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서예지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와 옐로 와이드 팬츠 모두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스퀘어 이어링 제이미 앤 벨(Jamie & Bell)
화이트 실크 블라우스와 옐로 와이드 팬츠 모두 쟈니 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스퀘어 이어링 제이미 앤 벨(Jamie & Bell)

매달 예쁜 사람을 보지만, 참 예쁘다. 아이돌이었으면 단연 센터다. 하하. 아이돌 진짜 대단하다. 자신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예쁜지 충분히 알고, 어떤 방법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나. 한데 나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아이돌은 못 될 것 같다. 성격이···.

성격이? 안 그래도 주변에서 상남자라고 하던데···.같이 작품을 한 남자 동료들이 그렇게 불렀다. 내가 오빠 소리를 못한다. 실제 나이가 많은 오빠라고 하더라도 누구누구 씨 하고 부르는 어감이 더 좋다. 친해지면 극 중 이름을 부르며 털털하게 행동한다. 워낙 애교가 없기도 하고,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의 팔짱을 끼거나 껴안으면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한 탓에 더 그런 것 같다.

 

오렌지 퍼프소매 니트 풀오버 디올(Dior), 이어링 제이미 앤 벨(Jamie & Bell)
오렌지 퍼프소매 니트 풀오버 디올(Dior), 이어링 제이미 앤 벨(Jamie & Bell)

오늘 인터뷰를 마치고 영화 <다른 길이 있다> 언론 시사회가 있다. 기분이 어떤가? 편집본부터 지금까지 이 영화를 여덟 번은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같이 출연한 (김)재욱 씨는 지겹지도 않느냐고 묻는데 편집마다 미세하게 변하는 느낌을 보는 게 참 좋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편집본이 거듭될수록 영화가 품은 우울한 정서가 덜어지고 조금 더 희망적으로 변했다. 그 점이 좋아서 조창호 감독님께 어떻게 된 건지 여쭤봤는데 영업 비밀이라고 하시더라. 사실 2014년 말에 촬영한 작품이라 개봉을 못 할 줄 알았다. 최근 다시 영화를 보는데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체험을 했다. 추운 겨울에 촬영했는데 당시의 냉기가 떠오르고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조금 우울해지기도 했다.

우울함이 되살아난 건 작품의 톤 때문인가? 작품이 지닌 정서와 당시 내 안의 우울감이 절반씩 섞인 것 같다. 심리적으로 우울했다기보다 차분함에 가까운 우울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마냥 즐거워서는 안 되는 것 같다. 그건 지금도 같은 생각인데, 주변 분위기에 한번 휩쓸리면 공중에 떠 있기 쉬운 직업 같다. 그 시기에는 바닥에 단단히 발을 붙인 채 가라앉으려고 의식적으로 나를 다잡았다.

 

그린 프릴 원피스 에스이콜와이지(S=YZ)

2012년 <감자별 2013QR3>으로 크게 주목받은 뒤 선택한 작품인데 어떻게 저예산 독립영화에 참여할 생각을 했나? <감자별 2013QR3>은 김병욱이라는 워낙 유능한 감독님께 캐스팅됐기 때문에 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배우겠다는 각오로 참여한 작품이다. 귀한 경험이었고, 이후부터는 내 성향과 감정에 맞는 작품들을 선택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들을 해왔던 것 같다.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사도>와 <다른 길이 있다>다. <다른 길이 있다>의 ‘정원’은 죽기 위해 계속 여행을 다니는 아이다. 작품을 하면서 죽음까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 겪는 고통의 질량은 모두 동일하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의 원인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그 크기를 다른 이와 비교하거나 견줄 수 없는 것 같다.

촬영 전후의 개인적인 변화도 컸을 것 같다. 저예산 영화이고 독립영화라고 해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창호 감독님의 예술성을 더 사랑하게 됐고,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매번 감탄한 현장이었다. 적은 예산으로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스턴트 없이 직접 운전하며 극단의 연기를 하는 등 어느 정도의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근데 이조차 말할 수 없이 좋고 설레었다. 촬영하면서 작은 것까지 각자의 힘으로 만드는 우리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희열을 느꼈다. 이런 희열을 맛본 이상 앞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도 계속 유지하게 될 것 같다.

이 정도로 영화와 영화 현장을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며칠 전에는 인스타그램에 영화 <업 포 러브>의 스틸 이미지를 올렸다. <업 포 러브>는 키136cm의 남자와 176cm의 여자가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다. 사회의 고정관념과 편견에 흔들리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았다. 인상적인 장면이 갈등하는 여주인공에게 그녀의 비서가 “겉으로는 그가 작아 보일지 몰라도 정작 난쟁이인 건 당신의 감정이다”라고 일침을 놓는 신이다. 살면서 내 감정은 얼마나 난쟁이었나. 어떤 때는 거인이었고, 또 난쟁이 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그 이후에는 <라라랜드>를 봤다.

 

서예지 화보
화이트 플리츠 터틀넥, 골드 지퍼 장식 스커트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크리스털 이어링 더퀸라운지(THE QUEEN Lounge)

로맨틱 장르를 좋아하나? 공포나 스릴러 장르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사랑을 하고 싶은 건지···. 이전까지는 누군가를 사랑하기보다는 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던 것 같다. 연애는 늘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마음이 조금 열렸다. 로맨틱한 영화에서 남녀가 사랑하는 눈빛, 특히 키스하기 전 나누는 눈빛을 보면 설렌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마음을 더 열어야 한다.

배우 서예지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에게 나를 좀 더 드러내는 일. 아무리 친한 사람 앞이라 해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 드러낼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흔히 연기할 때 ‘너를 버려보라’고 하는데 어떻게 나를 버리나. 내가 난데. 그게 어렵다면 나는 그대로 있고, 버리지 말고 온전히 드러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를 완벽히 드러내 온전히 연기에 쏟아보고 싶은 게 올해의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해 믿는 부분은 무엇인가? 내 모습 그대로 당당하다는 점. 감독님들을 비롯해 누구를 만나든 메이크업을 절대 안 한다. 이건 내 자부심이기도 하다. 치장하고 갖춘 모습도 좋지만 작품이나 연기와 관련한 미팅에서는 온전히 나를 보여주고 싶지 무엇으로든 가리고 싶지 않다. 메이크업이 잘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단단한 사람 같다. 친구가 몇 없다. 애늙은이라서. (웃음) 이순재, 김미경 선생님 등 지인의 평균 나이가 50대가 넘는다. 그래서 시사회나 행사 등 동료를 초대할 자리가 있어도 다 선생님들만 초대하게 된다. 이분들과 아주 잘 맞는다. 지난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결혼도 안 했는데 해본 것 같고.(웃음)

 

베이지 니트 프릴 원피스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골드 이어링 미드나잇모먼트(Midnight Moment)
베이지 니트 프릴 원피스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골드 이어링 미드나잇모먼트(Midnight Moment)

타고나길 단단한 사람도 배우라는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상 수많은 평가와 소문에 흔들리기 마련이다. 자신을 다잡기 위해 주로 무엇을 하나? 파주 같이 탁 트인 곳으로 간다. 그러고는 카페 구석에 앉아 계속 생각한다. 계속. 기분 전환을 위해 클럽에 가는 타입도 아니다. 태어나서 클럽을 단 한 번도 안 가봤다. 어떻게 놀아야 재미있는지, 잘 노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 혼자 있으면 참 외로운데, 이상하게 참 좋다. 나를 다잡고 싶을 때는 불 다 꺼놓고 영화를 본다.

주로 어떤 영화를 보나? <오펀: 천사의 비밀>은 스무 번은 본 것 같다.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의 연출부터 주인공 이사벨 퍼먼의 연기까지 완전히 매료됐다. 유학 갈 때 외장하드에 담아서 가져갔을 정도로 좋아한다. 나를 다잡는 영화가…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라니(웃음) <악마를 보았다>는 일곱 번 봤다. 최민식, 이병헌 선배님의 감정 연기는 단연 최고다.

한데 배우들의 일상은 왜 이렇게 단조롭나. 왜 다들 이렇다 할 게 없나? 나도 잘 모르겠다. 겉으로 보면 이만큼 화려해 보이는 직업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안은 누구보다 멀멀하다. 심심함을 느끼면서도 이 심심함을 유지하려 고 애쓰는 내 모습이 나도 좀 이상하다.(웃음) 가족들이랑 스키장에 가도 리프트 타고 올라가서 커피 마시는 게 스키 타는 것보다 더 좋다. 그래도 동남아시아는 다 돌아보고 싶다. 따뜻한 곳에서 열대 과일을 먹을 거다.

어떤 배우,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지치지 않는 배우. 나이가 들면 체력적으로 지칠 수 있겠지만 생각은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잔소리나 훈계하는 이가 아니라 은근하게 자신의 생각과 지혜를 나누는 그런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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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의 새로운 뮤즈, 아이리스 로

Burberry Liquid Lip Velvet - Campaign Image

요즘 무엇을 하고 지내나요? 현재 학교에서 GCSE 과정(영국의 중등 교육 과정)을 밟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미술과 영어, 생물학인데 아직 직물이나 옷을 만드는 것에 대해 배운 적이 없어서 패션과 섬유 과정도 꼭 해보고 싶어요.

모델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모델 일은 항상 하고 싶었나요? 모델로 일한 지는 이제 1년 조금 안 되었어요. 모델 일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흥미가 있었어요. 최근에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있기는 해요.

모델 일을 즐기고 있나요? 네, 정말 즐기고 있죠.

영감을 받은 모델이 있나요? 잡지나 사진집을 볼 때 다른 모델들의 사진을 보면 감탄이 나와요. 하지만 영감을 받기 위해 특정한 모델을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당신의 친구들은 이런 당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독창적이고 명랑한, 하지만 야심 있는 사람이라고 할 것 같아요.

 

새롭게 선보이는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 캠페인의 얼굴이 되었어요. 처음으로 뷰티 캠페인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어떤가요?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 캠페인은 제 첫 광고 캠페인이기도 해요. 그래서 캠페인의 주인공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흥분됐었죠.

버버리 캠페인에 처음으로 나오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버버리는 정말 아이코닉한 영국 브랜드에요. 버버리 패밀리의 일원이 되고, 또 글로벌 캠페인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 영광이에요.

 

촬영할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나요? 촬영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고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버버리의 여러 의상들을 입어보는 것도 즐거웠죠. 그때 입었던 카키 그린 컬러의 봄버 재킷을 선물 받았는데 너무 좋았어요! 웬디 로웨가 제게 메이크업을 해준 것도 영광이었죠.

촬영장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웬디 로웨가 메이크업에 대해 조언도 해주었나요?  웬디 로웨가 리퀴드 립 벨벳을 이용한 다양한 립 컬러를 연출해 줬는데요. 특히 No.41 밀리터리 레드와 No.53 옥스블러드로 연출한 레드 립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저녁 약속이 있을 때마다 레드 립 메이크업을 해요. 웬디 로웨가 제게 레드 립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줬고, 리퀴드 립 벨벳으로 예쁘게 연출하는 법도 알려주었거든요. 또 페이스 컨투어 펜 미디움 컬러를 사용해 윤곽 메이크업을 연출하는 법도 알려줬어요. 제품을 어디에 바르는지 핸드폰으로 찍어놓아서 저 혼자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게 됐죠. 이제는 메이크업을 할 때마다 항상 컨투어링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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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의 어떤 점을 가장 좋아하나요? 캠페인을 촬영하기 전에는 립 컬러를 잘 사용하지 않았어요. 입술 모양을 말끔하게 마무리하는 데에 힘이 들고 모양도 잘 잡혀있어야 하고. 가끔은 얼룩져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리퀴드 립 벨벳은 달랐어요. 사용하기 쉽고, 사용했을 때 제 입술이 예뻐지는 것을 알게 됐으니까요. 이제 립 컬러 바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하게 됐어요.

버버리 리퀴드 립 벨벳 컬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No.53 옥스블러드와 No.49 브라이트 플럼이요.

머스트 해브 컬러로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어두운 레드 컬러인 No.53 옥스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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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립 벨벳을 잘 바르는 자신만의 팁이 있나요? 리퀴드 립 벨벳을 아랫입술 중간 쪽에 바르고 손가락으로 살짝 펴주면 가볍게 발라져요. 리퀴드 립 벨벳은 컬러가 또렷하니까. 이렇게 바르면 원하는 정도의 컬러로 조절할 수 있죠.

이제 케이트 모스, 카라 델레바인, 릴리 제임스와 함께 버버리 패밀리의 일원이 되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케이크, 카라, 릴리의 뒤를 이어 버버리 패밀리의 일원이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모델 일을 계속 할 건가요?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나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제게 주어지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즐길꺼에요. 2017년에는 학업과 더불어 뭔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어요.

 

Liquid Lip Velvet - Behind the Scen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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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의 변수

 

수트, 니트 스웨터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반지 페르테(xte)
수트, 니트 스웨터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반지 페르테(xte)

우리의 삶은 온갖 변수로 가득하다. 내일의 일을 오늘 예측할 수 없고, 당장 오늘의 일도 어디선가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그 변수들이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조작된 세상이 있다. 그 세상에서 조작된 변수에 갇혀버린 한 평범한 백수가 싸움을 시작한다.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조작된 도시>는 조작된 상황에서 누명을 쓰고 부당하게 살인자로 몰린 한 평범한 남자가 사건을 헤쳐나가는 이야기다. 지창욱이 게임 속 세상에서는 승승장구하는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PC방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게임에 몰두하는 백수 ‘권유’를 연기한다.

배우에게는 모든 작품이 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씩씩한 청년 ‘동해’는 <기황후>의 나약한 왕을 지나 <힐러>에서는 강인한 히어로가 되었다. 그리고<THE K2>의 용병 출신 경호원으로 그의 액션 연기에 정점을 찍었다. 그렇게 필모그래피가 예상치 못한 색깔로 촘촘히 채워지는 동안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는 스타가 되었다. 배우의 옷이 어색했던 순간은 지났고, 이 길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던 시간은 이제 경험이자 지금을 위한 에너지가 되고 있다. 그 에너지 덕분에 함께 작품을 하는 사람들과 힘들 때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어머니와 친구들 (반려견도 큰 힘이 된다고 한다)의 위로와 응원으로 비우기와 채우기를 부지런히 반복하며 지창욱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지창욱은 복한 삶을 기대한다.

“전 배우이기 전에 사람이잖아요. 예전에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 답은, 글쎄요. 아직 모르겠어요. 다만 이거 하나는 알겠어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것이요.”

 

지창욱 화보
블랙 니트 스웨터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블랙 쇼츠 노이어(Noirer),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오늘 <조작된 도시> 제작 발표회가 있었다. 주연을 맡은 첫 영화이니 긴장되겠다. 어제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을 만큼 긴장됐다. 무엇보다 영화가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만화 같은 요소가 꽤 많은 작품이어서 시나리오의 텍스트만으로는 명확히 떠오르지 않는 장면이 있어 상상에 기대 연기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어떻게 구현되었을지 확인하고 싶다. 아직 개봉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CG가 완성되지 않아 최종본을 보지는 못했다. 박광현 감독님의 색깔이 워낙 독특해 더 궁금한 것 같다. <조작된 도시>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것도 감독님 때문이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첫 주연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는데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설득되었다. 박광현 감독님이라면 내 생애 첫 영화를 신나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의 출연으로 거둘 수 있는 배우로서의 성과가 있다면 뭘까? 첫 영화 촬영을 무사히 마치는 경험을 했다는 것, 영화 촬영을 하며 만난 배우와 스태프들을 얻은 게 나에게는 성과다. 물론 흥행하면 좋겠지만 그건 바람일뿐이다. 관객의 선택을 받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정말 기분 좋은 일이겠지. 잘되면 좋겠지만 큰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박광현 감독으로서도 <웰컴 투 동막골> 이후 첫 작품이니 부담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서로의 부담감이 좋은 에너지를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감독님의 부담감이 훨씬 크지 않았을까? 감독님은 대단히 꼼꼼한 분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기 때문에 감독님이 오케이 하면 믿음이 생긴다.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이였지만 감독님을 믿고 함께 촬영하는 동료, 스태프들을 보며 위안을 얻고 안심했다.

 

블랙 수트와 카디건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블랙 수트와 카디건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이번에도 액션이 키워드다. <힐러>부터 <THE K2>까지 어느 순간 액션이 지창욱의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키워드가 되었다. 그 점은 사실 나도 놀랍다. 의도한 건 아니다. 다만 흘러가는 대로 상황에 맞게 작품을 고르고, 그 작품에 내가 선택되고 그렇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다 보니 이렇게 됐다. 오히려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액션 외에 보여줄 것이 많다. 나에게 더 재미난 일이 많이 벌어지겠지. 조금이라도 몸이 성할 때 액션 연기를 마음껏 해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웃음) 액션의 즐거움은 통쾌함인 것 같다. 시원시원한 재미가 있고 보기에도 화려하고 멋지지 않나. 어찌보면 액션은 나에게 로망 같은 거다. 어릴 때부터 견자단의 <정무문>을 좋아했는데 보면서 따라 했던 기억이 난다.

액션영화의 즐거움은 통쾌함이기도 하다. <조작된 도시>도 관객에게 그런 통쾌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어떤 오해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백수가 된 주인공과 그 주변사람들이 권력과 싸우고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고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굉장히 유쾌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의 통쾌함이 관객에게 전달되고 세상이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늘 멋지고 흠결 없는 주인공이 아니라 뭔가 결핍과 아픔을 가진 인물을 연기해왔다. 그런 인물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결핍 없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부족한 게 없는 게 결핍이 될 수도 있고. 한 캐릭터를 대할 때도 저 사람은 과연 뭐가 부족한 사람일까 생각한다.

당신은 무엇이 결핍된 사람인가? 음, 어떨 때에는 사랑이 부족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주는 것이든 받는 것이든.

 

지창욱 화보
셔츠 노앙(Nohant), 팬츠 코스(COS), 슈즈 리갈(Regal)

지난 몇 년간 쉬지 않고 바쁘게 지냈다. 중국에서 활동한 것도 그렇고. 끊임없이 일했다. 계속 소진하고 고갈되면 다시 충전하려 하고. 그게 정서적인 것이든 체력적인 면이든. 얼마큼 충전하고 얼마큼 쓰느냐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는 쉴 때면 시간이 한없이 많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시간이 충분치 않아 나만을 위해 잘 쓰고 싶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친구가 ‘야, 나와. 이거 하자’ 하면 하고 싶지 않아도 특별히 할 일이 없어서 따랐는데 이제는 내가 좀 더 주도적으로 뭔가 하자고 제안한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잘 따라준다.

요즘은 어떤 것으로 고갈된 자신을 채우나? <THE K2>가 끝난 때가 연말이어서 술자리가 아주 많았다.(웃음) 3주 가까이 술에 빠져 지내다 슬슬 술이 아닌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했는데, 이제 밥도 먹을 만큼 먹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영화 홍보 일정도 많고. 쉴 때는 살을 많이 찌우는 편이다. 일부러 그러기보다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굳이 식단을 조절하지 않는다. 요즘은 다시 술 대신 차를 마시고 하루에 두 끼 혹은 세 끼만 먹고 있다.(웃음)

그간 지창욱이라는 배우의 입지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런 변화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사실 난 그런 변화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내 생활이 달라질 건 없으니. 여전히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삶이 드라마틱하게 변할 것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오랜만에 한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내게 예전에는 마냥 애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하더라. 난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그런 말에 좀 슬퍼지더라. 나이가 들어도 철없이 살고 싶거든.

 

지창욱
블랙 트렌치코트, 블랙 쇼츠 모두 노이어(Noirer), 블랙 슬리브리스 톱과 슈즈 모두 릭 오웬스(Rick Owens)

예전에는 갑자기 충동적으로 정동진에 가려고 차를 타고 나갔다가 휴게소에서 잠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맞다. 한여름이었지. 휴게소에서 자고 부산에 갔다.

요즘은 시간이 없으니 그런 일탈을 하기도 어렵겠다. 거의 할 수 없기는 하지만 며칠 전에 친구와 일본에 다녀왔다. 친구와 나 모두 뭔가 답답해서 기분 전환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일본으로 떠났다가 어제 돌아왔다. 온천에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같이 떠나줄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떠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람은 누구나 기복이 있지않나. 배우로서 내가 과연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에는 그저 연기하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또 한 개인으로서 외롭다가도 다시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는데 유독 지난 연말에 한없이 처졌다. 그래서 어머니랑 태국에 다녀왔다. 군대 가기 전 어머니와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배우가 된 건 잘한 일 같은가? 물론이다. 여전히 고통스러운 순간이 더 많지만 고통의 순간을 거쳐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무대 위에 오르면 잠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마치 오르가슴처럼. 그 순간의 느낌을 상상하며 힘들게 작업하고 밤을 새우고, 작품을 위해 운동하고 연습하며 고통을 이겨낸다. 이제는 촬영 현장도 예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신인일 때에는 역할에 집중하지 못할까 봐 촬영장에 가기 이틀 전부터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연기한 ‘미풍’이는 실제 나와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여성스럽고 뜨개질 좋아하고.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골방에 틀어 박혀서 미풍이라면 이럴 거다, 저럴 거다 상상하고 행동했다. 이제는 내가 작품 속 캐릭터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사람처럼 보이도록 거짓말을 잘해야 하는 거다. 슬프지 않아도 진짜 슬프게 더 디테일하게 계산하는 거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진실되고 진심이어야 하는 거지.

 

지창욱 화보
셔츠와 팬츠, 카디건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20대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구나. 서른 살이 되면서 과연 크리스마스에 온전히 쉰 날이 얼마나 될까, 내 생일을 촬영장에서 보내지 않은 적은 몇 번이나 될까, 연말에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게 언제일까 생각해봤는데 많지 않더라.

20대가 지나기 전에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실제로 바이크를 타는 게 취미가 됐다. 대단한 여행을 다녀온 건 아니지만 봄과 초여름, 가을에는 바이크를 타고 다닌다. 친구와 함께 서울 근교에도 가고 이탈리아에 여행 가서도 바이크를 타고 다녔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도 있는데 계속 뭔가를 한다. 무언가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한다. 바이크를 타고 친구를 만나지만 친구와 만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당신의 시간은 빈틈없이 꽉 채워지는 것 같다.  <THE K2>를 촬영하며 <그날들> 무대에도 오르지 않았나. 그 와중에 한강에서 치맥 팬미팅도 했다. 언젠가 퍼포먼스나 이벤트로 채우는 팬미팅이 아니라 편하게 치맥을 먹고 큰 스크린으로 드라마도 함께 보며 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에 그럴 수 있었다. <그날들>은 무리한 스케줄이기는 했지만 작품에 애정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컸다. 스케줄을 위해 배려해준 <THE K2> 팀과 <그날들> 팀에 고맙다. 이게 사실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인데 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고 그렇다.

올해 군대에 간다. 긴 공백을 앞두고 있으니 불안할 수도 있겠다. 다녀오면 더 편하지 않을까? 젊은 친구들과 함께할 테니 새로운 경험이 되겠지. 물론 다양한 사람이 있을 테고 괜히 내게 못되게 구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뭐 내가 잘못하지도 않는데 괴롭히기야 하겠나. 비록 나이 차가 많이 나겠지만 오히려 그들을 보며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입대하기 전에 아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작품 하나만 더 하고 싶다.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모두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모두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슈즈 쥬세페 자노티(Giuseppe Zan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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