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Friend

하나의 하늘색 셔츠 쟈니헤잇재즈, 새틴 랩 스커트 다홍.
샐리의 자카드 원피스 마가린핑거스.
미나의 버튼 포인트 블라우스 자라.
나영의 민트 슬리브리스 스타일난다, 플리츠 스커트 에센셜.
해빈의 핑크 슬리브리스 스타일난다, 퍼플 스커트 오즈세컨.
미미의 그린 컬러 카디건 로클 by 로우클래식, 레드 펜던트 네크리스 러브캣 비쥬.
미나의 러플 블라우스와 혜연의 크림색 드레스 모두 겐조 메멘토 넘버원.
세정의 투 톤 드레스 쟈니헤잇재즈.
(왼쪽부터) 나영의 블랙 톱 오즈세컨, 싱글 이어링 로우클래식.
샐리의 화이트 레이스 드레스 쟈니헤잇재즈, 이어링 러브캣 비쥬.
혜연의 블랙 시스루 드레스 올라카일리, 리본 이어링 H&M.
하나의 화이트 블라우스 H&M.
세정의 벽돌색 벨벳 드레스 .
미미의 민트색 랩 드레스 자라.
미나의 화이트 칼라 원피스 질 스튜어트.
해빈의 블랙 미니 드레스 bpb, 이어링 그랭드보떼, 반지 해수엘.
테이블에 놓인 마리 앙투아네트 캔들 씨흐트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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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한지상 버건디 터틀넥, 재킷, 팬츠, 슈즈 모두 코스(COS).
정선아 버건디 드레스 코스(COS), 앵클부츠 아쉬(Ash).
한지상 퀼팅 디테일의 맨투맨 셔츠 코스(COS).
정선아 화이트와 베이지 배색 드레스 렉토(Recto), 이어링 필그림(Pilgrim).
블랙 드레스 렉토(Recto).
니트 톱 제이리움(J.RIUM).

뮤지컬 <나폴레옹>은 3시간 남짓한 공연 시간 동안 나폴레옹 생애 가장 뜨거운 순간과 혹독한 시간이 펼쳐진다. 온도가 완전히 다른 삶을 오가는 나폴레옹과 그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조세핀. 정선아와 한지상은 누구보다 뜨겁고 매혹적이며 때론 절망의 나락에 빠지는 두 인물을 연기한다. 수많은 관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노래와 연기로 단단히 무장하고 공연하는 뮤지컬계의 슈퍼스타 정선아와 한지상은 오늘도 서로 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며 무대를 열기로 채운다.

공연이 벌써 막바지다. 나폴레옹, 조세핀과 많이 친숙해졌나? 정선아 조세핀이라는 인물은 당대 사교계를 풍미한 여인이다. 나를 조세핀에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조세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공연이 중반부를 넘어섰으니 많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항상 새롭다. 그게 공연의 매력인 것 같다. 지금은 마지막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회차가 지날수록 편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 반면에 더블, 트리플 캐스트이다 보니 상대 배우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느낌이 매번 다르다. 한지상 나폴레옹은 밑바닥에서 시작해 성공의 절정에 오르고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는 굴곡진 인생 그래프를 그린 인물이다. 극적인 생의 희로애락을 몇 시간 안에 함축해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는 어떤 공연이든 한 신 한 신을 어떤 색깔로 표현하고 싶은지 고민한다. 물방울이 모여 큰 강줄기를 이루듯이 매 신 승부를 걸다 보면 하나의 공연이 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을 점점 더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 위 에너지의 총합이 커지는 것 같다.

<나폴레옹>은 두 사람이 처음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무대다. 한지상 선아 씨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경력으로는 선배다. 뮤지컬계에서 정선아라는 배우는 당대 뮤지컬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자극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처음 만났을 때 영광스러웠다. 당시 서로 마주치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연인을 연기하게 되어 그때의 아쉬움이 이제야 채워지는 것 같다. 정선아 한지상 씨는 연인으로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배우였다. 지상 씨는 나와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내가 하이 템퍼라면 지상 씨는 집중력과 지구력이 대단히 좋다. 무대에서 반대 성향의 배우를 만나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면이 상대 배우 덕분에 채워지는 기분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지상 씨는 좋은 상대 배우다.

나폴레옹처럼 인생의 바닥을 경험해본 적이 있나? 한지상 난 후천성 개발형 배우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긴 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뮤지컬을 시작했다. 뮤지컬 <그리스>에 처음 캐스팅되었는데 티켓 예매 사이트에 있던 내 이름이 사라진 적도 있다. 모두 다 내가 미숙했기 때문이다. 그때 세상이 이런 거구나 하고 새삼 느꼈지. <그리스> 공연 막바지 무렵 이름이 몇 번 다시 살아났다. 비록 이름이 빠졌지만 매일 연습하고 하루도 안 빠지고 티켓을 끊어 공연을 보러 갔었다. 한 50~60회 지나니 알아주더라. 정선아 난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고 그 꿈을 이뤘다. 다만 꿈이 너무 일찍 현실이 되니까 기쁜 반면 열정이 일찍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꿈을 이루기 전에는 뮤지컬을 보고 말 그대로 미쳐 있었는데, 내 일이 되니 어느 순간 그토록 뜨거웠던 열정이 다 어디로 갔나 싶은 생각이 드는 때가 있었다. 지금은 열정을 잃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 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웃음)

 

어떤 배우도 다음 공연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120퍼센트를 쏟으면 쏟았지. 그날그날 감정을 다 쏟아부으면 신기하게 그만큼의 에너지가 다시 채워진다. 아끼는 법도 모른다.

 

공연은 시작하자마자 관객 수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연기나 작품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이다. 그만큼 긴장감이 엄청날 것 같다. 정선아 내가 연습으로 완벽하게 무장되어 있으면 관객은 나를 통해 대본을 완벽하게 받아들인다. 공연의 80% 이상은 연습이 좌우한다. 관객은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배우의 모습을 금세 눈치챈다. 라이브 공연이니 긴장감은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부담이기보다는 즐거움이다. 한지상 냉정하지만 오히려 속 시원하기도 하다. 그런 즉각적인 반응이 공연의 묘미고, 나도 이제는 그걸 즐긴다.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런 긴장감이 일종의 압박감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책임감이 더 크다. 비싼 티켓 값을 지불하고 시간을 내 공연을 보러 와 준 관객에 대한 책임감.

3시간 가까이 무대에서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다음 날 공연을 위한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나? 정선아 아마 어떤 배우도 무대 위에서 다음 공연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가진 에너지의 120퍼센트를 쏟으면 쏟았지. 그날그날 감정을 다 쏟아부으면 신기하게 그만큼의 에너지가 다시 채워진다. 아끼는 법도 모른다. 힘들어 죽을 것처럼 연기를 한 후에 어떻게 에너지가 다시 채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날의 감정에 충실해 모든 걸 쏟아내면 오히려 다시 가득 채워지는 것 같다. 한지상 <나폴레옹>을 예로 들면 무대 위 어제의 정선아와 오늘의 정선아가 다르다. 매번 완전히 다른 느낌의 여인이다. ‘아, 오늘은 이런 감정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스릴마저 느껴진다. 그러고 어제의 여인은 금세 잊혀진다. 그건 말하자면 본능인 것 같다.

두 사람에게 뮤지컬이란 어떤 존재인가?  한지상 뮤지컬은 나를 구제해줬다. 사실 원래 꿈은 연극배우나 영화배우였다. 연극에서 단역을 맡은 적도 있고 TV 재현 프로그램에서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그리스> 비공개 오디션을 보고 덜컥 뮤지컬의 세계에 들어왔다. 뮤지컬이란 꿈을 좇아 이 세계에 들어온 건 아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뜻대로 이루지 못해 목마름에 허덕이고 있을 때 뮤지컬을 만났다. 뮤지컬을 막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나는 실력 차가 엄청 클 것이다. 뭣도 모르고 이 세계에 들어왔으니 그럴 수밖에. 뮤지컬은 하면 할수록 사랑스러운 존재다. 정선아 중학생 때부터 뮤지컬을 좋아했고 뮤지컬만 보며 달려왔다. 일찍 꿈을 정한 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았다. 뮤지컬 외에는 내 미래를 위한 꿈을 꿔본 적이 없다. 죽을 때까지 내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뮤지컬일 것이다. 뮤지컬 배우가 아닌 뮤지컬 그 자체 말이다.

정선아 실크 드레스 코스(COS), 앵클부츠 아쉬(Ash).
한지상 안에 입은 셔츠 코스(COS), 블랙 팬츠 휴고 보스 맨(Hugo Boss Men), 코트 질샌더(Jil Sander), 네이비 슬립온 미소페(Mis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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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Calling

버즈아이 버튼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돋보이는 코튼 개버딘 트렌치코트,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캐시미어 메리노 울 소재의 오버사이즈 타탄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울 캐시미어 소재의 타탄 체크 패널 터틀넥 스웨터, 그래픽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스터드로 장식한 송아지 가죽 브로그 앵클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 울 소재의 타탄 체크 트렌치코트,모스 스티치 디테일의 캐시미어 롤넥 스웨터 모두 버버리(Burberry).
페어아일 패턴의 캐시미어 울 스웨터와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A라인 플레어스커트, 타탄 체크 패턴의 하이 콘힐 샌들 모두 버버리(Burberry).
네온 핑크 스웨터와 네온 스티치가 포인트인 A라인 스커트, 빈티지 체크 패턴의 캐시미어 반다나, 페어아일 패턴의 캐시미어 핑거리스 장갑, 스터드로 장식한 송아지 가죽 브로그 앵클부츠 모두 버버리(Burberry).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 래글런 소매 트렌치코트, 격자무늬가 돋보이는 울 플란넬 튜닉 셔츠, 트윌 소재의 파인 그린 타탄 체크 테일러드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타이넥 셔츠와 핀턱 디테일 도트 패턴 실크 스커트 모두 버버리(Burberry).

울 소재의 타탄 체크 버튼다운 셔츠와 울 소재의 타탄 체크 스트레이트 핏 테일러드 팬츠, 크리스털 데이지 샹들리에 귀고리,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런던에서 머무는 사흘 동안 반 발짝 떨어져서 지켜본 이성경은 조화로운 사람이었다. 예쁜 것과 즐거운 일에 크게 반응하고 매사에 호기심이 넘쳤다. 이성경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스태프들은 그런 그녀를 흠뻑 사랑했다. 함께한 사진가는 과거 모델이던 이성경과 지금 이성경의 한결같음을, 그 일관성을 지켜내는 그녀의 됨됨이에 대해 말했다. 이성경은 틈틈이 필름 카메라를 꺼내 일행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끼니때마다 맛있는 요리는 콕 찍어 극찬한 뒤 멀리 앉은 이에게 그 접시를 건넸으며, 자리 에 없는 사람을 챙겼다. 사랑스럽고 사려 깊은 아가씨. 예상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일정의 마지막 날 저녁, 그녀의 호텔 방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내 예상과 다른 모습이 있다면 이성경은 흥겹고 화려한 분위기만큼이나 차분한 결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음악도 틀지 않은 적막 속의 대화가 어색하기는커녕 외려 편안했다. 그녀는 오래 묵혀둔 정돈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펼쳐냈으며, 꾸밈없는 건강한 대답들로 먼저 마음을 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난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이야기하면서는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작다면 작을 수 있는 이 인터뷰에서도 진심을 온전히 드러냈다.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객관화하고 걸러내서 이야기했다. 고된 한 시절을 보낸 뒤에 담담해지고 깊어진 사람이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런던은 어땠어요? 오기 전부터 어쩐지 잘 맞을 것 같았는데 역시나 참 좋았어요. 런던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불호가 확실하잖아요. 누군가는 지루하고 음식이 맛없는 도시라고 하고.(웃음) 전 반대였어요.

촬영 때는 물론 그 외 시간 또한 아주 성실하게 보냈어요. 진행 에디터로서 뿌듯했을 정도로요. 여행을 할 때 급하게 많이 담으려는 타입은 아니에요. 다 보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그 공간을 살아보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유난히 부지런했던 것 같아요. 런던은 어디를 가도 새로운 도시 같아요. 동네마다 색과 분위기, 개성이 뚜렷하고요. 작은 서점, 음식점 등 어디 한 곳을 가더라도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 확실히 있어요.

영화 <레슬러> 크랭크업과 쫑파티를 마치고 온 길이죠? 첫 영화다 보니 배운 것이 많아요. 운 좋게도 늘 좋은 스태프들을 만나는 것 같아요. 지금껏 작품들도 그랬고, 다들 순하고 유쾌한 분들이라 현장 분위기가 좋았어요. 책임감이 물론 있지만 유해진 선배님이라는, 든든히 의지할 분이 있어 부담과 힘을 조금은 덜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며 시기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이만큼 최적의 현장을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어요.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느린 영화의 호흡을 선호하는 배우도 있죠. 본인은 어떤 것 같아요? 영화 특유의 작업 방식도 좋지만 전 영화라는 틀 안에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진 것 같아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현장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촬영 기간 동안은 미디어 노출이 적고, 거기서 한 발 벗어나 있으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드라마는 매회 반응을 살피게 되고, 민감해지고 흔들리고 작아질 때가 있거든요. 올 한 해 여러 일을 겪으면서 힘들었는데 그런 일들에서 한 발 벗어나 다시 제 자신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쉴 수 있었어요.

쉰다는 표현은 주로 일을 안 할 때 쓰는 말인데. 쉰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끝내고 2주 동안 밀라노에 다녀왔는데 정작 쉬지를 못했어요. 다음 작품을 생각하고 몇 가지 선택해야 할 일을 두고 고민하던 시기라 몸만 밀라노에 있지 온 정신은 한국에 두고 왔었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도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때로 작품이 쉼이 되어준다는 걸 알았어요. 쉬엄쉬엄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요.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역시 초반에 준비할 것이 많았고, 매회 반응에 신경 써야 해서 그 과정에서는 쉬지 못했지만 정작 촬영은 늘 쉼이고 치유였어요.

연기를 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나요? 연기를 하고 난 후의 변화인지 아니면 나이가 조금 들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제 삶의 작은 면들도 섬세하게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우는 게 어색했는데 이제 잘 운다거나.

감정 표현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인가요? 아무래도 일상에서는 감정을 숨기게 되잖아요. 표현하려다가도 주변 상황이나 앞에 있는 사람을 신경쓰게 되고, 그래서 자주 참고요. 타고나길 웃음을 참는 사람은 아니지만.(웃음) 저는 혼자 있을 때도 안 우는 사람이었거든요. 전엔 눈물이 날 때 울음을 참으려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면 이젠 그게 안 참아져요. 안에 있는 감정을 흐르는 대로 쏟게 돼요. 그래서 좋고요. 작고 내밀한 감정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한번 더 들여다보고 기억하려는 습관이 생겼어요.

연기를 하면서 무의식중에 생긴 습관이죠? 관심이 연기로 쏠리니까 그렇게 돼가는 것 같아요. 내 감정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요. 누군가에게 ‘왜 저래?’ 해버리는 게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요.

올해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펑펑 울었다면서요. 그만큼 온 마음을 다한 작품이었던 거죠? 원래 성격이 이렇지 않았는데 ‘복주’ 이야기 하니까 또···. 모든 작품이 소중하고 어떤 역할이든 다 잘하고 싶은데 복주는 유난히 제가 받은 것이 많아요. 복주는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예요. 선물 같은 작품이죠. 사랑하는 대상에게 마음을 다 줬을 때 최선을 다했다며 만족스러워하기보다는 그 사람에게 받은 것을 마음에 더 담기 마련이잖아요. 복주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했고 모든 것을 쏟아내서가 아니라 복주라는 작품을 통해 받은 것이 감사하고, 복주를 사랑해준 많은 분들에게 고맙고요. 과분한 작품이에요.

자신에게 믿는 부분이 있다면요? 바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100%까지는 아니어도 대부분 좋은 생각과 올바른 결론으로 방향을 잡아나가려는 사람 같아요. 부작용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 바른 생각으로 도달하기 위해 그 과정에 수많은 변수까지 고려한다는 것도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는 거죠? 그건 본인을 혹사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괴로워 보인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자, 이제부터 생각을 해봐야지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 시작!’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도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작정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시계 돌아가듯 생각이 펼쳐져요. 째깍째깍.

이렇게 해맑고 사랑스럽기만 한데···. 생각 없어 보이죠?(웃음)

아뇨, 그런 의미는 아니에요. 어렸을 땐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거나 쉽게 판단되는 일이 속상하고 억울했어요. 상처였고요. 나에게는 오래 품어왔던, 이만큼의 무게가 있는 생각들이 말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볍게 표현되는 게 속상했죠. 지금은 그조차도 내려놨어요. 단순하고 쿨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힘들 때 새벽 기도 가고, 집에서 엉엉 울면서 기도도 해요. 저도 분명히 좋은 모습을 지닌 사람이지만 때때로 실수할 때도 있고 이기적일 때도 있어요. 제 기준에서 막 살 때도 있고요. 그럴 때마다 자책도 하고 낙심도 했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고 내버려뒀다가 다시 바로잡으려 애쓰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평정심을 찾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고 있어요. 다만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올해 유난히 많은 일이 있었죠. 더 좋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가지 아직까지도 아픈 건 올해 팬들의 작아지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모델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에게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해줬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말 한마디가 어떻게 나가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도 팬들에게 큰 힘을 받았어요. 이 친구들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고 느꼈고요. 이 깨달음으로 내년에는 고마운 이들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올 한 해가 본인에게 어떤 해였던 것 같아요? 두껍게 쌓여 있던 묵은 껍질을 벗겨내는 한 해였어요. 그 과정에서 원래의 제 모습을 되찾은 것도 있고요. 그사이 나와 한 몸이 돼버린 묵은 껍질을 벗겨내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잖아, 이성경이 원래 이랬지 하고 느낀 것도 많아요. 더 건강해졌어요. 지나온 시간, 매 순간 감사하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지금은 스스로 괜찮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온해요. 오랜만에 찾아온 이 잠잠함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물론 또 어마어마한 일이 닥칠 수도 있겠죠.(웃음)

마지막으로 2018년 계획은요? 내년 상반기까지 일정이 잡혀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좋은 일도 하고 싶고, 팬들과 많이 만나고도 싶어요. 올해는 마음은 컸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내년에는 팬들과 자주 만나는 게 바람이자 목표예요. 회사에 떼를 써서라도 많이 만날 거니까, 이 말은 꼭 써주세요.

버즈아이 버튼과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돋보이는 코튼 개버딘 트렌치코트, 폴카 도트 패턴의 실크 드레스, 캐시미어 메리노 울 소재의오버사이즈 타탄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버버리(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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