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성공적 4명의 남자 디자이너들

그렇다. 또 누군가가 떠났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꿰찼다.
언젠가부터 빈번해진, 패션 계에서 흔히 말하는 ‘Musical Chair’ 시즌이다.
어떤 자리에 누가 왔는지, 떠난 이는 어디로 갔는지 그 까다롭다는 거대 패션 하우스로 이직을 성공한 그들을 파헤쳐 보자.

 

 

킴존스 -> 디올 옴므

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였던 킴 존스는 디올 옴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일 거다.
적어도 그가 ‘전설의 콜라보레이션’ 루이비통 x 슈프림을 성사시킨 장본인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 두자.

그런 그가 디올 옴므에 출근했다.
디올 하우스의 공식 보도자료는 없지만, 그의 인스타그램만 봐도 언제 출근했고, 누굴 임명했는지 까지 알 수 있다.

 

@mrkimjones

자신의 이직 소식을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났던 건지, WWD 기사를 캡처해서 업로드 하는 건 물론

@mrkimjones

자신의 후임자, 버질 아블로브를 축하하는 여유를 보이고

@mrkimjones

빼놓지 않고 첫 출근스타그램을 올리고

@mrkimjones

(정)직원 카드 인증,

@mrkimjones

새 직원 공개. 게다가

@mrkimjones

빠르게 프로필 변경까지 완료.

심지어 디올 옴므와 별로 연관성이 없는 포스팅에도 Dior Homme Headquaters 위치 태그를 하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누가 봐도 신나 보인다. 첫 컬렉션은 오는 6월, 파리에서 있을 예정.
그의 끝내 주는 재단 실력, 스포츠 웨어, 스트리트 룩에 대한 깊은 애정이 디올 옴므 하우스와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된다.

 

 

 

에디 슬리먼 -> 셀린느

2000년대 초반, 디올 옴므 남성복 디렉터로 일하던 시절,
‘스키니 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그.

hedislimane.com

2012년 이브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브랜드명을 ‘생 로랑’으로 변경,  ‘록 시크’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던 에디 슬리먼.
옷 만드는 걸로 모자라 캠페인 사진까지 직접 촬영했을 만큼 알아주는 사진가기도 하다.

hedislimane.com

공식적으로 2월 1일부터 계약은 시작됐지만 셀린느 역시 공식 자료는 없다.
게다가 에디 슬리먼은 SNS 중독도 아니어서 출근은 한 건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가늠도 불가.

셀린느를 지금의 ‘셀린느’로 만들어 놓은 피비 파일로가 조용히 자리를 떠나고 디올 CEO 였던 시드니 톨레다노가 LVMH 회장 겸 CEO로 임명되었다.
그때 셀린느는 돌연 이커머스를 오픈했고, 에디 슬리먼이 피비 파일로 자리에 앉을 거라는 기사가 떴다.

WWD 기사에 따르면 다가오는 9월, 파리 패션위크 중 첫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며 남성복, 쿠튀르, 그리고 향수까지 론칭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아티스틱, 크리에이티브 그리고 이미지 디렉터다.
1인 3역을 해야 하는, 생각만 해도 어깨가 뻐근해지는 직책.
일각에서는 현재 셀린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해칠까 우려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는 에디 슬리먼이다.
이브 생 로랑을 ‘디올 옴므화’ 시키지 않았고, 셀린느 역시 ‘생 로랑화’ 되는 일은 없을 것.

뉴욕타임즈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뛰어난 상품 기획가이고, 이미지 메이커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디자이너다. 게다가 매우 똑똑하다”
9월, 에디 슬리먼의 첫 셀린느가 기대되는 이유다.

 

 

 

 

버질 아블로 -> 루이비통 남성복

©Fabien Montique/Louis Vuitton

오프화이트(Off- White)의 남자, 버질 아블로.
맞다. 불과 얼마 전, 나이키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전세계 운동화 덕후들을 아스팔트 길에서 덜덜 떨게 했던 그 남자다.

@vilgilabloh

그가 킴 존스가 떠난 루이비통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자리에 앉았다.

@vilgilabloh

그의 공식 발표는 무덤덤했다.
바빠서 인지, 쿨해서 인지 그냥 알아서 반응 하라는 건지
루이비통 아카이브에서 꺼내 온 듯한 오래된 여행 가방 사진 한 장을 아무런 텍스트도 없이 업로드했다.

 

버질 아블로는 아티스트이자, 건축가, 엔지니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DJ 그리고 디자이너다.
토목학을 전공했고 건축 석사도 받았다. 칸예 웨스트의 오랜 친구기도 하다.
2011년 발매한 ‘Watch the Throne’ 앨범의 아트 디렉팅을 맡았었다.
2013년 오프화이트 남성/여성 컬렉션을 론칭하고 나이키, 지미추와 같은 거대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했다(때마다 성공적이었다).

@vilgilabloh

스트리트 패션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고, 불과 4월 7일까지 런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와 함께 전시도 했다.
2019년에는 고향인 시카고에서 대규모 전시를 준비 중이다.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뭐든지 잘하는 ‘예술가’임은 확실하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새로운 컨텐츠가 끊이지 않는다.

 

루이비통의 CEO 마이클 버크 회장은
“지난 2006년 펜디에서 함께 작업한 이후부터(맞다, 그와 칸예 웨스트는 펜디에서 인턴을 했었다) 버질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타고난 창의성과 과감한 접근 방식은 그를 패션 세계에서뿐만 아닌 오늘날의 대중문화 전반에서 중요한 인물로 거듭나게끔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명품과 장인정신에 대한 그의 감성이 루이비통 남성 컬렉션을 미래로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컬렉션도, 디올 옴므의 킴 존스와 마찬가지로 6월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둘의 컬렉션이 공개되는 날 인스타그램은 또 한 번 난리가 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리카르도 티시 -> 버버리

@riccardotisci17
@riccarditisci17
@riccardotisci17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뉴스.
지방시 컬렉션을 10년 넘게 맡아왔던 리카르도 티시가 돌연 그만둔 것도 충격적이었는데, 다음 행선지가 버버리라니.
버버리는 지극히 전통적인데 반해, 리카르도 티시는 어둡고 관능적인, 쾌락주의(hedonism)에 근거한 컬렉션을 선보였던 디자이너다.
이제껏 클래식에 집중했던(심지어 최근 컬렉션은 노바체크로 도배되지 않았던가) 버버리가
어쩌면 이제까지와는 180도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리카르도 티시라는 이름이 낯설 수 있다.
쿠튀르 하우스인 지방시에서 사나운 로트와일러가 그려진 스웨트셔츠로 붐을 일으킨 사람,
나이키 R.T. 컬렉션으로 에어포스1을 힙하게 변신시킨 장본인이라면 ‘아’를 외칠 수 있겠다.

@givenchyofficial
@riccardotisci17

티시의 버버리행이 공식화되던 날, 티시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무려 3개의 포스팅을 하며,
“영국 전통 브랜드 버버리의 역사를 존경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브랜드를 만나 매우 들뜬다.” 라고 말하며
“영국은 내게 매우 특별한 도시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공부하며 영국 특유의 창의성, 역사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다시 영국을 터전으로 삼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버버리와 관련된 포스팅 하나 안 하던 그가, 지난주,

@riccardotisci17

데디케이티드 매거진의 화보 한 장을 올렸다.
자신의 나이키 협업 라인 그리고 버버리를 태그해서.

  

 
@riccardotisci17

런던의 미술관을 순방 중인 듯한 리카르도 티시.
어떤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어쨌든 행복해 보인다.
9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델들을 앞세워, 어떤 컬렉션을 선보일지는 아직 미지수.
가끔 그의 인스타그램을 훔쳐 힌트를 얻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그나저나 이 난리 속에 ‘무직자’로 남은 건 버버리 수장이었던 크리스토퍼 베일리.
버버리를 디지털화 시키고, 혁신적인 이커머스 마켓을 운영한, 버버리 어쿠스틱을 론칭하고, 올드하다고 인식됐던 노바체크를 핫하게 재해석한 장본인.
(정작 본인은 그 흔한 인스타그램 계정 하나 없다)
아무튼 열심히 일했으니, 떠나라!
노트북을 켜 놓고 미친 듯이 자소서를 쓰고 있을 수 있겠지만,
다음 행선지가 어찌됐던 적어도 지금은 푹 쉬길,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래 본다.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패턴 ④ 레오퍼드

VERSACE

WILD REOPARD

과유불급이란 말은 잠시 잊어도 좋다. 이번 시즌 레오퍼드 패턴은 더하면 더할수록 관능적인 매력이 극대화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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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로고

BALMAIN

드러냄이 미덕인 시대다. 잘 먹고, 잘 고르고, 잘 사고, 잘 향유할 줄 아는 것은 일종의 능력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시즌을 장악한 로고 트렌드는 일정 부분 이런 현상에 빚지고 있다. 디자이너가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새겨놓은 옷을 사는 일은 ‘좋은 취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긍정적 평가로 이어진다. ‘VETEMENTS’이라고 적힌 레인코트에 비싼 값을 지불함으로써 한 벌의 레인코트와 쿨한 이미지를 동시에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더 직접적인 원인은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무드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다. 슈프림과 후드바이에어(HBA) 등 스트리트 브랜드가 지닌 방대한 로고 플레이의 유산과 마니아층을 뎀나 바잘리아의 베트멍과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 × 슈프림 등이 계승했고, 그 주체가 이제는 수십 년간 우아함을 추구해온 브랜드들로 확대된 것. 백, 모자, 드레스 등 곳곳에 기하학적인 로고를 아주 영민하게 활용한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을 비롯해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그래픽 로고를 패턴으로 활용한 펜디와 디올, 막스마라가 대표적인 예다.

이유가 무엇이건 누군가가 일률적인 잣대로 자신을 판단하는 게 싫어서 로고리스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들, 혹은 아는 사람만 아는(이를테면 메종 마르지엘라의 스티치 같은) 표식으로 패션계의 진성 팬(?)을 구분하는 이들에게는 이 트렌드가 경악할 만한 일일 것이다. 옷 위에 장식되는 건 오직 섬세하게 수놓인 비즈나 레이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트 쿠튀르 수호자들 역시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로고가 드러난 옷을 입은 누군가를 볼 때 그 브랜드의 힙한 분위기를 겹쳐 보게 되는 ‘로고 플레이의 마법’을 경험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그들 역시 재킷이나 드레스에 새겨진 몇 개의 잉크 덩어리에 마음을 사로잡히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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