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 더 로고

BALMAIN

드러냄이 미덕인 시대다. 잘 먹고, 잘 고르고, 잘 사고, 잘 향유할 줄 아는 것은 일종의 능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시즌을 장악한 로고 트렌드는 일정 부분 이런 현상에 빚지고 있다. 디자이너가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새겨놓은 옷을 사는 일은 ‘좋은 취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VETEMENTS’이라고 적힌 레인코트에 비싼 값을 지불함으로써 한 벌의 레인코트와 쿨한 이미지를 동시에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더 직접적인 원인은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무드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다. 슈프림과 후드바이에어(HBA) 등 스트리트 브랜드가 지닌 방대한 로고 플레이의 유산과 마니아층을 뎀나 바잘리아의 베트멍과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 × 슈프림 등이 계승했고, 그 주체가 이제는 수십 년간 우아함을 추구해온 브랜드들로 확대된 것. 백, 모자, 드레스 등 곳곳에 기하학적인 로고를 아주 영민하게 활용한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을 비롯해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그래픽 로고를 패턴으로 활용한 펜디와 디올, 막스마라가 대표적인 예다.

이유가 무엇이건 누군가가 일률적인 잣대로 자신을 판단하는 게 싫어서 로고리스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들, 혹은 아는 사람만 아는(이를테면 메종 마르지엘라의 스티치 같은) 표식으로 패션계의 진성 팬(?)을 구분하는 이들에게는 이 트렌드가 경악할 만한 일일 것이다. 옷 위에 장식되는 건 오직 섬세하게 수놓인 비즈나 레이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트 쿠튀르 수호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로고가 드러난 옷을 입은 누군가를 볼 때 그 브랜드의 힙한 분위기를 겹쳐 보게 되는 ‘로고 플레이의 마법’을 경험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그들 역시 재킷이나 드레스에 새겨진 몇 개의 잉크 덩어리에 마음을 사로잡히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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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깃털 디테일

NINA RICCI

“생 로랑의 소녀들이 인생을 재미있게 즐기길 바랍니다.” 2018 S/S 생 로랑 쇼를 마치고 안토니 바카렐로가 전한 말이다. 그가 추구하는 장난기 어린 생 로랑 걸을 이번 시즌 관능적으로 바꾸어놓은 주역은 바로 풍성한 깃털 디테일! 거대한 롱부츠를 비롯해 깃털에 파묻힌 듯한 미니 드레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 프린지보다 한층 가벼운 깃털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너풀거리며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비베타의 솜사탕 같은 그러데이션 드레스, 니나 리치의 부드러운 파스텔 톤 재킷, 프로엔자 스쿨러와 마르케스 알메이다의 드레스를 리듬감 있게 감싼 깃털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달콤한 꿈을 꾸는 듯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깃털 역시 이브닝드레스에나 어울리는 소재로 여겨졌지만, 지난 시즌부터 스커트 밑단이나 재킷 소매를 장식하며 일상복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안토니 바카렐로의 의도처럼 인생을 한껏 즐기는, 로맨틱한 기분을 내기에 깃털만큼 확실한 소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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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CALVIN KLEIN

프린지가 얼마나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지 강렬하게 전한 라프 시몬스의 2018 S/S 캘빈 클라인 컬렉션. 쇼장 천장 가득 매달린 프린지는 디자이너의 단짝인 아티스트 스털링 루비의 솜씨였다. 이 밖에 모델들의 허리께를 장식한 프린지 폼폼 키링 그리고 쇼 후반에 등장한 프린지로 뒤덮인 드레스와 빅 백까지 그야말로 프린지의 향연이었으니!

셀린느는 또 어떤가. 드레스 밑단과 로퍼를 프린지로 풍성하게 장식해 모델들의 워킹에 따라 프린지가 물결처럼 출렁였다. 프린지가 그동안은 주로 아프리카 스타일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되었다면, 이번 시즌엔 캘빈 클라인과 셀린느에서 보듯이 극도로 드레시한 요소로 맹활약했다. 에뎀, 파코라반, 니나 리치처럼 과장을 좀 보태 머리카락처럼 얇고 길디긴 프린지를 디테일이 아닌 룩 전체에 사용한 것 또한 이번 시즌의 특징. 물론 아무리 빅 트렌드라 할지라도 프린지 룩을 데이 웨어로 선택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린지로 포인트를 준 스텔라 매카트니의 크로스 백이나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토퍼 케인의 슈즈처럼 액세서리만으로도 얼마든지 드라마틱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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