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커피 ②

두 여자의 작업실, <커피사 마리아>

붉은 카펫이 깔린 널따란 공간에서 커피사 이민선은 커피를 내리고 마리아는 그림을 그린다. 공간 디렉터 루이스 박 대표가 이들을 이어준 것이 인연이 됐다. ‘커피사’는 9년간 커피를 다룬 이민선이 스스로 붙인 직함. 둘이 함께하는 공간이니만큼 카페 이름은 큰 고민 없이 ‘커피사 마리아’로 지었다.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아의 작업 공간은 안쪽에 있거나 분리돼 있지 않고 카페 한가운데에 있다. “혼자서 작업하기보다 카페 같은 오픈된
공간에서 하고 싶던 차에 마침 기회가 왔죠. 많은 분이 제가 그리는 그림을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좋아요.” 큼지막한 창 사이로 소나무와 을지로 풍경이 내다보이는 이곳의 인기 메뉴는 ‘애플 진저’. 사과와 생강을 블렌딩해 깔끔한 맛을 내는 음료다. 이 외에 다른 메뉴도 결코 평범하지 않아 고르는 재미가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16길 5-1 3층
영업시간 12:00~22:00, 일요일 휴업
문의 02-2274-2780

 

친구 같은 그림, <카페 앹>

아담하고 포근한 ‘카페 앹’은 천유경 화가의 작업실을 겸한 카페다. 들어가면 시골집 같은 정겨운 미닫이문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안쪽은 작가의 작업실. 경로당으로 쓰이던 곳을 개조했는데, 이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은 그대로 남겨두었다. 작가의 작업실이지만 작품을 크게 부각시키진 않았다. “제 그림이 많이 보이진 않을 거예요. 작품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예술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이곳의 대표 메뉴는 ‘사과 우유’. 달콤하고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오픈 시간은 유동적이니 방문 전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시간을 확인할 것.

주소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23길 62-1
영업시간 평일 13:30~22:00, 주말 13:00~21:00, 오픈 시간은 유동적
문의 010-7560-3055, @cafe__at

 

눈 코 입이 즐거운, <메이크 센스>

해방촌 언덕길, 향과 그림이 있는 공간 ‘메이크 센스’는 일러스트 작가 최유리와 조향사 여수정의 작업실 겸 카페다.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작업실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 전부터는 오픈 스튜디오도 겸하고 있다. 팝아트와 조향 클래스는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시간만 맞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이 여기저기서 모은 빈티지 가구와 잔, 눈길을 사로잡는 디저트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중 팔레트 모양 접시에 담겨 나오는 ‘멕센 토스트’가 가장 인기. 손님들이 그림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그림이나 향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예술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많은 분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이는 이들이 ‘이해하기 쉽다’는 뜻의 ‘메이크 센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이기도 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11길 4
영업시간 월~목요일 14:00~22:00, 금요일 14:00~23:00, 토요일 12:00~23:00, 일요일 12:00~22:00
문의 070-7799-5353

 

조용히 스며든 작품, mwm

커다란 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매력적인 공간 ‘mwm’은 지난봄 문을 열었다. 사진가 전수만과 도예가 최수지는 레지던시와 오픈 스튜디오를 전전하다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을지로에 작업실을 얻었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 그 안에 마련한 작은 카페 공간이
바로 여기. 작업실과 겸하는 카페인가 싶을 정도로 단정한 공간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스며든 최수지의 작품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디저트를 내오는 접시도 그녀의 작품. mwm이 평범한 듯 색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들은 커피머신 없이 에어로프레스로 내린 깊은 맛의 커피를 선보인다. 저녁엔 와인을 즐길 수도 있다. “간단한 작업을 해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아요. 잠깐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자주,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길 바라요.” 촬영을 하고, 영상을 만들고, 디자인을 하고, 도자기를 만드는 이들은 ‘mess we made’라는 이름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보여주려 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35-1 4층
영업시간 11:30~22:00, 월·화요일 휴업
문의 070-7913-7407

예술적 커피 ①

여럿의 손을 모아, <투핸즈>

공연장 아래층에 조용히 자리한 화방 ‘투핸즈’에 가면 곳곳에서 작가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투핸즈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지원하는데, 현재 11명의 작가가 함께하고 있다. 보통 두세 가지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작가들이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시 기회를 주고, 이들과 함께 아트 상품을 만드는 식이다. 이곳에서는 클래스도 열리는데 많은 작가들이 머무는 곳인 만큼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면 적절한 작가와 연결해 수업을 개설해주기도 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무료 미술재료학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미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차를 좋아한다는 이들을 위해 티 메뉴도 많이 준비해뒀다. 향긋한 차 한 잔 마시며 작품을 둘러보는 것도 가을을 잘 보내는 일이 아닐까.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94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지하 1층
영업시간 11:00~22:00, 월요일 휴업
문의 02-797-4441

예술가의 살롱, <시간정원>

녹음이 울창한 숲 옆으로 덩굴에 싸인 비밀스러운 문 하나.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타나는 ‘시간정원’은 컬러링 북 <시간의 정원>의 작가 송지혜가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다.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작가나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을 위해 음료를 시키면 원하는 만큼 편하게 머무르게 하고, 입주한 작가는 개인 작업을 하면서 클래스를 열 수 있게 했다. 한 달에 두 번, 금요일이 되면 이름하여 ‘나잇 살롱’이 열리는데, 카페의 디렉터이자 배우인 배근아가 큐레이션을 맡아,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를 통해 친구가 된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또 다른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한다고. 이곳에선 우연한 만남이 또 다른 예술로 이어진다.

주소 성남시 분당구 불곡남로 37
영업시간 11:00~20:00, 월요일 휴업
문의 070-8803-2348

어떤 목적으로 오더라도, <댓라인 아트살롱>

창동의 갤러리와 카페, 식당을 겸하는 문화 공간 ‘댓라인 아트 살롱’.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 미술 강사로 일한 김소연이 일상속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상한 공간이다. 자신의 경력을 살려 서양화, 판화, 콜라주, 리사이클링 아트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에겐 찾아오는 손님을 비롯한 모든 것이 영감이 되어 작업 형태도 계속 바뀌는 중이라고. 음식도 작업에 포함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다 보니, 어느 새 식사 메뉴도 갖추게 됐다. 정성껏 준비하는 만큼 예약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지만, 음식을 한번 맛본 사람은 이곳을 계속 찾아온다. 문을 연 지 반년, 어느새 동네의 문화 공간이 된 이곳에 드나드는 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선 커피를 마셔도, 밥을 먹어도, 그림을 그려도 좋다.

주소 서울시 도봉구 덕릉로 60아길 14 1층
영업시간 10:00~20:00, 식사 예약제
문의 02-900-5503

부부가 사랑하는 것들, <브림 커피>

“커피를 내리는 본엽과 사진을 찍는 누리가 운영하는 공간이에요.” 주인장 부부는 자신들이 꾸리는 카페를 이렇게 소개하더니 마주 보며 웃는다. ‘브림 커피’는 특별한 구조로 이뤄졌는데 한가운데 통유리로 싸인 네모난 공간은 아내의 사진 작업실, 그 주위를 둘러싼 나머지 공간이 카페다. 모자를 좋아하는 바리스타 구본엽이 공간을 페도라 모양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브림’도 모자의 챙을 뜻하는 말이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사진실이 궁금해져 작업을 의뢰하는 이들도 많다. 사진가 조누리는 그 순간을 필름으로 기록하며 소중한 기억을 선물한다. 이들이 추천하는 메뉴는 콜드 브루 커피인 ‘브림 커피’. 이를 이용한 ‘브림 젤리’도 색다른 메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생각으로 문을 연 곳이라 그럴까? 이곳에 있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주소 성남시 분당구 금곡로11번길 2
영업시간 11:00~20:00, 비정기 휴업
문의 070-7798-1251

롱디의 섹스

섹스

와이파이의 비애

장거리 연애 2년 차에 들어선 그와 나는 마치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듯 아예 영상통화를 연결해놓고 밥을 먹고 TV도 보며 각자의 일상을 생중계한다. 그러다 어느 날, 둘 다 샤워를 하고 나와 헐벗은 상태에서 영상통화를 시작했다. 휴대폰 앞에서 장난스럽게 섹시한 포즈를 취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편하게 다리를 벌린 채 침대에 걸터앉아 카메라를 통해 서로 마주 보았다. 솔직히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니 본능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가 시키는 대로 손가락을 놀려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는 한편, 그에게 내가 그의 페니스를 어떻게 정성껏 애무하고 있는지 말해주었다.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 서로 자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둘이 같은 타이밍에 절정에 이르렀다. 사실 자위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일은 없는데, 어찌 보면 가장 사적인 순간을 게다가 카메라 앞에서 공유한다는 것이 굉장히 두려울 수 있는 일임에도 우리는 꽤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와 나 사이에 새로운 연대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우리에게 신세계를 보여준 영상통화 섹스는 그러나 또한 인생에서 드물게 경험할 어색한 순간도 안겨주었다. 하루는 분위기가 절정에 치닫는 순간 통화 연결이 끊어지면서 화면이 멈추었다. 막 오르가슴에 다다르는 찰나 흐름이 확 끊기니 마치 화장실에서 중간에 끊고 나온 듯 찜찜한 한편, 멈춘 화면 속 벌거벗고 페니스를 쥔 채 엉거주춤하고 있는 그를 보니 불현듯 우스웠다. 그의 휴대폰 화면에 멈춰 있는 내 꼴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이게 다 무언가 싶은 허탈감과 민망함, 욕구를 미처 다 배설하지 못한 아쉬움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심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다음엔 앱으로 서로 연동되는 자위 기구를 장만하기로 했다. 나는 딜도, 그는 자위용 컵을 나누어 갖고 앱에 연결하면 상대방 기구의 진동 세기나 무브먼트를 조종할 수 있다. 우리의 영상통화 섹스를 업그레이드해줄 최첨단 섹스 토이다. 물론 그 전에 통화가 끊어지지 않을 강력한 와이파이 공유기를 구해야겠지만 말이다. K_ 자영업자(30세)

섹드립이 도착했습니다

직장인인 남자친구가 해외 지사로 발령이 난 지 반년이 되었다. 내가 가족과 같이 살고 있어 우리는 전화보다는 문자메시지로 주로 대화한다. 초반엔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주로 잡담을 나누다가 둘 중 한 명이 ‘지금 뭐 입었어?’ ‘혼자 있어?’ 하고 묻는 걸 신호로 더티 토크를 많이 했다. 롱디 연애를 시작한 후 단 하나 좋은 점은, 그의 성적 판타지를 전에 없이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는 거다. 함께 있을 땐 오히려 묻기를 게을리했다. 그런데 만날 수도, 함께 잘 수도 없는 먼 거리에 떨어지니 섹스 할 때 하고 싶은 자세, 장소, 역할극, 써보고 싶은 성인용품 등등 서로의 욕구를 소상히 밝히는 것으로 섹스를 대신하게 되었다. 남자친구는 ‘네 안 깊숙한 곳까지 다다라서 너를 완벽히 느끼고 싶어’ 같은 얌전한 버전부터 ‘네가 너무 좋아서 기절할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해서 할 거야’ 같은 외설적인 버전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제는 입만 열면 섹드립이 솟구치는데,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저급한 농담이 은근히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 ‘오늘 날씨 진짜 후끈후끈해’라는 내 문자메시지에 ‘응. 네 거기도 진짜 후끈한데’로 응수하는 그. 그러니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혼자 피식거리다 달아오르곤 한다. 섹드립에 익숙해지니 조금 더 자극적인 것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사진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나만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만에 하나 유출될 상황을 대비해 얼굴은 보이지 않게 클로즈업 샷 위주로, 혹시 주변 물건들로 알아보면 안 되니 최대한 심플한 배경에서. 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나는 이제 자위를 할 때면 포르노 대신 남자친구가 운동 후에 찍은 복근이나 엉덩이 사진, 잔뜩 화가 난 페니스 사진을 본다. 요새는 일부러 업무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그에게 예고한 다음 저녁에 사진을 보내곤 하는데, 남자친구는 은근히 기대감이 생겨 하루가 빨리 간다며 꽤 좋아한다. 애정을 표현하고 체감 업무 시간도 단축되니 일석이조 아닌가. L_ 연구원(29세)

우리 지금 만나

그 어떤 문자메시지나 전화, 영상통화도 한 번 만나는 것만 못하다. 개인적으로 내겐 야한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 희망 고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좌절하던 어느 날, 남자친구가 있는 미국 서부로 가는 비행기표를 질렀다. 돈을 버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은 내게 티켓 값을 치를 능력을 주었지만 동시에 마음 대로 떠날 수 없는 현실도 함께 주었다. 하지만 이미 그 생각에, 더 적나라하게는 그와 섹스 할 생각에 눈이 먼 나는 팀장님의 눈총을 뒤로하고 연차와 월차를 주말에 붙여 화요일까지 휴가를 냈다. 금요일, 퇴근 후 그대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그 와중에 10만원 더 싼 항공권을 끊겠다고 직항을 마다하고 경유 노선을 골랐다). 장장 15시간을 날아 미국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에 거긴 여전히 금요일 밤이었다. 출국 직전에야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는 놀라움과 설렘이 반씩 섞인 표정이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48시간 동안 우리가 한 일이라곤 먹고 자고 섹스하고 껴안고 뒹군 것이 전부였다.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가서 나는 남들 다 구경한다는 항구 언저리도 못 가보았다. 월요일 오전, 눈물의 작별 인사를 거친 모닝 섹스로 대신한 뒤 다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이미 화요일 오후다. 다음 날 초췌한 몰골로 출근하니 다들 병가를 낸 거였느냐고 걱정스레 묻는다. 하지만 꿈을 이룬 듯, 마음만은 충만했다. 아, 격한 섹스는 우리에게 다양한 할퀸 상처를 주었는데, 계절이 바뀌고 흉터가 사라질 때까지 상처를 볼 때마다 함께 보낸 그 주말이 떠올라 둘 다 만족스러워했다. 할부로 긁은 비행기표 값 역시 한동안 꼬박꼬박 나의 3박 5일간의 일탈을 상기시켜주었지만, 개미처럼 일해 번 돈 어디다 쓰겠나. 후회는 없다. P_ 직장인(3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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