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Sound

 

슬로우라이프슬로우라이브 모지스 섬니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모지스 섬니>

모지스 섬니의 노래는 작고 기이한 비밀 폭포 같다. 클래식의 품격과 재즈의 자유로움을 봉합한 그의 팔세토는 액체다. 악보 위 음표로 분절되기보다 표면장력을 가진 빗물처럼 그저 흘러내린다.  미묘한 화성을 짚어내는 섬니의 기타와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밴드 연주가 다이내믹한 흐름을 빚는다. 8월 핀란드에서 본 그의 공연은 프린스의 환생을 상상케 했다. 놓치기 아까운 라이브.일시 10월 6일(토)~10월 7일(일) 장소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

 

그랜드민트페스티벌 죠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죠지>

죠지는 누구든 R&B에 빠지게 할 만한 미덕을 두루 가졌다. 좋은 선율과 목소리, 흐느적거리듯 꽂히는 리듬, 안정적인 가창력. 거기에 직관적이나 거부할 수 없는 한국어 가사까지. 라이브 실력도 흠잡을 데 없다. 지금 죠지를 건너뛰고 한국 R&B를 좋아하기란 퍽 어려운 일이다.
일시 10월 20일(토)~21일(일) 장소 서울올림픽공원

 

청춘아레나 잔나비

청춘 아레나 <잔나비>

미국적이고 영국적이며 한국적이다. 1960년대적이고 1990년대적이고 2010년대적이다. 1960년대의 비틀스, 1990년대의 오아시스, 1980년대의 산울림 같은 것들이 뒤섞이고, 흡인력 있는 선율은 명징하나 뻔하지 않은 궤적을 그리며 록 사운드 위를 유영한다. 혁오는 알고 잔나비는 모른다면 지금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
일시 10월 6일(토) 장소 인천문학경기장 주 경기장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콜랭발롱트리오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콜랭 발롱 트리오>

자라섬 페스티벌 측은 올해 스위스 음악가를 여러 팀 데려온다. 그곳을 대표하는 젊고 새로운 재즈 트리오, 콜랭 발롱 트리오의 무대를 놓칠수 없다. ECM레코드의 새 효자인 이들의 첫인상은 라디오헤드가 꾸는 재즈 트리오의 꿈 같다. 편집증적으로 반복되는 감성적 선율들. 그 뒤에는 변박과 폴리 리듬이, 다채로운 음향을 전투적으로 만들어내는 쥘리앵 사르토리우스의 드럼이 도사리고 있다.
일시 10월 12일(금)~10월 14일(일) 장소 춘천 자라섬

 

서울숲재즈페스티벌 <임인건 × 장필순>

임인건은 피아니스트다. 1989년 한국 최초로 피아노 솔로 앨범 <비단 구두>를 냈다. 올해 초 그는 <비단 구두>의 전곡을 새로 녹음해 음반을 다시 냈다. 장필순은 얼마 전 5년 만에 정규 앨범, 8집 <Soony 8-소길화(花)>를 냈다. 몽롱한 전자 노이즈가 되레 숲 같은 소리 풍경을 형성하는 음반이다. 두 사람은 모두 제주에 산다.
일시 10월 6일(토)~10월 7일(일) 장소 서울숲공원

 

서울블루스페스티벌 <신촌블루스>

이정선과 엄인호가 다시 뭉쳤다. 1986년 서울 신촌에서 결성된 이 팀에서 한영애, 김현식도 보컬로 활동했다. 블루스는 그래도 기타다. 리듬과 화성이 무대 뒤에서부터 안개처럼 피어오를 때, 손가락으로 기타 줄을 밀어 올려 끈적끈적하게 음을 늘였다 줄이는 벤딩(bending)의 맛이다. 기타 교실은 살아 있다.
일시 10월 13일(토)~10월 14일(일) 장소 플랫폼창동 62

부산 복고풍 가게 ①

지식인 살롱 ,

세로커피

범천동은 서울 문래동의 옛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신발의 부품을 만드는 낡은 공장이 많은 이곳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본 부부가 있다. 여느 청년들처럼 서울에 터를 잡고 살던 두 사람은 아내의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다섯 달 전 세로커피를 차렸다. 이상의 단골 카페 ‘낙랑파라’를 모티프로 삼아 35년 된 조명, 옛날식 아치형 입구를 그대로 살렸는데 흡사 일본의 오래된 다방 같기도 하다. 세로커피의 원두는 서울의 ‘커피 리브레’와 부산의 ‘베르크 로스터스’에서 들여온다. 10년간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던 남편이 그 취미를 살려 정성스럽게 드립 커피를 내린다. 진한 커피 위에 차갑고 달콤한 생크림을 올린 ‘세로슈페너’도 인기 메뉴. 궁극적으로 범천동이 멋지게 되살아나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9월부터 지역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주소 부산시 부산진구 신암로 153-6
영업시간 12:00~21:00, 일요일 휴업
문의 @sero_coffee

 

진짜가 나타났다,

뉴그린다방

BGM으로 ‘걸어서 저 하늘까지’가 흘러나오고 있다면 제대로 찾아간 게 맞다. 올해 초 생긴 뉴그린다방은 지금 부산에서 유행하는 레트로 무드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카페다. 원래부터 빈티지한 무드를 좋아했던 사장은 가정집이던 건물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가구, 조명, 소품을 완벽하게 복고적으로 세팅했다. ‘오봉’이라는 단어가 차라리 어울릴 법한 은색 쟁반 테이블 위에는 구슬, 공기, 다마고치 등 어릴 때 손에서 내려놓지 않던 놀잇감이 가득하다. 초록색 분식 그릇에 나오는 다방
라테, 작은 우산이 꽂힌 파르페에서는 근사한 맛보다 문득 떠오를 옛 추억을 더 기대하자. 1980~90년대 식당에서 썼을 법한 냉장고에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딸기, 바나나, 말차 우유가 병에 담겨 있다. 루프톱도 있지만 ‘진짜’는 2층에 있다.

주소 부산시 북구 의성로80 2~3층
영업시간 11:00~23:00
문의 051-338-8452

안락한,

안락 다락방

손 큰 주인은 재료를 아끼는 법이 없다. 제철 과일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터라 손이 많이 갈 텐데도 그는 정도를 지키며 정성껏 자신의 손맛을 담아낸다. 자몽이 들어가는 메뉴만 놔두고 나머지는 그 철에 가장 맛이 좋은 과일을 듬뿍 담아 요거트나 주스, 에이드를 만든다. 그 덕분에 예쁜 공간을 즐겨 찾는 여성들뿐 아니라 동네 꼬마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안락 다락방은 늘 복작거린다. 공간이 이토록 아늑한 데는 안쪽에 따로 있는 다락방이 한몫한다. 주인은 그 구조에 반해 이름까지 안락 다락방으로 지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메뉴는 단골손님들조차 궁금하게 만든다. 안락 다락방에 간다면 주인이 매일 직접 굽는 스콘과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과일을 넣어 만든 수제 요거트를 꼭 먹어보자.

주소 부산시 동래구 온천천로431번길 27
영업시간 12:00~22:00, 월요일 휴업
문의 070-7760-0329

 

남쪽 바다 무릉도원,

비비비당

해운대 달맞이길의 ‘해 뜨는 집’은 부산 사람이라면 알 만한 오래된 건물이다. 이 건물 4층에 젊은 사장이 전통찻집을 차렸다. 고급스러운 한옥에 온 듯 정갈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통창으로 해운대 바닷가의 절경을 눈에 가득 담는 일이 신선놀음과 뭐가 다를까. 이요한, 유영국 등 한국 1세대 서양화가들의 그림부터 현대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소품을 보면 필시 좋은 안목을 지닌 사람의 손길이다. 말차가 담기는 고려 청자 찻잔을 비롯해 내어주는 모든 다기는 30년 넘게 골동품을 수집해온 사장 어머니의 컬렉션. 빙수, 단팥죽, 다식 외에 열 개 남짓한 차가 준비되어 있는데 모두 비비비당에서 15년 이상 직접 발효시킨 건강한 것들이다. ‘비비비당 추천’이라는 메뉴는 단팥죽, 호박빙수, 차로 이어지는 한식 디저트 세트로 입이 호강하는 코스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달맞이길 239-16 해 뜨는 집 4층
영업시간 11:00~22:00, 월요일 휴업
문의 051-746-0705

힙합의 여성시대

여성 힙합 프린세스 노키아

<A Girl Cried Red> Princess Nokia

신예라 할 수 없지만 ‘시대정신’에 대해 말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래퍼, 프린세스 노키아는 ‘Smart Girl Club’이란 팟캐스트의 설립자이자 당당한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그런 ‘의미’ 이외에도 그는 뉴욕의 이스트 할렘에서 자랐고 16세 때부터 가사를 썼으며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만만찮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서사도 갖고 있다. 또한 러프 트레이드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통 있는 레코드에서 차린 동명의 레이블과 계약했다는 ‘힙’한 요소도 그의 일부다. 믹스테이프 <A Girl Cried Red>의 커버에서 그는 웃으며 록 밴드 슬립낫 티셔츠를 입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힙합이라기보다 이모(Emo: 펑크의 한 장르)의 영향이 강력하게 드러나는 앨범이지만, 그 또한 좀처럼 정의할 수 없는 프린세스 노키아의 면모다.

 

여성 힙합 재키와이

<Enchanted Propaganda> Jvcki Wai

이 음반엔 피처링이 하나도 없다.그렇게 재키와이는 용맹하다. 그의 언어엔 남녀 구분이 없다. 보편적 힙합의 언어를 자신의 방식대로 풀어낸다. “너희는 안경을 벗고 봐, 내가 이뤄낼 성공. 통장에 더 쌓일 공공의 적이 된대도 낮추지 않아 내 속도”, “지나가는 니 대가리에 던진 수류탄을 직격으로 맞췄지.” 음원 차트를 겨냥한 것이 명백한 ‘팝 랩’이나 성별을 강조하는 가사 대신(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강한 래퍼일 뿐. “쓸데없는 건 치워. 남은 잔을 비워. 빛나는 도마 위, 진실한 도그마 위로.” 그렇게 쓸데없는 걸 치우고, 힙합이 남았다. 지난 EP <Neo EvE> 수록곡 ‘Anarchy’에서 이미 이렇게 밝혔듯. “뭘 나눠 이분법에. 난 인간. X녀도 성녀도 아니네.”

 

여성 힙합 카디비

<Invasion of Privacy> KCardi B

독한 자만 살아남는 시대. 어쩌면 SNS 시대의 총아. ‘가사를 잘 쓰네, 플로우가 독창적이네’ 같은 말이 실력의 기준이 되는 기술적 요소라면, 힙합은 기술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장르가 아니다. 수많은 거친 남자들이 거리의 삶과 폭력과 형제에 대해 랩을 했고, 거기서 ‘스트리트 크레디트’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용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카디 비는 래퍼가 되기 전, 래퍼를 꿈꾸는 스트리퍼였다. 거기서부터 악착같은 성실함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랩 가사에 싣기 이전에 SNS로 온갖 개인사를 노출했다. 거짓말이야말로 치명적인 힙합의 세계에서, 그렇게 자신을 맘껏 드러내며 (‘The King of New York’이라는 그 자신의 주장대로) 왕이 됐다.

 

힙합 여성 윤미래

<Gemini 2> 윤미래

지금 윤미래를 얘기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으나 윤미래 이외의 어떤 여성 래퍼도 그와 같은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 신보 <Gemini2>는 ‘Memories…(Smiling Tears)’의 라이브 클립으로 시작한다. <Gemini>는 16년 전에 발매한 음반이고, ‘Memories…(Smiling Tears)’는 해당 음반 수록곡이다. “칠전팔기 내 인생 끝까지 가볼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1997년 업타운으로 데뷔한 이래 진짜 ‘칠전팔기’만큼의 시간이 쌓였다. 첫 곡의 제목은 ‘Rap Queen’. 어쩌면 단 한 번도 부정당하지 않은 지위. 음반의 전반적 완성도에는 다소 의문이 남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운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윤미래처럼 남녀 불문 독보적 발성과 함께 랩만이 줄 수 있는 원초적 쾌감으로 승부하는, 정공법을 구사하는 래퍼가 드물어서다.

 

여성 힙합 말리부미치

<Top 5> Maliibu Miitch

이건 확실히 옛날 목소리, 옛날 발음, 옛날식 라임이다. 1990년대 여성 래퍼들이 떠오르는 랩으로, ‘Bitch’와 ‘Pussy’와 ‘N Word’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 요즘 1990년대를 참조한 래퍼들은 많지만 그것이 베네통식 총천연색 1990년대에 대한 오마주라면 말리부 미치는 그보다 릴 킴, 폭시 브라운 같은 이른바 ‘먹통 힙합’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퍼 재킷에 금붙이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걸고 자신이 자란 고향의 과거 유산에 대한 존중을 표한다. 최근 진행 중인 투어 이름도 ‘The Nasty Tour’로 지었다. 힙합의 고향, 사우스 브롱스 출신의 래퍼답게. 혜성 같은 믹스테이프 <Top5>에 이어 싱글 <Give Her Some Money>가 나왔다.