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SHINee

온유 트렌치코트와 톱, 팬츠, 모자 모두 버버리(Burberry).
태민 셔츠와 팬츠, 모자 모두 버버리(Burberry).
민호 어깨에 걸친 니트 스웨터와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스트라이프 셔츠와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온유 셔츠와 티셔츠 모두 생 로랑(Saint Laurent).
셔츠와 티셔츠, 팬츠, 벨트 모두 생 로랑(Saint Laurent).
태민 패턴 니트 스웨터와 셔츠,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온유 트렌치코트와 톱,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민호 점퍼와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패턴 니트 베스트와 셔츠, 팬츠 모두 버버리(Burberry).
실크 패턴 셔츠와 톱, 팬츠 모두 발리(Bally).
데님 재킷과 셔츠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스트라이프 니트 카디건과 톱, 팬츠 모두 프라다(Prada), 슈즈 펜디(Fendi).

각자의 스케줄을 마치고 샤이니 멤버들이 스튜디오에 모이기 시작한 건 하루해가 넘어갈 무렵이었다. 모두 다른 스케줄 탓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이도 있고, 이전 촬영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지연되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스튜디오에 들어선 이도 있었다. 12시간 넘는 방송 녹화를 마치고서야 겨우 화보 촬영장에 들어선 멤버에게 나머지 멤버들은 하루 종일 고생 많았다며 가볍게 안거나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 스튜디오에 모인 샤이니는 딱 힘이 날 만큼의 농담과 장난을 주고받으며 촬영을 마쳤다. 시간이 지체되는 데 따른 지루함이나 피곤함 같은 건 그들끼리 주고받는 티 내지 않는 응원 덕분에 느껴지지 않았다. 10대에 만난 이들은 이제 20대일 뿐이고, 풋풋했던 소년들은 좋은 청춘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함께한 기뻤던 날들과 혹은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보낸 날들로 채워진 10년의 시간을 섣불리 짐작할 수는 없다. 하고 싶었던 음악으로 꽉 채운 데뷔 10주년 정규 앨범에는 그렇게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샤이니로 보낼 시간이 모두 담겨 있다.

재킷과 티셔츠, 쇼츠 모두 구찌(Gucci).

이번 정규 앨범은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들었다. 키 오래전부터 계획했고 준비 기간도 길었다. 선곡부터 마케팅 방식까지 폭넓게 고민한 앨범이다. 매번 그랬지만, 10주년이니만큼 완성도 높은 앨범을 선보이고 싶었다. 이번에 담길 곡들은 우선 ‘이지 리스닝’ 위주의 곡들이다. 하고 싶었던 음악과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음악을 우선순위로 했고 지금껏 시도한 적 없는 방식으로 앨범을 공개할 계획이다. 곡 수가 꽤 많은데, 어느 한 곡에만 힘이 실리는 걸 원치않았던 터라 곡을 공개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드리게 될 거다. 무엇보다 샤이니다운 곡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특별할 것 같다. 온유 지나온 활동에 대한 집합체이자 앞으로 보여드릴 새로운 모습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 유독 고민이 많았던 앨범일 수밖에 없다. 위로가 될 수 있는 앨범이면 좋겠다. 신나는 곡인 동시에 지금까지 선보여온 곡보다 무게감이 느껴질 거다. 안무도 그렇고. 무엇보다 ‘팬들이 행복하면 좋겠어’라는 마음이 담긴 앨범이다. 태민 앨범이 나올 때마다 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했다. 하지만 멤버 모두 유독 이번 앨범에 대한 마음이 같다. 샤이니 느낌 그대로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우리는 엔터테이너이니 콘텐츠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사랑받고 싶다. 지금까지와 앞으로 나아갈 시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될 만한 앨범이다. 민호 샤이니 데뷔 10주년의 의미도 담았고 앞으로의 샤이니에 대한 포부도 담았다. 과거 10년을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했다.

지나온 10년과 다가올 10년의 모습이 다를까? 민호 10년 전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 지금까지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인정을 받는 10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10년 후에도 여전히 샤이니였으면 한다는 거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멤버들과 함께 일해온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고맙다. ‘고맙다’라는 단어가 이전보다 훨씬 무겁고 커졌다.

후회 없는 작업이겠다. 키 아마도. 보통 앨범을 준비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만한 곡 위주가 될지, 우리가 성장할 만한 음악일지, 혹은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훌륭한 평가를 받을 만한 음악을 할 건지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이 세 가지 의미를 모두 담았다.

지나온 10년에 대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는가? 온유 좋은 사람을 많이 얻었다는 것. 뮤지션으로서는 많은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어릴 때 꿈이 아이돌 가수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지금은 춤도 출 수 있게 되었고 악기를 배워 연주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졌다. 이게 참 아이러니하다. 시간이 지나야 더 알 수 있는 것들이 많고, 우리가 하는 작업의 폭도 넓어지고 있는데 새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다. 10년쯤 이 일을 하고 나니 이제야 좀 알 것 같은데 말이다. 뭔가 사람을 끌어당긴다기보다는 묵묵히 활동하며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며 나아가려 한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은 타의에 의해서는 알 수가 없다. 어렸을 때 일을 시작하면 바쁜 스케줄로 철없이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데 오히려 감사하며 지내야 할 때다. 이제 막 이 세계에 들어온 친구들에게 자신이 아는 게 전부가 아니므로 일단 인내하며 기다리라 말해주고 싶다. 태민 10년 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서로를 너무 잘 안다 는 거다. 전혀 다른 멤버가 만났다. 각자 캐릭터가 다르니 그간 부딪힐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대화하고 맞춰나가며 서로가 싫어할 듯한 것을 하나씩 줄이다 보니 이젠 싸우는 일 하나 없이 잘 지낸다. 서로가 정말 잘 읽힌다.

샤이니로서의 처음이 기억나나? 태민 물론. 열여섯 살이었으니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이런 게 데뷔구나, 싶었다.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우리 이름을 검색해보곤 했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때는 신기하기도 했고 믿기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프로필에 사진이 뜨는 걸 보고 뿌듯하기도 했고. 그땐 모든 일상을 함께했다. 밥도 같이 먹고 활동도 똑같았고 잠도 동시에 자고. 힘들 때도, 행복할 때도, 뭔가 성취감을 느낄 때도 함께였다. 민호 데뷔 초는 2, 3년 전 일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단어는 평생 가슴속에 남지 않나. 그땐 많이 어렸구나 싶기도 하고. 그동안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고 느끼고, 좋게 변해온 것 같다. 10년 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르는 것투성이였다면 이젠 그 열을 다 알았으니 앞으로 맞이할 시간을 위해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다. 온유 엄청 떨렸다. 뭘 봤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훅 지나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든 건 활동을 시작하고 2년쯤 지났을 때? 요즘이 예전보다 생각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의견도 많이 낸다.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일에 매진하고 싶다.

또 다른 10년을 상상해본 적 있나? 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이다. 일단 오늘을 살아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일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오히려 상상하고 계획한 것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번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지. 그리고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고 싶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기회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거절하지 않고 확실히 해내는 능력을 키워두고 싶다. 온유 미래에 대한 얘기는 아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당장 내일은 뮤직비디오를 촬영해야지(웃음). 뮤직비디오도 굉장히 특별할 거다. 보는 재미도 있고 이야기도 독특하다. 딱 봤을 때 멋지다는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됐을까, 시작이 뭐지, 이런 생각이 들 거다. 그간 본 적 없는 스타일이어서 우리 스스로도 낯설다. 그래서 더 기대되고. 태민 음악이 여전히 내 인생이겠지. 샤이니를 회상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계속 샤이니로 살 테니.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금만큼 활발하게 활동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 앨범 작업도 하며 그렇게 보내야지. 설령 샤이니로서 공백이 생기더라도 각자의 색깔을 조금씩 더 진하게 만들어가다 보면 샤이니도 자연스레 더 자라지 않을까. 민호 이제는 하나, 둘 인정받는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도와 노력 끝에 이제 우리가 이 자리에 있고 이만큼 성장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겠노라 말하고 싶다. 과거에는 꿈과 목표만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달렸다면 이제는 가끔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한발 물러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고민도 하며, 생각의 상자를 키우며.

마지막 질문이다. 각자가 정의하는 샤이니다움이란? 민호 다 함께 뭉쳐있을 때. 그곳이 무대든 연습실이든 대기실이든. 우리가 함께할 때가 가장 샤이니다울 때다. 태민 샤이니는 컨템퍼러리 밴드다. 각자의 개성에 충실하며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한다기보다 각자의 색을 표출하며 그동안 없었던 모습을 표현하는 것. 그럴 때 가장 샤이니답다. 샤이니답지 않은 일을 피하는 것. 참 다른 친구들이 모였는데 ‘샤이니답지 않은 것’에 대한 답이 같다. 그럴 때 보면 생각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온유 이 멤버들이 함께 있는 것. 샤이니로서 좋은 거고 샤이니여서 좋은 거고, 샤이니를 할 수 있어서 좋으니까.

온유 셔츠와 팬츠, 샌들, 뱅글 모두 에르메스(Hermes).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뱅글 모두 에르메스(Hermes),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

The Play

클랙식한 체크 블레이저와 슬리브리스 톱, 빈티지한 코튼 캡, 블랙 스티럽 팬츠, 그래피티 패턴 앵클부츠, 스몰 사이즈 디링(D-Ring) 백 모두 버버리(Burberry).
박시한 레드 울 코트, 레드 스티럽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재킷과 쇼츠, 그래피티 패턴 레깅스,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그린 체크 재킷과 니트 톱, 로고 장식 스트레치 저지 브라톱 모두 버버리(Burberry).
누드 컬러 롱 슬리브 톱과 블루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다양한 디자인의 디링 백, 골드 팔라듐 플레이트 링크 드롭 이어링과 더블 링 모두 버버리(Burberry).
연핑크 니트 스웨터와 안에 입은 그래피티 패턴 스트레치 저지 보디수트, 레드 스티럽 팬츠,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알록달록한 단추가 포인트인 카 코트와 안에 겹쳐 입은 체크 트렌치코트,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참 골드 플레이트 후프 이어링 모두 버버리(Burberry).
컬러 블록 오버사이즈 니트 스웨터, 그래피티 패턴 레깅스 모두 버버리(Burberry).
체크 팬츠 수트와 안에 입은 그래피티 패턴 스트레치 저지 보디수트, 로프 리본 장식 스틸레토 힐 모두 버버리(Burberry).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
,

The Moment

마더오브펄 다이얼과 블랙 오팔을 세팅한 다이얼 뒷면 그리고 베젤을 둘러싼 다이아몬드가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룬 리베르소 원 듀에토 주얼리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펀칭 장식이 독특한 블랙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 모두 셀린느(Celine).
브릴리언트 컷 다아이몬드가 베젤과 러그, 크라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랑데부 문 워치. 글리터리한 그랑푀 에나멜 다이얼이 수많은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연상시킨다.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화이트 셔츠 분더샵(BoonTheShop).
가독성이 뛰어난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섬세한 기요셰 다이얼, 6시 방향에 위치한 낮/밤 인디케이터가 특징인 랑데부 나잇&데이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화이트 팬츠 수트 랑방(Lanvin), 안에 입은 니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스틸레토 힐 톰 포드(Tom Ford).
미드나이트 블루 컬러 다이얼과 마더오브펄로 세공한 문페이즈 인디케이터가 은은한 광채를 발산하는 리베르소 원 듀에토 문 워치. 1930년대에 출시된 첫 번째 여성용 리베르소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스트라이프 셔츠와 블랙 팬츠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래커 위에 섬세하게 인그레이빙된 기요셰 패턴과 마더오브펄 디스크를 통해 보름달, 반달, 초승달로
변화하며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달의 주기를 알려주는 랑데부 문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블랙 레이스 셔츠와 옆 라인을 레이스로 장식한 팬츠 모두 닐 바렛(Neil Barrett).

드라마 <미스티>가 끝났지만 ‘고혜란’이라는 캐릭터가 강렬했던 만큼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당분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미스티>와 관련된 스케줄이 남아 있기도 하고 캐릭터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지금의 일상도 김남주와 고혜란이 섞여 있다. 엄마로 김남주의 삶을 살다가 밖에 나오면 고혜란으로 돌아온다. 나 자신이 고혜란처럼 변한 부분도 있다. 어떤 불편한 상황에 처하면 그녀처럼 정면 돌파하며 멋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지레 겁먹지 않고 용기 있게.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미스티>를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은가? 이 작품 이전의 나는 배우란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었다. 선뜻 배우 김남주라고 나를 소개할 수 없었다. ‘배우’라는 단어가 나를 수식하기에 거창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엄마로 사는 삶이 충분히 행복했고, 엄마이면서 내가 연기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미스티>를 만나고 나서야 내 인생에서 연기가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 전에는 내가 과연 배우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존감이 높지 않았고 내가 특별히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우로서 좀 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필모그래피를 채운 많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도 작품이 성공한 이유를 나에게서 찾은 적이 없다. 좋은 작가를 만났고, 훌륭한 대본이 있고 그에 맞게 충실히 연기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지 내가 가진 어떤 특별한 힘 덕분이 아니었다. <내조의 여왕> 때는 좀 달랐는데, 작가가 내게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점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대본으로 잘 표현해주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 때문에 작품이 더 살았다거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미스티> 역시 대본이 좋았다. 또 감독이 잘 받쳐주었고 캐스팅도 만족스러웠다. 남은 건 내가 열심히 하는 것뿐. 고혜란처럼 지독하리만큼 악착같이 연기했다. 다시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열정을 다 쏟아부었다.

<미스티>가 6년 만의 작품이었다. 작품과 작품 사이 공백이 너무 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았나?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쳤는데, 아이가 해내는 걸 지켜보면 신기하고 행복하다. 연기는 내 직업이니까 의무감에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즐겁고 연기하는 순간이 그저 행복한 사람은 아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엄마의 역할을 잠시 접어둬도 될 만큼 도전하고 싶고 승부수를 띄울 만한 작품을 고르고 고르게 된다. 엄마로 살아가는 데 충분히 만족하기에 공백 때문에 조급한 마음은 전혀 없다. 내겐 빠른 호흡으로 작품을 하는 것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완벽하게 나를 설득하지 못하는 대본에 나를 잘 맡기지 않는다. 모든 걸 걸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설득되면 그제야 나를 맡긴다. <미스티>는 잘될 줄 알았다.(웃음) 대본도 캐릭터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 동안 없던 여성 캐릭터이니 시청자들도 매력을 느낄 거라고 확신했다. 능동적이고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그에 반하는 것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

여성 배우는 남성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좁다. 그렇기에 고혜란이 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안타까운 부분이다. 여성 배우가 엄마가 아닌 특정 직업을 가진 인물을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 말이다. 여성 캐릭터도 극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포부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미스티>가 여성 캐릭터도 충분히 작품의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속도가 앞으로도 지금과 변함없을 것 같은가? <미스티>가 끝나고 관련 기사를 읽는데 이런 댓글이 있었다. ‘그럼 이제 6년 후에 누나를 봐야 하나?’(웃음) 평소에는 댓글을 잘 읽지 않았다. 악플을 보면 괜스레 상처 받고, 마음이 아프니까. 그런데 <미스티>를 하는 동안 고혜란을 응원하는 글이 많았다. 그런 댓글이 힘이 되고 용기를 주더라. 이번 작품을 하기까지 6년이란 시간이 걸린 줄 몰랐다. 6년 만에 컴백한다는 기사를 보고 잘못된 정보인 줄 알았다.(웃음) 당연히 계획한 것도 아니고. 6년의 공백 끝에 작품을 했으니 최소 2년을 쉬어야겠다거나, 다음 작품은 몇 년 후에 해야겠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언제든지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당연히 해야겠지. 다만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다. 내 나이 자체는 자랑스럽다.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신이 주신 신체 나이는 어쩔 수 없으니, 좀 더 일찍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연기가 더 절실해졌을 수도 있겠다. 여전히 거창하게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 이제야 내가 배우 자질이 있고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앞으로 좀 더 부지런히 작품을 찾아볼 생각은 없나? 그 부분은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나 작품을 기다리지만 찾아다니기보다는 기다릴 생각이다. 큰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고 있어 엄마와의 교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중하게 준비하고 앞으로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좋은 작품을 계속 기다려야겠지. 배우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도 달라진 건 없다. 더 잘되어봤자 김남주 아닌가. 다만 요즘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겪으며 배우로 인정받는 느낌은 든다. 지금까지 해온 작품과 완전히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연기했고 박수도 많이 받았다. 내 안에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은 것 같다.

김남주는 10년 후에도 여전히 배우로 살아가고 있을까? 말로는 연기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하지만 여전히 배우로 살고 있을 것 같다. 조급해하지도, 욕심부리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지금처럼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 없어 할 것이고, 연기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배우로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용기 있게 살려고 마음먹긴 했지만 새로운 작품 앞에서 겁나긴 하겠지.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인생의 좌우명이기도 하고. 매 순간 열심히 사느라 어느 한 순간 쉬운 적이 없었다. 뭔가를 쉽게 하는 법이 없다. 뭘 하나 하면 괴로우리만큼 애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밥을 할 때도 영양소를 꼼꼼히 따졌다. 아이를 안을 때도 책에 나온 대로 안으려 했다. 피곤한 스타일이다.(웃음) 혹여 배우로서 잊혀진다 한들 어떤가. 괜찮다. 또 다른 길이 있겠지.

지금 김남주 안에 여러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웃음) 좀 더 용기있게 연기하겠다는 다짐을 말하면서 다시 배우로서 잊혀진다 한들 어떤가 하며 한 발 물러나 있다. 맞다. 지금의 나는 김남주와 고혜란이 섞여 있다. 엄마의 삶으로 반은 돌아갔고 나머지 반은 여전히 배우 김남주 혹은 고혜란으로 살고 있다. 고혜란을 아직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다른 캐릭터를 만나 빠지기 전까지 당분간 고혜란을 잃고 싶지 않다. 이번 작품을 위해 걸음걸이도 바꿨다. 이왕 어렵게 완성한 캐릭터니 그녀처럼 멋지게 걷고, 말하고, 살고 싶다. 아, 물론 고혜란처럼 마음 아프게 살진 말아야겠지.

다이얼 위에 우아하게 피어나는 플라워 모티프 숫자들과 베젤, 러그, 다이얼 가운데 장식된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랑데부 아이비 워치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블랙 드레스 랑방(Lanvin), 실버 펌프스 레이첼 콕스(Rachel Cox).

 

ⓒ MARIECLAIREKOREA 사전동의 없이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연관 검색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