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진성 유저의 갤럭시 노트9 사용기

 

똥손도 펜을 잡고 싶게 만드는 노트

아이폰 유저들은 펜 사용할 일이 없다. 갤럭시S펜을 써보니 자판으로 받아 적는 것보다 끄적거리는 게 집중이 잘 된다.
필압도 4,096 단계로 세분화되어 있어 세기와 굵기를 잘 구분하며 실제 종이에 펜을 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필기감이 느껴진다.

필기하면서 손이 화면에 닿아도 터치로 인지하지 않는 똑똑함은 당연히 갖췄다.
핸드폰을 켜지 않은 채로 펜을 뽑을 경우 ‘꺼진 화면 메모’ 기능이 작동된다.
분초를 다투는 기록을 할 때 편하고 이는 화면에 그대로 고정시킬 수도 있다.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인 사람이라면 핸드폰을 켤 때마다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을 듯.

 

놀라운 인공지능 카메라, 인텔리전트 카메라

정말 중요한 인증샷을 찍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눈을 감고 있…..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
갤럭시를 만든 사람은 그런 경험이 꽤나 많았던 게 분명하다. 이를 방지하는 기능이 카메라에 탑재 되어있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 9 인텔리전트 카메라는 사진을 찍고 눈을 감았으면 이를 바로 알려줘 다시 찍을 수 있도록 한다.
흔들렸을 때에도 마찬가지. 트릭을 써볼까 하고 카메라에 대고 윙크를 해줬더니 속지 않았다(똑똑하다).

 

음식을 찍으면 음식 모드로, 사람을 찍으면 인물 모드로, 해변을 찍으면 해변 모드로 자동 전환해 최적의 색감을 스스로 잡을 정도로 똑똑하다.
방금 기사를 위해 테스트해보다가 카메라를 켜둔 채로 꽤 오래 내버려뒀는데 저절로 카메라를 종료하기까지 했다(!)

 

펜의 리모컨화, 리모컨의 펜화

다들 갤럭시 노트 9 광고에서 가장 부러워했을 장면. S펜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
블루투스 사정거리(10m 이내)에만 있으면 원격제어로 촬영이 가능하다.
노래를 듣는 중에 S펜의 버튼을 누르면 음악 재생 및 정지, 변경도 가능하다.
프레젠테이션 중엔 프로젝터 리모컨처럼 사용할 수 있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면 TV 리모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귀찮음을 극복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이 탑재된 듯하다.

 

그 밖에도 펜으로 부분 캡쳐, GIF 녹화, 라이브 메시지 보내기 등
아이폰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핸드폰으로 해결할 수 있어 컴퓨터가 필요 없을 정도다.

 

낯설고도 친숙한 그 이름, 삼성페이

갤럭시의 삼성페이는 여러 모로 혁명이다. 번거로운 탓에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으로서 가벼운 카드지갑도 꽤나 걸리적거리는 존재였는데
지갑조차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기 때문. 삼성페이의 필요성을 느낀 건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다.
사무실에 지갑을 두고 퇴근을 했는데 죽어도 사무실로 복귀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후배에게 책상에서 카드를 찍어 보내달라고 하고 삼성 페이 어플을 켰다.
정보를 입력하고 몇 가지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니 화면 속에 작은 카드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보내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아이폰을 쓸 때에는 못 느꼈던 해방감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차지 않는 메모리

갤럭시 노트 9의 메모리 용량은 총 두 가지, 128G와 512G다. 용량별로 선택할 수 있는 컬러가 정해져 있다.
외장 메모리 슬롯도 당연히 지원한다. 디지털 에디터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백업과 삭제를 반복했던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핸드폰이 버벅대거나 자기 맘대로 사진첩을 다시 불러오며 본체가 뜨거워진 경험이 떠올랐다.
갤럭시 노트 9은 장기간 핸드폰을 사용해도 용량 걱정을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긴 영상을 찍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똑똑한 비서, 빅스비

아이폰을 사용할 당시엔 사실 시리와 대화할 일이 많지 않았다. “오늘 날씨를 알려줘”, “알람 켜줘” 정도.
말을 조금이라도 빨리하면 “무슨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가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실 이는 갤럭시 유저들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빅스비라고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는 ‘빅스비 끄기’가 자동으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빅스비 버튼이 볼륨 버튼 아래에 있어서 자칫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안녕하세요 빅스비에요’를 듣게 되긴 한다.
허나 빅스비를 잘 활용하면 생각보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를테면 빅스비에게 ‘카카오톡에서 엄마에게 보낼 채팅방 열어줘’, ‘
스타벅스에서 캐러멜 푸라푸치노 주문해줘’ 등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나
아직은 말을 알아듣게 하기 위해 말을 크게 천천히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부끄러움은 감수해야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은 빅스비의 ‘비전’ 기능이다. 비전을 실행해달라고 말한 후 사진으로 제품 사진을 찍으면 사이트 별로 가격대를 비교해준다.
돈 쓰는 일이 더 쉬워졌다.

#마리페스티벌 – 렛츠락 페스티벌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난지한강공원.
렛츠락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지난 주말 이곳에 무려 3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쉼 없이 뛰고, 감미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신나게 춤을 추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의 시작을 맞아 그 뜨거운 현장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무대 아래,
5팀의 아티스트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O.O.O

@band_O.O.O

 

‘O.O.O’라 표기하고 ‘오오오’라 읽는다.
부재중을 뜻하는 ‘Out Of Office’를 줄여 만든 이름처럼, 오오오는 ‘자리를 떠난 밴드’다.
이들이 음악으로 전하고 싶은 건,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지만 어디든 존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가성현(보컬, 기타)과 장용호(기타)가 첫걸음을 뗐고, 이후 유진상(드럼)과 이지상(베이스)이 합류했다.
2014년 첫 싱글앨범 <비가 오는 날에>를 공개했으며, 약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작년 8월에 발표한 두 번째 EP <GARDEN>은
모두가 듣기 편한 앨범으로 만들기 위해 성별이 드러나는 단어를 배제하고 영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안녕하신가영

@amybgyhouse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은 안부를 묻는 ‘안녕’과 본명인 ‘백가영’을 결합해 지은 것이다.
2009년부터 ‘좋아서 하는 밴드’의 베이시스트로 4년간 활동 후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전향한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 <빅이슈>에 ‘오늘 날씨, 안녕하신가영’을 테마로 매달 사진과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아티스트라 그런가, 직접 쓴 가사에도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2015년 첫 정규앨범 <순간의 순간>을 발표했고, 두 번째 정규앨범은 올 10월 공개될 예정이다.

새소년

@se_so_neon

 

새소년은 2016년 황소윤(보컬, 기타)과 강토(드럼), 문팬시(베이스)가 결성한 3인조 밴드다.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목소리, 개성 강한 드럼과 베이스 연주를 선보이는 이들은 공식 음원이 하나도 없던 당시 홍대 인근의 클럽에서 공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작년 데뷔 싱글앨범 <긴 꿈>과 첫 EP <여름깃>을 발표했으며,
올해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파도’로 최우수 록 노래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실력을 입증한 새소년은 현재 국내 록 페스티벌을 섭렵했고, 일본과 벨기에, 네덜란드, 미국 등 여러 국가의 무대에 오르며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치즈

@dalchong

 

“아임 인 마들렌 러브~”
작고 가벼운 설렘의 시작을 마들렌에 비유한 ‘Madeleine Love’를 부른 아티스트 치즈.
꽤나 일상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정규앨범 <PLAIN>, 지난 겨울 시리즈로 발표한 싱글앨범 <SHORT FILM> 등 치즈의 앨범에는
통통 튀면서도 달콤하고 이따금 쌉싸름한 연애의 순간에 대한 노래가 가득 담겨있다.
2011년 4인조로 데뷔했지만 현재 달총이 1인 밴드로 무대에 올라 밝고 싱그러운 에너지를 전하는 중이다.

잔나비

@bandjannabi

 

최정훈(보컬), 유영현(키보드), 김도형(기타), 장경준(베이스), 윤결(드럼)까지 1992년생 동갑내기 친구 다섯 명이 모여 결성한 밴드 잔나비.
2013년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때마다 유쾌하고 자유롭게 ‘논다’.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는데, 2016년 공개된 첫 정규앨범 <Monkey Hotel>은 진짜 원숭이가 된 듯 역할 놀이를 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난 8월에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싱글앨범 <Good Boy Twist>를 공개했다.
조금은 유치한 듯 직설적이고 솔직한 가사, 그리고 넘치는 흥에 잔나비만의 매력이 담겨있다.

소설, 소설가 – 정세랑, 박민정

박민정 정세랑 소설가
정세랑 민트색 원피스 렉토(Recto), 구두 레이첼 콕스(Rachel Cox).
박민정 화이트 블라우스 자라(Zara), 스커트 앤 클라인(Anne Klein), 구두 레이첼 콕스(Rachel Cox) .

 

‘테이크아웃’ 기획의 어떤 점에 끌렸나? 정세랑(이하 정) 인접 영역에 누가 있는지 궁금했다. 일러스트레이터를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어떤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박민정(이하 박) 소설가에게는 한 권의 단행본이 나오는 기회가 소중하다. 하나의 단편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것 자체로도 감흥이 컸다. 더불어 유지연 작가가 함께한다는 소식에 작가의 SNS를 찾아봤다. 색채가 굉장히 화려하고 펑키한 작품이 많더라. 내 글에 그런 그림이 더해지면 좀 더 기이한 느낌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흑백의 수채화였다. 의외이기도 했고, 소설의 인물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단편소설을 단행본으로 선택한 건가? 나는 새로 썼다.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나의 다른 단편과 묶이기에는 결이 맞지 않았다. 단독으로 쓰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뷰티-풀>에는 마리화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약을 하는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넓게 쓰긴 어려웠고, 소설에 나오는 ‘네가 보는 세계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보고 싶다’라는 문장처럼 약을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뷰티풀’이란 어떤 영화에서 마리화나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고 ‘뷰티풀’을 제목으로 한 소설을 마침 쓰고 싶기도 했다. 한번도 무제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적이 없다. 늘 제목을 먼저 정한다. <뷰티-풀>은 기억의 미화에 대한 소설이 아닌가. 나는 매우 중의적인 제목이라 생각했다. 여러 결로 읽히는 좋은 소설이다. 박 맞다. 나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강간이었나, 아니었나. 이런 기억. 이것 역시 <뷰티-풀>의 중요한 주제였다. 정 나는 발표했던 작품 중에 골랐다. 마지막까지 두 편을 고민했는데 그 중 한 편이 <섬의 애슐리>였고 마침 내 작품을 모두 읽은 친구도 <섬의 애슐리>를 권했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비주얼로서 사람들에게 뭔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했다.

단편소설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 단편소설은 소설의 형식적인 아름다움이 매우 압축적인 형태로 드러날 수 있는 것 같다. 그것만의 매력 또한 있다. 형식은 압축돼 있지만 이야기를 발산한다. 장편소설이 어떤 경계 너머로 이야기를 보낸다면 단편소설은 발산한다. 하나의 세계를 보여줘야 하는데 보여줄 여백이 많은 장편에 비해 단편에서는 세계를 힐끔 보여줘야 한다. 그 점이 힘든 것 같다. 장편보다 단편을 많이 썼고 공부해왔는데 장편과 단편은 호흡과 리듬이 매우 다르다. 내가 가진 호흡이 과연 맞는지,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단편에 잘 흡수되어가고 있는지 역시 계속 고민하게 된다.

글보다 이미지가 주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시대에 글은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박 글은 원래 힘이 없었다. 그러므로 가졌던 힘을 빼앗기지 않았다. 다만 이 시대에 기술의 발달로 좀 더 확산되고 큰 힘을 가진 매체가 등장한 것뿐. 텍스트가 가진 힘이 있긴 하지만 사람을 죽일 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글은 늘 가지고 있던 만큼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놀라운 건 글을 쓰고 싶고, 글로 사랑받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이 꽤 있다는 거다. 얼마 전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위해 천안에 다녀왔는데 예심을 위해 보낸 작품이 8백여 편에 달했다. 영상과 인터넷에 익숙한 21세기에 태어난 친구들이 글을 쓰고 싶어 하다니. 글과 책의 힘은 미약하나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영상은 제작사나 방송사처럼 누군가 나서서 선택해서 만든다. 유튜브는 좀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힘이 필요 없다. 소설이라는 영역이 지닌 자유로움이 있다. 텍스트는 여전히 의미 있다.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정 날마다 달라지는데 어떨 때는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쓰고, 또 다른 때는 동시대 사람들을 생각하며 쓴다. 작품마다 달라진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쓸 때 다른 사람도 더불어 좋으면 좋지만 아니면 할 수 없고. 때론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쓰고. 나를 위해 쓴다. 그게 결국 모두를 위해 쓰는 것과 같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건 즐거운 일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캠프에서 학생들에게 소설 쓰는 것을 한번 시작하면 다른 건 못할 거라고 말했다. 그만큼 너무 재미있으니까.

한 편의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정 그 작품만의 공기가 가장 중요하다. 텍스트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 텍스트가 오로지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날씨와 냄새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눈으로 읽는 글이지만 소설 안에서 다른 감각이 느껴지는 거다. 각각의 소설이 지닌 공간성. 그 소설에 등장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그곳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실존하지 않는 공간을 있다고 말하는 것. 탄탄한 토대 위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간이 가장 중요하다.

소설을 완성하기까지 가장 힘든 지점은 언제인가? 박 첫 문장이 나오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때. 앞에는 일단 자유롭게 던지니까. 두 번째 단락으로 넘어갈 때 앞에 풀어놓았던 것을 다시 잘 쌓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마지막 10매. 마지막에 한 번 때리고 끝내야 하는데 어렵다. 마지막이 오기 전까지 이야기를 잘 쌓아왔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매듭을 짓기가 힘들다.

완성된 소설을 가장 먼저 누구에게 보여주나? 박 문예창작과를 나온 터라 여전히 친구들에게 먼저 보여준다. 오늘 함께한 화길 씨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작가든 아니든 많이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고등학생에게도 보여줄 때가 있는데 학생들도 열심히 피드백을 준다. 오히려 타인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잘 봐준다. 편집자. 편집자에게 보여줄 때 그렇게 떨리진 않는다. 비즈니스니까. 내가 속한 커뮤니티는 글을 쓰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주변에 읽어줄 사람이 많은 점이 부러울 때도 있다.

언젠가 소설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 정 보통은 과거에 경험한 이미지가 6, 7년이 지난 후 떠오른다. 얼마 전에 라디오 녹음을 위해 밤 11시에 방송사에 갔는데 사람으로 북적이던 로비에 아무도 없더라. 지금은 전혀 짐작할 수 있지만 6, 7년이 지난 후 한밤의 방송사 로비를 배경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경험하는 특정 장면을 의식해본 적은 없다. 디테일한 기억력이 좋은 편이어서 뭔가를 쓰려고 할 때 과거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어느 장면보다는 인물에 대한 정보나 공간의 특징, 이런 것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정 원고료 그리고 정신의 건강. 육체의 건강도 물론이다.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때는 굉장히 비관적이고 어떤 때는 굉장히 낙관적인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지만. 또 한 가지에 꽂히면 그 안으로 확 미끄러질 수 있는 집중력. 집중력과 이상하리만큼의 집요함을 가지고 추적하는 것. 중·고등학교 때에는 그런 성격이 학교 성적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의 단점이었는데 이제는 소설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탐정이 되었을 텐데.(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