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이탈자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로 오롯이 ‘오늘을 만드’는 오늘공작소. 2014년 망원동에 문을 연 이곳은 청년 교육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취업과 창업이라는 두 갈래 길 앞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그들이 새로운 성공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제안하는 것이 ‘50만원 비즈니스’ 프로젝트. 후지무라 야스유키의 책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프로젝트로 최소 비용만을 버는 대신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외에도 1인 가구 반찬 만들기, 망원동 축제, 자전거 제작 워크숍, 부흥 주택 프로젝트 등 다양한 일거리와 수익을 만드는 일을 실험하는 중이다. 이 무모하고도 의미 있는 실험을 이끄는 이가 신지예 대표다. 1990년에 태어난 그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대안교육을 받은 뒤 사회적기업에서 활동하다 오늘공작소를 열었다. 또래 청년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이를 위한 실천은 곧 정치 참여로 이어졌고 현재 녹색당 서울특별시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

 

오늘공작소는 어떤 곳인가? ‘공작소’라는 이름 때문에 철공소 같은 곳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오늘공작소는 청년, 지역 공동체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공작소는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규정되지 않기에 실험적인 힘이 나오는 곳이다.

어떤 계기로 ‘50만원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나? 50만원 비즈니스는 단 하나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 삶의 패턴에 맞게 비즈니스를 꾸려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청년들이 누군가에게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작더라도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고 자립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수익 사업을 상상하고 행동해보며 개인의 ‘일머리’를 키우는 일이 당장의 취업보다 더 필요한 일이니까. 또 하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우리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일을 한다고 하면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연봉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지 않나. 직급이 올라가고 차를 사고 결혼해 아이를 낳는 식의 사회가 정한 노선대로 따라가는 것이 보통의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이 노선에 함몰되면 정작 내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한 달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다. 덮어놓고 많이 벌수록 좋다고 여기게 되는 거다. 하지만 내 경우 차와 집을 구입할 계획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큰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데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회사에 묶여 일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자문해볼 수 있다.

맞다. 노동의 가장 큰 기회비용 중 하나가 시간이다. 5년 전 회사를 다닐 때 손으로 하는 일을 배우고 싶었다. 목공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일과 시간에 치여 여유가 없었다. 때로는 시민운동에 참여하며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퇴근하면 의지와 상관없이 녹다운 상태로 눕기 바빴다. 당시 나는 사회의 톱니바퀴로서 노동할 뿐 내 삶의 주인이 아니었다. 자기소개서를 그럴듯하게 써서 누군가에게 잘 보여 고용당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시간뿐만 아니라 소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회사 다닐 때보다 소비가 크게 줄었다. 스트레스 받으면 비싼 물건을 할부로 지르고, 다이어트 약 사고, 헬스장 등록하고….(웃음) 삶의 방식과 소비 패턴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50만원 비즈니스 프로젝트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나? 50만원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기 삶의 방식에 맞춰서 돈을 번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고, 2백만원 버는 것을 목표로 몇 가지 일감을 더 찾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최저 생계 비용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일감을 찾아나가는 식이다. 요리하는 사람, 번역하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하게 일을 만들어갔다. 영어 번역을 하는 사람은 SNS에서 외국인을 모집해 프리 워킹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돈을 벌었다. 망원동 일대를 함께 걸으며 동네를 소개하는 거다. 직접 자전거를 만들거나 장을 대신 봐준다거나 짐을 배달해주는 등 방식은 자유롭고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3D 프린터 제작이다. 3D 프린터는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이자 대단한 하이테크 기술로 여겨지지만 특허권이 종료됐을 정도로 오래된 기술이다. 특허권이 없어지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작 원리를 배워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2년이나 걸려 완성하긴 했지만 완제품을 제작했고 최근 KC 인증도 받았다. 이걸 팔아서 이제 돈을 좀 벌어볼 생각이다.(웃음)

자신을 소모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한다는 건 이상적인 일이다. 문제는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닫기도 쉽지 않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커서 뭐 하고 싶니?’라는 질문들을 받아왔다. 그 질문의 정확한 의미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다. 질문이 보여주듯 우리는 직업으로 자신의 의미를 찾아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제 영상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전문 작업자만이 촬영과 편집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기술과 장비, 조건이 대중에게 열려 있고 접근하기도 쉬워졌기 때문에 원하면 누구든 얼마든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3D 프린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한 분야의 장인이 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결과물에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문턱이 낮아졌다. 그 변화는 곧 개인 존재의 변화를 동반한다. 그러니 나는 직업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라고 말한다.

오늘공작소는 청년, 지역 공동체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독립적인 주체로서 탈자본화하는 일, 즉 ‘다르게 사는 일’에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선뜻 행동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있나? 내게도 다르게 사는 일은 어려운 문제다. 어떤 분은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라면 당장 직장에서 뛰쳐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직장에 있으면서도 내 삶을 내 의지로 꾸려나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그 감각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의 한계점도 봤나? 이 또한 용기와 결합되는 문제인데 사회 안전망이 마련돼 있다면 개인이 용기있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설사 이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돌아갈 곳이 있고,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지금보다 다양한 다른 삶이 가능하리라 본다. 소득과 주거 등 삶의 취약한 문제들 때문에 청년들이 움츠러드는 거다. 후지무라 야스유키는 개인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개인이 속한 사회와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3만엔 비즈니스라는 것도 공허한 아이디어일 뿐이다.

오늘공작소라는 이름처럼 어제에 매이지 않고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늘을 온전히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저마다 다르겠지만 가장 먼저 자신의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만 다를 뿐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불안을 느끼며 살고 있지 않나. 첫째, 조금도 불안하지 않은 상태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는 지나치게 앞서서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걱정을 앞당기다 보면 용기내기가 어려워진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갖길 바란다.

그동안 사회적 활동을 하며 많은 청년들과 함께해왔다. 오늘공작소 외에 이상적인 젊은 집단이 있다면 어디인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출신 친구들이 만든 ‘123컬렉터’라는 청년 예술 단체가 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다. 소재가 주는 질감에 주목하는 친구들이라 한국무용 하는 분들이 입다가 버린 한복을 주워다가 가방으로 바꾸고,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요즘 이런 재미있는 청년 단체가 많이 눈에 띈다.

오늘공작소의 활동을 시작으로 녹색당에 입당했고 최근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치에까지 이르게 된 계기가 있었나? 지은 지 30년도 넘은 망원동의 부흥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 재생한 뒤 재임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있다. 노후가 심해 월세 8만원, 10만원 하는 쪽방촌 같은 곳이었다. 주로 어르신들이 살았는데 재생 사업을 하며 이분들과 가까워졌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재개발로 이분들이 너무나 쉽게 쫓겨나는 걸 봤다. 나중에는 서로 울면서 헤어졌다. 이 도시에서는 누구나 쫓겨날 수 있겠다 싶더라. 이 일을 겪으면서 가까운 친구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에 만족하던 내가 자연스럽게 변했다. 아마 일반 회사를 다녔다면 지금의 시선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서 부흥주택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다들 워낙 바쁘고, 떠밀리며 살고 있으니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정치가 변해야 한다. 녹색당은 아주 작은 정당이지만 진심과 공감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일거리와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실험하는 오늘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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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밥 먹기 전에 마실까, 밥 먹은 다음에 마실까?

보통 와인은 식사와 함께 마시는 술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밥 먹기 전과 밥 먹은 뒤에 마시는 와인도 있다. 식전에 마시는 와인은 밥맛을 좋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일본 사람들이 톡쏘는 맛이 매력적인 맥주로 입맛을 돋우는 것처럼, 서양 사람들은 탄산이 든 스파클링 와인을 마신다. 기포가 위를 부드럽게 자극해 위산 분비를 돕는다. 다른 와인보다 새콤한 맛도 적당히 두드러져서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게도 만들어 준다.

식사에 곁들이는 와인은 소스와 재료를 보고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을 곁들인다. ‘생선엔 화이트 와인, 고기엔 레드 와인’이라고 공식처럼 되어 있지만 요즘엔 요리법에 따라 생선에도 레드 와인이, 고기에도 화이트 와인이 어울릴 수 있으므로 취향대로 즐기면 된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달콤한 와인을 디저트 대신 한 잔 하면 소화가 잘 되도록 도와준다. 이렇게 단맛이 강한 디저트 와인은 과일이나 케이크와 함께해도 와인 맛이 묻혀버리지 않을 만큼 개성 또한 강하다.

식물과 사람을 엮는 사람 안난초, <식물생활> 만화가

집 한구석에 자리한 식물들은 저마다 작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이사 가는 친구가 넘겨주고 간 아레카야자, 무뚝뚝한 아빠가 첫 자취방에 사다 주고 가신 선인장, 혼자 걷다 문득 눈에 들어온 작은 다육이들. 만화가 안난초는 식물을 기르는 사람에게 그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각색해서 웹툰 <식물생활>을 그린다. “퇴직하고 일러스트를 전공하는 대학원을 다닐 때 한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베란다에 아주 많은 식물을 키우는 분이셨죠. 식물이라면 저도 평소에 좋아했으니까 문득 식물을 기르는 사람을 인터뷰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결국 그 선생님이 <식물생활>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었죠. 마침 우리 학교가 조경학과로 유명했는데 만날 그림은 안 그리고 학교를 산책하면서 나무와 풀을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림을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 중에 이미 식물을 그리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식물이라는 소재를 어렵지 않게 떠올린 것도 있어요.”

만화를 위해 안난초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식물을 기른다. 좋아하는 식물도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르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힘들거나 사람에게 지쳤을 때 말이 없는 식물을 조용히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회복한 사람, 차를 마시는 시간처럼 그저 식물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식물에서 묘한 위안과 안도감을 느꼈다는 사실에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9명의 인터뷰이 가운데 안난초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은 이야기를 담은 식물은 히아신스다. “초반 에피소드 중에 주인공이 어렸을 때 아빠가 늘 퇴근길에 고속터미널 꽃 시장에 들러 파란 히아신스를 사오셨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원래 히아신스를 좋아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히아신스가 더 좋아졌죠.”

회를 거듭할수록 공부할 것도, 찾아봐야 할 자료도 늘어나지만 식물을 그리는 삶은 안난초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만화를 좋아했는데도 나는 스스로 만화를 그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보던 만화는 전부 컷이 많고 복잡한 이야기를 가진 일본 만화였거든요. 처음에는 에세이로 기획했던 <식물생활>을 문득 만화로 돌려 콘티를 짜보게 됐는데 술술 짜지더군요. 덕분에 <식물생활>을 그릴 수 있었고 ‘만화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어요.”

인터뷰할 때 ‘식물로 다시 태어난다면?’이라는 질문은 빠뜨리지 않는다는 안난초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기질, 이를테면 돌 같은 것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생명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거든요.” 안난초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은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살고 떨어진 잎사귀도 땅에 뿌리를 내리는 다육이다.

웹툰 <식물생활> justoon.co.kr/content/home/08nf1de5a8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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