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으로 뉴욕 맛집 읽기

SAIGON SHACK

9월 7일. 2018 S/S 뉴욕 컬렉션 출장 첫 날. 이번 시즌 짝꿍인 에디터 H 가 하루 늦게 도착하는 일정이라 ‘혼밥’을 해야했다. 캘빈 클라인 쇼에 갈 채비를 마치고 향한 곳은 베트남 레스토랑 사이공쉑. 일 년간 뉴욕에 머물렀던 드라마 작가 김솔지가 국물이 끝내주는 쌀국수 집이 있다며 추천한 곳이다. 저녁을 먹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레스토랑 앞은 웨이팅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덕분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바(bar)에 앉아 소고기 쌀국수 한 그릇을 주문했다. 숙주나물, 라임과 함께 할라피뇨가 사이드 접시에 담겨 나왔다. 도톰한 소고기와 잘게 썰린 고수가 듬뿍 얹어 나온 국수에 재료를 쏟아 넣고 휘휘 저어주면 깊고 진한 국물 맛을 볼 시간이다. 일행이 있었다면 베트남식 비빔국수인 번이나 샌드위치도 함께 시켜 맛보았을 텐데. 뉴욕 주립대가 위치한 대학가라 가격도 착한 편이다. 모든 메뉴가 10달러 내외로, 양도 푸짐하다.  에디터가 맛본 메뉴 Pho Classic – Beef $9.00

주소 114 McDougal Street NY, NY 10012 문의 (212) 228 0588 영업시간 11:00~01:00

 

RED FARM

9월 9일. 셀프 포트레이트 쇼장에서 디자이너 권순일을 만났다. 뉴욕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 수닐(Soonil)을 론칭한 그는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라이징 스타. 일정 내내 그가 추천한 맛집은 모두 성공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퓨전 아시안 레스토랑 레드 팜은 기대 이상이었다. 돼지고기 육즙과 게살의 풍미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딤섬도 훌륭했지만, BBQ 소고기 볶음밥의 큼지막한 고기는 굽기 정도와 달짝지근한 BBQ 양념까지 흠 잡을 데 없었다. 맛있는 음식에 그리너리한 인테리어와 따사로운 햇볕이 더해져 완벽하게 행복했던 오후. 영수증은 분실했다. 에디터가 맛본 메뉴 BBQ’d Beef Fried Rice $25.50 / Pork and Crab Soup Dumplings $16.00

주소 529 Hudson St, New York, NY 10014 문의 (212) 792 9700 영업시간 11:00~14:30 (토/일 브런치), 17:00~23:45 (월~토), 17:00~23:00 (일)

 

 

TWO HANDS RESTAURANT & BAR

9월 12일.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싶다. 그간의 뉴욕 출장을 모두 트라이베카에 위치한 록시 호텔에 묵었는데, 도보로 5분 거리에 이렇게 맛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이 있는 걸 이제야 알았다니 왠지 억울하다. 투 핸즈 역시 디자이너 권순일의 추천으로 알게된 곳인데, 호주에서 온 두 남자가 아사이볼을 비롯하여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 건강에 좋은 수퍼푸드로 가득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우리는 셀러리, 아보카도, 구운 아몬드가 풍미를 더한 포카치아 치킨 치아바타와 채소로만 구성된 그린 구디스를 주문했다. 기사로 쓸 만큼 맛은 있었지만 굳이 별 하나를 뺀 이유는, 음료 때문. 그린 주스는 상상하던 맛이 아니었다. 마치 케일 주스에 고춧가루를 뿌린 듯한 매콤한 맛이랄까?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별 하나를 잃었다.  에디터가 맛본 메뉴 Poached Chicken Ciabatta $14

주소 251 Church St, New York, NY 10013 영업시간 08:00~16:00, 18:00~22:00

 

LAS CATRINAS

9월 12일. 도버 스트리트 마켓 투어를 마지막으로 하루의 일정을 끝낸 후, 맨하탄을 벗어나 아스토리아라는 생경한 지역으로 향한 건 전 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이자 선배인 손혜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마침 뉴욕을 방문한 영화미술 감독 정은영과 합류하여 저녁을 먹은 곳은 라스 카트리나스. 컬러풀한 보자기를 풀면 뜨끈한 또띠야가 모습을 드러내는 치킨 화이타, 나쵸와 곁들여 먹는 과카몰라, 해산물을 회처럼 얇게 잘라 레몬즙이나 라임즙에 재운 후 차갑게 먹는 세비체는 식욕을 돋웠다. 화룡점정은 신선한 과일을 아낌없이 투하한 샹그리아. 뉘엿뉘엿 뉴욕의 하루가 가고 있었다. 에디터가 맛본 메뉴 Chicken Fajitas $14.00 / Guacamole $11.00 / Ceviche $14.00 / Tac Al Pastor $3.75 / Sangria $9.00

주소 32-01 Broadway Astoria, New York, NY 10013 문의 (646) 764 0898 영업시간 11:00~01:00

 

FIG & OLIVE

9월 13일. 7박9일간 뉴욕에서 간 식당 중 BEST 5 만 추린 가운데, 그중에서도 최고를 가리라고 한다면 단연 피그 앤 올리브다. 상호명 그대로 무화과와 올리브를 주재료로 하는 요리들을 선보이는 지중해 식당이다. 지난 시즌, 뉴욕 컬렉션을 다녀간 마리끌레르 패션 에디터 이지민이 일본 프레스들 사이에서 최고 맛집으로 꼽는다며 강력 추천한 곳. 뉴욕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곳은 마이클 코어스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던 업타운에 위치했다. 각기 풍미가 다른 세 가지 올리브유가 등장한 식전빵부터 범상치않았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새우 꼬치와 쫄깃하고 큼지막한 관자를 얹은 링귀니, 감자와 블랙 올리브가 곁들여진 문어 요리, 마지막으로 트러플 프렌치프라이까지. 아마도 다음 번에 뉴욕에 다시 온다면 이곳부터 달려올 듯 싶다. 에디터가 맛본 메뉴 Scallop Linguine $26.00 / Oct Gallega $18.00 / Truffle Fries $10.00

주소 808 Lexington Ave New York, NY 10021 문의 (212) 207 4555 영업시간 11:3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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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공유자

다다 DADA

다다는 영상에서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지금 읽고 있는 책, 일주일간 본 영화들과 길을 걷다 자신의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것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순간에는 좋은 음악이 배경에 깔리지만 대개는 현장에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싣는다. 버스 안에 울려 퍼지는 라디오 소리, 달리는 기차의 마찰음, 카페에서의 화이트 노이즈,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등은 다다의 영상 안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되어 색다른 결을 만든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 블로그를 먼저 시작했다는 그녀는 브이로그를 하면서 처음으로 영상을 만들어봤다. 자신의 모습을 담는 대신 자신만의 ‘시선’을 담으려 노력한다는 다다의 말대로 카메라 렌즈는 늘 그녀의 눈과 같은 방향을 향한다. 자신이 본 영화와 책에 대한 감상 글을 남기느라 내려다보는 연습장, 그러다가 문득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나뭇잎이나 솔방울 그림 같은 것들. 자신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길 원하는 다다는 구독자들에게 ‘이런 영화, 이런 책을 알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래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내 주장에 근거가 떨어지고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닐까, 혹시 실언을 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메모를 하면서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한 후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진과 영상을 모두 다루는 다다의 입장에서 영상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콘텐츠다. “유튜브를 출퇴근할 때나 외출 준비를 하면서 틀어놓거든요. 인스타그램보다는 더 생활과 가깝지 않나 생각해 요.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라 어떤 순간을 선택해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한 데 브이로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이 녹아 있는 삶을 더 자연스럽게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이 더 공감하기 쉽고요.” 내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또 한 번 나를 표현하고, 그게 타인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은 블로그보다 더 직관적이다. 남다른 취향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에겐 브이로그만큼 특별하면서 편한 매체가 없다. 다다에게 그렇듯. 다다의 유튜브 채널

브이로거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이니 YIINI

이니가 브이로그를 하게 된 건 연휴를 맞아 방콕 여행을 가며 산 핸디캠 때문 이었다. 핸디캠은 영화를 전공해 사진보다는 영상이 편한 그가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큰맘 먹고 지른 장난감이었던 셈. 그러나 추억을 생생하게 돌이켜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저장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외장하드를 살지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떠올렸다. 더 이상 용량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기뻤던 그는 이왕 고생해서 만든 영상이니 많은 사람이 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유튜브에 ‘이니’라는 채널을 오픈했다.

영상 관련 업계에 종사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직장인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 브이로그를 올리는 건 습관처럼 쓰는 일기와 다름없다. “브이로그를 시작한 후부터 남는 시간이 없어졌어요. 그냥 쉬는 시간에도 밀린 영상 편집을 하고 편집할 게 딱히 없으면 뭔가를 찍으러 다니니까요. 저도 찍는 게 재밌고 편집하는 게 재밌으니까. 뭔가를 먹더라도 좀 더 맛있는 곳을 물색하죠. 뭘 하든지 의미 부여가 돼요. 어쨌든 전부 제 추억으로 남으니까요.”

이런 덕분에 이니의 브이로그에서는 회사 점심시간에 쪽잠을 자고, 퇴근 후 친구와 맥주를 마시고, 생각보다 자주 야근을 하고, 여수로 1박 2일 주말 여행을 떠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을 그대 로 엿볼 수 있다. 벌써 2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가 이니의 소소한 일상을 공감하고 궁금해한다는 건 이니 본인에게도 신기한 일이다. “저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올린 브이로그를 보고 ‘이런 걸 왜 올리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러면서도 저도 모르게 보고 있는 거예요. 저랑 직업이나 나이, 사는 지역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니까 계속 보게 돼요. 그러다 보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공유하는 뭔가가 생긴 것 같죠. 사람을 사귈 때도 각자 취향에 맞게 사귀잖아요. 브이로그도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브이로그는 앞으로도 철저히 취미로만 할 계획이라는 이니는 브이로그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라고 이야기한다. “사진이 아닌 영상으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래서 더 많이 생생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이니의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