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김수민 의원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는 건 그동안 남성 편향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폐쇄성을 없애고 다양성을 높이는 아주 기본적인 첫 단추라고 봅니다. 그러니 여성 정책은 단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성을 높이는 일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수민 의원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인사를 하게 되어 유감이지만 할 말은 하고 인터뷰를 시작 해야겠죠? 최근 방송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진행자로부터 ‘여성 국회의원에게는 이런 일이 없죠?’라는 질문을 받았고요. 구체적이고 예민하게 해석하자면, 그 질문에는 성추행은 ‘조직 내 상하 구조에서 벌어지는 권력의 문제’라는 1차 전제가 깔려 있는 거죠. 국회의원은 하나의 입법기관이고, 말 그대로 ‘상사’가 없다는 사실 한 가지 사실로만 접근한 아주 단순한 수학적 계산, 산수에서 나온 불쾌한 질문이었죠.

마찬가지로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기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하는 것 역시 유해할 정도로 무지한 질문이고요.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여성이라는 존재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가입니다. 사회적 성취와 지위, 교육 수준, 회사 구조와 시스템 등이 성차별과 성범죄라는 영역 안에서만큼은 그 어떤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건이죠. 이재정 의원님께서 굉장히 용기 있게 본인의 특정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지만, 여성 의원들끼리도 ‘그런 경험 없는 사람이 국회에 한 명이라도 있을까?’, ‘유년 시절을 무탈히 지나온 여성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다못해 사촌 오빠, 동네 아는 오빠, 교사 등 가해 인물은 너무 많고 일상화돼 있죠.

작년에 일명 ‘김지영법’ 발의로 주목받았습니다.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방안으로 고용주에게 근로자의 임금 정보를 공개할 것과 부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지요. 어떤 계기로 법안을 구상하게 됐습니까? 헌법을 쭉 보면 남성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어요. 그런데 여성의 권리 보호에 대한 문구는 총 세 번 등장합니다. 헌법 제32조 제4항, “여성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제34조 제3항,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제36조 제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종합해보면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보호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렇듯 헌법에서 여성은 아이와 노인 정도의 사회적 약자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성취를 본다면 덮어놓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인지 의문이 들어요. 열등한 지위를 인정하는 수준으로 여성들이 헌법에 머물러 있어야 하느냐는 거죠. 여성들은 보호와 배려를 바라지 않아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새 판이 필요할 뿐입니다. 보호주의에서 동등권으로 개념이 진화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중 하나가 부성에 대한 권리를 헌법에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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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 권리 추가는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에 의문을 품고 시작된 법안이네요. 헌법에는 ‘부성’이 존재하지 않아요. 아이를 사랑하는데 왜 모성, 부성을 따질까요? ‘모성’이라는 단어를 넣는 건 그 이면에 아이를 키우는 역할은 무조건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두는 겁니다. ‘모성을 보호하자’라고 말하면 누가 반대하겠어요? 엄마에게 출산휴가를 90일간 쓰게 해준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이는 아이를 키우는 역할이 엄마에게 있다는 기본값을 바꾸는 정책은 아니라는 거예요. 지금까지 만들어진 여성 정책 대부분이 이런 식입니다. 그 법안들이 오히려 여성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고착화시킨 거죠. 이런 이유로 남성 근로자의 부성 보장에 관한 사항을 일·가정 양립에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법을 만든 겁니다.

여성을 위한다고 만들어졌던 법안들이 도리어 여성의 역할을 특정화시켰다는 말이군요. 그런 사례는 많아요. 공공기관이나 대형 마트 여자 화장실에는 기저기 교환대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교환대가 왜 여자 화장실에만 있어야 합니까? 제가 화가 나서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달라고 법안을 발의했어요.

문제 해결 방식의 이면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지요? 국회 내에서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굉장히 높아요. 여성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물질적, 환경적 지원에 대한 법안도 많고요. 주로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 즉 임신한 여성에게 물질적 혜택을 주자는 것인데 그런다고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까요? 안 낳아요. 집이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니까요. 2016년 대한민국 평균 출생률이 1.17명이에요. 이는 전국적인 수치인데 지역별로 따지면 서울시는 0.94명으로 전국 꼴찌고, 세종시는 1.82명으로 독보적인 전국 1위입니다. 세종시만 육아 혜택을 많이 줘서 그럴까요? 아니에요. 세종시에는 아이를 낳고도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출산은 삶의 안정성의 문제입니다. 청년 실업, 노인 문제 등 큰 사안을 다룰 때는 문제 이면의 역학 구조를 따지고 문제 발생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국회는 1차원적인 접근만 하고 있어요.

혹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도 가졌던 문제의식인가요? 아니요, 생각하지 못했어요. 여의도에 오기 전에는 친구들과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아이를 가지면 회사 안에 보육원을 만들자고 할 뿐 국가에 요구해야 하는 권리라는 걸 몰랐고요. 여성이 임신과 출산의 주체라고 생각했었죠. 물론 주체는 맞지만 단독 주체는 아니죠. 남성도 아이를 낳는 거예요. 단지 여성의 몸을 빌려서요.

남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 정보를 공개하는 ‘임금 정보 청구권’의 경우 일부에서 지나치게 개혁적인 법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법안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 혹은 ‘상대방의 월급을 아는 것까지 법으로 만들어야 돼?’, ‘너무 관료주의적이고 행정주의적인 법안 아니야?’라는 우려의 질문들이요. 법은 최후의 수단이니만큼 해당 법안이 없이 사회가 잘 운영된다면 이상적이죠. 법이 강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사회적인 공감대, 윤리적인 규범으로 해결되는 사회를 좋은 사회라고 말하고요. 그럼에도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법은 오랫동안 고착화된 문제를 뒤흔들 수 있는 법안이냐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임금 정보 청구권이 현재까지 고착화되어 있는 문제, 남녀 임금 차별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했고요.

임금 정보 청구권 발의 과정에서 참고했던 선례가 있었나요? 인권 선진국이라 말하는 나라에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을 어떻게 법제화하고 있나요? 덴마크는 2006년부터 35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성별로 구분된 남녀간 임금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지영법 역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법안이었고요. 스웨덴에는 ‘동등기회법(Equal Opportunities Act)’이 있어요. 10인 이상을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매년 임금 지급 관행과 임금 격차를 분석하고 동등 임금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법입니다. 임금 격차 외에도 고위직에서 여성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르웨이는 공공 부문은 물론 사부문 주식회사의 이사회에 여성 임원 비율 40%를 유지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소수를 향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며 느끼는 가장 큰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본인 포함 총 10명의 국회의원 동의 사인을 얻어야 합니다. 요즘 여성 정책에 대해서라면 웬만하면 사인을 해주시거든요. 누구라고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60대의 남자 의원님이 남자 화장실에도 기저귀 교환대가 있어야 한다는 법안을 검토하더니 본인은 아이를 다 키웠고 자기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들과는 큰 흐름이 맞지 않으니 굳이 사인해주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동등한 권리 보호를 위한 법이 단지 여성법안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정책 지향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니 충격이었습니다. 앞으로 법이 통과하는 과정에도 이 프레임이 가장 어려운 점이 될 것이라 예상하고요.

넘어야 할 허들이 많고 다양하네요. 지난 1년 반 동안 의원직을 수행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어요. 아마도 다른 의원들은 발의한 법이나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 등 의정 활동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으시겠지만, 전 하루에 꼭 한 번씩, 반드시, 틀림없이 받는 질문이 두 가지 있어요. ‘결혼 언제 해요?’ 그리고 ‘남자친구 있어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겠죠. ‘밥 먹었니?’처럼. 하지만 여성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의원으로서 이 질문에 대해 예민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결혼과 출산에 관해 아무 거리낌 없이 물어본다는 것,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다양성과 개성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여성이라는 프레임이라는 것이에요. 내가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건 신산업과 더 나은 국가 방향과 비전이지만 이를 이기는 게 여성이라는 프레임이에요. 국회의원이라는 직업보다 여성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더 강력하게 인식되는 거죠. 그런데 그 사회적 지위가 우등하게 위치 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요. 의지와는 달리 한데 묶여 살아야 하는 것, 그게 힘든 일이죠.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누군가는 유난스럽고 시끄럽다고 여기겠죠.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발언으로 여성들이 사회 내 새로운 언어를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이후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침묵이 깨졌다고 봐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련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동안 남성 편향적이었던 우리 사회의 폐쇄성을 없애고 다양성을 높이는 아주 기본적인 첫 단추라고 봅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감도가 있는 것처럼 여성 인권 향상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첫 단추가 끼워지면 양성평등이 아니라 성평등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조금 더 진보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될 거라 봅니다. 그러니 여성 정책은 단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 내부의 다양성을 높이는 일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박경미 의원

학생들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습득한 여성 비하 표현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쉽게 제지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니만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합니다.

 

박경미 의원

‘초·중·고등학교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달여 만에 2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여론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죠? 많은 국민이 지지를 표한 만큼 청와대 관계 부처에서 공식적으로 답을 하리라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여성 혐오가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병리 현상으로 방대하게 자리를 잡는 것 같아 저 역시 우려가 큽니다. 학생들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습득한 여성 비하 표현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고, 초등학생도 예외는 아닙니다. 쉽게 제지되지 않고 아이들 또한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니만큼 성평등 교육이 절실합니다.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을 위한 교육도 필요하고요.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현실적인 실현 방안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부족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성평등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부지불식간에 성평등 인식이 스며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이번 시간은 성평등을 배우는 시간이야’라고 시작한다면 그 순간 아이들 마음이 이탈해버리거든요. 윤리, 도덕 교과나 사회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거나 국어 교과에 성평등 인식이 담긴 문학작품을 싣는다거나 하는 식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반드시 교과가 아니더라도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자율적 수업을 통해 접근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지난 2011년 이미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학교 내 성평등 교육을 연간 10시간 시행하라는 권고를 했었고, 여성가족부는 교육 시간을 15시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수립해 교육부에 전달했지만 충실히 이행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유엔의 권고사항을 제도화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민청원이 공론화된 과정을 보면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그 시작점이라 볼 수 있는데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진행한 교사를 보수 단체가 고발한 사건이죠. 성평등 교육은 교사 자율성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가 정한 수준의 교육과정이 있고 거기에 따라 교과서가 만들어지죠. 교사에게는 그중에서 선별해 재구성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요. 그렇지 않다면 전국 학교의 수업이 모두 똑같을 테니까요. 교과 외에 범교과 주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령 환경처럼 사회와 윤리, 과학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주제를 말합니다. 통일도 그 한 예이고요. 분절화된 교과 말고도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갖춰야 할 역량이 많기 때문에 시·도 교육청 그리고 학교, 교사 차원에서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듯합니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워낙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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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된 초등학교 1, 2학년 1학기 교과서 16권을 모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교과서가 아직도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죠. 가장 최근 개정된 교과서가 1, 2학년 과정이라 이를 분석했는데 처음에는 회의적이기도 했어요. 1, 2학년은 말 그대로 노는 과정이잖아요. 콘텐츠가 많지 않아 분석거리가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한데 저학년 교과에는 삽화가 많아요. 때로는 글보다 이미지가 더 강력하잖아요. 특히 생각을 쌓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본 삽화 하나가 아이들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벼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발표 내용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때에 비해 상황이 많이 좋아졌을 거라 낙관했거든요. 구체적으로 문제 된 내용이 무엇이었죠? 문학작품이나 역사적 이야기에 남성이 주로 등장하는데 특히 위인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여성은 콩쥐, 신데렐라, 인어공주, 주인공의 어머니나 누나, 딸로 주로 등장하고요. 직업 고정관념도 여전해요. 기관사, 해양구조원, 과학자, 기자는 남성으로 간호사, 은행원, 승무원, 기상캐스터, 돌봄노동자, 사서, 급식 배식원은 모두 여성으로 그렸어요. 역할로는 가족 부양자는 남성, 병간호는 여성이 하는 등의 스테레오타입의 성 역할을 그대로 반영했고요. 외모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도 문제였습니다. 여성은 머리가 길거나 장신구를 하고 분홍색 등 밝은색 치마 차림이 많았다면 남성은 짧은 머리에 어두운색 옷을 입었고요.

교과서 내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나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구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서 교과서 내 남녀 등장 빈도만큼은 점진적으로 개선돼왔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봐요. 다만 아직 정상 가족, 한 민족 이데올로기에 대한 개선 의지는 충실히 반영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조손부모 가정, 비혼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데도 교과서에는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그룹만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니까요. 저만 해도 아이가 한 명인데 할 일을 다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아이를 더 낳아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죠. 현재 교육과정이 한국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핵가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비정상으로 생각하게끔 사고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연장선으로 지난해 ‘한부모가족지원법’을 발의했고, 이 법안으로 제5회 대한민국 입법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분명한 계기가 있었어요. 작년 tvN <코미디 빅리그>라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단지 재미를 위해 한부모 가족을 조롱하고 그에 속한 아동을 놀리는 상황을 연출해 문제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족의 자녀인 친구가 로봇 장난감을 자랑하자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 보다’, ‘선물을 양쪽에서 받잖아. 재테크야, 재테크’ 등의 대사였죠. 이에 ‘차별 없는 가정을 위한 시민연합’에서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과 출연진을 고소했고 결국 해당 코너는 폐지됐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이혼과 별거, 사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만들어진 한부모 가족이 전체 가구의 9.5%에 이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이에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강행 규정(‘노력해야 한다’에서 ‘수립 시행해야 한다’)으로 바꿔 이를 국가의 책무로 명확히 하는 것 등이 법안 내용이었습니다. 나아가 한부모 가족 차별이 분명한 문제임을 인식시키고자 했고요.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13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를 범한 경우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했죠.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 주요 동향’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유죄 판결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총 3천3백66명 중 45.5%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유형별로 보면 강간범은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2.3%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강제추행범은 절반이 넘는 50.6%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13세 미만 아동을 강간한 경우에도 13.4%가, 강제추행은 55.3%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요. 실례로 두 차례에 걸쳐 열 살과 열한 살 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있습니다. 그가 강간 치상 혐의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법원은 가해자가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을 참작해 당장의 실형보다는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 옳다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했습니다. 피해자는 어린 나이에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끔찍한 피해 사실을 상기하며 진술하고 법정에서 증언해야 합니다.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죠. 수사·재판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2차 피해의 가능성을 무릅쓰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고 얻은 결과가 가해자의 집행유예라면, 피해 아동에게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특히 미취학 아동이거나 초등학생인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젠더 이슈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성폭력 예방입니다. 미투 운동이 법조계와 영화계, 문학계로 확대되며 성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성폭력이 어른들의 세계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더군다나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으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저연령화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국감 때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년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운영 현황 및 심의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의 가해 유형 중 폭행 다음으로 성폭행·성추행 등을 포함한 기타 유형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는 성폭행·성추행 등과 관련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가 2014년 3백94건에서 2016년 7백46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오다 20대 국회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여성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1년 8개월여간의 변화를 체감합니까?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1번이 지닌 상징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당이지만 20대 국회에 참여할 당시에는 제1 야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선출돼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달리 비례대표의원은 각 정당이 작성한 비례대표 명부를 정당 지지율에 따라 선출하는 방식인데 홀수 번호에 여성을 배치합니다. 그러니 1번의 무게가 상당했습니다. 성평등과 여성 인권 문제에 나서야 하는 책임과 사명이 주어진 것이니까요. 지금도 그 자리와 의무가 저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며 정치에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주목해야 할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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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E

<MELODRAMA>

‘올해의 앨범’ 후보│2013년 미니멀한 노래 ‘Royals’와 ‘Tennis Court’를 던지며 등장한 로드를 기억한다. 공간을 먼지처럼 떠도는 성긴 전자음들. 그 사이로 허스키한 보컬을 밀어 넣던 열여섯 살짜리 뉴질랜드 출신 팝스타. 어느덧 성인이 됐다. 잘 자라주었다. 2집 <Melodrama>에 실린 ‘Green Light’와 ‘Supercut’을 부르며 무대 위에서 막춤을 춰댄다. 단번에 기억될 법한 멜로디를 장착한 발라드 ‘Liability’ ‘Writer in the Dark’에 닿았을 때 로드는 대선배 케이트 부시를 닮은 검푸른 산호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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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ARD COHEN

<YOU WANT IT DARKER>

‘최우수 록 퍼포먼스’ 수상, ‘최우수 아메리칸 루츠 퍼포먼스’ 후보│코언이 영면하기 불과 17일 전에 낸 마지막 앨범 <You Want It Darker>는 육신의 소멸을 앞둔 이가 여전히 불길한 냉소와 비관의 깃발을 펄럭이는 작품이다. 코언은 성서 속 아브라함에 자신을 빗대 ‘제가 여기 있어요. 제가 여기 있어요. 주여, 저는 준비가 되었어요’라고 초 저음으로 그르렁댄다. 끝을 알 수 없는 동굴 쪽에서 들려오는 황홀한 멜로디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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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HA

<RAINBOW>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최우수 팝 보컬 앨범’ 후보│2014년 케샤는 프로듀서 닥터 루크를 고소했다. 그가 수년간 자신을 성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소송은 진행 중이다. 케샤는 스스로 곡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며 제작자가 되기로 했다. 4년 만의 신작 <Rainbow>는 상처투성이가 돼 돌아온 자가 내뿜는 고통과 환희의 사자후다. ‘Praying’ 무대는 흰 장미로 뒤덮인 올해 그래미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다. ‘당신이 어딘가에서 기도하고 있기를. 당신의 영혼이 변화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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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HER JOHN MISTY

<PURE COMEDY>

‘최우수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후보, ‘최우수 리코딩 패키지’ 공동 수상│파더 존 미스티는 드러머로 자족하기엔 큰 사람이었다. 기나긴 자장가 같은 <Pure Comedy> 앨범은 엘튼 존의 음반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44년 후 미국 인디 버전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토네이도에 휘말린 도로시는 없다. 반쪽짜리 뇌를 갖고 태어난 아이가 비극으로 가득 찬 세계를 ‘완전 희극’이라 규정한다. 세계는 존재 자체로 환멸의 토네이도 가운데다. 미스티는 피아노, 밴드, 관현악의 섬세한 편곡이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선명한 목소리와 멜로디로 파도를 탄다. 소리로 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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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MARS

<24KMAGIC>

‘올해의 앨범’ 등 6개 부문 수상│제이지도, 켄드릭 라마도 물을 먹인 전미리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의 고루함에 화를 내도 좋다. 브루노 마스의 무더기 수상에 그 화풀이를 해도 좋다. 그러나 음반 <24K Magic>을 나무랄 수는 없다. 마스가 전작부터 부려온 멜로디와 리듬의 재주넘기가 마침내 예술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클래식 분야 최우수 엔지니어 앨범’도 가져갔다. ‘24K Magic’과 ‘Finesse’의 얄미울 정도로 미끈한 사운드, ‘Versace on the Floor’의 날카롭게 빛나는 멜로디는 일찌감치 레드카펫을 펼쳐놨다. 팝의 왕좌가 지척이다. #BM은_새로운_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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