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의 사월

빈티지 스웨트셔츠 페얼스샵(Pairs Shop), 플라스틱 이어링 후루타(Fruta).

얼마 전에 브뤼셀에 다녀오셨죠? 공연이 2회, 일정이 하나 있어서 벨기에에 한 10일간 머물렀어요. 브뤼셀과 안트베르펜라는 항구도시에 주로 있었고 겐트에도 하루 다녀왔어요. 예전에 같이 작업한 시오엔이라는 뮤지션의 공연이 겐트에서 있었거든요. 벨기에는 도시가 예쁘고 음식이 맛있었어요. 홍합찜이 유명하다고 해서 그거 먹고 술이 싸고 맛있어서 술도 많이 마셨어요. 와인이랑 맥주.

술 좋아해요? 요즘은 조금 줄였어요. 그곳에 다녀오니까 새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어서 집도 열심히 치우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으려고 해요. 왜 그런 ‘뽕’이 들 때가 있잖아요, 가끔씩. 새사람 돼야지. 결심이 흐려지면 또 술 마시겠죠.

이번에 발표한 앨범 <7102>에 대해 ‘너무 좋아서 라이브 앨범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굳이 라이브 앨범으로 발표한 이유가 있나요? 그러게요. 저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저는 2집을 꼭 내고 싶거든요.  2집에 들어갈 곡들이 이미 준비돼 있어요. 근데 그 전에 1집과 2집 사이에 뭔가를 내면 마음이 편할 것 같고 편해지고 싶었어요. 제가 지난해 초까지 라이브를 어려워하고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지금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데, 그런 상태로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불러서 흘려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1집을 내고 지금까지 내가 너무 쉬고 있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좀 지우고 싶었나요? 그런 점도 있어요. 1집 낸 뒤 너무 좋으면서도 너
무 힘들더라고요. 활동하는 것도 그렇고 저는 집에서 인터넷에 제 이름을 자주 검색해보거든요. 좋은 말도 있고 악플도 있더군요. 저처럼 미물인 인간도 그런 부분이 참 힘들었어요. 근데 2집도 1집 정도로 내고 싶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 라이브 앨범은 “이거 그냥 지금만 하는 얘긴데…” 하고 흘리고 싶었던 이야기들이에요.

신곡도 있고 전에 불렀던 곡도 있어요. 흘린다고 했는데 왜 그 순간들을, 그 곡들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요. 2집에 넣지 않을 노래들, 근데 언제 다시 낼 수 있을지 모르
는 시기의 노래들을 모았어요. 특히 지난해 초에 쓴 노래를 많이 포함했어요.

그 곡들은 왜 2집에 넣지 않기로 했나요? 2집은 아주 발랄하게 만들고 싶어요.(웃음) 1집 때 약간 우울하면서도 희미하게 뭔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은 것 같아요. 라이브 앨범을 되게 우울하게 내고 2집은 좀 산뜻하게 내고 싶은 거예요.

제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월 씨는 산뜻하고 사랑스러운데요. 물론 내면에 자리한 생각들은 차치하고요. 제가 젊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거든요. 이전에는 이 시기 지나면 난 꺾인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젊은 여자로 사는 시기가 아직 지난 건 아니지만 요즘은 굳이 안 그래도 되고 지금도 충분히 산뜻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언젠가는 꼭 음악으로 표현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젊음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달라진 것에 대해서요? 네, 그리고 사랑이나 관계에서도 저는 완전히 안으로 향하는 인간인데 이번 앨범의 수록곡 ‘달아’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믿고 싶어’라는 마지막 구절처럼 좀 성숙한 모습을 남기고 싶은 것이 2집이에요. 그 전에 약간 땅 파는 곡들을 라이브 앨범에 넣어야 겠다. 하하.

나는 이제 다시 태어나겠다? 다시 태어나겠다! 언제나 그랬어요. 1집 <수잔> 때도 ‘다시 태어날 거야’ 하면서 내고 2집도…. 계속 다시 태어나야 하나 봐요.

<7102> 앨범은 전체적으로 멜랑콜리하고 염세적인, 사랑을 갈망하고 쓸쓸해하는 정서가 느껴져요. 음악으로 김사월이라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전부이
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무척 민망하네요. <수잔>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예요 하는 컨셉트였는데 사실은 부끄러워서 제 얘긴데 남의 얘기라고 했거든요. 음악은 저를 내비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저인데, 그게 저냐고 하면 또 그렇지는 않은 상태예요.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너무 불량하게 음악을 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은 신성한 건데.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도 음악적인 고민은 나누지 않죠? 곡을 둘러싼 것들은 얘기를 은근히 많이 하게 돼요. 저는 (김)해원 씨랑 제일 가까워서 곡 이야기를 많이 하고 천미지라는 친구도 음악 하는 친구인데 제가 공연 때 입을 옷을 봐달라고 사진을 보내기도 해요. 곡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친구와 얘기하기도 하고요.

의외로 외향적이네요. 워낙 적은 사람하고 그렇게 지내는 거라서.

소수 정예. 네! 하하. 저는 외향적이고 싶기도 해요. 근데 방법을 잘 모르니까 실수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죠.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지내지 않나 싶어요. 대체로 어떤 감정에 기대어 사나요? 최근에 저는 좀 무감해요. 무감한 걸 느끼는 것 같아요. 무감한 걸 느낀다는 건 결국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안 되는 거죠. 그 감정이 뭐냐 하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아기 때 이미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인지 그렇지 않은 곳인지 알게 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살 만하지 않은 곳인데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어떤 감정을 원한다고 느낄 땐 그런 생각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싶은데 사실 다 부정하고 싶고.

 

블랙 에코 퍼 코트 케이케이더블유(KKW).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번 앨범에 유난히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요. 사랑과 연애는 다르죠. 김사월에게 연애란 뭘까요? 연애, 사랑. 아, 잘 얘기하고 싶다. 조금 생각해볼게요. 사실 저는 모르겠어요. 사랑 노래를 많이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사랑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하지만 전 사람을 결과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직업을 가져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 옳은지 자주 생각해요. 전 아주 중요해요.(웃음) 사랑이라기보다는 좀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제가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원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사랑이나 연애를 자꾸 기웃거리면서 여기라면 나를 받아들여줄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연애나 사랑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망하는 케이스입니다.(웃음)

부정당한다는 느낌에 예민한가요? 본질적으로는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고 저 스스로 그걸 알고 있어서 안 그러고 싶은, 그래서 새로 태어나고 있는 중입니다.(웃음)

김사월에게 사랑은 뭔가요? 지금까지는 저만을 위한 것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슬퍼지네요.

다들 어느 정도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근데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아니야, 전 잘 모르겠네요. 찾고 있어요. 사랑에 성공과 실패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내가 어떤 사람한테 줄 수 있는 만큼 사랑을 주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다 실패했거든요. 제가 너무 받고 싶어 해서요. 사랑을 너무 원해서 지금까지는 실패했어요. 좀 더 지혜로워지고 싶어요.

앨범에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트랙이 있죠. 보통 혼자 쓰는 글에는 어떤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하루 일과에 대해 많이 쓰고요. 특별한 사
건이 있었으면 그 사건을 보며 느낀 기분을 써요. 갑자기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다면 그걸 쓰고 꼭 제게 귀결되는 글을 쓰진 않아요. 요즘은 무감에 대한 감각에 대해 생각해요.

무감하다는 데 죄책감을 느껴요? 예전에는 심하게 그랬어요. 막 뭐라도 느끼고 싶어 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지내고 싶고요. 저는 음악을 해서 지금 무척 행복하지만 꼭 음악을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음악을 해서 안 되면 털고 딴것 해도 되지 않을까요?

너무 좋은데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맨날 노력하지만 수틀리면 털고 떠나야지 하고 생각해요. 근데 할 건 없어요. 제가 능력이 없어서.

시대정신이 짙게 배어 있는 말이네요. 욜로 욜로!

언젠가 트윗에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도망가야지’ 하는 뉘앙스의 글을 썼었죠. 근데 또 내가 노력하는 기준이 모호해서, 언제든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
고 있으면서도 계속 갉아먹히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린 요즘.

이런 말로 위안을 삼는 거죠. 얼마 전엔 아이유 콘서트에 다녀왔죠? 아, 정말 제 위인이에요. 이번에 콘서트를 가게 돼서 너무 기뻤어요. 기획이나 연출 같은 면에서 아
주 많이 배웠죠. 내한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많이 보지, 국내 대중 가수의 콘서트에 갈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텔링하는 방식이나 지금 아이유 님이 갖고 있는 캐릭터로 보여줄 수 있는 스펙트럼을 대하는 자세 같은 게 참 좋았어요. 이 다음은 다 제 덕심 얘기입니다.

또 좋아하는 뮤지션 있어요? 제가 마음의 방이 많아서 좋아하는 가수가 많은데 대부분은 싱어송라이터예요. 요즘 엔 엔젤 올슨이요. 꺅! 제 사랑입니다.

정말 사랑이 많네요. 아이유 님이 사랑이 많은 건 좋은 거라고 했죠.

새해의 김사월은 어땠으면 좋겠어요? 소소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다시 태어날 일 있으면 계속 다시 태어나면서. 요즘 곡을 만들어서 사클(사운드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있는데 이게 저한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은 아니지만 그냥 하트 수와 재생 수 확인하면서 기분 좋아지려고 하는 일이거든요. 그다지 매력 없는 곡이든 좋은 곡이든 사클에 많이 업로드하면서 친구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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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의 스물

체크 재킷 앳코너(a.t.corner), 실버 글리터 톱 에스제이와이피 블랙(SJYP BLACK).

카키색 셔츠 원피스, 브라운 슈즈 모두 렉토(Recto).
브라운 체크 코트 넘버21(N˚21), 브라운 니트 터틀넥 스웨터 바네사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네이비 프릴 스커트 앳코너(a.t.corner).
네이비 스트라이프 셔츠, 캐멀 컬러 터틀넥 민소매 원피스 모두 세컨플로어(2nd Floor).
칼라에 레터링으로 포인트를 준 화이트 셔츠 이치아더(Each × Other), 화이트 로고가 포인트로 들어간 맨투맨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그린 롱 플리츠스커트 이치아더(Each × Other).
금장 버튼 블랙 코트 타라 자몽(Tara Jarmon), 베이지 원피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금장 버클 포인트 핑크 미니 사각 백 이네스(IINES), 블랙 에나멜 앵클부츠 렉켄(Rekken).

여기 어디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이 있나, 남들처럼 한 살 먹는 것을 두고 무슨 요란인가 싶지만 적어도 스무 살은 예외다. 각자 사연은 달라도 ‘스무 살’이라는 언덕은 오르기 전에도, 오르고 나서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특별한 시간이니까. 배우 김소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야’, ‘스무 살 거기서 거기지’ 하는 등등의 흰소리는 하지 않고 10대를 벗어난 홀가분함과 스무 살의 설렘에 대해서 우리는 이야기했다. 김소현의 머릿속은 새로운 한 해에 펼쳐질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그 시작은 운전 면허 취득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스물에 맞이하는 첫 드라마로 로맨틱 코미디 <라디오 로맨스>(가제)를 선택했다.

20대의 첫 화보 촬영을 <마리끌레르>와 함께 했네요. 오늘 어땠어요? 새로운 분위기의 화보 사진이 나올 것 같아요. 밝은 느낌도 좋지만 화보에서는 시크한 컨셉트도 소화해보고 싶었거든요. 사진작가 님이 각도와 구도를 섬세하게 잡아주셔서 저 역시 열심히 하게 됐고요. 차가운 듯하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잘 나올 것 같아요.

돌아보면 김소현의 열아홉 살은 어떤 시간이었어요? 스무 살이 되지 않았으니 다 큰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아이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었어요. 스스로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느끼고 깨달은 점도 있어요. 드라마 <군주>를 끝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쉬었거든요.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그 쉼이 제게는 무척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완전한 휴식을 준 것 같아서 잘했다 싶어요. 지난 한 해는 채찍과 당근을 고루 얻은 해였어요. 10대의 시간을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알차고 활기차게 보냈구나 싶어요.

어떤 종류의 아쉬움이에요? 10대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일상을 미뤄야 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인가요? 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쉽죠. 하지만 ‘아쉬워 하기만 하면 내게 뭐가 남나’ 하는 생각이 든 이후에는 반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작품도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게 기회가 오니까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아쉬움을 연기로 채우며 열심히 하다 보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상받고 있다고 느껴요. 아쉬움과 비례해 그만큼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만족해요. 지금은.

그 가운데 스스로 자신이 기특하다고 느끼는 부분은요? 연기를 계속 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작품을 해온 것. 열심히 해왔다는 점을 가장 칭찬해주고 싶어요. 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이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고요.

앞으로 대중은 김소현을 아역 배우가 아닌 20대의 독립적인 연기자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프로의 세계에 진입한 배우 김소현을 너그럽게만 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가장 먼저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연기를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 하는 질문도 생겨요. 성인이 된 저를 바라보는 대중의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막연히 두렵기도 하지만 적어도 김소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강박을 느끼지 않으려 해요. 저를 어리게 보는 분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그렇게 보실 거고, ‘좀 컸구나’ 하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테고요. 그 부분은 제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니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초조해하면서 전환점을 만들려고 무리한다거나 이미지를 바꾸려고 애쓰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겠지만요.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가제)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죠. 어떻게 선택하게 됐어요? 제가 느끼기에 대본이 재미있고 캐릭터가 공감이 되면 항상 작품이 잘 나왔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할 때 이 점을 가장 염두에 두는 편이에요. 무리해서 욕심내지 않으려고 했고요. 지금 당장 엄청난 무게의 대작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라디오 로맨스>는 대본을 기분 좋게 읽었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어요. 여러 계산에 치이기보다 ‘좋으니까 내키는 대로 해보자’ 하고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에요. 스무 살이 되고 처음 하는 작품이니까 밝은 캐릭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주위의 권유도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예요.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라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스무 살의 제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막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의 풋풋한 모습, 밝은 에너지를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너무 큰 기대 없이.(웃음)

지금까지는 키스 신 등 조심스러웠던 연기도 있었죠? 이제 조금 자유로워졌어요. 그래서 조금 홀가분하기도 해요. 그 부분 역시 분명 연기의 한 부분이지만 제가 10대라는 사실만으로 감정이입에 방해가 되거나 괴리감을 줄 수 있으니 조심스러웠어요. 지금은 홀가분해요. 아, 이제 벗어나는구나.(웃음) 어린 나이기는 마찬가지지만 20대와 10대는 다르니까요. 이번 작품만큼은 스무 살의 김소현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린 시절의 저는 잊어주셨으면 하는 욕심도 있지만.(웃음)

 배우로 10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앞으로 10년은 어떤 배우로 살고 싶어요? 색이 다채로운데 그 색 하나하나가 뚜렷한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좀 더 멋있게 살고 싶고 더 멋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서른 살을 맞이했을 때 지금보다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라고요.

닮고 싶은 모습도 있어요? 좋아하는 느낌의 배우들은 있어요. 레이첼 맥애덤스! 굉장히 사랑스럽잖아요. 그녀의 느낌을 좋아하고 저도 그런 사랑스러운 영화에도 많이 참여해보고 싶고요. 레이첼 맥애덤스가 첫째!

작품을 떠나서 당장 펼쳐질 대학 생활에 기대감도 클 것 같은데요. 남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해봤다고 하지만 대학교는 다른 공간이잖아요.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조직에 소속되는 건데 그 소속감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요. 그곳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친구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동아리 활동도 하고, 학과 선후배나 동기랑 같이 술도 마시고. 회식이나 쫑파티처럼.(웃음) 학생이 해내야 하는 일을 잘해보고 싶어요.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경험하려고요.

20대에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요?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이번 드라마에 운전하는 장면이 있어요. 운전을 할 줄 모르는 것보다는 배워놓기라도 하면 연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가장 먼저 운전면허를 취득할 생각이에요. 그다음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 친한 언니가 외국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땄는데 많이 부러웠거든요.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면서 자연을 보고 싶어요. 또 영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데 작품에서 언제든 필요할 때 편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보려고요. 참, 요리도 배워야 하는데··· 검정고시 끝내고 요리부터 배우려고 했는데 다른 일들이 생겨 미뤄뒀거든요. 베이킹도 배우고 싶고, 한식 조리도 배우고 싶어요. 목표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요.

그린 벨티드 코트 클루드클레어(Clue de Clare), 레드 미니 사각 백 이네스(I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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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용의 정공법

패턴 셔츠, 패턴 스카잔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닐 바렛(Neil Barrett).
레드 셔츠, 레드 재킷, 레드 팬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다크 그린 풀오버 에르메스(Hermes).

지난 11월에 종영한 KBS 드라마 <고백부부>는 지루한 현실에 치이다 이혼 위기에 처한 부부가 현재의 기억을 가진 채 처음 만났던 20대로 돌아가면서 서로의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이런 드라마에서 중요한 건 주인공들이 완성해가는 사랑에 위협이 될 만큼 매력적인 조연이다. 훤칠한 키에 빚은 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장기용은 진주(장나라)의 대학 선배이자 순정파 츤데레 ‘정남길’ 역할을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잘해냈다. 욕심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천천히 찾아왔던 그는 처음으로 맡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또 좋은 스태프들과 선배들을 통해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터득했고 점차 욕심도 갖게 됐다.

기세를 몰아 2018년 상반기 기대작인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합류한 지금 자신을 향한 긍정적인 반응에도,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에도 장기용은 꽤 의연하다. 연기력이 부족하니 시행착오가 당연히 있겠지만 지나면 다 내 것이 된다고 믿는다. 이 말을 외운 듯 줄줄 쏟아내는 그가 다소 방어적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그만큼 혼자서 많은 생각을 곱씹었을 뒷면이 쉬 짐작되기도 한다. 잘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더 배워나가는 것만이 최선일 뿐.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데 가장 현실적이고 건강한 방향을 택한 청년의 오늘이 어제보다 나아지리라는 확신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다. 지면으로만 보던 자신의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요즘이 어떤가? TV 속 내 모습이 신기할 때가 많다. 어릴 때만 해도 남들 다 하겠다는 선생님 이런 것 말고는 꿈이 딱히 없었다. 고3 때 우연찮게 패션 쇼 영상을 하나 보게 되면서 모델이라는 꿈을 갖게 됐다. 모델이든 연기든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것은 늘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TV에 나오는 내 모습은 어쨌든 부족한 점이 많으니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다음 드라마 때 더 잘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

‘정남길’ 역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이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정남길을 택하겠다’라는 현실 유부녀들의 댓글도 많았고. 준비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첫사랑의 이미지를 잘 그릴 수 있을지에 중점을 뒀다. 그런 의도가 잘 전해졌는지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좋아해주셨다. 나도 댓글을 다 보는데 힘이 됐다. 촬영할 때도 ‘첫사랑이 보고 싶다’거나 옛 추억을 회상하는 댓글이 보이면 ‘내가 이미지를 잘 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 좋았다.

드라마에서 정남길은 진주를 사랑하지만 반도(손호준)에게 보내줬다. 실제의 장기용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희생할 수 있나? 정말 사랑하는 여자라면 남길이처럼 했을 것이다. 그냥 좋아하고 사귀고 싶은 마음이라면 반도를 버리고 나한테 오라고 했겠지.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남길이처럼 했을 것 같다.

내가 아프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다.

장나라와 함께 하는 신이 많아 연기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촬영이 끝난 지금 어떤 변화가 생겼나? 나라 선배님에게 연기는 물론이고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아주 많이 배웠다. 매번 현장에서 가르쳐주셔서 잊지 않고 잘 기억해뒀다가 다음 촬영 때 써먹곤 했다. 그래서 이번 촬영 때 정말 편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너무 훌륭한 작품의 좋은 캐릭터를 맡았고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셔서 자신감이 약간 생긴 것 같다. 이럴 때는 쉬는 것보다는 빨리 다른 작품에 합류해서 또 다른 좋은 선배님들 밑에서 배우면서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드라마 오디션을 바로 봤고 운 좋게 다음 주부터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

큰 욕심을 내지 않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차근차근 찾아온 느낌이다. 연기를 더 진지하게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은 언제인가? 매 순간 그랬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적이 너무 많았고 전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은 대부분 어떤 사건에서 잠깐 나오고 사라지는 캐릭터였다. <고백부부>에서 처음으로 여자 주인공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첫사랑’이라는 이미지가 분명한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의미가 컸다.

조금씩 탄력을 받고 흡수해가는 시기인 것 같다. 하고 싶은 역할도 많을 것 같은데. ‘이거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도전해 보고 싶다. 기회가 있으면 준비를 잘 해서 어떤 것이든 해보고 싶다. 음, 난 어릴 때부터 항상 내 안에 뭔가가 있다, 뭔가 다양한 것이 있다고 믿었다.

꿈이 특별히 없을 때도? 꿈이 없을 때도 항상 여기, 가슴이랑 명치 사이에 답답한 뭔가가 있었다. 이걸 좀 표출해야 되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우연찮게 이쪽 길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도 여기 안에 있는 걸 하나씩 꺼내는 중이다.

<고백부부>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떤 순간으로 가고 싶나? 과거로 돌아가기엔 나이가 어려서…. 시간을 오갈 수 있다면 과거보다는 미래로 가보고 싶다. 죽기 직전으로. 인생을 한번 다 살아봤으니까 내 아들, 내 아들의 아들을 보면 그들이 살고 있는 시기가 내가 살아온 날들일 것 아닌가. 20대인 손자를 보면 ‘내가 저만할 때 <고백부부>라는 작품을 했지. 정말 좋았는데’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고 내 아들이 쉰 살이라면 ‘내가 저 나이 때 아내랑 대판 싸웠지, 하하’ 이런 것도 다 보일 테고. 내가 잘 살아왔다는 걸 한 눈에 볼 수 있다면 보람찰 것 같다.

차기작으로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다.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미생>과 <시그널>을 연출한 감독님과 <또 오해영>을 집필했던 작가님 이 두 분의 작품이기 때문에 역할이 크든 작든 무조건 하고 싶었다.

오디션에서 어떤 얘기를 들었나? 나중에 들은 얘긴데 2차 미팅을 나 혼자 봤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 되게 기분 좋았다. 연기력은 조금 미흡하지만 작가님, 감독님이 생각하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나와 맞았던 것 같다. 내가 보여주려 한 걸 잘 어필한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스물일곱이 됐다. 나는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으로 바뀔 때 유난히 기분이 이상했는데 장기용은 어떤가? 나이에 대해 그다지 생각을 많이 안한다. 그냥 자연스러운 거라고 여겨서. 시간이 참 빠른 것 같긴 하다. 수능시험 본 게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어릴 때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 같나? 어릴 적에는 막연히 그때가 되면 어떨까 생각만 해봤다. 엊그제 그런 상상을 했던 것 같은데 벌써 그 나이가 됐으니 그런 면에서는 살짝 무섭다. 가족이랑 2017년도 첫 해가 뜨는 순간을 본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5월에 tvN 드라마 하나 하고 8월에 <고백부부> 찍으니 2017년이 다 지났다. 이번에 하는 <나의 아저씨>가 끝나면 2018년 상반기도 다 지날 거란 말이지. 넋놓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젊으니까 도전할 것이고, 시행 착오도 분명히 있을 테고, 그렇게 겪다 보면 내 것이 되겠지. 젊기 때문에 힘든 일이 닥쳐왔을 때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다. ‘이 일로 내가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고, 지금 힘들더라도 이겨내면 또 한 뼘 성장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잘 버티고 있다.

2018년의 장기용은 어땠으면 좋겠나? 편안했으면 좋겠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걱정이나 생각이 워낙 많아서 잘 안 될 것 같다. 새해에는 생각을 좀 덜어내고 여유 있고 편안하게 자신을 컨트롤하고 싶다. 그 뒤에는 일 얘기 밖에 없을 것 같다.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싶다.

옐로 저지 톱 펜디(Fendi), 그레이 워싱 데님 진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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