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예쁨, 서현진

에스티로더 립스틱
서현진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한 립 컬러는 퓨어 칼라 엔비 러스터 립스틱 #410 파워 모드.
와인색 니트 이자벨 마랑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와 <또 오해영>, 현재 방영 중인 <낭만닥터 김사부>까지. 서현진은 그간 드라마에서 솔직하고 평범한 인물을 맡아왔다. 특별히 행복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을 만큼 평범한 일상의 인물. 눈에 띄게 예쁘지는 않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 그녀의 얼굴은 평범한 외모를 가진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순도 높은 감정 연기는 겨우내 입은 수면 바지처럼 편하게 와 닿는다. 이렇듯 그녀는 매우 특별한 ‘보통’의 배우다. 그런 그녀가 에스티 로더의 모델로서 ‘보통의 예쁨’을 전면에 내세운다.

투명한 피부야 일찍부터 소문이 자자했지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의사 가운과 마스크 덕분인지 깨끗한 눈망울과 차분한 입매가 더욱 돋보인다. 그런 그녀가 인터뷰 중 사람들이 자신에게 오래 애정을 갖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그녀가 좋아한다는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아래와 같은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 다른 장소에 있거나 이전에 일어난 일들은 과거다. 그리고 그 일들은 대부분 잊혀진다.’

에디터는 왠지 모르게 애틋한 그녀가 앞으로 더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친구 같고 때론 언니 같은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더 예뻐 보이면 질투가 나는 대신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아마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오늘은 서현진이 평범하면서도 예쁜, 그래서 따라 해보고 싶은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서현진의 강점이기도 하다. 늘 촬영장에만 있어 꾸밀 일이 별로 없었는데 기분 전환도 되고 즐거웠다. 사진가가 예쁜 모습만 잘 포착한 것 같다.

<낭만닥터 김사부> 촬영이 한창일 텐데도 피부가 유리구슬 같다.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보장해주는 편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다른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아예 못 자는 경우도 많다. 피부는 아마 피부과에 다녀와서 좋아 보일 거다. 그래도 널리 알려주면 좋겠다.(웃음)

‘윤서정’이라는 배역은 상처가 꽤 깊은 인물이다. 발작을 일으키는 연기를 보고 놀랐다. 그런데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일상의 우리는 사실 의연하다. 작가는 큰 상처를 입고도 다음 날 툭 털고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응급실에서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오해영’과 ‘윤서정’, 실제의 서현진은 어느 쪽에 가깝나? 둘 다 가깝고도 먼 것 같다. 어떤 역이든 내 안의 작은 부분을 증폭시켜 연기하지만, 또 그게 내전부는 아니니까.

의학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처음 듣는 의학 용어를 달달 외워 입에 붙게 만드는 게 특히 어렵다. 대사도 일반 드라마의 3배는 되고. 수술 장면에서는 얼마큼 긴박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심각해야 하는지 몰라 자문 의사 분께 늘 물어본다.

실제 연애할 땐 오해영처럼 모든 걸 주고 드러내는지 궁금하다. 상대에 따라 바뀐다. 생각해보면 희생적일 때도, 주도적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오해영 처럼은 못 해봤다. 나 또한 오해영이 굉장히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마음보다는 상대가 나를 얼마나 좋아해주느냐에 따라 바뀌지 않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늘 믿는 편인가? 아유,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남녀 간의 사랑만 사랑은 아니니까. 나는 솔직히 남녀 간의 사랑이 가장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타적인 사랑을 좋아한다. 이렇게 말하면 결혼이 더 늦어질 거 같은데… 어떡하지?(웃음)

극 중 ‘강동주’처럼 박력 있는 연하남은 어떤가? 콜. 완전 환영! 딱히 나이차를 따지지는 않는다. 다만 강동주처럼 밀어붙이지 않으면 연애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 타입이다. 시작할 때는 소극적이어서.

이제 뷰티에 관해 얘기해보자. 20대 때부터 에스티 로더를 좋아했고 그 인연으로 모델이 됐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나? 특별한 건 아니지만, 피부가 건조해서 늘 가습기를 틀어둔다. 아침저녁으로 시트 마스크도 수시로 붙이고. 에스티 로더의 호일 마스크를 좋아하는데 사용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가 확실히 크다.

30대에 접어들었으니 아무래도 피부에 더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피부가 많이 건조하고 재생 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아이러니한 건 피부가 좋았던 20대 때는 여러 제품을 발랐는데, 지금은 그게 다 귀찮다는 거다. 그래도 촬영기간에는 관리에 공을 들인다. 평소에는 갈색병 세럼과 앰플을 레이어드해서 바르고, 심하게 건조한 날에는 세럼과 오일을 섞어 바른다. 그런 다음 크림을 도톰하게 발라 코팅하고.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고맙게도 어머니가 숱 많은 눈썹을 물려주셨다. 그래서 화장할 때 아주 편하다. 살짝 빗어 결만 정돈하고 잔털만 다듬으면 되니까.

뷰티 워너비가 있나? 에바 그린의 얼굴을 좋아한다. 그녀 특유의 분위기 가 있지 않나. 레아 세이두도 무척 매력적인 페이스를 갖고 있다.

수고한 자신에게 상을 주고 싶을 때는? 예전에 이휘향 선생님이 “속옷은 레이스지” 하셨는데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 스포티한 면 속옷만 입던 때라. 그런데 서른을 기점으로 그렇게 이탈리아 속옷에 손이 간다. 비싸지만 나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을 때 속옷을 산다. 혼자 보며 만족하는 거라도 뭐 어떤가, 내가 기분 좋으려고 입는 건데.

‘솔직하고 평범한 여자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 각인된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기를 바라나?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지 않다. 남을 수도 없을 테고. 그냥 내 작품을 편하고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 사람들이 자신 외에 누군가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안다. 연기자가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에디터가 인터뷰를 진행하듯, 나 역시 직업인으로서 연기할 뿐이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성취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 않나.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 연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현실적이지만 조금 서글프게 들린다. 그렇지 않다.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당신은 학생들에게 기억에 남고 싶지 않다고 하신 적이 있다. 너무 나빠도 너무 좋아도 기억에 남겠지만, 잘 잊혀져야 진짜 좋은 선생님이라고. 사고 없이 무사히 그 해를 넘기게 도와주어 잘 잊혀지고 싶다고 하셨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또래의 <마리끌레르> 여성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요즘 필드에서 30대 여자들을 참 많이 만난다. 나도 그렇지만, 30대가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시기인가보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참 멋있는 것 같다. 최근 한석규 선배님이 내게 지치지 않고 연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 같아 무릎을 탁 쳤다. 나도 내 또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 지칠 일이 많지 않나. 그래서 그 고되거나 지루한 삶을 탈피하기 위해 결혼을 택하는 친구도 많고. 아, 절대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열심히 일합시다!(웃음)

 

평범해서 더 따라 하고 싶은 서현진의 레드 립 메이크업. 에스티 로더 빅토리아 베컴 컬렉션 모닝 아우라 일루미네이팅 크림을 이마와 눈 아래, 볼 윗부분에 바른 다음 얼굴 전체에 퓨처리스트 파운데이션 #웜 포슬린을 발랐다. 브로우 멀티태스커 #라이트 브루넷으로 눈썹을 가볍게 채우고 더블웨어 아이 펜슬 #버건디 스웨이드로 점막에 라인을 그렸다. 썸츄어스 넉아웃 팔레트 #설트리 누드, 퓨어 칼라 엔비 블루밍 립밤을 차례로 눈두덩에 얇게 발랐다. 입술은 퓨어 칼라 엔비 립스틱 #420 레벨리어스 로즈를 발라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베이지 니트 카디건 엠에스지엠 바이 비이커
베이지 니트 카디건 엠에스지엠 바이 비이커

평범해서 더 따라 하고 싶은, 서현진의 레드 립 메이크업

빅토리아 베컴 컬렉션 모닝 아우라 일루미네이팅 크림을 이마와 눈 아래, 볼 윗부분에 바른 다음 얼굴 전체에 퓨처리스트 파운데이션 #웜포슬린을 발랐다. 브로우 멀티태스커 #라이트 브루넷으로 눈썹을 가볍게 채우고 더블웨어 아이 펜슬 #버건디 스웨이드로 점막에 라인을 그렸다. 썸츄어스 넉아웃 팔레트 #설트리 누드, 퓨어 칼라 엔비 블루밍 립밤을 차례로 눈두덩에 얇게 발랐다. 입술은 퓨어 칼라 엔비 립스틱 #420 레벨리어스 로즈를 발라 장밋빛으로 물들였다.

 

평범해서 더 따라 하고 싶은, 서현진의 스모키 메이크업

썸츄어스 넉아웃 팔레트 #설트리 누드를 여러 번 발라 눈매에 깊이감을 주고, 더블웨어 아이 펜슬 #버건디 스웨이드로 아이라인을 바깥쪽으로 길게 빼 그린 뒤 썸츄어스 넉아웃 마스카라를 속눈썹에 발랐다. 볼은 퓨어 칼라 엔비 블러시 #블러싱 누드를 사선 방향으로 쓸어 생기를 줬다. 입술은 퓨어 칼라 엔비 러스터 립스틱 #120 네이키드 앰비션을 입술 전체에 채워 발라 부담스럽지 않은 브라운 톤의 스모키 메이크업을 완성했다.

서현진이 가장 좋아하는 화장품은 립스틱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팬들은 코럴빛이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그녀는 벽돌색이나 핏빛에 가까운 버건디 컬러를 좋아한다. 입술에 꽉 채워 바르는 대신 부담스럽지 않게 입술 안쪽부터 물들이듯 바르는 것이 비결. 왼쪽부터 퓨어 칼라 엔비 러스터 립스틱 #110 누드 리빌, #330 배드 엔젤, #210 볼드 이노센트, 퓨어 칼라 엔비 립스틱 #420 레벨리어스 로즈, 퓨어 칼라 엔비 러스터 립스틱 #410 파워 모드, #120 네이키드 앰비션, 퓨어 칼라 엔비 립스틱 #310 포턴트, #260 익센트릭

 

드레스업이 필요한 날에 청초하고 우아한 매력을 은근히 살려주는 룩

(왼쪽) 일루미네이팅 프라이머와 퓨처리스트 파운데이션을 섞어 얼굴에 바르고 브로우 멀티태스커로 눈썹을 채운다. 눈썹 앞머리를 세로로 빗어 결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쌍꺼풀 라인을 따라 퓨어 칼라 엔비 디파이닝 아이섀도우 #누드 대어를 바르고 더블웨어 아이 펜슬 #커피로 점막을 채운다. 속눈썹은 썸츄어스 마스카라를 두어 번 덧발라 풍성하게 표현한다. 퓨어 칼라 엔비 쉬머링 블러시 #브라이트닝을 볼 중앙에 둥글게 펴 바르고 입술에는 퓨어 칼라 엔비 러스터 립스틱 #330 배드 엔젤을 발랐다.

(오른쪽) 일루미네이팅 프라이머와 퓨처리스트 파운데이션을 섞어 바른 다음 퓨어 칼라 엔비 블러시 #센슈어스 로즈로 볼을 넓게 감싸 촉촉한 복숭앗빛 피부를 연출했다. 눈은 브로우 멀티태스커, 썸츄어스 넉아웃 팔레트 #설트리 누드로 눈가에 음영을 주고, 아이라인은 더블웨어 아이 펜슬 #커피를 이용해 점막만 채웠다. 입술에 퓨어 칼라 엔비 립스틱 #260 익센트릭을 풍부하게 발라 마무리.

 

맑고 담백한 이미지의 서현진과 어울리는 에어린이캇 자스민 향수.
맑고 담백한 이미지의 서현진과 어울리는 에어린이캇 자스민 향수.

투명한 피부를 타고난 줄 알았던 서현진. 한데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어려 보이는 피부는 20대 때부터 에스티로더 제품으로 공들여 관리해온 대가라고 한다.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갈색병) 컬렉션이 그녀가 매일 바르는 제품.

왼쪽부터) 진득한 보습막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건강하게 지켜주는 에스티 로더 갈색병 앰플, 매일 밤 피부 스스로 손상 부위를 개선하도록 유도해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갈색병 세럼, 가벼운 오일이 피부에 광채와 영양감을 채우는 갈색병 오일, 실키한 감촉으로 순하게 클렌징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나이트 마이크로 클렌징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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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굴욕샷은 이제 그만! 정전기를 예방하는 4가지 방법

 

1 플라스틱 빗대신 나무빗으로 머리 빗어주기

플라스틱은 열전도율이 높아 정전기가 생기기 쉬워요. 정전기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에는 자연 소재로 된 나무빗을 사용하면 정전기를 예방할 수 있답니다.

2 타올로 머리 말리기

헤어 드라이어를 피하고 타올로 잘 털어서 그냥 두는 게 모발 속 수분을 보호하는 방법이에요. 하지만 꼭 드라이어를 써야 한다면 강한 바람으로 드라이어를 되도록 짧게 사용하는 게 좋아요.

3 헤어 오일로 모발에 영양 공급해주기

4 헤어 미스트를 수시로 뿌려 모발을 촉촉하게 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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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찾기

박은빈
니트 크롭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슬릿 플레어스커트 프리마돈나(Fleamadonna), 네크리스 겟미블링(Getmebling).

다섯 살에 연기를 시작해 스물다섯이 된 박은빈은 2016년을 차곡차곡 채우며 보내는 중이다. 맥주 두 캔을 입 안으로 콸콸 쏟아부으며 음주가무를 즐기고 음담패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청춘시대>의 ‘송지원’을 내려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서는 당차고 씩씩한 여자 ‘오동희’를 입는다.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로 살아왔지만 이제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인물을 처음 대할 때의 생경함을 뒤로하고 어떤 캐릭터여도 자신의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비로소 생겼다. 모든 질문에 막힘 없이, 당차기보다는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단단한 대답들은 20년간 연기하는 동안 고민하고 돌아보며 자신을 찾아낸 결과물이다.

 

박은빈 인터뷰
슬리브리스 레이스 드레스 에르마노 설비노(Ermanno Scervino), 뱅글과 이어링 모두 밀튼스텔리(MiltonStelle), 골드 링 스톤헨지(Stone Henge).

주말 드라마이니 편수가 엄청 많겠다. 50부작이긴 한데 드라마 내용은 진도가 빠른 편이다. 가벼운 소란스러움이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힘들고 신경이 많이 쓰이기보다는 착한 드라마다.

드라마처럼 맡은 역할도 맑고 밝은 느낌이겠다.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작가님이 설명하기를 “나는 캔디를 원하지 않는다. 좀 더 지적이고 강직한 빨강머리 앤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어릴 때 <빨강머리 앤>을 보지 않아 백영옥 작가의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읽었다. 순수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줄 알고 자신의 처지를 잘 알지만 비굴하지 않고, 염치를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씩씩한 아이다.

생각이 많은 편인가? 보통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말이 잘 안 나오는데 대답이 물 흐르듯이 매끄럽다. 생각이 많은 편이긴 하다. 말할 때는 상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상대가 표정이 없으면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말하기가 힘들다.

소심한 A형? 사람들이 내 혈액형을 잘 맞힌다.(웃음) 대범할 땐 엄청 대범한데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청춘시대>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다름 작품에 들어갔다. 결정하기 쉬웠을 것 같지 않다. 가장 고민한 부분은 휴학이다. 휴학을 하면 졸업이 1년 늦춰지니까 부담도 많이 됐고, 시기상 이 선택이 옳은지 고민이 컸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들었는데 많은 분이 앞으로 수많은 작품을 할 테고 <청춘시대>와 다른 모습을 연이어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뭔가 더 배울 수 있으리라 확신했고 마음을 다잡았다. 어려서부터 작품을 많이 하긴 했지만 한동안 학업을 병행하며 자주 얼굴을 비출 수 없었고, 아직 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좀 더 대중성을 갖추고 싶었다.

연기와 공부를 병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껏 작품을 시작하면 휴학을 해왔다. 한 과목 수업에 네 번 이상 결석하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F학점을 받는다. 그리고 수업을 한 번 빠지면 내용의 흐름이 끊기는 것도 싫다.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다. 인생의 수많은 길 중에 너무 빨리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나? 다섯 살 때 연기를 시작했는데 어려서부터 내 직업이 배우로 확정되었고 앞으로 계속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살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다른 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배우를 하다 상처를 많이 받으면 언제든지 훌훌 버리고 떠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왔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상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왔다. 상처를 받아 갈 곳이 없더라도 나 자신을 죽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미래를 배우라고 확정 짓지 않았다. 상담가가 되고 싶기도 했고 교수나 화가, 패션 디자이너, 정신과 의사 등 꿈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다. 왜 미래를 불안해했는지, 무엇 때문에 어려서부터 불안한 미래를 걱정했는지. 그래도 잘한 일인 것 같다.

 

박은빈 인터뷰
플라워 패턴 시스루 드레스 아보아보(avouavou), 이어링 제이미앤벨(Jamie & Bell).

지금껏 상처 받은 일이 있나? 그럼. 그런데 정말 힘든 순간이 오면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 같다. 슬픔을 맞으면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고 하지 않나. 충분히 슬퍼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분노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큰일이 닥치면 서둘러 마음에 시멘트를 덮기 바빴다. 좀 더 나를 들여다보고 감싸주지 못하고 일상에 치여 산 것 같다. 어느 순간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잘 뒤돌아보고 자문자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감정을 내쫓았던 것 같다. 이제는 남이 나에게 상처를 주면 내가 나 자신을 잘 보살피고 상처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심리학과가 아니었다면 재수를 했을 것 같다. 학교를 가기 전부터 목표가 확실했다.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나 자신을 알고, 남들도 좀 더 잘 볼 수 있다는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를 죽이지 않으며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보고 느끼는 내 세상을 넓혀야 한다. 더 나아가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나보다 아픈 사람을 감싸고 치유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주며 도움이 되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공부를 하며 배우가 아닌 다른 길을 생각해봤을 것 같다. 대학에 와서 나 자신을 탐구할 시간이 많았다. 연기를 시작한 후로 행복한 삶을 살았는데 지치고 허덕이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잊고 부담과 책임감이 커지면서 그간 연기를 어떻게 해왔는지 모르겠다 싶은 시간이 있었다. 어느 순간 과연 내게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직업을 찾으며 나와 똑같은 과정을 겪는 것 같았다. 그간의 내 고민들은 결국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과정이었던 거다. 그리고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에 스스로 확신이 생겼다. 어떤 작품이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생경한 마음에 어렵고 못할 것 같았는데 이제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예전에는 답을 잘 모르겠으면 휩쓸리듯 어찌어찌 흘러갔는데 이제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스물다섯이면 청춘이자,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나이다. 박은빈의 청춘은 어떤 모습인가?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지금도 청춘이지만 나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몰랐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고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힘들기도 했다. 자아도취 하기보다는 부끄러운 순간이 많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 얘기하더라. 왜 그림자를 보지 않고 빛만 보려 하느냐고. 자신의 그림자를 누구보다 깊고 짙게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20대가 가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게 있나? 연애.

설마 모솔? 그렇게 됐다.(웃음) 내가 꿈꾸는 로망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 그런데 내 나이에 아직 실현되기 힘든 연애인 것 같다. 친구처럼 편하고 소소하고 마음을 나누는 연애를 꼭 해야지.

지금껏 해본 일탈은? 스물한 살 때 갑자기 혼자 돌아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혼자 노래방도 가고 밥도 먹고 명동에도 갔다. 그런데 노래방에서는 좀 부끄러웠다.(웃음) 다음 곡 번호를 누르는 동안 정적이 흐르니까 이상하더라. 요새도 스트레스 받으면 가끔 버스 여행을 간다. 버스를 타고 음악을 들으며 돌아다니는 거다.

예전보다 머리가 많이 짧아졌다. 배우로서 파격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 단아한 사람 말고 똘기 넘치는 사람 같은. <청춘시대> 감독님이 저에게 자신이 연기자의 인생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관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넌 안 된다고 하셨다.(웃음) 나름대로 일탈을 연기할 때 는 자유롭고 즐거운 기분이 드는데 실제 생활도 그러면 오히려 불안할 것 같다. 25년 동안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내 가치관이 바뀌는 건 그만큼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는다는 거 아닐까? 인생을 뒤바꿀 만큼 큰 충격은 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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