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전동 골목길의 가게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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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식물과 물건,

더 오베르 박물관

프랑스의 역사 박물관 빅토르 오베르에서 이름을 따온 ‘더 오베르 박물관’. 긴 세월을 거쳐온 빈티지 물건과 곁에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식물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플로리스트 송슬기와 빈티지 오브젝트를 다루는 김해리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두 사람의 취향의 접점이 녹아든 이색적인 숍이다. 플로리스트는 계절별로 새로운 컨셉트에 맞는 식물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꽃과 허브들을 들여놓았다. 식물 건너편에 전시해둔 빈티지 오브젝트들은 파리, 런던, 베를린 등 유럽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하는 물건들로 셀렉해온다. 누구보다 이른 봄을 맞은 더 오베르 박물관에는 수선화, 스위트피, 파파야 등 향 좋고 색상도 다채로운 식물들이 가득해 동네에 싱그러운 봄기운을 퍼뜨리고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 길 22
영업시간 11:00~19:00, 월요일 휴업
문의 @Theauber.flowers(플라워), @Theauber.vintage_object(빈티지 오브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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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을 위한 책 처방,

사적인 서점

‘사적인 서점’은 책의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주인장이 일대일로 책 처방을 내려주는 예약제 서점이다.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책 처방 순서는 이렇다. 먼저 건강 문진표를 기록하듯 평소 읽은 책과 자주 읽는 책에 대한 독서 차트를 기록하고, 요즘 고민과 관심사에 대해 주인장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그러고 나면 열흘 뒤 편지 한 통과 함께 책이 배달돼 뜻밖의 선물을 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책과 좀 더 친해지고 싶은 이들이나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고민 때문에 책에서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책을 골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나만을 위한 책을 추천받아 헛헛한 마음을 충전하면 좋을 듯. 서점에서는 종종 흥미로운 일도 일어난다. 주인장이 일본의 책과 잡화들을 내놓는 ‘주섬주섬 장’이나 일본의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원서로 읽으며 진행하는 일본어 수업 등 소소한 행사들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9 길 60 4층
영업시간 사전 예약제
문의 카카오 플러스친구 @사적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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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광을 위한 종이 상점,

올라이트

컴퓨터에 빠르게 타이핑하기보다 종이에 손으로 직접 생각을 써나가다 보면 복 잡했던 마음이 명료하게 정리될 때가 있다. ‘올라이트’에서는 그런 모든 생각과 일상이 기록될 종이 제품들을 판매한다. 종이 냄새가 은은히 풍기는 공간 곳곳 책상과 책장에 차곡히 쌓여 있는 종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풍요로 워진다. 다이어리, 드로잉 북, 메모지, 엽서들은 기록광인 대표가 직접 쓰고 그 려보며 디자인했다. 군더더기는 덜어내고 기본에 충실하게 디자인된 제품들은 그녀의 취향에 따라 거친 질감의 종이를 사용해 연필로 쓸 때 사각거리는 느낌 이 매력적이다. 매번 새 다이어리를 장만할 때면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쉽지 않아 고민이었다면 이곳의 만년 다이어리를 골라보자. 6개월 치로 가볍게 쓸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사용한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멋스럽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 길 28
영업시간 금~일요일 13:00~18:00
문의 @all_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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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이후북스

창전동에 일찍이 자리를 잡은 작은 책방 ‘이후북스’는 독립 출판물과 인권, 동물에 관한 책을 주로 다룬다. 아담한 공간에 다양하게 큐레이션된 책을 만날 수 있는데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을 따로 모아놓은 코너가 인상적이다. 고양이 사랑을 증명하듯 최근에 이후북스는 출판 브랜드를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으로 <고양이의 크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거대해진 고양이의 모험을 그린 이 책은 대사 하나 없이 고양이 그림만으로 구성됐지만 묘한 매력으로 고양이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은 책방의 장점은 주인장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동네를 오가며 가볍게 들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서로 책을 추천하는 단골들이 꽤 많다. 이후북스는 단순한 서점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재능 있는 작가들과의 협업, 북바인딩 워크숍이나 글쓰기 수업처럼 독립 출판의 발판이 되어줄 작업과 공연, 전시 등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11길 18
영업시간 화~토요일 14:00~21:00,   일·월요일 14:00~19:00
문의 010-4448-7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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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식물의 향기로,

아뜰리에 생강

다양한 식물에서 얻은 영감으로 향기에 관한 제품을 만드는 공방이다. 캔들이나 오너먼트에 단지 향기를 입히는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색감이나 형태를 살려 제품을 디자인한다. ‘아뜰리에 생강’은 이번 봄의 빛깔을 노랑으로 정하고 메리골드 꽃잎과 캐모마일, 로즈메리로 왁스 태블릿과 초를 만들었다. 노란 꽃을 입은 향 제품들은 시트러스 향과 유자 향을 머금고 코끝에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식물을 다루는 워크숍도 진행한다. 꽃과 식물을 파는 ‘식물 상점’과 일러스트 작가 노혜정, 허브를 곁들인 요리를 선보일 예정인 이탤리언 레스토랑 ‘아까 H’ 등 다양한 팀과 함께 식물을 먹고 쓰는 등 여러모로 활용하는 워크숍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른 브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향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티 브랜드와 함께 차를 즐길 때 잘 어울리는 향으로 만든 향초를 출시하거나 요가원과 공동으로 명상 중에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향기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 길 17 2층
영업시간 일·월요일 휴업, @atelier_saengang(워크샵 공지 확인)
문의 02-324-3605

창전동 골목길의 가게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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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한 입의 만족,

니즈버거

패션 회사 동료였던 두 청년이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모아 ‘니즈버거’를 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첫발을 내딛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창전동의 매력에 반해 이곳에 자리 잡기로 했다고. ‘니즈버거’에서는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를 찾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매일 신선한 버거를 만든다. 패티는 당일 사용할 만큼만 준비하고 부재료로 들어가는 토마토와 양파, 로메인 등은 신선도 관리에 특히 신경 쓴다. 버거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데 정성을 들이는 만큼 갓 구운 패티와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따끈한 수제 버거의 맛을 한층 높인다. 니즈 버거, 피넛버터 버거, 미니즈 버거 등 다섯 가지 버거 중 꼭 하나를 맛봐야 한다면 화이트 머시룸 버거를 추천한다. 소고기 패티와 함께 볶아낸 양파, 버섯 토핑이 진한 화이트 치즈와 어우러져 고소한 풍미를 자랑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9 길 24-3
영업시간 11:30~20:30( 브레이크타임 15:30~16:30), 일요일 11:30~18:00, 화요일 휴업
문의 02-323-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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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충분한,

조용한 저녁

‘조용한 저녁’은 아담한 공간에 기역 자 모양의 바 자리만 있는 다이닝 바다. 어둑한 골목에서 은은한 불빛을 내고 있는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맛있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구운 채소나 치즈, 프로슈토를 얹어 내는 브루 스케타와 안주 삼을 만한 가벼운 요깃거리, 무거운 식사 대신 와인과 잘 어울리 는 파스타 몇 가지가 메뉴판에 적힌 메뉴의 전부지만 좋은 재료가 들어온 날이 나 때에 따라 셰프 입맛대로 내놓는 스페셜 요리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 지 않는다. 타페나드 삼겹구이, 대파와 연어, 레몬을 포일에 감싸 구워 내는 카르 토치오, 껍질을 바삭하게 익힌 로스트 포크 밸리 등은 SNS에 공지한 날이나 미 리 예약해두면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이다. 술 종류도 다양하다. 셰리, 포트, 마데 이라 등 주정 강화 와인부터 코냑, 위스키, 브랜디까지 퇴근길에 가볍게 술 한잔 하고 싶은 날, 바를 사이에 두고 말없이 휘파람을 불며 요리를 척척해내는 셰프 의 등 뒤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기 좋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 11길 18
영업시간 17:00~24:00, 토요일·공휴일 13:00~22: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010-8454-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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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감성 바,

대디서울

그래픽아트가 그려진 문은 ‘대디서울’로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당겨도 열리지 않는 문에 당황하지 말고 건물을 돌아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가면 모던한 감각으로 꾸며진 바가 펼쳐진다. 화이트와 블랙으로 디자인된 공간에 이태원 ‘포스트 포에틱스’에서 디자인한 포스터만이 유일한 색감을 부여한다. 보통의 바라면 술병들이 보기 좋게 늘어서 있겠지만 대디서울의 진열장에는 투명한 글라스만 가득해 공간이 더욱 정돈돼 보인다. 와인은 리스트에서 고를 수 있지만 위스키와 칵테일은 원하는 맛을 얘기하면 바텐더가 취향에 맞게 준비해준다. 술에 곁들일 메뉴들도 은근히 입맛을 당긴다. 튀긴 가지에 직접 끓인 라구 소스를 올린 메뉴부터 짭짤한 명란을 더한 파스타와 떡 구이까지 간결하지만 술과 페어링이 돋보이는 요리들이 술맛을 돋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30 길 80
영업시간 18:00~02:00, 일요일 휴업
문의 02-335-0180

여성 법안을 낸 정치인들 – 이정미 의원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정미 대표

2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공당의 대표가 당내 성폭력 사건을 공개하고 사과한 최초의 기자회견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이 정치 공방으로 흐르지 않았습니까. 최교일 의원에 대해 2차 가해다 아니다 하며 서로 남 탓만 했죠. 그런데 저는 정말 그러기 싫었습니다. 검찰 조직 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일 수 있으나 미투 운동이 안태근 검사 성추행 사건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요. 오래전부터 많은 여성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이런 아픔을 겪고 있었노라고 힘겹게 이야기해온 문제 아닙니까. 남 탓만 하다가 어느 세월에 성범죄가 근절되겠나 싶더라고요. 우리부터라도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정당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진보 정당은 이 문제를 훨씬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 집단입니다. 어느 집단도, 또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 접근 방식의 기준을 정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문제 발생시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후 대책도 나오는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조직이 성범죄에 긴장하고 있어야 구성원이 혹시라도 그런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하고 스스로 명확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고요.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성평등 정책조정회의를 앞두고 ‘#미투, 응원합니다’라는 피켓을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응원’이라는 단어 사용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응원이라는 단어는 스스로를 타자화하는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셨나요? 응원조차 안 하고, 왜 이런 문제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뭐, 그보다는 나은 대응이라고 봅니다. 제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결심한 포인트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피해자들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고통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 서기까지도 힘이 드는데 심지어 고발을 하고 난 뒤에는 2차, 3차 가해라는 끔찍한 상황을 맞닥뜨려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미투 운동이 더 활발히 일어나 더 많은 고발이 있어야 한다? 그걸 응원한다? 그건 피해자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왜 피해자가 고백해야 합니까? 가해자들이 자수를 해야죠. 그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우리부터 우리 자리에서 그런 일은 없었는지, 내가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가해자가 스스로 고백하고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같은 날(웃음), 시인 고은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한 원로 평론가가 “너무 시시콜콜 다 드러내고 폭로하고 비난하면 세상이 좀 살벌해지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일거수일투족 조심하다 보면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싶다”라고 말한 인터뷰 혹시 보셨습니까? 네, 봤습니다. 여성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그렇게 시시콜콜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지난 십 수 년간 대한민국에서 성폭력 사건들이 은폐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야 됩니다. 그래야 그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지금 덜 불편해서 그런 말씀들을 하는 거예요.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더 불편하게.

화이트 톱 아이젤(Izel), 화이트 슬랙스 팬츠와 블랙 스틸레토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합리적인 입법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낙태죄 폐지는 페미니즘 관련 이슈 중 가장 논쟁적인 사안 중 하나입니다.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아 서인지 정치인들이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고요. 낙태죄 폐지 관련 법안에 어떤 태도로 접근할 예정입니까? 저 역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접근하기가 매우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낙태를 단지 여성의 책임으로만 전가하고, 그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낙태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은 여성입니다.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어요. 낙태를 감행하게 하는 사회경제적인 이유, 어려움이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회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낙태죄를 폐지하면 여성들이 무분별하게 낙태를 한다? 적어도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형벌의 대상으로 보는 조항 때문에 생긴 불법적인 시술이 여성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1966년 루마니아에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신한 여성의 사망률이 그 이전보다 7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루마니아 정부는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곧바로 법안을 개정했어요. 전 국민의 9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이탈리아도 여성의 건강권과 행복권을 위해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고요. 낙태가 합법이건, 불법이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성에게 죄를 묻는 방식이 아니라 미혼모가 아이를 키워도 손가락질받지 않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국가가 만들어주고, 청소년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거죠. 생명권은 이런 방식으로 보호되어야 합니다.

20대 국회의 최대 쟁점은 개헌입니다. 30년 만의 기회이니만큼 인권과 성평등에 관련한 개헌 요구도 큽니다. 가장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지금의 헌법에는 여성이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국민의 일원으로 자기 권리를 갖는 주체로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아요. 보호와 배려의 이면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거든요. 남녀 임금 격차, 독박 육아 등의 사회문제가 모두 거기서 발생한다고 봐요. 그리고 또 하나는 ‘양성평등기본법’이라 되어 있는 것인데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있어 유럽보다 보수적이었던 미국조차 동성혼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대만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고요. 이미 가지고 있고 엄연히 존재하는 개인의 성 정체성을 국가가 인정한다, 못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인권 국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양성평등에서 한발 나아간 성평등 개념을 넣고,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번 개헌 과정에서 적시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양성평등과 성평등 논쟁이 어느 때보다 거세고 과격합니다. 이 논쟁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워낙 격렬하고 강력하기 때문에 찬성의 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뿐입니다. 작년 6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81%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국민들의 생각은 이미 변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시대와 여론의 변화를 반영해야 합니다.

반발이 걱정되지는 않습니까? 정의당이 목소리를 안 내면 누가 낼까요?

작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강제 조항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시죠? 여성 국회의원 수가 증가하는 것이 일상 속 여권 향상과 얼마나 비례한다고 봅니까? 아이슬란드는 국회의원 남녀 동수제가 실현됐습니다. 입법부의 50%가 여성이고, 여성에게 가장 절박한 삶의 문제를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아이슬란드는 남녀 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경우 성차별 카테고리 안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남녀 임금 격차예요. 한국은 남녀 근로자 임금 격차가 36.67포인트(2016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입니다. 남성 근로자 소득을 100이라 했을 때 여성 근로자는 63.33만 가져가는 거죠. 2018년 1월 1일부터 아이슬란드는 종업원 25인 이상의 모든 기업과 공공기관이 성별이나 인종, 국적에 따른 구분을 없애야 하며 정부에서 남녀 임금 격차 제로 인증을 3년 마다 받아야 합니다. ‘남녀 임금 평등’을 법으로 강제화한 세계 최초의 사례를 만든 거죠. 우리 역시 시대 흐름에 맞춰 노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성 의원 수가 너무 적어 법이 쉽게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의당은 현재 47석의 비례대표 중에 50%인 여성 할당 의석 수를 더 확대해서 여성들의 정치 진입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대학을 자퇴하고 노동운동에 뛰어들며 오랫동안 사회의 소수로 살아왔습니다. 매 순간 찍은 삶의 좌표들이 의원님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끈 것이겠지요? 그렇죠···. 그런데 저는 소수가 아닙니다.(웃음) 정의당이 대변하려는 여성,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절대 다수예요. 지금까지 국회에는 소수만을 대변하는 정치인이 너무 많았어요. 집 10채씩 가지고 있는 강남 땅 부자들, 개발 업자들, 고위 관료···. 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소수아닙니까. 그동안 정치가 소수 기득권을 대변해왔고 이에 많은 분이 실망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정의당을 지지해주지 않아서 소수가 된 것이지요. 정치인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를 분명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방향 속에서 정책도, 법안도 만들어지는 것이라 봐요. 반대로 유권자는 나를 대변하는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지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그 선순환 속에서 우리 삶이 나아질 수 있어요. 이에 대한 인식이 넓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 폭발적이었고요. 조만간 곧 다수가 될 겁니다.

최근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청년들이 ‘세상을 바꾸는 경험’을 축적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죠. 이는 여성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 같습니다. 파리바게뜨 불법 파견 문제는 이 친구들이 저희에게 와서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 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의 힘으로 회사와 교섭하는 등 주체적으로 사안을 이끌었습니다. 그 과정에 정의당이 함께한 것이고요. 그 결과 청년들이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우리 여성들도 지금까지는 피해를 입고도 가슴속 깊이 그 상처를 감춘 채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면 다 같이 연대해 힘을 모아 나가자고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조금씩 바뀔 거라 믿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으니까 저 역시 정의당을 하고 있는 것이고요. 그렇게 함께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