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 – 박민영 Preview

실크 원피스 로우 클래식(Low Classic), 모로칸 카펫 소프트 퍼레이드(Soft Parade).
화이트 블라우스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 NY).
화이트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조셉(Joseph), 이어링 지넷 뉴욕(Ginette 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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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랑의 시절

트렌치코트 코스(COS), 슬립 드레스와 슈즈 모두 로우클래식(Low Classic).

강아솔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화려한 수사도 장렬한 클라이맥스도 없이 오래 품어두었던 이야기를 띄엄띄엄, 하지만 분명하게 전한다. 그 특유의 느린 호흡은 조금 더 주의 깊게 귀 기울이게 하고 오랜 시간 되뇌게 만든다. 강아솔은 2012년 자신의 고향 제주에서 원테이크로 녹음한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을 시작으로, 이후 서울에서 완성한 2집 <정직한 마음>에 이어 4년 만에 3집 <사랑의 시절>을 발표했다. 오래 기다린 신보에는 눈 내리던 날 집으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느낀 감상을 담은 피아노 연주곡 ‘겨울비행’을 시작으로 어떤 위로도 닿지 않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섬’, 친구의 다정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한 ‘다 고마워지는 밤’, 노래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그래도 우리’ 등 사려 깊은 10곡이 담겨 있다.

 

 

니트 스웨터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앨범명이 <사랑의 시절>이다. 사랑이 어려운 시절에 어떻게 이 이름을 붙이게 됐나? 지금 우리 세대가 인생에서 포기하는 가치 중 하나가 사랑 아닌가. N포 세대라는 말과 지금의 사회 분위기가 세상의 함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함정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누군가는 순진하고 촌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랑이 어려운 시절일수록 포기하지 말고 더 힘껏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낭만적 로맨스를 기대하는 대신 저마다의 비장함을 가지고 사랑에 임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랑하자고 말이다. 지금이 우리의 가장 찬란한 사랑의 시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랑의 시절’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4년 만의 앨범이다. 긴 공백을 지나며 뮤지션으로서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다. 음악 하는 동료들끼리 ‘앨범이 우리 삶을 이끈다’는 말을 많이 한다. 2집을 발매하고 그 노래들이 이끄는 대로 살다 보니 뜻하지 않은 장소에 가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더라. 2집의 노래들이 만들어준 인연 안에서 배우고 성장했고, 시선이 확장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이 3집에 영향을 미쳤다. 나의 노래들이 데려다준 모든 것이 좋았다.

임보라 트리오나 홍갑 등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도 다양하고, 사운드 면에서도 굉장히 풍부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뮤지션 강아솔이 한 단계 다른 세계에 진입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1집이 모아둔 곡을 정리해 발표하는 식이었다면 그 후부터는 매번 곡을 새롭게 작업해 채워가야 했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음악적 동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지 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적합한 사람을 찾고, 그들에게 손 내밀며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어느 부분은 과감해지고 또 어느 부분은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하면서.

작곡가가 꿈이었는데 가사를 붙이고 노래까지 하게 됐다. 노래를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내가 청중을 막 휘어잡고 무대를 흔들어놓는 실력 있는 싱어는 아닌터라(웃음) 내게 보컬이란 스토리텔러에 가깝다. 어떤 이야기를 청자에게 친절하게 전달한다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토리텔러라는 역할 인식 때문일까. 강아솔은 가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뮤지션이다. 노래로 만들고 싶은 감정을 당장 곡으로 쓰지 않고 오래 생각하고 들여다본다고 했다. 오래 두고 보는 이유는 당시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 마음에 최대한 가까이 닿는 이야기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한 심상이 떠오르지만 그것이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헷갈릴 때가 있고, 실제로 혼동하기도 하니까. 그럴 때는 내가 어떤 경험을 했을 때 지금 같은 감정이 들었는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경험과 추억을 소환해 이야기를 직조하다 보면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게 되고,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 또 특정한 감정 생겼을 때 시간을 두고 다른 텍스트들을 보다 보면 유독 채이는 단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하거나 진부한 말인데도 그 순간 마음에 닿는 표현들. 이번 앨범을 만들 때는 ‘힘껏’, ‘무심하다’ 등이 유난히 밟혔다.

앨범 수록곡 중 ‘섬’의 가사가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사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맞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그 마음으로 만든 곡이기도 하다. ‘나 이렇게 힘든데 여러분도 그런가요? 나만 그렇다면 조금 외로울 것 같은데 여러분도 그런가요?’라는 마음으로. 이전에는 외롭고 그늘진 마음에 대해 가사로 쓰지 않았다. 외려 그런 사람들에게 친구에게 하듯 괜찮다고, 곁에 있겠다고 말하는 위로의 노래를 해온 편이다. 반면 ‘섬’은 내 고백이라 더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대단한 가사가 아닌데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렸다. 고치고 또 고쳤다.

‘이런 내가 싫지만, 이런 나를 붙들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의 외로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가사에 ‘앓고’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다. ‘병처럼 내가 나를 앓다’라는 말을 너무 쓰고 싶은데 울림상 그다지 좋지 않고, 또 ‘앓고’가 ‘알고’라고 잘못 들릴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앓고’라는 단어를 빼보다가 결국 안 되겠다 싶어 ‘이런 나를 나는 앓고’라는 문장을 넣었다. 의미상으로는 ‘견디다’라고 바꿀 수도 있지만 충분한 표현은 아니었다.

20~30대를 향한 동시대적 감각 때문일까. 또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드라마 <청춘시대> OST 에 2집 수록곡인 ‘매일의 고백’, ‘나의 대답’이 실렸고, 1집 타이틀 곡 ‘그대에게’는 지난해 MBC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에서 샤이니 故 종현을 추모하는 곡으로 쓰였다. 같은 세대와 깊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은 음악가로서 굉장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노래를 다 쓰고 난 뒤 다시 듣다 보면 때로 ‘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 곧 누군가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면 참 감사한 일이다.

예를 들자면? 이번 3집의 마지막 곡인 ‘안부 인사’의 마지막 두 줄인 ‘보고 싶어요. 아주 많이요’라는 가사는 참 잘 쓴 것 같다. 쓰고 나서도 바로 ‘오, 잘 썼는데?’ 했다.(웃음) 특별한 표현은 아니지만 전하고자 하는 감정에 최대한 가까운 표현을 찾으려는 입장에서 이 두 마디 가사가 이 곡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고. 내게는 멋 부리지 않고 꼬지 않는 표현이 더 와 닿는다.

가사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최대한 멋을 덜어내려고 한다. 늘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다. 내가 멋 부리려 하는 것도, 본래 감정보다 과장한 것도 다 안다. 나역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분명 멋있고 좋은 음악과 말인데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가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내 음악 역시 어떤 사람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아니까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당연히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이후 계속 덜어내고 덜어내며 힘을 빼고 다듬는 시간이 오래 필요하다. 부릴 욕심과 부리지 말아야 할 욕심을 구분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힘 빼는 게 가장 힘들다.

오늘 인터뷰도 그렇고 ‘다 고마워지는 밤’의 가사를 되내어도 그렇고 강아솔은 참 다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정하다기보다는 받은 게 많아서 그렇다. 주변에 고마운 이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내 마음을 자주 이야기하게 되고, 또 그 마음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나온다. 이 사람들이 내게는 살아가는 연료니까.

강아솔에게 음악 같은 순간은 언제인가? ‘다 고마워지는 밤’에도 나오는 짧은 순간이 있는데, ‘안녕’ 인사하고 헤어지는데 서로 계속 뒤를 돌아보는 거다. 그중 한 사람이 ‘몇 번을 뒤돌아 너의 뒷모습 지켜봤는지 너는 알까, 너도 그랬을까’ 하고 말하는 장면이다. 요즘 들어 배웅과 마중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다녀와’, ‘어서 와’라는 인사를 들으면 마치 그 화자가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아서 참 좋다. ‘다녀와’는 ‘내가 여기 있을 테니 갔다 와’ 하는 인사고, ‘어서 와’도 ‘네가 오길 여기에서 기다렸다’는 인사니까. 내 음악도 배웅하고 마중하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그런 인사를 하는 노래라면 얼마나 좋을까. 일상에 치이다가도 문득 내 노래를 들었을 때 ‘어서 와’ 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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