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파티를 위한 단 하나의 와인

우리 오늘 부딪힐까?

한 해의 노고와 마음을 나누며 잔을 부딪히기에 ‘와인’이 제격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어떤 와인을 골라야 의미있을지 고민중인 당신에게, 전 세계 10월 1일 출시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의 2017 빈티지를 추천한다. 포근한 기온과 완벽한 날씨를 자랑하는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에서 탄생한 클라우디 베이는 독특하고 신선한 맛과 우수한 품질로 와인 마니아들에게 사랑 받는 와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017 빈티지의 맛은?

‘훌륭하고 우아한 빈티지’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와인의 맛이 궁금해졌다.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 덕분일까, 입 안에 그 여유로움이 퍼지는 기분이 든다. 라임과 자몽 같이 밝고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의 향과 잘 익은 복숭아 향이 감돈다. 올 4월에 수확된 포도는 따뜻한 기온 속에 성장하여 풍성하고도 훌륭한 산도 밸런스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고, 알코올 도수는 13.1%이다.

 

탐나는 이 와인! 어디서, 어떻게 즐길까?

와인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소비뇽 블랑에 어울리는 메뉴로 계절 석화, 컬리플라워 샐러드 그리고 콩피 살몬을 꼽을 수 있다. 해산물, 샐러드와 같이 가볍고 신선한 식재료들과 소비뇽 블랑 한 잔을 곁들였을 때 느껴지는 조화로움이란! 사진 속 메뉴와 구성 그대로 도산공원에 새로 오픈한 ‘카라반 서울‘에서 맛볼 수 있다. ‘카라반 서울’을 이끄는 호주 출신의 셰프는 식재료 본연의 맛과 건강함 그리고 마리아주에 무엇보다 신경을 썼다고 전한다. 셰프와 함께한 세 가지 메뉴의 레시피는 12월 18일(월)부터 일주일에 한 편씩 마리끌레르 인스타그램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로써 술, 음식, 장소에 대한 모든 고민이 해결되었다.

    •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1잔 + 계절 석화(2pcs) 22,000원
    •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2잔 + 컬리플라워 샐러드 45,000원
    •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1병 + 콩피 살몬 99,000원

 

근사한 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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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조리법의 세계

무오키

남아공, 미국, 영국, 호주, 최근 제주 해비치 호텔 ‘밀리우’까지 세계 오대륙에서 경험을 쌓은 박무현 셰프가 두 달 전 오픈한 레스토랑이다. ‘무오키’는 아프리카어로 참나무라는 뜻으로 그곳에서 얻은 영감을 요리에 불어넣고자 붙인 이름이다. 셰프는 한 가지 식재료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여러 가지 맛과 식감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집중한다. “토마토 하나로도 열 가지가 넘는 방법의 요리를 할 수 있어요. 워터를 뽑아서 젤리를 만들고, 오일에 콩피를 조리하고, 칩, 파우더, 드레싱, 소르베로 만들어 모든 것을 한 접시에 담아내요. 단지 하나의 식재료, 하나의 디시지만 연구를 계속하며 재밌는 요소를 더하려 합니다.” 요리 하나하나에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주방에서 일하는 인원이 홀을 가득 채운 손님의 수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다. 오픈 키친에서 분주하게 요리하고 있 는 직원들의 모습에 유독 눈길이 가는 건 천장이 높은 홀에 쨍한 화이트 조명으로 주방을 무대처럼 꾸민 인테리어 덕분이다. 역동적인 주방의 현장감을 느끼며 다이닝을 즐길 수 있도록 의도한 공간이 무오키만의 매력이다. 오픈한 지 두 달 남짓 되어가는 이 레스토랑의 소문난 메뉴는 오리 요리. 겨울에 더욱 살이 올라 맛이 좋은 오리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낸다. 여기에 비트를 소스, 퓌레, 파우더 등 다섯 가지 방식으로 조리해 곁들인다. 디너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당근 디저트는 당근을 싫어하는 이들도 먹고 나면 생각이 바뀔 만큼 환상적인 메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 55 길 12-12
영업시간 12:00~22:00(브레이크타임 15:00~18:00), 일요일 휴업
문의 010-2948-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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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담은 미식 다이닝

두레유

2대에 걸쳐 한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두레’와 유현수 셰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두레유’. 북촌의 아담한 한옥에서 한식 파인 다이닝을 선보인다. 음식과 공간이 조화를 이뤘을 때 훌륭한 한 끼가 완성된다는 셰프의 철학에 걸맞게 고즈넉한 한옥 공간이 정갈한 한식의 맛을 배가한다. 두레유에서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불교의 수행 음식인 사찰 음식과 전통 한정식을 베이스로 셰프의 독창적인 방식을 더한 한식 파인 다이닝 코스를 내놓는다. 점심 정식 코스부터 셰프의 테이스팅 코스인 사찰식 채식 테이스팅 코스와 한국 채집 요리 코스까지 여섯가지 코스로 선택의 폭이 넓다. 모든 코스 요리의 시작은 직접 담가 7년간 숙성시킨 씨간장. 테이스팅 종지에 담겨 나오는 쿰쿰한 씨간장을 살짝 찍어 맛보면 진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각종 장과 김치 등의 발효 음식은 직접 담가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고,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신선한 식재료로 메뉴를 구성한다. 솔 향이 그윽하게 퍼지는 담술과 대나무에 담긴 대통주 등 한국 전통주뿐만 아니라 와인 리스트와 맥주, 샴페인 등도 준비되어 있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65
영업시간 11:00~22:30 (브레이크타임 15:00~17:30)
문의 02-743-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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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서울의 맛

서울다이닝

건축가 승효상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로 유명한 장충동 웰콤시티에 자리한 ‘서울다이닝’은 에릭 킴 셰프가 프렌치와 이탤리언을 기반으로 서울 스타일의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서울 스타일이라 함은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새로운 맛의 요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지역마다 음식 거리가 형성되는 도시의 특색을 메인 요리로 풀어냈는데, 마포의 돼지갈비나 건대 입구의 양갈비를 하나의 디시로 표현한 발상이 인상적이다.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와 대파, 멜젓 대신 안초비로 만든 소스의 조화는 마포에서 맛본 돼지갈비는 상상할 수 없는 외양으로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코스의 구성은 단호박, 삼치, 비트, 홍로 등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애피타이저를 시작으로 메인 요리 뒤에 전복으로 만든 리소토나 살이 오른 꽃게로 만든 토마토소스 리소토를 계절밥으로 낸다. 다가오는 연말 시즌에 색다른 서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저녁 시간에 방문해보길. 테이스팅 메뉴로 아홉 가지 요리를 오롯이 즐길 수 있어 실속 있는 파인 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72
영업시간 11:30~23:00( 브레이크타임 16:00~18: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02-6325-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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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각의 네오 프렌치 레스토랑

라피네

프렌치 레스토랑의 정형화된 틀을 깨며 파리의 작은 골목에서 붐을 일으킨 네오 비스트로가 신사동에 등장했다. ‘라피네’는 이대륙 셰프와 방수미 대표가 합심해 문을 연 네오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정통 프렌치 기법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국내에서 구한 신선한  식재료를 주로 활용한다.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풍성한 라벤더도 직접 가꾸는 농장에서 재배한 것으로 봄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허브와 꽃을 가미한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오픈 후 처음 맞는 겨울, 셰프가 권하는 첫 번째 요리는 제철 생선을 활용한 메인 디시다. 셰프의 특기를 살려 알맞게 조리한 생선으로 이 신생 레스토랑의 고민과 정성을 세련되게 증명해낼 계획이다.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아스파라거스와 유정란을 활용한 플레이팅이 아름다운 디시다. 노른자가 흐르는 미세한 타이밍을 캐치해 조리한 유정란에 연어알과 청어알, 피클로 만든 에샬로트와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고 비트 젤, 오렌지, 발사믹까지 세 가지 소스와 함께 담아내 한 접시 안에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대표가 애정을 담아 고른 내추럴 와인 리스트도 인상적이다. 특히 독특한 풍미로 제4의 와인이라 불리는 오렌지 와인은 라피네의 요리와 어우러져 색다른 마리아주를 선보인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64 길 35-3
영업시간 12:00~22:00 (브레이크타임 15:00~18: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02-540-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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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한국의 맛으로

옳음

도산공원 옆에 자리한 ‘옳음’에서는 서호영 셰프가 좋은 식재료로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선보인다. 르코르동 블루를 거친 뒤 영국, 일본, 호주의 레스토랑에서 수년간 일하며 얻은 경험으로 현대 한식에 서양 음식의 요소를 결합했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추구하는 만큼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비빔면과 만두로 언뜻 소박해 보이지만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요리들이다. 민물새우 성게장과 육젓으로 맛을 낸 비빔면은 서양 요리의 비스크 소스를 한국식으로 변주해 맛을 낸 메뉴. 얇은 소면에 가니시로 새우와 토하젓을 곁들이고 비린 맛을 잡기 위해 파프리카 잼을 올려 감칠맛이 일품이다. 전라도가 고향인 셰프는 어려서부터 접해온 꽃새우, 전갱이, 학꽁치, 고등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요리에 활용하며, 계절마다 신선한 식재료로 코스를 재정비한다. 12월 크리스마스 이브 날부터 말일까지는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요리를 준비한다. 어린 돼지에 장을 발라 통째로 훈연한 애저구이에 가니시로 보쌈과 생굴을 함께 낸다. 애저 요리에 페어링으로는 국내 양조장의 막걸리를 선보일 예정. 음식에 가장 어울리는 술은 항상 홀에서 셰프가 직접 추천하며 손님에게 대접한다. 아늑한 분위기에서 한국식 연말 요리와 함께 셰프의 정성 어린 대접을 받고 싶다면 예약을 서두를 것.

주소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6 길 51 2층
영업시간 12:00~23:00 (브레이크타임 15:00~18:00)
문의 02-549-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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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신의 새로운 바람

모수

안성재 셰프의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 ‘모수’가 서울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양한 식문화가 공존하는 미국에서 컨템퍼러리 아메리칸 퀴진으로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모수 서울’은 한식의 발효, 중식의 풍미, 일식의 가이세키 등 아시아의 요리 스타일을 셰프만의 색으로 풀어내는 컨템퍼러리 아시안 퀴진으로 탈바꿈했다. 셰프가 실력을 인정받은 레스토랑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그가 존경하는 셰프인 ‘프렌치 론드리’의 수장 토머스 켈러의 말을 다시 새겼기 때문이다. ‘요리사로서 가장 맛있게 만든 음식은 전에 만든 음식이 아니라 다음에 만들 음식이다’를 모토로 서울의 파인 다이닝 시장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할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 모수의 심플하고 자연친화적인 컨셉트는 유지하며 아시아의 향미를 강화했다. 셰프의 테이스팅 메뉴를 디너에만 운영하는데, 샴페인에 김포예주를 블렌딩한 웰컴 드링크로 시작해서 우엉과 발효 버터, 후리카케로 훈연 향이 입 안에 감도는 아뮈즈부슈, 메추라기에 소홍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메인 요리까지 섬세한 맛의 디시들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조화를 이룬다. 파인 다이닝을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공간과 음식을 균형 있게 꾸려나갈 예정이라고. 올해 소펙사에서 주최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진범 소믈리에의 와인 리스트와 페어링도 빼놓을 수 없다. 양식과 한식, 다양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거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이는 페어링이 섬세한 요리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다이닝의 품격을 높인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45
영업시간 17:30~24: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02-793-5995

고백 유발자

가녀린 그녀

왜 살다 보면 연애에 유난히 곡절이 많은 사람이 있지 않나. B언니가 그랬다. 키가 작고 마르고 피부가 하얀 B언니 앞에서 남자들은 말 그대로 ‘사족을 못 썼’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가게의 지점장이,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의 오빠가, 학원을 다니면 학원 선생님이 언니에게 대시를 해왔다. 얼굴이 색기 있게 생겼느냐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눈은 강아지같이 처졌고 눈동자엔 청승맞다는 생각이 들 만큼 청순함이 어렸다. 다행인 건 어릴 때부터 남자들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리라는 것을 진즉 깨달은 언니는 거절도 늘 단호하게 했다는 건데 남자들은 그런 모습에 새로운 매력을 느껴 언니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한번은 같이 듣는 수업 시간에 언니가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되지 않았고 그 상태로 사흘이 지났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고민하던 때 언니가 핼쑥한 얼굴로 나타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B언니는 아르바이트로 야간에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데 학원의 젊은 대표가 오랫동안 언니에게 추파를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여러 번 거절했지만 임금 관련 이야기를 하자는 말에 만나러 나갔는데 대표는 언니를 차에 태우자마자 그대로 양평까지 끌고 갔다는 거다. 이후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질 나쁜 시나리오다. 불행 중 다행인 건 결정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언니는 차도로 뛰어나와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서울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아는 변호사를 동원해 대표를 감방에 집어 넣은 언니는 한국 남자들에게 환멸을 느끼고 호주로 건너가 살고 있다. 언니를 ‘소유’하려 들지 않는 남자와 알콩달콩한 결혼 생활을 즐기며. D ( 출판 편집자, 여, 29세)

 

 

진리의 귀여움

A가 잘생겼던가? 곧바로 떠올려봤지만 역시 아니다. 하지만 A를 보면서 내가 깨달은 건 여자들은 ‘잘’생긴 조각 미남보다는 A처럼 웃는 얼굴이 귀여운 남자한테 약하다는 사실이다. 개강 첫날까지만 해도 A에게 눈길을 보낸 건 옆자리에 앉은 나 말곤 없었다. 키는 큰 편이지만 그만큼 덩치도 컸고(강동원의 디올 옴므 핏이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무엇보다 신입생의 오기를 드러내듯 염색한 보라색 머리카락을 보며 그냥 마이웨이로 사는 놈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첫날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이후 늘 붙어 다녔다.

그런데 한 학기가 지날 무렵부터 은근슬쩍 나에게 A의 이성에 대한 의중을 물어보는 여자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놈도 연애를 하려나 보다 싶어 여자가 원하는 정보를 흘려줬다. 그런데 그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자 차츰 의아해졌다. 내가 아는 A는 이성에게 크게 관심이 없어 여자들한테 딱히 다정한 편도 아니고 그때까지도 게임에 많은 시간을 쓰는 몸만 큰 초딩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웃는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얼굴로 따지자면 모 기획사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받은 적 있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했기에 A가 잘생겼다는 생각은 당연히 해본 적이 없었다. A의 ‘포텐’은 머리를 어둡게 염색했을 때 터졌다. 머리 색이 어두우면 얼굴이 홀쭉해 보인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는데 A의 퉁퉁했던 볼이 약간 홀쭉해 보이면서 웃을 땐 입이 팔자로 예쁘게 벌어졌다. A가 웃으면 여자들은 더 크게 웃었다. A의 초딩 같은 면은 ‘구김살 없고 귀여운 성격’으로, 무심한 면은 ‘남자다움’으로 재해석됐다. A가 그중 누구와 썸이라도 탔는지는 (그런 얘기를 나한테 잘 안 해서) 모르겠다.

졸업 후, A를 오래 좋아했던 여자애에게 A가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덩치에 그렇게 귀엽게 웃는 남자가 어디 흔한 줄 알아? 멋있고 잘생긴 건 딱 처음 볼 때뿐이지만 귀여운 건 24시간 유효한 매력이야.” O ( 약사, 남, 34세)

 

 

이 구역 친절왕

사람 심리가 그렇다. 별 관심 없던 사람도 나한테 관심을 보이면 괜히 자꾸 눈길이 간다. 입사 동기인 C는 말 그대로 그저 회사 동료였다. 출근 시간 사람이 가득한 엘리베이터에서 급하게 정문을 통과하는 나를 보고 열림 버튼을 눌러줄 때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결정적인 일은 중요한 회의가 있던 날 벌어졌다. 오래 준비한 자료 발표를 완벽하게 망친 나는 혼자 비상구 층계에 앉아 ‘현자타임’을 맞고 있었는데 C가 몰래 따라 나와 옆자리에 앉더니 말 없이 어깨만 다독였다.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에게 잘 위로받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곧바로 카톡에 ‘자료 발표 할 때 많이 참고했던 영상’이라며 테드 강연 동영상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그때부터 C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C는 멀리 있을 때도 나를 보면 꼭 내 쪽으로 와 ‘일은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점심시간 10분 전쯤 팀원들 빼고 ‘우리끼리’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며 자기가 찾았다는 회사 근처 맛집을 알려주기도 했다. 길을 건널 때 내 손목을 잡거나 웃으면서 내 팔을 살짝 치는 식의 스킨십이 점점 잦아지는 느낌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모처럼 정시 퇴근을 하던 날 그냥 들어가긴 서운하다며 C는 (데려다주기 귀찮다는 핑계로) 우리 집 근처에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제안했다. 그대로 소주를 각 두 병씩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해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후에 ‘이불킥’을 하게 되는 사건을 만들고 말았는데 C에게 “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라고 물은 것이다. C는 물음표가 된 눈으로 나를 마주 봤고 나는 ‘네 마음 눈치채고 있었다. 네 마음을 받아줄 수 있다’라고 했다. C는 걸음을 멈추고 겸연쩍게 대답했다. “난 너한테 친구 이상의 마음을 품은 적 없어. 그리고 나 여자친구 있는데 몰랐니?” 술이 확 깨는 그 서늘한 순간. 나는 말없이 집으로 들어갔고 창피함을 견디지 못해 이튿날부터 지금까지 C를 피하고 있다. 황당한 건 C의 여자친구가 같은 건물 8층의 누군가라는 사실. 네 여자친구는 네가 이러고 다니는 거 알고 있니? K ( 광고기획자, 여, 3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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