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이정미 의원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정미 대표

2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공당의 대표가 당내 성폭력 사건을 공개하고 사과한 최초의 기자회견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지 않았습니까. 최교일 의원에 대해 2차 가해다 아니다 하며 서로 남 탓만 했죠. 그런데 저는 정말 그러기 싫었습니다. 검찰 조직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수 있으나 미투 운동이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요. 오래전부터 많은 여성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이런 아픔을 겪고 있었노라고 힘겹게 이야기해온 문제 아닙니까. 남 탓만 하다가 어느 세월에 성범죄가 근절되겠나 싶더라고요. 우리부터라도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당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진보 정당은 이 문제를 훨씬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 집단입니다. 어느 집단도, 또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 접근 방식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문제 발생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후 대책도 나오는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조직이 성범죄에 긴장하고 있어야 구성원이 혹시라도 그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하고 스스로 명확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평등 정책조정회의를 앞두고 ‘#미투,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응원’이라는 단어 사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응원이라는 단어는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셨나요? 응원조차 안 하고, 왜 이런 문제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뭐, 그보다는 나은 대응이라고 봅니다. 제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결심한 포인트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고통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 서기까지도 힘이 드는데 심지어 고발을 하고 난 뒤에는 2차, 3차 가해라는 끔찍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미투 운동이 더 활발히 일어나 더 많은 고발이 있어야 한다? 그걸 응원한다? 그건 피해자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왜 피해자가 고백해야 합니까? 가해자들이 자수를 해야죠. 그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우리부터 우리 자리에서 그런 일은 없었는지,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가 스스로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날(웃음), 시인 고은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한 원로 평론가가 “너무 시시콜콜 다 드러내고 폭로하고 비난하면 세상이 좀 살벌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일거수일투족 조심하다 보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한 인터뷰 혹시 보셨습니까? 네, 봤습니다. 여성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그렇게 시시콜콜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지난 십 수 년간 대한민국에서 성폭력 사건들이 은폐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야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지금 덜 불편해서 그런 말씀들을 하는 거예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 불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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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합리적인 입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낙태죄 폐지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 중 가장 논쟁적인 사안 중 하나입니다.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아 서인지 정치인들이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고요. 낙태죄 폐지 관련 법안에 어떤 태도로 접근할 예정입니까? 저 역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낙태를 단지 여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낙태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여성입니다.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어요. 낙태를 감행하게 하는 사회경제적인 이유, 어려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회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낙태죄를 폐지하면 여성들이 무분별하게 낙태를 한다? 적어도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형벌의 대상으로 보는 조항 때문에 생긴 불법적인 시술이 여성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1966년 루마니아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신한 여성의 사망률이 그 이전보다 7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루마니아 정부는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곧바로 법안을 개정했어요. 전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이탈리아도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위해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낙태가 합법이건, 불법이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성에게 죄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미혼모가 아이를 키워도 손가락질받지 않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주고, 청소년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거죠. 생명권은 이런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20대 국회의 최대 쟁점은 개헌입니다. 30년 만의 기회이니만큼 인권과 성평등에 관련한 개헌 요구도 큽니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지금의 헌법에는 여성이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국민의 일원으로 자기 권리를 갖는 주체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아요. 보호와 배려의 이면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거든요. 남녀 임금 격차, 독박 육아 등의 사회문제가 모두 거기서 발생한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양성평등기본법’이라 되어 있는 것인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 유럽보다 보수적이었던 미국조차 동성혼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만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고요. 이미 가지고 있고 엄연히 존재하는 개인의 성 정체성을 국가가 인정한다, 못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인권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양성평등에서 한발 나아간 성평등 개념을 넣고,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번 개헌 과정에서 적시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논쟁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과격합니다. 이 논쟁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워낙 격렬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찬성의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뿐입니다. 작년 6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81%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시대와 여론의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반발이 걱정되지는 않습니까? 정의당이 목소리를 안 내면 누가 낼까요?

작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강제 조항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시죠? 여성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는 것이 일상 속 여권 향상과 얼마나 비례한다고 봅니까? 아이슬란드는 국회의원 남녀 동수제가 실현됐습니다. 입법부의 50%가 여성이고, 여성에게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를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아이슬란드는 남녀 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성차별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남녀 임금 격차예요. 한국은 남녀 근로자 임금 격차가 36.67포인트(2016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남성 근로자 소득을 100이라 했을 때 여성 근로자는 63.33만 가져가는 거죠. 2018년 1월 1일부터 아이슬란드는 종업원 25인 이상의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성별이나 인종, 국적에 따른 구분을 없애야 하며 정부에서 남녀 임금 격차 제로 인증을 3년 마다 받아야 합니다. ‘남녀 임금 평등’을 법으로 강제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를 만든 거죠. 우리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성 의원 수가 너무 적어 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현재 47석의 비례대표 중에 50%인 여성 할당 의석 수를 더 확대해서 여성들의 정치 진입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며 오랫동안 사회의 소수로 살아왔습니다. 매 순간 찍은 삶의 좌표들이 의원님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끈 것이겠지요? 그렇죠···. 그런데 저는 소수가 아닙니다.(웃음) 정의당이 대변하려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예요. 지금까지 국회에는 소수만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았어요. 집 10채씩 가지고 있는 강남 땅 부자들, 개발 업자들, 고위 관료···.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소수아닙니까. 그동안 정치가 소수 기득권을 대변해왔고 이에 많은 분이 실망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의당을 지지해주지 않아서 소수가 된 것이지요.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폭발적이었고요. 조만간 곧 다수가 될 겁니다.

최근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이는 여성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는 이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서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힘으로 회사와 교섭하는 등 주체적으로 사안을 이끌었습니다. 그 과정에 정의당이 함께한 것이고요. 그 결과 청년들이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우리 여성들도 지금까지는 피해를 입고도 가슴속 깊이 그 상처를 감춘 채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다 같이 연대해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조금씩 바뀔 거라 믿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으니까 저 역시 정의당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게 함께 나아갑시다.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진선미 의원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진선미 의원

‘의심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다.’ 작년에 무려 9시간 14분간 이어진 필리버스터를 마무리 짓는 말이었죠? 그 마지막 순간에 소수를 조명했습니다. 아, 그때 정말 절박했어요.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소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요? 저 역시 여성이고요. 지역 격차가 심한 동네에서 여고까지 다녔어요. 그때의 경험들이 피부 아래 쌓여 있는 거죠. 지금도 교육 차별, 교육 격차가 문제 되고 있지만 제 때는 음악 선생님이 국토지리도 가르칠 정도로 심각했죠. 학교가 과목별로 선생님을 따로 둘 여력이 안 되니 국토지리 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들어와 계속 지도만 그리게 하는 거예요. 참고서 보고 베끼는 거죠. 그걸 고3 때 하고 있었으니···. 그러면서 애들 공부 못한다고 맨날 때리고.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부당함에 맞서고 싶었지만 나도 무섭잖아요. 범생이로 살던 때라.

그렇게 범생이로 성장했는데(웃음) 어쩌다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고, 소라넷 폐쇄의 주역이 되었습니까? 그러니까요.(웃음) 변호사로 살면서도 차별에 늘 노출돼 있었어요. 성추행, 성희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왔으니까요. 제가 사법연수원 갈 때만 해도 정원 5백 명 중 여성이 34명이었어요. 총 30반으로 나누는데 조마다 여자를 최소 한 명씩 배정했어요. 안 그러면 남자들이 자기 조에는 여자가 없다고 불만을 가졌거든요. 아니 뭐, 여자가 기쁨조입니까? 왜 그렇게 홍일점 타령들을 했는지. 말도 안 되게 폭력적인데 그게 자연스러운 시대였어요. 사법연수원 졸업하고 나서 가사 사건도 맡고, 호주제 위헌 소송에 몸담으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의원님과는 대한민국 여성 인권 역사에서 기념비적 사건인 호주제 위헌 소송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인생이 호주제 폐지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도 하셨고요. 호주제 위헌 소송 변호는 제 인생에서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생의 어떤 기점이죠. 문제 제기부터 제도 변화까지 이끄는 데 꼬박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사법연수원 마친 해에 호주제 위헌 소송 변호를 맡았는데 1999년 처음 이 소송에 투입되고 2005년에 위헌 판결이 났고, 법안이 개정되고 2008년에야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긴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두세 가지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처음 공론화했을 때 호주제는 여자들끼리의 문제라고 하도 공격 받아서 남자들도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든 인터뷰나 토론회에는 남자가 대표로 나갔어요. 그래서 그날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석태 변호사님이 토론회에 나갔어야 하는데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제가 떠밀려 그 자리를 채웠어요. 그때가 2000년이었는데, 생생해요.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었어요.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인데 오전 11시 30분부터 갓 쓰고 도포 입은 어르신들이 몰려와서 객석을 장악하고 계시더라고요. 막 밥 내놓으라고 하고. 재판도 몇 번 못해본 1년 차 변호사였던 제가 얼마나 겁이 났겠어요. 심장이 벌렁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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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판이었네요.(웃음) 삿대질하고 욕하고···. 그때 제가 그 어르신들의 위선을 봤어요. 연단에 가정법률상담소 소장님, 관련 전문가와 활동가분들이랑 함께 앉아 있었거든요. 이분들한테는 소리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해요. 그런데 30대 초반의 초짜 변호사인 저한테는 욕을 안 해요. 변호사라는 지위와 권한에 눌리는 거예요. 제가 토론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딱 한 마디 해요. ‘거 참 못되게 배웠구먼’ 하고요. 그날 이후로 의지가 더 불타올랐죠.

살면서 쌓아온 전투력 덕분인가요. 작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경찰청장 자리에 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려 경찰청장을 몰래 촬영했죠? 아니 어떻게 경찰청장 몰카를 생각했습니까? 누군가는 이를 두고 ‘2017 국감 최고의 장면’으로 꼽기도 했어요. 국회에 있다 보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처음에는 너무 보여주기 식은 아닐까 고민도 있었습니다. ‘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도 강행한 건 몰래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만 그 폐해에 무감각한 사람들에게 이는 명백한 중대 범죄이며 ‘누구라도, 나도, 그리고 경찰청장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문제 재인식의 계기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위장형 카메라를 처음보고 저도 속았어요. 우리 팀의 한 친구가 물병을 들고 오길래 물을 주나 보다 했거든요. 감쪽 같더라고요. 더 충격적인 건 몰래카메라 3대를 구입하는 데 10만원도 안 들었다는 거예요.

문제 제기 후 곧바로 ‘위장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몰카를 판매하거나 소유하려면 신상 정보를 등록하게 만드는 내용이죠. 재작년 4월, 온라인 시민 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서 이와 관련해 1만8천여 명의 국민이 입법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 의견을 받아 전문가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작년에 제가 대표로 법안을 발의했고요. 그 과정에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유사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전례 없는 사안이니만큼 반대 의견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방해가 심했어요. 위장형 몰래카메라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니 이 역시 산업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육안으로는 카메라인지 뭔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관련 범죄에 대응해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진 것이 없잖아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지난 5년간 드러난 것만 해도 1천7백여 건이고 해마다 40여 종의 새로운 위장형 카메라가 출시되고 있어요. 여성들이 두려워하니까 반대로 몰래카메라 탐지기가 개발되고, 몰래카메라가 정교해질수록 탐지기 성능이 좋아지고요.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입니까. 범죄로 처벌하려고 해도 몰래카메라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어요. 경로 파악이 전혀 안 되는 거죠. 규제가 불가능하더라도 경로 정도는 사전에 조절할 수 있도록 등록제를 실시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냈죠.

2015년에는 소라넷 폐쇄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사한 형태의 제2, 제3의 소라넷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리벤지 포르노, 유튜브 BJ 성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고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법과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건 한번 유포되면 개인 차원에서 절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법적인 사후 조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요. ‘사회적 인격 살인’이고,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소라넷 폐쇄 당시에도 법과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제 스스로 한계를 목격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의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소라넷이 이슈화되고 폐쇄되면서 사회 전반에 이것이 중대 범죄임을 인식시킨 계기는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단계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경찰도 관심을 갖게 되어 사법공조를 통해 해외 서버였지만 기민한 도움을 받아 폐쇄할 수 있었고 운영자를 체포했으니까요. 이 과정이 중요한 경험이 되어 이후 유사 사이트를 감시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도 발표됐고요.

나아가 몰카 상습범 가중 처벌을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죠. 호기심으로, 장난으로 한 촬영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봐요. 최근 발생하는 불법 촬영 범죄를 살펴보면,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상습 촬영하고 유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 워터파크 사건만 해도 가해자들이 2백 명이 넘는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촬영했고, 지난해 10월에도 모텔 종업원이 탁상시계형 위장형 카메라를 구입해 3개월 동안 1백 명을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에 상습 촬영의 경우 형량의 2분의 1이 가중되는 법안을 냈습니다.

19대 국회는 성폭력 친고죄 폐지라는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의원님께서 20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관련 안건은 무엇인지요? 20대 국회에서 이뤄내야 할 역사적인 숙원 중 하나가 개헌이죠. 개헌을 통해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실질적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 재정, 복지 등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을 헌법에 명시하고 모든 사람이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 저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가 크게 일고 있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개특위에서 검찰과 검찰 조직 내의 성범죄와 관련된 기록과 현안, 향후 관리 시스템과 조직 내 대응 방안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현안이고요.

마지막으로 여혐과 남혐이라는 대립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여성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보나요?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당신과 함께 행동하겠다’라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미투’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그런 비극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겠다’, 폭력적이고 왜곡된 권력을 휘둘러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성폭력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박영선 의원

어떤 사회든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힘겹게 유리 천장을 뚫고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힘을 믿습니다. 희망은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전망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니까요.

 

박영선 의원

언론과 정치라는 남성 중심의 주류 사회에서 살아왔습니다. 그 속에서 여성이라 느꼈을 자각이나 깨달음도 있었죠?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무시가 지금보다 더 심하던 때, ‘여자라서 저래’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반항과 오기로 생활하기도 했습니다. 입사 초년생 시절에는 어느 선배가 “박영선, 회사를 몇 년이나 다닐 생각이지?” 하고 묻더군요. 그런 걸 정하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있나 생각하던 찰나 “도대체 여자들은 말이야. 믿음직스럽지가 못해서··· 일하면서 퇴근할 생각만 하는지 뭘 빼먹기 일쑤고 특히 숫자에 약해. 조직적이지 못하다고 할까? 보아하니 쉽게 그만두지는 않을 듯한데 욕 안 먹으려면 사고를 좀 조직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응? 그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저런다는 얘기 안 듣도록 출근부터 퇴근까지 빈틈 없도록 하고···.”

(잠시 정적) 아··· 듣기 힘드네요. 그렇죠?(웃음) 그 선배 말에 이렇다 할 대꾸를 못 했지만 아주 불쾌했죠.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얼마 후 하필이면 제가 기사에 숫자를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어요. ‘증시 개방 한 달 동안 국내 주식 투자를 위해 들어온 외국 자금은 약 4만 달러, 우리 돈으로 3천억원을 넘어섰다’는 기사였습니다. 3천억원이라면 4억 달러로 표기했어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끼도록 수치를 전달하기 위해 달러와 원화를 모두 표기하다 우를 범한 거죠.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그 한 마디를 듣지 않으려고 그토록 애썼는데 그 선배의 편견과 무지의 내용이 내게도 적용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이고 부끄러웠습니다.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자니까 원···.’ 이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수많은 직장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고달프게 살며 자신들을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이보그가 아닙니다.

여성을 저평가하는 차별적 분위기가 여성들을 완벽주의자로 몰아간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간혹 실수라도 하면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게 만들고요. 일이 잘못됐다면 그 결과로 얘기하면 되고,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면 일하는 과정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남자가 실수했을 때와 여자가 실수했을 때의 사회적 반응은 다릅니다. 같은 실수를 해도 남성에겐 ‘개인의 잘못’으로, 여성에겐 ‘여자니까 못해’라고 규정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미국의 한 유명 정치인을 만나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가 “남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당선된 사실 하나만으로 인정받지만, 여자는 당선되고도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여성들이 처한 사회를 제대로 설명한 말이죠.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은 동력이었나요, 장애물이었나요? 언론사에 일하면서 ‘MBC 사상 첫 여성 특파원’, ‘MBC 첫 여성 메인 앵커’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언론사에서 일할 때나 정치를 하는 지금이나 남성 중심의 주류 사회에서 느끼는 박탈감은 여전합니다. 2004년 정치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돼 헌정 사상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이 됐고,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여성 원내대표도 지냈습니다. 2008년 감사원 국정감사에서는 KBS 감사의 문제점을 파헤쳐 결국 감사원장의 시인을 받아내기도 했는데, 당시 감사원 직원들의 술자리에서 ‘박영선 때문에 돌겠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치열하게 살았던 날들입니다. 하지만 단지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노력한 건 아니었습니다. 인정받고 성공한 만큼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성차별에 부딪히고, 이를 극복하려는 여성들이 외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범을 보이고도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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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고 지도자가 그 사회의 성평등, 평화 지향성과 무관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배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정치인에게 남은 희망을 걸고 싶습니다. 우리가 여성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6년 10월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6 성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백44개국 중 1백16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이코 노 미스 트>에서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유리 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29개국 가운데 29위로 꼴찌입니다. 반면 스위스의 성평등 수준은 어느 조사에서도 상위권입니다. 스위스 역시 처음부터 남성과 여성이 평등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성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려 기울여온 노력이 지금의 스위스를 만들었습니다. 남녀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헌법으로 명문화하고, 각종 여성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면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이 활발히 활동해야 합니다. 주장하지 않으면, 나아가 참여하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잘못된 사회적 관행과 폐단을 지적하고 바꿔나가려고 노력할 때 세상은 변화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여성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여성은 성폭력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올 것이 온 것’이라 표현했죠. 남성권위주의와 마초주의가 우리 사회 곳곳에 문화처럼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봅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로 검찰 내 직권조사와 성범죄 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사회 분위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회든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힘겹게 유리 천장을 뚫고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힘을 믿습니다. 희망은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전망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범죄가 다른 범죄에 비해 신고율과 입건율이 낮은 원인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꼽기도 합니다. 피해 사실을 고발, 증언한 당사자들이 외려 가해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는 거죠. 이런 보복성 명예훼손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이미 폐지한 조항이고요. 보복성 명예훼손 조항 폐지에 찬성합니다. 작년, 문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고발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가해자의 보복성 명예훼손 고소로 더 이상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형법 제307조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한 경우인 ‘사실적시 명예훼손’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되어 피해자들이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대부분 이 법률을 이미 폐지했고, 프랑스는 인종이나 성별과 관련한 혐오 표현만은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TF는 가해자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성폭력 피해를 공개할 경우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폐지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추진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된 지 반년이 지났습니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새 법안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항은 무엇이라 봅니까?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스토킹과 데이트 폭력, 디지털 범죄, 여성에 대한 증오 범죄 등 변화된 시대에 따라 처벌 기준과 피해자 보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 젠더폭력 추방을 범정부적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이 확정되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젠더 폭력 대책 전담팀을 만들어 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새 법안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젠더 폭력 전담 기구 설치, 가해자 처벌에 대한 확실성 증대, 피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강화 등 실질적인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담겨야 합니다.

현재 서울시는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나 ‘여성안심택배’ 등의 여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수정 보완하거나 발전시키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둘 다 훌륭한 여성 관련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는 여성 안전 귀가와 취약 지역 순찰 운영 등을 통해 안전 확보와 신규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여성안심택배’는 다른 지자체에서 확대 운영할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다만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정책도 필요하나 사회생활에서 부딪히는 뿌리 깊은 성적 차별에 대한 해결 방안은 모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이 부족합니다. 서울시 여성 복지 서비스의 인적, 물적 자원과 프로그램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여성의 복합적인 복지 욕구에 보다 적합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여성은 결혼과 육아, 커리어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성공에 대해 재정의해야 할 시점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영화 <조이>를 봤습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실제 인물 CEO 조이 망가노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사업가로서 겪어나간 스펙터클한 모험담이 아닌, 싱글맘으로 개척해온 삶의 모습 때문입니다. ‘슈퍼우먼’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죠? 결혼하고 나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육아와 가정생활에도 충실한 여성을 치하하는 말이었습니다. 현실 세계에 슈퍼우먼은 없습니다.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모두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남성, 여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독 여성에게만 ‘슈퍼우먼’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덫을 씌워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실패한 여성으로 낙인찍곤 했습니다. 이제 여성의 성공 개념도 바뀌어야 할 때입니다. 여성들은 저마다의 성공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남성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성공하기 위해 더 독해지고 악해져야 했던 사회적 관행과 슈퍼우먼이란 말이 지금껏 여성들을 몰아세웠습니다. 독해지고 악해지지 않아도 행복하게 자신의 성공을 위해 매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