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숍 7

 

FOOD

멕시코시티의 디자인과 음식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란히 발전해왔다. 최고급 식당 중에는 환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멕시코 요리를 파인 다이닝으로 탈바꿈시킨 요리사 중 한 명은 바로 레스토랑 푸홀(Pujol)의 셰프 엔리케 올베라(Enrique Olvera)다. 멕시코시티 최고급 식당 중 하나인 푸홀은 최근 길거리 음식으로 사랑받는 타코를 오마카세 타코 바 형태로 선보이며 그 수준을 높였다. 2016년에 트렌디한 후아레스(Juarez) 지역에 문을 연 아마야(Amaya)는 이 블록에서는 신생 레스토랑이다.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의 인상적인 맛의 조화와 우아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곳이다. 셰프 하이르 테예스(Jair Téllez)의 라벨인 테카테(Tecate)의 비치(Bichi)가 포함된 내추럴 와인 리스트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레스토랑이다.

도시의 남쪽에 새롭게 문을 연 테테틀란(Tetetlán)은 루이스 바라간이 디자인한 공간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사르 세르반테스(Cesar Cervantes)가 계획하고 건축가 호르헤 코바루비아스(Jorge Covarrubias)가 세운 이 공간은 팜 투 테이블(farm-to-table) 스타일의 레스토랑이자 요가 센터, 책과 음악이 있는 라이브러리 그리고 예술 공간이다. 화산석 위에 지어져 유리 바닥을 통해 발아래 거친 토양을 감상할 수 있다. 셰프 우고 두란(Hugo Durán)은 오악사카(Oaxaca)의 옥수수와 멕시코시티의 치남파(Chinampa, 르네상스를 맞이했던 메소아메리카 문명 당시 설계된 운하 지역의 비옥한 인공 경작지) 채소를 사용하는 등 멕시코 전역에서 최고급 재료를 들여와 쓰고 있다.

PUJOLPUJOL

주소 Tennyson133, Polanco, Polanco IVSección, 11570 Ciudad de México, CDMX
문의 +52 55 5545 3507

 

 

TETETLANTETETLAN

주소 Ávenida de LasFuentes 180, JardinesdelPedregal, 01900 Ciudad de México, CDMX
문의 +52 55 5668 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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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YA AMAYA

주소 General Prim 95, Colonia, Juarez Del. Cuauhtémoc CiudaddeMexico, CP 06600
문의 +52 55 5592 5571

 

 

 

COFFEE

멕시코시티의 카페는 활기차다. 새로운 카페와 오래된 카페가 적당한 비율을 이루며 사람들을 이끈다. 아름다운 파르마시아 인테르나시오날(Farmacia Internacional)은 ‘국제 약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후아레스 지역에 있는 작은 카페다. 이 카페는 18세기 뉴스페인 총독의 명령으로 지어진 웅장한 느낌을 주는 카예 부카렐리(Calle Bucareli) 거리에 있는데, 작지만 빈티지한 소품을 적절히 배치해 아늑하다. 이 카페의 모든 음식은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다. 향이 좋은 커피와 로컬 푸드로 이루어진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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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ACIA INTERNACIONAL

주소 Bucareli128, ColoniaCentro, Centro, 06600 CiudaddeMéxico, CDMX
문의 +52 55 5086 6220

 

 

 

FASHION

멕시코는 오래전부터 섬유 산업으로 유명했다. 화려한 색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전통 공예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얻곤 했다. 그중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카를라 페르난데스(Carla Fernandez). 그녀는 팀을 꾸려 멕시코 전역을 활발히 오가고 장인들과 일하면서 전통 방식과 색감, 패턴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멕시코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성을 넘나드는 그녀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17세기 건물에 위치한 카를라 페르난데스의 숍에는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는 의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또 다른 디자이너는 1/8 다카무라(1/8 Takamura)의 크리에이터이자 아트 디렉터인 기예르모 바르가스 아일루아르도(Guillermo Vargas Ayluardo). 그 역시 멕시코의 전통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흥미로운 건 일본인 증조부의 영향으로 아시아도 그의 디자인에 영감이 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미학과 실용의 현대적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무채색에 색감을 더한 그의 디자인은 클래식하면서도 아주 모던하다. “우리는 세계 곳곳의 전통 의상과 유명한 공예를 세계적 트렌드와 섞기도 하고 실험적인 다양한 양재 기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아일루아르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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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A FERNANDEZ

주소 IsabelLa Católica #30, Centro Histórico, Ciudad de Mexico, CDMX
문의 +52 55 5510 9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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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TAKAMURA

주소 Cordoba #67 int 7. Col. Roma, Ciudad deMexico, CDMX
문의 +52 5535 3431

 

 

 

DESIGN

멕시코의 디자인은 지난 10년간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그 중심에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자국 디자이너에 대한 지원이 늘었고 멕시코 디자이너의 제품이 인기도 높다. 멕시코 브랜드의 제품을 대부분 갖추고 있는 해프닝(Happening)의 파트너 바르바라 베탄소스(Bárbara Betanzos)는 달라진 멕시코 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7년 전만 하더라도 부티크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찾는 게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창의적이고 놀라운 아이디어를 가진 디자이너들이 넘칠 만큼 많아졌죠.” 그녀는 2017년 로마에 두 번째 부티크를 오픈했는데, 매장에는 옷부터 라이프스타일 소품까지 멕시코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가 만든 60여 점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라고 디에프(Lago DF)는 로스앤젤레스로 치면 로데오 거리 격인 멕시코의 폴랑코(Polanco)에 위치해 있다.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디자인 제품만을 선보이는 부티크다. 가로수 길이 늘어선 로마 지역 뒤편에는 아름다운 멕시코 직물, 침구, 쿠션 커버, 커튼을 진열해놓은 가게가 있다. 민트 앤 라임(Mint and Lime)은 처음에 직물만 취급하다가 고민 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이 부티크에서 파는 상품들은 현대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멕시코 디자인을 잘 보여준다.

HAPPENING STORE

주소 Tabasco #210, entreJalapa yTonala, RomaNorte, Ciudad deMexico, CDMX
문의 +52 55 59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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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AND LIMEMINT AND LIME

주소 Orizaba 118, RomaNorte, Cuauhtémoc, MexicoCity, Mexico
문의 +52 55 9130 8826

 

 

 

HOTEL

멕시코시티를 찾는 여행자들이 늘면서 이 도시에 많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은 자신들의 창의력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콜로니아 로마 지역의 라 팔로미야(La Palomilla)의 대표 알레산드라 페레스-시레라(Alessandra Peréz-Cirera)는 멕시코의 색채에서 큰 영향을 받아 호텔을 ‘멕시코와 멕시코의 전통을 나타내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아름다운 밝은색으로 꾸며진 라 팔로미야의 자재와 인테리어 소품 모두 멕시코에서 만든 것들이다. 멕시코에서 만든 크고 작은 물건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역 장인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호텔 곳곳에 멕시코를 향한 제 사랑을 담았어요. 그 사랑을 여행자들과 나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럭셔리한 호텔을 찾는다면 폴랑코 지역에 위치한 라스 알코바스(Las Alcobas) 부티크 호텔도 좋은 선택이다.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꾸며진 이곳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침대 매트리스를 더 부드럽거나 단단한 것으로 선택할 수 있다. 객실에는 욕조도 갖춰져 있어 하루의 여독을 풀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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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ALOMILLALA PALOMILLA

주소 SegundaCerradade GuadalajaraNo. 10, Roma Norte, Ciudad de Mexico, 06700
문의 +52 55 7587 8995

 

 

LOS ALCOBASLOS ALCOBAS

주소 Avenida PresidenteMasaryk 390, Polanco, Polanco IIISección, 11560 Ciudad de México, CDMX
문의 +52 55 3300 3900

 

 

 

BOOK

문학만큼 한 도시를 잘 설명해주는 것은 없다. 라 잉크레이블레 리브레리아(La Increíble Librería)는 문학과 디자인을 한자리에서 모두 보여준다. 이곳의 공동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셀바 에르난데스(Selva Hernández)는 이곳을 이렇게 소개한다. “좋은 책과 독서, 글쓰기를 위한 공간이에요.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죠. 저희가 엄선한 책을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길 바라요.” 서점이라고 해서 단순히 책을 구입하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머물면서 책을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곳인 셈이다. 라 잉크레이블레 리브레리아는 다양한 주제의 책과 책 수집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초판본 등 특별한 앤티크 컬렉션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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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INCREÍBLE LIBRERÍA

주소 Guanajuato 143- C, Entrada por Jalapa, ColoniaRoma, 06700, CDMX
문의 +52 55 5564 8943

 

 

 

CULTURE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답게 멕시코시티에서는 박물관과 갤러리가 끝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문화재를 소장한 박물관뿐만 아니라 초콜릿부터 문신까지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이 있다. 멕시코가 풍요를 누리던 메소아메리카의 전통과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류학 박물관을 반드시 둘러보아야 한다. 페드로 라미레스 바스케스(Pedro Ramírez Vázquez), 호르헤 캄푸사노(Jorge Campuzano), 라파엘 미하레스 알세레카(Rafael Mijares Alcérreca)가 건축한 이곳은 1964년에 문을 열었는데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박물관 안에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멕시코 공예품들이 23개의 전시관을 꽉 채우고 있다. 차풀테펙 공원(Chapultepec Park) 인근에 위치한 루피노 타마요 박물관(Rufino Tamayo Museum)은 멕시코를 비롯해 세계 전역 근현대 예술의 보고다.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전시는 정기적으로 바뀌며, 전 세계 어느 곳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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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OLOGY MUSEUM

주소 Av Paseo de la Reforma & Calzada Gandhi S/N, Chapultepec Polanco, Miguel Hidalgo, 11560 Ciudad de México, CDMX
문의 +52 55 4040 5300

 

 

RUFINO TAMAYO

주소 Paseo de laReforma51, Bosque de Chapultepec, Bosquede Chapultepec ISección, 11580 Ciudad de México, CDMX
문의 +52 55 4122 8200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멕시코시티

강 위에 세워진 멕시카(아즈텍)의 고대 도시 멕시코시티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다. 그리고 이제는 젊음의 기운을 에너지 삼아 디자인과 패션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과 후안 오고르만(Juan O’Gorman)의 전통적인 건축물을 비롯해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 등의 벽화가 자리 잡고 도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든다. 여기에 현대 예술가 다미안 오르테가(Damián Ortega), 마르셀라 아르마스(Marcela Armas)나 현대 디자이너 카를라 페르난데스(Carla Fernandez), 리카르도 카사스(Ricardo Casas)의 작품들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시티에 예술적인 활기를 더해준다. 멕시코시티 곳곳에 예술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은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풍요로웠던 원주민 문화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이 고대 도시는 자연스레 예술에 발달했고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또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를 넘나들며 풍부한 영감을 받은 젊은 멕시코 디자이너들이 이 도시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여행자들이 멕시코시티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는 음식도 큰 몫을 차지한다. 골목에 자리 잡은 길거리 음식부터 수준 높은 파인 다이닝까지 멕시코의 맛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당신이 멕시코시티를 사랑하는 이유는?

“전 44년을 사는 동안 “전 44년을 사는 동안 멕시코시티를 떠났던 시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요. 이곳이 지닌 다채로움과 화려한 색감, 에너지가 느껴지는 소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해요. 서점이 있는 콜로니아 로마 지역에는 50년 넘은 가게부터 모던한 레스토랑까지 없는 게 없답니다.” 라 잉크레이블레 리브레리아 공동 대표  셀바 에르난데스

“멕시코시티가 좋은 이유는 언제나 우릴 놀라게 한다는 거예요. 히스토릭 센터(Historic Center)와 그 주변은 이 도시에서 항상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음을 보여주죠. 조금도 지루할 틈이 없어요.” 해프닝의 파트너 바르바라 베탄소스

“유니크하기 때문이에요. 매일, 매 순간 할 것이 있고,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죠. 음식도 무궁무진하고요. 이 도시에는 늘 활기가 넘쳐요.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이 있죠. 이 도시가 낯선 여행자도 편안함을 느낄 만큼 웃는 얼굴과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맞이해요. 그런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라 팔로미야 대표 알레산드라 페레스-시레라

“도시 곳곳에 섬유, 음식, 디자인, 예술 등 멕시코 전통이 잘 보존돼 있어요. 이곳 사람들은 자신의 전통을 존중해요.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죠. 멕시코시티는 과거와 현대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곳입니다. 다양한 시각과 생각, 감정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에요. 모든 사람을 위한 공간이 있는 도시죠.” 1/8 다카무라의 아트 디렉터 기예르모 바르가스 아일루아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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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극장 여행

단짝 윤정이와 내게 강릉에 가는 일은 무엇이든 평소에 하던 것보다 좋은 걸 하는 거였다. 극장은 동해에도 있었지만 신영극장은 동해의 극장보다 컸고 팝콘도 팔았다. 당시 극장은 걸핏하면 동시 상영을 했는데 신영극장에는 손예진, 조승우 주연의 <클래식>과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외화가 걸려 있었다. 윤정이는 <클래식>을 보고 싶어 했다. 내가 심드렁한 얼굴로 보기 시작한 <클랙식>에 훅 빠져든 순간은 소녀와 소년이 반딧불이를 잡는 장면이었을까, 초록이 무성한 1990년대 대학교 캠퍼스에서 손예진이 전공 책을 팔에 끼고 걷는 장면이었을까. 중학교 2학년이었던 우리는 극장을 나오면서 끊임없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조금 쑥스러운 기분으로 직원에게 부탁해 포스터를 한 장씩 나눠 가졌다. 길을 걷다가 조깅을 하다가 문득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들으면 오랜 기억 속 어딘가에서 따듯하게 빛나고 있는 그때가 떠오른다. 윤정이와 함께했던 그해 겨울, 아직은 피로가 익숙지 않았던 기차 안의 우리 둘과 창밖으로 펼쳐지던 겨울 바다. 김소영(<마리끌레르> 피처 에디터)

 

 

좁디좁은 경주 시내에 라이벌인 두 극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대왕시네마와 아카데미극장. 지금처럼 멀티 상영관이 아니라, 한 극장에 한 관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좌석이 지정된 것도 아니어서 그 시간대에 맞춰 표를 끊어 들어가 대충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영화를 중간부터 보다가 다음 회가 시작하고 보던 곳까지 보다 나오는 아저씨들도 많았다. 영화가 맘에 들면 빈자리에 앉아 한 번 더 보고 나와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영화가 좋았나 보다. 너무 작아 유난히 할 게 없었던 동네에서 영화는 유일하게 꿈꿀 수 있는 나의 판타지였으니까. 그 작은 시골 극장 구석 자리에 앉아 꿈만 꾸던 소녀는 10년 후 영화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류지은(영화 마케터)

 

 

대학 졸업반 시절 우리에게 대세는 9급 공무원이었다. 뭐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 채 한국사를 공부하고 가산점이 붙는 자격증을 취득하려 기를 쓸 때 아이러니하게도 시네마테크를 알게 되었다. 이름도 아카데믹하고 주변 친구들도 잘 모르는 수영강 어디쯤의 시네마테크는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취미이자 취준생의 생산적 활동이 가능한 통로였다. 그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을 보았고 이창동과 류승완의 사인을 받았다. ‘어쩌면 나도 이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사소한 점 같았던 생각은 어느새 열망이 되어 나를 휘감았고 꿈 없던 지방대 문과생은 몇 년 뒤 영화업계 종사자가 되었다. 정은년(영화 마케터)

 

 

시내에 있던 경양식집에서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아버지와 동생은 피곤하다며 집으로 돌아갔고 영화를 무척 좋아하셨던 엄마 때문에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극장에 끌려갔다. 포항극장에는 동시 (연속) 상영이라는 게 있었다. 그날은 <텔 미 썸딩>과 <주유소 습격사건>을 같이 상영한 날이었고, 한 편이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음 영화를 상영했다. 미성년자였던 내게는 두 편 다 너무나 강렬한 장면의 연속이었는데, 엄마는 그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정작 아들의 영화를 본 후에는 그런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그날 나는 악몽까지 꿨지만 엄마는 이후 한석규를 더 깊이 사랑했고 ‘유지태의 초록색 수트’를 입에 달고 살았다. 이상덕(<여자들>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