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의 또 다른 세계 - 마리끌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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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의 또 다른 세계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이 한국에서 전시를 연다. 세상을 보는 작가의 유쾌하고 참신한 감성이 간결한 드로잉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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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 콘크리트의 전시 공간을 빼곡히 채운 특이한 그림들이 있다. 단 몇 번의 붓질로 완성한 듯 과감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드로잉 속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은 전세계를 달구는 큰 이슈부터 사회적 갈등, 인간관계, 그리고 매일 무심코 스치는 일상의 풍경까지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늘 주변을 관찰하는 편이에요. 익숙한 일상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한번 더 유심히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물론 생경한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마주하면 훨씬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죠.”

 

프랑스 낭트(Nantes)에서 태어난 장 줄리앙은 2005년 영국의 예술 대학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입학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파리와 달리 높은 빌딩이 빽빽이 들어선 런던의 현대적인 풍광이 그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매일 불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그려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하나둘 쌓여가는 드로잉을 온라인에 공개했고, 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후 그래픽아트에서 영상까지 표현의 영역을 확장한 그는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던 작품을 현실로 끌어내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선보이는 전시 <Concr tisation>에서는 더욱 구체화된 장 줄리앙의 예술 세계를 접할 수 있다.

“서울에서 펼치는 전시는 초기작부터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작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유아인과 함께 기획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의 결과물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요. 몇 년간 제가 느낀 감정과 눈앞에 펼쳐진 사건이 한데 모여 있는 셈이죠. 이제껏 파리의 편집숍 콜레트에서 진행한 전시 <Petit App tit>, 브랜드 ‘Only NY’과 함께 뉴욕이라는 도시를 소재로 완성한 시리즈 등 드로잉의 세계를 넓혀준 좋은 기회가 많았어요.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에요.”

 

장 줄리앙의 드로잉 작품으로 채워진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채로운 작품이 곳곳에서 눈길을 잡아 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종일관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젊은이들의 모습, 피곤에 찌든 출퇴근길 지하철 속 광경 등 현실에서는 불편하기만 한 상황이 장 줄리앙 특유의 시선을 거쳐 단조로운 프레임 속에 스며들어 있다. 몇 가지 선명한 컬러와 굵직한 붓 선이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데, 순간의 특징을 날카롭게 꼬집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녹여내는 작가의 영민함이 곳곳에 드러난다.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그의 드로잉을 더 자세히 감상해보면 현시대의 면면이 고스란히 포착되어 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그리는 대상을 복잡하게 묘사하는 대신 그래픽적이고 명료한 그림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 줄리앙의 그림 세계가 머릿속에 뚜렷한 이미지로 각인된다.

“아무리 어둡고 무거운 주제라도 유머러스한 정서를 바탕으로 담아내려 하는 편이에요. 감상하는 사람들이 더 폭넓게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여백이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드로잉을 통해 어떤 사회적 이슈를 다루더라도 그 문제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거나 부정적인 견해를 담지 않아요. 그저 특정 현상의 상징적인 부분을 찾아내 있는 그대로 표현할 뿐이에요. 그 이후의 감상은 온전히 그림을 마주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다국적 섹스

스위스와 스페인, 아르헨티나, 일본 남자를 두루 섭렵하고 남긴 뜨거운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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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런던 유학 시절, 한국인 유학생들이 모이는 일요 축구회에 나가곤했다. 중고 전기밥솥과 낙지 젓갈이 목적이었다. 한국인 룸메이트를 따라 나온 아르헨티나 사내 Y도 경기 후 불고기와 김밥을 먹기위해 시합에서 활약했다. 매력적인 외모는 아니었다. 짧고 굵직한 허벅지가 작은 키의 그를 더 납작하게 보이게 했고, 유난히 땀을 많이 흘렸다. 하지만 남미 특유의 열정은 그를 언제나 돋보이게 만들었다. 사람을 모으는 재주가 남달랐고, 누구와도 금세 친구가 되었으며, 늘 주변에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내게 공들였다. 마침내 내가 그의 집에 진입했을 때 그는 장미꽃 한 다발과 아르헨티나 고향집에서 직접 만든 로컬 와인을 건넸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는 말이 많았다. “너의 귀를 핥고 싶어.” “너의 젖꼭지가 너무 탐스러워.” “엉덩이가 너무 섹시해서 뒤에서 하고 싶어.” 모든 움직임을 입으로 설명해야 하는 사람처럼 귓가에 끊임없이 수다를 이어갔다. 그는 오랫동안 다양한 체위를 시도했는데 내 몸이 그의 축구공 같은 열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가 혓바닥을 내 엉덩이에 들이대다가 뒷구멍(!)에 삽입을 시작하려는 순간, “그만! 이제 그만!”이라외치고 몸을 휙 돌렸다. 그날 밤 나는 그의 축구공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왜 축구를 잘하는지 그때 알았다.

스위스

사진작가 로버트 매플소프의 사진집에서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 성기를 처음 봤을 때 받은 느낌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에는 포경수술 문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눈앞에 그 거대한 물건이 주머니에 둘러싸인 모습으로 덜렁거리고 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운동을 하다 만난 H의 물건은 발기하기 전에도 꽤 길었는데 오히려 굵기는 평범했다. 거대한 뱀이 내 넓적다리를 훑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스위스인치고는 체격이 작은 편이었지만 스태미나는 남달랐다. 그는 그의 길고 단단한 성기로 강약을 주어 피스톤 운동을 했는데 흥분한 내 눈빛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혼자 서두르지 않았다. 내 몸이 좋아하는 순간을 감지해 그 부분에 몰입했고, 자신의 욕망을 조절할 줄 알았다. “좋아?” “괜찮아?” 하고 반복적으로 묻는 과도한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그의 긴 성기가 내 질 벽 끝에 닿는 느낌이 좋았다. 절정에 이르러 사지를 나뭇가지처럼 쭉 뻗자 그는 강하게 돌진해 나와 리듬을 맞췄다. 그리고 끝까지 내 눈을 바라보며 야생마에 올라탄 듯 질주하다가 내 이름을 수차례 외쳤다. 나도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화답했다. 주고받으며 함께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완벽한 화합의 섹스. 그럴 수 있었던 건 우리 사이에 긴밀한 사랑이 존재했기 때문이리라. 완벽한 체위, 생애 최고의 섹스, 황홀한 오르가슴을 향한 질문의 대답은 국적이 아닌 서로를 향한 간절한 마음에 있음을 그제야 알았다. 언제나 마무리는 지긋한 포옹과 달콤한 사랑 고백이고.

일본

일본 브랜드 M사의 영국 지사에 근무하는 K는 눈썹은 지나치게 가늘고 입술은 볼록했으며, 가운데 가르마는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우린 모두 웨일스의 단기 어학연수생이자 백수였는데, 오로지 그만 어엿한 직장이 있었다. 소속이 주는 안정감 때문일까, 그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던 즈음이었다. 그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은 날, 우린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2인용 소파에 함께 기대었다. 나름 로맨틱한 밤이라고 여겼다. 그의 몸이 점점 소파 깊숙이 파고들기 전까지는. 그는 소파에 스멀스멀 드러누우며 내가 자신의 몸 위로 포개지길 유도했다. 키스만 주야장천 했을 때도 그는 바늘 같은 손으로 소파의 터진 옆구리만 잡았다. 그는 내 가슴도 빨지 않았다. 오로지 희고얇은 제 허벅지에 나를 억지로 앉힐 때 유일하게 안간힘을 썼다. 나는 그가 내 안으로 제대로 들어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흔들리는 내 가슴을 바라보던 처진 눈매와 기운 없는 동공만 생각난다. 이후 난 M사와 관련한 제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Q항공사에서 기장으로 근무하는 S를 튜빙 체험을 하러 가는 라오스 방비엥 트럭에서 처음 만났다. 막 파일럿이 된 그는 젊고, 손과 발이 무척 거대했으며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 트럭에 오른 여자들 대부분이 그에게 사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지만 승리자는 나였다. 람보르기니와 다양한 나라에서 찍은 셀피를 자랑하는 허세가 있긴 했지만 웃을 때 생기는 눈가 주름이 귀엽고 손이 따뜻했다. 우리는 펍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자연스럽게 그의 호텔로 이동했다. 성적 취향에는 국적도 성별도 없다지만 그는 정말 독특했다. ‘이미지 게임’을 좋아했다. “자, 상상해봐. 지금 주변엔 건장한 사내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우리는 그들 앞에서 섹스를 해야 해.” “그들이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로잡혀 서서히 다가와. 그리고 나무 뒤에서 훔쳐보고 있어.” “너는 움직일 수가 없어.” “너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섹스해야해.” 이게 뭔말인가 싶다가도 그가 너무 열중해 연기하는 탓에 그 무대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그는 나를 그의 머릿 속 환상의 세계로 끌어들여 희로애락이 녹은 포르노 영화의 주인공으로 만들더니 혼자 그렇게 절정과 만났다. 아, 그리고 그는 손과 발만 큰 걸로.

파티하기 좋은 호텔

한 잔의 칵테일도 좋고, 넓은 파티룸도 좋다. 봄, 가을도 뛰어넘은 듯 지나가 가버린 올 해를 그냥 보내기 섭섭하다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낼 호텔을 고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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