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문근영 패턴 블라우스 앤디앤뎁(Andy & Debb).
김태훈 하이넥 니트 스웨터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문근영 에스닉한 니트 펜디(Fendi).
김태훈 체크 코트 커스텀멜로우(CustoMellow).
김태훈 네이비 하이넥 니트 스웨터, 시어링 포인트 레더 재킷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하운드체크 와이드 팬츠 애드(Add), 블랙 스웨이드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문근영 블라우스와 코트, 진 팬츠 모두 앤디앤뎁(Andy & Debb), 슈즈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멀티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칼라 톱, 버튼 장식 스커트, 슈즈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문근영

자신이 나무에서 태어났다고 믿으며 푸른 피를 연구하는 과학도를 연기했다. ‘재연’이라는 인물의 첫 느낌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재연이라는 캐릭터가 좋았다. 캐릭터를 이해하고 그에 공감한 때문인지 배우로서 표현해보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욕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두 마음이 섞여 단번에 매혹됐다. 마음을 완전히 빼앗긴 상태에서 시작했다.

재연은 어떤 사람인가? 순수한 사람이다. 하지만 재연이 보여주는 순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순수는 아닐 수도 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순수가 굉장히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재연의 대사 중에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는 말이 있는데 순수하기 때문에 오염 될 수 있고 오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더러운 상태에 얼룩 하나 더해 진다고 그걸 오염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극도로 깨끗한 상태에서만이 오염이 가능하고 너무 순수하기 때문에 무언가 조금만 닿아도 그 전부를 흡수해 버리는 힘을 가진다.

<유리정원>은 그간 <명왕성>이나 <마돈나> 등을 연출하며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온 신수원 감독의 새 작품이다. 지금껏 보여준 신 감독의 작품은 다소 어둡고 때로 거칠다. 신수원 감독님의 작품이 어둡고 세고 약간은 섬뜩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딘가 찐득찐득하고 음침한 분위기도 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 작품들을 보는 내내 따뜻한 무언가를 느꼈다. 그 점이 참 신기했는 데 감독님을 만나보니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작품 이전에 감독님 자체가 기본적으로 따뜻함을 지닌 분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신이 궁금하다. 엔딩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아직 말할 수 없다.(웃음) 그 이유를 유추하며 영화를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느 순간부터 배우 문근영 본인의 주관과 의지로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르게 말하면 대중성과 거리가 먼 작품도 선택해왔다. 내 의지대로 작품을 선택하는 건 맞다. 다만 그 의지가 대중성을 기준으로 발휘된 건 아니다. 지금까지 대중적인 캐릭터도 꽤 했지만 단지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연기한 건 아니니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단지 감정적으로 즐겁고 신난다는 의미의 재미가 아니라 애정과 애착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역할에 끌린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다 쓴다고 해도 아깝지 않게 느끼는 작품을 선택해왔다.

그 때문일까, ‘국민 여동생’ 이후의 행보가 부담스러웠을 텐데 외려 더 자유로워 보인다. 사실 더 자유롭게 선택하고 싶었다. 큰 성공으로 만들어진 좋은 이미지가 주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라 할 수 있는 어떤 한계가 존재한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위치 때문에 스스로 원한 만큼 자유롭지는 못했다. 크게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를 만나도 ‘사람들이 아직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에 포기한 적도 있고, 주인공이 아니라 서브 캐릭터에 꽂혀서 하고 싶었지만 방송국이나 제작사에서 ‘왜 그러시냐’며 거절한 적도 있었다.

자유롭겠다는 의지는 때로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모자라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정말 잘했다면 기대를 배반했더라도 관객은 ‘아, 이런 것도 이렇게 할 줄은 몰랐네’ 하고 생각했을 텐데 ‘거 봐, 안 어울리잖아’ 하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건 다 내가 모자랐기 때문 아니었을까.

머스터드 컬러 니트 풀오버와 팬츠 모두 유돈 초이(Eudon Choi).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려는 욕심이 강해 보인다. 인생 캐릭터를 남겨야겠다는 마음이 있나? 인생 캐릭터를 너무 많이 갖고 싶어 하는 게 문제다. 인생 캐릭터라는 말은 ‘내 인생에서 딱 하나만 있어도 되는 캐릭터’를 의미하지 않나. 모든 캐릭터를 그런 마음으로 대하는 게 내 문제다.

매 작품과 역할을 그런 태도로 임하는 건 배우 본인에게는 가혹한 일이 아닐까?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 인물이 좋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문근영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로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고된 상황을 극복하게 한다. 이제는 고생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만들려고도 하고.

안전한 선택을 피해가는 건 배우 문근영만의 매력이다. 근데 이제는 그게 매력이 되면 안 될 것 같다.(웃음) 그동안 연기하며 안전한 상태에 있을 때 불안해했다. 차갑거나 뜨거워야 하는데 미지근한 상태에 있으면 불안한 생각이 드니까 그게 싫어서 위험을 선호한 적도 있다. ‘편하게 하자, 나를 조금 덜 괴롭히는 선택을 하자’고 늘 마음먹는데도 그게 잘 안 된다. 어려운 캐릭터나 작품에만 끌리니까. 꽂히는 작품을 안 할 수는 있다. 포기하면 되니까. 하지만 문제는 꽂히지 않는 걸 억지로 했을 때 오는 후폭풍이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실제로 그랬던 적도 있었고. 작품이 잘되건 못되건 내게 남는 게 없으니 몰려오는 허무감이 나를 괴롭히더라. 분명히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면서도 그 전에 내가 더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던 작품과 비교하면서 ‘지금 왜 더 열심히 하지 않지?’ 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니까.

<유리정원> 다음 작품은 조금 쉽게 갔으면 좋겠다.(웃음) 다음 작품은 정해졌나? 근영 씨의 건강을 걱정하는 팬이 많다. 건강을 조금 더 회복하고 다음 작품을 선택할 것 같다. 건강은 아주아주 많이 좋아졌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린 코듀로이 수트 노앙(Nohant), 버건디 캐시미어 터틀넥 맨온더분(Man on the Boon).

김태훈

영화 <유리정원>의 ‘지훈’은 소설가이자 관찰자다. 지훈은 일련의 사건으로 주류 문학계에서 도태된 남자다. 한동안 소설을 쓰지 못하고 지내던 중 안면경직이라는 진단을 받은 그는 얼굴이 굳어가는 현상이 마치 나무와 닮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우연히 재연이 써놓은 ‘나는 나무에서 태어났다’라는 글귀를 발견하고 흥미로워하며 재연을 찾아가 그녀를 관찰한다.

그렇게 관찰하며 쓴 글이 지훈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재기하게 만든다. 그런데 나는 지훈이 처음 재연을 찾아간 의도가 글을 쓰고 스타 작가가 돼야겠다는 욕심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훈 역시 외롭고 고립된 사람이고, 자신과 비슷한 감정과 생각을 지닌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찾아갔던 것이라고 본다.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테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표현하는 면에서도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직업보다는 지훈이라는 인물이 지닌 전사와 처한 환경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물 내면에 더 집중하려고 했다. 흔히 누군가 1년간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마르거나 피폐해졌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이 부분을 더 고민했다. 마침 신수원 감독님이 이 상황에서 오히려 살을 찌워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다. 방치된 처지를 표현하는데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살찌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웃음)

지훈이라는 인물에게 특히 공감한 부분이 있나? 나 역시 무명 배우로 지낸 기간이 길었고, 이 일을 거듭할수록 고민과 욕심이 많아진다.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생각도 강해진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소설가와 배우 모두 대중의 반응과 평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소설가 역시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직업이고, 주류가 되지 못할 때 생기는 고민이 있지 않나. 그때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영화 <아저씨>로 주목 받은 후 <도리화가>의 비열한 오 진사, <설행: 눈길을 걷다>의 알코올 중독자 등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장르와 배역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에 출연해왔다. 단 하나의 캐릭터로 대중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경험하지 못한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연기를 오래 하고 싶기 때문에 특정한 이미지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았다는 점은 지금까지는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다만 상업 영화 안에서 어떤 성향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 딱 떠오를 만큼의 인상 강한 배우라면 지금보다 더 폭넓게 작품을 선택할 수는 있었겠지.

이번 영화에 임하며 그 속으로 잘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리해서 돋보이고 빛나려는 것을 경계하며 연기하는 편인가? <유리정원>뿐만 아니라 어느 작품이건 그 안에 잘 녹아 들어가길 바란다. 그렇게 잘 녹아들면 결국 배우는 빛이 날 수밖에 없다. ‘나는 절대로 빛을 안 내겠어!’ 이런 마음은 아니다.(웃음) 작품에 희생하고 헌신하겠다는 의미와도 다르다. 그저 작품에서 나만 커 보여야겠다고 나서지 않는 거다. 그런 의도가 작품에 불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까. 진짜 같고 날것 같은 연기는 결국 배우가 작품에 완전히 빠져 들어갔을 때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연극에서 시작해 독립영화를 거쳐 상업 영화로 드라마에까지 나아갔다. 이쯤 되니 배우라는 직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나? 아니, 내가 그렇게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요즘은 새삼 촬영 현장과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얼마 전 <러브슬링>이라는 영화를 찍었다. 큰 역할은 아닌데 유해진 선배와 함께 작업하는 과정이 참 즐거웠다. 뭐랄까, 유해진 선배는 상대를 배우이자 동료로서 잘해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크게 열려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함께 촬영하며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흔히 말하는 현장이 주는 에너지라는 걸 크게 느낀 적이 없었다. 당장 해내야하는 연기와 역할에 비중을 두고 현장에서 집중했던 터라 현장이 주는 에너지를 느낄 여력이나 여유가 없던 것 같다. 새삼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란 결국 소통을 위한 표현이자 이야기가 아닌가.

훗날 <유리정원>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가? <유리정원>이 개봉할 때가 돼서 그런지 나무나 숲이 좋다. 집이 청계산 바로 밑에 있는데, 숲속에 있으면 참 좋다. 자연이 주는 위로의 힘을 새삼 느낀다. <유리정원> 역시 숲이라는 공간이 주는 에너지가 특별했던 작품이다. 그 속에서 외로운 지훈에게 온전히 마음을 실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문근영 멀티 체크 코트와 스커트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슈즈 토즈(Tod’s).
김태훈 타탄 체크 수트 곽현주 컬렉션(Kwak Hyun Joo Collection), 블랙 니트 터틀넥 아르마니 익스체인지(A/X), 슬립온 에스티 듀퐁(S.T. Dup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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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의 정점

동운 셔츠, 코트, 팬츠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기광 셔츠 와이씨에이치(YCH), 니트 스웨터 에스제이와이피(SJYP), 팬츠 알렉산더 왕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Alexander Wang by Tom Greyhound).
준형 터틀넥 톱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셔츠 오디너리 피플 (Ordinary People), 재킷 노앙 (Nohant), 팬츠와 신발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섭 니트 스웨터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두준 셔츠 알렌느(Haleine), 베스트와 팬츠 모두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재킷, 니트 모두 프라다(Prada).
니트 스웨터 로켓런치(Rocket × Lunch), 신발 닥터마틴(Dr. Martens),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럿이 하나의 일을 할 때 모두가 같은 마음을 갖기란 불행히도 쉽지 않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드물고 남은 그 소수의 사람들은 무엇이든 귀중한 것을 이룬다. 한뜻을 가진 동료를 만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복인데 하이라이트는 그런 동료가 다섯이나 된다.

멤버들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면서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명히 각인한 이들이 두 번째 미니 앨범이자 데뷔 8주년 기념 앨범 <CELEBRATE>를 발매했다. 녹록지 않았던 지난날에 얽매이기보다 쿨하게 샴페인을 터뜨리며 지금의 자신들을 축하하기로 한 것이다.

큰 소리 내지 않으며 들어와 한 명씩 촬영을 시작한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필요 이상으로 들뜨는 일 없이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빠르게 해냈고 대화를 나눌 때도 완급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알았다. 멤버마다 각자 자신의 이름으로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뮤지컬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며 동시에 팀에 누가 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하는 법을 일찍이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촬영이 모두 끝났을 때에야 스튜디오는 여느 아이돌 촬영장처럼 시끌벅적해졌는데 모두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효율적으로 해나가는 모습이 건설적이고 현명하게 느껴졌다.

“무조건 잘될 거야 하고 낙관하는 멤버도 없고 안 되면 어떡하지 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멤버도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잘될지 생각해보고 해야 할 일과 불필요한 것을 멤버들, 회사 식구들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죠.” 하이라이트의 생각을 똑똑하게 정리해서 대변하는 양요섭의 말이다. 서로를 향한 진득한 애정과 나아갈 길을 효율적으로 모색할 줄 아는 이들의 방식을 엿보면서 하이라이트가 새로 만들어가는 길이 쉬이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좋은 느낌이 들었다.

니트,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이너 셔츠 와이씨에이치(YCH), 니트 톱 사카이(Sacai), 셔츠 알렌느(Haleine).

데뷔 8주년 앨범을 발매했어요. 음악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준형 변화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부분에서 우리가 전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의 우리이기에 대중이 ‘아, 이들이라면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받아들일 만한 이야기를 담았죠. 기광 자작곡으로는 준형이가 타이틀 곡을 포함한 네 곡을, 제가 ‘Love Like This’라는 곡 하나를 만들어 수록했어요.

컨셉트나 뮤직비디오 같은 부분에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반영했나요? 요섭 저희 의견을 반영하지만 팀으로 활동할 땐 각자의 색깔을 내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우리 앨범을 전체적으로 프로듀싱하는 준형이가 타이틀 곡을 들려주면 그에 맞게 팀으로서 생각하려 애쓰죠. 영상이나 재킷 사진에서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우리를 타이틀 곡 분위기에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20대 초반부터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각자 해보고 싶은 것도, 멋있게 느끼는 것도 달랐을 텐데 그걸 하이라이트라는 팀의 느낌으로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광 대화를 많이 했죠. 20년 가까이 다 따로 살던 친구들 여럿이 모여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생활 패턴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달라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간 대화를 하면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일에 관한 부분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요섭 지금은 좀 수월한 편이에요.

8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만큼 팬들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할 것 같은데요. 요섭 맞아요. 팀 이름도 바뀌었고 우리가 회사를 설립하면서 둥지도 바뀌었죠. 그 모든 과정을 같이 견디고 버텨주신 분들이잖아요. 미안한 마음이 많고 고마운 마음도 무척 커요. 다른 가수들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팬부심’이라고 해야 할까? 팬들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하이라이트가 생각하는 자신들의 색깔은 뭔가요? 기광 즐거움인 것 같아요. 편하고 즐거운 것. 비스트 시절과 다르게 음악적으로도 하는 우리가 즐거운 걸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하는 우리가 즐거우니 보는 분들도 즐겁게 느끼는 것 같아 좋아요.

아티스트 자신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서 더 그렇겠죠? 준형 우리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무척 수월해요. 그렇다고 100% 만족할 순 없지만 우리끼리 얘기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결과가 어떻게 되건.

개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최근 다른 팀원이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거나 인상 깊게 느낀 적이 있나요? 멤버 전원 어제, 어제.(웃음) 요섭 두준이가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전동 휠을 타는 장면이 있어서 촬영 전에 꽤 연습했거든요. 광주 콘서트 때부터 계속 타고 다녔어요. 어제 우연히 그 드라마를 모니터링하게 됐는데 되게 웃기더라고요. 감독님이 육성재 씨가 어디선가 보여준 모습을 오마주해서 패러디하는 장면을 넣고 싶어 하셨다는데 굉장히 웃긴 (웃음)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기광 보이는 대로 하는 거지, 찾아서 보지는 않아요. 두준 채널 돌리다 나오면. 기광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보다가 보이면 봐요. 서로 링크를 보내주거나. ‘어? 두준이가 몇 시에 나오지?’ 이렇게 기다려서 보지는 않아요.(웃음)

얼마 전 트위터에 ‘하이라이트 대유잼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닌 영상 알아요? 다 같이 다이빙하려고 섰다가 두준 씨 혼자 다이빙한 거. 기광 나 잘 때 찍은 거? 두준 페이스북을 강타한.(웃음) 요섭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해요.

준형 씨가 <이불 밖은 위험해>에 나온 모습은 어떻게 봤어요? 기광 되게귀여웠어요. 준형이 특유의 말투가 있거든요. 그 방송에서 다른 사람들 방에 차례로 들어가서 ‘근처에 레일바이크가 있대’ 하고 말하는데 딱 낯가리는 준형이 본모습이더라고요. 그 익숙한 모습이 보여서 재밌고 귀여웠어요.

예능 프로그램, 음악 방송 다 포함해서 일하면서 제일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예요? 준형 콘서트나 앨범 활동 등 다 같이 큰 프로젝트 하나를 끝냈을 때 요. 혼자 뭔가 해냈을 때도 좋지만 다 같이 힘들게 준비해 끝내고 회식할 때가 제일 좋아요.

술자리를 좋아하나요? 요섭 아뇨, 다들 회식할 때나 한두 잔 하는 편이에요.

보통 쉬면 뭐 하고 지내요? 요섭 그냥 게임하고 운동하고.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취미 정도로 즐겨요. 특별할 것도 없고.

동운 씨는요? 동운 얼마 전에 이사했거든요. 장식장에 피규어 정리하는 거 좋아해요.

피규어 수집하세요? 동운 네. (휴대폰을 뒤적이며) 보여드릴까요? 요섭 피규어 자랑을 저렇게 항상 해요. 기광 자랑하는 동운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두준 아주 오래됐거든요. 홧김에 하는 줄 알았는데 5~6년째 하고 있으니까, 어유. 요섭 처음엔 형들 웃겨주려고 하는 줄 알았어요. 사진 못 찾겠으면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려. 동운 저는 이런 거 정리하는 게 좋아요. 자리 배치도 새로 하고 장르에 따라 배열도 바꿔보고. 요섭 신기해.

다른 분들은 운동으로 많이 푸는 것 같고 준형 씨는 언제 그런 기분을  느끼나요? 준형 딱히 하는 건 없는데 저도 운동을 거의 맨날 가긴 해요. 요섭 좀 달라요. 기광이, 두준이는 밖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고 저랑 준형이는 헬스장 가는 걸 좋아하고 동운이는 잠깐 쉬고 있는데…. 동운 헬스를 좋아하는데 지금은 하고 싶지 않아서….(일동 폭소)

이번 앨범에서 좋아하는 곡을 각자 하나씩 추천해줄래요? 요섭 ‘Celebrate’. 가사를 보면 우리의 비스트 때부터 연대기라고 해야 할까? 그게 전부 들어 있는데 슬프게 녹여낸 게 아니라 신나게, ‘우리 지금까지 이렇게 잘해왔으니까 앞으로도 함께 잘해봅시다’ 하는 의미가 담긴 곡이라서 꽤 오랫동안 좋아할 것 같아요, 이 곡을. 기광 타이틀 곡인 ‘어쩔 수 없지 뭐’. 모든 이들이 이 곡의 가사에 공감할 것 같아요. 누구에게나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는 데, 나쁜 일은 혼자 견디기 버거울 때가 있잖아요. 오늘이 지나가도 내일이 있잖아 하는 느낌의 가사가 공감이 가고 좋아요. 요섭 좋지 않은 상황이 닥쳤을 때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노래예요. 동운 ‘Love Like This’. 이번 앨범의 곡은 다 좋으니까 제 보컬이 가장 마음에 들게 나온 이 곡을 추천할게요.(일동 폭소) 요섭 이해해. 녹음할 때 딱 느껴지거든요. 요거 잘됐다. 준형 저는 사실 다 애착이 가는데 이번 앨범에서 한 곡을 추천한다면 ‘Celebrate’요. 그동안 팬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곡은 대부분 어딘지 안타깝고 애틋한 느낌이 많았는데 이번엔 ‘우리 오늘 너무 기분 좋으니까 오늘을 기념하자’라는 느낌의 곡이어서 가사를 보면 ‘아, 이들이 그동안 어떻게 해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요섭 팬들은 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가사가 참 좋아요. 동운 애틋하고 슬픈 감성의 노래보다 오히려 더 가슴이 뜨거워지는 노래예요. 가사에 팬들과 우리만 아는 이야기, 우리만 아는 유행어가 들어 있어요. 기광 추카추카추…? 준형 우리가 만든 건 아니고 그냥 자주 썼던 말. 동운 우리만의 유행어예요. 제가 만든 거잖아요. 두준 (단호하게) 아니에요. 보아 선배님 노래 가사에 있었어요. ‘ID:peaceB’라는 곡에. 요섭 오케이, 오케이. 내가 이따 들려줄게.

터틀넥 톱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셔츠 로우클래식(Low Classic),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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