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남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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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상상력의 칵테일 바

인생의 단맛

가게 이름만 보고 훌쩍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이 혼자일 때의 재미다. ‘인생의 단맛’이라는 반짝이는 작은 네온 간판을 따라 내려가면 다소 어두컴컴한 칵테일 바가 나온다. 만화책으로 채워진 벽면이나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돌고래 풍선 등 찬찬히 살펴볼수록 귀여운 공간이다. 메뉴판을 보면 속상해, 얄미워 등 내 맘 같은 이름의 칵테일이 즐비하다. 얄미워는 정말 얄미울 정도로 달콤한 파인애플 칵테일. 근사한 비주얼을 즐기고 싶다면 보드카와 크랜베리, 민트 리큐어가 층층이 담긴 애인의 애인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을 추천한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의 이름이 들어간 고다르 럼은 그가 이렇게 마시지 않았을까 하며 순전히 주인장의 상상력에 의거해 만든 술이라니 더 재미있다. 군만두나 볶음밥처럼 간단한 식사 메뉴도 있는데 즉석 짜장면에 달걀프라이와 치즈를 올려 푸짐하게 내오는 짜계치가 가장 인기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5가길 1
영업시간 18:00~02:00(금ㆍ토요일~02:40), 연중무휴
문의 02-743-1933

 

 

장난감 가게 같은 술집

이태원 만물상

1년 전부터 우사단 언덕에 터를 잡고 있던 주인장은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지트로 사용하던 공간에 얼마 전부터 손님을 들이기 시작했다. 책장에 가득한 장난감과 직접 수집한 카메라들은 원하는 손님에게 팔기도 한다. 메뉴판도 없고 술은 냉장고에서 자유롭게 꺼내 마시면 된다. 와인, 맥주, 싱글 몰트위스키 등 다양하게 구비된 술을 꺼내 마시고 있으면 주인장이 직접 만든 간단한 안주를 내온다. 주로 샐러드나 과일 또는 술에 어울리는 치즈들인데 고맙게도 공짜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간단히 마시고 싶거나, 술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술집이다. 심심할 땐 블록을 조립하거나 벽에 걸린 작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만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103
영업시간 19:00~24:00 일요일·월요일 휴업
문의 02-792-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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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반기는 이자카야

비스트로하츠

식사와 술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가벼운 식사와 함께 혼술을 즐길 수 있는 이자카야가 제격이다. 왁자지껄한 신천 골목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통유리에 밝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비스트로하츠’가 있다. 단체로 온 사람이 별로 없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카페에 온 듯 편안한 분위기다. 혼술 남녀가 이곳을 자주 찾는 건 1인 메뉴를 다양하게 내놓기 때문. 광어·우럭·참치·연어 등으로 알차게 구성한 1인 사시미는 주문할 때 미리 말하면 좋아하는 사시미로 추가나 변경이 가능하다. 장어·와규·간장새우 등 다양한 종류의 초밥을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일본식 연두부인 모찌리도후는 가게에서 직접 만들어 더 달콤하고 부드러운데, 배가 불러도 자꾸만 먹게 되는 안주 메뉴다. 사케, 소주 등 입맛대로 주류를 즐길 수 있지만 바이에른 스타일의 진한 흑밀 맥주인 바이엔슈테판 둔켈을 생맥주로 즐길 수 있으니 함께 맛보면 좋을 듯하다.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16-16
영업시간 18:00~02:00, 일요일 휴업
문의 02-418-1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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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잔을 위한 요리

젠틀키친

연남동 골목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에 있지만 한번 가보면 꼭 다시 찾아가게 되는 곳 ‘젠틀키친’. 파스타, 양고기 스테이크 등 와인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기도 하고, 지하지만 밖을 향해 활짝 열린 구조라서 선선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기에 좋아 그렇다. 일단 가게에 들어서면 ㄷ자 모양의 바 테이블 하나뿐이니 혼자 가도 자리를 고를 필요가 없다. 처음 온 이들에게 추천하는 요리는 갓새우. 새우에 갓김치와 매콤한 크림소스를 곁들여 내는데, 이렇게 의외의 재료를 조합해 감칠맛을 배가시키는 것이 주인장의 특기다. 베이컨을 두툼하게 썰어 넣고 매콤하게 만든 크림 파스타 러브미에는 고수 씨앗이 들어가는데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이며 레몬 향이 감도는 산뜻한 뒷맛이 매력적이다. 스탠드가 켜진 작은 조리대는 일종의 무대로 요리가 완성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게 해두었는데 이 또한 술맛을 돋우는 장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38길 27 지층 왼쪽
영업시간 18:00~24:00(주말 12:00~03: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월요일 휴업
문의 010-6687-6420

혼술 남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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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도 함께해야 하는 바

문부터

연남동의 비밀 기지로 불리는 ‘문부터’는 혼자 가야 환영받는 술집이다. 일행이 3명 이상이면 함께 앉기 어려운 공간탓도 있지만 혼자 사는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자처하는 곳이라 그렇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미리 알아두어야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정해진 영업시간이나 쉬는 날이 없어 방문 전 미리 페이스북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안주 메뉴가 없다. 대신 음식을 가져가거나 근처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는다. 이때 기억해야 할 규칙이 있으니 나의 안주를 가게에 있는 모든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자 한 판을 주문해도 한 조각밖에 못 먹을 수 있다는얘기다. 그렇게 서로 음식을 나누며 술친구가 되는 재미가또 특별하다. 칵테일은 진토닉만 가능하며 맥주나 와인도마실 수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싱글몰트위스키를 추천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8길 19
문의 010-8647-4807

 

 

맛깔스러운 일본식 한 상 차림

소년식당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정말 맛있는 식당을 골라 가는 게 좋겠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음식의 맛에 집중하게 될 텐데 함께 불평할 사람이 없을 때 먹는 맛없는 요리는 다음 혼밥 여정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소년식당’은 혼밥 초심자도 안심하고 가볼 만한 곳으로 카레, 오차즈케, 연어덮밥 등 한 끼 식사가 되는 일본식 일품요리를 판매한다. 가게에서 직접 담근 간장새우를 달걀밥에 비벼 먹는 간장새우밥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가게 벽면에 안내되어 있는 대로 가위와 집게로 머리, 꼬리를 잘라낸 뒤 몸통을 삼등분해서 밥에 비벼 먹으면 달콤한 새우 살이 밥알과 함께 고소하게 씹힌다. 일본 카레를 써서 진하고 매콤한 카레덮밥도 훌륭하다. 무엇을 주문하든 깍두기와 샐러드, 토마토 한 조각, 계절 과일을 함께 차려내는 점도 만족스럽다. 공간이 아담해 어디에 앉든 부담스럽지 않고 항상 라디오를 켜두어 분위기가 편안한 것도 장점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29라길 16
영업시간 12:00~21:00(브레이크타임 16:00~17:00), 일요일 휴업
문의 010-9429-4368

 

 

퇴근길에 혼술 한잔

선술집 위군

안주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은 혼술족에게는 1인 메뉴를 판매하는 곳이 반갑다. 혼자 먹기에 적당한 양의 음식들이라 한 가지 안주로만 술병을 비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망원동에 문을 연 ‘선술집 위군’은 혼자 온 사람에 한해 1인 사시미를 판매한다. 쫄깃하게 숙성한 광어회와 계절감이 느껴지는 해산물이 함께 나오는데 프리미엄 소주나 싱글 몰트위스키, 칵테일을 곁들일 수 있다. 바먼트 위군이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로 버번위스키, 시나몬, 진저에일, 오렌지 껍질로 맛을 내 제법 도수가 높은데도 입맛을 돋운다. 그 밖에 메로구이나 명란대게연어알 등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사이드 메뉴도 있다. 가게를 다 차지하다시피 한 높다란 다치 자리에서는 주방의 움직임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벽면에 달린 빈티지 TV에서 나오는 영상을 볼 수도 있어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간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74 1층
영업시간 19:00~02:00, 일요일, 매주 첫째, 셋째 월요일 휴업
문의 02-6083-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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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화로에서 고기 굽기

이야기 하나

혼자 밥 먹기 고수들의 종착지는 고깃집이다.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고 기다리는 시간에 초연할 수 있는 자가 진정한 혼밥 고수. ‘이야기 하나’의 1인 화로에 고기를 구우면 혼밥 초보라도 어색할 새가 없다. 알맞게 잘라져 나오는 고기를 젓가락으로 한 점씩 구워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차돌박이부터 꽃등심까지 모두 30g부터 주문할 수 있어 여러 부위를 조금씩 맛볼 수 있다. 나눠 먹기 아쉬운 양의 특수 부위를 혼자서 맘껏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프리미엄 소주와 사케는 마시다 남으면 다음에 올 때까지 보관해놓을 수 있고 진은 한 잔씩 판매한다. 고기 외에도 꼬치구이와 소고기라면이 있어 혼술 하기에도 좋다.

주소 서울시 강남대로110길 24
영업시간 18:00~05:00(토요일 17:00~05:00, 일요일 17:00~01:00), 연중무휴
문의 070-4190-8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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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섹스

A couple playing around inside a tent while camping.

인도 라자스탄 사막

남자친구와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낙타를 타고 라자스탄 사막으로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는 가장 싼값을 부르는 낙타 몰이꾼과 여정을 함께했다. 그는 딱 돈 받은 만큼만 서비스를 했는데 낙타를 내팽개치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거나, 모래 섞인 토스트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레를 식사라고 제공했다. 시간조차 알 길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그는 권력자였다. 열악하고 힘겨운 일정이 이어지면서 지친 우리는 침묵했고 단절되었다. 그 밤이 오기 전까지는.

낙타 몰이꾼이 이불도 주지 않은 탓에 우리는 낙타 안장 밑에 깔던 거무튀튀한 담요 몇 장을 겨우 얻어 모래 위에 깔고 누워야 했다. 눕는 순간, 수천 개의 별빛이 눈으로 떨어졌다. 새카만 밤하늘엔 반짝이는 별들이 점묘화처럼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강렬한 욕망이 일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상대의 옷을 벗겼다. 별이 총총한 밤하늘 아래 알몸이 된 채 애쓰고 있다고 토닥이다 간혹 서로의 엉덩이를 세게 붙잡았다.

낙타 몰이꾼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홀로 천막을 치고 잠들어 문제 될 것 없었지만 문제는 낙타였다. 낙타들은 밤새 낮에 먹은 먹이를 되새김질하며 꼼지락거렸는데, 주기적으로 길고 얇은 다리를 쭉 펴고 킁킁거렸다. 우리는 그때마다 섹스를 멈추고 벌떡 일어나 귀를 기울여야 했다. 암흑이 깔린 사막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청각뿐이었으니까. 적어도 낙타 굽에 깔려 벌거숭이 시체로 발견된 한국인 커플로 가이드북에 기록되고 싶진 않았다. 살기 위해 일시 정지를 거듭해야 했던 섹스, 낙타 몰이꾼이 행여 들을까 숨을 참아야 했던 고난의 섹스였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호사스럽고 로맨틱한 섹스였음은 물론이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언덕

암벽 위의 도시,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여름은 뜨거웠다. 뜨거운 온풍이 사방에서 불어오는 한낮에는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무기력해졌다. 당시 남자친구 K와 스쿠터를 빌려 암벽 사잇길을 지그재그로 달렸다. 벌거숭이 언덕 정상에 다다라서야 겨우 그늘이 있는 작은 정자를 발견했는데, 그곳을 제외하곤 사방이 사막처럼 건조하고 뜨거웠다. 뜨거운 태양에 둘 다 몸이 붉게 달아올랐고, 그 열기가 주는 나른한 성적 에너지가 있었다. 어느 순간 그는 내 몸을 돌려 뒤에서 강하게 들어왔다.

우리는 태양에 취한 사람들 같았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 너머로 짙푸른 수평선이 위아래로 흔들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스쿠터 엔진 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흩어졌다. 불안한 공기가 가득했던 짧은 시간이었는데, 내 안에 잠재된 원초적 욕망이 튀어나온 기분. 호텔 침대 위에서 나누는 예쁜 사랑과는 다른 야생의 성을 맛본 순간이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 쓰레기통에 버려진 콘돔 포장지들을 봤을 때였다. 그 장소는 본래 그런 곳이었다. 커플들이 스쿠터를 타고 데이트를 하다가 이곳에 들러 사랑을 나눈다고 했다. 둘만의 추억이 모두의 추억이 되자 아름다움은 퇴색하고 도망가고 싶었다. 다시 그곳을 찾을 일은 없을 것이고.

 

사무실 옥상

B선배는 한때 ‘옥상 8분 섹스’를 생활화했다. 그녀는 한 달에 반 이상은 새벽까지 야근을 , 키보드를 두드리는 속도엔 언제나 싱그러운 리듬이 있었다. 마치 새 신을 신고 뛰어가는 아이의 발걸음처럼 경쾌하고 날렵한 속도로 마침표를 찍고 일어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그녀는 사내 연애 중이었고, 주변 건물의 불빛이 떨어지는 밤이 오면 옥상에서 사랑을 나누고 자리에 돌아오곤 했던 것. 간혹 동료들이 옥상에서 잠시 휴식하고 돌아오곤 했지만 문이 잠겨 있을 땐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았다.

동료들이 창가에서 담배로 시름을 달랠 때, 그녀는 네온사인을 무드등 삼아 8분 섹스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뒤늦게 억울한 마음에 볼멘소리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밖에서 안 해봤어? 그 좋은 걸.” 선배의 말에 동의한다. 나는 SNS 피드에 올라오는 대자연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인생 사진’을 볼 때마다 그곳에 가고 싶고, 그곳에서 하고 싶다. 시공간에 따라서 묘한 성적 흥분과 낭만, 더불어 스릴까지 주는 아웃도어 섹스를 예찬하는 1인으로서 여전히 최고의 한때를 기다린다. 몰카 탐지기를 먼저 사둬야 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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