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 자기만의 방

그레이 오프숄더 니트 톱 시스템(System), 퍼플 그레이 실크 슬립 드레스 제니팍(Jenny Park).

최근 1~2년 사이 배우 김아중의 세계가 새로운 ‘막’에 진입한 것 같았다. 그녀는 본인이 지닌 차분하고 명료한 결을 분명히 할 때 빛이 났다. <펀치>의 검사 ‘신하경’이, <원티드>의 톱스타 ‘정혜인’이 그랬다. 능란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닌 전문직 종사자 고유의 무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면서도 조재현, 박신양, 김래원 등 저돌적으로 연기하는 남자 배우들의 에너지에 밀리는 법이 없었다. 깊고 정확한 톤의 눈빛과 목소리로 극의 무게를 더했다.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신하경과 정혜인처럼 자신의 목표와 신념으로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들이 존재하는데, 왜 유독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만큼은 이런 멋있는 여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까. 남성 과잉의 배우 세계에서 김아중의 최근 행보가 유독 반갑다.

 

스트라이프 셔츠 노앙(Nohant), 골드 파이프 서클링 뱅글 매치박스실버(Matchbox Silver).
스트라이프 셔츠 노앙(Nohant), 골드 파이프 서클링 뱅글 매치박스실버(Matchbox Silver).

촬영 당일, 김아중은 올해 그녀가 유난히 많이 입었을 H라인 스커트나 잘 재단된 재킷이 아니라 감 좋은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와 넉넉한 실크 팬츠를 입고 맨발로 소파와 매트리스 위에 앉았다. 그녀에 대한 하루치의 감상을 적자면 ‘억지스러움이 없다’다. 낙천적으로 보이려고 애쓰거나 소탈한 척하지 않고, 너무 예민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았다. 그녀 특유의 담담한 에너지가 촬영장에 편안한 적막과 기분 좋은 긴장을 불어넣었다.

촬영이 끝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오늘 화보 무드가 실제 그녀의 성품과 닮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소심하다가도 일할 때는 대범해지기도 한다. 기획사 식구들은 배우치고는 꽤 현실적인 편이라 하고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이사님은 사차원이라 한다. 사실 나도 배우 김아중보다 한 개인으로서의 김아중을 잘 모른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해왔다. 계속 알아가는 중이다.” 그녀의 말이 맞다.  매일이 새롭고, 상황은 변하는데 스스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 것이며, 행여 잘 알고 있다고 확언하는 이의 말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저 매 순간 힘을 다 써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는 그녀의 말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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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안한 컨셉트로 촬영을 한 건 작품 밖의 배우 김아중의 일상이 잘 상상되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예능 프로 등 작품 외에 노출되는 일이 적기도 했고. 사생활을 애써 감춰온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성격도 못 된다. 성격이 털털하면 좋은데 스스로 내가 털털한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털털한 척은 못 하는 거다.(웃음) 예능 프로를 좋아하고, 기회가 되면 응하고 싶지만 굳이 거기에서 ‘나는 이렇게나 많이 먹어’, ‘이렇게 망가질 수도 있고’, 이‘ 만큼 웃길 수도 있다’고 연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펀치>와 <원티드>가 호평을 받았다. 개봉을 앞둔 영화 <더 킹>까지 세 작품 모두 사회·정치적 이슈와 권력관계를 주제로 한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반드시 작품에 사회의식이 담겨 있어야 하고, 강한 에너지가 흘러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에 집중이 되는 작품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내 취향이 이랬구나’ 싶다. 이야기가 현실적인지 따지기보다 믿을 만한 이야기인지를 더 따져 묻는 편이다. ‘에이, 저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 말도 안 돼’라고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오‘ , 그럴듯하다. 일어날 수도 있겠다’ 하고 다가오는 작품이 있는데 후자 쪽에 끌린다.

센 남자 배우들 틈에서 몸 사리지 않고 때로는 이들보다 더 힘 있게 이야기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실제 성격이 연기에 얼마큼 반영되는 것 같나? 스스로 옳다고 믿는 일은 밀어붙이는 편이다. 다만 작품 안에서 이런 종류의 밀어붙임은 배우로서 여유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혹시라도 내가 느슨해지거나 몸을 사리고 있지는 않나 되돌아본다. 매 순간 힘을 다 써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극의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경우도 많았다. 흔히 장르물에서 여성 배우는 쉽게 소비되기 마련인데 혼자 꽃처럼 피어 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때로는 꽃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을 때도 있다.(웃음) 본연의 여성성만으로도 하나의 캐릭터를 지탱하는 배우들이 있다. 보통 굉장히 예뻐야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데 나는 그렇게까지···.(웃음) 목적성이 뚜렷한 캐릭터를 해야 하는 외모가 아닌가. 신인 때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 물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해냈을 때 나만의 길을 잘 걷고 있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깊은 성량과 음색, 정확한 발음이 캐릭터에 힘을 크게 보탠다. 장르물을 할 때는 작품 들어가기 전에 훈련을 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대사로 전달해야 하는 사건이 많고, 동시에 감정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시청자의 호흡까지 당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발음은 악센트를 앞쪽에 실어서 하는 편이다. 악센트를 뒤로 밀었을 때보다 확실하게 앞으로 내줄 때 내용이 정확하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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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 <더 킹>에 출연한 계기가 한재림 감독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대가 컸을 텐데, 직접 경험하니 어떤가? 한재림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기 때문에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출연하고 싶었다. 나중에 함께한 배우들이 그런 말을 하더라. ‘나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데 영화는 끝내줄 것 같다’고.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있다는 신뢰를 한순간도 잃지 않은 현장이었다. 나와 전혀 다른 해석으로 현장에서 연기를 주문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잠시 당황하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신기한 경험이었다. 확실히 한재림 감독만의 시선이 있다. 그간 특유의 아이러니들이 이런 과정으로 만들어졌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 현장이었다.

이 작품 역시 정치권력이 이야기의 큰 틀이다. 연달아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하고 있다는 우려는 없었나?  <더 킹>은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이다. 대본을 읽을 당시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접할 법한 블랙코미디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정치와 이권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무겁게 다뤄왔다면 <더 킹>은 꽤 가볍게 풀었다. 영화에는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경찰과 검찰 내의 서열이 바뀌고, 그 세력들이 이권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상황들이 벌어진다. 굿판도 벌이는가 하면···. 촬영 당시에는 정말 웃겼는데···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맞다. 지독한 현실주의 작품이 돼버렸다.

한 인터뷰에서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도 심하고 자책도 한다’고 말했다. 당시의 생각과 지금 얼마나 달라졌나? 여전히 그렇다. 작품마다 나 자신의 한계를 꼭 본다. 이‘ 게 부족하구나, 이게 나의 최선이구나’ 하며 아쉬워한다. 고치고 바꿔나갈 것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모두가 호평해도 아쉽고 한계를 느끼는 건가? 작품을 끝내고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거 같다. 그래서 주변 조언에 귀 기울이는 편인데, 이번 드라마 <원티드>를 끝내고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가 ‘연애를 너무 오래 안 한 티가 난다. 작품이 세서 그런 건지 여성성이 없어지려고 한다. 김아중의 다음 작품은 연애다’다. 수트 입혀 놓고 머리만 짧게 자르면 영락없는 남자 캐릭터라고 말이다.(웃음) 연애를 해야 내재된 여성성이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말인 거 같은데···.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연애를 오래 쉬었다니. 사람을 좀 만나야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텐데···.

하긴 인스타그램에 너무 촬영 현장 사진만 올리더라. 아, 인스타그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스케줄을 함께 다니는 막내 스타일리스트 친구가 좀 알려줘서 그 정도 하는 거다. 그 친구에게 어떤 사진을 올릴까 하고 물어보면 ‘그냥, 하지 마셔’ 한다. 꽃은 왜 올리는 거냐며 다 지우라고 한다. 이런 걸 좀 잘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근데 이게 배운다고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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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하늘 – Preview

김하늘 선글라스
짐업 드레스 펜디(Fendi), 선글라스 펜디 바이 사필로(Fendi by Safilo).
김하늘 화보
플라워 패턴 레드 재킷, 플라워 패턴 칵테일드레스, 웨이브 디테일의 오픈토슈즈 모두 펜디(Fendi).
태피스트리 프린트 스컬프처 슬리브 시프트 드레스, 안에 입은 튈 러플 코튼 티셔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태피스트리 프린트 스컬프처 슬리브 시프트 드레스, 안에 입은 튈 러플 코튼 티셔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버 사이즈 울 코트, 러플 핀스트라이프 코튼 셔츠, 플로럴 실크 파자마 스타일 쇼츠, 스네이크 스킨 컷아웃 플랫폼 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오프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스트로 바게트 백, 보태닉 가든 패턴의 오픈토 슈즈 모두 펜디(Fendi).

교사, 제자, 사랑. 이 키워드만 두고 보면 드라마 <로망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기에 배우로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그때의 김하늘과 지금의 김하늘은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그때 만약 <여교사>를 만났더라면 전혀 다른 영화가 완성됐겠지. <로망스>의 김하늘은 덜 익은 사과 같았다. 덜 익어서 단맛도 있지만 쓴맛도 있고, 덜 여물었기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 지금은 그때보다 농익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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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 생의 한 가운데

살아보지 않은 삶을 멋대로 상상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 만용을 부드럽게 받아넘기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징하게 드러내는 일은 그 반대의 극에 가깝다. 한 번 봤을 뿐인, 그 한 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나의 감상은 신세경이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는 데에 편견 하나를 보탤 뿐이다. 신세경이 내가 최근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 사람 가운데 가장 좋은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부러 길게 말을 꾸미기보다 마주 앉아 나눈 대화로 찰나의 신세경을 갈음한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던 <육룡이 나르샤>의 ‘분이’ 캐릭터에 애정이 많았다고 들었다. 극 중 여성의 역할에 고민이 생기는 때인가? 아무래도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지. 한계가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비단 내가 여성이어서, 20대 중·후반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내 역량의 한계일 수도 있다. 그걸 차츰차츰 넓혀가는 게 나의 의미이자 꼬리표다. 상황에 끌려가는 대신 내 책임 아래 얼마나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나느냐가 굉장히 귀한 일인데 그래서 더 분이에게 애정을 많이 쏟았던 것 같다.

예전 인터뷰에서 시 읽는 여배우라고 화제가 됐던 일을 기억하나? 그렇다.(웃음)

여전히 잘 읽고 있는지? 그때에 비해 책을 가까이하지 못한다. 비교적 영화를 더 볼 때가 있고 조금 더 책을 볼 때가 있고 시기별로 한쪽에 치우치곤 하지 않나. 그래도 최근에 제일 좋았던 책을 말하자면, 독일의 여류 작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다.

취향이 확실하다. 아하하. 여.성! 막 이런 게 있지 않나?

 

책에 치우칠 때가 있고 유난히 영화가 와 닿을 때도 있다고 했는데 요즘에 어떤 분야에 빠져 있나?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보는 데 빠져 있다. 예전에 본 작품들을 지금 보니 감흥이 다르고 그런 과정을 거치니까 내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느껴졌다. 새롭고 독특한 지점이었다. 사실 요즘 내 삶은 친구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 하나를 하면 3개월 동안 잘 시간조차 없으니까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여유가 없거든. 지금 친구들과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무척 행복하다.

어떤 친구들인가? 다 학교 때 친구들이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친구들. 모두 직장인이고. 그래서 퇴근시간 되면 우리 집에서 모여 같이 저녁을 해 먹기도 한다. 그때그때 새로운 걸 많이 하려는 강박이 약간 있다. 쉴 수 있을 때 이것저것 해봐야지, 하는.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는 느낌이다.(웃음)

특히 어떤 유의 경험에 제일 호기심이 생기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박이 있었다기보다는 이 시간을 친구들이랑 알차게 보내고 싶다, 데일리 루틴을 벗어나서 뭔가 새로운 걸 해보자 하는 욕심들이 생겼다. 최근에 짧은 일정으로 국내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어디로? 원주에 ‘뮤지엄 산’이라고 있는데 그곳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제임스 터렐이라는 아티스트의 빛과 공간으로 만든 관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거기밖에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하루 일정 비는 직장인 친구랑 같이 고속버스 타고 갔다 왔다. 당일치기로. 너무 좋았다. 고성과 통영에도 갔었다.

막상 가면 기대보다 할 일이 없지 않나? 할 일이 없어도 뭔가 할 일이 있는 느낌이다. 국내 여행을 이렇게 야무지게 다닌 적이 전에 없었다. 사극 촬영지만 갔었는데 이렇게 좋은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기대도 못 했다. 여수 갔을 때 느낀 건데, 그냥 밤하늘만 봐도 좋더라. 밤이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여서. 맛집도 다니고 잘 돌아다닌다. 많이 걷고. 얼마 전에는 고속버스터미널가서 크리스마스트리도 사 왔다. 하하. 서울에서 가고 싶던 동네를 가서 친구랑 하루 종일 돌아다니기도 했고.

 

서울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춥지 않은 계절의 한강을 최근에는 성수동도 너무 좋았다. 아주 유명한 카페가 있지 않나. 거기도 좋고 좋아하는 곳은 사실 많은데 그 동네들이 시기에 따라 변하니까 애정이 그 자리에만 머무는 건 아니더라.

서울이 그런 도시다. 맞다. 변화가 빠르고.

‘나’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고 즐기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게 옳은 방향 같고. 하지만 실제로 완벽하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정말 다녀도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하하하. 이게 팩트고 내가 안달복달하는 만큼 남이 나에게 신경을 안 쓴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래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것 같다.

내 생각만큼 남들은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 중요한 사실인데 그걸 깨닫고 실제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특정한 타이밍에 알았다기보다 시나브로 알았는데, 복인 것 같다. 어쩌면 친구들의 영향일지도 모르고. 실제로 지금도 지하철을 자주 타는데, 한번은 친구랑 연극 시간에 늦을까봐 지하철을 탔다. 몹시 붐비는 시간이었는데 그냥 모자 하나 쓰고 다니면 아무도 모르거든. 많은 인파에 섞여 내가 걸어 올라가는 모습을 친구가 ‘뭔가 웃기다’며 사진으로 찍어줬다. 그런 상황을 즐기기도 하고, 걔들은 그걸 특별한 상황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그냥 우리 모습 그대로니까.

 

말하는 걸 들어보면 댓글 같은 것 때문에 무너지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무너지지. 칭찬이 많으면 너무 좋지만 가끔 객관적인 채찍질이 보일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객관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얼마나 애정을 동반한 일인지 깨달았다. 최근에 한 친구와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렇게 셋이 친구라고 치자. 그중 하나가 이전의 모습과 다른, 비뚤어진 모습으로 자꾸 변하면? ‘너 같으면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이가 벌어지더라도 객관적으로 얘기하겠느냐, 아니면 그냥 참고 두고 보겠느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도 나도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향이라 둘이 머리 맞대고 고민했는데 어쨌든 친구라면 결국 용기를 내서 말해주는 게 맞겠더라. 사이가 멀어지더라도. 그 생각을 하면 채찍질도 애정이 있으니까 해주는 거구나 싶다.

똑같은 일이 있었는데 나는 쓴소리를 했고 결국 관계가 벌어졌다. 그 부분에서 여전히 나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개인의 기준에 따른 문제이기는 하지만 친구가 올바른 길로 가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 거 아닌가.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얘기해준다면 나중에 시간이 흘러 흘러 그 친구가 분명히 그때 쓴소리를 한 우리를 이해할 거다.

 

조절이 필요하겠지. 어떨 때 기분이 제일 좋은가? 아침밥 먹을 때. 하하하.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 ‘아침밥형’ 인간인데, 아침을 먹어야 눈이 트이고 입이 뚫리거든. 아, 요즘 가장 큰 재미는 요리다.

어떤 요리? 제일 자주 하는 요리는 들깨수제비? 반죽해서 하루 숙성해 아침에 똑똑 떼어내는 재미가(웃음) 너무 좋다.

와, 엄마보다 더 정성스러운데? 전날 반죽해 숙성하면 탄력이 다르더라. 하하하.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한다. 특히 아침에!

신세경의 길티 플레저는? 생각해볼까? 음.

예를 들어 나는 이런 거다. 혼자 있을 땐 SES 1집을 들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명반이지, 1집은. 난 CD도 있다.난 카세트테이프도 있다. 난 2집이 카세트테이프로 있다. <드림스 컴 트루>.

나는 심지어 SM타운 캐럴도…. 난 SM타운 캐럴 앨범 다 있다. 푸하하. 내 길티 플레저는 요리책인 것 같다. 요리를 할 때 사전에 연구를 아주 많이 하거든. 근데 친구들한테 선보일 때는 ‘그냥 뚝딱뚝딱 했는데 이렇게 맛있네?’ 하는 느낌으로.(웃음)

사람들, 특히 친구들과의 관계를 무척 중요시하나보다. 그럼.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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