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발견

터틀넥 발리(Bally).
옐로 반소매 니트와 팬츠 모두 벨루티(Berluti).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썹 때문일까,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애교 많은 한 걸 그룹 멤버의 남편으로 나와 상대적으로 차가워 보이던 모습 때문일까. 나는 막연히 홍종현이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진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한 번, 나긋나긋하고 열려 있는 말투에 또 한 번 홍종현이 달리 보였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이게, 좀 그런 것 같아요.” 만나기 전 별 수없이 품고있던 편견이 그가 한마디씩 할 때마다 무너졌다. 예상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했더니 수 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과 함께 한 오늘 촬영이 편해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성이 가득한 말투를 되새겨보니 최근작인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에서 보여준 지고지순하고 충절을 지닌 ‘왕린’이 실제의 홍종현과 많이 다르지는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관심을 가지고 있었든 그렇지 않았든 지금 홍종현을 다시 볼 때다.

요즘은 뭐 하면서 지내요? 쉬는 방법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하고 싶었던 일을 주로 하는데 대부분 사소한 것이에요. 친구들 만나고 가족들 보고 운동도 하고 여러 가지 배우고.

쉴 때도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편인가요? 작품을 할 때는 다른 일을 못 하잖아요. 그러다 작품이 끝나면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가해지죠. 그래서 작품을 할 때는 항상 생각해요. ‘이것만 끝나면 이것, 이것을 해야겠다.’ 하지만 막상 쉴 때는 생각처럼 안 되는 경우가 있고요.(웃음)

<왕은 사랑한다>가 작년에 종영했는데 함께 출연했던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만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드라마가 끝나고 여럿이 인연을 이어 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어요. <왕은 사랑한다>는 사전 제작 드라마인데다 촬영 기간이 꽤 길었는데 사극이라서 산에서 촬영을 많이 했거든요. 거의 매일 붙어 있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친해지는 것이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거잖아요.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를 한두명 만날 수는 있어도 또래의 모든 출연진이 다 친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과 친구가 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편인가요? 보통 그렇지 않아요. 친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대신 친해지면 완전히 친해지고, 그러면 오늘 저에게 예상했던 것과 다르다고 하신, 그 얘기를 친구들에게 들어요.

주로 어떤 사람과 에너지가 잘 맞는 편이에요? 예전에는 취미 생활이나 관심사가 겹치면 수월하게 친해졌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왜, 있잖아요. 말 몇 마디 나눠보면 편하고 서로 말 없이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맞아요. 올해로 데뷔 11년 차죠. 항상 그랬겠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작품을 고르는 데 더 신경이 쓰일 것 같은데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나 처음 가보는 장소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어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지닌 캐릭터나 반전이 있는 스토리에 많이 끌려요. 전체적인 재미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최근 나온 작품 가운데 인상 깊게 본 것이 있나요?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무척 재밌게 보고 있어요. 그런 식의 사회생활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공부를 즐겁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악기 같은 걸 배운다면 즐겁지만 잘 안 돼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고 하기 귀찮을 때도 있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건 공부한다는 기분이 들면서도 힘들지 않아서 좋아요.

주로 배우에 감정이입해서 보는 편인가요? 볼 때마다 달라요. 영화마다 다르기도 하고 신마다 다르기도 하고 배우마다 다르기도 해요. 그런 것보다 보고 나서 느끼는 점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좋아해요. 어릴 때 갔던 유원지를 커서 가면 느낌이 다르듯이 영화도 그렇더라고요.

지금껏 해온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배운 작품은 뭔가요? 항상 최근에 한 작품이 새로운 배움의 장이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하면서 당면한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돼요. 그러고 다음 작품을 하면 앞서 고민을 해결한 것과 무관하게 또 새로운 문제가 발견되죠.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그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니까 항상 최근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몰라요. 촬영이 끝나고 지금처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다시 생각해봤을 때 새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땐 쉬지 않고 일을 많이 하고 시간을 최대한 많이 투자해서 뭐라도 하나 더 하자는 욕심이 있었어요. 사실 작년에 드라마를 끝내고 줄곧 쉬었어요. 이렇게 오래 쉰 적은 처음이죠. 불안하고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한 번은 필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취미가 꽤 다양하죠? 뭘 할 때 제일 즐거워요? 많이 얌전해지긴 했는데 아직 활동적인 걸 좋아해요. 활동적인 걸 넘어 격한 운동도 좋아해서 축구도 하고 오토바이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해요.

해외로 갈 때도요? 서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부산으로 가서 부산에서 오토바이를 배에 실어 일본으로 간 적이 있어요. 일본에서 오토바이로 여행하고 돌아왔죠. 유후인에서 내려 한 바퀴 돌고 나가사키까지 갔다 왔어요. 지도를 보고 무작정 ‘여기로 가보자’ 하고 갔어요. 가다가 배고프면 오토바이 세우고 아무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또 가다가 피곤하면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잡고 쉬었어요. 바다가 보고 싶으면 지도를 보고 바다 쪽으로 가서 오토바이를 대충 세워놓고 수영을 했죠.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더 즐거운 거겠죠? 저는 아직 혼자 여행 갈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는 건 어릴 때부터 다 했어요. 그런데 여행은 여럿이 가는 게 좋아요. 저에게 여행은 가서 많이 비우고 그동안 못 했던 생각도 하는 시간인데 그런 시간을 제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보내면 더 즐거우니까 친구들과 같이 가는 걸 선호하는 것 같아요.

셔츠 노앙(Nohant), 스트라이프 팬츠 펜디(Fendi).
베이지 재킷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패턴 셔츠 포츠 1961(Ports 1961).

홍종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뭐예요? 불면증이 있어요. 심할 때가 있고 덜할 때가 있는데 중학교 때부터 그랬으니까 좀 오래됐죠. 잠들 것 같은 때를 지나면 잠이 오지 않아요. 그게 요즘 제일 큰 스트레스예요. 그래서 제 방에는 소리 나는 물건이 하나도 없어요. 중학교 때 방에 벽걸이 시계가 있었는데 초침 소리 때문에 못 잤던 기억이 생생하거든요. 다음 날 쉬면 상관없는데 오늘처럼 촬영이 잡혀 있다거나 아침 일찍부터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는 ‘큰일 났다, 빨리 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 더 못 자요.

자신의 어떤 면을 제일 좋아해요? 겁이 별로 없는 거요. 저는 늘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었는데 어릴 때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르니까 제 그런 성향에 대해 의심했어요.

뭐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요? 네, 그랬는데 진득하게 하게 되는 게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취미 선에서 멈추자 싶은 것도 생기고. 그래서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무엇이 됐든 네가 관심 가는 일이 있을 것 아냐. 그걸 해봐. 그리고 재미있으면 더 해봐, 질릴 때까지. 해봐야 알지,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시간만 가.” 하고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기 전에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있는데, 저도 걱정은 되지만 대체로 ‘안 해봤으니까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잖아? 그리고 못하면 또 어때.’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하는 편이거든요. 남들이 보기엔 그런 면이 거리낌 없어 보이나 봐요. 그게 장점이라면 장점이 아닐까요?

대단히 큰 장점이죠. 5월에 여행 가고 싶은 곳은 없어요?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어요. 날씨가 좋으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가도 좋겠네요. <왕은 사랑한다>를 제주도에서 촬영했는 데, 가로등조차 없는 자연 본연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제주도가 이렇게 좋은 곳이었나 싶더군요.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제주도에서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핑크 실크 셔츠 클리프웨어(Clif Wear), 팬츠 산드로 옴므(Sandro Homme), 운동화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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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의 한결

네온 컬러 보디수트, 시스루 스커트 모두 렉토(Recto).

화이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데님 팬츠 시스템(System), 시스루 트렌치코트 버버리(Burberry).
화이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데님 팬츠 시스템(System), 시스루 트렌치코트 버버리(Burberry).
브라운 톱 미우미우(Miu Miu).
핑크 실크 롱 원피스 르비에르(Leviere), 레이어드한 시스루 재킷 와이씨에이치(YCH).

‘어떤 기분이냐 하면···’ 혜리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음’ 하고 시작하는 대답의 첫머리에는 어김없이 이 수식을 썼다. 혜리는 대수롭지 않다면 대수롭지 않을 대화 안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최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묘사하려는 사람이었다. 준비된 일장 연설이 아닌 그때그때 담백하게 꾸려낸 그녀의 대답들이 인터뷰가 끝나고도 오래 남았다. 이름난 달변가들이 넘쳐나는 이 세계에서 그녀의 다듬어지지 않은 진심이 반가웠다. 스스로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잘 받아들이고, 잘 인정하고, 잘 넘기는 것 같아요. 그게 강한 거라면 강한 건데”라고 답했다. 편견 없이 흡수하는 능력, 얽매이고 전전긍긍하기보다 숨 한 번 크게 몰아쉬고 다음 행보에 힘을 싣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혜리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작년 이 계절에 첫 영화 <물괴>를 촬영했죠? 2017년 3월부터 6월까지 찍었어요. 딱 좋은 계절에요.

때로 특정 계절로 한 시절을 기억하기도 하죠. 혜리에게 작년 봄은 어떤 시간이었어요? 첫 영화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시간.

영화 <물괴>는 오는 가을에 개봉하고,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촬영도 앞두고 있어요. 얼마 전부터 신동엽 씨와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의 고정 MC로도 출연하고 있고요. 그렇게 나열하고 보니 뭘 되게 많이 한 것 같네요.(웃음) <놀라운 토요일>은 현재 2회까지 촬영했는데 혹시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해요. 고정 예능도, 고정 MC도 처음이거든요.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은 딱 한 회분씩만 출연했으니까 그때마다 하루치 에너지를 쫙 쏟고 끝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매주 고정으로 출연하다 보니 에너지를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매 회 차마다 힘이 넘치면 보는 분들이 지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아직 모니터를 못했는데 일단은 하던 대로, 나답게 해볼 생각이에요.

프로그램 제작진도 혜리의 에너지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바랄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오랜만의 예능 프로그램 촬영이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어색하기도 했어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포맷인데, 정답을 맞히는 과정에서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잊고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이들이 혜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바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평가해보면 대중에게 혜리라는 캐릭터는 주변에 있을 법한 편한 사람 같아요. 저 역시 동의하고 그게 저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고요.

친숙함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요? 친숙하게 소비되는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고민도 했었어요. 대중에게 꾸준히 모습을 보여야 하는 직업을 가졌으니 어쩔 수 없는 고민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고요. 이 고민이 크게 남아 있었다면 스스로 길을 못 찾았을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데뷔 제안을 받았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왜 망설였던 거예요? 연예인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니 정해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어요. 게다가 전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연예인? 내가? 으잉?’ 하고 말았지요. 걱정하고 망설였다기보다 애초에 나는 연예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연예인은 나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거죠. 그러다 차츰 마음이 열렸어요.

어때요? 잘한 결정 같아요? 그럼요. 많은 사람에게 관심 받고 사랑받는 일을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어요. 제 추측이지만 아마도 세상의 과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심과 사랑, 칭찬에 즐거워한다고 생각해요. 학생으로만 살았다면 이만큼 큰 사랑은 못 받았을 거예요. 물론 그 속에 칭찬만이 아니라 질책도 있지만 그 역시 받아들여야 하고요.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 들으면 신기해요. 어리고 밝은 이미지라 그렇게 안 보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스로도 강하다는 데 동의해요? 잘 받아들이고, 잘 인정하고, 잘 넘기는 것 같아요. 그게 강한 거라면 강한 건데.

적어도 칭찬이건 질책이건 회피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과거 어느 때에는 피하려고도 했던 것 같아요. 회피하는 게 당장은 편하니까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피하는 게 외려 더 불편하더라고요. 뒤늦게 부정적으로 돌아오는 게 더 커요. 그걸 느끼고 난 뒤로는 인정할 부분은 받아들여야 타격이 덜하다는 걸 알았어요.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모른다고 얼버무리는 식의 대응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물론 인간관계나 일상생활에 좋을 게 하나 없더라고 요.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요.

매일 할 일을 정해 적어놓고 끝내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래요? 잘 잊어버려서 할 일을 적어두는데 해낸 것들을 체크하고 나서 남은 리스트를 보면 불안하죠. 요즘 숙제는 장구예요. 영화 <뎀프시롤: 참회록> 준비로 장구를 배워야 하는데 장구 연습에 차분하게 집중한다기보다는 승부욕으로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래도 장구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잘 늘지 않으니까 거울 보면 화가나요. 화나니까 정복하고 싶고.(웃음)

블루 시스루 톱, 화이트 티셔츠 체크 스카프, 화이트 가죽 로퍼 모두 듀이듀이(Dew E Dew E), 데님 팬츠 스완진(Swan Jeans).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 그 기준 하나만 가지고 가기로 했다’라고 말했어요. 명쾌한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왜 이 일을 계속 할까’ 하는 질문에 대한 내 식의 대답이에요. 좋은 사람들이라면 회사의 매니저일 수도 있고 촬영 스태프이거나 걸스데이 멤버들과 팬일 수도 있겠죠. 이 사람들과 재미있게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주변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불편하고 힘든데 성과는 좋다고 한다면 그 성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대중에게 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될까 의문이 들어요. 내가 즐겁지 않은데 즐거워 보일까요? 나라면 그렇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즐거워야 대중도 똑같이 느낄 거라고 봐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일까요. 촬영 전 혜리 씨 스태프들로부터 ‘혜리 미담’을 들었어요. 어떤 기분이냐 하면, 오늘처럼 촬영을 한다고 하면 한 컷 마치고 스태프들은 먼저 메이크업실로 들어가 있잖아요. 전 남아서 촬영 컷들을 모니터하고 다시 준비하러 한 발 늦게 들어가고요. 그 방에 들어가는 순간 열 명의 스태프가 동시에 모두 저를 봐요.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요. 이런 순간들이 일상인데 중심에 있는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해 버린다면 스태프들은 ‘내가 지금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저와 함께라면 그런 의심은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신인도 아니고 데뷔 9년 차의 대답이라기엔···. 우리끼리 하는 말로 연습생 때 못된 애들은 진짜 못된 애들이라고 그러거든요. ‘오, 타고나길 못됐는데?’(웃음) 하고요. 신인 때는 겸손할 수밖에 없는데 또 한편으로는 늘 긴장하기 때문에 주변을 제대로 못 살피기도 해요. 제가 착한 사람이라기보다 이제는 주변이 보이는 거죠. 적어도 함께 일할 때 내가 불편한 사람은 아니었으면 하고요.

요즘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말은 뭐예요? 동료나 친구처럼 가까운 누군가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소개해줬을 때 ‘아, 재미있다! 나 또 할래!’ 같은 소감을 들을 때요. 제가 방탈출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방탈출 카페에 친구들을 데리고 갔는데 이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친구가 ‘너무 재미있어, 대박!’ 이러면 저도 기분이 좋아서 ‘그치? 그치? 또 할래?’ 하게 돼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같이 좋아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진짜 기분 좋아요.

방탈출 카페에 자주 가요? 방탈출 카페 사장님들 사이에서 저 아마도 유명할걸요? 새로운 카페에 가면 사장님들이 ‘아, 이제 오셨네요’ 하는 표정으로 맞아주셔서. 퀄리티가 좋은 곳들만 검색해서 찾아다니는데 좋은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편차가 엄청 커요. 저한테 물어보시면 다 알려드릴게요.

또 어디를 가면 혜리를 만날 수 있죠? 일단 성수동 볼링장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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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할 수 없는

블랙 코팅 스틸 소재의 T 스퀘어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 T 스퀘어 브레이슬릿, 로즈 골드 케이스와 악어가죽 스트랩의 티파니 CT60 듀얼 타임 워치 모두 티파니(Tiffany&Co.), 프레스트 플리츠가 잡힌 블랙 셔츠와 팬츠 모두 이세이 미야케 멘(Issey Miyake Men).
로즈 골드 T 스퀘어 브레이슬릿, 화이트 기요셰 다이얼과 로즈 골드 스퀘어 케이스의 티파니 이스트
웨스트 오토매틱 워치 모두 티파니(Tiffany&Co.), 울 리넨 재킷과 트라우저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Ermenegildo Zegna), 화이트 톱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화이트 솔레이 다이얼과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티파니 CT60 크로노그래프 워치, 화이트 골드 밴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T 투 링 모두 티파니(Tiffany&Co.), 화이트 리넨 셔츠와 코튼 팬츠 모두 로로 피아나(Loro Piana).
스털링 실버 소재의 티파니 하드웨어 볼 커프,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의 티파니 CT60 크로노그래프 워치 모두 티파니(Tiffany&Co.), 스카이블루 리넨 셔츠 꼬르넬리아니(Corneliani).
스테인리스 소재의 스틸 케이스와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의 티파니 이스트 웨스트 오토매틱 워치, 스털링 실버 소재의 티파니 하드웨어 링크 브레이슬릿 모두 티파니(Tiffany&Co.), 차콜 그레이 프레스트 플리츠 셔츠 이세이 미야케 멘(Issey Miyake Men).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블루 악어가죽 스트랩의 티파니 CT60 크로노그래프 워치, 화이트 골드 밴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T 투 링 모두 티파니(Tiffany&Co.), 램스킨 레더 블루종과 블루 슬리브리스 톱 모두 에르메스(Hermes), 화이트 트라우저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블루 솔레이 다이얼과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의 티파니 CT60 크로노그래프 워치, 화이트 골드 밴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티파니 T 투 링 모두 티파니(Tiffany&Co.), 버튼다운 코튼 톱 에르메스(Hermes).

드라마 <미스티>의 반응이 뜨거웠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과 끝난 지금, ‘강태욱’이라는 인물에 대한 생각은 한결같은가? 아니면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나? 대본을 처음 읽을 때부터 지금까지 강태욱에 대한 내 생각은 한결같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늘 인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경험치가 달라지니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지지 않을까? 지금 강태욱을 만났기에 이만큼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강태욱은 불완전한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3대째 부장판사를 지내온 대단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이 가진 힘을 무섭게 이용할 줄도 알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불완전하다. 그런데도 이 인물이 매력적인건 그가 가진 순수한 사랑 때문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강태욱이 저지른 일로 사랑하는 아내가 힘든 상황에 처한 거나 다름없다는 점이나 강태욱이라는 인물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장면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연기로 설득하고 싶었다. 그는 분명 자신이 저지른 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민을 했을 테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혜란이 힘든 일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책도 많이 했을 것이고 충분히 슬프고 힘들었겠지.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태욱의 감정을 담으려 했다.

그렇게 깊이 빠져 있던 태욱은 잘 떠나보냈나? 물론. 나는 작품이 끝나면 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잘 빠져나오려고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가족까지 힘들어진다. 인물에게서 빠져나오는 건 오롯이 내 몫이다. 취미가 큰 도움이 되긴 하는데,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그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때 같은 부서 팀장이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하면 온전히 쉬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새벽에 운동하고 다시 일하러 나오는 패턴을 유지했다. 집에 일을 끌고 가는 법이 없었다.

배우 입에서 ‘팀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새롭다.(웃음) 그때는 회사에서 대리가 되고 팀장이 되고 언젠가 마스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회생활의 경험이 배우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겠지. 물론.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연기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살아온 모든 과정, 해온 생각들이 연기에 묻어난다. 연기라는 게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니 다른 경험을 했다는 건 큰 자산이다.

취미가 지난 작품을 잘 떠나보내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연기하지 않는 시간에는 다양한 취미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다. 호기심이 많다. 궁금한 게 있으면 꼭 해봐야 한다. 플라모델 조립이며 암벽등반, 도예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지만 그 모든 것이 행복을 위한 장치다. 취미 덕분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는다. 늘 무언가를 하며 바쁘게 지내면 부정적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기분이 좋지 않을 일도 별로 없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생각을 잊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하거나 즐거운 일을 하며 잊는 거지. 사람마다 해결하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나는 오랜 시간 그렇게 다양한 취미로 나를 단련해온 것 같다. 자연스럽게 체득했달까.

여전히 해보지 못해 아쉬운 것이 있나? 아쉬운 건 없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계속 생길 것이다. 해보고 싶은 일에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늘 목표치를 정하는데 그 지점에 도달하면 다른 목표가 생기기도 하고 또 다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늘 이루며 살아왔다. 어릴 때는 농구를 하고 싶어 늦은 밤까지 했고, 요즘은 틈나는 대로 골프를 친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술을 갈고닦는 장인을 좋아하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 들수록 무언가에 도전하는 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새롭고 서툰 일에 도전하기를 주저하기도 하고. 서툰 건 창피한 일이 아니다. 가령 낯선 동네에 갔다고 치자. 그럼 불안하고 조심스럽고 뭔가 갑자기 나타나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면 점점 익숙해지고 새로운 동네에서 보내는 일상이 즐거워진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할지라도 반복하면 편해지는 거다. 도전도 마찬가지다. 해보고 싶은 일에 몰두해서 일정 궤도에 올려놓으면 더 잘 즐기게 된다. 더 자유롭게.

<미스티> 직후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의외다. 4명이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내용이다. 새로운 도전이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아 해보기로 했다. 내가 지금 배우로서 가진 이미지가 좋은데 기대를 깨려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대장금> 다음 작품이 코미디물인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였다. <대장금>의 ‘민정호’라는 인물은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촬영하면서 ‘나도 이런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인물 덕분에 인기도 많이 얻었고 사랑도 많이 받았다. 그와 관련한 활동을 좀 더 많이 했다면 물질적으로 더 성공했을지도 모른다.(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실제로 민정호 같은 사람으로 오해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팬미팅 때 이런 말도 했다. 민정호를 존경하고 좋아하며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고, 많이 반성하고 배웠노라고. 하지만 실제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내가 연기한 인물을 사랑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작품 속 인물에 대한 사랑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작품에 대한 반응의 온도와 상관없이 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기라는 게 금세 변하지 않나. 이제 강태욱에 대한 사랑이 정해인에게 가지 않았나.(웃음) 여담인데,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이전부터 좋아했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난 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한때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생각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상대방이 당황했겠다. 생각이라니. 그러더라.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어떻게 하면 빨리 잘될까, 어떻게 해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까, 뭐 이런 고민. 플라모델을 한창 조립할 때는 심지어 오공 본드가 나을까, 순간접착제가 나을까, 뭐 이런 것까지. 젊을 때는 생각 끝에 몇 달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분쟁 관련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왜 싸우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시작으로 결국 말에서 비롯되는 오해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싸우지 않으려면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는 그것만큼 세상 편한 게 없더라. 말을 하지 않으면 신기하게도 직감이 발달한다. 그 뒤로 판단이나 결정을 빨리 하게 된 것 같다.

마지막 질문이다. 오늘의 지진희는 행복한가? 행복해지기 위해 늘 뭔가를 한다. 그런데 문득 내가 늘 뭔가에 몰두하다 보면 주변 사람에게 소홀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행복한데 내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서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 늘 더 좋은 결말을 만나게 된다. 언젠가 아내와 이런 주제로 서른 시간 가까이 대화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 아내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오늘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하자.’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한다. 그런 좋은 기운이 담긴 말이 결국은 내게 되돌아오더라. 말로, 눈빛으로. 오늘의 나는 잘 살고 있다. 행복하게.

블랙 & 그레이 컬러 나일론 나토 스트랩을 매치한 DLC 코팅 스테인리스 스틸 티파니 CT60™ 워치, 블랙 코팅 스틸 소재의 티파니 T 스퀘어 브레이슬릿 모두 티파니(Tiffany&Co.), 프레스트 플리츠 화이트 셔츠와 네이비 롤업 팬츠 모두 이세이 미야케 멘(Issey Miyake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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