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Moment

랑콤 송해나

 

뗑 이돌 롱라스팅 쿠션을 퍼프로 톡톡 두드리며 펴 발라 자연스럽고 투명한 피부로 표현한다. 브로우 디파인 펜슬 #05의 스크루 브러시로 눈썹 결을 정리한 다음, 눈썹 사이사이를 채운다. 자연스러운 눈매를 위해 아이라인은 그리지 않고, 뷰러로 속눈썹을 올린 다음 그랑디오즈 마스카라를 속눈썹 한 올 한 올 공들여 바른다. 입술은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388 이터널러브를 꽉 채워 발라 도톰하게 연출한다. 제품은 모두 랑콤

 

송해나 랑콤 랑콤립스틱
블라우스 라이, 이어링 삿치 바이 하고

옹브르 이프노즈 모노 섀도우 #P203을 눈두덩에 넓게 펴 바르고, 그랑디오즈 라이너 #매트 블랙으로 점막을 따라 아이라인을 가늘게 그려 눈매를 또렷하게 살린다. 뗑 이돌 블러쉬 스틱 #020 로지핑크를 광대뼈 앞쪽에서 뒤쪽으로 자연스럽게 퍼뜨려 양 볼을 사랑스럽게 물들인다. 입술은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388 이터널러브를 입술 안쪽부터 진하게 펴 바르고, 바깥쪽은 면봉으로 그러데이션해 자연스럽게 번진 듯한 느낌을 연출한다. 제품은 모두 랑콤

 

송해나 유돈초이 랑콤
핑크 수트 유돈 초이, 브라렛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뗑 이돌 롱라스팅 파운데이션을 퍼프로 펴 발라 피부 톤을 환하게 밝힌다. 눈썹은 결을 또렷하게 살려 그리고, 그랑디오즈 라이너 #매트 블랙으로 눈꼬리를 살짝 빼 선명한 눈매를 완성한다. 연한 핑크 컬러의 블러쉬 쉽띨 #022 로즈발레리나를 양쪽 광대뼈 뒤쪽에 자연스럽게 펴 발라 얼굴에 혈색을 더한다.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388 이터널러브를 립 브러시로 입술 안쪽부터 진하게 바르고 바깥쪽은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되게 한다. 제품은 모두 랑콤

 

송해나 로맨시크 랑콤
화이트 드레스 로맨시크,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뗑 이돌 롱라스팅 컨실러로 피부 잡티를 가린 후, 뗑 이돌 롱라스팅 파운데이션을 발라 피부 톤을 정돈한다. 블러쉬 쉽띨 #022 로즈발레리나를 양 볼에 옅게 펴 발라 얼굴 윤곽을 입체적으로 살린다. 립 라이너 #378 릴리로즈 컬러로 입술 산을 또렷하게 살려 그린 후, 압솔뤼 루즈 드라마 마뜨 #388 이터널러브를 꽉 채워 발라 매트한 느낌의 도톰한 입술로 연출한다. 제품은 모두 랑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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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를 보세요

김다미 포츠1961 캘빈클라인
터틀넥 니트 스웨터 포츠 1961 바이 무이(Ports 1961 by MUE), 태슬 장식 스커트 캘빈 클라인 바이 무이(Calvin Klein by MUE), 이어링 윙블링(Wing Bling), 로퍼 포츠 1961(Ports 1961).
김다미 구찌 니나리치
블라우스 구찌(Gucci), 드레스와 베레모는 니나 리치(Nina Ricci), 드롭 이어링 타니 바이 미네타니(Tani by Minetani).
김다미 꼼데가르송 샤넬
블랙 코트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샤 스커트 샤넬(Chanel), 이어링 스페이스42(Space 42).
김다미 와이씨에이치 고이우
재킷과 스커트 모두 와이씨에이치(YCH), 골드 이어링 고이우(Goiu), 시스루 앵클부츠 지미추(Jimmy Choo).

<마녀>의 클라이맥스는 김다미가 움직이면서 시작된다. 인간 병기로 키워진 한 소녀가 무리에서 탈출해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다 자신을 ‘무기’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마녀>에서 김다미는 1천5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구자윤’이 되었다. 다소 따분한 앞부분을 상쇄할 만큼 ‘터지는’ 후반부 액션의 중심에서 김다미는 날렵하게 날아 해맑게 웃으며 때리고, 차고, 찌른다. 새처럼 조그만 김다미가 자기 몸집의 두 배는 족히 넘는 남자의 따귀를 거의 뭉개다시 피 때리는 장면은 ‘올해의 쾌감’으로 꼽아도 과하지 않다. 3백만 명이 넘는 관객이 <마녀>를 봤다. 그리고 김다미를 기억했다.

오디션에서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다는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총 3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어요. 오디션을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경험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웃음) 3차까지 보고 난 후 마지막에 직접 감독님을 만나서 ‘자윤’ 역에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시나리오는 어떻게 다가왔어요? 한국 영화에서 많이 다루지 않던 이야기인데. 저도 처음 읽었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고 영화의 세계관,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중심이 돼 액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어요. 시나리오 읽자마자 영화를 보게 될 관객도 저와 똑같은 느낌을 받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자윤이라는 캐릭터도 아주 매력적이었고요.

초반에는 자윤이 어떤 아이인지 잘 드러나지 않아요. 후반부에는 초인적인 면모가 부각되고요. 구자윤 캐릭터를 해석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요, 후반부의 이미지와 전반부의 이미지가 달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초반의 자윤이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보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최대한 주변 인물과 어우러지도록 평범한 인물로 연기하고 싶었고, 뒷부분은 그 전과 확연한 차이를 줘야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감독님과 함께 목소리와 표정을 맞춰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디렉션이 있었나요? 미소의 정도? 치아를 보인다던가 아주 살짝 웃었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이 있었고 뒷부분에서는 해맑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듣고 보니 디렉션대로 정확히 표현된 것 같아요. 몸을 쓰는 일이 많았는데 연기할 때 특히 힘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액션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꾸준히 운동을 해온 몸도 아니고, 훈련의 양과 강도도 제가 처음 해보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어요. 어렸을 때 운동신경이 있다는 말은 좀 들었는데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매일 3시간씩 운동을 했어요. 초반에는 체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나갔기 때문에 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액션과 연기를 한 번에 한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죠. 그 부분이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합을 맞추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었겠어요. 저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합이 맞아야 하니까요. 최우식 오빠와 같이 많이 연습했고, 촬영 후반부로 갈수록 한 달 동안은 그 부분에만 집중했어요. 노력한
만큼 관객으로서 보는 쾌감이 컸던 것 같아요.

<마녀>가 크랭크인 했을 때 최우식 배우를 만났는데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멋진 여성 캐릭터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현장에서 배우들 사이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많이 의지했어요. 우식 오빠와 또래이다 보니까 더 편하게 많이 물어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선이나 연기할 때 카메라와의 합에서 헷갈리는 것들. 선배님들을 대할 때는 많이 긴장했는데 잘 이끌어주셔서 믿고 할 수 있었어요.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요. <마녀 2>의 시나리오를 김다미가 써본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요? 하하하, 자윤이가 마지막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거든요. 자윤이가 한국에서와는 다른, 더 큰 세력과 부닥치
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러 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긴 했어요.

그럴듯하네요. 아직 남은 문제가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김다미라는 배우에게 호기심을 갖게 된 사람이 많아요. 평소의 김다미는 어떤 사람인가요? 하하, 딱히 특별할 것도 없고 그냥 평범하게 지내요. 성격적으로 보면 좀 무던한 면이 있고 감정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아요.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요.

언제 처음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딱 기억나는 순간이 있는 건 아닌데, TV를 보면 거기 나오는 배우가 웃을 때 저도 따라 웃고 있는 거예요. 감정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게 무척 신기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그분에게 많이 배웠죠.

<마녀> 이후의 삶은 어때요? 많이 변했나요? 아뇨, 사실 비슷해요.(웃음) 이런 건 있어요. 제가 편하게 입고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혹시나 관객이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 제 원래 모습이 다르면 어떡하나.(웃음) 그 외에 평상시 제 생활은 원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10월에 제가 부일영화상 시상식에 가게 됐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꿈꾸던 자리였거든요. ‘내가 정말 그곳에 가게 되는 걸까?’ 싶은, 그런 게 신기하긴 해요.(웃음)

주로 집에 머문다고 했는데 쉴 때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뭐예요?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 많이 봐요. 하나 정해서 하루 종일 보는데 지금은 <마블 제시카 존스>.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어요.

그렇게 영화를 즐겨 보다가 내 얼굴이 스크린에 있을 땐 어떤 느낌일까요? 처음에는 제대로 못 봤어요.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게 너무 이상했고(웃음) 봐도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제가 어떻게 연기했는지만 계속 보게 돼서요. 다섯 번 정도 봤는데 볼수록 적응이 돼서 그나마 제대로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집에서 혼자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나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해서, 하하하.

강렬한 데뷔작을 남겼기에 차기작 선택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다양한 것들을 많이 해봐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경험하는게 최우선의 목표예요. <마녀 2>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잘된다면 그 작품으로 먼저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가능성의 폭을 열어놓고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독특하고 비범한 캐릭터에 끌리는 편인가요? 그런 편인 것 같긴 해요. 왜냐면 지난번에 인터뷰했을 때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서 샐리 호킨스가 맡은 역할과 <쓰리 빌보드>에서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맡은 역할을 이야기했더니 ‘강렬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아요.

김다미가 생각하기에 멋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최근에 많이 느낀 건데 주지훈 선배님이 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로 나오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개봉 시기가 맞물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마다 다른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역할마다 잘 녹아들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무척 많이 보나 봐요. 개봉하는 한국 영화는 전부 보나요? 거의요. 예전에는 무조건 영화관에 가서 봤고, 지금도 최대한 그러려고 해요. 원래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제 곧 많은 작품을 하겠죠? 사람들이 김다미를 어떤 배우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음, 어떤 역할이든 맡았을 때 그전 작품이 생각나지 않는, 온전히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의 인물로 보이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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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를 응원하는 배우

김의성 권해효
김의성 코듀로이 재킷 쇼앤텔 (Show and Tell), 셔츠, 유니크한 소재의 팬츠 모두 코스 (COS), 윙팁 슈즈 에스.티. 듀퐁(S.T. Dupont).
권해효 헤링본 수트 에스.티. 듀퐁(S.T. Dupont), 테일러드 셔츠, 블랙 로퍼 모두 코스 (COS).

김의성 권해효

 

권해효
권해효

영화의 영역에 이제 막 들어온 젊은 배우들에게 ‘어서 와’라고 반겨주는 선배이자 형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영화 감독과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배우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들었다. 배우 조윤희 씨의 아이디어가 그 시작점이다. 배우이자 지금 연기자를 가르치고 있다. 배우를 양성하는 입장에서 신인 배우 혹은 배우가 되고 싶은 친구들의 고민을 많이 듣게 되는데, 결국 독립영화계의 고민도 같다. 배우들은 작품이 없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배우가 없고. 독립영화가 되었든, 상업 영화가 되었든 배우들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무척 제한적이다. 반면 독립영화계는 다양한 배우를 접할 기회가 없어 한 배우가 계속 돌아가며 출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던 와중에 배우들을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배우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독립영화계의 한 연결 고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던 차에 서울독립영화제와 함께 하게 됐다. ‘60초 독백 대회’인데 최종 예심을 통과한 사람들이 서울독립영화제 기간에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들 앞에서 자신들의 연기를 보여주는 거다. 60초 미만의 독백 연기를 보내면 그걸 보고 예심을 한 후 최종 파이널리스트 25명은 라이브로 60초간 연기를 하게 된다.예심은 나와 조윤희 배우가, 본심에서는 감독과 관객이 함께 심사할 것이다.

‘독백 대회’라고 이름 붙였다. 오디션이 아니라 대회라고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오디션은 배역을 놓고 그 배역을 위해 찾아가는 일이고, 독백 대회는 말 그대로 무대 위에서 기술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 저런 사람도 있었네’ 하며 일종의 발견을 하는 거다. 파이널 무대에 오를 25명 정도의 배우를 열심히 찾아내는 일이 될 것이다. 독백 대회는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여주는 과정이다. 나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모르겠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이번 독립영화제에도 출품작이 매우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1천2백 편 정도 된다. 그중에서 골라야 하니 영화제 쪽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독립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니 좋은 일이긴 한데, 정작 그렇게 만든 영화들을 보여줄 곳이 영화제밖에 없다는 사실이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극장에서 상영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한 거다. 스크린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작 영화를 틀 곳이 없다니. 배우도 마찬가지다. 수없이 많은 배우가 있지만 모두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를 두고 그저 ‘배우의 생태계가 원래 그래’라고 말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없이 많은 배우 지망생이 자신의 이력서와 프로필 사진을 들고 뛰어다니는데 많은 제작사와 방송사 입구에 ‘더 이상 프로필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공지가 붙어 있거나 사무실 입구에 프로필이 산처럼 쌓여 있다.

권해효 타미진스 쇼앤텔
베이식한 디자인의 니트 톱 타미 진스(Tommy Jeans), 밴딩 팬츠 쇼앤텔(Show and Tell), 슈즈 코스(COS).

도대체 영화가 무엇이고, 연기가 무엇이길래 하고 싶은 사람이 끊이지 않는 걸까? 글쎄 말이다. 분명 그 안에는 무조건 좋고 긍정적인 것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답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예술의 다른 영역, 이를테면 음악이나 미술은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영역인 것 같다. 가령 연주자는 1만 시간, 2만 시간이 걸려 연습해야 익힐 수 있다. 그런데 연기자는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접근성이 좋은 셈이다. 숫자가 많은 데는 그런 영향도 있을 것 같다.

후배 입장에서는 선배의 이런 취지가 든든할 것 같다. 영화인으로서 연기만 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니다. 다양한 활동을 한다기보다는 끼워주니까 고마운 거다. 작심하고 한다기보다 요청을 받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거다. 그리고 계속해서 끈을 놓지 않고. 서울독립영화제는 내후년이면 20년째 사회를 보는데 독립영화건, 독립영화가 아니건 영화의 영역에 이제 막 들어온 젊은 배우들에게 ‘어서 와’라고 반겨주는 선배이자 형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는 사람들이 너무 빨리 늙어버리지 않나. 이‘ 나이에’ 라는 말로 빠지려 하기도 하고. 독립영화를 만들고 이런 축제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필요하다면 언제나 함께하고 싶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건가? 응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도 올해의 배우 상을 심사했는데 한국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비전과 뉴 커런츠 부문 작품을 보면 반갑고 좋다. 영화제 내내 마음에 드는 영화의 감독, 배우들과 매일 밤 같이 술 마시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어차피 어려운 길을 가게 될 테지만 응원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힘이 되지 않나. 딱 그 정도의 역할이다. 언젠가 같은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 더 좋은 것이고.

젊은 영화인의 독립영화를 보면 좋은 기운을 많이 얻을 것 같다. 장편독립영화는 만듦새가 훌륭하다. 좋은 영화가 참 많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거다. 독립영화라는 이름에는 가볍고 경쾌한 걸음도 포함돼야 하는데 상업 영화가 담아내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다뤄야 한다는 강박감이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홈리스, 여성, 학교, 죽음 뭐 이런 것들. 하지만 좋은 작품은 분명히 많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작품 중에 얼마 전 개봉한 <박화영>과 <살아남은 아이> 모두 좋았다. <죄 많은 소녀>는 한 배우가 끌고 나가는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늘 즐거운 영화를 만드는 정가영 감독의 영화들도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공녀>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데, 광화문 시네마의 작품은 늘 눈여겨보게 된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나지막이 엔딩을 하는 방식이 굉장히 좋다.

이번 독백 대회 심사를 앞두고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참여한 배우들이 희망을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독백 대회의 파이널 무대에 올라온 배우들이 내년에는 어딘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우리도 어려운 시간을 견뎌왔다고 하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 독백 대회가 무엇도 보장하진 않지만 2018년에 수많은 배우 중에 그래도 조금은 선배란 사람이 조금이라도 ‘이 배우들은 괜찮은 배우인 것 같아요’라는 말로 등 떠밀 때 그들이 좀 덜 지치고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권해효 김의성 타미진스
권해효 베이식한 디자인의 니트 톱 타미 진스(Tommy Jeans), 버건디 울 재킷, 밴딩 팬츠 모두 쇼앤텔(Show and Tell).
김의성 레이어드한 터틀넥 톱 맨온더분(Man on the BOON), 컷아웃 디테일의 재킷, 팬츠 모두 코스(COS).

 

김의성
김의성

나는 어쨌든 내 일로 먹고살고 있다. 그러지 못하는 후배나 동료를 현장에서 굉장히 많이 보는데, 그들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 대해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외국에서 진행한 독백 대회 영상을 보면 아무런 장치 없이 배우가 한 명씩 나와 1분 정도 독백을 하고 다시 다른 사람이 나와 독백을 한다. 독백 대회를 통해 숨어 있던 배우, 안 보이던 배우들이 드러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으면 좋겠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떨어질까 봐 포기했다.(웃음) 내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이름을 잘 모르는 배우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알리는 일이다. 프로필을 들고 돌아다니며 아주 작은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오디션을 보고 싶거나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좀 더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었는데 이번 독백 대회가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

오디션이 아닌 ‘대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최종 파이널리스트에 들지 못한 사람들은 좌절할 것 같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1등을 뽑는 것일 뿐, 누굴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끼리는 ‘천하제일 독백 대회’라고 이름 짓자는 말도 나왔다. 자신을 신나게 뽐내고 그걸 빛내는 잔치가 되었으면 한다. 다 같이 신나게 놀고, 누군가 상을 받는 것뿐이다. 혹여 좌절한다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직업 배우가 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고, 이 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리그에 들어가기만 해도 좀 낫다. 그때부터는 다른 욕심이 생기겠지. 생계를 잇기 어려운 배우도 많고, 좌절도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고, 연기 잘하는 순으로 배우들이 줄 서 있는 것도 아니다. 섣불리 용기와 희망을 가지라고 말할 수 없지만 배우로서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다른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연기할 기회가 있으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을 연기로 표현하는 일 자체는 굉장히 멋진 일이니까. 직업 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배우라는 자존감과 기쁨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계의 선배로서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그보다는 재미가 더 크다.(웃음) 이렇게 캐주얼하게 대답하지만 실은 마음 아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지금은 어마어마한 배우가 되어 있는건 아니지만 나는 어쨌든 내 일로 먹고살고 있다. 그렇지 못한 후배나 동료들을 현장에서 많이 보는데, 그들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쑥스럽기는 한데, 선배로서 일종의 쉬운 오디션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김의성 맨온더분 코스
레이어드한 터틀넥 톱 맨온더분(Man on the BOON), 팬츠 코스(COS), 윙팁 슈즈 에스.티. 듀퐁(S.T. Dupont).

현장에서 선배 배우로서 후배들이 털어놓는 고민도 많이 듣게 될 것 같다. 조언도 하고. 그러는 편이다. 내가 좀 쉬우니까.(웃음) 그런데 딱히 좋은 대답은 못 해준다. 열심히 하라는 말도 못 하겠다. 대개 ‘좀 살살하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니까. 좀 더 살살하고, 자신을 좀 더 믿고 걱정이나 후회는 좀 덜하라고 한다. 오늘 하루 재미있게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웃음)

좋은 선배 혹은 좋은 어른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물어보기 전에 참견하지 않는 사람. 그런데 물어보기 전에 참견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내게만 해당하는 법칙을 모두에게 적용하려는 순간 좋은 어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것이 나보다 후세대가 지닌 경험보다 훨씬 소중한지도 잘 모르겠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립영화란 어떤 존재일까?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영화 자체로 자기만의 길과 문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상업 영화의 농장(farm) 역할을 한다. 그래서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기가 조금 어려울 때가 있는데 두 얼굴을 다 가진 것 같다. 상업 영화를 지향하는 젊은 인재들이 뭔가의 준비 과정으로 독립영화를 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독립영화의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기에 그 길을 쭉 가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두 얼굴 모두 한국 영화 산업의 밑받침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새로운 힘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 새로운 힘이 발휘되어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최근에는 어떤 영화에 눈길이 갔나? 결국은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나를 놀라게 하는 이야기. 최근에 본 독립영화 중에는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이 그랬다.

영화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새로운 영화가 끝없이 만들어지는 걸까? 나는 영화광은 아니다. 영화를 엄청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로서 부끄러운 얘기일 수도 있는 좋아하는 영화는 있지만 너무 어려운 영화는 보기 힘들다. 독백 대회도 어마어마한 사명감이나 뜨거운 열정으로 함께한 것도 아니다.(웃음) 연기는 내가 생계를 이어가는 수단이며, 다행히 재미있는 일을 하며 돈을 버니 좋기도 하다. 무엇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 현장에 가 있는 것도 좋고. 현장에서 맞는 아침의 차가운 공기, 사람들이 준비하는 모습, 열정을 가지고 뛰어다니는 것,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들, 모니터를 보며 고민하는 감독. 이런 모든 모습을 보는 게 좋다. 그리고 그 현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 모두.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가서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밤새도록 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 들고, 지나간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모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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