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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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벌집 프린트 티셔츠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 그레이 진 팬츠 생 로랑(Saint Laurent).

 

송중기는 요즘, 배우로서 2년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어느 때보다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끝났어도 이 남자의 행보는 여전히 거침이 없다. 한국은 물론이고 외국의 공항에 그가 등장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열렬한 관심이 쏟아지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고작 두 달간 방영된 드라마 한 편은 송중기가 우리 곁에 없던 시간을 채우고 남았고, 그 뜨거움은 그가 ‘유시진 대위’를 내려놓은 지금까지도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어느 날 홀연히 군대에 갔던 이 남자는 그 시간 동안 소식 한 번 전하지 않은 채 자연인 송중기로서의 삶에 충실했고 다시 배우의 세계로 돌아왔다.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건 <태양의 후예>가 아직 방영 중이던 때였다. 그를 향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이 끝을 모르고 절정을 향하는 가운데 만난 그는 ‘솔직히 기분은 좋다’는 군더더기 없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차기작인 영화 <군함도> 촬영을 앞두고 있어 지금은 오롯이 작품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하는 한편 군인과 또 다를 ‘독립군’의 몸을 만들며 여전히 바쁘게 지내는 중이라고 했다. 송중기는 자신을 향하는 뜨거운 응원이 식더라도 다른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현명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힘으로 오늘도 배우의 인생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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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비둘기색 셔츠 케이 플러스(K+), 스트라이프 티셔츠 시리즈(series;), 그레이 진 팬츠 생 로랑(Saint Laurent), 크림색 냉장고 스메그(sm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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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티셔츠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 디스트로이드 데님 팬츠 시리즈(series;), 녹색 니트 스웨터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뜨거운 나날을 보내는 중이겠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태양의 후예>도 결국 지나가는 작품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상업적인 작품을 하는 배우이니 반응이 좋으면 당연히 기분 좋다. 그런데 마지막 회를 보고 나면 많이 울 것 같다. 그렇게 실컷 운 다음 떠나보내야겠지. 일부러라도 정을 좀 떼야 할 것 같다. 그러고 이제는 다음 작품에 집중해야지. 다만 나중에 <태양의 후예>를 떠올렸을 때 ‘최선을 다했느냐’는 물음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 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될 것 같나? 음… 부끄럽다기보다는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먼 훗날 이 작품을 떠올리면 조금 미안할 것 같다. 제대 후 첫 작품이라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촬영하다 부상을 당해 더할 수 있었는데 못한 부분이 많아 아쉬운 점도 있다.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반응이 엄청나다. 이토록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솔직히 얘기하면 기분이 되게 좋다. 요즘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다. 기분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동시에 나 자신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굳은살이 박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나에게 관심이 많아지면서 내 가족이나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된 일이 있었다. 감내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힘들긴 하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이런 일이 나에게 상처가 되니 나는 이런 일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아야겠구나.’ 이런 생각. 나 자신이 아픔이란 게 뭔 줄 알게 되니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자신이 어깨가 결리거나 아프면 다른 사람 주물러줄 때도 잘 주물러주는 거. 그런 의미에서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 같다. 굉장히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반대의 일들도 생긴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고, 굳은살이 점점 두꺼워지는 것 같다.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 그 시간 동안 나로부터 덜어낸 것과 반대로 나를 채운 게 있을 것 같다.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 상당히 알차게 쓴 것 같다. 손현주 선배님이 술친구이자 많이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형님이 입대 전 내게 해주신 말이 아주 큰 울림을 주었다. ‘군대에 가서 이상한 스킬 같은 거 쓰지 말고 정공법으로 다녀와라. 지금까지 배우이자 스타의 삶을 살아왔으니 군대에 가서 머리 깎고 여덟 살, 아홉 살 어린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지내는 게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친구들과 보낸 시간 동안 선배님 말씀대로 나를 채울 수 있었다. 버린 게 있다면 허세 아닐까? 사실 허세 부리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일부러 더 조심하는 면이 있다. 내겐 없다고 생각하지만 배우로 살아왔으니 나도 모르는 허세가 있었을 것 같다. 그마저도 버리는 시간이었다. 또 얻은 게 있다면 여유로움. 그리고 배우로 살아가며 어떻게 지내야겠다는 노하우가 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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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피케 셔츠 코오롱 스포츠(Kolon Sport), 레이어드한 흰 티셔츠와 진 팬츠 모두 시리즈(series;), 데님 재킷 생 로랑(Saint Laurent), 니트 비니는 에디터 소장품, 진회색 가죽 소파 까사알렉시스(casa-Alexis).


사람들은 한 배우에게 열렬히 환호하다가 순식간에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 자유롭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부분에 자신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거다. 그리고 그건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은 사람이라면 포기하지 않고 그 일을 해나가기 위해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면 굳은살을 두껍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분명히 내리막길이 있을 테니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현명해져야지. 김민기 선생님의 노래 중에 ‘봉우리’라는 곡이 있다. 가사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큰 봉우리 넘었다고 우쭐대지 마라. 그다음에는 내리막길이 나온다. 그때는 다른 봉우리를 찾아봐라.’ 다른 봉우리를 찾으려면 현명해져야 한다. 다행히 그런 것들이 두렵지는 않다.

복귀작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있을 듯하다. 차기작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는 작품 자체도 기대된다. 작품을 앞두고 걱정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이번엔 예감이 좋다. 흥행할 거라는 예감과는 좀 다른데, 영화 촬영이 끝나면 내가 서른세 살이 된다. 6~7개월 정도 촬영에 매달리게 될 텐데 황정민, 소지섭, 이경영, 이정현 선배님과 류승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다. 세상에 몸이 힘들지 않은 현장은 없다. 마음까지힘들면 괴로운 일이겠지만 이번 현장은 유쾌한 에너지가 있을 것 같다. 서로 뭔가 좋은 에너지를 끌어올릴 것 같은 예감. 군인에 이어 차기작에선 독립군이다. 자꾸 나라를 위해 일하는 역할이다.(웃음) 배우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기도 하고 금세 잊히기도 한다. 배우로서 작품을 만나는 건 그런 점에서 재미있고 매력적이다. 유시진 대위가 되었든, 독립군이 되었든 배우로서 나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캐릭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작품과 대본이 지닌 힘을 즐기고 그에 의지하고 싶다.

그러고 보면 필모그래피에서 드라마와 영화의 비중이 고른 편이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막상 잘 살펴보면 작품 수가 그리 많은 건 아니다. 다만 최근에 한 작품들이 반응이 좋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작품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 아직 잘 모르겠다. 친구가 나 대신 내 사주를 봤는데 작품을 너무 많이 하지는 말라고 했다더라.(웃음) 아직 그 답을 찾지는 못했다.

 

 

나이 든 송중기는 사실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팬들도 그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다. 나이 들면 매력 없을 얼굴 같다.(웃음) 그래서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 배우에게 외모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연기를 더 잘하고 싶다. 외모를 넘어설 수 있는 게 연기니까. 그래야 내리막길도 천천히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20대는 어떤 모습이었나? 가열차게 살았다. 그래서 만족스럽다. 많이 즐기지 못해 아쉽긴 한데 재미있게 살았으니 후회는 없다. 30대에는 좀 더 즐기며 살려고 한다. 촬영이건 다른 일이건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길 때가 있는데 이제는 얼굴 좀 덜 찌푸리고 살고 싶다.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일까? 그런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주어 그럴 수도 있지만, 나 스스로 재미있게 살고 있다.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당신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나? 물론. (이)광수에 비해서 키가 작고, 뭐 그렇게 크려면 안 크고 싶다.(웃음)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다만 끊임없이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깨려고 했다. 작품을 고르고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내가 이 작품을 왜 하겠다고 했지?’하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든 작품이 있다. <뿌리깊은 나무>나 <늑대소년>같은 작품이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경우다. 물론 하나의 작품이 내 힘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모든 작품은 조직의 예술이다. 막내 스태프까지 빠짐없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다 함께 아우르는 게 주연배우의 책임이다.

배우에게 모든 작품은 결국 도전인 셈이다. 도전에 과감한 편인가? 주저한다. 주저하다 시도하기도 하고 그냥 포기하기도 하고. 아, 어쩌면 그런 면이 콤플렉스일 수 있겠다.

주저하다 도전하지 못한 건 뭔가? 연애일 수도 있고 군대도 그랬다. 주저하다가 늦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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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버튼다운 셔츠 마이클 바스티안 바이 쿤(Michael Bastian by KOON), 안에 입은 프린트 티셔츠 코오롱스포츠(Kolon Sport).

아웃도어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CF에서 도시를 걸어 다니는 장면이 나오던데 원래 걷는 걸 좋아하나?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한다. 외국에 여행을 가도 걸을 수 있을 만큼 걷다가 차를 타는 식이다. 일본에 놀러 갔다가 시부야에서 롯폰기까지 몇 시간을 걸어간 적도 있다.

서울에선 마음껏 걷진 못하겠다. 그래도 좋아하는 산책로가 있다. 대학 다닐 때 살았던 동네인 혜화동도 좋아하고 청와대 주변 길이나 성북동처럼 조용한 동네를 걷는 걸 좋아한다. 성북동은 걷다 보면 주로 어르신들을 마주쳐서 즐겁게 인사하며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어 좋다.

여행자 송중기는 용기가 많은 편인가?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다. 하지만 궁금한 건 너무 많은 여행자. 궁금한 걸 못 참아서 주저하던 것을 해보기도 하고 그런다.

여행 중에 주저하지 않고 용기 내어 해본 건 뭔가? 드라마 <착한남자> 촬영을 일주일 정도 앞두고 밤 11시에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서 혼자 일본으로 떠났다. 아무도 없이 혼자. 사실 배우가 혼자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은데 한번 해봤다. 가서 대본만 열심히 보다가 오긴 했는데 그럼에도 즐거웠다. 그 힘으로 <착한남자>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연기하지 않을 때 모습이 궁금하다. 광수랑 얘기하고 게임하고 술도 한 잔 하고.(웃음) 광수가 ‘아시아의 프린스’가 된 이후에는 자주 못 만난다. 요즘은 늘 이런 식이다. ‘어디야?’ ‘말레이시아.’ ‘어디야?’ ‘태국.’ 이제는 복수 좀 하려고 한다. 광수가 어디냐고 물으면 외국에 있다고 답해야지.(웃음)

어느 때보다 올 한 해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겠다. 다른 건 몰라도 부모님에게 효도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에게 뉴스는 ‘절대적’인 존재다. 그 뉴스에 아들이 나오니 참 좋아하시더라. 이거면 됐다 싶었다. 다음에 뉴스에 섭외가 된다면 또 나가야겠다.(웃음)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 행복한가? 행복하다. 예전에는 착한 남자 콤플렉스가 있어서 잘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었다. 이제는 내 생각을 예전보다 솔직히 잘 표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을 스스로 즐길 줄 알게 되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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