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BIFF Guide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기자회견이 있던 날 이용관 이사장과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나란히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두 사람의 복귀와 동시에 영화계가 보이콧을 철회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영화제.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산적한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는 이용관 이사장은 화합과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부산국제영화제의 향후 방향성을 정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중을 기해 선정한 영화들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알차게 채워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은 79개국에서 온 총 3백 23편이다. 이 가운데 월드 프리미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1백40편.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윤재호 감독의 <뷰티풀 데이즈>다. 배우 이나영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탈북 여성이 생존을 위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적당한 거리에서 담아내며 관객에게 동정이 아닌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낸다.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가족이 해체된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가족이 복원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주제가 시의적절한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엽문 외전>은 <매트릭스> <킬 빌> 시리즈의 무술 감독을 맡았던 원화평 감독의 최신작이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던 기억 속의 영춘권을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볼 기회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경향은 영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고전 영화 12편을 상영하는 ‘부산클래식’ 부문이 신설되었다는 점과 매년 소홀히 하지 않는 아시아 영화, 그중에서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국가 영화가 많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뉴 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돋보이는 여성 감독들의 활약도 반가운 부분.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의 신작으로 꾸렸다.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갑자기 군산 여행을 가게 된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로 문소리, 박해일, 정진영, 박소담 등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홍콩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관금붕 감동의 영화 <초연>은 왕년에 라이벌이던 두 배우가 함께 연극을 준비하면서 초연을 앞두고 느끼는 불안을 담아낸 작품. 4년 만에 부산을 찾은 츠카모노 신야 감독의 신작 <킬링>은 시골에서 무술을 수련하던 청년이 갑자기마을에 찾아온 무법자들에 의해 사무라이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눈에 띄는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작품으로 꾸려지는 뉴 커런츠 부문은 10편의 영화 중 4편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함께 일했던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여명>과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아이 ‘선희’의 이야기를 담은 박영주 감독의 <선희와 슬기>를 주목할 만하다. 스리랑카, 키르기스스탄, 부탄 등 낯선 나라에서 온 도전적인 작품들은 늘 신선한데 아시아 영화의 큰 흐름을 다루는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된 작품에도 이런 경향이 이어진다. <세 얼간이>의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신작<산주>를 비롯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키르기스스탄 영화 <성스런 나무의 노래>, 사회 전반에 개방의 물결이 넘실대는 우즈베키스탄의 오늘을 엿볼 수 있는 영화 <고요한 인내> 등은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중앙아시아를 마지막 뉴웨이브가 나올 수 있는 곳으로 지목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한다.

전 세계 영화인의 새로운 시각과 각 문화권의 문제의식이 담긴 시선을 접할 수 있는 ‘플래시 포워드’ 부문에는 노동자의 일상과 직장 내 갈등을 섬세하 게 담아낸 벨기에 영화 <우리의 투쟁>, 두 여성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자국에서 상영 금지 조치를 받은 케냐 영화 <라피키, 친구> 등 다양한 현대사회의 논점을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가 포진하고 있다.

한국 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도 부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개봉한 대형 상업 영화들을 ‘파노라마’ 부문에서 대거 다시 만날 수 있고, 80년대 리얼리즘의 선구자 이장호 감독의 회고전은 70~80년대 한국의 현실을 담은 영화를 다시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비전’ 부문에 선정된 국내 신인 감독들의 강렬한 데뷔작은 한국 영화의 가능성과 미래를 점쳐볼 기회다. 특히 이옥
섭 감독의 <메기>는 많은 시네필이 고대하는 기대작이다.

이 밖에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작품과 거장의 신작이 대거 포진해 늘 티켓 경쟁이 치열한 ‘월드 시네마’, 다양한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와이드 앵글’,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필리핀영화 100주년 특별전’, 새벽까지 공포영화를 볼 수 있는 ‘미드나잇 패션’까지. 부산국제영화제가 준비한 영화와 함께하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 다음에 펼쳐지는 부문별 상세한 해설을 참고한다면 더더욱.

Autumn Sound

 

슬로우라이프슬로우라이브 모지스 섬니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모지스 섬니>

모지스 섬니의 노래는 작고 기이한 비밀 폭포 같다. 클래식의 품격과 재즈의 자유로움을 봉합한 그의 팔세토는 액체다. 악보 위 음표로 분절되기보다 표면장력을 가진 빗물처럼 그저 흘러내린다.  미묘한 화성을 짚어내는 섬니의 기타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밴드 연주가 다이내믹한 흐름을 빚는다. 8월 핀란드에서 본 그의 공연은 프린스의 환생을 상상케 했다. 놓치기 아까운 라이브.일시 10월 6일(토)~10월 7일(일) 장소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죠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죠지>

죠지는 누구든 R&B에 빠지게 할 만한 미덕을 두루 가졌다. 좋은 선율과 목소리, 흐느적거리듯 꽂히는 리듬, 안정적인 가창력. 거기에 직관적이나 거부할 수 없는 한국어 가사까지. 라이브 실력도 흠잡을 데 없다. 지금 죠지를 건너뛰고 한국 R&B를 좋아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다.
일시 10월 20일(토)~21일(일) 장소 서울올림픽공원

 

청춘아레나 잔나비

청춘 아레나 <잔나비>

미국적이고 영국적이며 한국적이다. 1960년대적이고 1990년대적이고 2010년대적이다. 1960년대의 비틀스, 1990년대의 오아시스, 1980년대의 산울림 같은 것들이 뒤섞이고, 흡인력 있는 선율은 명징하나 뻔하지 않은 궤적을 그리며 록 사운드 위를 유영한다. 혁오는 알고 잔나비는 모른다면 지금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일시 10월 6일(토) 장소 인천문학경기장 주 경기장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콜랭발롱트리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콜랭 발롱 트리오>

자라섬 페스티벌 측은 올해 스위스 음악가를 여러 팀 데려온다. 그곳을 대표하는 젊고 새로운 재즈 트리오, 콜랭 발롱 트리오의 무대를 놓칠수 없다. ECM레코드의 새 효자인 이들의 첫인상은 라디오헤드가 꾸는 재즈 트리오의 꿈 같다. 편집증적으로 반복되는 감성적 선율들. 그 뒤에는 변박과 폴리 리듬이, 다채로운 음향을 전투적으로 만들어내는 쥘리앵 사르토리우스의 드럼이 도사리고 있다.
일시 10월 12일(금)~10월 14일(일) 장소 춘천 자라섬

 

서울숲재즈페스티벌 <임인건 × 장필순>

임인건은 피아니스트다. 1989년 한국 최초로 피아노 솔로 앨범 <비단 구두>를 냈다. 올해 초 그는 <비단 구두>의 전곡을 새로 녹음해 음반을 다시 냈다. 장필순은 얼마 전 5년 만에 정규 앨범, 8집 <Soony 8-소길화(花)>를 냈다. 몽롱한 전자 노이즈가 되레 숲 같은 소리 풍경을 형성하는 음반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제주에 산다.
일시 10월 6일(토)~10월 7일(일) 장소 서울숲공원

 

서울블루스페스티벌 <신촌블루스>

이정선과 엄인호가 다시 뭉쳤다. 1986년 서울 신촌에서 결성된 이 팀에서 한영애, 김현식도 보컬로 활동했다. 블루스는 그래도 기타다. 리듬과 화성이 무대 뒤에서부터 안개처럼 피어오를 때,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밀어 올려 끈적끈적하게 음을 늘였다 줄이는 벤딩(bending)의 맛이다. 기타 교실은 살아 있다.
일시 10월 13일(토)~10월 14일(일) 장소 플랫폼창동 62

부산 복고풍 가게 ①

지식인 살롱 ,

세로커피

범천동은 서울 문래동의 옛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신발의 부품을 만드는 낡은 공장이 많은 이곳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부부가 있다. 여느 청년들처럼 서울에 터를 잡고 살던 두 사람은 아내의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다섯 달 전 세로커피를 차렸다. 이상의 단골 카페 ‘낙랑파라’를 모티프로 삼아 35년 된 조명, 옛날식 아치형 입구를 그대로 살렸는데 흡사 일본의 오래된 다방 같기도 하다. 세로커피의 원두는 서울의 ‘커피 리브레’와 부산의 ‘베르크 로스터스’에서 들여온다. 10년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던 남편이 그 취미를 살려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를 내린다. 진한 커피 위에 차갑고 달콤한 생크림을 올린 ‘세로슈페너’도 인기 메뉴. 궁극적으로 범천동이 멋지게 되살아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9월부터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신암로 153-6
영업시간 12:00~21:00, 일요일 휴업
문의 @sero_coffee

 

진짜가 나타났다,

뉴그린다방

BGM으로 ‘걸어서 저 하늘까지’가 흘러나오고 있다면 제대로 찾아간 게 맞다. 올해 초 생긴 뉴그린다방은 지금 부산에서 유행하는 레트로 무드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카페다. 원래부터 빈티지한 무드를 좋아했던 사장은 가정집이던 건물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가구, 조명, 소품을 완벽하게 복고적으로 세팅했다. ‘오봉’이라는 단어가 차라리 어울릴 법한 은색 쟁반 테이블 위에는 구슬, 공기, 다마고치 등 어릴 때 손에서 내려놓지 않던 놀잇감이 가득하다. 초록색 분식 그릇에 나오는 다방
라테, 작은 우산이 꽂힌 파르페에서는 근사한 맛보다 문득 떠오를 옛 추억을 더 기대하자. 1980~90년대 식당에서 썼을 법한 냉장고에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딸기, 바나나, 말차 우유가 병에 담겨 있다. 루프톱도 있지만 ‘진짜’는 2층에 있다.

주소 부산시 북구 의성로80 2~3층
영업시간 11:00~23:00
문의 051-338-8452

안락한,

안락 다락방

손 큰 주인은 재료를 아끼는 법이 없다. 제철 과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터라 손이 많이 갈 텐데도 그는 정도를 지키며 정성껏 자신의 손맛을 담아낸다. 자몽이 들어가는 메뉴만 놔두고 나머지는 그 철에 가장 맛이 좋은 과일을 듬뿍 담아 요거트나 주스, 에이드를 만든다. 그 덕분에 예쁜 공간을 즐겨 찾는 여성들뿐 아니라 동네 꼬마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안락 다락방은 늘 복작거린다. 공간이 이토록 아늑한 데는 안쪽에 따로 있는 다락방이 한몫한다. 주인은 그 구조에 반해 이름까지 안락 다락방으로 지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는 단골손님들조차 궁금하게 만든다. 안락 다락방에 간다면 주인이 매일 직접 굽는 스콘과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과일을 넣어 만든 수제 요거트를 꼭 먹어보자.

주소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로431번길 27
영업시간 12:00~22:00, 월요일 휴업
문의 070-7760-0329

 

남쪽 바다 무릉도원,

비비비당

해운대 달맞이길의 ‘해 뜨는 집’은 부산 사람이라면 알 만한 오래된 건물이다. 이 건물 4층에 젊은 사장이 전통찻집을 차렸다. 고급스러운 한옥에 온 듯 정갈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통창으로 해운대 바닷가의 절경을 눈에 가득 담는 일이 신선놀음과 뭐가 다를까. 이요한, 유영국 등 한국 1세대 서양화가들의 그림부터 현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소품을 보면 필시 좋은 안목을 지닌 사람의 손길이다. 말차가 담기는 고려 청자 찻잔을 비롯해 내어주는 모든 다기는 30년 넘게 골동품을 수집해온 사장 어머니의 컬렉션. 빙수, 단팥죽, 다식 외에 열 개 남짓한 차가 준비되어 있는데 모두 비비비당에서 15년 이상 직접 발효시킨 건강한 것들이다. ‘비비비당 추천’이라는 메뉴는 단팥죽, 호박빙수, 차로 이어지는 한식 디저트 세트로 입이 호강하는 코스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239-16 해 뜨는 집 4층
영업시간 11:00~22:00, 월요일 휴업
문의 051-74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