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

시폰 원피스와 턱시도 재킷 모두 니나 리치(Nina Ricci).
실크 원피스 로우 클래식(Low Classic), 모로칸 카펫 소프트 퍼레이드(Soft Parade).
화이트 블라우스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 NY).
화이트 레이스 톱과 드레스 모두 니나 리치(Nina Ricci), 이어링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실크 원피스 델라 라나(Della Lana), 골드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e NY), 모로칸 카펫 소프트 퍼레이드(Soft Parade).

시간이 꽤 지난 일이지만, 지난해 배우 박민영이 보여준 <7일의 왕비>의 ‘채경’은 짙고 무거운 슬픔을 품은 인물이었다. 웃기보다 울 때가 많고 행복하기보단 마음 아픈 순간이 많았던 채경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박민영은 자신의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너무 안쓰러운 아이’라 유독 마음이 많이 갔고, 고단했던 채경의 삶을 떠나보내기까지 시간도 많이 필요했다. 그렇게 소진한 체력과 마음이 평소대로 돌아오기까지 석 달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 드라마 한 편을 끝내면 일주일 정도 잠만 자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회복하는 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그래도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냈다는 반증이니 한편 기분이 좋기도 했어요. 지금은 아주 좋아요. 체력이 많이 올라왔고, 마음도 단단해졌고요.”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을 채운 것 중 하나는 여행이다. “미술을 좋아해서 그림 보러 가는 여행을 좋아해요. 화가 한 명을 정해서 어느 도시의 아주 작은 미술관부터 도는 거죠. 이를테면 반 고흐라면 초기 작품이 있는 미술관부터 그가 죽기 직전 머물렀던 마을까지 여행하는 거예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는 여행도 좋아요. 예쁘게 플레이팅된 요리를 보는 것도 좋고요. 한국에도 아름다운 곳이 많죠. 여행지는 어디든 좋은 영감을 줘요.”

지난 작품을 잘 떠나보내고 여행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채운 후 오랜만에 화보 촬영에 나선 박민영은 동명의 웹툰을 드라마로 만든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미소’를 막 만난 참이었다.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 가장 떨리는 순간이라는 첫 리딩을 앞둔 그녀는 좋은 기운으로 가득 차 보였다. “화사한 봄을 기다리는 기분이에요.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요. 그런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약간의 긴장감이 저를 기분 좋게 자극해요.” 그녀가 연기하게 될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미소는 10년 동안 비서로 일하며 ‘비서계의 레전드’라 불릴 만큼 능력이 뛰어나고 책임감도 강한 인물이다. 하지만 일에 파묻혀 살던 어느 날, 자신의 삶이 사라져버렸다는 회의감이 들어 자아를 찾기 위해 일을 관두려고 한다. “하루는 미소가 은행에 가서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할 곳에 이름 대신 ‘김비서’라고 적어요. 자신의 이름보다 직함이 익숙할 만큼 일에 묻혀 산 거죠. 제 또래 많은 여성이 공감할 고민을 가진 인물이에요. 일에 빠져 살다 보면 나 자신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잖아요. 저 역시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과연 배우의 길이 내 길인가 하는 고민이요. 돈을 벌기 위한 길인지 아니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길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죠.”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할 때면 자신을 잘 들여다보았다. “모든 걸 비우고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요. 그때마다 대답은 ‘촬영장에 있을 때’였어요.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 연기를 하는 순간에 가장 행복했죠. 가장 행복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부수적인 스트레스는 받아들여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더라고요.”

단 일주일 동안 왕비로 살았던 비극적 운명의 ‘채경’과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살아온 ‘미소’는 결이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지난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제가 연기한 인물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이죠. 자신감 넘치고 능동적이며 자존감도 높은 인물이에요. 처음으로 할 말을 하는 사람을 연기하게 된 것 같아요.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면 엄청난 대사량이에요. 촬영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대사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연습을 열심히 하는 중이에요.”

새 드라마에 앞서 그녀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찾아온다. 5월에 첫 회가 방송되는 넷플릭스의 <범인은 바로 너>에서 박민영은 사건을 해결하는 일곱 명의 탐정 중 한 명이 된다. 바닷바람에 머리가 마구 헝클어지고 자기 옷에 걸려 자꾸만 넘어지는,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 박민영이 아니라 현실의 박민영이 그곳에 있다. “첫 촬영 때는 혹시 실수라도 할까 봐 엄청 긴장했어요. 그런데 두세 번 넘어지고 나니까 다 내려놓게 되더라고요.(웃음) 열 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지는데 하나의 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열 개의 작은 사건을 해결해야 해요. 모두 연관이 있는 사건들이죠. 에피소드마다 카메오도 많이 출연하고 볼거리도 다양해요. 제가 셜록 홈스 마니아여서 추리를 잘 해 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웃음) 수학 문제가 나오는 순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냥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게 될 거예요.” 10년이 넘도록 필모그래피를 쌓는 동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다른 곳에서 박민영을 만나는 건 드문 일이었다. 20대의 그녀였다면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30대의 그녀는 선택했다. “과거에는 이상한 아집이 있었어요. 배우는 연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굳이 잘하지도 못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그들의 영역을 범하고 다른 사람들이 못하는 제게 맞춰야 한다면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서른이 넘으니 저 자신이 즐거우면 다른 사람도 즐거울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범인은 바로 너>에 함께 출연하는 (유)재석 오빠가 저더러 예능 계속 하라는 말도 했어요.(웃음)”

그렇게 세월이 쌓일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넓어지고 있었다. 2018년의 박민영이 보여주는 세계는 아마도 좀 더 넓고 다채로울 것이다. 다만 앞으로 지금까지 배우로서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가치관이 있다. “정직하게 살며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될 거예요. 전 딸이라고 딱 정해놓았어요.(웃음) 지금의 저와 엄마의 관계가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꼭 딸이 있었으면 해요.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고 연기하며 정직한 사람으로 살 거예요.” 아직 한해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올해의 마지막 날은 지난해의 마지막 날과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웃고 있을 것 같아요. 올 한 해 열심히 달릴 테니까요. 떠나보내기 아쉬울 만큼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해요.”

화이트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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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선 – 박민영 Preview

실크 원피스 로우 클래식(Low Classic), 모로칸 카펫 소프트 퍼레이드(Soft Parade).
화이트 블라우스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 NY).
화이트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e NY).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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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의 시절

트렌치코트 코스(COS), 슬립 드레스와 슈즈 모두 로우클래식(Low Classic).

강아솔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화려한 수사도 장렬한 클라이맥스도 없이 오래 품어두었던 이야기를 띄엄띄엄, 하지만 분명하게 전한다. 그 특유의 느린 호흡은 조금 더 주의 깊게 귀 기울이게 하고 오랜 시간 되뇌게 만든다. 강아솔은 2012년 자신의 고향 제주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한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시작으로, 이후 서울에서 완성한 2집 <정직한 마음>에 이어 4년 만에 3집 <사랑의 시절>을 발표했다. 오래 기다린 신보에는 눈 내리던 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느낀 감상을 담은 피아노 연주곡 ‘겨울비행’을 시작으로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섬’, 친구의 다정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한 ‘다 고마워지는 밤’, 노래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그래도 우리’ 등 사려 깊은 10곡이 담겨 있다.

 

 

니트 스웨터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앨범명이 <사랑의 시절>이다. 사랑이 어려운 시절에 어떻게 이 이름을 붙이게 됐나? 지금 우리 세대가 인생에서 포기하는 가치 중 하나가 사랑 아닌가. N포 세대라는 말과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세상의 함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함정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순진하고 촌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랑이 어려운 시절일수록 포기하지 말고 더 힘껏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낭만적 로맨스를 기대하는 대신 저마다의 비장함을 가지고 사랑에 임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랑하자고 말이다. 지금이 우리의 가장 찬란한 사랑의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랑의 시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4년 만의 앨범이다. 긴 공백을 지나며 뮤지션으로서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다. 음악 하는 동료들끼리 ‘앨범이 우리 삶을 이끈다’는 말을 많이 한다. 2집을 발매하고 그 노래들이 이끄는 대로 살다 보니 뜻하지 않은 장소에 가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더라. 2집의 노래들이 만들어준 인연 안에서 배우고 성장했고, 시선이 확장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3집에 영향을 미쳤다. 나의 노래들이 데려다준 모든 것이 좋았다.

임보라 트리오나 홍갑 등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도 다양하고, 사운드 면에서도 굉장히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뮤지션 강아솔이 한 단계 다른 세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1집이 모아둔 곡을 정리해 발표하는 식이었다면 그 후부터는 매번 곡을 새롭게 작업해 채워가야 했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음악적 동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지 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적합한 사람을 찾고, 그들에게 손 내밀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어느 부분은 과감해지고 또 어느 부분은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하면서.

작곡가가 꿈이었는데 가사를 붙이고 노래까지 하게 됐다. 노래를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내가 청중을 막 휘어잡고 무대를 흔들어놓는 실력 있는 싱어는 아닌터라(웃음) 내게 보컬이란 스토리텔러에 가깝다. 어떤 이야기를 청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한다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토리텔러라는 역할 인식 때문일까. 강아솔은 가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뮤지션이다. 노래로 만들고 싶은 감정을 당장 곡으로 쓰지 않고 오래 생각하고 들여다본다고 했다. 오래 두고 보는 이유는 당시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 마음에 최대한 가까이 닿는 이야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심상이 떠오르지만 그것이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헷갈릴 때가 있고, 실제로 혼동하기도 하니까. 그럴 때는 내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지금 같은 감정이 들었는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경험과 추억을 소환해 이야기를 직조하다 보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고,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또 특정한 감정 생겼을 때 시간을 두고 다른 텍스트들을 보다 보면 유독 채이는 단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하거나 진부한 말인데도 그 순간 마음에 닿는 표현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힘껏’, ‘무심하다’ 등이 유난히 밟혔다.

앨범 수록곡 중 ‘섬’의 가사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맞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그 마음으로 만든 곡이기도 하다. ‘나 이렇게 힘든데 여러분도 그런가요? 나만 그렇다면 조금 외로울 것 같은데 여러분도 그런가요?’라는 마음으로. 이전에는 외롭고 그늘진 마음에 대해 가사로 쓰지 않았다. 외려 그런 사람들에게 친구에게 하듯 괜찮다고, 곁에 있겠다고 말하는 위로의 노래를 해온 편이다. 반면 ‘섬’은 내 고백이라 더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대단한 가사가 아닌데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고치고 또 고쳤다.

‘이런 내가 싫지만, 이런 나를 붙들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외로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가사에 ‘앓고’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병처럼 내가 나를 앓다’라는 말을 너무 쓰고 싶은데 울림상 그다지 좋지 않고, 또 ‘앓고’가 ‘알고’라고 잘못 들릴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앓고’라는 단어를 빼보다가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이런 나를 나는 앓고’라는 문장을 넣었다. 의미상으로는 ‘견디다’라고 바꿀 수도 있지만 충분한 표현은 아니었다.

20~30대를 향한 동시대적 감각 때문일까. 또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드라마 <청춘시대> OST 에 2집 수록곡인 ‘매일의 고백’, ‘나의 대답’이 실렸고, 1집 타이틀 곡 ‘그대에게’는 지난해 MBC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서 샤이니 故 종현을 추모하는 곡으로 쓰였다. 같은 세대와 깊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음악가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노래를 다 쓰고 난 뒤 다시 듣다 보면 때로 ‘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곧 누군가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면 참 감사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이번 3집의 마지막 곡인 ‘안부 인사’의 마지막 두 줄인 ‘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라는 가사는 참 잘 쓴 것 같다. 쓰고 나서도 바로 ‘오, 잘 썼는데?’ 했다.(웃음) 특별한 표현은 아니지만 전하고자 하는 감정에 최대한 가까운 표현을 찾으려는 입장에서 이 두 마디 가사가 이 곡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고. 내게는 멋 부리지 않고 꼬지 않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가사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최대한 멋을 덜어내려고 한다. 늘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다. 내가 멋 부리려 하는 것도, 본래 감정보다 과장한 것도 다 안다. 나역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분명 멋있고 좋은 음악과 말인데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내 음악 역시 어떤 사람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아니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후 계속 덜어내고 덜어내며 힘을 빼고 다듬는 시간이 오래 필요하다. 부릴 욕심과 부리지 말아야 할 욕심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힘 빼는 게 가장 힘들다.

오늘 인터뷰도 그렇고 ‘다 고마워지는 밤’의 가사를 되내어도 그렇고 강아솔은 참 다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정하다기보다는 받은 게 많아서 그렇다. 주변에 고마운 이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내 마음을 자주 이야기하게 되고, 또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나온다. 이 사람들이 내게는 살아가는 연료니까.

강아솔에게 음악 같은 순간은 언제인가? ‘다 고마워지는 밤’에도 나오는 짧은 순간이 있는데, ‘안녕’ 인사하고 헤어지는데 서로 계속 뒤를 돌아보는 거다. 그중 한 사람이 ‘몇 번을 뒤돌아 너의 뒷모습 지켜봤는지 너는 알까, 너도 그랬을까’ 하고 말하는 장면이다. 요즘 들어 배웅과 마중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다녀와’, ‘어서 와’라는 인사를 들으면 마치 그 화자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아서 참 좋다. ‘다녀와’는 ‘내가 여기 있을 테니 갔다 와’ 하는 인사고, ‘어서 와’도 ‘네가 오길 여기에서 기다렸다’는 인사니까. 내 음악도 배웅하고 마중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그런 인사를 하는 노래라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에 치이다가도 문득 내 노래를 들었을 때 ‘어서 와’ 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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