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스펙 보고서

‘생긴 건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 서명문을 향해 달아났다.’
중종 22년, 조선왕조실록에 적혀있는 문장이다.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인왕산에서 내려온 이 생명체는 역병을 옮기며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고,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징그러운 생김새와 난폭한 성격,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괴물.
역대 영화 속에서 주인공뿐 아니라 관객까지 소름 돋게 만든 그들의 ‘스펙’을 분석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 2018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가족은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죽은 듯 살아간다.
아주 작은 소리라도 들리는 순간, 괴물이 나타나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눈이 없는 대신 청력이 뛰어난 이 생명체는 길고 가느다란 팔로 4족 보행을 하는데, 눈 깜짝할 새 달려와 뒤에서 덮칠 만큼 스피드도 엄청나다.
영화 후반부에 얼굴이 제대로 나오긴 하는데 영 별로다.
그의 약점은 이 영화를 안 본 이에게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테니 참겠다.

<콜로설(Colossal)>, 2016

콜로설

‘콜로설’은 불어로 ‘거대한 것’을 뜻한다.
제목에 걸맞게, <콜로설>에 등장하는 괴물은 몸집이 어마어마하다.
서울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건물들을 가뿐히 짓밟으며 도심을 마비시킨다.
하지만 사실 그 행동은 지구 반대편의 미국에 사는 글로리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그녀가 손을 들면 똑같이 따라 하고, 반대로 괴물이 헬리콥터에 머리를 부딪히면 그녀의 머리도 한 대 맞은 듯 아파온다.
겉으로 보기엔 세상 혼자 사는 천하무적 같지만, 알고 보면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디센트(The Descent)>, 2005

디센트

축축한 동굴 속에 한 생명체가 돌아다닌다. 피부는 새하얗고 대머리이며 벌거벗고 있다.
언뜻 보면 인간 같지만, 그 횡포는 차마 눈 뜨고 못 볼 만큼 비인간적이다.
맨손으로 살가죽을 찢어버리는 힘 그리고 좁은 공간을 빠르게 침투하는 운동 신경까지 갖췄다.
“죽은 동물이야. 수백 마리는 되겠어.”
동굴 안에는 이미 괴물로부터 희생된 동물들의 흔적이 가득하고, 갇혀버린 여섯 친구는 극한의 공포에 빠진다.

<미스트(The Mist)>, 2007

 

호수가 잔잔히 흐르는 한 마을에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짙은 안개가 낀다.
그 자욱한 장벽 너머로 건너갔던 사람들이 하나둘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온다.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들이 숨어있기 때문.
촉수가 달린 괴물부터 ‘전갈 파리’, 익룡처럼 생긴 ‘프테로버자드’ 등 흉측한 존재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유리창이 가로막고 있어 안개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을 수 있는 공간에 가만히 있는 것뿐이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순간, 괴물은 인간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클로버필드(Cloverfield)>, 2008

클로버필드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거리에 나뒹굴고, 브루클린 브리지는 무너져내렸다.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는 <클로버필드>의 괴물은 뉴욕의 상징들을 처참히 파괴한다.
초고층 빌딩과 견줄 만큼 거대하고 우람한데, 심지어 그의 몸에는 사람을 공격하는 작은 괴물들까지 기생하고 있다.
‘클로버필드’라는 사건명과 함께 남겨진 캠코더 영상을 콘셉트로 제작한 이 영화는 마치 현장에 있는 피해자가 찍은 듯한 촬영 기법을 활용해 더욱 생생한 충격을 안긴다.

<괴물(The Host)>, 2006

괴물

 

이 영화 안 본 사람이 없을 거다. 잊은 사람도 없을테고.
올챙이 같기도, 큰 개구리 같기도 한 이 <괴물>은 한강 산책을 갈 때마다 생각난다.
한강에서 불쑥 튀어나와 사람들을 짓밟고 물어뜯고 물속으로 던지는 존재는 독극물의 무단방류로 인해 강에 서식하던 생물이 돌연변이로 변한 생명체.
긴 지느러미와 기형 다리를 가진 괴물이 현서를 낚아채고 홀연히 사라질 때의 공포란!
무려 2년 6개월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메이드 인 코리아’ 괴물은 12년이 지난 지금 봐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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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을 위한 미쉐린 레스토랑 ②

USA

라스베이거스 피카소

라스베이거스를 허니문 장소로 결정하고 수많은 호텔 가운데 어느 곳을 택할지 결정 장애를 느끼고 있다면 벨라지오 호텔을 추천한다. ‘훌륭한 음식. 일부러 들를 만하다’라는 평과 함께 미쉘린 2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피카소가 있으니까. 스페인 베이스의 프랑스 음식을 선보이는 이곳은 압도적인 플라워 장식과 어두운 조명 그리고 벽에 걸린 25점의 피카소 그림 덕분에 허니문의 낭만적인 기분을 더욱 고조시킨다. 셰프 훌리안 세라노(Julian Serrano)는 음식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보다 재료 본연의 깊은 맛에 더 관심이 많다. 실험적인 자극 말고 아주 잘 만든 스패니시-프렌치 요리가 먹고 싶다면 이곳을 예약하자. 이왕이면 벨라지오 호텔의 황홀한 분수 쇼를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 자리로.

PICASSO
주소 3600, Las Vegas Blvds S Las Vegas, NV 89109
영업시간 17:30~21:30(화요일 휴업)
문의 www.bellagio.com

 

 

SWITZERLAND

체르마트 쉐 브로니

스위스 알프스 중턱, 체르마트 핀델른(Findeln)에 자리한 작은 농장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 1백 년이 넘은 스위스 전통 가옥 안에서 알프스의 신선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젖으로 만든 유제품 등을 사용해 소박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전통 요리인 말린 고기류와 홈메이드 소시지, 산악 치즈 등 대대로 전수해온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특징. 2018년 미쉐린 비브 구르망에 이름을 올렸는데 미쉐린은 “쉐 브로니는 따뜻하고 정겨운 목재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레스토랑이다. 해발고도 2100m에 위치해 있어 레스토랑 테라스에서는 깜짝 놀랄 풍경이 펼쳐진다. 스위스 전통 음식은 물론 지중해 메뉴도 훌륭하며 조식도 맛있다”라고 평했다.

CHEZ VRONY
주소 Findeln, Zermatt 3920, Switzerland
영업시간 4월 22일~10월 14일 09:15~18:00, 11월 24일~4월 21일 09:15~16:00
문의 www.chezvrony.ch

 

 

BELGIUM

앤트워프 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무엇 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즐기는 음식이야말로 완벽한 평화의 조건이다. 벨기에 앤트워프의 이 작고 아늑한 레스토랑이 딱 그런 곳이다. 드리스 반 노튼의 디자이너였던 소피 페르베커(Sophie Verbeke)와 셰프 쥘리앵 뷔를라(Julien Burlat)가 카페 뒤 돔이 있던 아르누보 건물에 레스토랑 돔을 열었고 이곳은 곧 미쉘린 1스타 레스토랑이 되었다. 메뉴는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메뉴판에는 각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가 어디에서 온 것이고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상세히 쓰여 있다.

DÔME
주소 Grotehondstraat 2, 2018 Antwerp, Belgium
영업 시간 12:00~02:30, 19:00~22:30(일·월요일 휴업)
문의 www.domeantwerp.be

 

 

THAILAND

방콕 스라 부아 바이 낀낀

1천원짜리 길거리 간식부터 럭셔리한 코스 요리까지 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방콕만 한 데가 없다. 방콕 최대 쇼핑가이자 번화가 시암에 자리한 시암 켐핀스키 호텔 방콕은 시암 파라곤까지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우면서도 시내의 소음은 전혀 느낄 수 없는 도심 속 파라다이스다. 그 정점은 호텔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스라 부아 바이 낀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태국 음식을 파인 다이닝으로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데커레이션과 질 좋은 제철 식재료의 맛을 살린 요리, 두 눈이 번쩍 뜨이는 디저트로 2018 미쉘린 1스타를 받았다. 각 코스의 맛을 돋우는 와인 페어링도 추천한다.

SRA BUA BY KIIN KIIN
주소 Siam Kempinski Hotel Bangkok, Rama 1 Road 991/9, 10330 Bangkok, Thailand
영업시간 연중무휴, 런치 12:00~15:00, 디너 18:00~00:00
문의 srabuabykiinkiin.com

 

 

FINLAND

헬싱키 그뢴

라우리 캐흐쾨넨(Lauri Kähkönen)과 토니 코스티안(Toni Kostian)이 마스터 셰프로 있는 헬싱키의 모던 레스토랑이다. 미쉘린 1스타와 ‘2017년 핀란드 최고의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셰프들은 자연에서 온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어낸다. 셰프들이 직접 나와 서빙까지 담당하며 요리를 설명해주는 것도 특징. 최근 유제품 업체 발리오(Valio)와 함께 오픈한 세 곳의 팝업 레스토랑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본 4코스 메뉴가 54유로. 북유럽 물가를 생각하면 가격도 적당하다. 헬싱키에서 단 한 곳의 레스토랑에 간다면 주저 없이 선택해야 할 곳.

GRÖN
주소 Albertinkatu 36, 00180 Helsinki,Finland
영업시간 17:00~24:00(월·일요일 휴업)
문의 www.restaurantgron.com

핀란드 디자인

“아침 출근길 버스 옆자리에 누군가 앉잖아요? 그럼 헬싱키 사람들은 ‘아, 오늘은 버스에 사람이 좀 많네?’ 해요.” 핀란드 헬싱키에서 산 지 3년이 넘었다는 한국인 코디네이터의 말이다. 인구 58만 명, 인구밀도로 따지면 1제곱킬로미터당 단 2.7명이 사는 헬싱키는 매일매일이 일요일 오후 같은 도시다. 차분하고 여유롭지만 여름의 활기가 오래된 보도블록마다 퍼져 있는 곳. 우리가 헬싱키에 머문 7월은 마침 도시 전체가 문을 닫는 휴가 시즌이었는데, 이 한 달만큼은 모두가 일을 멈추고 도시 밖으로 떠난다. 디자인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우리의 취재를 돕기 위해 급히 헬싱키로 돌아온 코디네이터 역시 긴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인사와 동시에 한 달을 쉬는 기분에 대해 물었다. “아무래도 제게는 아직 한 달이라는 휴가가 길고 지루하죠. 회사에 2주씩 휴가를 나눠 쓰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한 달을 꽉 채워 온전히 쉬고 돌아오라고 권하더라고요.” 일정을 시작하면서 나눈 짧은 대화만으로도 이들 삶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직감했다. 우리가 핀란드 디자인 하면 자동 검색어처럼 붙이는 말들, 가령 자연으로부터의 영감, 기능주의와 미니멀리즘, 타임리스 같은 몇 개의 공식 같은 표현만으로 이들의 디자인을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나흘 동안 핀란드 디자인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6개의 주요 브랜드 담당자들을 만나며 명확해진 것이 있다면 우리가 공식처럼 알고 있는 핀란드 디자인 요소를 아우르는 하나의 대전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를 만나건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단어가 ‘지속가능성(sustainable)’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우리도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지만 내게는 창조경제만큼이나 실체 없는 빈말처럼 느껴졌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이 단어의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어떤 분위기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 핀란드 무역대표부의 김윤미 대표는 핀란드에서 사용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해석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제품을 설명할 때 색과 형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요. 지금 이 컵에 푸른색 문양이 몇 개나 찍혀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죠. 그보다는 디자이너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제품을 고안하게 됐는지,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노동과 자연을 존중했는지, 이 제품과 연결된 사람들이 어떻게 이익을 고르게 분배했고, 그 결과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아가 새 시대의 사람들이 지금의 브랜드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청사진까지 모두 이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에 포함합니다.” 핀란드 사람들이 집집마다 아르텍과 이딸라를 들이고, 자국의 브랜드를 국가 유산으로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딸라가 세계에서 가장 예쁜 유리컵을만들거나 아르텍이 절대적으로 완벽한 의자를 디자인했기 때문이 아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자국의 브랜드가 품은 이야기와 가치, 태도에 동의하고 지지하는 방식 중 하나로 소비를 선택하는 것이다. 때로 이들의 소비는 적극적인 운동이 돼 사회를 변화시킨다. 환경과 동물 보호, 성평등도 이 작은 컵 하나를 구입하는 아주 결정적이고 합당한 이유가 된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6개 브랜드의 담당자들은 이런 소비 방식이 점차 세계적 경향이 되어간다는 흐름에 주목하며 ‘자신들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6개 브랜드 담당자들의 일관된 태도 하나가 더 있다면 ‘당장 사지 않아도 괜찮다’다. ‘머스트 해브 아이템’, ‘잇 템’이 시즌마다 경신되는 소비의 세계에서 우리의 제품이 과연 당신이 정말 사랑할만한 것인지 심사숙고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20년 뒤에도 우리는 이 제품을 만들고 있을 것이니 20년 뒤에 사도 좋다고 말했다. 이 당혹스러운 영업 방식에 완전히 영업당하고 말았다. 당장 물건을 팔아도 모자랄 브랜드가 이러니 소비자도 이에 박자를 맞춘다. 핀란드 사람들은 하나의 제품을 자신의 인생에 포함시킨다는 마음으로 물건을 고른다. 접시 하나, 테이블 하나를 사면서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근데 이게 어렵다. 어떤 물건이 마음에 온전히 드는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려면 내 마음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걸 따지기에는 시대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게다가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것을 가졌다. 그 뿐인가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도 필요하다. 집 안 어디에 놓고, 어떻게 꾸미고 어디를 비울 것인가로 통용되는 집과 공간에 대한 고민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로.

한편으로는 의자 하나 사는 게 이럴 일인가, 찰나의 욕망에 즉각적으로 화답하는 것 역시 마음을 돌보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핀란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 속에 어렵사리 들인 좋은 물건이 주는 충만함을 느껴보라고. 귀하게 대하며 그 물건 안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생의 순간들을 담아가라고, 그렇게 켜켜이 쌓인 추억을 다음 세대를 축복하는 의미로 대물리자고 말이다. 나흘 동안 핀란드 디자인을 알겠다고 동분서주했지만 이들이 가르쳐 준 건 삶을 대하는 태도,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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