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을 만난 꼬달리 – Video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빛나는 순간

루이 비통
루이 비통(Louis Vuitton).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그 전에는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이라는 스웨덴 출신의 배우가 있었다. 이들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스물 일곱 살의 여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도 선배 배우들만큼 명성을 떨칠 날이 올까? <로얄 어페어>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지난 2월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긴 <대니쉬 걸>에 이어 개봉을 앞둔 <제이슨 본>과 기대작 <더 라잇 비트윈 오션스>까지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 영화계를 빠르게 접수하고 있다. 이런 유례없는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녀의 행보는 단순히 미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재능과 더불어 자신과 닮은 자유롭고 강인하며 낙천적인 인물들을 연기하고자 직접 제작사까지 세운 열정적인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황홀한 장식을 뽐내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니테로이 현대미술관(The Niterói Contemporary Art Museum)에서 우리 앞에 포즈를 취한 그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촬영장에 그녀의 동생이 동행했고,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이미 다음 스케줄이 잡혀 있어 시간이 촉박했다.

 

루이 비통
뷔스티에 <b.루이 비통(Louis Vuitton), 화이트 데님 리바이스 바이 킬리워치 파리(Levi’s by Kiliwatch Paris).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당신이 신념을 지키면서 변화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당신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제 일은 영화에서 매번 다른 인물을 연기해내는 것인데, 언젠가 이 일에 익숙해져 단순히 같은 연기만을 반복하게 될까봐 항상 걱정해요.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죠.

루이 비통의 뮤즈로 발탁되었는데, 배우라는 본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많이 달라요. 1년 전, 칸 국제영화제 때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처음 입었어요. 니콜라가 만든 드레스였는데, 진정한 한 폭의 예술 작품이었죠. 그게 바로 제가 니콜라를 좋아하는 이유예요. 여성복을 주로 만드는 니콜라는 옷을 통해 강인한 여성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죠. 특히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미셸 윌리엄스, 제니퍼 코넬리, 샤를로트 갱스부르처럼 그를 위해 쇼에 참석한 배우들이 생각나네요. 패션에 대해 아주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패션 브랜드의 뮤즈라는 이미지만으로 각인될까 우려되진 않나요? 전혀 우려되지 않아요. 저는 스스로 모델이 아닌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는 것은 양면이 있는데, 패션은 배우라는 직업에 많은 도움이 되죠. 그래서 저는 되도록 이 두 세계를 합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당신에 대해 별로 알려진 게 없는데요…. 저는 SNS를 거의 하지 않아요. 또 제게 많은 영감을 주는 여배우들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배우들이죠.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에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부모님에 대해서는 잘 말하는 편이죠.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맞는 말이네요. 굳이 숨기려는 건 아니에요. 다만 혼자만 간직하고 싶은 부분이 있잖아요. 연애 같은 부분 말이에요.

영화 <더 라잇 비트윈 오션스>에서 상대역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사랑하는 역할을 연기했는데, 다른 직업을 가진 남성보다 같은 배우와 사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이 직업을 택한 후부터 연인, 가족 할 것 없이 모든 관계가 복잡해졌어요. 배우가 되면 집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잖아요. 이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해줘요. 물론 친구나 가족들 역시 이해해주지만요.

영화 <더 라잇 비트윈 오션스>에서 물에 떠내려온 아기를 구하고 아이의 엄마가 생존해 있는데도 아기를 돌려주지 않는 젊은 여성을 연기했어요. 스토리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대본을 읽자마자 매료되었죠.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 끝내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발상과 모호한 도덕성의 경계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어요.

왜죠? 아이를 가질 수 없어서 그토록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게 되는 인물을 이해하는 건가요? 이 역할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게 반응하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이해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죠. 저는 그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미 두 번이나 유산을 한 후 자기가 아기를 살린 거니까요.

신작 <제이슨 본>에서 본인의 비중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를 했나요? 아니요. 제가 연기한 인물은 이미 충분히 강렬하고 존재감이 있었어요. 시작부터 영리하고 단호한 이 인물은 제이슨 본이란 비범한 인물에게도 압도당하지 않아요. 어림도 없죠. 게다가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여성 캐릭터가 구색 맞추기 식 인물로 그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이런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죠.

 

루이 비통
원피스와 부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받은 대본을 전부 부모님께 읽어드린다는 게 사실인가요? 전부는 아닐 거예요. 다만 매번 결정하기 전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요. 그걸 기회로 부모님과 대화도 하고요. 촬영 때문에 멀리 가야 하다 보니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야 했어요. (그녀의 부모님은 알리시아가 어릴 때 이혼했다.) 그래서 전화로 많이 얘기하는 편이이에요. 제가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만큼이나 부모님도 절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많은 여배우들이 말하는 것처럼 할리우드에서 성차별을 느끼나요?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않아요. 제게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면 전 운이 매우 좋았죠. 하지만 간접적으로는 느끼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여배우들에게 오는 대본의 질은 낮은 편이고, 좋은 기회가 남자 배우에 비해 적게 주어진다는 점에서 보면 차별적이라고 말할 수 있죠. 예를 들면, 남성의 시각에 비친 매우 전형적인 소녀 역할이 많이 들어와요. 아니면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여성의 본질을 구성하는 섬세함과 깊이감이라곤 없는 역할들이죠.

그런 이유로 제작사를 직접 세웠나요? 그런 이유도 일부 있어요. 여성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양성평등의 실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할 수 있는 강한 역할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러나 할리우드는 진화하고 있어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인 대본이 점점 느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죠.

양성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스웨덴에서의 성장 과정은 어땠나요? 학창 시절을 대부분 여학생이 많은 학교에서 보냈어요. 그래서 그런지 차별을 겪은 적은 없었죠. 스웨덴은 여자아이를 키우기에 아주 좋은 나라예요. 어릴 때부터 남자든 여자든 주변 사람 모두 제가 독립적이고 강인하게 성장하며 제 의견을 분명하게 밝힐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죠. 제가 이렇게 자라기까지 물론 제 어머니 같은 여성의 역할도 컸지만, 남성의 역할도 적지 않았어요.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남자친구들은 진정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했죠.

 

루이 비통
재킷 꾸레쥬(Courreges), 뷔스티에와 부츠 모두 루이 비통(Louis Vuitton), 화이트 데님 팬츠 리바이스 바이 킬리워치 파리(Levi’s by Kiliwatch Paris).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 특별한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거라는 사실 이외에 변한 건 없어요. 스웨덴에서 살던 어린 시절,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방송으로 보기 위해 어머니가 새벽 2시에 절 깨우셨던 기억이 나요. 그건 마치 닿을 수 없는 세상을 향해 난 창문 같았지요.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을 때는 스웨덴어로 꽤 속닥거렸어요!(웃음)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서로 꼬집어보기도 했고요. 저는 계속해서 “세상에, 내가 레드 카펫을 밟다니!” 하고 중얼거렸죠.

당신은 언어에 재능이 있는데요. 영어도 유창하고 덴마크어도 쉽게 배웠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나요? 노르웨이어와 스웨덴어처럼 모두 유사한 언어들이에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로얄 어페어> 촬영 때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언어때문에 사소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연기에 몰입해야 했죠. 다행히 마스 미켈센이 제게 도움을 많이 줬어요. 본인 역시 예전에 몇 편의 영화 때문에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애쓴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마스 미켈센이 촬영장에 갑자기 나타나서 제 어깨를 두드리면서 “이번엔 내가 네 입장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때 내가 어땠었는지 생각이 나거든. 걱정하지마, 다 잘될 거야”라고 말해주었죠.

그러면 프랑스어는요? 우리와의 다음 인터뷰를 위해 프랑스어를 배울 생각이 있나요? 니콜라 팀과 프랑스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다들 저를 놀리더라고요. 그리고 우스꽝스러워 보일까봐 겁이 나기도 해요. 그래도 점점 프랑스어를 많이 알아가고 있어요. 저는 프랑스어를 좋아하고 친구들이 많이 있는 파리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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