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With You

정유미 미니멀한 드레스 랑방컬렉션(LanvinCollection), 진주 펜던트가 달린 드롭 이어링 엠주(mzuu).
배성우 베이지 수트 코스(COS), 스트라이프 폴로 니트 톱 맨온더분(Man on the Boon).
배종옥 실키한 저지 드레스 로우클래식(Low Classic),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광수 배색 칼라가 포인트인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 자카드 카디건, 하이넥 톱,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독특한 소재의 화이트 드레스 레지나 표(Rejina Pyo).
플로럴 패턴 싱글 재킷, 화이트 티셔츠, 그레이 팬츠 모두 라르디니 바이 신세계인터내셔날(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슈즈 S.T. 듀퐁(S.T. Dupont).

쟁취하기보다 좌절하는 순간이 더 많은 나날을 보내던 두 청춘은 경찰이 되기로 한다. 4대 보험이 되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며, 정년퇴직을 하면 연금도 받는 경찰이 되면 이 세상의 정의를 수호하며 멋지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불합리하게 여겨지는 훈련을 참아내야 할 때도 있고 시위를 진압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식의 정의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다. 지구대로 발령이 난 후에는 술 취한 사람들을 뒷수습하고 그들이 남긴 토사물을 맨손으로 치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라이브>는 금요일 밤이면 어김없이 취객들이 드나들고 절도와 살인, 성폭행 등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사선의 현장으로 나서야 하는 지구대를 배경으로 한다. 배우 정유미와 이광수가 이제 막 경찰의 길에 들어선 두 청춘을, 배우 배종옥과 배성우가 이들의 선배이자 녹록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는 경찰을 연기한다.

언밸런스 재킷 노케제이(Nohke J),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라이트 블루 재킷 드리스 반 노튼 바이 분더샵(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화이트 셔츠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와인색 팬츠 발렌시아가 바이 분더샵(Balenciaga by BoonTheShop).

출연을 결정한 이유 중에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 같다. 배성우 이전까지는 영화 위주로 작업했지만 영화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매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스토리나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결정해왔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 정서가 잘 계산되어 있다. 감정이나 정서가 필요하니까 그에 맞는 대사를 넣는다기보다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서를 설득력 있게 쌓아간다. 정유미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캐릭터보다는 이야기가 지닌 힘을 중요하게 본다. 처음에 시놉시스와 대략의 줄거리만 봤는데도 이 이야기를 왜 만들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예의가 담겨 있달까. 작가님과 작가님의 작품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궁금하기도 했다. 이광수 노희경 작가님, 김규태 감독님과는 단막극을 포함해 세 번째로 함께한다. 감사하고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그만큼 부담도 된다.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현장은 늘 재미있다. 아직은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지만 작가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캐릭터를 열심히 표현하고 싶다.

모두 경찰을 연기한다. 어떤 인물인가? 배성우 대본에서의 ‘양촌’은 아주 멋있는 경찰이다. 오직 경찰로 있을 때만 열정적이고 치열하다. 그런데 보통의 일상을 잘 살아가지 못한다. 지금껏 늘 일이 우선순위였던 그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한 발씩 내디딜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정유미 ‘한정오’는 남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살아가는 인물이라 이해했다. 그런데 촬영할수록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그 삶의 기준이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는 인물이다. 처음엔 사명감보다는 직업으로 경찰에 임하지만 현장에서 사건들에 부딪혀가며 사명감을 느끼고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이광수 ‘염상수’는 성격이 좋고 매사 열심히 하는 친구다. 일할 때도 놀 때도. 정도 많다. 작가님이 나와 잘 어울리도록 썼다고 말씀하셔서 대본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노희경 작가님은 극 중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담는데 대본을 읽을 때마다 그 애정이 느껴진다. 배종옥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 여자 경찰이다. 지금 나 역시 갱년기를 지나고 있는데 일상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감정의 변화를 겪고 있다. 노 작가가 갱년기 여자 경찰이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는데, 지금까지 갱년기 여성을 다루는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재미있겠다 싶었다. 갱년기는 말하자면 제2의 사춘기다. 또 더 이상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아니라는 것으로부터 오는 상실감도 있다. 사춘기가 되면 자꾸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나. 갱년기 역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이 맞는지를 돌이켜보게 된다. 지금까지 옳은 길을 선택해왔는지, 해왔던 일과 습관을 떠올려보고 앞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한다.

제작 발표회에서 노희경 작가는 삶의 소소한 가치와 정의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일상의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광수 바로 지금 행복하자.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꿈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현재에 만족하고 지금의 내가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오늘 있었던 제작 발표회에서 질문을 받는 것도, 이렇게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촬영하는 것도,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모두 행복하고 감사하다. 배성우 젊었을 때에는 연기에 대해 물러서고 싶지 않은 나만의 가치관이 더 단단했던 것 같다. 그러다 다양한 매체를 겪으며 좀 더 유연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술은 정답이 없다. 때론 지금까지 배워온 방식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다 연기를 방법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배우들, 작가, 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내가 계산한 것들만 고집하지 말고 더 유연하게, 때론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방식과 정반대로도 가봐야 하는 것 같다. 정유미 인생을 어렵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웃고 싶을 때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을 땐 실컷 즐기고 싶다. 돌이켜보면 마음을 감추며 살았던 적도 있었다. 연기는 늘 치열하게 해야겠지만 인생은 심각하게 살고 싶지 않다.

어떤 모습의 경찰을 그리고 싶었나? 이광수 촬영 준비를 위해 홍익지구대에 몇 번 갔는데 그때 대장님이 지구대 안에서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얘기도 좋지만 지구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경찰을 마주치면 잘못한 게 없어도 좀 움츠러들지 않나. 경찰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는 늘 당신들 편이다’라는 그들의 진심이 전해진다면 좋겠다. 배종옥 과거 드라마에서 경찰을 연기한 적 있는데 그때는 인물을 많이 중성화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멋있는 여자 경찰이고 싶다. ‘안장미’는 현실적이며 경찰로서 의무감도 투철하고 지금껏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범죄는 끊이지 않고 사건이 벌어진 후에 아이들이나 여성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어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괴감을 느낀다. 게다가 자신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 남편은 늘 없다. ‘안장미’를 보면 제삼자가 봤을 땐 자기 일 열심히 하고 자식과 남편도 있는 여자지만 실은 외로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남들처럼 사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답을 찾고 싶어 하고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한다.

<라이브>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뭘까? 배종옥 살아서 현장에 있다는 것. 그곳에서 생생하게 움직인다는 의미 같다. 그래서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실존하는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하려 한다. 감독과 작가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연기하려 한다. 이번 드라마는 허투루 찍는 장면이 없다. 어떤 때에는 한 신을 하루 종일 찍기도 한다. 지구대라는 곳이 경찰을 비롯해 범죄자와 피해자가 수없이 많이 등장하니 다양한 캐릭터를 만드느라 작가도 고생이 많을 거다. 정유미 <윤식당> 엔딩 때도 말했는데 나는 늘 ‘오늘’을 잘 살고 싶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다. 현재의 시간도 과거가 되어 지나가겠지만, 우선 오늘을 살아야 하지 않나. 내일이 다시 오늘이 되고. 그렇게 오늘을 잘 살며 나아가는 삶, 그게 바로 ‘라이브’인 것 같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감정이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성우 지구대의 경찰은 사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술 취해 길을 잃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때도 있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초동수사를 맡아야 하며 간혹 칼부림이 벌어지는 상황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들에게 이 모든 상황은 일상이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가 모여 세상을 만든다. 세상을 이루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정유미 우선 많이 봐주면 좋겠다. 촬영 현장이 쉽지는 않다. 겨울에 촬영을 시작해 현장이 엄청 춥기도 하고 방송 전부터 스케줄이 빡빡했다. 그런데 오직 글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그 힘을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완성된 것을 보며 이 이야기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유미 빈티지 크리스털 네크리스가 장식된 화이트 퍼프 소매 블라우스 더 센토르(The Centaur), 플라워에이프런 스커트 페이우(Faye Woo).
이광수 화이트 재킷, 블랙 셔츠, 스팽글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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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der Free – 진경

화이트 재킷, 안에 입은 슬리브리스 톱, 블랙 스트라이프 포인트 팬츠 모두 김서룡(Kimseoryong).

삶을 만드는 진경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배우 진경은 ‘젠더 프리’ 영상 촬영을 위해 연극 <햄릿>의 대사를 선택했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시대의 여자들은 연극 무대에 아예 설 수 없었고 여자 역할마저 남자들이 연기했다. 이후 <햄릿>은 몇 편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 데 유성영화로 처음 만들어진 작품에서 햄릿을 프랑스 여자 배우인 사라 베르나르가 연기했다.

“20년 가까이 연극 무대에 오르며 남자 작가의 시선으로 다소 왜곡되게 표현된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가 늘 숙제였다. 연출자와 때론 싸우기도 하고 부딪히고 설득하며 왜곡된 캐릭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남자 배우들에게는 필요 없는 과정을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다. 20대에는 치기 어린 마음에 래디컬한 페미니스트였다. 하지만 불만을 토로하기만 할 수 없지 않나. 작품에서 표현되는 역할의 한계가 답답하던 어떤 때에는 나혜석 화가에 관심이 많아 이를 주제로 희곡을 써보기도 했다.” 영화와 연극을 막론하고 많은 작품에서 여자 캐릭터는 질투하고 음모를 꾸미는 식으로 극적 기능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가 10년 동안 거의 매년 같은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올랐던 연극 작품은 오랫동안 작가를 조금씩 설득한 끝에 초연 때와는 크게 달라진 캐릭터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처음에는 여성의 심리를 잘 모르겠다던 작가도 10년 후 변화한 캐릭터에 만족하며 동감했다.

연극을 시작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연기의 영역이 넓혀지며 조연 배우로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한계에 여자라 겪을 수밖에 없는 역할의 한계가 더해져 고민이 커졌다. 연극을 하며 늘 가져온 고민과 나름대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해온 노력이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연기할 때도 분량과 상관없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인상적이고 납득될 수 있게끔 전달되도록 노력했다.

“작년에 저예산 영화인 <썬키스트 패밀리> 촬영을 마쳤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의 섹슈얼한 세계를 그리는 재미있는 영화다. 작품 자체로는 자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과연 관객이 올까 걱정된다. 돈만 좇을 것이 아니라 관객이 보다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화인들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장르가 다양해져야 배우가 할 수 있는 캐릭터도 더불어 다양해지지 않겠나.”

민트색 셔츠 원피스 렉토(Recto), 실버 이어링 코스(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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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봄

두 사람이 입은 레드 맨투맨 빠흐(PARS).

<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랑콤이 제작한 단편영화다. 각각 ‘아노’와 ‘호이가’로 분한 안소희와 연우진은 기온이 영하 30℃ 이하로 떨어지는 몽골의 설원에서 한국어가 아닌 몽골어로 촬영에 임했다.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바탕이지만 영화는 생각처럼 간지럽지 않다. “여름엔 바다에 가볼까?”라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아노에게 호이가는 “바깥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없으니 가까운 호수나 가자”라고 한다. 아노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 곳을 보며 꿈꾸듯 말한다. “나는 온 세상을 다 볼 거야.”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극장에서 상영한 이 영화에 관객은 “아노 같은 여자가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라는 평을 남겼다. 주체적이고 호기심 많은 아노와 자신이 많이 닮았다는 안소희, 자신의 행복을 찾아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응원한다는 연우진을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연우진 데님 재킷, 데님 팬츠 모두 마르케스 알메이다 바이 매치스패션닷컴(Marques’ Almeida
by MATCHESFASHION.COM), 화이트 반소매 톱 빠흐(PARS), 화이트 이지부스트 운동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안소희 데님 재킷, 데님 스커트 모두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화이트 반소매 톱 빠흐(PARS), 화이트 이지부스트 운동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화이트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니트 반소매 톱 노앙(Nohant), 화이트 팬츠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브라운 재킷 알렉스 멀린스 바이 10꼬르소 꼬모(Alex Mullins by 10 Corso Como), 화이트 스니커즈 반스(Vans).

YEON WOO JIN

작품이 끝나면 곧잘 여행을 떠난다고 들었어요. 드라마 <이판사판>이 종영하고 나서 좀 쉬었나요? 드라마 끝난 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영화 <궁합> 홍보 일정 때문에 바쁘게 지냈어요. 몽골에 가서 <아노와 호이가>를 촬영하기도 했고요. 바쁜 시간이었지만 몽골에 가기 직전 가족과 짧게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몽골은 처음이었나요? 네, 날씨가 정말 추워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하루는 몽골 유목민이 사는 집인 게르 안에서 실내 촬영을 했고 또 하루는 야외에서 촬영했어요. 저는 참을 만했는데 소희 씨가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촬영하면서 몽골 전통 의상을 처음 입어봤어요. 굉장히 편하더라고요. 색감도 예쁘고 보기보다 보온성도 뛰어나요.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고 몽골에 언제 또 와볼까 싶은 생각에 사진도 많이 찍었어요.

안소희 배우와는 호흡을 처음 맞춘 거죠? 어땠나요? 저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안소희 씨도 차분하고 조용한 이미지라 나랑 비슷한 면이 없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렇더군요.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고 지켜주고 존중해야 할 부분에 선을 그으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어요. 오히려 그런 성격이 소희 씨가 맡은 아노라는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어색한 기분을 억지로 깨뜨리려 하지 않았죠. 오늘 화보 촬영 역시 영화 속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웃음)

<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만든 영화죠. 보는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으면 해요? 일단 두 사람의 풋풋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예요. 더 깊이 파고들자면 아노라는 여성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남자든 여자든 한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 내에서 꽤 수동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산 경험이 많은데 뭔가를 이루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때가 언제인지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는 언제 내 꿈을 찾아서,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위해 노력했지?’ 그런 면에서 <아노와 호이가>라는 영화는 모든 사람에게 ‘내가 찾는 행복은 무엇일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연우진 씨에게 그 시기는 언제인가요?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이었는데 주위의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어요. 저 또한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 열정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가’를 많이 생각했어요.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타인의 욕망을 꿈꾸면서 산 건 아닌지 고민이 컸는데 군대를 다녀와서 영화를 접했을 때 제 안에서 타오르는 심지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영화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연기를 했죠. 작은 계기가 가져온 사고의 전환이었고, 그때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온 것 같아요. 지금도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생각하게 하는 원동력, 연기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제가 원하는 삶과 꿈에 대해 처음 품은 마음인 듯해요. 그리고 지금까지 즐겁고 능동적으로 지내왔어요.

<아노와 호이가> 덕분에 초심을 돌이켜볼 수 있었네요. 그래서 좋았어요. 제가 활동 초반에 단편영화 작업을 많이 했는데 그 형식이 주는 초심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았고요. 항상 상업적인 작품으로 내 모습과 연기를 선보이다 보니 놓치고 가는 것도 있고 제가 가진 연기 철학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고민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고 그때의 간절함도 떠올랐어요. 그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기분에 심취해 있었어요.

다른 한편에서 열심히 하고 있던 상업영화 <궁합>도 최근 개봉했죠. 등장인물이 많은 편인데 연우진 씨가 맡은 ‘윤시경’은 어떤 역할인가요? <궁합>은 쉽게 이야기하면 ‘송화옹주’의 사랑을 찾는 이야기예요. 저는 송화옹주의 부마가 되기 위해 야심을 숨기고 접근했다가 결국 그 욕망이 드러나면서 극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역할이죠.

궁합이나 사주팔자 같은 것을 믿는 편인가요? 믿는 편이에요. 직접 본 적은 별로 없고 어머니께서 많이 보셨는데, 제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어서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면도 있지만요.(웃음) 그런 것들이 제 삶을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은근히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듯해요. 작품을 고를 때의 기준이 특별히 있나요? 매번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다르고, 원래 가지고 있던 연기 철학이 바뀔 때도 많더라고요. 정말로 매번 감정이 달라져요. 그래서 규칙을 정해두진 않는 편이에요. 그때그때 끌리는 지점들이 달라서 늘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결정하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해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참을 수 없는 계절이 왔어요. 이 봄날 어딘가로 떠난다면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해외의 유명한 곳들도 물론 좋지만 제주도를 다녀오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도 바다를 매우 좋아하는데 저는 고향이 강릉이라서 동해안 바다가 익숙하거든요. 제 마음도, 시야도, 느끼는 바도요. 그런데 남쪽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따듯하고 고요한, 파란 바다를 한번 보러 가고 싶네요. 해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허물없는 사람들과 편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요.

연우진 퍼플 재킷, 팬츠 모두 아크네스튜디오(Acne Studios).
안소희 퍼플 플라워 원피스 브록 컬렉션 바이 무이 (Brock Collection by MUE), 귀고리 엠주(mzuu).

 

AHN SO HEE

<아노와 호이가> 메이킹 필름을 봤어요. 영하 30℃라며 놀라는 모습을 봤는데 촬영할 때 괜찮았어요? 춥긴 정말 추웠는데 게르 안에서 찍는 컷이 대부분이어서 한번 밖에 나가서 찍을 때만 “으쌰!” 하고 힘을 냈어요. 안에서는 스태프분들이 워낙 준비를 잘해주셨고 연우진 씨도 잘 챙겨주셔서 추위를 많이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찍었어요.

단편영화는 장편영화 촬영과는 많은 것이 달랐을텐데요. 단편영화는 처음 작업해봐서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좀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아서 모든 걸 같이 고민하고 현장에서 그때그때 제 의견도 많이 반영해주셨어요. 연습할 때도 꼭 같이 해주셨고요. ‘현장에서 같이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무척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소희 씨는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요? 중간에 제가 한국어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감독님께서 “이 부분에서 이 대사를 한국어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셨을 때 제가 좀 편하게 그 문장을 만들어서 제안해볼 수 있었어요.

<아노와 호이가>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단편영화예요.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주체적인 아노와 안소희는 얼마나 닮아 있나요? 저도 제 안에서 호불호가 분명하게 있어요. 아노랑 비슷한 부분이 꽤 많죠. 아노는 집순이 타입이 아니라 계속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해요. 도시에도 가보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것을 체험하기를 좋아하는데 저도 그런 편이거든요. 집에만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조용히 잘 돌아다녀요.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안소희가 맡아온 역할들은 수렴되는 지점이 있어요. <안투라지>의 ‘안소희’도, <부산행>의 ‘진희’도 늘 당차고 소신 있는 여성이었죠.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그런 여성 캐릭터에 소희씨가 끌리는 걸까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저도 몰랐어요. 캐릭터 고를 때 그런 기준을 세워놓고 고르진 않거든요. 작품을 고를 때 저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보고 캐릭터의 매력을 보는데, 제가 그런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끼나 봐요.

조금 더 나와 비슷한 면을 가진, 그래서 내가 잘할 수도 있는 역할에 끌리는 건가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작품이 가진 여러 가지 면 중에 캐릭터에 공감해야 마음이 가거든요. 공감대를 찾다 보면 그런 부분에서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나 봐요. 그래서 그런 역할을 맡는 것 같아요.

비교적 최근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죠. 또래들처럼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재미도 물론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이 처음이에요. 지금도 잘 못해요. 사진 못 찍는다고 주변에서 자꾸 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걱정하면서 시작했지만 팬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알리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 건 맞아요. 한창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요.

집에만 있을 것 같은 이미지인데 나가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안소희의 일상에서 빠지면 안 되는 세 가지를 뽑아본다면요? 운전하는 걸 좋아해요. 평소에도 일이 아니면 혼자 그냥 다니거든요. 그래서 차가 꼭 있어야 하고 음악도 있어야 해요. 차 안에서 음악을 들어야 하거든요. 또 요즘 운동에 푹 빠져 있어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가능하면 거의 매일 하러 가요. 필라테스도 뺄 수 없겠네요.

집에 있는 걸 못 견디는 타입이라 성큼 다가온 봄이 더욱 반가울 것 같은데요. 많이 따듯해지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요? 걷고 싶어요. 지난겨울은 너무 추웠던 데다 차를 타고 다니니 통 걷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날이 빨리 풀려서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키 점프수트 사이벨 사랄 바이 비이커(Sibel Saral by BEAKER), 스카프 라르디니 바이 신세계인터내셔날(Lardini by Shinsegae International), 화이트 이지부스트 운동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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