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ffel Savoir Faire

 

샤넬의 이번 2017/18 가을/겨울 오뜨 꾸뛰르 컬렉션은 파리의 상징, 에펠 탑을 38m 높이로 재현한 그랑 팔레에서 열렸죠! 칼 라거펠트는 에펠탑에서 파리 여성의 스타일에 대한 영감을 얻어 이번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파리의 여성이 되살아난 모습과도 같아요. 컷과 형태, 실루엣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지요. 라인이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고 그래픽적인 형태를 띠고 아주 모던하죠.”

라거펠트는 롱 튜닉이나 크롭트, 더블 브레스트 디자인의 트위드 재킷을 입고 모자와 싸이하이 부츠 또는 부티를 스타일링 해 그만의 파리지엔느 스타일을 선보였답니다. 재킷의 소매를 볼록하게 표현하거나 깃털 다발을 만들어 퍼(fur)처럼 곳곳에 장식했는데요, 이 놀라운 컬렉션 피스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볼까요?

Dior’s Paradise


디올 하우스

70주년 전시 중세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유럽 예술 양식이 살아 숨 쉬는 파리 장식미술관(The Musée des Arts- Décoratifs-Paris). 지난 7월 3일 이곳은 온전히 디올을 위한 장소로 꾸며졌다. 디올 하우스 설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위해서였다. 이 전시에서는 크리스찬 디올이 1947년에 처음 선보인 작품부터 디올 창립 이래 협업해온 이브 생 로랑, 마크 보앙, 지안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라프 시몬스 그리고 현재 디올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작품까지 접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디올 메종의 명맥을 잇도록 도와준 유산을 전부 공개한 자리인 셈. 70년 전부터 간직해온 디올 메종의 클래식한 사진, 창작의 고뇌가 엿보이는 아이디어 북과 드로잉 스케치, 당대를 상징하는 디올 쿠튀르 드레스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디올의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를 그대로 옮겨온 듯 장인들이 테이블에 앉아 수제 제작 공정을 여과 없이 보여줘 이목이 집중되기도. 해 질 무렵 미술관 정원에서는 평화로운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오프닝 파티가 열렸다. 정원의 발 닿는 곳마다 초대형 미스 디올 향수, 쿠튀르 드레스를 입은 여성 모양의 토피어리가 장식돼 있었고 여성들은 소녀처럼 환호하며 플래시를 연신 터뜨렸다. 칵테일에 취했는지, 아름다운 음악과 작품에 취했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환상적인 디올 파라다이스가 거기 있었다.

 

따스한 산호색 하늘이 대지 위로 스며들 무렵 나탈리 포트만, 제니퍼 로렌스, 벨라 하디드 등 디올 뷰티 뮤즈들을 비롯해 로버트 패틴슨, 카라 델레바인, 공효진, 엘리자베스 올슨, 올리비아 팔레르모, 키아라 페라그니, 안젤라 베이비, 장쯔이 등 전 세계의 셀러브러티들이 도착해 디올의 70번째 생일을 축하했다. 디올의 우아하고 대담하며 섬세한 감성을 동경해왔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길. 전시는 2018년 1월 7일까지 이어진다.

 

“내 꿈은 여성들을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랑의 향기

디올 갤러리, 디올과 포토그래퍼, 디올 가든, 뉴 룩 등 총 23개의 테마로 구성된 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디올 쿠튀리에와 퍼퓨머’와 ‘디올 아틀리에’, ‘컬러 라마’ 섹션을 소개할 계획이다. 그러기 전에 디올 메종의 모든 것을 내포하는 최초의 향수, 미스 디올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스 디올로 말하자면, 출시 당시 ‘뉴 룩의 실루엣만큼 혁명적인 무형의 표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우아하고 산뜻한 그린 시프레 향은 마치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듯 일렁이며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나의 드레스들이 보틀에서 나와 여성들에게 꿈의 향기를 입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스 디올을 창조했다.” 크리스찬 디올의 말처럼 미스 디올은 ‘쿠튀르 향수’라는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비로소 여성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정립한 것이다. 이름에 얽힌 비화도 재미있다. 어느 날 몽테뉴가의 살롱에서 무슈 디올이 스타일리스트 미차 브리카드(Mitzah Bricard)와 머리를 맞대고 디올의 첫 향수에 적합한 이름을 찾고 있었다. 때마침 무슈 디올이 가장 사랑하는 여동생 캐서린이 살롱으로 들어왔고 그녀가 풍긴 상쾌한 공기가 살롱을 메웠다. 그 모습을 본 미차가 “저기 미스 디올이 오네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무슈 디올이 무릎을 치며 “미스 디올! 그게 바로 이 향수의 이름이에요!”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웃음과 애정이 꽃핀 순간, 미스 디올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프로방스의 소녀, 남쪽을 위해 노래하다

“미스 디올은 프로방스의 저녁이 만들어냈습니다. 반딧불이가 날고, 갓 피어 난 쟤스민이 밤과 땅의 멜로디를 노래했죠.” 크리스찬 디올 가족은 1920년대부터 남부 그라스의 풍광을 사랑했다. 특히 풍요로운 햇살을 받고 자란 지중해 식물이 내뿜는 이국적인 아로마에 깊이 매료됐다. 무슈 디올이 1947년 파리에서 여성의 마음에 진정한 평온과 기쁨을 선물하는 향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라스에서 풍부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터. 무슈 디올은 1950년 몽토루(Montauroux)의 샤토 드 라 콜 누아르(Château de La Colle Noire)를 인수하며 그토록 열망하던 남쪽 땅을 얻었고 이 땅에 여동생 캐서린과 함께 라벤더, 바이올렛, 재스민 등 갖가지 꽃을 심었다. (그중 그라스 로즈는 수천 그루였다!) 그리고 2006년 디올 하우스의 퍼퓨머-크리에이터로 임명된 프랑수아 드마쉬는 이곳에 ‘원조’ 미스 디올, 캐서린의 장미인 메이 로즈를 다시 심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된다. 현재의 미스 디올인 나탈리 포트만은 이 낙원에서 꽃을 감상하는 휴가를 즐긴다고 한다. 이렇듯 그라스 장미는 끝없이 순환하여 미스 디올의 보틀 안에서 천진한 프로방스의 소녀처럼 살아 숨 쉬고 있다.

 


“여인의 향수는 그녀의 손글씨보다도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여성이 행복해지는 드레스, 미스 디올

“향수는 모든 드레스의 마지막 터치입니다.” 무슈 디올은 향기가 나지 않는 드레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1947년 첫 컬렉션인 ‘뉴 룩’을 공개하는 날 살롱에 온통 미스 디올 향수를 뿌릴 만큼 미스 디올은 디올의 컬렉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에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파우더 타입 향수가 유행했을 때라 미스 디올은 향수업계에 전환점을 가져온 혁신의 아이콘이나 다름없었다. 산뜻하고 우아한 그린 시프레에 이끼류와 라브다넘, 파촐리로 구성된 웜 노트, 가드니아와 갈바넘의 플로럴 어코드를 더한 것이 미스 디올의 첫 향기. 외형은 어땠을까? 최초의 미스 디올은 곡선의 유려함이 부각되는 앤티크한 암포라 보틀에 담겼다. 잘록한 허리, 풍성한 힙을 강조했던 뉴 룩을 형상화한 디자인이었다. ‘향수병을 수트처럼 재단해달라’고 한 무슈 디올의 주문은 아직까지 지켜지고 있다. 하운드투스 패턴이 음각된 견고한 유리병, 보틀 넥에 감긴 세련되고 장난스러운 보 (bow)는 디올 하우스의 상징적인 코드. 블랙 그로그랭 소재의 보, 모던한 메탈 보, 그레이스 켈리부터 현재 미스 디올의 뮤 즈 나탈리 포트만을 위해 수작업으로 만든 프레스티지 에디션의 보까지, 18세기의 디자인을 고수한 채 대담하고도 섬세한 변화를 거듭해온 미스 디올의 유산을 디올 쿠튀리에-파퓨머 룸에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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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아틀리에

섬세한 수제 레이스 보우를 장식한 2015년 미스 디올 프레스티지 에디션.

디올 아틀리에

1백개의 캔버스 천으로 감싼 바닥과 천장에 크리스찬 디올의 스케치 원본과 컬렉션 차트를 전시한 디올 아틀리에. 이 순백의 공간은 유난히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곳곳에서 오트 쿠튀르 재봉사와 패턴사, 미스 디올 장인들의 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 특히 미스 디올의 장난기 어린 보를 완성하는 과정이 꽤 흥미로웠다. 장인의 손끝에서 막 완성된 미스 디올들을 들여다 보니 보의 모양이 조금씩 달랐고 저마다 생동감이 넘치는 꽃 같았다. 디올은 모든 작품에 풍부하고 정교한 플로럴 코드를 가미 하는데, 이 정신은 미스 디올 프레스티지 에디션에 감긴 보에서 극대화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2016년에는 크림 컬러 새틴 보에 은방울꽃과 미모사를 수놓았어요. 다양한 색의 크고 작은 비즈들이 모여 꼭 풍성하게 피어난 꽃처럼 보이죠.” 이처럼 섬세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장인들은 딱딱한 판자에 먼저 수를 놓아보는 등 까다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매끄럽고 작은 리본 안에 정교한 자수를 놓는 것, 수백 개의 비즈와 시퀸을 일정한 간격으로 장식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도전이라고. 보통 단 하나의 리본에 자수를 놓는 데까지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되며 꼬박 하루가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가늘고 미끌거리는 새틴 리본을 고정하는 것 또한 극도의 정확성과 테크닉을 수반해야 하는 작업. 미묘한 새틴의 색감과 입체적인 셰이프, 다양한 빛으로 반짝이는 요소들의 변주로 완성되는 향기로운 작품! 앞으로 디올 아틀리에에서 피어날 이름 모를 꽃들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올이 선택한 컬러

“에메랄드 스카프, 붉은 장미 한 송이, 노란빛의 숄, 로열 블루 글러브… 컬러만 잘 활용해도 의상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디올 하우스의 컬러 팔레트를 전시한 컬러라마 룸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을 디올 제품으로 감싸고 싶어 했던 크리스찬 디올의 꿈을 엿볼 수 있었다. 모자부터 슈즈, 주얼리, 백, 퍼퓸, 메이크업 모두 정교한 우아함을 연출하는 데 각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무슈 디올. 하나의 컬러를 주제로 여성의 몸에 걸칠 수 있는 모든 오브제를 디스플레이한 쇼윈도에서는 완성도 있고 심미적인 패션을 향한 디올의 비전이 확연히 드러났다. 무슈 디올은 ‘디올 레드’를 두고 여성의 미소를 가장 아름답게 꾸며 주는 컬러라고 극찬했다. 또한 블랙은 컬러 중 가장 우아하다고 평가하며 블랙에 대해서라면 책 한 권도 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행복과 여성미를 나타내는 핑크, 쉽게 소화 할 수 있는 우아한 뉴트럴 컬러인 그레이는 디올이 유년 시절을 보낸 그랑빌 집의 파사드를 연상시키는 컬러라고. 디테일을 살려 만든 오리지널 미니어처들을 디올이 사랑한 특별한 색채를 주제로 전시한 장관은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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