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림프의 두 번째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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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시즌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풀한 인조 모피. 이제는 계절에 관계없이 액세서리 라인까지 넘나들며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뜨거운 열풍의 중심에는 런던 태생의 브랜드 쉬림프가 있다. 스물여섯 살의 디자이너 한나 웨일랜드가 첫 컬렉션을 선보인 건 불과 2년여 전.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하던 시절 만든 열 벌의 코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그녀의 예상치 못한 성공기가 시작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배우 로라 베일리가 이를 구입해 입고 다녔고, 그 모습을 본 네타포르테가 바잉하면서 순식간에 패션계 데뷔가 이뤄진 것. 통통 튀는 키치한 감각, 런더너 특유의 짓궂고 독특한 감성을 담은 그녀의 인조 모피가 그렇게 초스피드로 전 세계 패션계의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인조 모피 컬렉션 이후, 그녀는 최근 한여름을 공략한 새로운 실크 캡슐 컬렉션 론칭과 곧 열릴 다음 시즌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 런던에서 한창 작업 중인 한나 웨일랜드와 나눈 짧은 대화를 전한다.

 

hannah weiland
hannah weiland

브랜드 이름을 쉬림프(Shrimp)라고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쉬림프는 어린 시절 나의 별명이었다. 내 모습이 마치 작은 분홍색 새우 같아서 붙여진 애칭이다.
유년기는 어땠나? 당신이 만든 쉬림프 월드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린 시절부터 컬러는 물론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다. 또 유독 동물을 좋아해서 애완동물도 많이 키웠다. 확실히 그런 면이 컬러풀한 인조 모피로 작업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렇다면, 인조 모피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어떻게 인조 모피 컬렉션을 시작하게 됐나? 모피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진짜 모피를 입어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프랑스 브르타뉴 스타일의 인조 모피 코트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품질 좋은 인조 모피 생산 공장을 알게 되면서 이를 현실로 구현할 행운을 얻은 게 기점이 됐다. 나와 내 친구들을 위해 코트를 몇 벌 만들어 팔았는데, 그중 하나를 로라 베일리가 런던 패션위크 때 입으면서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조 모피의 진짜 매력은 무엇인가? 얼마든지 다양한 목적을 위해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라는 것.

 

프리스프링 컬렉션의 메인 아이템인 데님 자카드 원피스.
프리스프링 컬렉션의 메인 아이템인 데님 자카드 원피스.

올봄을 위해 선보인 프리스프링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아티스트 헨리 다거(Henry Darger)의 작품에서 영감 받았고 순결하고 천진한 감각에 대해서 생각했다. 파스텔 톤의 색과 패턴, 여러 가지 텍스처가 결합된 인조 모피 아이템뿐 아니라 플라워 패턴 데님 자카드와 비딩 장식 데님 등 여름날을 위한 독특한 데님 의상도 추가했다.

 

각각 독특한 성격과 이름을 지닌 귀여운 캐릭터 배지 컬렉션도 인상적이다. 모두 직접 그린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 취미가 패션 작업으로까지 옮겨졌다. 안감과 실크 잠옷에도 이 일러스트들이 등장하는데 이제는 내 브랜드와 뗄 수 없는 크고 중요한 부분이 됐다. 무엇보다 가상의 캐릭터와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무척 즐겁다.

 

한나 웨일랜드가 뮤즈로 꼽는 그녀의 멋쟁이 할머니 나나.
한나 웨일랜드가 뮤즈로 꼽는 그녀의 멋쟁이 할머니 나나.

매 시즌 컬렉션을 구성하면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컬러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그런 뒤 세부적인 다른 부분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올리는 나의 할머니 나나. 아흔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하이힐을 신는 멋진 여성이다.

 

곧 실크로만 구성된 캡슐 컬렉션 ‘Silkies’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년 전 잠옷 브랜드 ‘포플린’과 협업해 실크 파자마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때의 작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침실이 아닌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실크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의상일지 궁금하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로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에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레이스를 더했다. 여름에 입기 좋은 가벼운 이브닝드레스와 점프수트, 버튼 다운 블라우스 등이 있다. 3월 중순부터 오로지 쉬림프 웹사이트(http://shrimps.co.uk)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니 기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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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의 재구성

“트렌드가 급변하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화이트 셔츠를 능가하는 아이템을 발견하긴 힘들죠. 어떤 룩과 매치해도 안전한, 금고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별도의 컬렉션을 선보일 만큼 화이트 셔츠에 깊은 애정을 보이는 캐롤리나 헤레라의 말처럼 화이트 셔츠는 ‘유행을 타지 않는(timeless)’ 아이콘이자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6 S/S 시즌 디자이너들은 이 변함없이 고고한(!) 아이템에 해체주의적 요소를 조합해 또 하나의 신선한 트렌드를 탄생시켰다. 가장 대표적인 레이블은 후드바이에어. 2006년 로고 플레이를 앞세운 화이트 티셔츠로 붐을 일으킨 디자이너 셰인 올리버의 다음 타깃은 명백히 화이트 셔츠였다. 물론, 타고난 탕아가 평범함을 거부한 것은 당연지사. 인비테이션에서부터 명시한 ‘충격요법(Galvanize)’은 어깨선을 과감히 커팅한 오프숄더 라인과 가슴 바로 아래까지 댕강 잘라낸 크롭트 컷 화이트 셔츠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프로엔자 스쿨러는 또 어떤가. 이 레이블의 천재 디자이너 듀오는 쿠바의 화려한 전통 의상을 세련되게 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화이트 셔츠를 선택했는데, 한 매체에서 ‘축복받은 해체주의(Blissful Deconstruction)’라고 명시할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오려낸 컷아웃을 앞세웠다. “화이트 셔츠가 섹시해지는 건 시간문제죠.” 잭 맥콜로가 한 말처럼 쇼에 등장한 셔츠는 단순히 셔츠라고 하기엔 너무나 예뻤고, 러플, 아일릿 레이스 등 정교한 디테일까지 더해져 잠잠하던 구매욕을 불끈 솟게 만들었다.

 

한편, 화이트 셔츠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뒤집을 만큼 쇼킹한 쇼도 있었으니, 바로 파리의 대세 자크뮈스다. 디자이너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가 연신 강조한 해체와 재조합을 거친 화이트 셔츠라니! 맨발에 남성용 화이트 셔츠만 달랑 걸친 아이가 초대형 공을 굴리며 시작된 쇼엔 화이트 셔츠 끝자락을 동글게 매듭지은 랩 원피스부터 한쪽 소매를 과감히 잘라 비대칭 실루엣을 이룬 셔츠, 화이트 셔츠의 떼어낸 소매를 한쪽에 묶은 테일러드 재킷 등 드라마틱(!)하게 셔츠를 재구성한 아이템이 속속 등장했다.

 

오리고 붙이는 작업만큼이나 눈에 많이 띈 디테일은 바로 르네상스 요소를 더한 벌룬 소매. 자일스는 허리선을 강조한 러플 장식 반소매 셔츠와 오프숄더 셔츠를 변형한 드레스를 선보였으며 펜디는 풍성한 벌룬 소매 셔츠를, MM6는 커다란 리본 타이와 한껏 부풀린 소매로 포인트를 준 셔츠를 선보였다.

 

다채로운 실루엣으로 변형된 화이트 셔츠를 연출하는 방법 또한 흥미롭다. 국내 브랜드 렉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지연은 셔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일링하기로 유명한데, 2016 S/S 시즌 로맨틱한 오프숄더 셔츠를 랩스커트로 연출하거나 셔츠 위에 뷔스티에 톱을 레이어드하는 데 꽂혔다. “컬렉션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아이템이 셔츠예요. 버튼을 몇 개 풀지, 소매를 롤업할지 말지, 셔츠 밑단을 꺼내 입을지 말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거든요.” 평소 남성복 화이트 셔츠를 미니 원피스처럼 입거나 다양한 실루엣의 셔츠에 데님을 매치해 위트 있는 룩을 즐기는 린드라 메딘의 스트리트 스타일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혹자는 ‘클래식’이란 이름 아래 똑떨어지는 핏을 앞세운 화이트 셔츠가 백미라지만, 개인적으론 디자이너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한 셔츠의 진화가 반갑기만 하다. 화이트 셔츠의 제2막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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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찾아온 플라워 프린트

봄이면 봄마다 찾아오는 ‘꽃무늬’가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유의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부터 자유분방한 스트리트 무드를 앞세운 룩까지,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다양한 스타일로 진화했으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 없다. 새 시즌에도 식을 줄 모르는 플라워 패턴 트렌드의 흐름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플라워 모티프로 여성성과 로맨티시즘을 극대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그룹. 계절과 유행을 막론하고 변함없이 꽃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온 돌체 앤 가바나는 이번 봄·여름 역시 장미와 데이지 꽃을 적극 활용한 룩으로 밀도 높은 컬렉션을 완성했다.

 

여기에 다채로운 주얼 장식과 쿠튀르급 액세서리를 더해 낭만적인 분위기가 충만했음은 물론이다. 퇴폐적이면서도 우아한 알렉산더 맥퀸 역시 곳곳에 플라워 프린트를 영민하게 배치했는데, 섬세한 자수와 잔잔한 꽃무늬를 가미한 컬렉션은 맥퀸 특유의 이중적 매력이 돋보였다. 더불어 에뎀과 지암바티스타 발리, 델포조는 동화 속 공주가 떠오르는 서정적인 플라워 패턴을 선보였고, 볼드하고 그래픽적인 꽃무늬가 등장한 마르니와 드리스 반 노튼 역시 꽃의 낭만을 설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한편, 꽃에 대한 직접적인 애정 공세가 낯간지러운 이들을 만족시킬 새로운 감성의 플라워 모티프 역시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패션 하우스가 직접적인 방식으로, 그러니까 ‘대놓고’ 여성성을 자극해 거부감이 든다면 지금 소개하는 이들을 주목할 것. 간결한 트렌치코트와 원피스에 스며들 듯 피어난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플라워는 더없이 쿨하다. 여기에 납작한 슬립온 슈즈까지 더해 그야말로 ‘쿨 키즈’들이 입을 법한 플라워 룩을 완성했다. 평범한 흰색 면 티셔츠와 함께한 넘버 21, 브로케이드 스커트에 스웨트셔츠를 매치한 마크 제이콥스, 잔잔한 꽃무늬를 입힌 코치의 바이커 룩은 또 어떤가.

 

특유의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운 이미지 탓에 플라워 프린트를 멀리해온 여성들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을 듯. 뭐니 뭐니 해도 단연 백미는 생 로랑과 베트멍이 아닐까? 장미꽃 시폰 드레스에 축 늘어지는 니트 카디건을 걸친 생 로랑, 앞치마를 두른 듯 독특한 꽃무늬 원피스를 선보인 베트멍은 그야말로 가장 동시대적인 플라워 트렌드를 창조했다 할 만하다. 이는 꽃무늬의 전형적인 이미지, 다시 말해 여성스럽고 청초한 모습과 상반되는 요소를 영민하게 조합한 결과물. 이쯤 되면 더 이상 플라워 트렌드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듯. 새 시즌, 디자이너들이 다채롭게 선보인 스타일 중 자신의 입맛대로 고르기만 하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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