졌던 것처럼 <응답하라 1988>도 꼬박꼬박 챙겨 보게 될 것 같다.

매 시즌 엄청난 사랑을 받는 드라마죠. <응답하라 1988>에 합류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감독님께서 영화 <잉투기> 속 제 모습을 보시고는 “저 못생기고 이상한 애 누구야?” 하시면서 역할을 맡기자고 하셨대요.(웃음) 막상 캐스팅 미팅에 갔을 땐 긴장해서 연기를 제대로 못했는데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연락이 와서 엄청나게 기뻤죠. 우리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너무 기대돼요.

한편으로는 부담도 될 것 같아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크게 기대하는 드라마니까요. 캐릭터의 이미지에 오랫동안 갇혀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다행인 게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예요. 성격도 수시로 변하고, 또 풍부한 감정 표현도 그렇고요.

1988년에 살고 있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이 까다롭지는 않았나요? 캐스팅되고 나서 촬영을 시작하기까지 준비 기간이 길었어요. 그래서 맡은 캐릭터와 깊이 친해질 시간이 있었죠. 매일 보는 가까운 친구가 된 느낌이에요. 실제 제 모습과 연결해보려 노력했어요. 닮은 점을 하나씩 찾아가면서요. 아무래도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1991년생인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했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모두 읽어보니 시대를 넘어서는 따뜻한 정서의 가족 이야기더라고요. 물론 1988년대를 자세히 상상하면서 연기에 몰입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되죠. <응답하라 1988>은 27년 전의 시대라는 근사한 옷을 입은 드라마니까요.

같이 촬영하는 배우들하고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겠네요. 푸근한 선배 배우들도 있고, 또 친구같이 지낼 또래 배우들도 많잖아요. 진짜 재미있어요. 특히 함께 출연하는 배우 고경표와는 대학 때부터 절친한 사이예요. 다른 배우들하고도 많이 친해져서 편해요. “촬영보다 회식을 더 많이 한다, 이제 일 좀 하자”라며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자주 모여요.(웃음)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매일 학교, 학원, 독서실을 전전하는 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미래를 위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보다는 그 나이에 맞게 매 순간을 신나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예고에서 연기를 공부하면서 단편영화를 찍으려 다녔고, 첫 장편영화 <잉투기>를 만나면서 조금씩 작품의 폭을 넓혔죠. 고등학생 때부터 유난히 현장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좋아했어요. 연기자로든 촬영 스태프로든 꼭 현장에서 지낼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현장이 아무리 좋아도 가끔은 지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촬영하는 건 힘들지 않아요. 다만 배우로서 산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어떤 작품을 하는지,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 그리고 대중의 반응이 어떤지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배우가 된 건 인간 류혜영의 행복을 위해 직업으로 선택한 것뿐인데 가끔은 그 두 가지 류혜영의 경계가 모호해져서 헷갈릴 때가 있어요. 작품과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저 자신의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혼란스러울 땐 어떻게 극복하나요? 음악을 들어요. 요즘에는 특히 클래식 음악에 빠져 있죠. CD를 잔뜩 구해다가 틀어놓고 계속 들어요. 클래식이 정말 신기한 게, 들을 때마다 기분에 따라 다르게 들려요. 이제 공연도 찾아다니려고요.

스스로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클래식을 찾아 듣는 배우라니, 매력적이네요. 스스로 자신이 어떤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얀 도화지 같은 연기자가 좋은 배우라는 말이 있지만 저는 도화지가 아니라 물감 팔레트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게 붓을 쥐여주면 어떤 색깔이든 새롭게 표현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비록 한두 가지 물감만 채워져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색의 물감을 담고 싶어요.

김강우, 치앙마이의 숲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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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포켓 반팔 티셔츠 6만9천원, 그레이 카고 팬츠 18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베스트 19만9천원, 터틀넥 풀오버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선글라스 발맹(Balmain).
베스트 19만9천원, 터틀넥 풀오버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선글라스 발맹(Balmain).
셔츠형 다운 재킷 27만9천원, 니트 터틀넥 풀오버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셔츠형 다운 재킷 27만9천원, 니트 터틀넥 풀오버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체크 포켓 셔츠 14만9천원, 카고 팬츠 17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선글라스 발맹(Balmain).
체크 포켓 셔츠 14만9천원, 카고 팬츠 17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선글라스 발맹(Balmain).

치앙마이에서 세 장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보낸 질문에 대한 회신이다. 단정한 필체, 한 박자 쉬며 찍었을 방점, 몇 번의 말줄임표와 웃음 표시 사이에서 인적 드문 마을의 무탈하고, 태평한 공기가 전해졌다. 그는 종종 ‘직업 배우’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어딘가 ‘직업 군인’처럼 들리는 이 생소한 단어에서 그가 배우로서 연기라는 책무를 어떤 방식으로 대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김강우는 어느 날 재능이 툭 불거져 나온 신동도, 대의명분을 품은 투사형 배우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업인’이 그러하듯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오늘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 전화를 걸 듯 그는 연기를 한다. 김강우만의 ‘직업의식’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동년배 배우들과 차이를 만들었다. 요령만 늘어버린 능청스러운 기교나,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기계적인 표정, 대충 눙치거나 얼버무리는 애드리브 없이 정도를 따른다. 어떻게 배역에 몰입하고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노하우는 없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등바등한다”는 그의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15년 차 배우가 여전히 ‘아등바등’ 중이라니.

김강우에게는 억지스러운 면이 없다. 일부러 낙천적으로 보이려 애쓰거나 소탈한 척하지 않고 지나치게 예민하지도 무디지도 않다. 다섯 살 아역 배우에게까지 ‘비범’의 잣대를 들이대는 배우의 세계에서 김강우는 담담하게 걷는다. 그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무리한 배역을 감당하거나, 기대와 우려에 잠식돼 섣불리 공백을 갖지 않았다. 차분히 필모그래피를 채웠고, 안정된 가정을 꾸렸다. 올해 상반기는 배우 김강우의 연기가 가장 많이 회자된 해다. 그는 영화 <간신>을 통해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지독한 캐릭터인 연산군으로 분했다. 영화 <카트>의 비정규 노동자를 지지하는 정규직 사원, <찌라시: 위험한 소문>의 억울하게 죽은 여배우를 대신해 진실을 찾는 매니저, <사이코메트리>의 형사를 시작으로 드라마 <실종느와르 M>의 FBI 출신 특수실종전담팀 팀장 등 전작들의 인물과 비교하면 낯선 선택임이 분명했다. 그는 연산군의 광기에 집중하기보다 어미를 잃은 아이의 애처로움, 태생적 결핍이 만든 선천적인 불안,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자의 그림자에 초점을 맞췄다. 자발적이고, 독창적인 해석과 표현은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국민 형부’의 흔적을 완벽하게 지웠다.

지난 2~3년간의 행보에 대한 질문에 ‘만족도 후회도 없다’고 짧게 답한 김강우. 서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어쩌면 두 아들과 함께 곧 파도에 몸을 실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회신을 읽고 난 뒤 김강우의 단단한 균형은 명확한 삶의 우선순위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말대로 배우가 직업이고, 좋은 인간으로 살아내는 것이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예술이라면 그는 지금 그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3년간 매년 2~3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오래달리기를 하다가 문득 자리에 선 기분일 것 같다. 근 몇 년간 열심히 작품을 했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속도를 느끼는 감각에도 내성이 생기지 않나. 당시에는 미처 몰랐는데 돌아보니 육체보다 정신이 더 지쳐 있지 않았나 싶다.

2012년에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 여행>이라는 여행책을 냈을 정도로 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치앙마이의 첫인상은 어떤가? 지쳐 있다 보니 태국 생각이 더 간절하지 않았나 싶다. 예전부터 태국을 좋아했다. 처음 태국을 여행한 이후부터 매년 두세 번은 오게 되더라. 혼자 즐기기만 하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서툴게 책도 썼다. 태국은 어디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바다와 가깝고, 음식과 숙소 등 휴식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주로 바다를 접한 태국 도시들을 찾았었기에 치앙마이에 대한 환상도 컸다.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이 1년 내내 이어질 것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공기가 좋다. 잠을 조금 잤는데도 피곤한 느낌이 없다.

‘여행은 남편이자 아버지인 김강우로 돌아가는 중간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배우의 삶에서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직업 배우’는 한 작품을 끝내고 다시 가정의 일원으로 돌아가면 살짝 어색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웃음) 집도 많이 비우고 몇 달 동안 크고 작은 가족 행사들을 건너뛰다 보니 혼자 붕 떠 있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직업병이다. 집으로 다시 안착하기 전 여행을 하면 내면이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나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복귀하기 위한 혼자만의 과정 같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일상으로 ‘투입’되기 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여행이라고 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책 읽고, 하늘 보고, 음악 듣는다. 무엇보다 그렇게 쉬고 돌아와야 혈기 왕성한 두 사내 녀석들과 놀아줄 수가 있다.

가족과 배우, 이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삶이 움직이는 것 같다. 작품을 끝내고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과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한다. 뭐··· 동네 한량이다.(웃음)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일까. ‘연예인처럼’ 사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는 것 같다. 연예인이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직업 배우’일 뿐이다. 가정에서는 평범한 남편이자 아빠이고 싶다. 내 직업 때문에 아이들이나 아내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일할 때 이외에는 배우라는 사실도 종종 잊고 산다. 노력한 건 아닌데 어느 순간 그렇게 되더라. 지금의 생활 리듬이 편안하다.

영화 <간신>에서는 연산군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과 표현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역할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공부하는 성실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슛이 들어가기 전까지 인물을 어떻게 준비하나? 지금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준비 과정은 매번 다르다. 어떨 때는 스스로를 단단히 조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는 마음껏 풀어놓기도 한다. 노하우는 없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등바등한다. 지금은 다음 역할을 받아들이기 위해 멍하게 스스로를 비우고 있다.

곧 마흔이다. 멋진 중년이란 어떤 모습의 남자일 것 같나? 스스로 멋있어지려고 노력한다고 ‘멋’이 생기는 건 아닐 거다. 나잇값 하는 마흔의 남자이고 싶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 두 아들과 떠나는 한 달간의 배낭여행. 목적지는 중요치 않다. 5년만 있으면 가능하려나?

다운 점퍼 가격 미정, 니트 풀오버 19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다운 점퍼 가격 미정, 니트 풀오버 19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아우터형 셔츠 17만9천원, 화이트 반팔 티셔츠 5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아우터형 셔츠 17만9천원, 화이트 반팔 티셔츠 5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다운 점퍼 59만9천원, 체크 셔츠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다운 점퍼 59만9천원, 체크 셔츠 18만9천원, 청바지 14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패딩 재킷 29만9천원, 카고 팬츠 17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패딩 재킷 29만9천원, 카고 팬츠 17만9천원 모두 지프브랜드(Jeep Brand), 브레이슬릿 모두 티에르(Thiers).
화이트 다운 점퍼 가격 미정 지프브랜드(Jeep Brand).
화이트 다운 점퍼 가격 미정 지프브랜드(Jeep Brand).

두 개의 심장, 이윤지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오프숄더 레이스 드레스 마이데니(My Deni), 슈즈 나무하나(Namuhana).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인디언 핑크 드레스 아이잗 컬렉션(Izzat Collection).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화이트 새틴 드레스 마이데니(My Deni).

최근 그녀를 본 건 8월에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서였다. 레드 카펫에 등장한 이윤지는 분홍 시폰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관객의 시선은 온통 하늘거리는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배에 모아졌다. 임신 8개월 차에 접어들어 부쩍 부른 배가 만드는 D라인은,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의 아름다운 이미지 중에서도 특별한 종류의 우아함을 느끼게 했다. 인생에서 운명적으로 선택된 어떤 순간에만 가능하기에 더 빛나 보였다고 할까.

이윤지는 채 스무 살이 되기 전부터 드라마 <논스톱4>를 시작으로 <더킹 투하츠> <왕가네 식구들> <닥터 프로스트>, 최근작 <구여친클럽>에 이르기까지 밀도 있는 출연작 리스트를 쌓아왔다. 장르도 역할도 다양했지만 무엇보다 어느 작품에서든 한 번도 대충 하는 듯한 인상은 없었던 그녀다. 출산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만난 그녀는 쾌활하고 이지적인, 우리가 항상 봐오던 바로 그 이윤지였다. 다만 어머니가 된다는 생애 가장 아름답고 또한 혼란스러울 변화를 앞두고 가지게 된 더 깊어진 생각과 고민, 삶을 대하는 시선들이, 그녀를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이윤지로 성장시킨 것 같았다.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튜브톱 드레스 브라이덜공(Bridal Kong), 진주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태명이 뭐예요? ‘콩닭이’예요. 2월 즈음 임신 6주 차가 되었을 때 아이의 콩닥콩닥하는 심장 소리를 처음 듣던 날 바로 지었어요. 그리고 저는 콩 요리 마니아, 남편은 닭 요리 추종자거든요. 부부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죠.(웃음)

갑자기 불현듯 먹고 싶은 음식은 없었나요? 그걸 사 오는 게 임신 중인 아내를 둔 모든 남편의 피할 수 없는 미션이잖아요. 전 그런 게 없었어요. 그보다는 활동할 때 몸 관리하느라 못 먹던 음식들이 되게 먹고 싶었어요. 지금 안 먹으면 언제 먹을 수 있겠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남편에게 짜장라면을 끓여달라고 했어요. 닭강정을 같이 먹을 때도 튀김옷은 다 벗기고 살만 발라 먹던 제가 임신하고는 하나도 남김없이 먹으니까 남편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그제야 유대감을 느꼈나봐요.

임신한 주변 사람들 말로는 처음 태동을 느끼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네. 진짜 이건 말도 안돼,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요. 5월 8일이었어요. 2~3일 전부터 배에서 이상한 느낌이 왔어요. 사실 사람이 자신의 배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은 대부분 위가 아프거나 가스가 찬다거나 하는 소화기관에 생긴 트러블이 전부잖아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첫 태동 전에 물방울이 터지고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든다는데, 전 그냥 소화가 안 되어 배가 꾸르륵꾸르륵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무튼 그러다 갑자기 툭, 하는 거예요.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겼을 때 외에는 단 한 번도 느낀 적 없었던 사인이 그것도 내 몸 안쪽에서 느껴지는 그 감각은, 정말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임신했을 때의 몸의 변화가, 인체의 신비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 같아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30년 넘게 여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할 때 자연스럽게 손을 얹는 자리에만 존재하는 게 당연했던 심장이 지금은 제 몸 안에 하나가 더 있는 거잖아요. 오롯이 현재 임신한 상태인 여성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상태잖아요. 새삼스럽게 내 몸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졌어요.

그런 느낌이 두렵진 않았나요? 마냥 신기했어요. 두려운 건 몸의 변화보다는 세상에 나올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하는 부분이에요. 저 역시 아직 미완성의 인간인데, 이렇게 흠 많은 저를 누가 ‘엄마’라고 부르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제가 제 어머니에게 배우고 혼나고, 동시에 무엇이든 의지하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갖게 된 감정을, 제 아이가 똑같이 제게 가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내가 엄마가 되는 것도, 콩닭이가 세상에 나오는 것도 처음이니 함께 파이팅 해보자” 하고 배 속의 아이에게 말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요.

지금까지 느낀 콩닭이는 어떤 아이인가요? 일단 참 씩씩해요. 그리고 음, 아마 책보다는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태교하면서 피아노 연주 음악도 많이 들려주었어요. 아이가 음악을 들을 때 많이 움직이더라고요. 어떤 직업을 갖든지 음악이 함께하는 아이였으면 해요. 이름에 ‘음’ 자를 넣으면 어떨까 고민하기도 했어요.

평소의 똑 부러지는 이미지를 봤을 땐 태교할 때도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겼을 것 같아요. 전 오히려 조금 설렁설렁한 것 같아요.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인 것보다는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좋겠다 싶었고, 그래서 일도 최근까지 쉬지 않고 계속 했어요. 엄마가 즐겁게 일할 힘이 있으면 아이도 건강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임신 초반에는 촬영하면서 밤도 많이 새웠죠. 특히 임신부라면 누구나 좋은 것만 보고 먹으려 노력하는 태교 기간에 드라마 <구여친클럽>에서 매일 소리 지르고 화내는 역할을 맡았으니 어려움도 있었죠.

맞아요. 성격도 강한 데다 극 중에서 파혼 위기를 겪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역할을 맡았는데 어떻게 대처했어요? 그때가 5~6월,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고 배 속의 아이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때라서 “엄마가 지금 하는 건 일 때문에 연기하는 거야. 진짜가 아니야” 하고 나 자신과 콩닭이를 계속 안심시켰어요. 원래도 워낙 촬영할 때 극도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보니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가지고 나서 연기를 하는 게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반드시 해내야 해, 꼭 이렇게 표현해야 해 하면서 제가 만든 틀에 갇혀서 강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좀 더 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연기하는 연습이 된 것 같아서 잘됐다 싶어요.

그러고 보니 8월에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개막식 사회자로 참석했었죠? 레드 카펫에 선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결혼 전부터 인연이 깊은 영화제고, 특히 지난해 결혼하고 올해 초 아이를 가진 뒤로는 처음 참석하는 거라서 더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제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아요. 작품 활동도 그래요. 어떤 시기에는 잘하고, 어떤 때는 못하기도 했지만 어떤 평가를 받건 머리를 쥐어뜯으며 최선을 다해 연기하던 당시의 제가 그 역할에 그대로 묻어나잖아요. 그런 직업을 가진 배우로서, 제게 생긴 변화들을 감추지 않고 더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싶었어요. 물론 한동안 일을 쉬면서 아이를 낳고 바짝 관리한 후 언제 임신했었느냐는 듯 날씬한 몸으로 짠 하고 나타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혹시 달라질지 모르는 여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있나요? ‘엄마 이윤지’에 대한 걱정은 크지만, 배우로서는 기대되는 부분이 훨씬 많아요. 인생의 큰 산을 하나 넘으면서 배우로서 그릇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동안 더 잘하고 싶고, 더 욕심내고 싶고, 그래서 매번 아쉽고 그랬거든요. 저는 스스로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칭찬하는 성격은 못 되지만 채찍질 다음에는 항상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겠지’ 하고 기대를 품거든요.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여배우인 엄마를 둔 아이라면 자라면서 본의 아니게 주목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죠. 엄마의 직업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겪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될 거예요. 그 때문에 아이가 괜한 우월감이나, 반대로 지나친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그냥 아빠가 일하는 것처럼 엄마가 하는 일도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는 걸 잘 이해시키고 싶어요.

2003년에 시트콤 <논스톱4>로 데뷔했으니 벌써 13년 차 연기자예요. 직장인으로 치면 차장, 부장급인 연차인데, 여태 잘해온 것 같아요? 아쉬운 건 많아요. 하지만 저는 일하면서 계속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부분에 정말 감사해요. 저를 굴러 가게 하는 이런 기회들이 계속 주어졌으면 해요. 저 자신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그게 제게는 성공일 것 같아요. 고위급 임원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직장인은 못 되더라도요.(웃음)

마리끌레르 코리아 - 두 개의 심장 (이윤지)
시폰 드레스 미스지 컬렉션(Miss Gee Collection), 화이트 워치 스와로브스키(Swarov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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