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와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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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 펀딩으로 1억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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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나 웹사이트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 ‘크라우드 펀딩’. 온라인 플랫폼에서 프로젝트를 알리고 목표액을 설정한 후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에게 후원을 받아 결과물을 완성하는 새로운 투자 문화다. 플랫폼에 아이디어를 공개한 창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목표액 달성과 동시에 해당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 2008년 ‘인디고고(Indiegogo)’ 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꿈이 되지 못하고 조용히 묻힐 뻔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이듬해에는 ‘킥스타터(Kickstarter)’, ‘고 펀드 미(Go Fund Me)’ 등의 대형 플랫폼이 생겨났고, 이후 ‘텀블벅(Tumblbug)’, ‘굿펀딩(Goodfunding)’을 비롯해 국내 플랫폼 몇몇 군데가 문을 열었다.

얼마 전 개봉한 <트윈스터즈>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된 영화 중 하나다.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쌍둥이 자매가 SNS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사연의 주인공인 사만다가 킥스타터에 이 특별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후원을 받아 완성됐다. 영화 <슈퍼 트루퍼스 2>는 인디고고에서 약 4백58만 달러의 후원을 받아 탄생했고, <레이저 팀>은 목표액의 4배에 달하는 제작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해외 유저들에게서 후원을 받는 동시에 세계 곳곳에홍보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지만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전 세계 사람들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 틈에서 돋보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해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은 국내의 스타트업 회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래의 화분, 플랜티

농업과 사물 인터넷을 결합한 제품을 선보이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 ‘엔씽(N.thing)’이 개발한 스마트 화분이다. 플랜티(Planty)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면 화분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며, 원격으로 물을 줄 수도 있다. 킥스타터에서 45일간 약 10만 달러의 투자액을 기록한 엔씽은 무려 30개국의 킥스타터 유저들에게 후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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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스타터의 신화, 솔라페이퍼

해가 비치는 날 패널을 펼쳐 스마트 기기에 연결해두면 2시간 30분 만에 기기가 완전히 충전되는 이 태양광충전기는 1인 스타트업 업체인 ‘요크(YOLK)’가 개발했다. 콘텐츠를 공개하자마자 8시간 만에 1만5천 달러, 56시간 만에 10만 달러, 5일 후에는 목표액이던 25만 달러를 돌파했고, 최종 기한인 6주 후에는 국내업체로서는 최고액을 기록하며 1백만 달러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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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디자인, 브래들리

분침과 시침 대신 톡 튀어나온 구슬이 시간을 알려주는 손목시계 브래들리(Bradley)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패션 아이템이다. 브래들리를 개발한 ‘이원(Eone)’이 킥스타터로 제품을 출시하게 된 이유는 투자금과 홍보 효과 외에도 전 세계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파악해볼 수 있다는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 때문! 총 62일간 진행된 이원의 프로젝트는 전 세계 약 4천 명의 후원자에게 6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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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기능, 스마트 로프

줄넘기에 LED를 장착해 줄을 넘는 횟수가 눈앞에 숫자로 표기되는 ‘스마트 로프(Smart Rope)’. 손잡이에 블루투스 장치가 탑재되어 스마트 기기와 연동하면 소모하는 칼로리 수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탱그램팩토리(TangramFactory)’는 총 40일 동안 목표액의 3배가 넘는 19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제품 개발 단계의 80% 정도를 마친 상태에서 해외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 탱그램팩토리는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 5백 개가 넘는 미디어 채널에서 소개됐다.

공연을 보다가 배우에게 키스를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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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Roemer

연극을 보고 온 친구가 말했다. “공연을 보다가 배우에게 키스를 받았어.” 뉴욕에 살면서 이보다 부러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첼시 한복판에서 미드 <왕좌의 게임>의 티리온 라니스터가 극 중의 다이어울프를 꼭 닮은 큰 개와 산책하는 장면도 보았고, 그리니치 빌리지 한가운데에서 돌싱 중년 대디의 아이콘이자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루이 C. K.와 마주친 적도 있지만 친구의 행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나도 그간 여러 편의 연극을 봤다. <엑스맨>의 매그니토 역과 프로페서 X 역을 맡은 명배우 이안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가 함께 오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도 봤고, 오스카 여우 주연상과 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케이트 블란쳇과 이자벨 위페르가 함께 연기한 연극 <하녀들>도 관람했다. 브로드웨이에는 훌륭한 배우의 훌륭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기에 이런 유명 배우들의 연극을 본 것이 특별히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다.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랩 뮤지컬 <해밀턴> 관람이라면 이 친구의 경험에 비견될 수 있을까?

이머시브 연극(Immersive Theater).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이 실험적인 연극은 몇 년 전부터 뉴욕에서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머시브, ‘에워싸는’이라는 뜻을 가진 이 연극 스타일은, 관객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시킨다. 객석에 멀뚱히 앉아 작가, 연출가, 배우의 스토리와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무대 한가운데에 직접 들어가 배우와 함께 뛰고, 움직이고,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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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배우에게 키스를 받았다는 연극은 뉴욕에서 몇 년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현대적이고 실험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슬립 노 모어>는 첼시의 매키트릭 호텔(The McKittrick Hotel)이라 불리는 건물에서 공연하는데 층층이 나뉜 건물 전체에서 극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두시간 반 정도인 공연 시간 동안 공연장 곳곳으로 열심히 움직여 다녀야 한다. 그래서 체력 소모도 상당하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주의사항을 듣는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지 말 것, 마스크를 착용할 것. 엘리베이터 앞에는 으스스한 무덤이 늘어서 있다. 관객은 자신이 원하는 곳을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곳곳에서 맥베스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데, 관객은 그중 한 배우를 따라다니며 스토리를 파악할 수도 있고,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며 세트장을 구경할 수도 있다. 공연을 어떤 방식으로 즐길지는 오롯이 관객 자신의 몫이다. 배우들은 한 공간에서 만나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흩어져 다른 캐릭터와 교류했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세트 입구에는 맥베스의 방이 있다. 누군가를 살인하고 돌아와 피를 닦는 남자. 맥베스의 뒤를 따라가면 가장 중요한 플롯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궁금해 맥베스를 버리고 다른 배우를 뒤쫓을 수도 있고, 때로는 따라다니던 배우를 놓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배우를 따라다니는 것이 마라톤을 뛰는 것 같을 때쯤 주변의 흥미로운 볼거리를 감상하며 잠시 쉬어가도 좋다. 공연장 곳곳의 으스스하면서도 멋진 세트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관객은 서랍을 열어 안에 있는 편지를 읽어볼 수도 있고, 사진을 뒤적여볼 수도 있다.

관객의 활동이 얼마나 능동적인지에 따라 볼 수 있는 내용이 다르다. 함께 입장한 당신의 친구는 맥베스의 살인 모두를 목격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은 그 모두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잘생긴 배우에게 키스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는 예쁜 배우가 따라주는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압도적이고 황홀한 배우들의 춤과 연기, 마치 히치콕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으스스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세트가 <슬립 노 모어>의 인기 비결이지만 그 무엇보다 공연을 다시 찾을 때마다 지난번에는 몰랐던 새로운 장면, 스토리, 경험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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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 노 모어>가 이머시브 연극의 블록버스터로 군림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녀는 빠졌어요(Then She Fell)>는 잘 만들어진 저예산 독립 영화 같다. 일단 브루클린에서 공연한다는 점이 그러하며, <슬립 노 모어>에 비해 한참 작은 세트이긴 하지만 넘치는 아이디어는 <슬립 노 모어> 못지않다. <슬립 노 모어>는 관객이 관찰자가 되어 마스크를 쓰고 곳곳을 누비지만 <그리고 그녀는 빠졌어요>는 관객이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고 배우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등 더욱 사적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공연 한 번에 15명의 인원만이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해진 동선대로 움직인다. 소수 정예 관람이므로 공연을 보려면 한 달 전에 예매해야 한다. 예매하지 않으면 공연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리고 그녀는 빠졌어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 루이스 캐럴(루이스 캐럴은 필명이고, 실제 이름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다) 과 그가 이 동화를 쓰는 계기가 된 실존 인물 앨리스, 그리고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루이스 캐럴은 말을 더듬는 내성적인 수학자이자 사진작가, 교수였다. 그가 자신과 친했던 헨리 리델 학장의 아이들, 그중에서도 특히 더 예뻐했다고 알려져 있는 앨리스 리델을 위해 지은 이야기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다. 그들 사이에는 다양한 루머가 떠돌았고 그 루머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호하고 야릇한 스토리, 실제로 나중에는 루이스 캐럴과 리델 학장 가족이 멀어졌다는 사실, 루이스 캐럴이 찍은 앨리스의 사진과 아이들의 누드 사진으로 그가 아동성애자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밖에도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에게 청혼한 적이 있다는 소문과 앨리스의 언니 혹은 앨리스의 엄마와 스캔들이 있었다 는 추측 등도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녀는 빠졌어요>는 이러한 소문과 의문점을 바탕으로 루이스 캐럴의 정신세계와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뒤섞여 펼쳐지는 새로운 느낌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모든 세트가 병원으로 꾸며져 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마치 토끼인 양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관객에게는 열쇠가 여러 개 주어지는데, 이것으로 자물쇠가 채워진 세트를 모두 열면 다양한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다. 15명의 관객, 10명의 배우가 2시간 동안 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면서 루이스 캐럴의 삶과 작품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한편 <그리고 그녀는 빠졌어요>를 제작한 서드 레일 프로젝트(The Third Rail Project)가 만든 또 한 편의 이머시브 연극이 브루클린의 부시위크(Bushwick)에서 초연되었다. <그랜드 파라다이스(The Grand Paradise)>는 1970년대 한 가족이 그랜드 파라다이스라는 이상한 리조트를 방문하는 내용의 섹시하고 센슈얼한 작품. 그랜드 파라다이스는 젊음을 유지시켜준다는 샘물을 마시고 성적 해방을 느끼게 해주는 요상한 리조트인데, 인간이 가진 한정된 삶과 시간에 대해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도 한다. 이 작품은 관객이 관찰자뿐만 아니라 주인공 역할도 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배우와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며, 심지어 침대에 누워 민망할 정도의 야릇한 호흡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므로 커플로 오는 관객이라면, 개인 성향에 따라 엄청난 질투에 휩싸일지도 모른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