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이팅 리얼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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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AROUND THE WORLD

4백 일의 세계 일주, 오재철, 정민아

두 사람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르다. 하던 일을 관두고 1년 동안 세계를 돌아보기로 하는데 동의할 만큼 쿵짝이 잘 맞기도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서로의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의외로 무던해서 처음 해보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디서든 잘 자는 아내와 은근히 섬세하고 까다로운 남편은 어딘가 모르게 잘 어울린다. 게다가 매사 꼼꼼히 계획하는 아내와 임기응변에 강한 남편이라니 정말 여행을 위한 완벽한 조합이다. 하지만 늘 보던 것, 익숙한 것보다는 처음 보는 것, 알 수 없는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렘이 왕성하고 모험심이 강한 점은 닮았다. 4백 일간의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집에서 부부는 이 특별한 여행기를 <함께, 다시, 유럽>이라는 책으로 내기도 했다. 남편은 포토그래퍼, 아내는 웹진에 글을 쓰던 작가라니 사진과 글마저 두 사람처럼 잘 어울린다.

4백 일의 세계 일주 장기간의 여행이니만큼 직접 계획했다. 현지에서 다음 숙소를 예약하거나 비행기 편을 알아보는 식이다. 중간중간에 관광지, 액티비티 체험도 직접 예약하면서 여행했다. 비용 대략 5천만원대
4백 일의 세계 일주
장기간의 여행이니만큼 직접 계획했다. 현지에서 다음 숙소를 예약하거나 비행기 편을 알아보는 식이다. 중간중간에 관광지, 액티비티 체험도 직접 예약하면서 여행했다. 비용 대략 5천만원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나? 유럽과 남미, 북미 3대륙 21개국을 돌고 오는 여행을 했다. 1년 정도로 예산을 짜고 갔는데 예정보다 늘어나서 4백 일이 조금 넘게 걸렸다. 세계 곳곳에서 번지점프와 스쿠버다이빙, 캠핑을 했고 캠핑카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했으며, 요트를 타고 섬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그렇게 여행 속의 여행을 즐겼다.
어떻게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세계 일주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후 세계 일주에 대한 꿈을 얘기하니 흔쾌히 찬성해줬다. 그리고 신혼여행이 우리가 일상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기에, 실행에 옮기게 됐다.
지인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남자와 여자의 반응이 다른 것 같다. 여자들은 눈을 빛내며 멋지다고 부러워하는 편이고, 남자들은 어떻게 먹고살지 돈 걱정부터 했다. 여행 중에 대판 싸우고 돌아올 것을 예상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강력하게 밀고 나간 여행이었기에 다들 결국에는 함께 도와주고 응원해줬다. 인생에서 때로는 원하는 바를 밀고 나가 이뤄야 할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기 전에 신경 썼던 점이나 준비했던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각자 해오던 일이나 프로젝트를 마치고 떠나야 했다. 직장을 관두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미련 없이 정리했다. 살고 있던 집과 자동차, 쓰던 가구 등 살림살이를 조금씩 다 정리하고 가는 것도 일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돈을 아껴서 여행 자금을 모아야 했기에 그 점에 모든 포인트를 맞췄다. 예단이나 예물은 당연히 패스. 남편이 포토그래퍼니까 결혼사진도 우리가 직접 찍었고 웨딩드레스나 헤어, 메이크업도 일하면서 알게 된 다양한 웨딩업체의 이벤트에 응모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적인 것들만 구성해서 준비했다. 대신 모아둔 자금 전부를 우리의 여행에 투자하게 되었고, 5천만원 정도의 돈으로 1년간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었다.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여행 전에 대략 어느 대륙을 언제 가는지 정도만 정해놓았고 다른 것은 전부 현지에서 닥치면서 해결해나갔다. 남미에서 머물 숙소만 2박 정도 미리 한국에서 예약해놓고 간 게 전부였다. 숙소는 다양했지만 거의 대부분 게스트하우스, 민박, 캠핑이었고 때로는 캠핑카에서 자기도 했다.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한 달간 스페인에 머물며 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그때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둘 다 체력에는 자신 있었기에 오래 걷는 것은 기본이었다. 산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등 둘만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모든 체험은 다 하고 왔다. 작은 세일링 요트를 타고 며칠 동안 바다 위를 유랑하기도 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서 쉬었다 가는 것도 낭만적인 경험이었다. 세계 곳곳을 다니다 보니 무더운 여름을 나는 방법도 달랐다. 때로는 수풀과 계곡을 넘나들며 아찔한 급류를 타고 계곡을 내려오는 캐니어닝을 즐겼고, 여름에도 빙하와 만년설로 유명한 지역에서 때아닌 겨울 레포츠를 즐기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과 인연을 만들어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치안이 좋지 않은 남미에서는 현지인과 여행객이 한눈에 구분될 정도로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여행자들끼리 더 뭉치고 친해지게 된다. 유럽에서는 그곳 문화에 스며들듯 각자 자신만의 여행을 즐기는 반면, 남미는 같은 처지의 배낭여행객들만 보면 유난히 반가웠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엔 남미에서 만난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저마다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줘서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언젠가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이 한국에 놀러 온다면 꼭 집에 초대하고 싶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웬만한 부부가 평생을 통틀어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둘이 붙어 있었다고 자신한다. 4백 일 동안 온종일 함께 있으며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게 진정한 신혼여행이 아닐까? 물론 긴 시간 여행하다 보니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쿠바에서는 입국과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기기도 했고,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는 초보인데도 욕심내서 깊은 곳을 들어가려다가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그런데 계속 여행을 하다 보니 같은 것을 해도 서로가 생각하는 것, 느낀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게 됐다. 지금은 여행에서 얻은 것들 덕분에 그때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책도 쓰고 강연을 하기도 한다. 아프리카를 너무 가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특별한 신혼여행으로 무엇을 얻었나? 도시를 여행하거나 휴양지에서 쉬다 오는 여행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에도 다양한 목적이 있고 테마가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 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집중적으로 하러 갈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 여행을 하고 온 뒤에는 일상에 더 감사하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 감정은 호화로운 곳에서 호사를 누리다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덩그러니 돌아와서 느끼는 허탈함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다.

 

 

1602mcwelimg29_19AUSTRALIA ROAD TRIP

자연과 이웃이 되는 법, 양용민, 조미정

한적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좋아하는 부부는 배낭을 싸 들고 호주 아웃백으로 떠나는 로드 트립을 결심했다. 서호주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정은 스털링레인지 국립공원, 덴마크, 월폴까지 이어졌다. 자동차를 끌고 아무도 없는 기나긴 도로를 다니며 크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전기와 가스를 쓸 수 없는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별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관광지가 아닌 그들만의 여행지를 향했다. 천혜의 자연이 펼쳐져 있으니 어딜 가더라도 자유로웠다. 때로는 산을 오르고, 때로는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무작정 뛰어들기도 하면서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했던 그날의 추억.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나? 서호주 퍼스를 시작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여정이었다. 스털링레인지 국립공원(Stiring Range National Park), 덴마크(Denmark), 월폴(Walpole)까지 다녀왔다.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고 산을 오르고 스노클링과 수영을 하면서 자연을 만끽했다.
어떻게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2012년에 호주로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는 그 삶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생활하고 늘 야근과 일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다시 호주로 가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호주에서 살며 누린 삶의 방식이 우리와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 시작이 신혼여행이었던 셈이다. 우리 둘 다 캠핑과 자연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거나 누구나 아는 뻔한 곳은 좋아하지 않아 신혼여행도 로드 트립으로 방향을 정했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둘만 있으면 재미있게 노는 편이라 주저 없이 결정했다.
지인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많이 응원해줬다. 결혼식도 조촐하게 지리산의 한 절에서 반지 하나씩 나눠 낀 것이 전부였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람들 앞에 거창하게 나서는 게 쑥스러웠다. 어머니가 속상해하셨지만 어쨌든 우리를 믿고 응원해줬다. 어릴 때부터 유별나서 이런 돌발 행동을 해온 터라 친구들은 우리의 신혼여행 계획에 대해 놀랄 것도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지인은 내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서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기 전에 신경 썼던 점이나 준비했던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캠핑은 짐 싸는 것 자체가 일이다. 집 하나를 등에 이고 가는 달팽이가 된 듯한 느낌이다. 사실 캠핑 고수가 아니어서 장비도 별로 없었고 무작정 내키는 대로 정한 여행이라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텐트도 여행 가기 전날 급하게 구입했다. 침구도 집에 있는 것을 대충 챙겨 갔다. 결국 매트리스도 없이 딱딱한 바닥에서 잤다. 하지만 음식은 정말 많이 챙겨 갔다. 요리사인 남편이 먹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음식에 대한 준비는 전부 남편이 하는 대신 나는 태클 걸지 않는 것이 모종의 약속이었다.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일단 최대한 조용한 캠핑장을 찾아갔다. 그중에는 전기와 가스를 쓸 수 없는 곳도 있었다. 밤엔 휴대용 전구를 이용하고, 장작불을 때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의 캠핑은 정말 운치 있었다. 스털링레인지 국립공원에 가서는 등산을 했다. 호주에선 산을 보기가 힘든데 산에 오르니 더 기분이 상쾌했다. 게다가 계곡물이 흐르고 유채꽃이 막 피기 시작한 때여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야말로 감동적이었다. 덴마크에 내려가서는 스노클링과 수영을 즐겼다. 서호주 아웃백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투명한 민트빛 바다를 만날 수 있는데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수영을 잘 못하는데도 용기 내어 뛰어들었다. 월폴에서는 ‘나무 위 걷기(Treetop walking)’라는 체험을 했다. 키 큰 나무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서 그 위를 걷는 것인데 아찔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서호주 캠핑 여행사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떠났다. 호주에서 중고로 작은 밴을 사서 차 렌트 비용을 절감했다. 캠핑장 이용료도 저렴한 편이라 숙박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서호주 캠핑
여행사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떠났다. 호주에서 중고로 작은 밴을 사서 차 렌트 비용을 절감했다. 캠핑장 이용료도 저렴한 편이라 숙박비가 많이 들지 않았다.

캠핑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 가족이 함께 캠핑을 온 사람들이 많다. 긴 휴가를 내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주말마다 캠핑을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 함께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이웃처럼 친해지는 것도 캠핑의 매력이다. 다 같이 와서 먹고 마시고 얘기도 하고,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광경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우리도 앞으로 저렇게 여유롭게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백 캠핑을 하며 가끔 은하수도 볼 수 있다. 캠핑 의자에 앉아 쏟아지는 별을 보며 와인 한잔을 마시는 것도 무척 좋았다. 모닥불이 타 들어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남편과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월풀에서 나무 위 걷기를 하고 다시 덴마크로 돌아올 때였다. 아주 작은 호수가 있기에 쉬어갈 겸 들렀었다. 아주 고요하고 파란 호숫가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우리는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햇살은 따뜻하고, 어느 노부부가 간간이 대화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점점 나른해졌다.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그때 그 광경이 가끔 생각난다.
이번 여행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장점이라면 서로 배려하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캠핑은 사실 몸은 힘든 여행이다. 텐트도 쳐야 하고 요리도 해야 하고 뒷정리도 해야 하며 긴 시간 운전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분담하고 도와주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다투기도 한다. 그렇게 싸우면서 서로를 더 알아가고 다음부터는 더 배려하며 잘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 데서나 누워 자고, 쉬고, 먹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운전하다 캥거루나 에뮤도 보고 목장의 양 떼도 구경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조금 불편하다는 정도다. 아무래도 자연이다 보니 벌레도 많고 잠자리가 불편하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예비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 남들이 가는 곳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 둘이 좋아하는 곳, 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해외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소도시나 남해의 작은 섬에 가더라도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다. 그런 여행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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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밴의 낭만, 이경원, 오지예

아웃도어 액티비티에 빠진 남자가 연애를 시작했고 여자와 취미를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새롭게 접하는 모든 것을 즐겁게 맞아주는 여자 덕분에 둘은 주말마다 늘 함께 등산, 캠핑, 낚시를 즐겼다. 그들이 결혼을 한 뒤 신혼여행지로 택한 곳은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을 돌아다닌 20일간의 여행 컨셉트는 ‘캠퍼밴 여행’이었다.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녔고 하루의 끝은 럭셔리한 호텔이 아니라 캠핑카에서 맞았다. 늘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벗어난 길에 매혹을 느끼면서 진정으로 여행을 즐겼다. 여행자에게 밝게 다가와 도움을 주고 친절을 베풀던 키위(뉴질랜드인)들, 각국의 다양한 여행자를 만나며 소중한 인연까지 만들고 온 부부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602mcwelimg29_29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나? 20일간 캠퍼밴을 타고 돌아다니며 뉴질랜드 일주를 했다. 뉴질랜드 곳곳에서 트레킹은 물론이고, 말을 타고 숲길을 오르는 기승 트레킹도 했다. 둘 다 자전거를 좋아해서 퀸즈타운은 MTB를 타고 여행했다. 여행 도중 곳곳의 특성에 맞는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하고 왔다.
어떻게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좋아해서 아내와 연애할 때도 자연스럽게 캠핑이나 등산을 함께 했다. 당시 나는 스포츠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 그중에서도 자연을 주제로 한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다. 관련 자료를 조사하던 중 막연히 뉴질랜드의 자연과 관광 인프라에 빠져들었던 것이 계기였다. 그때부터 꼭 신혼여행으로 뉴질랜드를 일주하며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혼 준비를 하며 아내에게 제안했더니 흔쾌히 동의해서 가게 됐다.
지인이나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반응이 다양했지만 일단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를 말렸다. 장기간에 걸쳐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여행을 함께 가면 아무리 잘 맞는 친구와 가도 싸우게 된다고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신혼여행인데 이왕이면 편하고 로맨틱하게 다녀오길 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를 잘 아는 몇몇 사람들은 ‘역시’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가기 전에 신경 썼던 점이나 준비했던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결혼식 날짜를 정해놓고 둘 다 너무 바빠 여행을 포함한 모든 결혼 준비를 한 달 안에 다 마무리했다. 현지의 캠퍼밴 업체들에도 문의해보고 한국에 있는 INL KOREA에도 연락해보니 금액이 같기에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예약했다. 그곳에서 캠퍼밴 일정에 맞춰 항공권까지 해결했다. 캠퍼밴을 빌리기 위해 꼭 필요한 국제면허증도 준비했다. 중요한 준비를 마친 후에는 여행 중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의류와 구급약, 안전 사항들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유류비, 현지 입장료, 사용료 등을 할인받을 수 있는 정보들도 틈틈이 찾아놓았다.

 

캠퍼밴 캠퍼밴 전문 여행사 ‘INL KOREA’ 에서 항공권과 차량을 함께 예약했다. 따로 숙박료가 들지 않은 대신 각종 레포츠, 아웃도어 액티비티 비용으로 꽤 지출한 편이다. 비용 캠퍼밴 렌트 비용 4백50만원 포함 총 1천5백만원
캠퍼밴
캠퍼밴 전문 여행사 ‘INL KOREA’에서 항공권과 차량을 함께 예약했다. 따로 숙박료가 들지 않은 대신 각종 레포츠, 아웃도어 액티비티 비용으로 꽤 지출한 편이다. 비용 캠퍼밴 렌트 비용 4백50만원 포함 총 1천5백만원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먼저 뉴질랜드 북섬인 오클랜드를 6일간 여행한 뒤 남섬으로 이동해 13일간 돌아다녔다. 기본 살림살이를 다 싣고 있는 집과도 같은 차를 타고 다녔기에 비교적 일정이 자유로웠다. 우리가 계획한 큰 틀 안에서 움직이되 그때마다 머물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는 즉흥적인 여유를 즐겼다. 돌아다니면서 즉석에서 루트를 변경하기도 했는데, 그것도 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길을 가다 경치 좋은 곳, 끌리는 곳을 발견하면 곧바로 내려서 돗자리를 깔고 음식을 준비해 피크닉을 즐겼다. 그리고 캠퍼밴으로 여행을 하며 다양한 체험을 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운트 쿡(Mt. Cook)을 오르는 후커 밸리 트랙 트레킹은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광경을 선사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촬영 장소는 말을 타고 트레킹했고, 밀퍼드 사운드에서는 비를 맞으며 카약을 즐겼다. 싱크홀을 탐험하는 액티비티인 ‘로스트월드’는 100m미터 정도를 자일을 이용해 하강하는 아슬아슬한 체험이었다. 여행 도중에 낚시를 하기도 했다. 직접 낚시한 송어와 연어로 요리를 해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캠퍼밴 여행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가장 큰 매력은 언제 어디든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숙박과 취사도 해결할 수 있고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다른 활동들을 즐기기 좋다. 리조트처럼 한곳에만 머물면서 한정된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이 아니고 직접 돌아다니면서 여러 지역의 특성에 맞는 액티비티를 경험할 수 있다. 캠퍼밴 여행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혹은 많은 것을 해도 좋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당시 지진으로 폐허가 된 크라이스트처치의 복구 현장이 기억에 남는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자연을 극복해내려는 인간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복구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모습에서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또 다른 하나는 사진이다. 오래된 교회 앞에서 둘이 함께 마주 보며 찍은 배경에 다정한 노부부가 우연히 찍혀 있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그 부부와 우리 부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기분이 묘했다. 우리도 이렇게 백발이 되어서도 함께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쉬웠던 점이 있나? 오래되고 멋진 로지에서 하루 정도 머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캠퍼밴을 주차장에 세워놓고 이용해볼 수도 있었지만, 차라리 그 비용으로 더 맛있는 것들을 먹고 더 많은 것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아꼈었다. 숙소가 캠퍼밴으로 한정되었던 것은 좀 아쉽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예비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누워서 쉬기만 하는 휴양지는 언제든 휴가를 이용하면 갈 수 있지만 장시간의 활동적인 여행은 직장인이라면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다. 우리는 신혼여행이 그 최적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익스트림한 신혼여행을 할 예정이라면 무엇보다 계획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계획에는 ‘만약’이라는 부분도 항상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에서 무슨 상황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서로의 의견과 취향도 고려해야 한다. 한 사람만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신혼여행이다.

 

스쿠버다이빙 다이버 숍 ‘팔라우 제임스 다이브 센터 (Palau James Dive Center)’에서 다이빙과 숙박 등의 일정을 도움 받았다. 항공권은 ‘여행박사’를 통해 예약했다. 비용 다이빙 2백10만원 포함 총 5백만원
스쿠버다이빙
다이버 숍 ‘팔라우 제임스 다이브 센터 (Palau James Dive Center)’에서 다이빙과 숙박 등의 일정을 도움 받았다. 항공권은 ‘여행박사’를 통해 예약했다. 비용 다이빙 2백10만원 포함 총 5백만원

PALAU DIVING TOUR

다이빙에 빠지다, 류정헌, 이은지

 

 

카페 ‘레드플랜트’를 운영하는 류정헌, 이은지 부부는 전문가 수준의 스쿠버 다이버다. 그들은 신혼여행에서 다이빙이나 원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이버들의 성지라 불리는 나라 팔라우로 향했다. 꿈 같은 신혼여행이 하루에 몇 번씩, 하루 종일 물에만 들어가 있는 나날이었지만 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틈만 나면 카페에 온 사람들에게 스쿠버다이빙을 부추기기도 하고, 카페 직원들과 바다로 워크숍을 나가 온종일 다이빙을 즐기고 오기도 한다. 사실 직원들도 모두 다이버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동을 즐기다 보니 사진, 스포츠, 커피 모두 전문가 수준을 자랑하는 남편은 다이버의 마지막 단계인 강사 자격을 따기 위해 준비하는 중이다. 팔라우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바닷속을 그리워하던 부부는 다시 한번 그곳에 가는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나? 팔라우로 가서 스쿠버다이빙을 했다. 하루에 서너 번씩 배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에 들어갔다. 신혼여행 중 20회가 넘는 다이빙을 했다.
어떻게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내가 먼저 다이빙을 시작했고 나중에 남편이 배우게 되었다. 지금은 남편이 더 빠져들어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결혼 전에도 성격과 취향이 비슷해 여행을 함께 다녔고 활동적인 것들을 즐겨 했다. 결혼 예물로 물속에서 이용하는 다이버 컴퓨터를 서로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어느 날 우연히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수중 스포츠의 천국이라 불리는 팔라우를 알게 되었다.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연락을 해서 오랜 시간 떠들었다.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고 우리도 언젠가 꼭 가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결혼을 한 뒤에는 신혼여행에 대해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그곳을 가기로 한 것이다.
가기 전에 준비한 것들은 무엇인가? 다이빙을 즐기는 지인들과 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나눈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한 지인이 팔라우로 다이빙을 다녀온 뒤 ‘팔라우 제임스 다이브 센터’라는 좋은 다이버 숍을 소개해줬다. 비행기표는 여행사를 다니는 친구를 통해 매우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편하게 가게 된 건 좋았지만 다이빙을 준비하다 보니 짐이 엄청났다.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전문 다이빙을 여러 번 하게 되는 일정이기에 우리가 쓰는 장비를 모두 가져가기로 했다. 물가가 비싼 곳이라 대여료도 만만치 않았고, 최대한 익숙한 내 장비를 쓰는 게 좋았다. 특히 호흡기 같은 장비는 생명과 직결되기도 해서 더욱 신경 썼다. 그렇게 짐을 챙기다 보니 개인당 장비만 20kg이 넘어갔다.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정말 우리의 여행은 다이빙으로 시작해서 다이빙으로 끝났다. 배를 타고 나가서 포인트에 도착하면 다이빙을 하고, 배 위에 올라와 쉬면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다시 다른 포인트로 이동하는 식이었다. 그야말로 온종일 물과 함께했다. 한번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데 50분경정도 소요되고 물 밖으로 나와서는 그 이상의 휴식을 취해야만 다시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한 스포츠다. 하루에 번 정도 하면 무척 지치는데 우리는 더 하고 싶어서 네 번까지도 물에 들어갔다. 하루가 다 지나가고 숙소에 오면 지쳐서 바로 쓰러져 잠드는 게 일과였다. 틈틈이 맛집도 다니고 밤에는 맥주 한잔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얼마 못 가 곯아떨어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눈앞에 멋진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기는 싫었다. 몸이 힘든 괴로움보다 체험이 주는 즐거움이 훨씬 컸다. 팔라우가 다이버에게 유명한 만큼 중급자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들도 많았고 처음 보는 물고기도 많이 발견하고 왔다.

 

스쿠버다이빙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 물속은 하나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작은 우주를 경험하고 올 수 있다. 무중력 상태로 몸을 온전히 물에 맡긴 채 떠다니는 체험은 평소엔 할 수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 다이빙을 해오다 보면, 다른 생명체와 그들이 사는 자연에 대해서도 경외심이 생기곤 한다. 물 밖에서는 내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지만 물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내가 모르는 더 큰 세상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뛴다. 더 깊은 곳으로 욕심내서 들어가보고 싶어지기도 하면서 모험심이 자극되는 스포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만타를 바로 코앞에서 본 순간이다. 만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오리인데, 볼 수 있는 곳도 한정적이고 심해에서 돌아다니는 편이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일부러 만타가 나오는 포인트에 다녀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운이 좋았던 건지 가는 곳마다 그 거대하고 경이로운 생명체가 유영하고 있었다. 특히 수중 촬영을 하고 있던 도중 바로 앞을 지나가던 만타는 나를 의식하고는 내 머리 위로 훌쩍 넘어서 지나갔다. 그때 눈이 마주쳐 한동안 설레었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여행의 장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마음껏 하고 온 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물론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수압 때문에 신체적 고통도 약간 있었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큼 바닷속 풍경은 매력적이었다. 같이 배를 타고 나간 다이버들 중 일본인이 많아서 그런지 그들이 좋아하는 안전한 포인트 위주로 갔던 점은 조금 아쉬웠다. 다음번에는 좀 더 스릴 있는 곳으로 가볼 예정이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꿈꾸는 예비 부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무언가 하나에 빠져들어서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 정도 포기하는 부분도 있어야 한다. 모든 걸 다 쉽게 할 수는 없는 법인데, 스쿠버다이빙은 그런 점에서 깨달음을 많이 준다. 우리의 신혼여행도 한 가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를 찾아서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사파리 오프로드 현지에 있는 ‘켄코 사파리(Kenko Safari)’ 여행사의 도움을 받았다. 호텔과 비행기 티켓, 사파리 투어 등 전체 일정을 함께 계획했다. 비용 사파리 투어 약 4백만원 포함 총 1천만원
사파리 오프로드
현지에 있는 ‘켄코 사파리(Kenko Safari)’ 여행사의 도움을 받았다. 호텔과 비행기 티켓, 사파리 투어 등 전체 일정을 함께 계획했다. 비용 사파리 투어 약 4백만원 포함 총 1천만원

GO TO AFRICA

아프리카의 추억, 조여래, 이다혜

영상 제작자 조여래와 모션그래픽 디자이너 이다혜는 아프리카 케냐의 초원을 달리는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좋아하는 신랑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케냐의 수녀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해왔고 사파리 여행도 다녀온 어머니는 아들 부부에게도 아프리카 대자연의 광활함과 경이로움을 느끼고 올 수 있는 여행을 추천했던 것이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준비 중이었던 부부에게 결혼식 한 달 전 임신 소식이 들려왔고, 여행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우려 속에서도 두 사람은 아프리카로 떠났다. 여행을 통해 배 속 아이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야겠다는 더 큰 목표가 생긴 셈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모든 것이 아프리카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부부는 마사이마라 사파리에서 그 의미를 가슴에 되새기고 왔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나? 아프리카 케냐에서 오프로드 사파리 투어를 했다. 마사이마라 대초원을 지프를 타고 다녔다. 매년 탄자니아에서 케냐로 누 떼가 대이동하는 7~8월경이 성수기인데, 우리는 성수기보단 조금 앞선 6월에 방문했다.
어떻게 가게 된 건지 궁금하다. 어머니 영향이 컸다. 여행과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고, 직업상 아프리카에 여러 번 다녀오시기도 했다. 결혼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너희 신혼여행으로 케냐는 어떻겠니?” 하고 물으셨다. 나는 몇 년 전에 어머니와 함께 케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짧게 머물렀던 탓에 나이로비에만 있다 돌아온 것이 어머니에겐 아쉽고 신경 쓰이셨던 것 같다. 나와 아내도 사파리 오프로드 여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가기 전에 신경 썼던 점이나 준비했던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여행을 준비하다 결혼식 한 달 전에 아내가 임신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 여행이 더욱 걱정되기 시작했다. 케냐가 고지대여서 아프리카의 다른 국가에 비해 전염병은 거의 없긴 하지만 사전에 말라리아 약을 먹는 정도의 기본적인 준비는 해야 한다. 하지만 아내는 임신을 한 터라 그런 준비도 할 수 없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지프로 달리는 여정도 아내가 힘들어하진 않을지 걱정이 컸다. 이런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내의 몸 상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여행을 준비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나라마다 다르게 권장 예방 질병을 제시하고 검열하기 때문에 여행 전 이에 대한 확인이 필수다. 남반구에 위치한 케냐는 6월이면 막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아침저녁의 쌀쌀한 날씨에 대비해 두툼한 옷들도 준비했다.

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열흘 정도의 오프로드 일정 중 처음 이틀과 마지막 이틀은 나이로비에서 보냈다. <무한도전>에 나온 코끼리 고아원,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 ‘카렌’이 살았던 카렌하우스도 방문했고 대초원 마사이마라로 넘어가 2박 3일 동안 사파리 투어를 했다. 사파리 투어는 경비행기로 이동한 뒤 현지 가이드와 지프를 타고 시작된다. 사파리 투어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풍경이었음에도 직접 마주하니 자연의 생경함과 광활함에 압도당했다. 사파리를 누비면서 사자, 기린, 코끼리, 표범, 치타, 누, 얼룩말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동물을 만났다. 그들도 삶의 터전에서 제각각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놀이공원의 사파리가 아니기 때문에 초원을 무작정 달린다고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힘 좋은 지프 차량이 웅덩이에 빠지는 일도 있었고, 사나운 코끼리가 바로 차 옆을 지나가는 아찔한 순간도 맞았다. 하지만 표지판도 없고 도로도 아닌 그곳을 달릴 때 어디서도 느끼지 못한 자유를 느꼈다. 덜컹거리며 많이도 달렸지만 덕분에 배 속의 아이에게도 진귀한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로비에서 묵으며 ‘지라프 매너’라는 기린 호텔을 방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기린이 호텔로 밥을 먹으러 오는 신기한 숙소다. 기린은 주로 아침이나 해질녘에 2층 방 창문으로 오곤 했는데, 침실에도 기린의 여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날은 기린이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아침을 먹는 내내 기린과 함께했다. 사파리 투어 중에 사자의 짝짓기를 3m 앞에서 목격한 순간도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사파리에 다다르기 위한 여정 자체도 재미있었다. 아슬아슬한 착륙과 커다란 소음이 특징인 경비행기, 포장도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상기시킨 흔들리는 지프도 모두 색다른 경험이었다. 텐트와 오두막의 중간 형태였던 마사이마라의 로지도 특별했다. 그곳에 있으면 주변의 자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 사이로 원숭이가 지나가고 새들이 나무에 앉아 우리를 보고 있다. 생생하게 귀에 머무는 새소리, 바람 소리, 빗소리를 듣다 보면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여행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의 여행은 땀도 많이 나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항상 옷을 뒤집어써야 했다. 예쁜 옷과 화장은 고사하고 머리나 얼굴은 항상 땀과 물에 젖어 있는 상태다. 그래서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평생 기억에 남을 특별한 둘만의 추억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다녀오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너무 만족했고 훗날 아이에게 들려줄 멋진 이야기도 만들어왔다.
특별한 신혼여행을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다녀왔던 곳을 정해진 루트로 쉽게 다녀온다. 그렇게 다녀와서는 통장 잔고를 보며 다시 허무한 일상을 보내곤 한다. 이왕이면 쉬이 다녀올 여행을 아껴서 특별한 여행으로, 색다른 추억이 될 만한 여행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혼여행은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다시는 오지 않을 보너스 같은 여행이다. 이 기회에 본인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서 후회 없는 여행을 하고 오는 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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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게

1 OhMiBod 아이폰에 연결해 음악을 틀면 리듬에 따라 진동 세기가 달라지는 G-spot. 선곡은 그에게 맡길 것. 부르르몰 2 Svakom 형태가 다른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인 Dual Control을 사용하면 멀티 오르가슴도 멀리 있지 않다. 바나나몰 3 Tenga 안에 올록볼록하고 촉촉한 것이 꽉 들어찬 Filp-Air의 작은 구멍은 그를 위한 것. 부르르몰 4 Zini 각자 원하는 모양을 골라 하나씩 쥐어보면 되는 Deux. 섬세한 진동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부르르몰 5 Beate Uhse 말 그대로 너와 나의 연결 고리인 Enzo. 남자가 페니스에 끼우고 가까이 다가서면 진동이 시작된다. 플레져랩 6 성원 차가운 그대로 혹은 따뜻한 물에 데웠다가 사용하면 색다른 촉감과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유리 딜도. 플레져랩 7 BMS Factory 사실 Vitality는 세 개의 바이브레이터나 다름없다. 창의력을 발휘하면 연인과 함께 사용하기에도 좋다. 플레져랩 8 Lelo 경쾌한 진동 덕분에 인기 있는 Noa. 모양으로 고르기 힘들면 진동 방식으로 골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나나몰
1 OhMiBod 아이폰에 연결해 음악을 틀면 리듬에 따라 진동 세기가 달라지는 G-spot. 선곡은 그에게 맡길 것. 부르르몰
2 Svakom
형태가 다른 두 개의 바이브레이터인 Dual Control을 사용하면 멀티 오르가슴도 멀리 있지 않다. 바나나몰
3 Tenga 안에 올록볼록하고 촉촉한 것이 꽉 들어찬 Filp-Air의 작은 구멍은 그를 위한 것. 부르르몰
4 Zini 각자 원하는 모양을 골라 하나씩 쥐어보면 되는 Deux. 섬세한 진동에는 남녀가 따로 없다. 부르르몰
5 Beate Uhse 말 그대로 너와 나의 연결 고리인 Enzo. 남자가 페니스에 끼우고 가까이 다가서면 진동이 시작된다. 플레져랩
6 성원 차가운 그대로 혹은 따뜻한 물에 데웠다가 사용하면 색다른 촉감과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유리 딜도. 플레져랩
7 BMS Factory 사실 Vitality는 세 개의 바이브레이터나 다름없다. 창의력을 발휘하면 연인과 함께 사용하기에도 좋다. 플레져랩
8 Lelo 경쾌한 진동 덕분에 인기 있는 Noa. 모양으로 고르기 힘들면 진동 방식으로 골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나나몰

이제껏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가게에 다녀왔다. 성인용품 숍 말이다. 작은 건물의 꼭대기 층, 창에 짙은 분홍색 시트지를 빈틈없이 붙인, 창문이 곧 간판인 성인용품 가게를 종종 보아왔지만 영 남사스럽기도 하고, 그 후줄근한 외관이 어쩐지 부담스러워 들어가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그러던 중 요즘 성인용품 가게 중에는 멋진 인테리어로 트렌디한 맛집과 편집숍 사이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가게들은 옷이나 신발을 사는 곳처럼 캐주얼한 분위기라 혼자서도 쇼핑하기 좋다고 했다. 뜬금없지만 고양이 카페에 드나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다녀와 이름 모를 고양이와 교감한 걸 자랑처럼 늘어놓았던 게 생각났다. 이 가게들도 곧 그렇게 유행하려나? 마침내 양지로 나온 성인용품 가게에 호기심이 솟았다.

 

청담역에서 나와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곧장 ‘바나나몰’에 도착했다. 대형 마트처럼 환하고 넓은 공간에 생각보다 많은 제품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인사를 건네는 직원에게 혼자 먼저 보겠다고 하며 코너를 돌자 페니스를 적나라하게 본뜬 물건 수십 개와 마주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성인용품의 향연. 제품은 대체로 두 가지 부류다. 본을 뜬 듯 인체와 똑같이 생겨 도저히 그 쓰임새를 모를 수 없거나, 반대로 어디에 사용하는 것인지 용도를 도통 알 수 없는 모양의 제품. 괜히 분주하게 몇 바퀴를 돌았다.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한 제품은 바이브레이터였다. 사용하는 당사자인 여자들만큼이나 파트너가 좋아하는 모습에 큰 만족을 느끼는 남자들이 사 가는 경우도 많단다. 유럽, 일본 등 원산지도 다양하다. 점원은 형태나 촉감, 진동 정도 등 취향이나 예산, 사용 목적을 알려주면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개봉 후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기구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솔직한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았다.

 

이어서 간 곳은 합정동에 자리한 ‘플레져랩’. 베이커리 같이 예쁜 간판이나 밖에서도 들여다보이는 매장의 인테리어가 단정하고 고급스러웠다. 주인 말로는 무엇을 파는 곳인지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숍 주인이 여성인 덕분에 비교적 편하게 사용법을 물어볼 수 있었다. 내가 물어본 제품은 알고 보니 대부분 바이브레이터였는데, 삽입을 고려한 길쭉한 모양이 아니라도 눈사람, 벚꽃, 리본 등 탁상 위에 올려놓아도 되겠다 싶은 귀여운 제품도 있다.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찰기가 있거나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금속 재질 등 촉감 또한 다양하다. 워낙 디자인이 아기자기해, 거부감 없이 사용해보고 싶거나 심지어 친구에게 선물해도 좋을 것 같은 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손님과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우면 프라이빗 쇼핑을 예약하면 된다. 일요일에만 운영하는데 예약 시간 동안에는 예약자 이외에 다른 손님을 들이지 않는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이태원. 인터넷 성인용품 몰로도 유명한 ‘부르르몰’ 매장을 찾았다. 물건들이 하얀 선반에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깔끔한 완구점에 온 듯하다. 콘돔, 러브젤, 재질이 고급스러운 섹시한 속옷들, 액세서리처럼 생긴 수갑, 남자들을 위한 거치대형 자위 기구까지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직원은 성인용품을 사용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으니 가게에 온 사람들에게 더 야하고 재미있는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했다. 서툰 애무나 부족한 지구력을 만회하기 위해서 기구의 도움을 받으려는 남자, 독수공방하는 친구를 놀리려 선물을 사는 여대생, 월급날마다 찾아와 매번 다른 속옷을 사가는 커리어 우먼, 팬시한 디자인의 바이브레이터를 구매하는 70대 노부부 등 제품군만큼이나 손님도 다양하다. 그러니 침대 위에서의 말 못할 고민이든 속으로만 상상해온 섹스 판타지든, 알고 싶고 찾고 싶은 게 있다면 이들 섹스 토이 숍의 문을 두드려보자.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나올 때쯤엔 무언가 므흣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한 번 눈감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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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했지만 미안하지는 않았다. 실수라고 말했지만, 그건 J가 원하는 대답이었기에 했을 뿐이다. 내가 원한 건 J가 뒤돌아서 가는 것이었다. 우는 여자에게 미안하다는 의미 없는 소리나 내뱉는 무책임한 놈이 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럴 용기가 없었고, J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건 일종의 복수다. 박찬욱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으로서 복수의 대상이 되는 건 최악의 경우이다. 그럼에도 다른 변명을 할 수 없는 건, 그럴 만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이었다. J보다 어린 여자를 만났다. J보다 가슴이 더 크고, 귀여웠다. 술을 마시니 더 예뻐 보였다.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큰 가슴에 안기고,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고 싶었다. 두근거리는 새로운 연애에 대한 갈망이 일었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래서 잤다.

긴 꼬리는 결국 밟혔고, 외도 이후로 J는 달라졌다. 그녀의 말투는 마치 군대 고참 같았고, 추리력은 만취한 셜록에 버금갔으며, 우리의 대화는 검사와 피고의 그것과 같았다. 그녀는 매 순간 나를 관찰했다. 무슨 향수를 뿌렸는지, 가방에 무엇이 들었는지, 이메일과 폰은 물론이고 카드 명세서, 내비게이션 기록까지 확인했다. 그럴 만한 짓을 했으니 의심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감시는 점차 주도면밀해졌다. 내 생활은 온통 그녀가 만들어놓은 부비트랩과 지뢰로 가득했다. 한번은 회사 선배가 내 차 조수석에 탔다. 우리는 점심에 갈비탕을 먹었고, 선배는 선바이저를 내리고 거울을 보며 이를 쑤셨다. 그 모습이 역겨웠지만, 더욱 혐오스러운 건 J였다. 그녀는 내 차에 타자마자 누구냐고 물었다. J는 선바이저에 자신의 머리칼을 꼽아놨던 것이다. 선바이저를 펼쳐 자신의 머리카락이 없자,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웠음을 알아낸 것이다. 그녀의 영특함에 놀랐고, 앙칼진 목소리에 소름 돋았다. 나는 블랙박스 영상으로 회사 선배였음을 증명했고, 그녀는 화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또 내 잘못이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이건 누구야?” J는 습관처럼 물었다. 몰라. 그게 누군데? 하고 답하면 그녀의 말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여자를 궁금해하는 자신을 변호했다. 왜 자신이 나를 의심하는지, 자신은 의부증에 걸린 여자가 아니라 내가 외도를 했기 때문이며, 내가 의심받을 행동을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때마다 J는 울었다. 울면서 소리쳤다. 나는 또다시 사과했다. 그리고 이 논쟁 알고리즘이 영원하리란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J에게 내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들이 누군지 일일이 설명했다. 물론 설명하다가 결국 우리의 목소리는 다시 커졌고, 그녀는 듣기 싫다고 소리쳤다. 나는 “네가 알려달라며!” 소리치고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지웠다. 같은 이유로 다른 SNS도 모두 정지했다. 인터넷에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는 것. 그것만이 의심받지 않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는 소셜미디어와 멀어졌다.

다행히 내겐 아직 오프라인 모임이 남아 있었다. 업무상 저녁을 먹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숨통을 트이게 했다. 그렇다고 저녁을 오래 먹을 수는 없었다. 누구와 먹는지 인증 사진도 찍어야 했다. 먹고 나서는 J를 만났다. 그리고 당연하게 문자와 카톡 검사가 이어졌다. 그런 J가 측은했다. J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걸 깨달았다. 그녀를 의심병 환자로 만든 건 나였다. 내가 노력하면 그녀가 나아지리라 믿었다. J에게 한 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믿을 수 있는 남자가 되도록 말이다.

여자들과 연락하지 않았다. 남자만 만났다. 술 안마시고, 운동만 했다. 목욕탕에 가거나 게임방에 갔다. 금녀의 영역만 다녔다. 쓰고 보니 이상하지만 어쨌든 게임방에서는 페이스타임으로 인증했다. 친구들도 그녀에게 손 흔들며 인사했다. J는 나만 봤다. 내 연락만 기다리고,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J가 매일 보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그녀 말고도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J가 내게 집착할 때마다 그 어린 여자가 생각났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J와 나는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렇게 사귀는 게 옳은 걸까? 한 번 피운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폐허였다. 다시 그 어떤 집도, 마음도 자라날 수 없었다. 우리는 정말 사랑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용서했지만, 용서받은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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