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Adorable!

김나영
아기 옷은 모두 김나영 개인 소장품.
김나영
미키마우스 캐릭터 티셔츠 2만9천원 자라(Zara), 크림색 코듀로이 와이드 팬츠 포츠 1961(Ports 1961).

축하해요. 엄마가 된 소감이 어때요? 좋아요. 너무너무 좋아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할까요?

아기 낳기 전과 후에 가장 달라진 게 있다면요? 세상을 보는 기준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사람을 볼 때, 음 이를테면 누군가 지금 저를 괴롭혀도 그 사람이 밉거나 싫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사람도 그 사람 어머니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일 테니까요. 내 아기가 예쁘고 소중한 만큼 다른 아기들도 다 예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이렇게 엄마 마음으로 바라보면 이해 안 되는 일도, 크게 화낼 일도 없을 것 같아요.

아기를 이렇게 예뻐하니 그럼 둘째 낳을 계획도 있겠어요? 둘째를 빨리 낳았으면 좋겠어요. 음 둘째, 셋째 계속 낳고 싶은데….(웃음)

남편도 아기를 좋아하나봐요. 남편은 원래 아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막상 우리 아기를 낳으니까 무척 예뻐해요. 남편이랑 정말 똑같이 생겨서 더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해요.

 

김나영 아기 엄마
스트라이프 파자마 톱 6만9천원, 팬츠 5만9천원 코스(COS), 아기 옷은 모두 김나영 개인 소장품.
김나영 화보
겨자색 니트 풀오버, 니트 슬립 드레스 모두 가격 미정 로우클래식(Low Classic), 아기 옷은 모두 김나영 개인 소장품.

임신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출산한 지 47일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날씬한 비결이 뭐예요? 살이 많이 쪘어요! 임신했을 때 13~14kg 쪘어요. 근데 제가 많이 붓지 않아서 날씬해 보이나봐요. 그리고 임신했을 때 저는 집에만 있지 않고 많이 돌아다녔어요. 심지어 임신 6개월때 런던에 가서 20일 넘게 지낸 적도 있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활동적인 성격이면 당연히 운동도 많이 했겠죠? 그럼요. 운동 아주 많이 했죠. 수영이랑 필라테스를 매일 하다시피 했으니까요. 임신 중에도 임신 전이랑 별 차이 없이 운동했던 것 같아요.

아까 보니까 촬영 중간에도 모유 수유를 하던데. 보통 여배우들은 모유 수유하면 가슴이 처진다고 피하는 경우도 많던데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아요? 저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모유 수유를 하려고 생각해요. 모유 수유할 때 느끼는 행복이 너무 크거든요. 그리고 우유 먹는 아기 모습도 참 예뻐요. 젖병 물릴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신기하잖아요! 제 모유를 먹고 아기가 하루 하루 커간다는 게. 그래서 여성의 가슴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여성의 가슴을 섹시한 대상으로 봤다면, 지금은 아기를 위해 있는 신체기관이라는 생각?

원래 이렇게 모성애가 강했어요? 아기 낳기 전에는 저도 몰랐죠. 그런데 이 정도 모성애가 없는 여자는 없을 거예요. 아기 낳으면 다 그렇게 돼요.

 

김나영
니트 톱 22만5천원, 팬츠 17만5천원 모두 코스(COS), 아기 옷은 모두 김나영 개인 소장품.

이제 신혼집 얘기 좀 해봐요. 본인이 직접 다 인테리어한 거죠? 딱히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어요. 거의 혼자 살 때 쓰던 가구들이에요. 그리고 새로 산 가구들도 심플하게 골랐어요. 1~2주 혼자 다니면서 맘에 드는 걸로.

심플하게 골랐다고 하기에는 집이 너무 예쁘잖아요! 과찬이에요. 요즘 집들은 다 예쁘잖아요. 예전에 <메종>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기자가 저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집은 크게 큰 덩어리가 있는 집과 아기자기하게 취향이 모인 집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저는 후자라고요. 그냥 소소하게 제가 좋아하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그럼 좋아하는 것들이 다 모인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뭐예요? 화분을 제일 아껴요. 그런데 누가 화분 관리 되게 못한다고 그러던데 저 나름대로 신경 많이 쓴 거예요. 저기 저 고무나무 보고 먼지가 너무 많다고 먼지 좀 닦으라고 하던데 저는 고무나무가 반짝반짝한 거 싫거든요. 먼지도 있고 그래야 더 예쁘죠. 그리고 화분 받침대 같은 것도 세트로 맞추지 않았어요. 남들은 관리를 잘 못한다고 하지만 전 그냥 이런 게 예쁜 것 같아요.

저도 그 의견에 완전 공감해요. 나영씨, 제대로 프렌치 시크 스타일인데요. 네, 저 한국에서 태어난 파리지엔인가봐요.(웃음)

 

김나영과 아기
오버사이즈 니트 톱 22만5천원, 퍼플 와이드 팬츠 17만5천원 모두 코스(COS), 아기 옷은 모두 김나영 개인 소장품.

이런 쿨한 감각을 타고났으니 패셔니스타가 될 수밖에 없었겠어요! 사실 처음 데뷔했을 때는 그저 성격 좋은 방송인 이미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패션 아이콘이 됐어요. 어떤 생각을 갖고 의도한 거예요? 아니면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실 의도적으로 많이 노력했어요. 근데 또 운 좋게 의도한 대로 자연스럽게 그런 기회가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요. 패션쇼장 앞에서 찍은 스트리트 사진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때 막연하게 언젠가 제가 진짜 그렇게 될 것 같았는데… 온스타일 방송하면서 진짜 그런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 후로 지금까지 이렇게 잘 풀리게 됐죠.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세워두고 있어요? 지금은 딱히 이렇다 할 계획이 없어요. 사실 아기 낳고 47일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성공에 대한 욕심 같은 게 없어졌어요. 그냥 지금이 너무 좋아요. 내일이나 모레 일정도 없고, 어제도 일정이 없었고 이런 생활들. 계속 우리 아기만 보면서 때 되면 젖 주고 아기랑 잠들고 이런 생활이요.

예전에 한참 활동할 때보다 삶이 훨씬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맞아요.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예전에는 사람이나 일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기 들여다보고 있고, 아기가 왜 울지 이런 고민만 하면 되니까요.

설마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은퇴한다거나 그럴 건 아니죠? 네, 절대요! 곧 다시 일 시작할 거예요.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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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희의 대답

안소희 화보
퍼 재킷 톰 브라운(Thom Browne), 화이트 보디수트 와이씨에이치(YCH).

대화 방식으로 한 사람을 짐작해볼 때가 있다. 그 어떤 주제에도 막힘이라곤 없이 쾌속 질주하는 달변가는 속도감에 취해 성급한 확언을 일삼는가 하면 말끝마다 ‘진짜’, ‘사실’ 같은 부사를 남발하는 ‘사실주의자’의 말은 도무지 진실이라고 믿기가 어렵다. 안소희와 나눈 대화는 여백이 길었다. 그녀는 천천히 답을 이어가다가 한 박자씩 쉬기도 했는데, 더 생각해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다시 생각에 집중했다. 제 안에서 정리를 끝낸 뒤 내놓는 답은 중언 부언하거나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었다. 과장하는 버릇도, 인정받기 위한 처세도 없이 차분하고 명료했다. 그 대화의 방식이 곧 안소희라는 사람 같았다. 조금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최선의 답으로 기대를 채워주는 그런 사람.

“연기를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보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떤 감정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고 해요. 자신에 대해 꾸준히 생각한다는 건 연기는 물론 일상을 살아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연기를 배워가며 그녀는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고 있는 중이다. 치열한 아이돌의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덧댔던 껍질이 이제야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거다. 조용하지만 정확한 방향 감각을 지닌 10년 차 직업인. 일이란 누구에게나 어렵고 복잡하다. 잘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계속하는 것이다. 안소희는 고작 한 편의 드라마와 두 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했을 뿐이다. 그녀는 보여줄 것이 더 많다.

 

안소희 화보
코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인터뷰하기 전에 개인적인 근황을 알고 싶었는데 인스타그램을 안 하더라고요? 잘 못해요.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계정만 만들어놓고 방치할 것 같아서 아예 시작하지 않았어요. SNS를 잘하려면 셀카나 음식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 하는데 재주가 없는 것 같아요.

티를 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SNS에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혹은 내 진짜 모습은 이렇다’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충동 같은 게 드는 때요. 그런 충동은 없어요. 말주변이 좋거나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노출된 생활을 해와서 그럴 수도 있는데, 일상적인 것은 고스란히 나만의 일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뭘 올릴 만큼 특별할 게 없기도 하고요.

인터넷을 떠도는 흔한 일상 사진조차 없는 게 그 때문이군요. 혼자 조용히 잘 다녀요. 보통 제 또래 여자들은 예쁜 옷을 입고 운동하러 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이 끝나면 옷을 다시 갈아입잖아요. 전 그냥 처음부터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요.(웃음) 조용히 티 안 나게 다니니까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것 같아요. 가수 활동 할 때 찍힌 사진은 꽤 있어요. 지금보다 어리기도 했고 그때는 꾸미는 게 재미있었어요. 일이 없는데도 혼자 치장하고 다녔죠. 패기 넘치는 스타일의 옷들도 많이 입고.(웃음)

 

안소희 화보
골지 터틀넥 빅토리아 베컴 바이 쿤(Victoria Beckham by KOON), 블랙 트위드 스커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슈즈 펜디(Fendi).

고요한 일상을 보내는 요즘 가장 기쁜 일은 뭔가요? <부산행>이 천만 관객 영화가 된 거요. 드라마 <안투라지> 촬영을 준비하면서 그 소식을 들었어요. 크게 환호하고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슛 들어가기 전이라 차분히 눌렀어요.

영화 <부산행>은 지금까지 배우 안소희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작품이죠. 가수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때와 지금의 관심이 다르게 느껴져요? 가수 활동을 할 때는 매주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다거나 길에서 우리 음악이 자주 흘러나오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기를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어요. 영화는 매주 관객 수가 얼마큼 늘었다고 하는데, 이게 숫자다 보니까 마음에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도 50대 이상 어른들이 영화 잘 봤다고 인사를 건네면 깜짝 놀라죠. 정말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셨구나 하고요.

아이돌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배우에게는 강력한 지지층이라는 게 없다는 것도 다른 점이겠죠? 맞아요. 그런 부분에서 확실히 달라요. 영화는 팬이 아니더라도 관객으로서 좋아해주는 거니까 다른 차원의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연예계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저를 알아봐주고 연기가 좋았다고 말해주는 게 신기하고 좋아요. 그래서 더 책임감도 생기고요.

 

안소희 화보

<부산행>을 촬영한 지 1년이 지났어요.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많이 차분해졌어요.

원래 차분한 편 아니에요? 단편영화도 했고 드라마도 했지만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거라 걱정도 많고 긴장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빨리 완성된 작품을 확인하고 싶고 관객 반응도 궁금한데, 영화는 촬영하고 나서 개봉하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 시간 동안 기대했다가 답답해하기를 반복했어요. 아무리 혼자서 예상한다 한들 결과는 나와봐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까 결과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시간은 더 안 간다’ 하며 마음을 다졌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니 되레 편안해지더라고요.

표정 변화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이 마음속 요동을 알아채기 쉽지 않겠어요. 힘들다고 내색하고 싶지는 않고요? 내색하는 편이 아니에요. 장단점이 있긴 한데 일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지 아닌 척하는 데 익숙해요. 보여주기 식이나 엄살까지는 아니더라도 때에 따라 조금은 내색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약간의 어리광이 허용되는 나이대가 있잖아요. 이제는 너무 감추고 숨기지는 않아요.

 

안소희 화보
샤 원피스 몰리 고다드 바이 분더샵(Molly Goddard by Boon The Shop), 슈즈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리본 칼라 비베타 바이 분더샵(Vivetta by Boon The Shop), 블랙 보디수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엇인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죠. 스스로 만족하기란 쉽지 않고요. 그런 경험이 있나요? 혹은 연기가 그런 대상인가요? 어릴 때는 철이 없어서 그랬는지 마냥 힘이 넘쳤거든요. 지금은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초조하고 괴로워요. ‘더 해야 돼, 더 해야 돼’ 하면서 재촉하거나,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하니까 오히려 의기소침해지기도 하고요. 혼자서 롤러코스터를 엄청 타요. 어디까지나 작품을 시작하기 전까지요. 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애써요. 막상 일을 시작하면 편해지는 편이에요. 내 일이지만 나 혼자 하는 일이 아니고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는 거니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나머지는 감독님을 비롯한 전문가들을 믿는 거죠.

롤러코스터에서 내리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예전에는 혼자 많이 삭였어요. 아닌 척하다 보니까 더 힘들었고요. 변태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웃음) 지금은 상황을 조금 즐기려고 해요. 안 좋은 생각이 들때면 중간에 대충 끊지 않고 밑바닥까지 생각을 이어가봐요. 물론 그럼 더 우울해지겠죠?(웃음) 그렇게 지하 100층까지 내려갔다 오면 오히려 맑아지더라고요. 최악의 경우의 최악, 그 최악을 생각하려다 보면 최악의 최상급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렇게 털어내요. 좋은 생각도 해보려고 하다가 아무래도 안 될 때는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아요. 정리된다기보다 정리하기가 한결 쉬워져요.

오늘 만난 소희씨는 과장이나 꾸밈이 없는 사람 같아요. 본인을 가장 잘 아는 친구들은 소희씨가 어떤 사람이라고 하던가요? 추진력 강한 행동파요. 그리고 의외로 번복왕이라고 하고요. 추진력은 강하나 방향을 자꾸 바꾸는 리더군요. 사소한 일에만 그래요. 계획이 없는 건 싫어요. 성격이 급해서 누가 뭘 해줄 때까지 잘 기다리지도 못하거든요. 결국 답답한 제가 못 참고 계획도 막 세우고 빨리빨리 하자고 재촉해요.

의외의 면이 많네요. 친해지면 저 재미있어요.(웃음)

 

안소희 화보
벨벳 점프수트 와이씨에이치(YCH), 스커트 레페토(Repetto), 슈즈 미우미우(Miu Miu), 리본 발레리아스포사(Valeria Sposa).

올가을에 방송하는 드라마 <안투라지>에서는 여배우로 등장하죠.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 실제 나이와 가장 가까운 캐릭터예요. 본인 성격과 흡사한 면도 있어요? 배우라는 역할도 그렇고, 어느 부분에 한해서는 편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극 중에서는 남자 캐릭터들과 오랜 친구 사이거든요. 연기하는 도중에 아주 친한 사람들에게만 하는 행동들이 나오더라고요. 친하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툭툭거리거든요. 고마운 순간에 그냥 툭 ‘고맙다?’ 해버리고요.

스물다섯 안소희가 풀어갈 숙제들은 뭔가요? 오래만에 출연한 영화가 잘돼서 기쁜 만큼 책임감도 생겨요. 그 전에는 제가 연기자로 전향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많았거든요. <부산행>을 계기로 안소희가 연기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어 기쁘지만, 그 사실이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부담스럽지 않게요. ‘어떻게 해야 잘 스며들 수 있을까?’는 지금부터 풀어가야겠죠.

 

안소희 화보
원피스 로맨시크(Romanchic), 슈즈 미우미우(Miu M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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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슈가

슈가 화보
셔츠, 재킷,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레이스 초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가 화보
셔츠, 재킷,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레이스 초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빌보드 월드 앨범 차트 1위, 오리콘 차트 석권부터 유럽에서 남미로 이어진 월드 투어, 15만 장에 달하는 아시아 투어 티켓 매진까지. 아이돌 그룹으로 수많은 기록을 경신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황홀한 시간을 맞은 방탄소년단은 여전히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스스로의 무대를 연출하는 아티스트들이다. 가장 방탄소년단다운 트랙과 퍼포먼스로 뻔하지 않은 아이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7명의 남자들 가운데,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인스트림까지 차분히 질주해온 뮤지션 슈가가 있다.

한창 내달리다 벽에 부딪히고, 또다시 일어나 헤매고 전진하기를 반복하는 20대를 지나고 있는 슈가는 이토록 빠르게 스치는 순간들을 조금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금세 날아가버릴 일상의 기억을 사운드에 눌러담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라는 이름 대신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새로운 뮤지션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그의 어엿한 믹스테이프에는 한 청춘의 아름다운 시간이 자유롭게 녹아들었다.

 

방탄소년단 슈가 화보
셔츠, 재킷,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레이스 초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월드 투어에 이어 아시아 투어까지 잘 마쳤다는 소식 들었어요. 거의 2년 내내 해외 곳곳을 다녔으니 정신없었겠어요. 진짜 좋아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삶을 사는 거니까요. 브라질은 시차가 12시간이나 나요. 딱 지구 반대편에서 무대에 오르다니 신기할 따름이죠. 잠쯤은 덜 자도 괜찮아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 믹스테이프까지 냈네요. 왔다 갔다 하면서 비행기에서도 곡을 쓰고, 해외 공연 끝나면 호텔 방에서 작업했어요. 이제 후반 작업은 거의 마쳤고, 오늘 인터뷰 끝나면 또 작업하러 갈 거예요.

어떤 곡들인가요? 방탄소년단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던 스타일의 트랙이 실려 있어요. 특히 가사의 느낌이 많이 다르죠. 제가 생각하는 청춘에 대해 더 직설적으로 표현했거든요. 저 자신에 대한 내용도 솔직하게 녹여냈고요. 10대 후반에서 20대를 지나면서 겪는 현실, 이상, 갈등, 꿈 같은 것들을 소재로 삼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평소 그런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나봐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시간이니까요. 또래 친구들이나 친형이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한 꿈이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사회적인 틀에 맞춰 살아왔는데, 어른이 되고 막상 현실을 마주하면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니까. 끊임없이 나오는 취업이나 입시 문제만 접해도 생각이 많아져요.

그렇다면 민윤기라는 청춘은 어떤 20대를 보내고 있나요? 잘 살고 있는지는 조금 더 지나봐야 알 것 같은데, 아주 열심히 꽉 채워 살고 있다는 건 장담할 수 있어요.

 

슈가 화보
셔츠, 팬츠, 풀오버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슈즈 올세인츠(All Sai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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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테이프는 작곡, 작사부터 프로듀싱까지 오롯이 홀로 작업한 결과물이에요. 욕심도 좀 부리고 싶고, 담고 싶은 것도 많았겠죠? 혼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다 보니까 욕심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뭐든 대충 하는 건 용납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대한 집중했어요. 특히 트랙 리스트를 짤 때 고민을 많이 했죠. 흐름을 어떻게 짜야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분명히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요. 온전한 앨범만큼 꼼꼼하게 만든 믹스테이프예요.

그런데 정식 앨범이 아니라 믹스테이프라는 독특한 형태를 택했어요. 이유는 단순해요.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거예요. 그냥 나 자신을 투명하게 표현해보자 하면서요. 생각나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든 음악을 내보고 싶었거든요. 장르도, 가사도 다 자유롭게 작업했어요.

그렇게 자유롭게 만든 혼자만의 음악이 방탄소년단으로서 작업한 음악과 많이 다른가요? 그렇죠. 믹스테이프에 제 이름이 ‘슈가’가 아니라 ‘어거스트 디(Agust D)’로 나오는 것처럼요.

 

민윤기 화보
셔츠, 팬츠, 풀오버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슈즈 올세인츠(All Saints).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하기 전에도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어요. 데뷔 전에도 믹스테이프를 낸 경험이 있죠? 그때 낸 건 그야말로 들어주지 못할 퀄리티예요.(웃음) 3년 동안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사실 아이돌로 데뷔하고 많이 위축되어 있었거든요.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음악만 해온 사람인데 아이돌이 됐으니 이제 사람들이 날 다르게 보겠지?’ 하면서요. 근데 다 부질없는 생각이더라고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뭐든 달라질 수 있는 건데, 괜히 너무 진지하게 고뇌하고 무거운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아요. 늘 엄격, 근엄, 진지 모드였죠.(웃음) 당시엔 나를 가두는 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는 울타리처럼 느껴져요. 마음이 좀 편해졌죠. 음악에 대한 고집도 좀 덜어냈고. 뭐랄까, 예전보다 시야가 훨씬 넓어진 느낌이에요.

일종의 성장 과정을 거친 셈이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자신감이 많이 단단해졌어요. 방탄소년단 멤버 모두 그렇죠. 7명이 각자 생각한 것을 한데 모으는 법을 알게 됐고, 무대에 대한 확신도 강해졌어요. 음악성, 안무, 퍼포먼스, 무대 세트 같은 각각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이 한데 제대로 어우러져야 그럴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서만큼은 무조건 잘해야 해요. 우리를 보러 공연장에 오는 팬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슈가 화보
안에 입은 톱과 레더 재킷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팬츠 곽현주(Kwak Hyun Joo),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방탄소년단 화보

무대에 대한 욕심이 많은 만큼 멤버들끼리 음악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 같아요. 작업은 각각 따로 하고, 서로 만든 것을 정리해서 뭉치는 과정에서만 의논해요. 또 늘 일 얘기만 하면 스트레스 받으니까.

곡 작업을 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는 편인가요? 뭐든 끊임없이 메모해둬요. 매 순간 생각나는 것들, 문득 드는 감정들, 머리에 떠오르는 뜬금없는 단어들…, 몽땅 다 적어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기록해둔 것을 한 2~3년 후에 뒤적거려보면 꽤 좋은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거든요. 다른 뮤지션 음악도 많이 듣는 편이고요.

요즘은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주로 들어요?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가 쓴 가사를 좋아하고, 최근에는 미국 래퍼 디자이너(Desiigner) 신보랑 래퍼 와이지(YG) 곡들도 많이 들어요. 국내 아티스트 중에 XXX라는 팀이 있는데 노래가 아주 좋아요. 아, 보컬 수란씨는 데모 앨범으로 처음 접했다가 빠져서 이번 믹스테이프 피처링 작업도 같이 했고요.

음악도 많이 듣고, 생각이나 감정에 집중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겠어요. 네, 맞아요. 제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에요. 작업실에 혼자 10시간씩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사실 한 여덟 시간은 농땡이 치다가 작업은 한 시간 정도 하지만요.(웃음) 아무도 없는 방에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중요해요. 그런 시간 없이 막 내달리면 과부하가 걸리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혼자 앉아 있다가 쓴 가사 중에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요? 트랙 ‘투모로우’에 들어간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의 넌 지금의 널 잊지 마’. 이런 느낌의 가사가 좋아요. 위로나 성장에 관한 내용이요. 그냥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민윤기 화보
안에 입은 톱과 레더 재킷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팬츠 곽현주(Kwak Hyun Joo),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온통 음악 얘기네요. 다른 관심사 얘기 해보자면요. 음, 음악 장비 모으기? 반지나 목걸이, 팔찌 사는 거? 별거 없네요.(웃음)

방탄소년단의 SNS를 보니 평소 분위기가 대단히 유쾌하던데요. 슈가는 좀 조용한 편인 듯했어요. 저도 밝은 편이긴 한데, 시끄러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또 멤버들 단체 카톡방에서는 난리가 나요. 저희 진짜 웃겨요. 자기 엽기 사진 찍어서 올리고, 끼리끼리 못생긴 모습을 도촬해서 공유하고요. 어제는 양세형씨 나오는 동영상이 올라왔는데 빵 터졌다니까요. ‘ㅋㅋㅋ’가 엄청 많아요. 각자 작업하고 활동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웃고 떠들면서 서로 응원도 하고 잘 지내요.

방탄소년단이라는 동고동락하는 팀도 생겼고, 하고 싶은 음악만 담은 믹스테이프도 냈어요. 고민해온 만큼 알찬 20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루고 싶은 게 아직 한참 남았죠. 더 잘하고 싶어요. 음악은 앞으로도 아주 오래할 거예요. 이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을 거거든요. 20대에는 젊은 청춘답게, 30대, 40대 나이가 들면 또 그 나이에 맞는 시간을 열심히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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