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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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소개팅을 했다. 상대가 마음에 들어 두어 번 더 만났다. 남자는 차가 있었다. 창을 짙게 선팅한 외제 차였다. 친구도 차가 있어서 데이트할 때는 서로 번갈아 차를 몰고 나왔다. 그런데 그가 운전하는 차를 두 번쯤 탔을 때 친구는 알게 되었다. 남자는 운전에 영 소질이 없었다. 골목에서 대로로 나올 때면 끼어들지 못해 차 앞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영겁(!)의 세월을 보내고, 주차할 때는 그 어떤 방해물도 없건만 전진과 후진을 기본 다섯 번은 반복하며 탑승자의 멀미를 유발했다. 그들의 마지막 데이트에서 둘은 차를 타고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가 급격히 속도를 줄이더니 조수석에 앉은 친구에게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혹시 전신주에 닿지는 않을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사이드미러와 전신주 사이엔 공간이 있었다. 그것도 드넓은, 두 사람이 일렬종대로 팔을 휘두르며 지나가고도 남을 법한 공간이었다. “내 심리적 시선으로는 뭐랄까, 마치 광활한 호남평야가 펼쳐진 듯한 거리였어. 전신주가 한두 뼘도 아니고 그야말로 ‘아득히’ 멀리 있더라. 내가 창문을 내리니까 옆에서 닿느냐고 재차 묻는데 그 남자에겐 미안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어. 참 차가 아깝소, 이 양반아.” 그를 보며 친구는 몸치, 음치처럼 ‘운전치’도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은 운전 못하는 남자와는 이어질 수 없다는 것도. 결국 그녀는 외모 준수하고 성격 밝으며 번듯한 직장까지 가진(친구는 그가 영업직이 아니라 참 다행이라고 했다) 그 남자를 기어이 내치고야 말았다.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인터넷에서 지금도 전설 아닌 전설로 기억되는 한 남자의 글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여자와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는 남자는 데이트 패션을 점검해달라며 자신의 사진을 올렸다. 터보 혹은 지누션을 떠올리게 하는 ‘토토가’ 스타일의 물 빠진 힙합 바지에 등산복으로 의심되는 폴라플리스 집업 티셔츠를 입은 그의 위용(!)에 놀란 수많은 남녀 네티즌이 한마음으로 달려들어 이러지 마시라고 만류했었다. 결국 옷장의 모든 옷을 샅샅이 수색하는 장고 끝에 네티즌은 글쓴이에게 겨우 푸른 셔츠에 일자 청바지를 입힐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꾸미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남자의 수더분한 매력을 좋아하지만, 글쓴이가 힙합 바지의 대안이라며 제시한 찢어진 7부 청바지를 보니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문득 모자를 즐겨 쓰던 예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야구 모자였으면 참 좋으련만 그는 꼭 헌팅캡, 빵모자를 골랐다. 그래, 베레모 쓰고 안 나타나는 게 어디야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 적도 있었으나, 그가 빵모자에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브이넥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날엔 기어이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나 자신을 저주하고 말았다. 자신도 만족하고 남들도 보기 좋게 멋 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가 원망스러웠다.

남자든 여자든 연애 상대에 대한 기대치는 제각기 다르다. 똑똑한 사람이 좋다거나, 운동 못하는 사람은 별로라거나, 요리 잘하는 사람이 좋다거나, 말주변 없는 사람은 싫다거나.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상대방의 서툰 모습이 치명타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벌레 못 잡는 남자는 사절이다. 이유는 하나다. 내가 못 잡기 때문이다. 같이 사는 남자와 해충 앞에서 쌍으로 비명을 지르며 오두방정을 떠는 공포스러운 상황은 피하고 싶다. 이기적이라 욕해도 이것만은 타협하기 어렵다. 한편 못 말리는 해산물 덕후인 친구는 하필 바다에서 나온 건 무엇이든 손도 못 대는 남자친구를 두었다. 그간 데이트할 때 못 가는 횟집은 다른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는 식으로 타협해온 그녀와 남자친구는 단둘이 놀러 간 제주도에서 결국 위기를 맞고 말았다. 친구는 자신의 간청에 여행 마지막 날 겨우 횟집에 갔지만, 그 맛있는 고등어회와 갈치조림을 앞에 두고도 밑반찬만 뒤적이는 그의 모습이 못 견디게 미웠다고 한다. “난 몰랐어. 갈치를 먹는지 못 먹는지까지 따져가면서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 말이야. 따지고 보면 회를 못 먹는 게 그 사람 잘못은 아닌데.” 그녀는 이런 심경을 그에게 말하자니 왠지 치사해 보이고, 입 다물자니 억울한 기분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사실 피차 미생의 삶을 사는 인간일 뿐인데 좀 못하는 게 있으면 어떤가 싶다. 옷이야 철마다 사다 입히면 되고, 운전은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된다. 벌레를 못 잡는 건 여전히 큰 문제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그와 함께 벌레가 스스로 떠날 때까지 마실이라도 다녀오련다. 하지만 어떤 미숙함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들기도 한다. 최근 결혼 3년 만에 이혼에 이른 지인의 사례가 그렇다. 지인의 남편은 연애 시절에도 주변 사람들의 부탁으로 보험을 네댓 개씩 드는가 하면 종종 잡상인에게 바가지를 쓰고 쓸모없는 물건을 사오곤 했다. 심성이 고운 탓이려니 좋게 생각했지만,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억대의 빚을 지게 되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벌인 친구의 채무보증을 선 것이다. 그녀는 거절을 못하는 남편의 심약한 성미를 알면서도 무심히 흘려보냈다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시무시한 결말이지만 요지는 이거다. 남자 분들, 이런 건 절대로 못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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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식물

1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나무. 2 넝쿨과 식물인 야생초 보리싸리. 가지가 곡선을 그리며 힘 있게 뻗는다. 3 여름을 나면 빨간 열매가 열리는 보리수나무. 열매와 잎은 약재로도 사용한다. 4 6~7월에 열매를 맺는 블루베리나무는 열매가 많이 달려 여름 내내 싱싱한 블루베리를 맛볼 수 있다.
1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나무.
2 넝쿨과 식물인 야생초 보리싸리. 가지가 곡선을 그리며 힘 있게 뻗는다.
3 여름을 나면 빨간 열매가 열리는 보리수나무. 열매와 잎은 약재로도 사용한다.
4 6~7월에 열매를 맺는 블루베리나무는 열매가 많이 달려 여름 내내 싱싱한 블루베리를 맛볼 수 있다.
5 작은 꽃들을 한 송이씩 꽂기 좋은 수반에 클레마티스, 앤슈리엄, 블루베리를 담았다. 수반은 1304 플라워 스튜디오. 글라스는 이딸라. 6 에어 플랜트로도 키울 수 있는 박쥐란. 반음지에서 잘 자란다. 7 길쭉한 잎과 단단한 줄기 끝에 보리 이삭을 닮은 작은 열매가 열리는 유니폴라.
5 작은 꽃들을 한 송이씩 꽂기 좋은 수반에 클레마티스, 앤슈리엄, 블루베리를 담았다. 수반은 1304 플라워 스튜디오. 글라스는 이딸라.
6 에어 플랜트로도 키울 수 있는 박쥐란. 반음지에서 잘 자란다.
7 길쭉한 잎과 단단한 줄기 끝에 보리 이삭을 닮은 작은 열매가 열리는 유니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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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파인애플과 식물인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흙 없이 나무나 공중에 매달려 자란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1~2회 30분씩 물에 담가주는 것이 좋다. 2 틸란드시아 이오난사와 함께 공기 정화 식물로 사랑받는 틸란드시아 안드레아나는 잎이 가늘어 과하게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1, 3 파인애플과 식물인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흙 없이 나무나 공중에 매달려 자란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1~2회 30분씩 물에 담가주는 것이 좋다.
2 틸란드시아 이오난사와 함께 공기 정화 식물로 사랑받는 틸란드시아 안드레아나는 잎이 가늘어 과하게 건조하거나 습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4 반짝거리는 초록 잎에 은백색 잎맥이 뚜렷해 여름과 잘 어울린다. 아펠란드라.
4 반짝거리는 초록 잎에 은백색 잎맥이 뚜렷해 여름과 잘 어울린다. 아펠란드라.
5 수경 재배도 가능한 셀로움. 6 흙에서 키울 경우 줄기 끝에 아스파라거스 촉이 올라온다. 이국적인 잎사귀를 감상하고 싶다면 줄기를 조금 떼어내 재배를 해도 좋다. 7 연못이나 어항 등 물에 띄워 키우는 워터레터스. 8 덩굴과 식물인 인동. 6~8월 사이 꽃을 피운다.
5 수경 재배도 가능한 셀로움.
6 흙에서 키울 경우 줄기 끝에 아스파라거스 촉이 올라온다. 이국적인 잎사귀를 감상하고 싶다면 줄기를 조금 떼어내 재배를 해도 좋다.
7 연못이나 어항 등 물에 띄워 키우는 워터레터스.
8
덩굴과 식물인 인동. 6~8월 사이 꽃을 피운다.
. 9 여름에 작고 동글동글한 흰 꽃을 피우는 다루마수국나무. 10 이국적인 형태가 매력적인 자바나무.
9 여름에 작고 동글동글한 흰 꽃을 피우는 다루마수국나무.
10
이국적인 형태가 매력적인 자바나무.
 COOPERATION 1304 플라워 스튜디오 (070-4135-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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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브라질리언 왁싱하는 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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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털 정리, 브라질리안 왁싱에 대한 이야기다. 그곳이 어디냐고 굳이 물으신다면 음부란 두 글자를 쳐야겠지. 브라질리안 왁싱, 아직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동영상으로 구경은 했다. 보다 보면 생닭이 생각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아픔을 생각하면 으으으. 뭐 보여줄 곳도 딱히 없기도 했고, 천성이 털털한 탓에 수북한 채 살아온 나날들. 밀림 정복의 그날을 막연하게 상상하며 “너도 거기 털 정리해?” 지인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아도 체모 뜯기는 아픔을 마다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할 용기를 품은, 혹은 이미 정복한 용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 그렇지, 대부분 허벅지 사이에 열대 원시림을 키우고 있었다. 브라질리안 왁싱은커녕 비키니 왁싱조차 경험자가 드물었다. 이따금 겨드랑이 잡초들은 정리해주긴 해도 말이다. 그러나 원시림 사이, 조경 정원을 가꾸는 독보적인 문명인이 있었으니, K다. 브라질리안 왁싱 경력 3년 차, 처음엔 전문 숍에서 관리받다가 이제는 셀프 왁싱 제품 주문해 혼자서도 척척 잘해내는 K의 말을 듣다 보니 브라질리안 왁싱, 이거 솔깃하잖아.

“한번 맛들이면 신세계가 따로 없어. 냄새랑 질염도 확 줄고, 무엇보다 편하니까.” 그렇다. 위생에 좋단다. 순전히 미학적인 관점에서만 왁싱을 바라보다가 실용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이것 참, 뭐랄까. 겨드랑이 털 나풀대며 춤추는 탕웨이가 된 심정이다.

받아보고는 싶은데 체모가 뜯기는 그 아픔까지 사랑하기엔, 좀. K에게 용기 없음을 자백하자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진다. “꼭 올 누드로 하지 않아도 되고 트라이앵글이나 하트 등 여러 타입을 택할 수 있으니 전문 관리 숍에서 눈 딱 감고 일단 한번 받아봐. 체모가 다시 나기 시작하면, 팬티에 와 닿던 그 보들보들 맨살의 감촉이 그리워질걸. 게다가 계속 받다 보면 체모 굵기도 얇아지고 그다지 아프지도 않아. 외국에선 에티켓의 하나라잖니. 말 나온 김에 예약 잡을까?”

가격은 올 누드가 15만원, 트라이앵글이 12만원 선이다. 전용 왁싱 제품을 사용해 혼자 할 경우, 왁스 비용이 4만~5만원 선. 단, 남이 해주는 것보다 조금 더 아프니 첫 경험은 숍에서 하는 편이 좋단다. 듣다 보니 예상보다 가격이 높기도 하고, 여전히 망설여진다. 바로 그 감촉을, 그 모습을 나 아닌 타인도 사랑할까? 또 대중목욕탕이나 수영장 갈 땐 어떻게 하지? 하는 문제가 마음에 남는다. 여긴 캘리포니아도 아니고, 있는 털 괜히 뽑아서 시원하게 정리해놓았다가 남자들에게 대번에 ‘까진 여자’로 보이진 않을까 노심초사가 발목을 잡은 순간, “아냐, 밤이 달라져. 남자들, 뭘 그런 것까지 정리하냐고 정색하다가 막상 정리한 모습을 보잖아? 그럼 엄청 달려들어. 야동 같기도 하고 암튼 느낌이 색다르대”라는 간증에 그냥 넋이 나가버린다.

지옥의 고통 뒤에는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니, 단테의 <신곡>에 버금가는 철학이 브라질리안 왁싱에는 담겨 있었구나. 그 아픔, 그 고통을 감수하며 지구상의 많은 여자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했던 거구나. 왜 그걸 몰랐지, 섹시한 속옷으로 커버해봤자 원초적인 미 앞에선 모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무엇보다 내 마음을 움직인 가장 확실한 이유는, 왁싱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질색할 줄 알았던 남자친구의 반응 때문이었다. “흠,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다. 결심했다. 지옥을 거쳐 신세계로 승천해보자고. 뭘 하든 시도는 좋은 거니까. 당분간 휑한 아랫도리로 새해를 말끔하게 맞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새해의 작심은 삼 일을 못 가는 것이 통설이지만, 새해맞이 왁싱은 해놓으면 적어도 석 달은 갈 테니 이것 또한 나름 뿌듯한 선택과 투자 아니겠는가. 석 달 이후, 다시 무성해질 열대 원시림은….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