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순이들을 위한 新 예능 지침서

엄마에게도, 친한 친구에게도 나눌 수 없었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나만 알고 싶은 ‘비밀언니’가 등장했다. 한채영X예리, 효연X휘인 그리고 선미X슬기가 그 주인공. 닮은 듯 또 다른 이들이 만나 24시간 동안 한 공간, 한 침대를 공유하며 자신들의 속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특히,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선미X슬기 에피소드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은 나날이 높아져 가는 중이다. 남동생만 두 명이 있는 선미가 갑자기 생긴 비밀 (여)동생을 기대하며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을 나열하는 그녀의 모습을 미리 감상해보자.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JTBC 4

 

 

그동안 백종원의 쿡방, 먹방은 잊어라. 기존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글로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한 먹방이 시작됐다. 그 중에서도 방에 콕 박혀있고 싶어 하는 집순이들을 리얼 방콕 앞으로 모셔놓는 백종원의 방콕 맛집 투어를 반드시 시청해 볼 것. 방콕하면 팟타이나 쌀국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미식 백가사전’을 통해 다양한 메뉴와 정보를 공유해준다. 중국 청두를 시작으로 홍콩, 방콕 그리고 이번 주에는 도쿄 편이 방송된다고 하니 단단히 위장을 채워놓을 것. 방심하다간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 tvN

 

 

넷플릭스가 제작한 최초의 한국 사전제작 예능, 유재석의 새로운 예능 등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지난 4일, 첫 방영된 ‘범인은 바로 너’. 출연진들이 드라마 주인공들처럼 각자의 역할을 연기하되 대본 없이 주어진 상황에 몰입해야 하는 특이한 포맷이라 시청자들이 어색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어난 사건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저 사람이 범인인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 추리물 예능의 매력! 총 10개의 에피소드가 개별 사건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1화부터 보지 않아도 되니 우선 딱 한 편만 보고 정주행 여부를 결정해보자.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넷플릭스

 

 

오는 24일부터 방영 예정인 tvN의 새로운 예능 ‘오늘 내일’은 즐거운 ‘오늘’과 건강한 ‘내일’을 위해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출연진은 박명수, 김용만, 김수용, 박준형, 심형탁으로 평균 나이 49세의 중년 연예인들의 ‘짠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매회 ‘골골이’를 정해 나머지 멤버들이 그를 위한 건강식을 구하러 떠나는 컨셉 또한 보는 이들의 ‘웃픔’을 자아낸다. 각자 예능에서 개성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들의 연약한(?) 모습과 건강하게 나이 드는 법을 보여주는 잔잔한 예능이 되어줄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30분 tvN

이면에 태어난 새로운 세상

배유정이 그린 <나무, 춤춘다>는 책의 내지를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나무의 밑동에서부터 길게 자란 뿌리를 보여주는 그림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그림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아코디언 접지를 사용한 건 그 때문이다. 배유정은 이 책을 만드는 데 5년이 걸렸다. “보통 작가들은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더미를 만들어요. 영화로 치면 콘티죠. 장면들을 만들어 놓고 그 계획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저에겐 그 방식이 맞지 않아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떤 방식이 내게 맞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길었어요. 지금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림들을 조각조각 그려놓고 유추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요. 큰 주제만 두고 그 주제에 대해 생각나는 장면들을 그리고 필요하면 추가하거나 그 그림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완성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려요.”

<나무, 춤춘다>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 아래에서 자라나고 있는 긴 뿌리에 거대한 생명을 담은 우주가 살아 숨 쉬는 모습을 그린 책이다. “겉보기와 다른, 풍성하고 강한 내면으로 희망의 싹을 틔운다는 내용이에요. 그 내면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세계가 뭘까?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돌아봤죠.” 그렇게 완성된 뿌리는 거침없이 뻗어나가 푸른 물이 되어 흐르고 그 물을 따라 초록 잎사귀와 붉은 장미가 피어난다. 뿌리 전체가 하나의 나무가 되었다가 물고기가 되고 합쳐져 커다란 사슴이 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강렬하게 변화하는 색감은 그림에 꿈틀거리는 듯한 생명력을 주고, 시처럼 간명한 글은 그림이 흐르는 방식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배유정의 그림을 완벽히 이해한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 남다른 그림책은 그 지난한 노력 덕분에 2018 볼로냐 라가치상 뉴 호라이즌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10년간 이 분야에 있으면서 그림이 난해하다거나 추상화 같다는 평을 많이 들었어요. 서점 관계자들은 <나무, 춤춘다>를 어린이 책 분야 서가에 둘 수 없다고 했죠. 지금도 예술 분야 서가에 놓여 있어요. ‘나에겐 그림책이 맞지 않는 걸까’ 속앓이를 많이 했는데 상을 받게 돼서 많이 놀랐어요. 특히나 뉴 호라이즌은 새로운 지평을 연 책에 주는 상이라 더 감격적이죠.”

배유정은 현재 우울과 두려움, 불안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죽음과 같이 원초적이고 철학적인 소재에 두려움을 지닌 자신의 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볼로냐에서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 누군가가 제 모든 그림이 <나무, 춤춘다>처럼 추상화 같으냐고 물었어요. 하나의 거대한 뿌리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숨어 있는 동식물을 튀지 않게 그린 것이거든요. 다음 책은 내용에 어울리게 더 구체적으로 그릴 생각이에요.”

 

식물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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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식물 초상화

손정민 <식물 그리고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식물에 빗대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는 건 그에게 전할 수 있는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일러스트레이터 손정민이 자신을 둘러싼 50여 명의 사람들을 호명한 뒤 이들을 닮은 식물을 하나씩 찾아내 짝지어 그림과 글을 완성했다. 가족과 동네 친구를 시작으로 윤상과 모델 박세라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묘사했는데 하나같이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앞을 향한 얼굴에는 진솔함이 담겨 있고 자연스러운 진솔함 속에는 언제나 연약함이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진솔하고 다정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도 있다. 2백10여 종에 이르는 목련이 꿀벌이 생겨나기 전부터 존재한 고대 식물이라는 점, 칠레의 국화인 라파게리아는 칠레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꽃이라는 사실 등 무용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정보들이 담겨 있다. 미메시스

 

 

1세기 만에 만난 자연

크리스텔 레바 <필드 스터디스>

2017년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프랑스 현대사진가 크리스텔 레바가 오래된 사진에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기획했다. 1920~30년대에 활동한 영국의 식물학자 에드워드 제임스 살리스버리가 자연과 식물을 촬영한 다량의 유리 건판이 최근 공개되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크리스텔 레바가 살리스버리의 사진을 이정표 삼아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 것. 살리스버리가 방문한 장소에 머물며 그가 기록했던 식물을 찾아 다시 사진에 담았다. 의미 있는 여행기이자 아름다운 식물도감이다. FW Books(by 이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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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속 충만한 생

타샤 튜더, 토바 마틴 <타샤 튜더의 정원>

생을 마감하기까지 70여 년 동안 1백여 권의 그림책을 발표한 미국의 동화 작가 타샤 튜더. 56세에 그간의 인세를 모아 버몬트 깊은 산골의 땅 30만 평을 구입한 그녀는 남은 생 동안 자급자족하며 자신의 땅을 일궜다. 그녀가 20여 년간 어떻게 정원에서 삶을 보냈는지에 대해 계절별로 정리한 에세이 <타샤 튜더의 정원>. 염소젖을 짜고 꽃을 가꾸고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차를 마시고 산책하고 그림 그리는 등 그녀의 일과와 라일락 나무와 정원을 메운 제비꽃과 물망초, 돌능금나무 등을 소개하며 이 식물들을 어떻게 가꿨는지 세세히 보여준다. 언뜻 부러운 삶이지만 매년 5월이면 홀로 2천여개의 구근 화초를 심어야 했으며, 여름이면 3만 평의 잡초를 뽑았다는 등 현실적인 노동을 묘사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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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대하는 방식

김지원 외 5인 <우리가 원하는 식물>

일과 생활에서 식물과 가까이 지내는 6명의 젊은 창작자가 모여 식물과 관련한 기록과 에피소드를 엮었다. 현대미술, 식물학, 문화사, 원예와 공예 등 저자들이 몸담은 분야가 다양해 읽고 볼 것이 풍성하다. 가령 식물에 흐르는 전류를 수집해 시청각 신호로 바꾸는 연구 기록문, 경조사용 화환에 사용하는 인조 잎에 대한 소논문, 식물 드로잉이 완성되는 일련의 과정, 식물이 미술 전시에 등장한 역사 등 문화와 예술, 과학을 넘나드는 주제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다채로운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은 하나다. 이들은 ‘우리가 식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식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방식은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로 뻗어나간다.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에서 열린 <식물도감: 시적 증거와 플로라>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다시 모여 만든 기록물이다. 생물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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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건축이 되는 순간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 <도큐멘테이션>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는 지난 10년간 대지와 도시, 정원을 작업 공간으로 삼아 조경 설계와 정원 시공 컨설팅을 하며 다방면에서 식물을 다뤄왔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오산천 남촌소공원,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오설록 티 뮤지엄 등 서정적인 방식으로 자연을 다듬어온 이들이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작업 기록을 책으로 옮겼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비롯해 공력을 들인 드로잉, 작업자들의 캐드 도면, 스터디 모형 등을 시작으로 어떤 날의 작업 책상, 공사 현장 스케치, 출장과 휴식을 겸한 소소한 여행의 기록과 사소한 이야기들이 자유분방하게 펼쳐진다. 그 산만함 가운데 툭툭 튀어오르는 건축가이자 조경가로서의 사유가 빛난다. 디자인 스튜디오 엘오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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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야생초 도감

김정미 <우리나라 꽃그림>

작은 생명에게 주어진 이름을 알고 이를 호명하고 싶은 이에게 일러스트레이터 김정미의 <우리나라 꽃그림>은 가까이 두고 계속 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은 작가가 지난 2년 동안 산과 들을 다니며 강한 생명력을 지닌 1백50여종의 식물을 그린 결과물이자 ‘야생화와 나무는 어디서든 조용히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의 기록이다. 돋아나는 시기에 따라 12월부터 월별로 식물을 분류하고 야생초 이름과 종류, 개화 및 결과 시기와 분포 지역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매월 첫날, 이달에는 어떤 잎사귀와 꽃이 돋아날지 미리 보는 즐거움이 있다. 참고로 5월에는 금낭화, 작약, 황매화, 돌나물, 씀바귀를 만날 수 있다. 아메바

 

 

강렬한 숲의 고요

폴 스트랜드 <더 가든 앳 오르주발>

20세기 초 미국 모더니즘 사진을 이끈 사진가 폴 스트랜드는 트릭 없이 오직 사진 기법만으로 강렬하고 명확한 한 장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생애 마지막 27년을 프랑스의 오르주발(Orgeval)에서 보낸 그는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며 살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겼다. 식물의 색을 거둬내고 심도와 콘트라스트, 명암을 살려 고요하고 차분한 숲의 순간들을 담았다. 등나무에 핀 겹겹의 꽃, 겨울을 맞은 아이리스 잎 등 식물의 형태와 패턴을 강조한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APERTURE(by 이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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