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의 모험

마리끌레르 코리아 - 배두나의 모험
의상은 모두 루이비통(Louis Vuitton)

배두나가 오랜만에 마리끌레르 카메라 앞에 선 건 지중해에서 한가로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온 직후였다. 지난해 <도희야>를 끝내고 반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나이로비, 베를린 등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워쇼스키 남매의 첫 TV 시리즈인 <센스8> 촬영을 마쳤고, 그녀가 ‘파이터’를 연기한 <센스8>은 넷플릭스의 시리즈 중 처음으로 유럽과 남미, 북미 등 전 세계 마켓에서 1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사실 이제는 배두나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연기를 하고 활동을 한다는 게 새로울 것도 없다. 3년 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한동안 런던에서 머물던 그녀를 만났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당장 서울로 돌아가 양념 치킨을 먹고 싶다던 그녀는 이제 프랑스 친구들과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메일로 비행기 티켓이 오면 짐을 싸서 혼자 촬영장으로 가는 것도, 모든 게 익숙해졌다.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끝나고 런던에서 영어를 공부할 때는 힘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한국에서의 익숙한 삶이 그리웠고 내가 왜 이토록 힘들게 영어를 붙들고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힘들었던 시간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무척 편해요. 그때는 못 알아듣는 게 너무 답답했는데 지금은 프랑스인 친구들이 가끔 자기들끼리 프랑스어로 이야기해도 내용이 별로 궁금하지도 않아요. 혼자 짐을 싸서 촬영하러 외국으로 갈 때도 모든 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죠.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면 여전히 여행 가방을 풀지 않고 옷장처럼 쓴다는 것?(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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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아틀라스>와 <주피터 어센딩> 등 기묘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끝내고 배두나는 우리의 세계로 돌아왔다. “<도희야> 시나리오를 읽는데 <고양이를 부탁해>나 <플란다스의 개> <복수는 나의 것>을 촬영할 때 같은 향수가 느껴졌어요. 시나리오를 읽은 지 두 시간 만에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죠. <도희야>의 시나리오는 이창동 감독님과 정주리 감독님이 함께 쓰셨는데 정주리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하셨대요. 이창동 감독님이 되든 안 되든 한번 시나리오라도 보내보자고 한 건데 제가 선뜻 하겠다고 한 거죠. 그 뒤론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처음엔 시나리오가 좋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갑자기 가슴이 덜컹하더라고요. 현장에 모인 스태프 중에는 제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기꺼이 응한 사람들도 있었거든요.” <도희야> 촬영장에서 배두나는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여배우이자, 일종의 치어리더이기도 했다. 제작비가 적다 보니 한 회차를 나눠 찍지 못하고 24시간 안에 찍어야 했고, 민박집에서 합숙하는 것도 마다 않고 연일 밤새워 촬영하느라 꾸벅꾸벅 졸며 고생하는 스태프를 위해 야식을 챙기고 작은 디테일도 놓치면 안 된다며 감독을 응원했다. <도희야>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배두나의 마음을 붙잡았던 걸까?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은 한국 영화의 부흥기였던 것 같아요. 실험적이고 다양한 색깔의 시나리오가 많았죠. <도희야>는 그때 만났던 작품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재지 않고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배두나에게 <주피터 어센딩>의 다음 작품은 <도희야>가 되었다. “전 제 필모그래피를 아주 신경 써서 채워왔어요. 훌륭한 감독과 작업도 많이 했고, 작품성도 만족스러웠죠. 어떤 작품에서는 메이크업 하나 하지 않고 못난 얼굴로 나올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좋았죠. 물론 흥행으로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면 전 실패한 작품이 많아요.(웃음) 하지만 비록 대중이 원하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전 제 필모그래피를 채운 대부분의 작품이 자랑스러워요. 지금껏 필모그래피를 아름답게 가꿔왔다고 생각해요.” 배두나의 선택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다. <괴물>을 마치고 불현듯 드라마 <공부의 신>을 택하더니 <공기인형>과 <클라우드 아틀라스>에서는 현실에 없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했고, <코리아>에서는 실존 인물이기도 한 북한 탁구 선수가 되었다. 그리고 작품 속 그녀는 항상 뭐랄까, 전형적인 여자였던 적이 없다. 손가락에 피가 날 만큼 독하게 연습하는 탁구 선수가 그렇고, <센스8>의 파이터가 그렇다. “전 제가 죽어도 될 수 없는 인물에 끌려요. 저 생각보다 되게 여성스러워요.(웃음) 그래서 닮고 싶은 여자에게 끌리나봐요. 전 연애를 해도 푹 빠져서 오로지 사랑만 하거든요. 사랑에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선택하는 작품 속 캐릭터들은 헤어져도 뒤도 안 돌아볼 것 같은 여자들이죠. 쿨하고 중성적이고. 한 번도 실제 저와 비슷한 캐릭터를 선택한 적은 없어요.”

이날 우리의 촬영은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 오랫동안 마음을 맞춰온 스태프들이니 모자랄 것도, 지나칠 것도 없이 평화로웠다. 어떤 사진을 보면서는 10년 전에 찍었던 사진처럼 어려 보인다며 같이 웃기도 했고,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너무 금세 끝나는 거 아니냐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고 옷을 좋아하고, 또 예쁜 옷을 입고 찍히는 것도 좋아요. 그러고 보면 지금껏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왔네요. 연기도 마찬가지예요.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여러 작품에 출연했어요. 엄마가 좋은 배우들과 연기해야 연기가 는다고 조언하셨거든요. 그래서 고두심 선배님, 윤여정 선배님처럼 훌륭한 선배님이 나오는 작품이라면 주저 없이 출연했죠. 지금껏 이번에는 블록버스터, 다음에는 영화제에 갈 법한 작품성 있는 영화, 이런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항상 지금 현재 하고 싶은 작품을 선택했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대신 변치 않는 그녀만의 까다로운 기준은 있다. “시나리오를 읽고 단 한 장면이라도 못할 것 같으면 하지 않아요. 아무리 욕심나더라도 그 장면조차 잘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배우가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후회할 만한 작품은 하지 않죠.”

그런데 워쇼스키 남매의 작품이라면 언제나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 말하자면, 배두나에게 그들은 마음이 통하는 사이다. 그리고 배두나는 그들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워쇼스키 남매는 동양적인 미덕 같은 게 있어요. 굳이 말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죠. <클라우드 아틀라스> 오디션을 볼 때만 하더라도 영어를 잘 못하는 제가 캐스팅될 줄 몰랐어요. 전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연기를 강하게 하는 편이 아니잖아요. 생략하고 감추며 감정을 잡는데 그분들은 제 그런 연기를 알아봐줬어요. 더 좋은 조건의 배우들 대신 절 택한 거죠.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캐스팅됐을 때 결심했어요. 그분들이라면 부르기만 하면 가겠노라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센스8>은 워쇼스키 감독의 첫 TV 시리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들은 배두나를 불렀다. “사실 <센스8>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센스8>에서 제 역할이 파이터거든요. 만약 이 작품이 잘되어서 시즌제로 가면 5년은 묶여 있어야 할 테고, 그러면 내 나이가 마흔인데 지금도 몸치인 내가 과연 무술 연기를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죠. 그런데 결국 시즌제로 가네요.(웃음).”

그러고 보면 배두나는 늘 용기 있는 선택을 해왔다.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시카고에 오디션을 보러 갔고, 어느 날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혼자 런던으로 떠났다. 그리고 20대에는 <두나’s 런던놀이> <두나’s 도쿄놀이> 같은 책도 썼다. “정말 후회 없이 논 시절이에요. 지금은 누군가 제가 쓴 책에 대해 얘기하면 민망한데, 그때는 저를 지켜보는 10대들에게 실컷 놀아보라고 부추기고 싶었죠. 너희도 한번 놀아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때는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고 드라마도 많이 했어요. 더 이상 20대 시절에 미련이 없어요. 30대가 되어서는 조금씩 천천히 가는 것 같아요. 40대에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전 제 미래를 상상해본 적이 없거든요. 누구는 꿈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꿈을 꿔본 적이 없어요. 다만 현재를 살 뿐이죠.” 배두나도 안정을 꿈꿀까? “어느 순간 이제 제 삶이 안정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센스8> 프리프로덕션 때문에 샌프란시스코에 갔는데 갑자기 바로 촬영에 들어간다는 거예요. 짐도 제대로 챙겨 가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것들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예전에는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엄격했나봐요. 뭔가 못하면 답답하고 뭐든지 잘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지금은 그런 시기가 좀 지나간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참 중독성이 있어요. 아마도 언젠가 또 다른 모험을 하고 싶겠죠? 지금껏 제가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닌가봐요. 자꾸 모험을 기대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올해가 가기 전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센스8> 시즌2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 영화를 한 편 하는 거다. 그런데 하고 싶은 장르가 좀 의외다. 그러니까, 언제나 그렇듯 아마도 그녀의 다음 선택은 또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소림축구> 같은 코미디영화를 하고 싶어요. 전 진짜 대머리 가발까지 쓸 준비가 되어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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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핑크 코듀로이 재킷, 겨자색 니트 톱, 실크 퍼플 타이 모두 가격 미정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그레이 울 팬츠 가격 미정 비욘드클로젯(Beyond Closet). 진열장 위에 놓인 주얼리 모두 가격 미정 디누에(D.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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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호랑이 자수가 놓인 스웨트셔츠 59만원 겐조 옴므(Kenzo Homme), 캐멀 컬러 팬츠 27만5천원, 코코아 컬러 레더 백팩 59만5천원 모두 타임 옴므(Time Homme), 스카프로 활용한 네이비 반다나 2만9천원 리바이스(Levi’s), 빈티지한 워싱이 매력적인 스니커즈 14만9천원 사토리산(Satorisan), 로즈 골드 케이스와 네이비 스트랩이 조화로운 워치 25만원대 게스 워치(Guess 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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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의 조합이 돋보이는 니트 카디건 가격 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라이트 블루 셔츠 17만5천원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머스터드 브이넥 니트 톱, 네이비와 옐로가 어우러진 스트라이프 타이 모두 가격 미정 디올 옴므(Dior Homme).
화려한 글리터 소재의 스틸레토 힐 펌프스 94만원 지미 추(Jimmy Choo), 은은한 골드 컬러의 미니 체인 백 49만원 훌라(Fur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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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와 네오프렌을 조합한 집업 카디건 가격 미정 솔리드 옴므(Solid Homme), 네이비와 다크 그린 배색의 터틀넥 톱 55만6천원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핑크 코듀로이 와이드 팬츠 가격 미정 라 피규라 바이 더스튜디오케이(La Figura by The Studio K), 화이트 사각 클러치 백 가격 미정 델보(Delvaux), 클래식한 디자인의 블랙 스트랩 워치 25만원대 다니엘 웰링턴(Daniel Well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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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브라운과 블랙 투톤 부츠 62만8천원 캣 마코니 바이 디누에(Kat Maconie by D.Nue), 브라운 박스에 담긴 슈즈와 성종이 손에 쥔 스터드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가격 미정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레드와 화이트가 어우러진 트위드 펌프스 66만3천원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섬세한 컷아웃 디테일의 메탈릭 오픈토 부티 1백58만원 지미 추(Jimmy Choo), 골드 메탈로 강렬한 임팩트를 준 플랫폼 앵클부츠 62만8천원 캣 마코니 바이 디누에(Kat Maconie by D.Nue), 레오퍼드 패턴의 스틸레토 힐 66만3천원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레터링 디테일 화이트 슈즈 34만8천원, 실버 사이드 오픈 펌프스 30만원대 모두 슈콤마보니(Suecomma Bonnie), 컬러 블록 스웨이드 샌들 1백5만원 피에르 아르디(Pierre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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