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전동 골목길의 가게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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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한 입의 만족,

니즈버거

패션 회사 동료였던 두 청년이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모아 ‘니즈버거’를 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첫발을 내딛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창전동의 매력에 반해 이곳에 자리 잡기로 했다고. ‘니즈버거’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를 찾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일 신선한 버거를 만든다. 패티는 당일 사용할 만큼만 준비하고 부재료로 들어가는 토마토와 양파, 로메인 등은 신선도 관리에 특히 신경 쓴다. 버거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정성을 들이는 만큼 갓 구운 패티와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따끈한 수제 버거의 맛을 한층 높인다. 니즈 버거, 피넛버터 버거, 미니즈 버거 등 다섯 가지 버거 중 꼭 하나를 맛봐야 한다면 화이트 머시룸 버거를 추천한다. 소고기 패티와 함께 볶아낸 양파, 버섯 토핑이 진한 화이트 치즈와 어우러져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9 길 24-3
영업시간 11:30~20:30( 브레이크타임 15:30~16:30), 일요일 11:30~18:00, 화요일 휴업
문의 02-323-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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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충분한,

조용한 저녁

‘조용한 저녁’은 아담한 공간에 기역 자 모양의 바 자리만 있는 다이닝 바다. 어둑한 골목에서 은은한 불빛을 내고 있는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구운 채소나 치즈, 프로슈토를 얹어 내는 브루 스케타와 안주 삼을 만한 가벼운 요깃거리, 무거운 식사 대신 와인과 잘 어울리 는 파스타 몇 가지가 메뉴판에 적힌 메뉴의 전부지만 좋은 재료가 들어온 날이 나 때에 따라 셰프 입맛대로 내놓는 스페셜 요리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 지 않는다. 타페나드 삼겹구이, 대파와 연어, 레몬을 포일에 감싸 구워 내는 카르 토치오, 껍질을 바삭하게 익힌 로스트 포크 밸리 등은 SNS에 공지한 날이나 미 리 예약해두면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이다. 술 종류도 다양하다. 셰리, 포트, 마데 이라 등 주정 강화 와인부터 코냑, 위스키, 브랜디까지 퇴근길에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싶은 날, 바를 사이에 두고 말없이 휘파람을 불며 요리를 척척해내는 셰프 의 등 뒤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기 좋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길 18
영업시간 17:00~24:00, 토요일·공휴일 13:00~22: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010-845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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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감성 바,

대디서울

그래픽아트가 그려진 문은 ‘대디서울’로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당겨도 열리지 않는 문에 당황하지 말고 건물을 돌아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면 모던한 감각으로 꾸며진 바가 펼쳐진다. 화이트와 블랙으로 디자인된 공간에 이태원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디자인한 포스터만이 유일한 색감을 부여한다. 보통의 바라면 술병들이 보기 좋게 늘어서 있겠지만 대디서울의 진열장에는 투명한 글라스만 가득해 공간이 더욱 정돈돼 보인다. 와인은 리스트에서 고를 수 있지만 위스키와 칵테일은 원하는 맛을 얘기하면 바텐더가 취향에 맞게 준비해준다. 술에 곁들일 메뉴들도 은근히 입맛을 당긴다. 튀긴 가지에 직접 끓인 라구 소스를 올린 메뉴부터 짭짤한 명란을 더한 파스타와 떡 구이까지 간결하지만 술과 페어링이 돋보이는 요리들이 술맛을 돋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30 길 80
영업시간 18:00~02:00, 일요일 휴업
문의 02-335-0180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이정미 의원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정미 대표

2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공당의 대표가 당내 성폭력 사건을 공개하고 사과한 최초의 기자회견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지 않았습니까. 최교일 의원에 대해 2차 가해다 아니다 하며 서로 남 탓만 했죠. 그런데 저는 정말 그러기 싫었습니다. 검찰 조직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수 있으나 미투 운동이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요. 오래전부터 많은 여성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이런 아픔을 겪고 있었노라고 힘겹게 이야기해온 문제 아닙니까. 남 탓만 하다가 어느 세월에 성범죄가 근절되겠나 싶더라고요. 우리부터라도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당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진보 정당은 이 문제를 훨씬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 집단입니다. 어느 집단도, 또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 접근 방식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문제 발생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후 대책도 나오는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조직이 성범죄에 긴장하고 있어야 구성원이 혹시라도 그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하고 스스로 명확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평등 정책조정회의를 앞두고 ‘#미투,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응원’이라는 단어 사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응원이라는 단어는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셨나요? 응원조차 안 하고, 왜 이런 문제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뭐, 그보다는 나은 대응이라고 봅니다. 제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결심한 포인트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고통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 서기까지도 힘이 드는데 심지어 고발을 하고 난 뒤에는 2차, 3차 가해라는 끔찍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미투 운동이 더 활발히 일어나 더 많은 고발이 있어야 한다? 그걸 응원한다? 그건 피해자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왜 피해자가 고백해야 합니까? 가해자들이 자수를 해야죠. 그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우리부터 우리 자리에서 그런 일은 없었는지,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가 스스로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날(웃음), 시인 고은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한 원로 평론가가 “너무 시시콜콜 다 드러내고 폭로하고 비난하면 세상이 좀 살벌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일거수일투족 조심하다 보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한 인터뷰 혹시 보셨습니까? 네, 봤습니다. 여성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그렇게 시시콜콜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지난 십 수 년간 대한민국에서 성폭력 사건들이 은폐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야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지금 덜 불편해서 그런 말씀들을 하는 거예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 불편하게.

화이트 톱 아이젤(Izel), 화이트 슬랙스 팬츠와 블랙 스틸레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합리적인 입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낙태죄 폐지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 중 가장 논쟁적인 사안 중 하나입니다.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아 서인지 정치인들이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고요. 낙태죄 폐지 관련 법안에 어떤 태도로 접근할 예정입니까? 저 역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낙태를 단지 여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낙태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여성입니다.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어요. 낙태를 감행하게 하는 사회경제적인 이유, 어려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회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낙태죄를 폐지하면 여성들이 무분별하게 낙태를 한다? 적어도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형벌의 대상으로 보는 조항 때문에 생긴 불법적인 시술이 여성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1966년 루마니아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신한 여성의 사망률이 그 이전보다 7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루마니아 정부는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곧바로 법안을 개정했어요. 전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이탈리아도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위해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낙태가 합법이건, 불법이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성에게 죄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미혼모가 아이를 키워도 손가락질받지 않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주고, 청소년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거죠. 생명권은 이런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20대 국회의 최대 쟁점은 개헌입니다. 30년 만의 기회이니만큼 인권과 성평등에 관련한 개헌 요구도 큽니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지금의 헌법에는 여성이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국민의 일원으로 자기 권리를 갖는 주체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아요. 보호와 배려의 이면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거든요. 남녀 임금 격차, 독박 육아 등의 사회문제가 모두 거기서 발생한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양성평등기본법’이라 되어 있는 것인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 유럽보다 보수적이었던 미국조차 동성혼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만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고요. 이미 가지고 있고 엄연히 존재하는 개인의 성 정체성을 국가가 인정한다, 못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인권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양성평등에서 한발 나아간 성평등 개념을 넣고,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번 개헌 과정에서 적시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논쟁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과격합니다. 이 논쟁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워낙 격렬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찬성의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뿐입니다. 작년 6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81%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시대와 여론의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반발이 걱정되지는 않습니까? 정의당이 목소리를 안 내면 누가 낼까요?

작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강제 조항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시죠? 여성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는 것이 일상 속 여권 향상과 얼마나 비례한다고 봅니까? 아이슬란드는 국회의원 남녀 동수제가 실현됐습니다. 입법부의 50%가 여성이고, 여성에게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를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아이슬란드는 남녀 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성차별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남녀 임금 격차예요. 한국은 남녀 근로자 임금 격차가 36.67포인트(2016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남성 근로자 소득을 100이라 했을 때 여성 근로자는 63.33만 가져가는 거죠. 2018년 1월 1일부터 아이슬란드는 종업원 25인 이상의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성별이나 인종, 국적에 따른 구분을 없애야 하며 정부에서 남녀 임금 격차 제로 인증을 3년 마다 받아야 합니다. ‘남녀 임금 평등’을 법으로 강제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를 만든 거죠. 우리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성 의원 수가 너무 적어 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현재 47석의 비례대표 중에 50%인 여성 할당 의석 수를 더 확대해서 여성들의 정치 진입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며 오랫동안 사회의 소수로 살아왔습니다. 매 순간 찍은 삶의 좌표들이 의원님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끈 것이겠지요? 그렇죠···. 그런데 저는 소수가 아닙니다.(웃음) 정의당이 대변하려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예요. 지금까지 국회에는 소수만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았어요. 집 10채씩 가지고 있는 강남 땅 부자들, 개발 업자들, 고위 관료···.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소수아닙니까. 그동안 정치가 소수 기득권을 대변해왔고 이에 많은 분이 실망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의당을 지지해주지 않아서 소수가 된 것이지요.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폭발적이었고요. 조만간 곧 다수가 될 겁니다.

최근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이는 여성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는 이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서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힘으로 회사와 교섭하는 등 주체적으로 사안을 이끌었습니다. 그 과정에 정의당이 함께한 것이고요. 그 결과 청년들이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우리 여성들도 지금까지는 피해를 입고도 가슴속 깊이 그 상처를 감춘 채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다 같이 연대해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조금씩 바뀔 거라 믿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으니까 저 역시 정의당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게 함께 나아갑시다.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진선미 의원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

 

진선미 의원

‘의심받는 사람은 늘 빈민이고 여성이고 탈북자고 가난한 나라 출신의 외국인이다.’ 작년에 무려 9시간 14분간 이어진 필리버스터를 마무리 짓는 말이었죠? 그 마지막 순간에 소수를 조명했습니다. 아, 그때 정말 절박했어요.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소수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요? 저 역시 여성이고요. 지역 격차가 심한 동네에서 여고까지 다녔어요. 그때의 경험들이 피부 아래 쌓여 있는 거죠. 지금도 교육 차별, 교육 격차가 문제 되고 있지만 제 때는 음악 선생님이 국토지리도 가르칠 정도로 심각했죠. 학교가 과목별로 선생님을 따로 둘 여력이 안 되니 국토지리 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들어와 계속 지도만 그리게 하는 거예요. 참고서 보고 베끼는 거죠. 그걸 고3 때 하고 있었으니···. 그러면서 애들 공부 못한다고 맨날 때리고.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부당함에 맞서고 싶었지만 나도 무섭잖아요. 범생이로 살던 때라.

그렇게 범생이로 성장했는데(웃음) 어쩌다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고, 소라넷 폐쇄의 주역이 되었습니까? 그러니까요.(웃음) 변호사로 살면서도 차별에 늘 노출돼 있었어요. 성추행, 성희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저 역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을 받으며 살아왔으니까요. 제가 사법연수원 갈 때만 해도 정원 5백 명 중 여성이 34명이었어요. 총 30반으로 나누는데 조마다 여자를 최소 한 명씩 배정했어요. 안 그러면 남자들이 자기 조에는 여자가 없다고 불만을 가졌거든요. 아니 뭐, 여자가 기쁨조입니까? 왜 그렇게 홍일점 타령들을 했는지. 말도 안 되게 폭력적인데 그게 자연스러운 시대였어요. 사법연수원 졸업하고 나서 가사 사건도 맡고, 호주제 위헌 소송에 몸담으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것 같아요.

의원님과는 대한민국 여성 인권 역사에서 기념비적 사건인 호주제 위헌 소송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죠. 인생이 호주제 폐지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도 하셨고요. 호주제 위헌 소송 변호는 제 인생에서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생의 어떤 기점이죠. 문제 제기부터 제도 변화까지 이끄는 데 꼬박 10년이 넘게 걸렸어요. 사법연수원 마친 해에 호주제 위헌 소송 변호를 맡았는데 1999년 처음 이 소송에 투입되고 2005년에 위헌 판결이 났고, 법안이 개정되고 2008년에야 개인별 신분등록제가 만들어졌으니까요.

긴 여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두세 가지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처음 공론화했을 때 호주제는 여자들끼리의 문제라고 하도 공격 받아서 남자들도 관심이 많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든 인터뷰나 토론회에는 남자가 대표로 나갔어요. 그래서 그날도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석태 변호사님이 토론회에 나갔어야 하는데 다른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제가 떠밀려 그 자리를 채웠어요. 그때가 2000년이었는데, 생생해요.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이었어요.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인데 오전 11시 30분부터 갓 쓰고 도포 입은 어르신들이 몰려와서 객석을 장악하고 계시더라고요. 막 밥 내놓으라고 하고. 재판도 몇 번 못해본 1년 차 변호사였던 제가 얼마나 겁이 났겠어요. 심장이 벌렁벌렁.

브이넥 블랙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난장판이었네요.(웃음) 삿대질하고 욕하고···. 그때 제가 그 어르신들의 위선을 봤어요. 연단에 가정법률상담소 소장님, 관련 전문가와 활동가분들이랑 함께 앉아 있었거든요. 이분들한테는 소리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해요. 그런데 30대 초반의 초짜 변호사인 저한테는 욕을 안 해요. 변호사라는 지위와 권한에 눌리는 거예요. 제가 토론을 잘해서 그런 게 아니고요. 딱 한 마디 해요. ‘거 참 못되게 배웠구먼’ 하고요. 그날 이후로 의지가 더 불타올랐죠.

살면서 쌓아온 전투력 덕분인가요. 작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경찰청장 자리에 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려 경찰청장을 몰래 촬영했죠? 아니 어떻게 경찰청장 몰카를 생각했습니까? 누군가는 이를 두고 ‘2017 국감 최고의 장면’으로 꼽기도 했어요. 국회에 있다 보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처음에는 너무 보여주기 식은 아닐까 고민도 있었습니다. ‘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데도 강행한 건 몰래카메라의 존재에 대해 익히 알고 있지만 그 폐해에 무감각한 사람들에게 이는 명백한 중대 범죄이며 ‘누구라도, 나도, 그리고 경찰청장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고 문제 재인식의 계기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위장형 카메라를 처음보고 저도 속았어요. 우리 팀의 한 친구가 물병을 들고 오길래 물을 주나 보다 했거든요. 감쪽 같더라고요. 더 충격적인 건 몰래카메라 3대를 구입하는 데 10만원도 안 들었다는 거예요.

문제 제기 후 곧바로 ‘위장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몰카를 판매하거나 소유하려면 신상 정보를 등록하게 만드는 내용이죠. 재작년 4월, 온라인 시민 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서 이와 관련해 1만8천여 명의 국민이 입법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그 의견을 받아 전문가 간담회와 토론회를 거쳐 작년에 제가 대표로 법안을 발의했고요. 그 과정에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유사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어요.

전례 없는 사안이니만큼 반대 의견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방해가 심했어요. 위장형 몰래카메라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니 이 역시 산업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육안으로는 카메라인지 뭔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관련 범죄에 대응해서는 아무것도 만들어진 것이 없잖아요.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는 지난 5년간 드러난 것만 해도 1천7백여 건이고 해마다 40여 종의 새로운 위장형 카메라가 출시되고 있어요. 여성들이 두려워하니까 반대로 몰래카메라 탐지기가 개발되고, 몰래카메라가 정교해질수록 탐지기 성능이 좋아지고요. 얼마나 모순적인 상황입니까. 범죄로 처벌하려고 해도 몰래카메라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어디에서 누구에게 얼마나 팔렸는지에 대한 통계가 없어요. 경로 파악이 전혀 안 되는 거죠. 규제가 불가능하더라도 경로 정도는 사전에 조절할 수 있도록 등록제를 실시하자는 취지의 법안을 냈죠.

2015년에는 소라넷 폐쇄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도 유사한 형태의 제2, 제3의 소라넷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리벤지 포르노, 유튜브 BJ 성범죄 등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고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다루는 법과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건 한번 유포되면 개인 차원에서 절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법적인 사후 조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요. ‘사회적 인격 살인’이고,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소라넷 폐쇄 당시에도 법과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제 스스로 한계를 목격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의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소라넷이 이슈화되고 폐쇄되면서 사회 전반에 이것이 중대 범죄임을 인식시킨 계기는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단계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경찰도 관심을 갖게 되어 사법공조를 통해 해외 서버였지만 기민한 도움을 받아 폐쇄할 수 있었고 운영자를 체포했으니까요. 이 과정이 중요한 경험이 되어 이후 유사 사이트를 감시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도 발표됐고요.

나아가 몰카 상습범 가중 처벌을 위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죠. 호기심으로, 장난으로 한 촬영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봐요. 최근 발생하는 불법 촬영 범죄를 살펴보면, 가해자가 다수의 피해자를 반복적으로 상습 촬영하고 유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 워터파크 사건만 해도 가해자들이 2백 명이 넘는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촬영했고, 지난해 10월에도 모텔 종업원이 탁상시계형 위장형 카메라를 구입해 3개월 동안 1백 명을 촬영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이에 상습 촬영의 경우 형량의 2분의 1이 가중되는 법안을 냈습니다.

19대 국회는 성폭력 친고죄 폐지라는 의미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의원님께서 20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관련 안건은 무엇인지요? 20대 국회에서 이뤄내야 할 역사적인 숙원 중 하나가 개헌이죠. 개헌을 통해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없애고 실질적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 재정, 복지 등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을 헌법에 명시하고 모든 사람이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명확히 해야 합니다. 또 저는 우리 사회에서 요구가 크게 일고 있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개특위에서 검찰과 검찰 조직 내의 성범죄와 관련된 기록과 현안, 향후 관리 시스템과 조직 내 대응 방안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현안이고요.

마지막으로 여혐과 남혐이라는 대립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여성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보나요? 미투 운동은 ‘당한 사람’으로서의 피해자 고백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대의 의미가 우선이죠. 남자든, 여자든, 피해자이든 아니든 ‘미투’는 ‘나도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당신과 연대하겠다’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행동의 의미입니다.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당신과 함께 행동하겠다’라는 것이 주요한 맥락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미래 지향적 의미입니다. ‘미투’는 ‘과거의 아픔을 딛고 그런 비극이 없는 미래로 나아가겠다’, 폭력적이고 왜곡된 권력을 휘둘러 이뤄지는 모든 종류의 성폭력에 대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는 일종의 자발적인 사회 공동 선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